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21화 (221/491)

221화 - 꼬리 밟기 (2)

별빛 가득한 밤하늘.

그 아래 무장한 보안관들이 말을 타고 정렬했다.

“열차 강도짓도 서슴없이 하는 놈들이다. 전원 각별히 주의하도록!”

“예!”

“가자!”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보안관들을 바라보던 이경복이 천천히 말을 몰았다.

-보안관들 허탕잼 ㅋㅋㅋㅋ

-응~ 이미 정리 끝났어~

-가서 시체만 수습할 듯 ㅋㅋ

-아 ㅋㅋ 원래 영화에서도 경찰은 일이 다 끝나면 온다니깐!

-ㄹㅇㅋㅋ 이거 완전 클리셰자너

시청자들 반응에 웃던 그는 고개를 돌렸다.

“끄허어억……”

“조금만 참아.”

그의 뒤에는 결박당한 채 신음을 흘리는 갱단 보스가 있었다. 이경복은 주변을 확인하고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에서 말을 멈추었다.

이윽고 말에서 내리자 통제권이 사라졌다.

“오, 컷신이 있네요.”

사무소 문이 열리며 알렉스가 놈을 끌고 들어왔다. 관리인이 이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오오! 성공하셨군요!”

“일단 치료부터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문을 잠그고 이리로 오세요.”

관리인은 그리 말하며 보스를 부축해 지하실로 향했다.

이내 전환된 화면, 응급처치가 끝났는지 보스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목숨은 부지했으니 이제 네 차례다.”

알렉스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보스는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막은 저도 모르지만, 랭스턴은 지금 신분을 바꿨습니다.”

“신분 세탁인가?”

관리인이 수첩을 끄적이며 옆에서 다그쳤다.

“예, 지금은 랭카스터라고 하죠.”

“랭카스터? 설마 목장주 랭카스터가?”

관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렉스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는 사람입니까?”

“자세히는 아닙니다만 지역 인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만큼 면식은 있지요. 헌데 그가 ‘불스아이’ 랭스터라니……?”

그는 도통 짐작도 못 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신분 세탁 빡세게 했나보네 ㅋㅋ

-근데 이 시대는 이해가 되긴 함ㅋㅋ

-ㄹㅇㅋㅋ 이름 바꾸고 수염이나 헤어스타일만 바꿔도 모를 듯

-넘모 아날로그 해버리고?

-미국이 원래 개인정보는 민감하긴 하지 ㅋㅋㅋ

-우리나라랑은 완전 딴판이쥬?

-ㄹㅇㅋㅋ 한국의 주민등록시스템을 무시하지 마라 이말이야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와중 보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는 원래 랭카스터 목장에 고용된 총잡이였습니다. 뭐, 제가 나름 일도 잘하고 머리도 좀 굴리는 편이라 신임을 얻었죠.”

“요점만.”

알렉스가 리볼버를 만지작거리자 그는 찔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무튼 술자리에 자주 어울리게 됐습니다. 덕분에 무용담을 많이 들었죠. 이제는 저도 독립했지만 종종 얼굴을 보곤 했습니다.”

“허, 갱단을 꾸리는 걸 독립이라고 하나?”

관리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혀를 찼다.

“갱단 운영이 뭐 쉬운 일인 줄 아십니까? 젠장,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랑 손 털려고 한 건데…”

“이번 일? 열차 강도 말인가?”

“예. 그것도 다 랭카스터가 사주한 겁니다.”

“랭카스터가? 화물을 훔치면 바로 들통이 날 텐데?”

관리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화물은 부수입이죠. 우리도 뭔가 챙겨야 할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랭카스터가 부탁한 건 다른 겁니다.”

“그게 뭐지?”

알렉스가 노려보며 묻자 그가 어물쩍 거리다가 한숨을 뱉었다.

“채무증서입니다.”

“채무? 빚 문서라고?”

“청부살인으로 먹고살던 놈이 목장을 제대로 운영이나 할 줄 알겠습니까? 제가 있을 때도 돈 없다고 지랄을 어찌나 해대든지…… 아무튼 은행에 빚이 쌓였으니 그걸 빼앗아서 태우라고 했습니다.”

보스는 이내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분명 제이슨인가 잭이던가 하는 은행원이……”

“제리?”

“아! 맞아요! 제리,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알렉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리고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옼ㅋㅋ 그냥 엑스트라인줄

-아 스토리랑 의뢰랑 연결되게 만들어뒀네 ㅋㅋㅋ

-어쩐지 물자수송치고 보수가 높다 했다

-빚문서면 킹정이지 ㅋㅋㅋ

-이러면 이제 제리 한 번 찾아가봐야 될 듯?

-제리 안 구했으면 다른 루트로 갔어야 할 듯 ㅋㅋㅋ

알렉스는 굳은 표정으로 관리인을 돌아봤다.

“필요한 정보는 얻었습니다. 처분은 사무소 쪽에 맡기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관리인이 수긍하자 보스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잠깐, 잠깐! 처분이라니요? 약속대로 다 말했잖습니까!”

“우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

“무슨……! 살려 주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인은 경멸 어린 눈빛과 함께 코웃음을 쳤다.

“우리도 약속을 지켰지. 살려주지 않았나? 하지만 재판이 끝난 이후에 살아있을지는 모를 일이지.”

“재판? 재판이라니……!”

“열차 강도까지 저질러 놓고, 법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 대화에 시청자들은 만족을 표했다.

-아 ㅋㅋ 살려는 줬자너

-정의구현 넘모 개꿀이고?

-이집 사이다 잘 하네 ㅋㅋㅋ

-이래서 계약은 꼼꼼히 확인을 해야 된다니깐!

-HOXY 꼬우신가요?

-꼬우면 법을 지키시든가요 ㅋㅋㅋㅋ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는 사이 알렉스는 담담히 지하실 계단을 올랐다.

그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고 날이 바뀌었다.

컷신의 끝이었다.

“그럼 다시 제리를 만나봐야겠네요.”

미니맵 포인터 역시 은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경복은 은행을 방문했다.

“예금하러 오셨나요?”

그는 접근하자 은행원이 물었다.

“제리를 찾아왔는데, 만날 수 있습니까?”

“제리요? 아, 저기 있네요.”

은행원이 가리킨 곳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첫 만남 때와 같이 말끔한 차림의 제리가 있었다.

“오? 알렉스 탐정님!”

제리와 시선을 마주치자 그가 반갑게 웃으며 달려왔다.

-볼수록 쥐놈같다 이말이야 ㅋㅋ

-완전 갓플 본 쥐놈이잖슴!

-제리와 쥐놈의 평행이론ㅋㅋㅋ

-NPC가 알아봐주니까 기분이 또 색다르네 ㅋㅋㅋ

제리가 다가오자 이경복은 통제권이 사라짐을 느꼈다.

다시 컷신이었다.

“아이고,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아, 혹시 대출 때문에 오셨나요? 제가 탐정님이라면 특별히 이자를 감면……”

“아닙니다.”

알렉스는 서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제리는 바로 입을 다물고 눈을 껌뻑였다.

“열차에서 랭카스터 목장주의 채무증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 당신이 그 담당이라는 뜻이겠죠.”

“그걸 어떻게?”

“탐정이니까요. 채무독촉은 언제 갑니까?”

“마침 지금 출발하려는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약간 주눅 든 표정으로 제리가 되물었다. 알렉스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번에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물론이죠. 생명의 은인을 돕는 거야 당연한……”

“그럼 같이 갑시다.”

“랭카스터 목장에요? 아니, 거길 왜?”

“탐정의 일입니다.”

알렉스가 일축하자 제리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암요! 은행원이 어디 말을 바꿔서야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은행 밖으로 나섰다.

그와 함께 화면이 암전됐다.

-제리쉑 ㅋㅋㅋ 호감이네

-쥐놈류지만 지놈킥은 안 하쥬?

-뱉은 말은 지킨다, 이게 상식이잖아?

-서부시대 상식 수준 너무 높다아앗!

-근데 이것도 왠지 갓플 정도 쩔어줘야 부탁 들어주는 거 아님?

-ㄹㅇㅋㅋ 킹리적 갓심든다

-열차에서 런 했으면 안 도와줬을 것 같긴 해 ㅋㅋㅋ

-???: 같이 갑시다 (같이 빤스런한 탐정이 한 말)

-아니 ㅋㅋ 진짜 없어 보이넼ㅋ

-바로 뭐야 ㅅㅂ? 하면서 소금 뿌릴 듯 ㅋㅋㅋㅋ

시청자 채팅에 속으로 웃음 짓던 이경복은 다시금 화면에 집중했다.

“오? 알렉스가 마부로 변장했네요.”

알렉스는 기존 복장이 아니라 셔츠에 멜빵바지를 입은 마부의 옷을 입고 있었고 마차에는 제리가 타고 있었다.

-오? 잠입하는 건가?

-이게 그 임기응변인 듯 ㅋㅋㅋ

-하긴 탐정이 같이 가면 나가리지 ㅋㅋㅋ

-이거 알렉스 몸 맞음? 서부시대 치고 너무 상태가 좋은데?

-갓플 몸 스캔한 거 같은디 ㅋㅋ

-와 ㅅㅂ 형 진짜 운동 빡세게 하는구나

시청자 채팅을 보던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운동이야 꾸준히 하고 있죠. 재미있게 운동하시려면 거너그라운드 쇼다운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니 ㅋㅋ 고새를 못 참고 숙제를?

-숙제하면서 다른 숙제를 하는 스머가 이따!?

-순발력 미쳤고 ㅋㅋㅋㅋ

-콜라보 숙제인 게 확실합니다!

-이게 바로 서부시대의 자본주의?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마차는 목장에 도착했다. 그와 함께 이경복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변장한 건 알렉스만이 아니네.’

목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마차를 힐끗 보고 다시 제 일에 돌아갔다.

그러나 신기로 감지되는 감각에 걸린 몇몇 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다른 일꾼과 달리 일은 하는 척만 하고 마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갱단 보스처럼 총잡이들인가.’

그 사이 알렉스가 천천히 마차를 세웠다. 문을 열고 내린 제리가 그를 향해 말했다.

“적당히 세워두고 쉬고 있겠나. 일이 끝나면 다시 오지.”

알렉스는 고개를 주억거리자 제리는 랭카스터 저택으로 향했다.

마차를 한적한 곳에 세워둔 알렉스는 가볍게 호흡을 골랐다.

“이제 서재로 들어가는 법만 찾으면 되겠어.”

그의 혼잣말과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오? 진짜 잠입인가?

-서재에서 숨어 있다가 랭카스터 덮치려는 듯?

-이거는 좀 신중하게 가야겠네

-일꾼들한테 걸리면 실패인가?

-일단 그럼 동선 파악부터 ㄱㄱ

시청자들은 신중한 플레이를 예상했지만 이내 물음표를 칠 수밖에 없었다.

-형?

-머함?

-이 과감함 무엇?

이경복이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까 컷신 볼 때 위치는 다 봤잖아요?”

-아니;;; 그걸 다 체크하고 있었다고?

-원래는 겁나 긴장타고 움직여야 할 구간 같은데 ㅋㅋㅋ

-완전 자기 땅인 줄 ㅋㅋㅋㅋㅋ

-아아, 이것이 바로 ‘퍼펙트-보법’이라는 것이다.

-???: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언제적 노래냐고 ㅋㅋㅋㅋ

놀랍게도 이경복은 저택의 뒤편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의 시선에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로 들어가라는 것 같은데요?”

이경복은 열린 창문으로 안을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진입했다.

“랭카스터 씨, 저로서도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자라도 제때 지급을 해주셔야죠.”

응접실 쪽에서 제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경복은 발소리를 죽이고 위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여기네요.”

이내 서재 앞에 선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와 함께 컷신이 시작됐다.

알렉스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창밖을 살폈다.

“기한 내에 입금을 완료해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이 목장이 경매에 올라갈 테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제리가 저택 앞에서 중년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저 남자가 랭카스터일 터였다.

“예, 그럼…… 응?”

제리는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앤더슨? 앤더슨!”

“왜 그러십니까?”

“아니, 마부가…… 허, 이것 참!”

제리는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이런, 시간이 촉박한데! 안 되겠군요. 랭카스터 씨, 혹시 마부를 찾으면 해고라고 전해 주십쇼!”

“예?”

“그럼 다음 납기일에 뵙겠습니다!”

황당해하는 랭카스터를 뒤로 하고 제리는 스스로 마차를 몰고 목장을 떠났다.

-엌ㅋㅋㅋ 제리쉑 연기하는 거 보소 ㅋㅋㅋ

-이게 그 생활연기인가 그거냐?

-뭔가, 뭔가 얄미움!

랭카스터는 그를 바라보다가 마차가 멀어지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병신 같은! 내가 심부름꾼인 줄 알아!”

알렉스는 이내 창가에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창밖의 해가 지고 밤이 됐다.

이어 벌컥 서재의 문이 열리며 랭카스터가 씩씩거렸다.

“이대로라면 내 목장이……! 그놈의 종이만 없애면 되는데!”

그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는 제 이마를 짚었다.

“빌어먹을! 그 병신 같은 놈들. 맡긴 일도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고!”

열차 강도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떤가?”

그때 책상 아래에서 알렉스가 일어나 총구를 겨누었다. 랭카스터는 갑자기 튀어나온 그를 보며 흠칫했다.

“너, 넌!?”

“랭카스터. 아니, ‘불스아이’ 랭스턴이라고 불러야 하나.”

알렉스의 싸늘한 목소리에 랭카스터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이어드 건에서 보냈나?”

“그 반대다.”

“반대라고……?”

“그 놈들에 대해 아는 걸 말해.”

랭카스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약간은 안심한 표정이었다.

“갱단을 쫓는 쪽이었나. 그렇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래, 순순히 협조하는 편이…… 큭!”

알렉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랭카스터가 양손을 들며 다가오다가 책상을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알렉스는 방아쇠를 당겼지만 자세가 흐트러져 빗나가고 말았다.

-않이;;;

-아 ㅋㅋ 진짜 갓플 플레이 보다가 컷신 보면 답답해짐

-ㄹㅇㅋㅋ 실제 플레이랑 컷신 괴리감 뭐냐구웃!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답답함을 표출했다. 이경복이라면 이런 실수를 할 리 없었으니까.

-갓플이면 바로 책상 넘어서 잡았다

-ㄹㅇㅋㅋ 백번 양보해서 부딪혀도 총알 안 빗나감

-킹직히 플레이어 실력이랑 컷신 속 주인공 행동 패턴 연동시키면 되는 거 아님?

-갓플처럼 할 자신은 있고?

-아차차!

-아 맞네 ㅋㅋ 우리는 갓플이 아니지?

-눈높이 교육 미쳤고?

-연동되면 컷신에서 그냥 죽을 듯

-알고 보니 개발사 배려였쥬?

시청자들이 스스로 납득하는 사이 컷신 속 상황은 급변했다.

“침입자! 침입자다! 얼른 일어나!”

랭카스터가 뛰쳐나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알렉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창밖을 확인했다.

일꾼들로 위장하고 있던 총잡이들이 빠르게 저택을 포위해오고 있었다.

-헐?

-뭐야? 그냥 일꾼들이 아니네?

-오 ㅋㅋ 보디가드로 고용한 건가?

-역시 무법자답게 비겁하게 나와 버리고?

-하지만 상대는 갓플이쥬?

그것으로 컷신이 끝났다.

이경복은 장비를 점검했다.

“아, 이거 변장 때문에 총이 리볼버 하나네요.”

소지한 무기는 권총 한 자루였다. 반면 포위해오는 총잡이들은 달랐다.

-어씨;; 라이플 못 씀?

-난 당연히 2층 저격할 줄 ㅋㅋ

-근데 라이플 들고 다니는 마부는 이상하긴 하지 ㅋㅋㅋ

-저짝은 소총에다가 샷건인디

-스포) 그래도 갓플이 이긴다

이경복은 일단 서재를 빠져나왔다.

‘그래도 보스전이라 그런가? 그냥 강도들보다는 좀 낫네.’

총잡이들로부터 느껴지는 위협 수준은 이전에 처리했던 놈들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결과는 다르지 않겠지만.’

그는 신기를 통해 적들의 위치와 동선을 전부 파악하곤 그대로 계단에서 뛰어내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총잡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젠장! 한 명 당했어!”

“조심해!”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에도 이경복은 멈추지 않았다.

부엌에 들어선 그는 창문으로 들어온 총잡이와 맞닥뜨렸다.

“이익!”

놈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이경복은 의자를 걷어차 놈의 자세를 흩트렸다.

총성과 함께 찬장이 깨지며 유리가 비산했다. 이경복은 비틀거리는 놈의 머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부엌이다!”

“한 번에 덮쳐!”

나머지 놈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이경복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윽고 총잡이들이 들이닥치자 이경복의 손이 움직였다.

“끄르륵……!”

“끄악!”

나이프가 목을 가르고 총구가 불을 뿜었다. 놀란 총잡이가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뒤져!”

그러나 애꿎은 시체에만 구멍이 뚫릴 따름이었다. 이경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어, 어디……”

이에 바짝 긴장한 총잡이는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이윽고 희끄무레한 뭔가가 나타나자 그는 손가락을 당겼다.

“뭐……?”

그것은 접시였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비산하는 파편 사이로 담담한 이경복의 얼굴이 보였다.

이어지는 단발의 총성.

총잡이는 그대로 뒤로 쓰러져 협탁과 함께 넘어졌다. 그 위에 있던 촛대가 같이 떨어지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와 ㅅㅂ 찢었다

-돌아왔구나 존태식이!

-존멋이네 진짜

-서부시대 존 ㅋㅋㅋㅋ

-이게 게임? 이게 게임? 이게 게임?

-아니 ㅋㅋㅋ 왜 영화를 찍으시냐고요!

-퍼렌틴 타란티노냐곸ㅋㅋㅋㅋ

-이건 진짜 따로 떼어서 써도 되겠다 ㅋㅋㅋㅋ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자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담히 비어있는 실린더를 채웠다.

그리고 그는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는 저택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와 함께 시작되는 컷신.

“네놈은 대체 누구냐?”

랭카스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알렉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랭카스터와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턱을 들어 랭카스터를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복수.”

“완전히 미친놈이군.”

랭카스터는 얼굴을 구겼다가 이내 실실 웃음을 흘렸다.

“그래, 너처럼 미친놈도 날 찾아냈다는 건…… 하이어드 건도 날 찾아낼 수 있다는 거겠지.”

둘은 서로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불스아이는 결투에서 진 적이 없지.”

“정당한 결투는 아니지.”

알렉스의 눈이 가라앉았다.

“난 널 살려둬야 하고, 넌 날 죽일 셈이니.”

“무법자의 결투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나?”

랭카스터는 이죽이며 대답했다.

그와 함께 돌아온 통제권. 플레이어도 긴장을 늦추고 있지 않아야 했다.

랭카스터가 권총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했다.

-캬!

-반응속도 미쳤고?

-예고도 없이 시작했는데 ㅅㅂ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펙트-드로지!

-카드와의 유대를… 여기가 아닌가?

-그 듀얼이 아니잖슴ㅋㅋ

이경복이 그보다 빨랐다.

시청자들의 안도가 터져 나왔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아직 굳어 있었다.

“걸렸구나!”

랭카스터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치고 다른 손을 뻗었다. 그 소매에서 작은 권총이 튀어나왔다.

숨겨두었던 또 다른 무기.

랭카스터의 기습에도 이경복은 당하지 않았다.

“크아악!”

두 번째 총성과 함께 소형 권총이 박살나며 비산했다. 그 파편이 랭카스터의 손을 파고들어 상처를 남겼다.

-헐?

-뭐야!?

-권총이 하나 더 있어?

-이런 비겁한쉑!

-무친ㅋㅋ 이건 한 번 당해봐야 아는 거 아님?

-갓플 바로 반응하는 거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대경하면서도 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시작되는 컷신.

알렉스는 혀를 차며 쓰러진 랭카스터의 머리를 발로 눌렀다.

“이게 백발백중, ‘불스아이’의 비밀인가?”

-와씨 ㅋㅋ 이러면 명중률 100%가 될 수밖에 없지

-ㄹㅇㅋㅋ 빗나가도 다시 쏴버림

-까고 보니 넘모 치졸하고?

-진짜 ㅋㅋ 개 졸렬하쥬?

-우리 갓플 앞에서 탈탈 털렸다 이말이야

랭카스터는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저항을 포기했다.

“빌어먹을……!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이미 말했을 텐데.”

알렉스는 발을 치우고 총을 겨누었다. 랭카스터의 턱이 덜덜 떨렸다.

“하이어드 건? 젠장, 내가 말한 걸 놈들이 알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라고!”

-아~ 나와버렸죠~ 클리셰 대사

-ㄹㅇㅋㅋ 꼭 이런 놈들 있음

-웃긴 게 말 안 하면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거 ㅋㅋㅋ

-지금 살아야 걱정이라도 하는 거 아니냐고!

시청자들이 그에 답답해하는 와중이었다.

“하지만 그 개자식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날 죽이겠지. 어차피 죽을 거라면, 놈들에게 엿이라도 처먹이는 게 좋겠군.”

이어지는 랭카스터의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오? 그냥 말해주려나 봅니다?”

-엌ㅋㅋㅋ 바로 비틀기

-이건 또 신선하네

-근데 이게 맏찌 ㅋㅋㅋㅋ

-일단 분위기 상 하이어드 건에서 도망쳐 나온 듯?

-적의 적이라는 느낌인가?

이내 랭카스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있을 때는 일을 끝내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흩어졌어. 혼자 따로 움직이는 놈도 있고, 둘이나 셋씩 나누어지는 경우도 있었지.”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인가.”

“그래. 잠잠해지면 다시 모이는 거지. 하지만 흩어졌을 때는 서로 행선지를 알 수가 없어. 아예 얘기도 안 하거든.”

“그럼 어떻게 다시 모이지?”

알렉스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었다. 랭카스터는 그에 움찔하다가 말을 이었다.

“빌어먹을! 얘기해 준다니까! 젠장, 서로 위치는 몰라도 연락망이 있다. 뉴 누아르라고 들어봤나?”

“뉴 누아르? 항구도시?”

“그래. 거기 우체국이 있지. 거기서 ‘레이디 헬렌’이라는 이름으로 온 편지를 추적해봐.”

“레이디 헬렌? 그게 누구지?”

“가짜야. 갱단에서 만들어낸 인물이지. 그 편지를 쫓다보면 지금 활동하는 하이어드 건 갱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그 설명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오?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거?

-갱단이어야만 알 수 있다는 거네 ㅋㅋㅋ

-하이어드 건 쉑들 나름 머리 좀굴릴 줄 아네

-하지만 갓플이 제대로 찾아버렸고?

-그럼 다음은 뉴 누아르로 가야되나?

-항구도시면 좀 큰 도시일 듯?

-오 ㅋㅋㅋ 기대된다잉

복수를 향한 명확한 단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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