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 수취인 불명의 편지 (5)
이경복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천천히 호흡했다.
‘종류가 꽤 다양하네.’
집중과 더불어 확산된 신기가 주변 일대의 정보를 끌어모았다.
토끼나 여우 같은 작은 짐승을 잡는 올가미 덫은 물론이고 철제 톱니로 만들어진 곰 덫, 뾰족한 말뚝을 배치해둔 구덩이 등등.
어느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게 없었다.
‘어떻게 할까……’
이경복은 고민했다.
그러나 함정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이미 그 위치와 종류들을 전부 파악했으니 걸릴 이유가 없었다.
‘일단 심문하려면 잡아야 되는데.’
라이트를 생포하려면 방법은 크게 2가지였다.
도망을 못 칠 정도의 부상을 입힌 뒤에 붙잡거나 함정과 화살 세례를 뚫고 직접 올라가야 했다.
전자는 볼트액션 라이플로 쉽게 끝낼 수 있지만 후자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일단 다리 쏴서 런각부터 막자
-ㄹㅇㅋㅋ 말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님?
-아니 근데 뭐가 보여야 쏘지 ㅋㅋㅋㅋ
-갓플이면 아무튼 봄! 아무튼 맞춤!
-아 ㅋㅋ 퍼펙트-아이를 무시하지 말라구웃!
-정의구현 가즈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전자를 원했다. 다들 그녀가 악독한 하이어드 건 갱단의 일원이라고만 생각했으니 해를 가하자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다.
‘우리 편이면 상처는 없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이경복은 입장이 달랐다.
그는 시청자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로데리는 디테일이 반영되니까.’
직감으로 보아 라이트는 아군이 될 캐릭터였다. 그런데 여기서 피해를 입히게 되면 그 피해가 이후 전개에도 반영이 될 터였다.
“다치면 비협조적으로 나올지 몰라요. 일단 멀쩡하게 생포해 보겠습니다.”
때문에 그는 후자를 택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이겠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 ㅋㅋ 이 형 또 어려운 쪽으로 가네 ㅋㅋㅋ
-???: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 중독증입니다.
-???: 흥, 웃기는 소리. 이게 어렵다고? (진짜 안 어려움)
-ㄹㅇㅋㅋ 갓플한테는 안 어려워서 계속 찾는 듯
-하여간 천상계 기준이란!
시청자들은 그 결정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어려운 플레이를 선호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경복은 채팅에 미소 짓고는 권총을 들고 움직였다. 함정으로 즐비한 숲속이었지만 그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옆! 옆!
-와씨;;; 걸리는 줄
-아니 ㅋㅋㅋ 바로 옆까지 가야 보이는데 안 무섭나
-팩트) 갓플은 저게 다 보인다
-눈동자에 나이트 비전 달린듯ㅋㅋㅋ
-헐? 구덩이까지 파놨네?
-바로 발빼기 무엇?
-무.친.반.응
-함정 개 살벌하네 ㅅㅂ
그 모습에 마음을 졸이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놀라게 하는 건 함정뿐만이 아니었다.
쐑하는 파공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화살. 그것은 빽빽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에 비춰졌을 때야 반짝 모습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그러나 이경복은 그에 이미 대응 준비를 마쳤다.
-뭐임?
-헐?
-무친;;
-갑자기 왜 총 쏨?
-해치웠나?
-킹치웠나 뭐냐고 ㅋㅋㅋ
그가 갑자기 권총을 발사하자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쳤다. 총구에서 발산한 빛이 일순간 주변의 어둠을 물렸다.
그와 함께 땅바닥에 튕겨나간 화살이 굴러 떨어졌다.
-???????
-설마 총알로 화살을 맞춘 거?
-ㅔ?
-아닠ㅋㅋㅋ 미쳤냐고ㅋ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하다하다 총알패링을 하네 ㅅㅂ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이경복은 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
그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연이은 총성과 함께 또 다른 화살들이 튕겨 나갔다.
-와 ㅁㅊ 찐 소름 돋음
-소리만 듣고도 저렇게 정확하게 방향이 특정된다고?
-사플 무엇?
-무친ㅋㅋ 이게 귀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잖슴!
-ㄹㅇㅋㅋ 진짜 감각도 개쩌는데 반응속도도 찢었다.
이경복은 이어 나무 뒤로 엄폐 후 신속하게 장전을 마쳤다. 그러나 바로 다시 뛰쳐나가지 않았다.
“순순히 항복하지? 화살도 무한정 있는 건 아닐 텐데!”
그 말에 시청자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오ㅋㅋㅋ 그러네
-화살 떨어지면 아무고토 못 하쥬?
-이쪽은 총알이 아주 든든하다 이말이야
-오히려 저쪽에서 갓플을 레이드하는 게 되어버리고?
-한정된 화살로 갓플 잡기? 완전 불가능이자너 ㅋㅋㅋ
-이건 호구아이 슨배님 와도 못함 ㅋㅋ
그러나 라이트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산을 올랐다.
재차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단 한 발도 그에게 닿지 못했다.
‘거의 다 왔네.’
이내 이경복은 끝을 직감했다.
라이트의 위치가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리가 좁아졌다. 그와 더불어 화살통이 이미 비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신네들은 우리가 주술을 쓴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내 쪽에서 할 말 같네.”
라이트가 질린 표정으로 나오며 말했다. 시청자들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번역) 아 게임 ㅈ가치하네!
-최고의 칭찬 나와버리고?
-근데 ㅋㅋ 입장 바꾸면 얼탱이 터지긴 할 듯
-???: 고도로 발달된 피지컬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퍼서 P 플라크냐고 ㅋㅋㅋ
항복하듯 양손을 든 그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이경복은 그러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다가온 라이트가 벼락처럼 손을 움직였다. 허리 뒤쪽에 차고 있던 손도끼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꽤 과격한 항복이네.”
그 기습을 이경복은 간단히 대처했다. 그는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회전하는 도끼를 잡아챘다.
“뭐……?”
라이트는 그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청자들도 그녀와 비슷한 심경이었다.
-아니;; 이걸 잡아버리네 ㄷㄷ
-너무 간단하게 잡아서 순간 뭐가 문제인가 싶었다 ㅋㅋㅋㅋㅋ
-아 ㅋㅋ 이거 역재생이네
-뭔 역재생이야 ㅅㅂㅋㅋㅋ
-역재생이면 더 대단한 거 아니냨ㅋㅋㅋㅋ
이경복은 이에 의아한 듯 눈을 껌뻑였다.
“그냥 잡으면 되는데? 캐치볼 같은 거 다 해보셨잖아요?”
-ㅔ?
-갓플식 캐치볼 ㅋㅋㅋㅋㅋ
-아 ㅋㅋ 다들 어릴 때 도끼로 캐치볼 하고 그랬잖슴
-아니;;; 제가 가진 공은 도끼날이 안 달려있는데요
-퍼기만 보급 낭낭해버리고?
-야이앀ㅋㅋㅋ 바이킹도 그러지는 않겠다!
-바이킹 : 그러면 죽어요…
시청자들의 놀림에 이경복은 더 설명하려다가 웃어 넘겼다. 대신 그는 놀라 경직된 라이트를 보며 말했다.
“이제야 대화가 좀 되겠네요.”
그 의도대로 상처 하나 없이 생포에 성공했다.
* * *
이경복은 라이트를 데리고 그녀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컷신과 함께 심문이 시작됐다.
“무슨 고문을 해도 내 입을 열 수는 없을 거다.”
라이트는 여전히 반항적이었다. 알렉스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려본다고 내가 겁이라도 낼 것 같아? 연방정부의 앞잡이에게 해줄 말은 없어. 내 명예는 더럽히지 못할 거다.”
라이트의 말에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어 했다.
-갑자기 무슨 명예?
-살인청부업자한테 명옠ㅋㅋㅋㅋ
-이게 그 착한 일진 뭐 그런 거냐?
-아 ㅋㅋ 착한 일진은 빵셔틀한테 현금영수증 뽑아준다고
-ㄹㅇㅋㅋ 삥 뜯고 근로소득으로 신고도 할 듯
-정기 수금하면 사업소득으로 분류해야 되는 거 아님?
-뇌절 미쳤냐고 ㅋㅋㅋㅋ
알렉스는 굳은 표정으로 품을 뒤졌다. 그가 꺼낸 것은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배지였다.
“난 탐정이다. 연방정부와 무관하지. 그리고 이번 일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거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난 배신자가 아니야.”
라이트는 완고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몸을 바로 세우고 눈을 감았다.
“그냥 깔끔하게 죽여라. 내 복수는 동료들이 해줄 테니까.”
그녀의 말에 알렉스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복수? 복수라고?”
이를 아득 문 알렉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고작 너 하나 죽었다고 복수? 아니, 아니야.”
그 말에 라이트의 눈이 떠졌다. 달라진 알렉스의 눈빛에 그녀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게 가볍게 올릴 말이 아니지. 복수라는 건, 소중한 걸 잃은 사람만이 입에 담을 수 있는 거다.”
“그게 무슨……”
“대체 얼마나!”
알렉스는 언성을 높이며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거지!? 마을 하나를, 누군가의 이웃과 자식들을 죽여도 죄책감이 없나?!”
“마을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모른 척할 셈인가?”
알렉스는 그가 겪은 일을 설명했다. 정겹게 이야기했던 이웃이 하루아침에 불타버린 시체가 되어 땅에 묻혔고, 살아왔던 터전은 잿더미가 됐다.
“그리고 내 아들, 내 아들은……”
알렉스는 곱게 접어두었던 사진을 찾았다. 이걸 보여 주면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그 전에 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그럴, 그럴 리가 없어. 하이어드 건은 자유를 위해 싸운다. 내 동료들은 자유의 투사라고……!”
“…뭐라고?”
알렉스는 물론 이경복과 시청자도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게 뭔 개소리야!?
-아니 찐으로 모르는 표정 같은데?
-살인청부업자가 자유의 투사?
-상상도 못한 설정 ㄴㅇㄱ!
라이트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이어드 건은 썩어빠진 자본가들과 정치인들만을 노린다. 마을을 습격할 이유가 없어. 내가 직접 봤다고……! 그들은 우리 부족의 성지를 지켜줬어!”
“성지라고?”
“그래. 그 빌어먹을 철도회사가 철로를 놓겠다고 우리 부족을 내쫓았지. 얼마 되지도 않은 위로금을 내밀고, 그 뒤에서는 총을 겨누면서 서명을 강요했어.”
그녀가 눈을 부라리며 말을 이었다.
“모두가 포기했지.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그 두꺼운 낯짝에 화살을 박고, 도끼로 목을 쳐내면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그들이 손을 썼지.”
라이트는 철도회사에 잠입해 사장과 간부들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실행을 옮겼지만 먼저 온 이들이 있었다.
“보스는 내 결정을 지지했어. 이런 돼지들은 도축하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했지. 다 같이, 함께하면 더 쉬울 거라고.”
“…그래서 갱단에 들어갔다?”
“그래! 자유를 위해서! 때가 되면 내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했지. 그런데 고작 금괴 때문에 마을 하나를 전부 불태워? 그럴 리가 없어!”
말하면서 믿음을 되찾았는지 라이트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 내용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라이트는 마을 습격에 무관한 신입 멤버네요.”
-랭카스터는 습격 이전에 옛날 멤버였고 라이트는 습격 이후에 들어온 거네
-갱단이 뭔지도 모르고 들어간 거?
-보스한테 낚인 듯 ㅋㅋㅋ
-왠지 문제 생기면 죄 뒤집어씌우는 데 쓸 거 같다 ㅋㅋㅋ
-ㄹㅇㅋㅋ 조폭영화 같은데 보면 나오는 말단 같은 느낌
알렉스는 그녀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상황을 파악했는지 사진을 다시 집어넣었다.
마을 습격에 대해 모른다면 보여줘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였다.
“자유의 투사? 완전히 속아 넘어가버렸군. 놈들은 살인 청부업자다.”
“말도 안 되는……”
“놈들이 아무런 이득 없이 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내가 말한 금괴는 놈들이 시체를 쌓아올려 벌은 거다. 철도회사의 간부들을 죽인 것도 경쟁 회사의 청부겠지.”
“아니, 아니야. 우리는 세상을 바꿀 거다. 모두에게 자유를 되찾아 줄 거야!”
라이트는 다시금 그 말을 부정했다. 이어 화면이 흑백으로 변했다.
“아, 처분을 결정하는 거네요.”
랭카스터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선택지 역시 3가지였다.
해방과 체포, 그리고 처형.
-아 이건 또 애매하네…
-이번에도 직접적인 복수 대상은 아님
-아직 챕터 2라서 그런 듯?
-그냥 쓱싹?
-근데 죽이면 의미가 없잖슴?
-추적하려면 정보 뽑아내야지 ㅋㅋ
-죽이기는 그렇고 일단 체포해서 사무소에 맡겨야 할 듯?
시청자들의 의견은 체포 쪽으로 기울었다. 이경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보면 아군이 될 것 같긴 하네.’
얘기를 들어보니 갱단의 일원으로 활동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랭카스터처럼 처벌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일단 갱단 정보부터 구해야 되니까요. 체포로 가겠습니다.”
이경복이 체포를 선택하자 알렉스는 혀를 찼다.
“과연 그 실체를 알고도 그렇게 말할지 궁금하군.”
그는 라이트를 단단히 결박한 뒤 사무실을 나섰다.
* * *
이경복은 배편을 통해 다시 뉴 누아르로 돌아왔다.
“뭔가 좀 어수선하네요?”
떠날 때와 달리 사람들의 표정이 달랐다. 이상하게도 도로 곳곳에는 꽃이 놓여 있었다.
-뭐지?
-섬에 간 사이에 뭐가 있었나?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말이야.
시청자들 역시 의아해했다.
이경복은 일단 곧바로 라이트를 사무소로 데려갔다.
“오오!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관리인은 그의 복귀를 반겼지만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허둥지둥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무슨 일 정도가 아닙니다! 보안청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가 소리 높여 대답했다.
-뭐지? 보안청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건가?
-아 ㅋㅋ 갓플이 잠입하면서 이미 뒤집혀 있었자너
-180도로 2번 뒤집힌 거냐고 ㅋㅋㅋㅋㅋ
-설마 보안청 또 침입 당함?
-보안청(보안이 취약함)
시청자들은 그에 가볍게 웃었지만 관리인의 표정이 무척이나 심각했다.
“뒤집히다니요?”
“섬에 가신 사이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보안관들이 명을 달리했어요. 덕분에 지금 도시 전체가 난리가 났죠.”
그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눈이 크게 뜨였다.
“보안관들이요?”
-아니;;; 진짜 난리 났나 본데?
-도시 한 복판에서 보안관들이 죽었다고?
-스케일이 좀 큰디 ㄷㄷ
관리인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놈들입니다. 하이어드 건 갱단원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이어드 건이?!”
“예. 우체국을 감시하던 보안관들과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그 설명에 시청자들은 탄식했다.
-아 놈들도 편지 확인하러 온 거였네
-하필이면 갓플 없을 때 오냐 ㅅㅂ
-갓플 있었으면 바로 제압 쌉가능인데
-넘모 아쉽고 ㅠ
그때 불쑥 라이트가 끼어들었다.
“앞잡이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졌군.”
그 말에 관리인이 눈을 치켜떴다.
“무법자답게 아주 끔찍한 생각이군! 사람들이 죽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나!? 아니,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겠지! 아무런 상관없는 시민들마저 그렇게 처참하게 죽였으니!”
그가 거칠게 쏘아붙이자 라이트는 물론 이경복도 놀랐다.
“시민들이요?”
“시민이라니……?”
관리인은 이에 주먹을 부르르 떨다가 이경복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놈들은 포위당하자 우체국에서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직원들을 총알받이 삼아서 도망쳤죠. 도주 중에는 보안관들을 방해하려고 거리의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쏴버렸습니다.”
“아… 그래서 꽃이……”
이경복은 탄식했다.
왜 도시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는지, 도로 곳곳에 꽃이 놓여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 심지어 희생자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들입니다.”
-헐? 무친;;
-와 ㅅㅂ 애들까지?
-아 정의구현 마렵네
-재판 갈 것도 없이 즉결처형 갑시다!
-우리 갓플이 심판해줄 거다 이말이야
시청자들도 이에 불쾌함을 내비쳤다. 그 사이 관리인이 라이트에게 삿대질을 했다.
“법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게 좋을 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도시의 모든 이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했을 테니까.”
억눌린 음성에서 오히려 그 분노가 생생하게 묻어나왔다.
-와 맞네
-ㄹㅇㅋㅋ 법이 있어서 살았네
-사람들이 법을 지켜서 무법자가 안 죽음
-겁나 아이러니 하네 ㅋㅋㅋ
라이트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럴 리가… 우리, 우리는 학살자가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건 자유인데……”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 도시 전체가 당신을 속이는 게 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이경복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라이트는 이경복을 돌아보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
“내가 바라던 건, 이런 게 아니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흔들렸던 눈동자는 어느새 또렷해졌다.
“…협력하지. 아는 걸 전부 말하겠어.”
그녀의 말에 관리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오 ㅋㅋ 바로 지놈킥?
-조직의 실체를 알고 배신자가 되어버리기
-아 ㅋㅋ 이거 클리셰자너
-역시 네이티브는 아군이라니깐!
-네이티브였던 거부터 떡밥이었쥬?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사이 라이트는 뒷말을 붙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이경복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당신과 같이 간다.”
그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보스를 직접 만나야겠어.”
이경복은 이에 웃음 지었다.
‘이런 식이었네.’
그의 직감이 또 한 번 옳았다.
반면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요동쳤다.
-엌ㅋㅋ 임시 동맹?
-???: 쳇, 이번만 임시 동맹이다
-???: 5252, 난 널 용서하지 않았다구웃!
-아니 ㅋㅋㅋ 클리셰가 또 바로 나오네
-???: 너! 내 동료가 되라!
-WA! 암살캐!
-복수자들? 어 이거?
-로데리 어쎔블!
-캡틴 웨스턴 뭐냐고 ㅋㅋㅋ
그들에게는 예상 밖의 전개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