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 불여락천재(不如樂天才) (1)
던 라이트는 협조 의사를 밝혔지만 결박은 풀리지 않았다.
“얘기를 듣고 결정하지.”
컷신의 시작과 함께 알렉스가 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을 순순히 믿을 정도로 알레스와 관리인은 순진하지 않았다.
이에 라이트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신에게는 말했지만, 나는 그들과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리 많은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관리인은 어처구니 없어했지만 알렉스의 제지에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들은 게 있지.”
“그게 뭐지?”
“하이어드 건의 다음 목표.”
그 말과 함께 알렉스와 관리인의 눈빛이 바뀌었다.
-오 ㅋㅋㅋ 이거지
-그르네! 다시 합류할 때는 뭔가 일 벌일 때니까
-아주 고급 정보였고?
시청자들 역시 기대했다.
두 사람의 태도가 바뀌자 라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스가 그랬어. 빈손으로는 투쟁할 수 없으니까 자금 확보가 필수라고. 준비가 끝나면 편지를 보낼 테니 기다리라고.”
“자금?”
“대체 뭘 꾸미는 거지?”
그들이 다그치자 라이트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녀는 눈을 굴리다가 이내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골드러시의 중심지, 리치힐즈.”
라이트의 말과 함께 눈이 커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거기서 돼지들의 목을 쳐내고, 착취당하는 광부들에게 금을 나눠줄 거라고 했어. 일부는 우리가 가지고.”
“맙소사!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 없군!”
관리인은 그 말에 머리를 내저었다.
“광촌의 주인을 죽인다고 그 권리가 광부들에게 돌아간다고? 아니, 그 권리는 은행에게 돌아갈 뿐이야! 오히려 광부들도 공범으로 몰릴 수도……!”
“그 말, 확실한가?”
알렉스는 황당해하는 관리인을 뒤로 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라이트는 관리인의 격정적인 반응에 당황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갱단이 편지를 확인하러 왔다는 건 놈들의 계획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일 거야. 조만간 리치힐즈에서 일이 벌어지겠지.”
알렉스의 말에 관리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이런, 맞습니다! 얼른 지원을 상부에 요청해야 해요!”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알렉스는 그리 말하며 라이트의 결박을 풀었다. 관리인이 그에 눈을 부릅떴다.
“아니……!”
“괜찮습니다. 협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질로 가치가 있을 겁니다.”
“만약…… 당신들 말대로 그들이 학살자에 불과하다면 대가를 치러야 될 거야.”
라이트는 손목을 주무르며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 관리인은 입을 어물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알겠습니다. 알렉스 요원, 당신의 실력이라면 믿을 만하죠. 저는 최대한 빨리 상부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리치힐즈에서 기다리죠.”
“예, 행운을 빌겠습니다.”
알렉스는 라이트와 함께 사무소를 나섰다. 그들을 바라보던 관리인은 신속히 편지를 써내려갔다.
화면은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지 옆에 있는 검은 잉크로 서서히 잠겨 들어갔다.
[Chapter 2 – Lady Helen]
[End]
이윽고 검은 액체 위로 떠오른 문구가 챕터 2의 끝을 알렸다.
-캬 ㅋㅋㅋ 좋고좋고
-다음 챕터는 광산인 거신가!
-이제야 본격적인 느낌적인 느낌
-하이어드 건 쉑들 복수각 날카롭쥬?
-일망타진 가즈앗!
그와 함께 시청자들은 흡족함을 표했다. 이경복 역시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이번 챕터도 정말 푹 빠져서 플레이했네요. 특히나 로데리의 자유도를 제대로 맛 본 챕터가 아닌가 싶어요.”
-진짜 ㅋㅋㅋ 현상범 변장은 상상도 못함
-영국산 행운의 편지가 더 웃겼음ㅋㅋㅋ
-아주 씽크빅했다 이말이야
-이 형도 알고 보면 아주 장난꾸러기임ㅋㅋㅋ
-이런 개구쟁이 뇨속
-근데 장난 뒷수습은 장난이 아님 ㅋㅋㅋ
-ㄹㅇㅋㅋ 퍼펙트하게 마무리 지어버렸자너
이경복의 멘트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가 손뼉을 치자 웃음은 눈물로 바뀌었다.
“자,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저는 내일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 ㅠ 역시나 방종각이었고 ㅠ
-방종 습관, 이거 고쳐야 됩니다!
-이러다가 계속 하루에 한 번 방종하겠어!
-자유도 쩐다며! 내 방송 볼 자유는 어디 갔냐고!
-그직도 아립읍니다ㅠㅠㅠ
-내일도 그립읍니다ㅠ
아쉬움의 눈물 이모티콘이 가득한 채팅창, 이경복은 반대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트바!”
* * *
다음 날, 이른 오전.
평소대로 운동을 마친 이경복은 말끔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음?”
벗어둔 스마트 링크에 알림 표시가 떠있었다. 톡이 아니라 문자였다.
그는 그 내용을 확인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아, 정산일이구나!’
[QOOGLE ASIA PACIFIC]
[입금 – 30,412.5$]
[환전 금액 – 39,876,544 원]
[TRY INTERNATIONAL]
[입금 – 35,714.6$]
[환전 금액 – 46,828,601 원]
2번째 달 방송 활동에 대한 정산금이 입금됐다.
‘와, 한 달 만에 2배가 좀 안 되게 늘어났네.’
첫 달 정산금이 약 5천만 원이었다. 이번 달에는 정산금이 약 9천만 원에 달했다.
‘데머크랑 미친스머프 준비만 했는데 이 정도라니.’
첫 달과 달리 플레이한 게임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수익금은 오히려 배로 늘어났다.
이에 흡족해하던 이경복은 다시금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아직 문자가 끝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 다른 항목이 또 있었다.
[QOOGLE ASIA PACIFIC]
[입금 – 112,471.2$]
[환전 금액 – 147,471,031 원]
큐글에서 별도로 입금된 금액이 있었다. 그것도 액수의 자릿수가 달랐다.
“억……”
이경복은 탄사인지 자릿수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약 1.5억에 해당하는 금액.
당연히 큐글에서 실수를 한 건 아니었다. 이경복은 그 출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멤버십 가입자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바로 큐튜브 멤버십으로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최병훈에게 듣기로 그 정산 비율은 7:3이었다.
‘주호가 저번에 가입자가 1만이 넘었다더니, 그보다 많잖아?’
데몬 머스트 크라이의 더빙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멤버십. 그 가입자 숫자는 미친 스머프 대회의 진행과 함께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한 달에 2억이 넘다니……’
첫 달에도 그랬지만 더욱 그 금액이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이내 마른 침을 삼켰다.
‘…하나가 더 있어?’
놀랍게도 문자가 더 이어졌다.
그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CAP Company. Ltd.]
[입금 – 271,404.9$]
[환전 금액 – 355,863,193 원]
이경복은 그 숫자를 보고 그대로 눈만 깜빡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자릿수가?’
몇 번을 다시 봐도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앞서 보았던 입금 내역과 같은 자릿수, 그런데 맨 앞자리 숫자가 달랐다.
“3억, 5천?”
조금 전의 충격을 완전히 뒤엎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이런 거액이 어디서 들어온 것일까.
입급자 이름으로 보아 떠오르는 건 한 가지였다.
“DLC가 이렇게 많이 팔렸다고?”
데몬 머스트 크라이 출시와 함께 내놓은 ‘퍼펙트 보이스 팩’, 파격적인 비율인 9:1 비율로 체결한 계약.
그 정산금액이었다.
‘판매량이 대충…… 7만이 넘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계약상 예약구매와 같이 동봉된 보이스 팩은 정산이 되지 않았다. 즉, 그와 별개로 보이스 팩을 구매한 사람들이 7만 명이 넘었다는 의미였다.
‘만약 예구까지 같이 정산하는 조건이었으면……?’
예약구매량이 세계적으로 300만 장이 넘었다고 뉴스에 나왔었다. 그 모두 정산이 됐다면 상상하기 힘든 거액이 들어왔을 터였다.
하지만 이경복은 이내 실소를 흘렸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정산비가 또 달라졌겠지.’
개발사도 바보는 아니다.
예약구매까지 정산하는 조건이라면 정산 비율을 9:1로 맞추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욕심을 부리다가 개발사와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았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지금 번 돈만 해도 엄청난데.’
이경복은 깊이 호흡했다.
지금 입금 내역을 총합하면 약 6억에 해당하는 금액이 들어왔다.
‘비용을 제한다고 해도 1억까지는 안 갈 거 아냐?’
직원들 월급과 인센티브, 그 외 기타 비용.
자세한 건 계산해봐야겠지만 아무리 많아도 1억은 되지 않을 터였다. 다시 말해 순수 이경복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한 달 만에 5억……!”
이경복은 주먹을 굳게 쥐었다. 입에 담은 숫자에 짜릿함이 느껴졌다.
첫 달 수익에도 놀랐지만 이번 달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라면 이룰 수 없는 성과야.’
스트리머 퍼플의 방송은 그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최병훈과 박주호가 없었다면 큐튜브 멤버십을 시작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조대한이 번역왜건으로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해외 시청자들에게 미친스머프 대회를 알려준 것도 그가 아니었나.
‘돈보다 얻기 힘든 게 좋은 사람들이지.’
어디 그들뿐인가? 미친스머프 대회를 같이 했던 퍼지데이 멤버들도 있지 않나.
이경복은 새삼 곁에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감사는 확실히 전해야겠지.’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던 와중 이경복은 이번 달 수익의 1등 공신, 고품질의 보이스 팩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을 생각했다.
‘지금은 일본에 있다고 했나?’
* * *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윤나라는 느껴지는 진동에 슬쩍 눈을 내렸다.
[P> 좋은 엔지니어님 소개시켜줘서 고마워]
[P> 콘서트 투어 때문에 바쁘겠네]
[P> 열심히 해!]
거의 한 달 만에 온 연락이었다. 그녀는 내용만 확인하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나라야, 듣고 있니?”
“아, 네. 대표님.”
윤나라는 자세를 바로하고 눈앞의 여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스위티즈의 소속사 대표, 장다예였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야. 리더인 네가 흔들리면 안 되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장다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물었다.
“연애하는 거 아니지?”
“…네?”
윤나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다예는 말 대신 눈짓으로 스마트 링크를 가리켰다.
“아니, 절대 아니에요. 그냥 게임하면서 알게 된, 도와준 사람이에요.”
“믿을 만한 친구인 건 확실하고?”
“네.”
그녀의 대답에도 장다예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나라야,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너는 아이돌이야. 그게, 네가 바라던 거잖니.”
“네, 잊지 않고 있어요.”
윤나라는 의심을 지우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저희 멤버, 그리고 제 팬들 덕분이에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그래. 내가 너무 오래 붙든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장다예는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윤나라를 돌려보낸 뒤, 그녀는 생각에 빠졌다.
‘일 말고는 모르던 애가 약속을 잡고, 외부인에게 스튜디오까지 예약해 줬단 말이지……’
가느다란 손가락이 소파를 가볍게 두드렸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표로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트리머 퍼플.’
그녀는 음향 스튜디오 엔지니어에게 따로 이야기를 들었다. 엔지니어는 마치 홀린 것처럼 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당장 연예계에 나와도 충분할 재목이라……’
장다예는 스마트 링크로 큐튜브 페이지를 불러왔다.
[퍼펙트플레이]
[구독자 167.3만 명]
장다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170만 명을 향해 가는 구독자 숫자도 놀라웠지만.
‘고작 3개월 차에 이렇게 사람을 모을 수 있다니.’
연예기획사 대표로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성과였다.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빈손으로 일구어낸 결과가 아닌가.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도 방송에 자주 나오니까.’
연예기획사라 하여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만 상대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방송이 부담스러우면 광고 쪽으로 연계해도 될 테고.’
미디어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연예인들도 개인 방송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 그녀 역시 기획사 대표로서 시야를 넓혀야 했다.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재능, 그거면 충분해.’
스트리머 퍼플.
이경복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후보에 올려 둘 만했다.
* * *
이른 오후.
조대한은 취미인 번역왜건으로서의 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잠임 방법으로 변장과 현상범을 합쳐서 뿜었다www. 바로 PPAP가 생각나버린www]
[에에-? 간수 씨 너무 속 보이잖아? ‘증거품’이라니! 그렇게 욕심을 부리니까 당해버릴 수밖에(웃음)]
[퍼플의 로프 액션은 인류의 레벨이 아니잖아! 보고 있자니 나도 묶이고 싶어졌달까? 아니아니, 나는 M은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지!]
[아파! 아파! 호송차에서 퍼플의 자세, 따라하려했지만 실패해버렸습니다. 아니, 이거 초-어렵잖아www 근육이 ‘살려줘’라고 외쳤다고www 그런데 사격까지 하라니 절대! 절대 무리라고!]
그가 살펴보는 건 일본 쪽이었다. 북미 쪽은 이미 어제 전부 훑어둔 터였다.
[에-? 생선을 싫어해? 서부 시대에 스시가 있었더라면 생각이 달랐을 텐데www 서부인들 불쌍해www]
[아아, 고작 3명이서 놀림인가? 어이어이, 장난이지? 그 정도로 이지메라고 할 셈이냐고! 락앤롤 녀석들, 상상력 미달이잖아 이거!]
[정의의 사도! 속사의 탐정 퍼플 왔다아아아! (ノ☉∀☉)ノ!!!]
[어라? 누님이 갱단의 일원? 정말이냐고…! 응원하고 있었는데 배신당해버렸다! 용서 할 수 없다고!]
[아니, 아니. 잠깐 잠깐! 라이트 씨, 숲의 동물을 전부 잡을 셈이야? 함정 너무 많잖아 이거www아무리 난이도가 초인이라고 해도 엄청나버린wwww]
[눈을 의심해버렸다. 하지만 잘못된 건 제 눈이었습니다. 그래도 총알로 화살 패링이라니?!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Д゚;)]
조대한은 코멘트를 보면서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부리나케 일어났다.
“으아, 늦겠네!”
팀 퍼펙트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전 최병훈의 사례가 있던 바 조대한은 절대로 지각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첫 도착을 노렸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자신 있게 회의장소인 스터디 룸에 입성했다.
“아, 일찍 오셨네요.”
들려오는 음성에 그는 실패임을 깨달았다. 박주호가 먼저 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조대한은 힘찬 목소리로 인사하고 바로 그를 도와 세팅 준비를 했다.
박주호는 이에 감사하면서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회사 막내라고 일찍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정관리는 엄연히 매니저의 업무고, 회의 준비는 그 일환이니까요.”
조대한이 일찍 오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됐다. 그 의도야 고맙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각자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게 사익을 위한 거예요.”
“넵. 알겠습니다.”
조대한은 이에 바로 동의하면서도 슬쩍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 하고 싶어서 오는 거면 괜찮죠?”
“그건…… 제가 막을 수는 없죠.”
박주호는 그 물음에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예정된 회의시각이 다가올 즈음 다음 멤버가 도착했다.
“이야, 두 사람 다 부지런하구만. 오? 내가 경복이보다 빨리 왔네?”
최병훈이 들어오면서 넉살 좋은 웃음을 흘렸다. 매드맨을 보조편집자로 쓰면서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아니, 뭐야?”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경복이 세 사람을 보며 웃었다.
“매번 다들 빨리 오네. 이럴 거면 그냥 약속 시간을 앞당기는 게 낫지 않아?”
“그러면 그보다 더 일찍 오게 될 뿐이지.”
박주호의 대답에 다들 동의하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내 이경복은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세 사람 앞에 홀로그램 문서가 떠올랐다.
“뭐지?”
“엥? 식기세척기?”
“사장님? 이건……?”
문서의 정체는 식기세척기 배송주문서였다.
세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조대한을 제외한 둘은 바로 눈치챘다.
“설마 또?”
“아니. 야, 저번에 로봇청소기 줬잖아?”
“야야, 그래도 이번에는 영수증 챙겼다. 됐지?”
이경복은 그 반응에 웃으며 박주호에가 다른 문서를 전송했다.
조대한은 이에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저, 갑자기 식기세척기는 왜?”
“아, 맞네. 대한 씨는 모르지. 이게 정산일만 되면 우리 사장님께서 아주 너그럽게도 선물을 주시거든요.”
“선물이요?”
놀라는 그에게 이경복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고마워서 주는 거예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거로 바꿔도 됩니다. 아, 근데 안 받으면 안 돼요. 무조건 받아야 되는 게 사칙이에요.”
“그런 사칙은 없었잖아.”
“지금 만들었지. 내가 사장이잖아?”
이경복이 너스레를 떨자 박주호는 한숨을, 최병훈은 웃음을 흘렸다.
‘월급도 괜찮은데 매달 선물까지 주신다고?’
조대한은 눈을 빛냈다.
이보다 완벽한 직장이 있을까?
그가 새삼 속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와중이었다.
“교환이나 이런 건 일단 회의 끝나고 이야기하지. 이번 영상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멤버십 구독자 느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박주호가 회의를 바로 시작했다. 조대한은 정신을 차리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놀라워하면서 칭찬일색이에요. 매번 그렇지만 역시나 최고입니다!”
이에 다들 미소 짓는 찰나 조대한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근데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특이사항이요?”
세 사람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문제될 건 아닌 것 같긴 한데요. 일본 커뮤 쪽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건데, 락앤롤 일본 지사도 광고 방송을 맡겼더라고요.”
“일본 스트리머한테?”
“그러고 보니, 미팅에서 ‘아시아’권이라고 이야기를 했었지.”
박주호가 바로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서부개척시대에 친숙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었다.
“그게 왜요?”
이경복이 다시 주의를 조대한 쪽으로 돌렸다.
“그, 이게 또 알게 모르게 한일 양쪽 광고 방송에 대해 비교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얽히면 생기는 현상이었다.
“아마 오늘 방송 때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른 나라한테는 뒤처지더라도.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는 게 한국 정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