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 골드 러시 (2)
이경복은 라이트와 함께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정확한 방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광산회사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용병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뭔가 광산회사 쪽 일일 것 같드라니
-용병쉑들 뭔짓을 저지른 겨?
-엥? 보안관도 있는디?
-이번에는 안 자고 있네 ㅋㅋㅋ
-아 ㅋㅋ 밤에 깨어 있다가 낮에 잔다니깐!
용병들 사이에는 보안관도 있었다. 그는 이내 이경복 쪽을 돌아보더니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어, 아니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당연히 총 소리가 들려서 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경복의 대답에 보안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이것 참, 손님들 숙면에 방해가 된 모양이군요.”
벽처럼 서 있는 용병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병들이 한 걸음 물러나자 오스왈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광부가 있었다.
-?????
-헐?
-아니;;; 진짜 살인사건이었냐고!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물음표와 느낌표로 범벅이 된 채팅창과 달리 이경복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직 살아 있네요.”
호흡에 따라 들썩이는 어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광부의 다리 쪽이 보였다.
총상은 허벅지에 나 있었다.
“끄으윽……”
오스왈드는 싱긋 웃으며 광부를 툭툭 찼다. 그에 광부가 몸을 떨며 신음을 흘렸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말입니다. 정말 피곤하다니까요.”
그가 손짓하자 용병들이 우악스럽게 광부의 머리채를 잡았다. 번쩍 들리며 드러난 가슴팍에는 광부가 필사적으로 감싸고 있는 금괴가 드러났다.
-아…… 광부가 도둑질한 거?
-이러면 쉴드 불가인디 ㅎㄷㄷ
-그래도 총을 쏘는 건 쵸큼;;
-저 시대에는 살려둔 게 용한 거 아님?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오스왈드의 설명 역시 그와 같았다.
“보시다시피 도둑놈을 잡기 위해 부득이 총을 쏘게 됐습니다. 이제 해결됐으니 다시 돌아가시지요.”
“아니야……”
그때 광부가 힘겹게 목소리를 끌어냈다.
“훔친 게 아니야…! 이건, 이건 내가 받아야 할 몫이라고! 돈을, 돈을 안 주니…… 꺽!”
절규하듯 외치던 그의 말은 덜컥 멈추었다. 용병이 바로 그의 멱줄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이내 금괴를 빼앗은 용병들이 광부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무슨……!”
“자, 자자! 잠시만요!”
라이트가 이에 나서려하자 보안관이 다급히 그녀 앞을 막아섰다.
-?????
-아니;; 지금 누굴 막는겨?
-와씨 ㅋㅋㅋ 이거 전부다 한 패네
-보안관쉑 ㅋㅋ 눈치보는 거 보소
-근데 킹직히 여기서 오스왈드 눈 밖에 나면 엿될 것 같긴 함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공권력이 의미가 없는 마을이네
-오스왈드가 영주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대번에 권력관계를 파악했다. 리치힐즈는 오스왈드의 손아귀에 있었다.
“보스가 전부 틀린 건 아니었어. 광부들을 착취하고 있잖아?”
라이트가 이경복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이에 오스왈드가 손을 들었다.
용병들은 구타를 멈추었지만 광부는 이미 시퍼런 멍과 함께 실신한 상태였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해?”
“제 광부들은 돈을 ‘못’ 받은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유예’를 한 것이지요.”
이내 그는 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금괴 들고 있던 용병이 그 손 위에 공손히 금괴를 올렸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금이라는 것은 값이 유동적입니다. 그러니 이익을 높이려면 그 금값이 높을 때 판매를 해야 하지요. 그래야만 광부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회사 운용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이내 실신한 광부를 내려 보며 혀를 찼다.
“하지만 이처럼, 참을성이 없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곤 하죠. 탐정님께서는 이 금괴의 값이 도둑놈이 받아야 할 몫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오스왈드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기생충의 가치는 금괴와 같지 않아요!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제 가치보다 더 월등한 금괴를 훔쳐 달아나려 하다니?”
이내 이어진 말에 이경복은 그가 왜 악역인지 절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를 위해 기여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에게 쏜 총알 하나의 가격을 생각해보세요!”
그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친 사고방식 ㅎㄷㄷ
-총알 하나까지 계산하네 ㅅㅂㅋㅋㅋㅋ
-드립이 아니라 찐 블랙기업이네
-어질어질하다 그쟈?
-얼른 죽창 가져와!
정색한 이경복은 보안관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런 식으로 해결해도 됩니까?”
그에 보안관은 오스왈드의 눈치를 보며 어물쩍거렸다.
“어…… 그, 도둑질을 한 건 사실이니까요.”
“임금체불은?”
“아니, 그, 광부와 회사의 문제에 보안관 관할이 아니라서……”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탄식했다.
-완전 허수아비네 진짜 ㅋㅋ
-이런 인간도 보안관이라고 ㅅㅂㅋㅋㅋ
-서부시대 감성 너무 빡치고?
-근데 의외로 관할 아니라는 말은 또 공감이 가버리고?
-낯선 서부에서 느껴지는 한국 공무원의 감성ㅋㅋㅋㅋ
-어허! 눈치챙겨!
-야잌ㅋㅋ 이거 숙제야 숙제!
-퍼펙트-릴랙스 하라 이말이야
이경복은 불쾌했지만 이내 보안관에서 다시 눈을 돌렸다.
“후, 알겠습니다. 일단 부상이 심하니 치료부터 하죠.”
그는 광부를 먼저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용병들이 다시금 광부를 에워쌌다.
이겨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이게 뭔가 싶었는데.
“치료에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오스왈드가 입을 열었다.
“제 회사에 소속된 광부라면 응당 치료를 할 겁니다. 하지만 도둑질을 한 시점부터 이 범법자는 저희 회사의 ‘자산’이 아닙니다.”
“……자산이라고?”
라이트는 그 단어 선택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스왈드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치료야 자유지만 현재 마을 내 의약품은 모두 제 회사의 소유인지라. 비용은 어느 분이 감당하시는 것인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설명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와 ㅋㅋ 이거 진짜 돈미새네
-극혐포인트 완전 잘 잡네 ㅋㅋ
-이거 그냥 치료 안 시키고 죽여서 분쟁거리 없애려는 거 아님?
-오? 그럴 수도?
-어느 쪽이든 회사는 손해 없을 듯
-여러 의미로 락앤롤이 잘 만들긴 했다 ㅅㅂ
이경복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려는 찰나였다.
조금 더 날이 선 위협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빌어먹을 놈! 어디 있어?!”
그와 함께 들려오는 고함에 모두의 눈이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처음 기절했던 거구의 용병이 있었다. 그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경복 쪽으로 다가왔다.
“너 이 새끼……!”
“오, 이거 잘됐습니다.”
오스왈드의 목소리에 다시금 시선이 돌아갔다.
“안 그래도 두 분을 수고스럽게 나오게 한 저 친구 처분도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건 어떨까요?”
그는 입꼬리를 비틀며 용병과 이경복을 번갈아 보았다.
“두 사람이 결투를 벌여서 이기는 쪽의 요구를 들어주겠습니다. 물론 보안관의 참관으로 이루어지는 결투이니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말이죠. 두 사람 모두 충분히 가능한 실력 아니십니까?”
그 제안에 채팅창이 다시금 요동쳤다.
-이거 이거 갈통 굴리는 거 보소 ㅋㅋㅋ
-전부 다 한 패거리임! 무적권 반칙씀!
-ㄹㅇㅋㅋ 바로 다른 용병들도 총 꺼내는 거 아님?
-괜히 휘말리지 말고 그냥 돈 주고 치료하는 게?
-아니 근데 그건 또 빡치자너
-그냥 다 죽여버리죠?
-바로 학살 나와버리고 ㅋㅋㅋ
-진짜 갱단 습격만 아니면 진짜 다 쓸어버렸다
시청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경복은 잠시 고민했다.
“상황상 다 처리하는 건 좀 어렵습니다. 용병들이야 처리한다 해도 보안관이랑 광부들까지 전부 없애야 목격자가 없어지니까요.”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 죽여버리면 성향이 완전 뒤집어질 것 같아요.”
능력이야 되지만 지금까지 한 플레이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에 그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해볼게요.”
행동은 바로 뒤따랐다.
이경복은 리볼버를 뽑아 신속하게 발사했다. 연이은 총성에 놀란 용병들이 황급히 제 총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총도 못 뽑는데 결투가 성립이 되겠습니까?”
이경복은 당황하는 용병들을 쓱 둘러보고 오스왈드에게 말했다. 경악한 오스왈드의 표정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터트렸다.
-와 ㅋㅋㅋㅋ 순간 다 죽이는 줄
-속사로 권총 홀스터에서 뽑기?
-진짜 개멋있다 ㅅㅂ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 ㅋㅋ 총이 없는데 어케 건파이트를 하냐고
-그 와중에 보안관 총만 안 쐈는데 폐급이라 반응도 못함ㅋㅋㅋ
용병들의 총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경복이 홀스터에 꽂혀있던 권총을 적중시켜 뽑아내는 묘기를 선보인 덕이었다.
뒤늦게 권총을 찾은 용병들은 질겁한 표정으로 오스왈드의 눈치를 살폈다.
오스왈드는 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입가에 생긴 경련과 떨리는 광대뼈는 숨길 수 없었다.
“이렇게 놀라운 실력이실 줄이야. 원하시는 대로 의약품은 제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시청자들은.
-아 ㅋㅋ 분위기 곱창내지 말고 웃으라고
-팍씨! 갓플 건법 맛 좀 볼래?
-처신 잘하라고 ㅋㅋㅋ
-역시 비용 계산 하나는 확실히 하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여기서 개기면 다죽자너
-퍼펙트 블랙기업한테는 못 당하지 ㅋㅋㅋ
오스왈드와 달리 진심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 * *
기절한 광부는 라이트가 짊어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화면이 전환되며 컷신이 시작됐다.
까맣던 밤하늘에 푸른 기가 감돌았다. 시간이 흘러 새벽녘이 된 것이라.
“우으으……”
일렁이는 등불 아래 광부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구타로 부어버린 눈두덩이가 힘겹게 움직였다.
“여, 여기는……”
“괜찮습니까?”
알렉스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광부는 눈물을 흘렸다.
감격과 더불어 서러움이 배어나왔다.
“처음 올 때만 해도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주는 약까지 먹으면서 밤낮없이 일했는데 남은 건 상처뿐이라니……”
“약이라니? 무슨 약?”
라이트가 이에 되묻자 광부는 흐느끼듯 말했다.
“강장제라면서 준 약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좋았어요. 그걸 먹으면 잠도 잘 안 오고 피로도 못 느꼈죠. 덕분에 금을, 그 많은 금을 파냈습니다.”
그가 덜덜 손을 떨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약이 없으면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광부들도 결국 돈을 달라고 하고 약을 샀습니다. 멍청한 짓이라는 걸 알았지만 약이 필요했어요……”
광부의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눈치챘다.
“이거, 마약인가 보네요.”
-아마 각성제 종류인 듯?
-실제로 서부시대에는 마약 부작용을 잘 몰라서 많이 씀
-ㄹㅇㅋㅋ 모르핀이나 아편을 감기약으로 주던 시대임
-근데 오스왈드쉑은 중독성 알고 판 것 같은데?
-진짜 개악질이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오스왈드가 생각보다 더 악독한 캐릭터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불쑥 총성이 들려왔다.
“뭐지?”
“설마 또?”
시청자들도 알렉스와 라이트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아뇨, 이거 권총 소리가 아닙니다. 라이플이에요.”
먼저 들렸던 총성과는 종류가 달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설명에 놀랐다.
-????
-그게 구분이 된다고?
-아니ㅋㅋㅋ 옆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 멀리서 들린 건데
-여윽시 퍼지컬이다 이말이야
-갓플이 그렇다면 그런 거임!
-그럼 이거 습격 아님?
그 예민한 청각에 놀란 것도 잠시,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상황은 급변했다.
“습격! 습격이다!”
“일어나! 비상이다!”
“놈들이 온다!”
“크악!”
연이어 터지는 총성과 함께 고함과 비명이 뒤섞였다. 이윽고 컷신이 끝나며 이경복은 통제권을 되찾았다.
“알렉스!”
라이트가 다급히 소리쳤다.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뽑았다.
“갱단 습격입니다.”
“새벽을 노렸구나……!”
라이트가 낭패라는 듯 창밖을 바라봤다. 이내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광부들까지……! 이건 투쟁이 아니야!”
이경복도 상황을 눈치챘다.
작금의 사태로 잠에 들었던 광부들도 다급히 일어나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러나 갱단의 총탄은 용병과 광부를 가리지 않았다.
‘완전히 돌아섰구나.’
이경복은 라이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강해짐을 알아차렸다. 실제로 갱단이 학살을 자행하는 걸 보고 마음을 굳힌 게 틀림없었다.
[00:30:00]
이윽고 시야 한쪽에 나타난 타이머.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눈치챘다.
-30분 버티기?
-역시 디펜스였네
-지원병력 도착까지 30분일 듯?
-이정도면 버틸 만하지
-알렉스가 괜히 말을 꺼낸 게 아니라니깐!
습격에서 30분간 생존하는 게 목표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즉시 문을 박차고 나섰다.
“로데리의 자유도를 생각하면 반드시 버틸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는 경사를 오르는 무법자들과 그에 맞서 엄폐하는 용병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미 수많은 총탄이 오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무법자들의 숫자가 많았다.
-뭐가 이렇게 많아 ㅅㅂ
-이건 갱단이 아니라 완전 군대 수준인데?
-아니;;; 이렇게 갱단 규모가 컸음?
-달인 등급이라 그런 거?
하지만 그럼에도 이경복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 전부 처리해도 진행이 되겠죠.”
그 호기로운 선언에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퍼자감 ON!
-아 ㅋㅋ 싹쓸어다스 하면 되는데 왜 버팀?
-디펜스 미션(아님)
-디펜스였던 것이 되어버리고?
-또샷또킬 가즈아!
-지원병력 뒤늦게 와서 벙찔듯ㅋㅋㅋㅋ
이경복이라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