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화 - 기브 & 테이크 (2)
박주호는 수제 피규어를 들고 다시 이경복의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경험자가 다르긴 하네.”
피규어가 담긴 상자를 꺼내는 박주호의 모습은 흡사 폭탄물 처리반과 같았다.
박주호는 포장된 상자를 무사히 올려두고 나서야 대답했다.
“팬으로서 조공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막 다룰 수가 없지.”
“고맙다야. 그럼 어디 한 번……”
이경복도 덩달아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어보았다. 그 안에는 피규어만 들어있는 게 아니었다. 벽처럼 세워둔 아크릴 판은 물론이고 그 아래에는 LED 전등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와, 뭐야 이거? 불도 들어오나?”
“건전지로 작동되는 것 같은데? 여기 스위치가 있네.”
이경복은 바로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전등이 은은한 빛을 발산하며 피규어에 음영이 두드러졌다.
“이야…… 대박이네 진짜.”
이경복은 감탄을 터트렸다.
빛만 더 했는데 안 그래도 고퀄리티였던 피규어가 더욱 고급스럽게 보였다.
“아, 이거 너무 아쉽네. 바로 자랑하고 싶은데 참아야 된다니.”
“어쩔 수 없지. 수제라고는 해도 모티브가 바크의 주인공이다.”
박주호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로데리 광고 방송인데 타 게임사의 캐릭터를 노출 시킬 수는 없으니까.”
같이 광고하는 GGG사의 캐릭터였다면 모를까,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래야지. 아, 그 제작자분께도 사정 설명 드려줘. 아마 방송에서 내가 자랑해주길 바라실 텐데.”
선물을 받은 입장에서도 자랑하고 싶은데 준 사람은 오죽하겠나.
이경복의 말에 박주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팬 생각하는 거 보면 넌 정말 천상 스트리머다. 그래서 더 의외네.”
“뭐가?”
“네가 선물 보고 굿즈 출시를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 말에 이경복은 머쓱하게 웃었다.
굿즈(Goods).
스트리머와 연관된 각종 상품을 의미했다. 피규어 제작자에게 박주호의 명함을 건넨 이유였다.
“야. 그래도 내가 명색이 사장인데, 사업을 너희들한테만 다 맡길 수는 없잖아. 계속 수익을 다각화할 방법을 고민해봐야지.”
조대한이 피규어를 보자마자 사겠다는 말을 하자 든 생각이었다. 팬의 대표 격인 그가 원할 정도라면 다른 이들도 원하지 않겠나.
“그리고 이제 방송은 나만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너나 병훈이, 거기에 대한 씨까지 다 잘 되려고 하는 일이니까.”
그 말에 박주호는 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이미 잘 됐다.”
“뭐가 잘 돼?”
“전 회사에서 빠져나온 것만 해도 이미 만족하는 중이다. 덕분에 여유시간도 늘어나고, 집에도 종종 갈 수 있게 됐으니까.”
박주호의 전 직장을 떠올린 이경복은 곧 웃었다.
“인마, 그래도 더 잘 되면 좋지.”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이내 그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뭐, 굿즈는 방송과는 별개로 사업 느낌이 강하니까 좀 더 신중히 해야겠지. 당장 피규어 제작자분도 합류한다는 보장도 없고.”
“물론이다. 급하게 진행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그쪽이 수락할 가능성이 높아.”
“합류를?”
“이미 비슷한 케이스가 있으니까. 대한 씨도 근무 조건이나 보상 보다는 네가 좋아서 온 게 더 크지. 팬 중에서 너랑 같이 일할 기회를 거절할 사람은 흔치 않을 거다.”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입이 호선을 그렸다.
“그래, 나도 왠지 그럴 것 같다. 느낌이 좋거든.”
그의 결정에 신기는 아무런 경고도 보내지 않았다. 이경복은 조심스럽게 피규어 상자를 들었다.
“지금은 이번 방송에 집중해야지.”
무엇을 하든 결국 그 근간은 방송이었다.
* * *
그날 저녁, 4일 차에 접어든 방송.
이경복은 여느 때처럼 게임 시작에 앞서 시청자들과 소통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 제가 이번에 광고 촬영 끝나고 거그 쇼다운 오프라인 쿠폰을 받았거든요. 이게 광고랑 무관해서 아무나 줘도 되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나누어줄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 완벽한 갓플도 아싸였다 이 말인가?
-아 ㅋㅋ 친구 숫자는 나도 갓플급이고?
-ㄴㄷ? ㅇㄴㄷ!
-인간관계마저 방송에 최적화 된 거냐구웃!
-핫하! 인방은 우리들의 영역이다! 인싸들은 현생에 충실하라고!
-트수들 신난 거 보소 ㅋㅋㅋ 물론 나도!
시청자들은 그에 이경복을 놀려댔다.
“친구를 왜 더 만들어요?”
하지만 그런 놀림에는 이미 이골이 난 터였다.
“여러분이 여기 있는데 그럴 이유가 있나요?”
그의 너스레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서윗갱킹 뭐냐고 ㅋㅋㅋㅋ
-아이고 달다! 아유 달아!
-이게 바로 퍼펙트-서윗?
-아 ㅋㅋ 디저트 왜 먹음? 갓플 방송 보고 말지 ㅋㅋㅋ
-속보) 과학계 새로운 발견! 스펙트럼의 가시광선은 하나뿐, ‘보이는 건 퍼플밖에 없어.’
-아주 요물이야 요물!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웃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래도 아무나 줄 수는 없습니다. 게임을 하시는 분들한테 드리는 게 맞겠죠? 그래서 제 팬페이지에 거그 쇼다운 플레이 인증샷을 올려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드릴 예정입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 유도 해버리기 ㅋㅋㅋ
-이러니까 광고주가 좋아할 수밖에 없쥬?
-광고주 : 아이고 달다! 아유 달아!
-트수뿐만 아니라 광고주도 달달하냐곸ㅋㅋㅋ
-숙제는 역시 갓플이다 이말이야
그리 분위기가 더 훈훈해지는 와중이었다.
[‘이거무고밴아님?’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나 이거 아빠 계정인데 내 아이디가 밴 당했데. 나 진짜 잘못한 거 없는데 확인 좀 해줄 수 있어?]
갑자기 튀어나온 후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이건 또 뭔 소리여?
-무고밴? 갓플 방송에?
-이런 적 한 번도 없지 않나?
-매니저님이 실수 한 거임?
-ㄴㄴ 매니저님도 퍼펙트자너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그 내용을 확인한 채팅창이 술렁였다. 무수히 올라오는 물음표에 이경복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음…… 간밤에 매니저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 물론 무고는 아니에요. 밴 당한 이유가 있는데, 그거 정말로 여기서 밝히길 원해요?”
그 대답에 채팅창은 물음표가 더욱 커졌다.
[‘이거무고밴아님?’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나 진짜 결백한데? 매니저님이 실수한 거 진짜 아니야?]
바로 돌아온 후원에 이경복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어 그가 손짓하자 모니터링 중이던 박주호가 바로 증거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얏타맨의 방송에서 악의적인 채팅을 남겼던 흔적이 고스란히 캡처되어 있었다.
-?????
-이거 얏타맨 방송이네 ㅋㅋㅋㅋ
-무친ㅋㅋㅋ 저기서 분탕질을 처하네
-ㅅㅂ 분탕질 할 거면 지 혼자 할 것이지 갓플 이름을 꺼냈네
-지금 이걸 무고라고 항의한 거? 님 도르신?
-엌ㅋㅋㅋ 이거 캡처 당했을 줄 몰랐나봄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줄 모른다더닠ㅋㅋㅋㅋ
그 자료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무엇보다도 퍼플을 언급했다는 게 주효했다.
-와 ㅋㅋ 이런 애들 진짜 레파토리 뻔하지
-ㄹㅇㅋㅋ 분명 갓플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할 듯
-정신승리 오졌고?
-와 ㅅㅂ 보는 내가 다 쪽팔리네
-공감성 수치 MAX!
채팅이 올라오기 무섭게.
[‘이거무고밴아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형. 이거 진짜 형 생각해서 한 거야. 놔두면 일뽕들이 나대니까 차이 좀 느껴보라고 한 건데.]
예측대로의 후원이 다시 들어왔다.
-내 이랄 줄 알았다 ㅋㅋㅋ
-갈수록 후원금 줄어드는 게 킬포 ㅋㅋㅋ
-지금 자기가 불리한 거 눈치깠쥬? 밴 안 풀릴 거 같쥬? 돈 아끼고 싶쥬?
-와 추놈보다 더 추하네
-넌 그냥 나가라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더욱 씁쓸해했다. 하지만 확실히 해두어야 할 일이긴 했다.
“착각하지 마세요.”
이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절대로 저를 위한 것도, 그리고 제가 바라는 일도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걸 멋대로 결정하지 마세요.”
그의 팬 중에 이런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다른 팬들, 선량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양보할 수 없었다.
“여기서 확실히 말씀드리는데, 제 방송에서 이유 없는 밴은 없습니다. 그러니 같은 이유로, 그 계정도 밴 처리 할게요.”
그의 말과 함께 박주호가 바로 분탕러의 가족계정까지 밴 리스트에 올렸다.
-캬 ㅋㅋㅋ 이거지!
-ㄹㅇㅋㅋ 이거저거 봐주면 진짜 한도 끝도 없음
-대처 너무 깔끔해버리고?
-역시 준법 성향이다 이말이야
-아 ㅋㅋ +아이콘 어디 있냐고
-분탕 없는 클린한 방송? 그게 바로 퍼펙트-방송이거등요?
-갓플+편집자님+매니저님+번역자님 전부 퍼펙트 한데 어쩌쉴?
-대충 나만 아니면 돼 짤
-호동신이 보인다 보여!
시청자들은 그 대처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이제 소통시간은 마치고 게임 시작해볼게요. 과연 하이어드 건의 계획을 어떻게 막아낼지, 확인하러 가보죠!”
그는 다시 방송 텐션을 올리면서 게임을 실행했다.
[Chapter 4 – Betrayal]
검은 화면 위로 문구가 나타났다.
-오? 챕터 제목부터 배신?
-뭐지? 지놈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인가?
-갑분지놈킥 ㅋㅋㅋㅋㅋ
-배신의 아이콘 쥐놈ㅋㅋㅋ
-갱단 쪽에서 배신자 나오는 건가?
-헉? 이거 알렉스 쪽 아님?
-우리 편에서 통수가 나온다 이말인가?
-시작부터 의미심장해버리고 ㅋㅋ
-아 ㅋㅋ 이집 어그로 잘 끄네
시청자들은 곧바로 게임에 집중했다. 이내 문구가 사라지며 화면이 전환됐다.
“와.”
이경복은 바로 탄사를 터트렸다.
대도시, 세인트 클로드의 전경이 펼쳐졌다.
“뉴 누아르도 큰 도시였는데 비교가 안 되네요.”
개척의 중심지답게 말끔히 정비된 도로와 근대식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뉴 누아르에서도 보였던 목조 건축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 이거 그거죠? 트램?”
더욱이 도로에는 고급 마차뿐만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노면전차인 ‘트램’이 운행되고 있었다.
-와 ㅋㅋㅋ 여기만 완전 다른 세상이네
-인프라 수준 격차 무엇?
-이래서 사람들이 다 수도권에 가려는 거임 ㅋㅋㅋ
-여윽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된다 이말이야
시청자들 역시 이경복과 마찬가지로 도시 규모와 발전수준에 놀라움을 보였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며 말을 타고 도착한 알렉스와 라이트의 모습을 비췄다.
“여기가 세인트 클로드……”
“어마어마하네.”
두 사람은 도시에 압도당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렉스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구경이나 할 틈은 없어. 바로 탐정 사무소로 가지.”
두 사람은 바로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를 찾았다. 이 역시 세인트 클로드에 있기 때문일까.
“오…… 사무소도 규모가 완전히 다르네요.”
-진짜 ㅋㅋㅋ 이전에는 거의 동네 가게 수준이었는데
-이건 거의 뉴 누아르에서 본 연방 보안청 급인데?
-확실히 본사라는 느낌이쥬?
-하긴 ㅋㅋㅋ 따지고 보면 탐정 사무소도 프랜차이즈자너
-ㄹㅇㅋㅋ 지점차이 오질 듯
-그래도 갓플이 가는 곳은 어디든 퍼펙트 사무소가 되어버리고?
-아아, 거기에 퍼펙트-탐정이 있으니까 (끄덕)
높은 건물 앞에 말을 매어두고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의 크기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알렉스는 문 앞에 있는 안내원에게 다가갔다.
“아, 무슨 일로 오셨죠? 의뢰라면 죄송스럽게도 현재 대기 순서가 많아서……”
“탐정, 알렉스입니다.”
안내원의 설명을 끊고 그가 배지를 보였다. 그 배지를 본 안내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급 요원……! 실례했습니다!”
안내원은 깍듯하게 허리를 굽혔다.
-아 ㅋㅋ 역시 1급은 다르구만
-본사 교육 잘하네 ㅋㅋㅋ
-5252, 그냥 1급이 아니라 퍼펙트 1급이라구웃!
-역시 승진은 하고 볼 일이다 이말이야
시청자들이 그 태도에 흡족해하는 사이 안내원이 빠르게 제 수첩을 뒤졌다.
“알렉스, 알렉스 요원…… 아! 여기 있네요! 절 따라오시죠!”
“따라오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따라오라는 말에 알렉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이어드 건 수사 때문에 오신 게 아닌가요?”
이내 이어지는 안내원의 말에 그는 라이트를 돌아봤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붙었다.
안내원은 두 사람을 최상층으로 이끌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안내원은 그것으로 제 일이 끝난 듯 사라졌다. 알렉스는 잠시 눈을 굴렸지만 이내 눈앞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굵직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들어서자마자 짧게 기침을 했다.
“아, 이런! 미안하네. 환기를 한다는 걸 깜빡했군.”
방 안은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그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신속히 창문을 열었다.
“첫 만남부터 실례했네. 자네가 알렉스 요원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거 들은 대로 아주 훌륭한 친구로군! 아,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그는 들고 있던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제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두터운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앨런 프레스턴. 여기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설립자가 바로 날세.”
그 소개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설립자면 완전 높은 사람 아님?
-갑자기 프랜차이즈 회장님이?
-거.물.등.장
-엌ㅋㅋㅋ 시작부터 미쳤네
-1급 요원이니까 만날 수 있는 거?
-와 ㅋㅋ 다른 사람이면 시간 오지게 걸렸을 듯
-여윽시 갓플 클라스!
그 반대로 알렉스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 손을 맞잡았다.
“알렉스입니다. 이쪽은 던 라이트, 수사에 협조 중입니다.”
“아아, 이야기는 대강 들었네. 정말 엄청난 활약을 했던데? 들으면서도 도통 믿을 수가 없었는데 증언이 쏟아지니 이거 어쩔 도리가 있나!”
앨런은 호쾌하게 웃으며 알렉스의 어깨를 쳤다. 그 칭찬에도 알렉스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수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이너마이트의 소재는 찾았습니까?”
“흠, 안 그래도 골치가 아파서 좀 미루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역시 우수한 요원은 다르군.”
앨런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리 어두워졌다. 그는 담배를 찾는 듯 함을 열었다가 비어있는 걸 보고 혀를 찼다.
“세인트 클로드는 처음인가?”
“예, 그렇습니다.”
“정말 놀라운 도시지. 내가 처음 사무소를 설립할 때만 했어도 시골이나 다를 바가 없었는데 이렇게 커졌어.”
그는 창밖을 슬쩍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그게 문제일세. 도시가 너무 커서 연방보안관들과 협력해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야.”
“사람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우수한 인력이 부족해.”
앨런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 무법자들이 폭발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려면 쉬운 방법이 있네. 그냥 닥치는 대로 조사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 방식은……”
“그래, 불가능하지! 그리 들쑤시면 어떻게 되겠나? 놈들이 우발적으로 그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릴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 테고, 이 위대한 도시는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겠지.”
그 설명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도시가 너무 커도 문제네
-공개적으로 수사하면 시밤쾅?
-ㅇㅇ 잃을 게 없는 놈들이 제일 무서움
-이러면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말이야
-5252, 퍼펙트 탐정이 나설 수밖에 없는 거냐구웃!
-줄담배를 왜 피나 했더니 ㅋㅋㅋ
앨런은 이내 벽에 붙여둔 도시 지도를 가리켰다.
“일단은 놈들의 목표로 여겨지는 연방은행에 주요 인력을 배치해뒀네.”
“역시 놈들이 노리는 건?”
“무법자들은 노력 없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니까. 연방은행의 금고라면 다이너마이트에는 버틸 거야. 하지만 그게 몇 개까지인지 실험해보고 싶지는 않군.”
앨런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역시 이번 챕터는 은행털이 막기인가?
-혹시 모름ㅋㅋㅋ 3챕터도 골드러시인데 다이너마이트 털었자너
-ㄹㅇㅋㅋ 챕터 제목이 배신인데 배신이 없어서 배신인 거임
-그건 또 뭔소리옄ㅋㅋㅋ
-플레이어의 기대를 배신해버리기 ㅋㅋㅋ
-아 ㅋㅋ 그냥 보면 안다고
시청자들이 갱단의 목적을 추리하는 사이 알렉스가 되물었다.
“실마리는 잡혔습니까?”
“아니, 아직일세. 거동이 수상한 이들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어.”
앨런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어드 건 갱단이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아나? 놈들의 주업이 청부살인이기 때문이야. 목표는 물론 목격자들도 제거해버리니 그 정체를 가늠하기가 어렵지.”
그는 답답한 듯 새로운 시가 상자를 꺼냈다.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나마 사건이 벌어지면 근방에서 수상한 사람들의 옷차림새나 알아뒀을 뿐이지 결정적인 단서가 없었네. 몽타주라도 그릴 수 있다면 좀 나을 텐데……”
그 대사에 이경복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 얼굴 아는데?”
그 말에 시청자들도 즉각 반응했다.
-엌ㅋㅋㅋ 전부는 아니더라도 보스 얼굴은 알자너
-와 ㅋㅋ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만
-스노우볼 미쳤고?
-갓플의 판단이 옳았다 이말이야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인건 작중 캐릭터인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응?”
막 시가에 불을 붙이려던 앨런이 고개를 기울였다. 알렉스는 한걸음 옆으로 물러나며 라이트를 가리켰다.
“라이트는 갱단 보스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그녀의 대답에 앨런이 턱을 벌렸다. 물고 있던 시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빛눈나 넘모 든든하고?
-보스쉑 뒤졌닼ㅋㅋㅋ
-우리 눈나 이용하려다가 역으로 당했쥬?
-마! 빛눈나 시력이 을매나 좋은줄 아나!
-활캐가 눈이 또 좋긴 해 ㅋㅋㅋ
-아니 ㅋㅋ 멀리서 본 것도 아닌데 시력이 왜 나와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반응에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