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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38화 (238/491)

238화 - 배신의 의미 (1)

앨런은 즉시 몽타주 화가를 데려오자 라이트는 화가에게 차근차근 생김새를 설명했다.

“눈 크기는 이 정도, 눈매는 좀 날카로웠어.”

“어떻습니까?”

화가는 눈동자를 스케치하며 보여주었다. 라이트가 눈을 찌푸렸다.

“으음…… 아니, 아니야. 이것보다는 조금 더 크고, 눈매가 너무 기울어졌어.”

“알겠습니다. 그럼……”

두 사람의 대화를 초조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앨런이 알렉스를 돌아봤다.

“원래 몽타주라는 게 금방 완성되지는 않네.”

“알고 있습니다.”

“음?”

“사무소에 들어올 때, 저도 몽타주를 그렸습니다.”

알렉스의 대답에 이경복이 멘트를 쳤다.

“아, 그러겠네요. 세이프시프터 놈들 몽타주를 만들었을 테니까.”

-앨런 왜 몰랐다는 표정임?

-아 ㅋㅋ 프랜차이즈 회장이 지점 직원까지 어떻게 아냐고

-최근에 승진해서 정보가 없었나봄ㅋㅋㅋ

-회장님이 아픈 상처를 후벼파버리고?

앨런은 잠시 눈을 굴리다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러면 더 잘 알겠구먼. 같이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몽타주는 맡겨두고 자네는 도시를 순찰해보는 건 어떤가?”

“순찰이요?”

“그래, 이곳은 초행이라고 하지 않았나. 혹 놈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길을 몰라서 놓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의 물음에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5252, 퍼펙트 탐정은 길을 헤매는 법이 없다구웃!

-킹니맵이 있어서 뭐 ㅋㅋㅋ

-근데 맞말이기도 한 게 추격전 하면 미니맵 볼 틈이 없을 수도 이씀ㅋㅋㅋ

-스킵 안 하는 거 보면 뭐 해야 되는 게 있는가봉가

그 사이 앨런은 도시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유력 후보인 연방은행을 살펴봐도 좋겠고, 아니면 경찰국을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걸세.”

“경찰국이요?”

“아, 초행이라 모르겠구먼. 세인트 클로드는 보다시피 규모가 큰 만큼 지역 치안을 보안관이 맡지 않네. 대신 도시 경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연방보안관들은 경찰국을 본부로 삼고 있다네.”

앨런이 지도의 두 곳을 짚어주며 말을 맺었다.

-아 컷신에서 본 것 같음

-ㅇㅇ 파란 제복 입은 경찰들 있었음

-은행이나 경찰국에 가면 뭔가 이벤트가 있을 듯?

-근데 위치가 거의 정반대네

-자연스럽게 도시 둘러보게 만들려고 한 거 아님?

-오 ㅋㅋ 자연스러운 설계?

화가가 재차 연필을 움직이는 사이 라이트도 거들었다.

“알렉스, 그 의견에는 나도 동감이야. 여기 묶여있는 건 나 혼자로도 충분해. 물론 선택은 당신 몫이지만.”

그녀의 말에 알렉스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나고 통제권이 돌아왔다.

“일단 자유시간인 것 같네요. 아마도 도시 좀 둘러보다가 은행이나 경찰국에 가면 다음 스토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두 번 강조하면 모를 수가 없쥬?

-ㄹㅇㅋㅋ 모르면 능지이슈지

-둘 중에 하나 택일인가 아니면 둘 다 가는 건가 모르겠네

-혹시 모르니까 신중히 결정해야 할 듯?

-ㅇㅇ 분기점일수도 있음

시청자들의 말에 이경복은 일단 사무소를 나왔다.

“그럼 총기 정비부터 하고 어디 먼저 가볼지 결정하죠. 드디어 갱단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중요한 순간에 총이 고장 나면 안 되잖아요?”

-이거 맏찌 ㅋㅋㅋ

-왠지 로데리면 총기 정비 안 해서 갈 수 있는 루트도 있을 거 같음ㅋㅋㅋ

-ㄹㅇㅋㅋ 안일했쥬? 루트 만들어놨을 듯

-안일 ㅅㅂ ㅋㅋㅋ

-그건 누가 봐도 배드엔딩 아니냐 ㅋㅋ

시청자들의 동의에 이경복은 총포상을 찾았다.

* * *

총기 손질을 맡기는 동안 이경복은 신기로 선택을 가늠해보았다.

연방은행과 경찰국 중 어느 쪽을 방문하는 게 더 재미있을까.

‘음, 느낌상으로는 엄청난 차이까지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더 재미있는, 긍정적인 느낌 쪽은 확실했다. 이경복은 손질된 총기를 받고 총포상을 나왔다.

-혀엉! 어디 갈 거임?

-탐정이면 사건현장으로 가야지! 은행 ㄱㄱ

-아닠ㅋㅋ 아직 사건 안 터졌다고!

-경찰국가서 다른 단서 있는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덧?

-이참에 투표 ㄱ?

-투표 말고 갓플이 어디 먼저 갈지 베팅하는 건 어떰?

시청자들이 빠르게 의견을 쏟아냈다.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말했다.

“투표나 베팅까지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아, 저기 트램 있네요. 저거 타고 먼저 도착하는 쪽에서 내리죠.”

그는 정차된 트램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 ㅋㅋㅋ 운에 맡긴다?

-운빨하면 또 갓플이지 ㅋㅋㅋ

-그럼 포인트 베팅 열어주면 안됨?

-도박 좀 그마내!

채팅창을 보며 그는 트램에 올랐다.

‘랜덤은 아닌데.’

언뜻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이경복은 이미 도시 전경 컷신을 볼 때 트램의 이동방향을 숙지해둔 터였다.

“예상보다 경찰이 많네요?”

트램 밖을 보며 이경복이 시청자들의 주의를 돌렸다.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도시 곳곳을 순찰 중이었다.

-갱단쉑 때문에 인력 늘려두기는 한 듯?

-이렇게 순찰하고 있으면 테러하기 쉽지 않겠지 ㅋㅋㅋ

-이러면 테러가 그냥 안 일어나는 거 아님? ㅋㅋ

이윽고 미니맵에 도착지가 보였다.

-오? 나왔다 ㅋㅋㅋ

-은행이네 ㅋㅋㅋㅋ

-아 베팅하면 은행에 올인하려고 했는데!

-대출금 갚느라 이미 은행에 올인 중인데요?

-앗… 아아……

-아니 그 올인 말고……

-스플뎀 무엇?

-너두? 와츄고나두!

트램이 먼저 도착한 곳은 연방은행이었다. 이경복은 내리면서 느껴지는 신기에 집중했다.

“앨런 말대로 요원들을 많이 배치해뒀네요. 위장하는 법도 보고 배워두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방금 내렸는데 위장한 걸 어떻게 알아차린단 말인가?

이경복은 은행 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저기 벤치에서 신문 읽는 사람 보이죠?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요.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거죠.”

“구석에서 동냥하는 사람, 거지처럼 보이는데 옷을 보시면 더러운 부분과 더럽지 않은 부분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아마 급하게 옷을 더럽혔기 때문이겠죠.”

이경복은 조곤조곤 위장한 탐정들을 보며 설명했다.

-않이;;; 그게 보여요?

-이왜진?

-퍼지컬 ㅁㅊㄷㅁㅊㅇ

-5252, 진짜 탐정이었던 거냐구웃!

-내 눈은 대체 뭘 하는 거지? 뭘 하는 거냔 말이다!

-아 ㅋㅋ 트수 눈은 갓플 방송 보라고 있는 거라니깐!?

채팅창에 쌓이는 격찬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내부도 보죠.”

은행에 들어서기 위해 계단을 오른 순간, 갑자기 통제권이 사라지며 컷신에 진입했다.

갑자기 뭔가 싶었는데.

“아니, 알렉스 탐정님!”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다가온 남자.

“제리?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그는 바로 은행원 제리였다.

-알렉스 :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지놈류 재등장!

-HOXY 챕터 제목이 배신인 이유가?

-아 ㅋㅋ 쥐놈킥하러 나온 거냐고

-지놈 프레임 뭔데 ㅋㅋㅋㅋ

-쥐놈의 업보가 애꿎은 제리한테 가버렸쥬?

-안 되겠다 오늘 지놈 방송가서 해명 요청해야겠다

-도랐냐고 ㅋㅋㅋㅋㅋ

알렉스의 표정을 살핀 제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한 번 말씀드렸는데. 뭐, 탐정님이야 항상 바쁘실 테니 잊으셨을 수도 있죠. 이해합니다, 암요. 저는 경매 때문에 왔습니다.”

-아 랭카스터 목장?

-맞네 ㅋㅋ 알렉스한테도 목장주 해볼 생각 없냐고 했잖슴

-오 ㅋㅋㅋ 갑툭튀인가 했는데 아니었고?

시청자들은 랭카스터 처리 직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것은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경매라면, 랭카스터 목장 말이군요.”

“그렇죠. 아무래도 큰손, 재력가분들은 세인트 클로드에 많으시니까요.”

“마침 잘 됐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예? 아, 네 물론입니다. 은인에게 내지 못할 시간은 없지요.”

제리는 의아해했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알렉스의 질문에 그 표정은 일변했다.

“혹시 은행 금고에 대해 잘 아십니까?”

“어, 알기야 알지만 그건 왜……”

되물으려던 제리는 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물론 탐정의 일이시겠지요. 제가 알아서 좋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제리쉑 발 빼는 속도 보소 ㅋㅋ

-역시 지놈류가 눈치는 좀 빠르네 ㅋㅋㅋ

-순발력 보니까 더 쥐놈같네 ㅋㅋㅋ

-ㄹㅇㅋㅋ 한때는 트최피였쥬?

-트최피(인간계)

-인간계에서는 그래도 먹어줬지 ㅋㅋㅋ

-크윽! 하필이면 신을 만나서……!

채팅창은 유쾌했지만 알렉스는 진지했다.

“금고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어디입니까?”

“어… 음, 탐정 일 맞으시죠? 아니, 실언이었습니다. 크흠, 취약하다면 당연 입구입니다. 나머지 벽은 통짜이니까요.”

“다이너마이트로 터트려도 그렇습니까?”

“다이너마이트요? 아, 그…… 혹시 몇 개를?”

“몇 개를 상상하시든 그 이상일 겁니다.”

두 사람의 대화와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제리의 표정에 채팅창은 더 유쾌해졌다.

-아니 ㅋㅋㅋ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제리 입장에서는 은행 강도 컨설팅해주는 느낌일 듯 ㅋㅋㅋ

-??? : 설마 탐정님이 그럴 리가 없겠지 ㅋㅋ

-??? : 아니죠? 탐정님 그쵸?

-??? : 뭐야 ㅅㅂ? 나 지금 범죄에 가담하는 건가?

-제리 속마음 관통 뭔데 ㅋㅋㅋ

그 사이 제리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으음…… 어쨌든 입구를 노려야 할 겁니다.”

“다이너마이트로는 못 뚫는 겁니까?”

“아뇨. 금고 벽을 뚫을 화력이 준비됐더라도 노려야 할 건 입구일 겁니다. 그 정도 화력이면 벽을 뚫는 게 의미가 없으니까요.”

“의미가 없다니요?”

“금고를 뚫는 건 그 안에 든 돈과 금괴를 빼내기 위해서일 텐데 벽을 폭발시키면 전부 다 날아가 버리지 않습니까? 돈은 잿더미가 될 거고 금괴도 멀쩡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 말을 쏟아내던 제리는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뭡니까?”

“그 정도 화력이면 은행 건물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계획을 바꾸셔야 합니다.”

“으흠…… 그만큼 은행 금고를 터는 건 어려운 일이로군요.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렉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리는 태연한 그를 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

“탐정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제게 상담해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아니,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대체 왜…… 아니, 더 묻지 않겠습니다. 사건에 휘말리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알렉스의 말에 제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아닠ㅋㅋ 아무리 봐도 오해하고 있잖슴ㅋㅋㅋㅋㅋ

-둘의 그럴 일이 없다 해석 차이 ㅋㅋㅋㅋ

-사건을 막겠다 vs 고발하지 않겠다

-제리쉑 ㅋㅋ 오해해도 의리는 지키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중간에 계획 바꾸라고 설득하는 거 뭐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컷신은 끝났다. 이경복 역시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주의를 돌렸다.

“아, 근데 얘기 들어보니까 은행 터는 게 쉽지는 않겠네요.”

-ㅇㅇ 은행 터는 거 개빡셀 듯

-이정도면 갱단쉑들 목표가 은행이 아닌 것 같은데?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임

-사실 돈이 목적이 아닌 건?

-???: 중요한 건 메시지지

-아 ㅋㅋ 날강두보다는 당연히 메갓이지

시청자들 역시 그에 공감했다.

“음, 생각해봤는데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이너마이트로 벽 말고 은행 입구를 터트리는 거죠. 그러면 경찰이나 탐정들이 못 들어오잖아요? 그 사이에 내부를 제압하고 금고 입구를 열게 하거나 터트려서 돈이랑 금괴를 확보하고 벽을 터트리는 거죠.”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자 이경복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아, 은행에 들어가는 건 저 혼자에요. 아무래도 우르르 몰려가면 의심 받을 테니까 힘들 테고, 다른 갱단원들은 도주 수단을 준비하는 거죠. 돈도 돈인데 금괴를 들고 도망갈 수는 없잖아요?”

-아니;;; 혼자서 은행을 전부 쓸어버린다?

-갓플의 퍼펙트플랜 보소 ㅋㅋㅋㅋ

-킹직히 갓플이 무법자였으면 못 털 은행이 있겠음?

-퍼펙트 갱단? 즉.시.가.입

-혀엉? 솔직히 전과 몇 범이야?

-아 ㅋㅋ 잡히질 않았는데 전과가 있겠냐고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이경복은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눈을 돌렸다.

‘뭐지?’

새로운 위협이 감지됐다. 그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건 행색이 초라한 어린아이들이었다.

-은행 안 드르감?

-제리한테 얘기 들었으니까 필요 없을 듯?

-이제 경찰국 가는 거?

-뭐지? 웬 애들이 모여있네

-애들 상태가 왜 이럼?

-얼굴 핼쓱한 거 보소ㅠ

-슬럼가 애들인갑네

-대도시라서 빈부격차 더 큰가벼

-원래 슬럼도 대도시에서 생기는 거임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안타까워했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옹기종기 모여 꼼지락거리던 아이들은 그가 다가오자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

-?

-뭐지? 흙장난 하고 있었나?

-뭘 묻어놓은 것 같은데?

파헤친 흙은 다시 덮은 흔적.

이경복은 설명 대신 그곳을 다시 파냈다. 흙더미 안에 갈색 막대가 보였다.

-엥?

-이게 왜 여기서 나옴?

-뭐임? 대체 뭐임?

그것은 바로 다이너마이트였다.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이경복은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챙겨 곧바로 도망간 아이들을 쫓았다.

그가 쫓아오자 아이들은 더욱 기겁하며 골목길로 내달렸다.

-애들이 하이어드 건이랑 한 패인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구웃!

-혀엉! 놓치지 마!

-외곽 쪽으로 가는데?

-슬럼으로 가는 듯?

이경복은 빠르게 아이들과 거리를 좁혔다. 그렇게 뒷골목에 들어서자.

“이 아저씨는 또 뭐야?”

“왜 우리 동생들을 쫓는 거지?”

그 아이들보다 더 큰 청소년들이 주변을 포위하곤 험악한 표정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경복은 담담했다.

그는 형들 뒤로 숨은 어린아이들을 보며 다이너마이트를 꺼내보였다.

“이거, 어디서 얻었지?”

그러나 물음에 답한 건 아이들이 아니었다. 청소년들이 입꼬리를 비틀며 다가왔다. 몇몇 녀석들은 작은 나이프까지 가지고 있었다.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아저씨 미쳤어?”

그중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말하자 주변에서 비웃음이 터졌다.

-갓플 앞에서 저 ㅈㄹ을?

-어? 킹받네?

-서부시대에도 촉법쉴드 있음?

-야잌ㅋㅋ 촉법 믿고 나대는 거였냐고 ㅋㅋ

이경복은 채팅창이 더 과열되기 전에 입을 열었다.

“분위기 전환에는 이것만한 게 없죠.”

그 말과 함께 뽑아든 리볼버.

낄낄거리던 리더는 그 총구가 제 이마에 닿고서야 그 사실을 인지했다.

“초, 총이다!”

“도, 도망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은 질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리더는 소리 하나 못 내고 허둥지둥 돌아서서 달렸지만.

“답을 아직 못 들었는데.”

이경복은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내던진 올가미에 붙잡힌 리더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악!”

코피에 눈물까지 쏟아낸 녀석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이경복은 다시 다이너마이트를 보였다.

“저, 저희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돈을 주면서 그냥, 그냥 그 막대를 몰래 묻어두기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

“막대?”

이경복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설마 다이너마이트인지도 몰랐던 거?

-애들이면 모를 수도?

-와 ㅅㅂ 갱단놈들이 그냥 이용해먹은 거네

-그래도 인성 보니까 코피 흘릴 만 했음

-그건 맏찌 ㅋㅋㅋ

하이어드 건이 가난한 아이들을 이용해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분명했다.

“누가 시켰지?”

“저, 정말 몰라요! 교회에서 만난 사람이라…!”

“교회?”

의외의 장소에 이경복도 시청자도 의아해했다.

“교회에서 우리처럼 가난뱅이들한테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줘요. 거기, 거기서 만난 사람이 돈이랑 막대를 줬어요. 진짜예요!”

-그럼 교회를 이용한 거?

-킹능성 있네. 서부개척시대 때는 교회가 되게 중요했음

-이거 맏따 ㅋㅋ 교회는 보안관도 쉽게 못 건드리는 곳이자너

-ㅅㅂ 어린 애들이 다이너마이트 들고 다닐 거라고는 생각 못하긴 하겠네

-갱단쉑들 머리 제대로 굴리네 ㅋㅋㅋ

이경복은 짧게 혀를 찼다.

이내 그가 올가미를 풀어주자 리더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아무래도 교회에 가볼 필요가 있겠네요.”

* * *

교회에 도착하니 후줄근한 차림새의 부랑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와씨 사람 엄청 많네

-줄만 보면 킹버랜드인줄 ㅋㅋㅋ

-이 중에 갱단원이 섞여 있는 건가?

-여기 숨어있으면 진짜 아무도 못 찾겠다 ㅅㅂ

-이정도면 사무소나 경찰국 가서 추가 지원 받아야 되는 거 아님?

-ㄹㅇㅋㅋ 이거 하나하나 언제다 조사하냐고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시청자들은 황당해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달랐다.

‘의심되는 사람은 없어.’

만약 있다면 신기를 통해 무법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지되는 느낌은 평이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중.

‘찾았다.’

이경복은 위협을 감지해냈다.

하지만 그 출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하 창고인가?’

위협이 감지되는 장소는 바로 교회 부지에 있는 건물, 그 지하였다. 좀 더 세밀해진 신기가 그 일대의 정보를 전달해주었다.

‘이런 식으로 숨겨뒀구나.’

갖가지 음식이 가득한 상자 사이에 다이너마이트 상자가 뒤섞여 있었다.

‘의심을 피하기는 좋겠네.’

하이어드 건 갱단이 교회를 다이너마이트 보관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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