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 배신의 의미 (3)
배신자들의 존재가 공개되고 난 후 컷신이 끝났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이 왜 플레이가 가능해졌는지 의아해하는 사이 앨런이 입을 열었다.
“후우, 이거 일단 상황을 정리해두는 편이 좋겠어. 알렉스, 괴롭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다시 말해줄 수 있겠나?”
그 물음에 이경복은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프롤로그의 내용을 되짚어보며 설명했다.
“그래, 맞아. 세이프시프터가 하이어드 건의 은신처를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군. 배신자가 있으니 쉽게 찾아낼 수밖에!”
-플레이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
-약간 추리 파트 같은 느낌인가?
-오 ㅋㅋ 그르넹
-아니 근데 갱단원들이 빠졌는데 모를 수가 있음?
-ㄹㅇㅋㅋ 배신할 정도면 꽤 오래 빠진 거 아님?
몇몇 시청자들의 의문에 이경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계획을 꾸밀 시간은 충분했을 겁니다. 하이어드 건은 일을 벌인 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서로 흩어지고 행선지도 모를 정도니까요. 누구와 만났는지는 더욱 모르겠죠.”
“불스아이 랭스턴이 했던 이야기로군? 보고서에서 본 내용이야.”
“맞아.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편지가 올 때까지 섬에서 지냈던 거고.”
시청자에게 한 설명인데 앨런과 라이트가 반응했다.
-오 ㅋㅋㅋ 추리 파트 맞나보네
-그 와중에 완벽하게 설명해버리기
-잘못 기억하면 둘이 고쳐줄 듯?
-추리 파트로 볼 수도 있는데 정리해주는 느낌도 있네 ㅋㅋㅋ
이어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왜 보스인 척을 한 거지? 내게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익이 있다고?”
“흠, 어쩌면 그게 배신의 원인일지도 모르네.”
앨런의 말에 시선이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였다.
“그 롬웰이라는 놈은 진짜 보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지. 보스를 제거하고 자신이 보스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난 거야.”
-오 ㅋㅋ 킹능성 있네
-탐정 사무소 설립자 짬 어디 안 가쥬?
-제끼고 자기가 올라서겠다?
-역시 무법자다운 발상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동의했다. 라이트는 그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내 정보는 잘못된 거였군. 멍청하게 이용당할 뻔하기까지 하고 도움도 되지 못하다니……”
“아니, 그건 아니지. 이 몽타주가 없었다면 배신자였다는 사실도 몰랐을 텐데.”
이경복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이 셋을 쫓으면 두 갱단 모두 잡을 수 있을 거야. 몽타주가 자세하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지.”
“음음, 옳은 말일세.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지. 당장은 하이어드 건이 더 두각을 드러내니 집중하고 있을 뿐이네.”
앨런도 이에 동의하자 라이트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다.
“대강 정리가 된 것 같군.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지. 이놈들이 다이너마이트로 뭘 하려는 건지 알아내야 하지 않겠나? 이거,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어.”
“직접 심문하실 겁니까?”
이경복의 물음에 그는 미소 지었다.
“물론이지. 한시가 급한 상황이 아닌가? 경찰국 쪽에서는 ‘임기응변’이 어렵지. 그러니 내가 하는 수밖에.”
이어 앨런은 다른 몽타주를 모두 이경복에게 건넸다.
“경찰국에 이 몽타주를 건네주게. 추적은 아무래도 인력이 많은 경찰국에 맡기는 편이 좋겠지. 서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 빠른 해결방법일 테니까. 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맡겨둬.”
이경복과 라이트는 그에 대답했다. 앨런은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 * *
“경찰국장님과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
이경복의 설명에 푸른 제복을 입은 도시 경찰이 코를 찡그렸다.
“1급요원 알렉스 탐정? 사무소장 앨런의 요청이다? 그렇게 말하면 경찰국장님과 약속도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가 무슨 시골 살롱인 줄 아십니까?”
그는 기가 찬다는 듯 숨을 훅 뱉고는 손을 내저었다.
“돌아가시고 약속부터 제대로 잡고 다시 찾아오세요. 나 참, 바빠 죽겠는데 뭔 별……”
그 대답과 동시에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이상한 데서 방지턱이 나오네 ㅅㅂ
-이거 딱 봐도 기싸움인데 ㅋㅋ
-ㄹㅇㅋㅋ 갓플이 배지 보여줘서 괜히 열폭한 거 아님?
-진짜 ㅋㅋㅋ 딱 봐도 얘는 접수받는 말단이자너 ㅋㅋㅋ
-않이;;; 미친놈씨, 범인 몽타주라구욧!
-뭐가 중요한지 머리가 안 돌아가나?
-경찰국이 이딴 식이니까 탐정 사무소가 흥한 거네 ㅋㅋㅋ
-이러다가 시민들이 범인 잡고 공로는 지들이 챙길 듯 ㅋㅋㅋ
-아 ㅋㅋ 그런 경찰이 세상에 어디 있… 응?
-헉!
-이제 그만~
시청자들은 경찰국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상황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바로 오네.’
눈앞의 경찰과 달리 긍정적인 기운이 다가왔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아, 연방보안관님! 그것이……”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알렉스입니다.”
이경복은 경찰의 말을 끊고 보안관 쪽에 직접 사정을 설명했다. 무시당한 경찰은 얼굴이 붉어 졌지만 감히 다시 끼어들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국장님께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자신과 같은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이어지는 연방보안관의 대답에 경찰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이 친구의 실례에 대해서는 제가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말에 경찰은 눈이 빠질 것처럼 커졌다. 이내 연방보안관이 그를 돌아봤다.
“자네, 이름이 뭐지?”
“로, 롭입니다!”
“그래, 롭. 이분이 매고 계신 리피터 본 적이 있나?”
“리피터요……?”
불안한 표정으로 눈을 돌린 경찰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잣됐쥬?
-아이고 잣이 달다 달아!
-잣이 제철이네 ㅋㅋㅋㅋ
-마! 니 하이눈 리피터 모르나!
-아나 이 롭밥쉑 정신 못 차리지?
-롭밥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
긴장한 그 모습에 연방보안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눈 리피터도 모르나? 이건 보안청에서 선임 연방보안관들에게 특별히 지급하는 총기야. 그걸 가지고 있다면, 둘 중 하나지.”
“두, 둘……?”
“선임 연방보안관이 당할 정도의 총잡이 이거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지. 둘 중 어느 쪽인지 알겠나? 그 어깨 위에 있는 게 장식이 아니라면 알 텐데?”
-갈구는 수준 보소 ㅋㅋㅋ
-팩트) 갓플은 둘 다임
-ㄹㅇㅋㅋ 킹직히 연방보안관도 못 당하지
-근데 대사 보니까 하이눈 리피터 있으면 발생하는 이벤트인 듯?
-오 ㅋㅋ 맞네! 무법자도 선임 연방보안관 처리하고 총 뺏으면 됨 ㅋㅋㅋ
-뺏어놓고 받은 척? 찐 무법자넼ㅋㅋ
시청자들이 그 말에 흡족했지만 경찰의 얼굴은 입고 있는 제복처럼 새파랗게 질렸다.
“아, 만약 장식이라면 당장 바꾸는 게 좋겠어. 그리 보기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야.”
-와씨 ㅋㅋㅋ 추가타 넣는 거 보소
-이게 바로 아메리칸 갈굼?
-서부시대는 정말 자비가 없다 이말이야
-쟤한테 하는 말인데 왜 내가 아픔?
-앗!
-너 나 우리의 이야기……
-대충 슬픈 개구리 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자 연방보안관이 더욱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럼 뭘 해야 할지 잘 알겠지. 내가 국장님께 다녀오는 동안 정중히 사과드리게.”
“예, 옛!”
경찰이 바짝 긴장하며 대답하고 나서야 연방보안관은 이경복에게 목례하고 자리를 떠났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모르면 경찰 생활 끝나나요?”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답했다.
그 한 마디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5252, 진짜 K-갈굼을 보여주는 거냐구웃!
-으윽… 머리가……!
-PTSD ON!
-갓플 씨 그렇게 봤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네!
-아니 ㅋㅋ 그럼 제대로 본 거잖슴!
-군머와 블랙기업식 갈굼 ㅎㄷㄷ
-무법 성향 왜 안 오름?
경찰은 그 한 마디에 쩔쩔맸다.
다행히(?) 연방보안관은 금방 돌아왔다.
“바로 만나고자 하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경복과 라이트는 그 뒤를 따라 국장실로 들어섰다. 이어 화면이 깜빡이더니 경찰국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이어드 건과 세이프시프터의 대립, 그 가운데에 있는 배신자들이라……”
어느새 책상 위에 올라온 몽타주 3장. 경찰국장은 진중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정말 중요한 정보로군요. 흔쾌히 공유해준 탐정 사무소에 감사를 표합니다.”
“무법자를 잡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이경복은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 그러자 경찰국장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주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군요.”
이내 그는 깜빡했다는 듯 검지를 들어 올렸다.
“아, 교회에 있던 다이너마이트는 저희 쪽에서 회수했으니 그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겁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경찰국장의 표정은 다시금 심각해졌다.
“지하창고에 있던 다이너마이트, 그리고 마차에 실려 있던 것까지 모두 포함해도 양이 부족합니다. 물론 충분히 은행을 공격할 양이긴 해도 광산회사가 보유했던 양을 생각하면……”
“아직 갱단이 다이너마이트를 갖고 있다는 거네.”
“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한 번에 도시로 들여오면 들킬 것 같으니 조금씩 옮긴 게 아닌가 싶군요.”
라이트의 대답에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는 이제 갱단 쪽에서도 체포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아 맞네?
-도심에서 총까지 쐈는데 소문 안 날 수가 없지 ㅋㅋㅋㅋ
-헐? 그럼 이쉑들 런각 잡는 거 아님?
-앨런이 무차별 테러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뜨케 되는 겨 어뜨케 되는 겨!
경찰국장의 생각 역시 시청자와 다르지 않았다.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각별한 주의와 조속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죠. 그래서 심문은 사무소 쪽에 맡긴 겁니다.”
“빨리 정보를 얻어내려고?”
“예. 경찰국을 이끄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적법한 절차와 방식의 심문은 때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명을 구하고 질서를 지키려면 법을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로군요. 제 판단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 여기서도 그게 나오네?
-무법자의 방식으로 법 지키기 ㅋㅋㅋ
-킹직히 지금 사정 다 봐주면서 정보 캐면 이미 다 끝나있을 듯
-???: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
-아 ㅋㅋ 서부시대에는 그런 거 없다니깐?
-근데 경찰국장인데 왜 정상?
-ㄹㅇㅋㅋ 정의로운 고위층? 너무 낯설고?
-클리셰 파괴자너 ㅋㅋㅋ
-아니 원래는 윗물이 맑은 게 당연한 건데 ㅅㅂ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를 좋게 보았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리치힐즈의 보안관이랑 좀 비슷한 수준인데.’
그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은 악역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튼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이경복과 라이트는 경찰국을 나와 다시 사무소로 돌아왔다.
“오, 이번에는 컷신이네요.”
안으로 들어서자 통제권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이전과 달리 최상층이 아니라 지하로 안내를 받았다.
“아, 국장에게 이야기는 잘했나?”
미약한 등불에 어둑한 부분이 더 많은 지하실, 그 안에서 앨런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건……?”
“음? 아아, 신경 쓰지 말게나, 내 건 아니니까. 아하하, 이거 오랜만에 직접 손을 쓰니까 영 깔끔하지가 못하구만.”
하지만 이내 불빛으로 그림자에 가려진 그 아래쪽이 드러나자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가죽 앞치마에 붉은 수건 ㄷㄷ
-어우;;; 설마 저게 다?
-분위기 반전 무엇?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아니 ㅋㅋㅋ 너무 달라졌잖슴!
-넉살 좋은 아재가 바로 고문기술자가 되어버리고?
-ㄹㅇㅋㅋ 첫 만남 때랑 똑같이 웃는데 느낌 완전 다르네
라이트는 흠칫했지만 알렉스의 눈은 깊이 가라앉았다.
“예, 상황은 전달했습니다.”
“그래? 뭐라고 그러던가?”
앨런이 되묻자 화면이 다시금 깜빡였다.
“인명을 구하려고 법을 외면한다? 허, 말은 아주……”
알렉스의 설명에 앨런은 조소를 흘렸다.
“그래도 그 친구, 급하긴 한 모양이로군. 하기야 제 모가지가 달렸으니 어쩔 수 없겠지.”
“모가지? 사람들 구하는 것보다 자기 위치가 더 중요하다고?”
라이트가 그 답변에 눈살을 찌푸렸다. 앨런은 그에 어깨를 으쓱였다.
“인명이 더 중요하다? 이 도시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한둘인 줄 아나? 알렉스, 자네도 봤으니 알 거야. 이 도시에 부랑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경찰들이 그런 사람들 죽는다고 신경을 쓰나?”
답을 바란 질문은 아니었다. 앨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장에게 사람이 죽는 건 문제가 아니야. 하필이면 지금 죽을 것 같아서 무서운 거지.”
“지금이 뭐가 다릅니까?”
“아, 하긴 두 사람은 모르겠군. 조만간 대통령께서 이곳을 방문하실 걸세.”
“대통령?”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왔다.
앨런이 바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찰이지. 서부 개척 상황이 어떤지 직접 보려고 그 먼 동부에서 기차를 타고 오신다더군. 그런데 그 전에 도시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펑펑 터져나가면? 그 친구 속도 펑펑 터지지 않겠나?”
그는 제 농담이 만족스러운지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웃지 않는 걸 보고 멋쩍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뭐, 어쨌든 나도 문제가 없기를 바라네. 그래서 이렇게 노력하는 거 아니겠나? 그래도 대통령 경호 인력까지 도착하면 놈들 체포하기가 더 쉬워지겠지.”
앨런은 이내 손을 털며 돌아섰다.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위협은 제거하는 게 제일 상책 아니겠는가. 뭔가 알아내면 바로 알려주겠네.”
그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심문실로 향했다. 알렉스와 라이트는 서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돌아섰다.
모두가 떠나니 그 자리에는 미약한 등불만이 남았다.
“생각도 못 한 대통령이 나오네요.”
-ㄹㅇㅋㅋ 큰 거 오는 중
-뭔가 대통령도 엮일 것 같다 이마리야
-컷신에서 괜히 짚어주는 건 아닐 듯 ㅋㅋㅋ
-스케일 펌핑 오지고?
이경복의 멘트에 시청자들도 바로 동감했다. 그 사이 등불이 훅 꺼지더니 화면이 어두워졌다.
[며칠 후]
그 위로 나타나는 문구가 시간의 경과를 알려주었다.
-어후 ㅋㅋ 난 벌써 챕터 끝난 줄
-???: 어 퓨 데이스 레이러
-스폰지니?
-음성재생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안도하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화창한 하늘 아래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었다. 광장에 앉아 있던 앨런은 그들을 바라보며 시가를 태웠다.
“이상해,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그는 연기를 훅 뱉고는 머리를 내저었다. 이내 카메라가 돌아가 앨런 앞에 있는 알렉스와 라이트를 비추었다.
“보통 놈이라면 이미 동료들은 물론이고 가족에 죽은 사람까지 팔아먹었을 거야. 그런데 전혀 입을 열지 않아.”
“하이어드 건을 그만큼 무서워하는 겁니까?”
알렉스의 물음에 앨런의 이마에 주름이 파였다.
“뭔가 좀 달라.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야. 충성심? 아니, 그것도 좀 이상하지. 무법자란 놈들은 기본적으로 제 잇속을 챙기는 것들인데 이 정도로 충성할 리가 없어.”
“좋은 소식은 그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뿐이네. 어쩌면 계획이 틀어져서 도망친 거 아니야?”
라이트의 물음에 앨런은 물론 알렉스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소장님! 앨런 소장님!”
그때 누군가 다급히 소리를 높이며 다가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은신처, 드디어 은신처를 찾았습니다!”
“오! 정말인가!?”
앨런이 반색하며 일어났다가 두 사람을 돌아봤다.
“아, 심문과는 별도로 놈이 수송했던 마차의 경로를 역추적하도록 지시해뒀었네.”
-오 ㅋㅋ 유능쓰
-역시 짬바는 무시 못 한다 이말이야
-뭐 힌트라도 나왔나?
시청자들도 이에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탐정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꺼냈다.
“이건?”
“아니……! 이게 왜?!”
그것은 곱게 접힌 깃발이었다. 탐정이 그것을 펼치자 붉은 바탕에 파란 X자와 그 안에 박힌 새하얀 별들이 드러났다.
세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남부연합기가 아닌가!?”
앨런의 충격 받은 모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연신 올라왔다.
-저게 뭔데 놀라는 거?
-그뭔씹ㅋㅋㅋㅋㅋ
-정보)남부연합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를 찬성한 쪽이다
-이거 인종차별주의랑 백인우월주의 상징처럼 씀 ㅋㅋㅋ
-우리나라 사람은 모를 수도 있다 이마리야
-고마워요 웨스턴웨건!
-그럼 잡힌 그놈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아! 하이어드 건 갱단 전체가 그런 거네!
몇몇 시청자들의 설명에 모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과연! 그래서 그런 거였군! 단순한 무법자가 아니라 사상범이었어! 그래서 입을 열지 않았던 게야!”
앨런은 놈이 심문에 굴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이어 알렉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놈들의 목적은 금괴나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의 시선이 라이트 쪽으로 돌아갔다.
“라이트, 롬웰 패거리를 만난 게 철도회사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건 왜?”
그 한 마디에 이경복의 뇌리가 번뜩였다.
“아,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네.”
탄사와 함께 나온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이에 설명을 이어갔다.
“그 하이어드 건이 노린 건 철도회사 사장만이 아닌 거죠.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온다면서요? 시찰 일정을 노린 겁니다.”
-오?
-헐? 그럼 설마?
-무친ㅋㅋㅋㅋ 대통령 암살이 목적이네
-ㅁㅊㄷㅁㅊㅇ
-아니;; 그냥 은행강도하세욧!
시청자들도 그 목적을 깨닫고 놀랐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의문을 표했다.
-근데 꼬맹이들은 다이너마이트를 은행 근처에 묻어놨잖슴?
-대통령이 은행에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
-은행에 안 가면 그냥 끝 아님?
컷신 속 라이트도 그들과 비슷한 물음을 던졌다. 덕분에 해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은행이 목적이 아니었던 거지. 제리에게 들은 것처럼 연방은행을 터는 건 어려운 일인 만큼 흔한 일이 아니야.”
“경찰국과 탐정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미끼로군!”
앨런의 얼굴이 황망해졌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대통령께서 도착하는 건 바로 오늘이야.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 환영인파 때문에 섞이기도 쉬울 테지!”
-헐?
-아까 컷신에서 사람들 몰려갔잖슴!
-무친;;; 환영하러 몰려간 거?
-와씨 이거 완전 어쌔신 크레딧 아님?
-아니 ㅋㅋ 타겜 언급 하지 말라구웃!
-너무 몰입해서 숙제인 거 깜빡쓰 ㅋㅋㅋㅋ
알렉스와 라이트의 표정이 일변했다.
“저희 먼저 기차역으로 가겠습니다.”
“부탁하네! 나도 사무소에 남은 탐정들을 모두 보내도록 하지! 자네도 은신처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차역으로 오라고 하게!”
“아, 알겠습니다!”
모두가 다급하게 흩어졌다.
-아니 ㅅㅂ 무슨 갱단이 대통령 암살까지 모의를 하냐고 ㅋㅋㅋ
-이게 바로 서부시대?
-인종차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ㅎㄷㄷ
시청자들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도 웃음을 흘렸다.
-야! 암살범! 또샷또킬 갓플이 간다!
-???: 대통령 암살 때 총 맞은 자리입니다! 구멍이 하나지요!
-아니 ㅋㅋ 그 암살이었냐곸ㅋㅋ
-죽고 지옥재판에서 한 말임? ㅋㅋㅋ
-킹정재는 두 발이지만 하이어드 건 놈들은 하나쥬?
-퍼펙트 탐정이라면 그게 기본입니다만?
-스포) 암살 실패함
이경복이라면 막을 수 있다. 이는 숱한 경험에 근거한 믿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