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 배신의 의미 (5)
죽은 줄 알았던 빌리가 살아있었다.
그 사실에 모두가 충격 받았지만 알렉스만큼 놀란 이는 없을 터였다.
“빌리……! 빌리!”
알렉스는 아들의 이름만을 되뇌이며 떨리는 손으로 그를 일으켰다.
“아버……”
빌리 역시 붉어진 눈시울로 알렉스에게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
“꼼짝 마라!”
이내 덮쳐오는 경찰들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알렉스는 그 모습에 기겁하며 다급히 경찰들을 뿌리쳤다.
“예?”
“아니, 그쪽이야말로 대체 뭐하는 겁니까?!”
경찰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사정을 몰랐기에 황당함을 표했다. 애당초 처음 빌리를 잡은 건 알렉스가 아니던가.
-아니;; 상황이 이렇게 되네
-와씨 이거 진짜 골 때린다 ㅅㅂ
-경찰이 잘못한 게 아니긴 한데 ㅋㅋㅋㅋ
-이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알렉스 역시 상황을 인지했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여기서 빌리를 체포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 손 놓으세요! 제가, 제가 맡겠습니다.”
“뭐라고요?”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경찰들은 그를 이상하게 여기며 빌리를 결박했다. 빌리는 불안한 눈으로 알렉스를 바라보았지만 입은 굳게 다물었다.
시청자들은 그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빠한테 피해갈까봐 입꾹닫 ㅠ
-않이! 스토리 왜케 맵냐구욧!
-빌리 찾았는데 왜 안 해피엔딩? 왜? 왜? 왜? 왜? 왜?
-락앤롤 작가 누구? 락앤롤 작가 누구? 락앤롤 작가 누구?
-안되겠소! 쏩시다!
-아니 ㅋㅋ 일단 쏘고 보냐고 ㅋㅋㅋ
상황은 더욱 극으로 치달았다. 알렉스는 핏발 선 눈으로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경찰들도 그에 정색하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 건지 몰라도 가만히 있으세요.”
“알렉스?! 대체 무슨 일이야!?
그 와중에 라이트가 합류했다. 그녀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허리춤에 매단 도끼에 손을 대었다.
-빛눈나까지 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환장하겠네 진짜
-설마 무법자 루트였던 거?
-1급 요원이었던 내가 한 순간에 현상수배자?!
-클립제목 바로 나와버리고?
-설마 여기서 싸운다고?
-ㅁㅊ 대통령 경호원들도 있는데?
-아 제발 좀! 쫌!
-상황 개 꼬이는 게 미드 보는 거 같네ㅋㅋㅋㅋㅋㅋ
더욱 험악해진 분위기에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그만! 다들 진정하세요!”
그때 불쑥 끼어든 새로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자연스럽게 화면도 돌아가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비추었다.
정돈된 수염과 깔끔하게 포마드로 머리를 넘긴 중년의 남성이 마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연신 올라왔다. 대체 누군가 싶었는데 마차 주변에 서 있는 경호원들이 보였다.
이경복은 그와 더불어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에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이 대통령이네요.”
-ㅔ?
-대통령이요?
-아니;;; 왜 마차에서 나옴?
-기차타고 오는 거 아니었나?
그의 말에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그리고 알렉스 역시 그들과 같은 의문을 표했다.
“칼슨 대통령님? 아니, 대체 어떻게……”
그 사이 대통령, 칼슨에게 경호원들이 다가와 무어라 속삭였다. 이에 칼슨은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고는 알렉스에게 다가왔다.
“암살시도를 막아주셨다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는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이내 어색한 미소가 이어졌다.
“놀라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암살 위협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죠. 전 기차역에서 마차로 갈아탄 것도 그 때문입니다.”
-헐?
-5252, 대체 통수를 몇 번이나 치는 거냐구웃!
-뭐임? 그럼 암살 막은 게 헛수고인 거?
-아니 ㅋㅋ 그래도 사람들 구한 거지 뭔 헛수고임ㅋㅋㅋ
-얘는 딱 봐도 무법성향이네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 설명에 놀라는 와중 칼슨이 조심스럽게 알렉스의 손을 맞잡았다.
“제 목숨이 빚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시민들의 목숨을 지켜주셨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알렉스가 이에 눈을 부릅떴다. 그는 양손으로 칼슨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아무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 제 아들 빌리에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아드님이시라고요?”
그 부탁에 칼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경찰과 라이트 역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아버지……”
빌리는 울먹이다가 결국 흐느꼈다.
“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칼슨은 당황했지만 이내 얼굴을 굳혔다.
“알렉스 씨, 제가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정상참작은 하겠지만 조사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이내 그는 기차 쪽을 돌아봤다.
“자세한 건 저 보다 수사국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겠습니다.”
“……수사국장?”
알렉스의 표정은 물론이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내 돌아간 화면은 기차에서 내리는 또 하나의 남자를 비춰주었다.
그 역시 경호원들에게 이야기를 듣더니 알렉스에게 다가왔다.
“해롤드라고 합니다.”
그는 담담히 제 이름을 밝히고는 칼슨을 돌아봤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세인트 클로드로 가서 하시는 게 좋겠군요.”
그와 함께 서서히 암전되는 화면.
-수사국? 경찰국이랑 다른 건가?
-대통령이랑 같이 올 정도면 더 짬이 높은 듯?
-오 ㅋㅋ 그래도 배드엔딩은 아닌갑네
-갓플이 이렇게 쩔었는데 어케 배드엔딩이 나오겠냐고 ㅋㅋㅋ
-그냥 극적인 연출이었쥬?
시청자들은 안심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해롤드라는 캐릭터……’
그의 등장과 함께 신기가 감지했던 기운이.
‘완전히 악역인데?’
여지없이 불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 *
컷신의 종료와 함께 장소가 바뀌었다. 이경복이 있는 곳은 경찰국의 지하감옥이었다.
쇠창살 너머에는 빌리가 있었다. 덜덜 떨리는 어깨와 흔들리는 동공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 아버지. 저, 저 이제 죽는 거죠? 교수형 당하는 거죠? 죽고 싶지 않은데…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울먹임과 떨리는 목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 나왔다. 붉게 충혈된 빌리의 눈동자가 이경복을 향했다.
“대통령 암살이라니? 아니, 아니에요. 저는 그러려던 게 아니에요!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그 모습에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완전 패닉이네 ㅎㄷㄷ
-우리도 당황스러운데 오죽하겠음?
-근데 대통령 암살 미수면 진짜 빼박 교수형 아님?
-우리나라로 치면 고딩쯤 될 텐데 진짜 무서울 듯
-말 하는 거 보니까 진정부터 시켜야겠는데?
-ㅇㅇ 컷신이 아닌 거 보면 뭐라도 해야 되는 거일 듯
빠르게 올라오는 의견에 이경복도 동의했다.
“아무래도 몽타주 때처럼 추리나 정리하는 파트 같습니다. 빌리한테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될 테니까요. 그러려면 일단 진정부터 시켜야겠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작게 속삭인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빌리를 바라보았다.
“빌리.”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이러려는 건 아니었는데……”
“빌리, 괜찮아. 넌 죽지 않을 거다.”
이경복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신이 불안해서야 상대가 진정할 리 없었다.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아버지?”
효과가 있는지 빌리의 동공이 조금씩 자리를 되찾았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일단 심호흡을 해봐. 크게,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 쉬어봐. 어려우면 날 따라해.”
“천천히……”
이경복은 평소 운동을 끝낸 후 쿨 다운할 때처럼 호흡했다. 빌리도 그와 같이 호흡하니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아니 ㅋㅋ 왜케 잘함?
-퍼펙트 보이스로 가이드 해주는데 어케 진정이 안 되겠냐고 ㅋㅋ
-나도 모르게 따라하는 중 ㅋㅋㅋ
-근데 이거 괜찮은데?
-이게 바로 퍼펙트 호흡법?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이경복은 빌리를 마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잘했어. 이제 좀 괜찮아졌지?”
“네……”
“지금처럼 내가 도와줄 거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해주면 돼.”
이경복의 말에 빌리는 움찔했지만 전처럼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이야기라고 해도…… 뭘, 어디서부터 해야 하죠?”
“일단은 갱단에 들어가게 된 것부터 얘기해줘. 왜 하이어드 건 갱단과 같이 다니게 된 거야?”
-그치! 이거부터 물어봐야지 ㅋㅋ
-진짜 ㅋㅋ 빌리가 갱단 소속인 건 상상도 못함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하다 이마리야
-요건 무적권 들어야지 ㅋㅋㅋ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궁금해 했기에 동감하는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윽고 빌리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 마을을 습격한 건 아버지랑 같이 갔던 연방보안관들, 세이프시프터였어요.”
“……뭐라고?”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채팅창역시 그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이어드 건이 아니라 세이프시프터라고?
-여기서 또 통수가?
-아니 ㅋㅋ 때린데 또 때리기 있음?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빌리는 괴로운 기억인 듯 눈을 찌푸렸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놈들은 가장 먼저 절, 절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어요. 저를 먼저 죽이면 총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처리하기 힘들어질 거라고, 감옥에 갇혀 있었으니까 도망치지도 못할 거라고…”
뒷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놈들이 연방보안관인 척 행세하면서 방심한 사람들을……”
-와 ㅅㅂ 혹시 마을 사람들이 반격할 수도 있으니까?
-생각보다 더 개자식들이었네?
-아니 그럼 프롤에 나온 탐정들은 뭐임? 하이어드 건이라면서?
-근데 고건 충분히 그럴 만함
-ㄹㅇㅋㅋ 첨에 탐정들은 세이프시프터가 있는지도 몰랐잖슴
-ㅇㅇ 그래서 하이어드 건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던 거
빌리가 뒷내용을 입에 담자 시청자들도 탄식했다.
“비명과 총소리가 들려왔어요.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더 무서웠던 건…… 그 소리가 사라졌을 때였어요.”
“빌리……”
빌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모습에 이경복은 순간 갈등했다. 이대로 계속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다행히 빌리가 먼저 고개를 내저었다.
“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언제든 힘들면 멈춰도 괜찮다.”
그 말에 빌리는 숨을 다시 고르고 입을 열었다.
“저는 무서워서 떨고 있었어요. 하지만 놈들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나중에서야 알았죠. 하이어드 건 갱단이 쫓아오는 걸 보고 도망간 거라는 걸요.”
“갱단이? 그렇다면……”
“네, 저를 구해준 건 보스였어요.”
채팅창은 재차 밝혀진 내용에 요동쳤다.
-헐?
-복수대상이 알고 보니 아들을 구해줬다!?
-5252, 너무 꼬는 거 아니냐구웃!
-이게 바로 미국식 드라마다 이마리야
아이러니하게도 빌리가 살아남은 건 하이어드 건 갱단 덕분이었다.
“보스는 제게 아버지의 배지를 보여줬어요. 그래서 저는, 저는 아버지가 놈들 손에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설마 내 복수를 하려고?”
“……네. 보스도 세이프시프터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절 살려두는 거라고. 제가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였으니까요. 선택권은 없었지만, 저도 복수를 하려고 갱단에 들어간 거예요.”
프롤로그에서 알렉스가 정신을 잃은 이틀간 벌어진 일이 밝혀졌다. 이경복은 자기도 모르게 헛숨을 뱉었다.
“하지만 갱단 사람들 전부 어울린 건 아니에요. 마을이 그렇게 됐으니까 보스가 숨을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다들 흩어졌고 보스는 절 데려갔어요. 제가 도망치지 않도록 직접 감시하기 위해서였죠. 몇 달 동안 지내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배웠다고?”
“네. 총 쏘는 법이랑 사냥하는 법, 약초를 구별하는 방법 같은 거요.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가르쳐주더라고요.”
그 말에 이경복의 표정이 약간 복잡해졌다. 시청자들은 그 심정을 채팅으로 표했다.
-알렉스가 탐정 사무소에 있는 동안 빌리는 보스랑 같이 지낸 거네
-뭔가 보스가 부모노릇을 대신 한 느낌?
-아니 ㅋㅋ 그래도 갱단이잖슴
-살인청부업자가 애 좀 키운다고 착한 사람 되는 거 아니자너
-이거 메옹과 라틸다 아니냐?
-뭔 ㅋㅋㅋ 전혀 다르지 ㅅㅂ
채팅창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갈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어지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그리고 준비했던 때가 왔다고 했죠. 보스는 복수의 시간이라면서 다이너마이트를 줬어요.”
빌리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지! 저는, 저는 정말로 대통령님이 타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기차에는 세이프시프터의 보스가 있었다고… 분명 그랬는데……!”
“빌리, 심호흡. 숨을 크게 들이쉬어.”
재차 패닉에 빠지려 하자 이경복이 빠르게 말했다.
빌리가 다시 진정하는 사이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와 보스가 빌리 이용해먹으려고 수 쓴 거네
-이게 그 스톡홀름 증후군이랑 비슷한 거 아님?
-롬웰패거리가 우리 빛눈나 이용해먹으려던 거랑 비슷한 듯?
-미성년자니까 의심 피하기도 쉽잖슴 ㅋㅋㅋㅋ
-ㄹㅇㅋㅋ 우리나라로 치면 고딩아님? 누가 고딩이 다이너마이트 들고 다닐 거라 생각하겠냐고
-실제로 갓플 없었으면 다이너마이트 터졌쥬?
-킹치만 어림도 없지 ㅋㅋㅋ 바로 심지 날려버리고?
보스가 빌리에게 잘 대해준 건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시청자들이 의견을 정리하는 사이 이경복도 빌리를 진정시켰다.
“어려운 일이었는데 잘 해줬어. 나머지는 내게 맡겨줘.”
자초지종을 모두 들었으니 더 들을 건 없을 터였다. 이경복의 말에 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통제권이 사라지며 컷신으로 넘어갔다.
“빌리, 걱정하지 마라.”
알렉스는 창살 사이로 손을 넣어 빌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널 잃은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해. 그리고 그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
“널 다시는 잃지 않을 거다.”
알렉스는 그리 말하며 돌아섰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 뒷말은 빌리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빛버지 ㅠㅠㅠㅠㅠ
-아아, 이것은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자식 되찾았는데 또 잃는다? 이거 완전 미치는 거거등요?
-본격 효도 권장 게임 ㅋㅋㅋ
-근데 왜 트수?
-학생 분위기 챙겨^^
-방송 보고 전화 한 번 드려야겠누…
-???: 왜 새벽에 전화질이야! 아이고 잠 다 깼네 다 깼어!
-???: 허이구 웬일이래? 용돈 떨어졌어?
-부모님 반응 너무 맵고?
-이거 보고 부모님 번호 지웠읍니다^^
-미쳤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떠드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알렉스가 국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렇게 멋대로……”
경찰국장이 언성을 높이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알렉스를 돌아봤다.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하도록 하죠.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그 앞에 있던 해롤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형식은 물음이었지만 그 태도는 달랐다.
결국 경찰국장은 언짢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문이 닫히자 해롤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국장’이라고 부르니 동급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는 이내 알렉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죠. 미연방 법무부 산하 수사국을 맡고 있는 해럴드입니다.”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1급요원, 알렉스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해롤드는 여유롭게 대답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알렉스는 그대로 서 있게 놔둔 채였다.
-?
-매너 무엇?
-뭔가 쌔한데……
-목이 뻣뻣한 놈 치고 좋은 놈을 못 봤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태도에 불안함을 느꼈다. 해롤드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깍지를 꼈다.
“사정은 들었습니다. 붙잡은 암살범이 아들이라? 이것 참 아이러니하네요.”
“……빌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탐정이시라면 충분히 아시지 않습니까?”
알렉스의 물음에 해롤드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답했다.
“그냥 살인미수도 큰 죄인데 하물며 대통령 암살 미수라? 이건 재판결과를 볼 것도 없이 당연히 사형이죠.”
이경복은 그로부터 느껴지는 불쾌함에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아버지 앞에서 저렇게 말하는 건 좀 그렇죠.”
-진짜 ㅋㅋ 사이코패스인가?
-해롤드쉑 맘에 넘모 안 들고?
-안되겠소! 쏩시다!
-쏩시다 뇌절 그만해라 좀 ㅋㅋ
-근데 얘는 좀 쏘고 싶긴 해 ㅋㅋㅋ
그 선언에도 알렉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하다면 저를 따로 부를 이유가 없었을 텐데요.”
노기를 억누른 목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해롤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과연, 방금 나간 국장보다 당신 쪽이 더 이야기가 잘 통하네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일단 현 상황을 좀 짚고 넘어가죠. 당신이랑 그 인디언, 라이트라고 하던가요? 두 사람이 갱단원을 생포한 건 아주 훌륭했습니다.”
해롤드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하지만 그것을 진심 어린 칭찬이라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친구들 입이 아주 무겁습니다. 그 시대착오적인 남부연합 추종자들다운 모습이죠. 이것 참, 때가 어느 때인데 노예제니 인종차별이니.”
그 말에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어했다.
-방금 지도 빛눈나 인디언이라고 안 했음?
-인종차별이라는 인식도 없는 거 ㅋㅋㅋ
-내로남불 너무 역겹고?
-비호감 스택 쌓이는 속도 보소 ㅋㅋㅋㅋ
-이건 뭐 대놓고 빌런인 듯?
-쏩시다 충 다시 나와도 좋다 이말이야
하지만 그들의 심정을 해롤드가 알 리 없었다. 그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헌데 당신 말대로라면, 정말 아드님이 갱단에게 속은 것뿐, 남부연합 추종자가 아니잖아요?”
“사실입니다. 제 아들은 놈들과 달라요.”
“그렇죠. 그렇다면 수사에 협조를 해준다는 건데, 대통령님 말씀도 있으니 사법거래를 제안할까 합니다.”
해롤드의 말에 알렉스가 반색했다.
“물론입니다! 알고 있는 걸 전부 알려줄 겁니다. 수사에 도움도 될 겁니다!”
-오?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하네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였나?
-다행히 배드엔딩은 아니고 ㅋㅋ
-쏩시다 충 다시 들어가
-쏠랑 말랑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이에 안심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여전히 꺼림칙했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좋습니다. 합의에 도달해서 다행이군요. 협조만 해준다면 사형은 면하고 무기징역이 될 겁니다.”
“……뭐라고요?”
이어지는 해롤드의 답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정색한 건 알렉스만이 아니었다.
-아니 ㅅㅂ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냐고!
-여전히 배드엔딩이었고?
-지금 장난? 지금 장난? 지금 장난?
-쏩시다 충 나오지 마. 내가 쏘고 만다 ㅅㅂ
-아 ㅋㅋ 개같이 킹받게 하네
그 분노를 대변하듯 알렉스가 아득 이를 물었다.
“무죄.”
그는 성큼 해롤드에게 다가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무죄를 받으려면 뭘 해야 됩니까?”
그 물음에 해롤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역시! 아주 좋아요! 말이 잘 통할 줄 알았습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알렉스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이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은 단순히 아드님의 사면과 연관된 건 아닙니다. 이건 미연방의 치안과도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수사국장인 제가 왜 이곳, 서부까지 왔겠습니까? 대통령 호위요? 아니, 아닙니다. 저는 직접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이 아니에요.”
해롤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올라간 입꼬리처럼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차가 멈춰 서자마자 확신이 들더군요. 이 축복 받은 땅과 위대한 나라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요점만 말하시죠.”
“이런, 애국심을 좀 더 가지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모든 일이 국가를 위해 하는 일이니까요.”
그리 말하던 해롤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무법자들은 물론이고 당신과 같은 탐정까지. 지금 이 나라는 바로잡을 게 한둘이 아닙니다.”
“무슨……”
“대낮에 벌어지는 암살 시도에 숱하게 벌어지는 총격전. 방화와 강도는 물론이고 살롱에는 밀주가 넘치죠. 이걸 직접 보고도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까?”
그는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고개를 내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서부에는 법과 공권력이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보안관과 연방보안관, 거기에 사설탐정이라니? 모두 제멋대로인 치안 체계 때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바로 잡으러 온 겁니다!”
“바로 잡는다니? 뭘 어떻게……”
“아주 간단합니다. 모든 치안 부처와 인력을 하나의 체계, 수사국 산하로 넣는 겁니다.”
해롤드는 간단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치안 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드러나야 하죠. 그리고 그 증거로 당신이 나서는 겁니다.”
“증거?”
“연방보안청과 보안관, 그리고 경찰국도 못 한 일을 고작 탐정 하나가 해결하면 어떨까요? 그 무능함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알렉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요구조건이로군요.”
“눈치가 빨라서 좋네요. 생사불문, 하이어드 건 갱단을 괴멸시키세요. 그렇게 되면 당신의 아들은 자유를 누리게 될 겁니다. 약속드리죠.”
준비한 듯 늘어놓은 해롤드의 답에 알렉스는 리볼버에 손을 올려두며 답했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할 겁니다.”
“물론이죠. 저는 법과 질서를 수호합니다. 약속 역시 그에 속하니까요.”
알렉스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돌아서서 국장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해럴드는 여유롭게 커피잔을 들었다. 새까만 수면 위에 파문이 일어났다.
[Chapter 4 – Betrayal]
[End]
그 위에 떠오르는 문구.
4번째 챕터가 끝이 났다.
“와…… 이렇게 챕터가 끝이 나네요.”
이경복은 탄사와 함께 단평했다.
“빌리가 나와서 혹시 엔딩인가 싶었는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진짜 ㅋㅋㅋ 빌리 찾아서 복수도 끝나나 싶었는데 아니었쥬?
-내용 보니까 챕터 제목 너무 찰떡임 ㅋㅋㅋㅋ
-ㄹㅇㅋㅋ 한 챕터에서 통수만 몇 번 맞은 거냐구웃!
-갱단 내 배신자 있음, 빌리 생존, 마을 습격 하이어드건 소행 아님 ㅋㅋㅋ
-지놈류 제리는 안 껴줌?
-아니 ㅋㅋ 그건 뇌절이지 ㅋㅋ
-그 와중에 게임 제목도 여전히 찰떡이쥬?
-아들 찾았는데 여전히 고귀하고 절박한 복수자너~
-아들의 복수 > 아들을 위한 복수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말에 공감을 쏟아냈다.
“오늘도 정말 재밌었네요. 특히 빌리가 나와서 더 몰입이 되는 챕터였습니다. 다음 챕터는 또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네요!”
이어지는 그의 멘트에 채팅창이 바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렇게 또 방송이 끝나버리고 ㅠ
-빌리는 돌아왔는데 왜 갓플이 떠나는 것이지?
-그립읍니다ㅠㅠㅠ
-이쯤 되면 챕터 구분해둔 게임사 잘못 아니냐?
-아 ㅋㅋ 챕터 구분 없으면 켠왕인거자너 ㅋㅋㅋ
-챗창에 퍼단증상 도지네 ㅋㅋㅋ
-도지? 지금 도지라고 했어?!
-물렸니?
-???: 순간적인 방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멘붕이 터져나옵니다. 로데리의 무법자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겁니다.
-무쳤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격한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 내일은 또 내일의 방송이 있으니까요! 방송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바!”
이경복이 사라지자 시청자들은 여운에 잠겼다.
-준법성향답게 방종각 미쳤쥬?
-로데리 방송도 이제 얼마 안남은 듯?
-ㅇㅇ 죽은 줄 알았던 빌리 돌아온 거 보면 후반부인 듯
-어떻게 엔딩각이 나오려나…
그들은 이번 컨텐츠의 마지막을 예감했다.
-제발 해피엔딩!
-아 ㅋㅋ 갓플이 하면 무적권 햅삐엔딩이라니깐!
-갓플이 한 겜 중에 퍼펙트 엔딩 아닌 겜이 있나?
-ㄹㅇㅋㅋ 본방사수나 잘 하라 이마리야
그 끝은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이번 방송도 그럴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