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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44화 (244/491)

244화 - 알고 보니 더 대단 (2)

메타게이머 인플루언서 팀.

기자, 신혜림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초안은 완성 됐어.’

그녀는 작성한 기사 초안의 퇴고까지 마친 후, 팀장에게 송신했다. 이어 그녀는 팀장실로 호출을 받았다.

“팀장님, 신혜림입니다.”

“어, 들어와.”

그녀는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팀장은 웃고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어지는 그의 말에 신혜림은 안도할 수 있었다. 팀장은 너털웃음과 함께 흡족함을 내비쳤다.

“기록은 엔딩을 봤을 때 확정이라고?”

“네, 맞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긴 해야겠네. 아니지, 이 차이 보면 1위는 확실해! 대기하다가 확정되면 바로 우리가 1순위로 기사를 올리는 거야!”

그는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신혜림도 웃음을 참기 어려워했다.

“역시 퍼플이야. 지켜만 봐도 기사거리가 아주 막 쏟아져! 응? 이거 초안 그대로, 확정된 기록으로만 교체해도 충분해.”

“아, 넵! 알겠습니다!”

비로소 팀장의 입에서 컨펌이 나오자 그녀도 마음 놓고 웃음 지었다.

‘방송에 커뮤까지 모니터링한 보람이 있네!’

방송을 보는 것까지는 전담 기자로서의 업무였지만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건 그 이상을 의미했다.

늦은 밤에도 퍼플과 관련된 정보나 여론, 상황을 파악하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제 남은 건 퍼플 쪽 답변뿐인데……”

팀장은 이내 턱을 매만지며 말끝을 흐렸다. 신혜림이 이내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허락… 해주시지 않을까요?”

“하겠지. 분명히 할 거야. 사실 거절할 이유는 없잖아?”

팀장은 그녀는 물론 자신까지 안심시키려는 듯 연이어 말했다.

“뭐, 막말로 올리는 건 문제가 없어. 사실을 보도하는 건데 허락을 구할 필요가 있나?”

기사 내용에 문제가 없다면 그 기사의 당사자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하나하나 허락을 구해야 했다면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기사는 하나도 없지 않겠나.

“그래도 퍼플이니까, 미리 양해를 구하는 거지.”

지금은 순전히 퍼플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미리 허락을 구해두려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소식이라고 해도 당사자 모르게 기사가 올라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터였다.

“그, 얏타맨 기록도 넣으라고 하신 건 그것 때문인가요?”

신혜림의 물음에 팀장은 눈을 돌렸다. 그는 그녀가 초안을 작성하기 전에 일본 스트리머인 얏타맨의 기록을 반드시 첨부하라고 지시했다.

“응? 그게 퍼플이 허락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어, 그럼 얏타맨 기록은 불필요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플레이 타임이 길어서 순위권에도 못 들었는데요.”

그녀의 대답에 팀장은 혀를 찼다.

“아직도 멀었네, 멀었어. 신 기자, 이 기사가 누구를 위한 것 같아?”

“네? 그거야……”

신혜림은 대답하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퍼플에 대한 좋은 기사니 그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그 팬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러나 눈치껏 그뿐만이 아님을 직감했다.

“비단 퍼플 방송 팬들이나 로데리 플레이어들을 위한 뉴스로 한정지을 필요가 없어. 이거, ‘얏타맨’ 키워드 하나만 추가해도 타겟층이 확 넓어지거든.”

팀장은 그녀의 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눈을 빛냈다.

“우리나라와 일본, 양쪽 모두가 그래. 공식 시합이면 말할 것도 없고 일단 붙기만 하면 ‘한일전’구도가 바로 잡히거든. 신 기자, 여기서 얏타맨 뺀다고 사람들이 안 찾아볼까?”

“아……! 바로 찾아보겠죠!”

신혜림은 적극 동의했다.

그녀 역시 커뮤니티에서 스피드런 게시글을 보자마자 집계 사이트에서 얏타맨을 검색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일반 스포츠는 물론이고 E스포츠도 한일전 구도가 잡히면 주목도가 뛴다고. 왜,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 되면 평소 보지도 않던 종목이어도 한일전이다 그러면 보게 되잖아?”

“그쵸. 직접 못 보면 결과라도 찾아보고요.”

“그래, 이제 말이 통하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때? 한국 대표가 무려 퍼플이고, 그 경쟁종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데리잖아! 아니, 이걸 어떻게 안 찾아보겠어?”

“아! 그런데 저희 기사에 얏타맨 기록이 있으면?”

“바로 그거지! 그냥 한 줄만 추가해도 검색 유입 규모가 달라질 거야!”

신혜림의 광대가 상승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 특종이다……!’

이 기사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해줄 터였다.

“게다가 더 좋은 건 이번 한일전 구도는 또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거지.”

“다른 점이요?”

“보통 한일전을 한다 그러면 상대가 어떻게 보이냐? 이게 완전 악의 축이에요, 악의 축.”

두 나라의 역사적인 문제로 한일전이 벌어지면 단순한 시합이 아니라 양측 모두 적개심마저 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국 대표가 모두 이미지가 좋거든.”

“아, 그러네요? 퍼플 님도 일본에서 나름 인기가 많으시죠.”

“그렇지. 바크부터 엘든소울, 그리고 데머크까지 쭉 방송 진행하면서 일본 쪽에서도 퍼플을 좋아한단 말이지. 반면에 얏타맨은 한국에서 인지도가 약해도,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좋잖아?”

“그렇죠. 극우 성향 시청자들은 가차 없이 쫓아내고, 이번에는 퍼플 님에 대해 동경심까지 드러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팀장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지! 퍼플 팬들이 얏타맨을 미워할 리가 없어요. 왜냐? 국적은 달라도 같은 팬이거든. 한일전에서 이렇게 양쪽 대표가 호감인 적이 많지가 않아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뭔가 진짜 ‘친선전’이라는 느낌? 다른 때에는 형식상 친선전이라도 뭔가 날이 서 있는 분위기라서 좀 스트레스가 느껴졌거든요.”

“이번에는 좀 편하게 볼 수가 있지.”

팀장은 웃음을 흘렸다.

그 이유는 비단 양측 대표들의 성격뿐만이 아니었다.

“퍼플이 너무 뛰어나서 뒤처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거든.”

양쪽의 실력도 확연히 드러났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 * *

박주호는 슬쩍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다 읽었지? 이게 신 기자님이 준비해주신 기사 초안이다.”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는데?”

“네, 저도 동감입니다. 깔끔하네요. 오히려 담백하게 쓰니까 더 좋습니다.”

최병훈과 조대한도 간단히 소감을 표했다. 하지만 결정권자는 이경복인 바,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뭐, 나쁜 일도 아니니까. 이름 알려지면 좋지.”

이경복이 흔쾌히 수락하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그럼 회의 끝나고 답장하는 걸로 하지. 그리고 다음 안건이다. 최병훈?”

“아, 벌써 내 차례야?”

최병훈은 가볍게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매드맨의 정식 영입에 관해서 논의를 좀 해보려고.”

프리랜서로 계약했던 보조편집자, 매드맨을 정식으로 편집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이 주제였다.

“실력은 내가 확실히 보장해. 특히 총기를 다루는 씬은 솔직히 나보다 센스가 좋아. 오히려 내가 배우는 편이지.”

“아, 그건 해외 쪽도 인정했어요. 두 분의 편집 스타일 모두 칭찬이 많습니다.”

조대한이 첨언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영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실력은 나도 동의한다. 매드맨이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지. 내게 편집 센스는 없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 채널이다.”

박주호가 그 점을 짚어주었다.

“매드맨이 채용되면 당연히 매드거너 채널은 부업이 된다. 본업과 부업, 양쪽 모두 지속하면서 과연 편집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

그는 그리 설명하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넓게 보면 직원의 부업을 허용해도 되는지 결정하는 거다. 앞으로 또 비슷한 케이스의 직원을 채용해야 할 수도 있으니 미리 결정을 내려두는 편이 좋겠지. 안 그래도 굿즈 제작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마당이니.”

“그 점은 나도 동의해. 영입 제안을 하더라도 그 점은 미리 확정을 해둬야 서로 얼굴을 안 붉히지.”

두 친구의 말에 이경복은 가볍게 눈을 굴렸다.

“근데 이미 대한 씨 케이스가 있잖아? 부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된 취미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고.”

“아니, 그건 경우가 좀 다르지.”

박주호가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나는 수익 창출 유무가 사람에게 꽤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대한 씨 취미활동은 영리활동이 아니지만, 매드거너 채널은 실제로 수익이 발생하니까. 부업을 허용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질지도 몰라.”

“음, 근데 난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싶다.”

최병훈이 바로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매드거너 채널이 수익이 나오긴 하지. 근데 이게 단순히 돈만 보고 운영하는 게 아니거든? 물론 내가 같은 편집자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걸 수도 있어.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편집자에게 영상은 상품인 동시에 작품이야.”

“자기만족인 측면도 있다?”

“자기만족? 자아실현? 뭐, 그렇게 거창한 이름을 붙이면 좀 민망하긴 한데. 어쨌든 같은 입장으로서 창작을 제한하고 싶지는 않고, 만약 해야 한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더 제시하는 게 옳다고 봐.”

“부업을 제한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수익이든 네가 말한 만족이든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줘야 들어올 생각이 들 테니까.”

박주호가 동의하자 최병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의외인데? 추가 비용 든다고 하면 화낼 줄 알았는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자는 거지, 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두 친구의 말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다가도 침음을 흘렸다. 친구들이 판단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그의 몫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 쓰는 데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아.”

고민을 끝낸 이경복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만족하는 거잖아? 그러려면 영상 퀄리티가 유지되는 게 맞지.”

“그건, 그렇지.”

최병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업 제한 쪽으로 결정하신 건가?’

조대한은 슬쩍 눈치를 살폈다. 박주호도 비슷한 생각인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데 내가 방송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세운 원칙이 있거든?”

그때 다시 이경복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즐거워야 시청자들도 즐겁다. 그렇다면 큐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는 싱긋 웃으며 최병훈을 돌아봤다.

“편집은 내가 하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편집자가 즐거워야 영상을 보는 사람이 즐거울 것 같아.”

“나야 즐겁게 하고 있지.”

“그래, 그게 중요하지. 우리, 팀 퍼펙트가 일반적인 회사는 아니잖아? 근무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거든. 결과만 확실하면 남은 시간은 중요치 않아. 그러니까 대한 씨도 취미를 즐기는 거고.”

“아, 네. 맞습니다.”

조대한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경복은 마주 웃고는 최병훈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때? 매드맨 님이 수입 때문에 빨리 끝내려고, 퀄리티를 낮출 것 같아?”

“그건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최병훈은 그에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얘는 진짜 총에 미친 애거든. 내가 컨펌 했는데도 아이디어 새로 떠오르면 수정해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야.”

“그럼 됐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미 말했지만 편집은 병훈이 눈을 믿기로 했잖아? 주호, 너도 매드맨은 믿지 못하더라도 이 녀석 말을 믿을 거 아냐?”

“……그렇지.”

“그래, 그럼 채널 운영은 그대로 허용하는 쪽으로 하자.”

이경복의 결정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계약서는 준비해두지.”

“야, 걔는 보자마자 바로 도장 찍을걸?”

“오……! 저 이제 막내 탈출인가요!? 아, 막내라고 따로 하는 일은 없지만요.”

조대한의 말에 다시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 *

그 외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평소와 같이 회의를 마무리 짓는 도중 박주호가 입을 열었다.

“아, 방송과는 별개인데 오늘 저녁식사는 다들 예정이 있나?”

“저녁식사?”

“예정이라니?”

“어, 저는 없습니다.”

조대한이 먼저 답했다.

이에 박주호는 잠깐 주저하다가 다른 두 친구에게 설명했다.

“저번 달에도 잠깐 얘기했던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식사 초대를 하셨거든. 근데 또 네가 식기세척기를 보냈잖아.”

“아, 그거 받으셨대?”

“그래. 그래서 이번에는 꼭 식사 대접을 해야겠다고 하시더라.”

그 설명에 조대한이 당황했다.

“아, 제가 끼는 자리가 아니었네요.”

친구들을 부른 건데 눈치 없이 끼려고 한 게 되지 않았나. 그런데 박주호는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뇨, 대한 씨도 괜찮으면 오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서 직장 동료분들 전부 대접하고 싶어 하셔서요. 물론 부담스러우시면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최병훈이 웃음을 흘리며 박주호를 엄지로 가리켰다.

“어머님께서는 네가 왜 회사 관뒀는지 모를 거 아냐.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 관두고 매니저 된다고 하니 불안하시겠지.”

“아, 맞네. 아무리 우리가 친구라고 해도 불안하시긴 했을 텐데, 미리 찾아뵐 걸 그랬네.”

이경복도 이내 맞장구를 쳤다.

“저번에 반찬도 얻어먹었는데 초대를 또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어차피 방송이야 저녁 먹고 해도 시간이 충분하니까. 아, 대한 씨는 진짜 부담 갖지 말고 거절해도 됩니다.”

“아뇨,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자취를 해서 집밥 먹은 지가 오래거든요. 오히려 감사하죠!”

조대한의 말에 박주호는 한결 마음 편해진 얼굴로 웃었다.

“좀 급하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미리 약속을 잡으면 오히려 더 부담이 될 것 같아서요.”

“아뇨, 정말! 진짜로 괜찮습니다! 저까지 생각해주시니까 감사하죠!”

“박쬬,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우리가 찾아가면 어머님께서 옛날 애기 하실 것 같은데?”

최병훈이 이내 장난스럽게 묻자 박주호가 코웃음을 쳤다.

“나는 떳떳하니까 상관없다.”

“오올, 자신? 님 자신?”

이어지는 그의 도발에도 박주호는 무시로 일관했다. 이경복은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정말 학교 다닐 때랑 바뀐 게 없네.’

세 사람의 추억은 조금 독특하긴 했지만.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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