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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45화 (245/491)

245화 - 알고 보니 더 대단 (3)

이른 저녁.

이경복을 비롯한 팀 퍼펙트 일동은 박주호의 본가를 방문했다.

“아유, 어서들 와요!”

박주호의 어머니, 박경자가 그들을 미소로 환대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경복과 최병훈이 활기차게 인사했다. 이미 안면이 있는 만큼 살가운 인사였다.

“아이고, 두 사람 다 더 훤칠해졌네?”

“에이, 그냥 살 찐 거죠.”

“좀 더 일찍 찾아뵀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최병훈은 너스레를 떨고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아유, 아니야. 일하느라 바빴을 텐데 뭘.”

박경자는 이에 손사래를 치고는 그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박주호 매니저님과 같이 일하는 조대한입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조대한이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 박경자는 초면임에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거기 있지 말고 얼른 들어와요.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한국어 잘하시네. 우리나라 사람 맞네, 맞아.”

“하하, 토종한국인입니다. 아! 그리고 이건 조촐하지만……”

조대한은 조금 긴장을 풀다가 이내 빠르게 과일 바구니를 내밀었다.

“아이고, 뭐 이런 걸 다. 나중에 밥 먹고 같이 먹으면 되겠네.”

그녀는 네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박주호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아저씨는?”

“아, 그게…”

박경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오늘은 일이 좀 바빠서 일찍 올 수가 없다네. 우리끼리 먹으라고 하시더라.”

그 말에 모두가 눈을 굴렸다. 특히 조대한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자리가 불편해질까 봐 빠진 거구나.’

초대를 받으며 박주호에게 가정 사정에 대해 설명을 들어둔 터였다.

‘어머니 성을 따른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하셨지.’

간혹 재혼 가정이라는 말에 박주호가 어머니 성을 따라 성씨를 바꾼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은 두 분 모두 본관이 다른 박 씨였다.

“저, 이건 어디다 둘까요?”

조대한이 눈치껏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박경자는 깜빡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여기다 올려둬요. 우리 아들이 얘기한 것처럼 빠릿빠릿하네.”

“매니저님이요?”

“아유, 그럼요. 일도 잘하는데 자기 일 아닌 것도 나서서 도와준다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 말에 조대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박경자가 웃었다.

“우리 애가 표현을 잘 안 해서 못 들었나보네.”

“크흠, 뭐 도와줄 건 없어요?”

박주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아니, 아니 됐어. 앉아 있어. 아, 메뉴는 갈비찜인데 괜찮죠?”

“와, 당연히 괜찮죠!”

“세상에 갈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내 네 사람은 그녀의 만류에도 상차림을 도왔다. 덕분에 식사 준비는 금방이었다.

“와, 뼈가 쏙 빠지네.”

“이야, 이거 양념 미쳤다.”

“고기가 진짜 부드러워요.”

이내 시작된 식사와 함께 호평이 쏟아졌다. 그 거짓 없는 반응에 박경자의 미소가 짙어졌다.

“잘 먹어서 다행이네. 많이 했으니까 양껏 먹어요.”

“와, 이건 진짜 밥 2공기는 먹어야겠어요. 양념에만 비벼먹어도 되겠다.”

“오, 진짜 그러네요. 역시 편집자님! 맛잘알이십니다.”

“최병훈, 넌 탄수화물 좀 줄여야 된다니까.”

시끌벅적한 식사에 모두가 흡족해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자 다른 주제로 대화가 시작됐다.

“그래서 요즘 방송은 좀 어떠니?”

박경자는 이경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우리 아들 말로는 걱정할 거 하나 없다는데. 나처럼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궁금해서.”

그녀는 돌아온 시선에 멋쩍게 웃었다.

“아주머니,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최병훈이 입에 묻은 양념을 휴지로 가볍게 훔치고는 너스레를 떨었다.

“아주머니도 큐튜브 보시죠?”

“그럼, 요즘 큐튜브 안 보는 사람은 없지.”

“지금 저희 채널이 어느 정도냐면……”

그는 가볍게 스마트링크를 조작해 홀로그램을 띄웠다.

[퍼펙트플레이]

[구독자 181.2만]

어느덧 180만을 넘은 구독자 숫자에 최병훈은 자랑스럽게 어깨를 폈다.

“제가 장담하는데, 이거 조만간 200만 갑니다.”

“그것도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게 사장님이 방송 시작한 지 3개월 차라는 거죠.”

조대한이 슬쩍 눈치를 보다가 끼어들었다.

“솔직히 이렇게 급성장하는 건 연예인 정도는 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 구독자들 중에 외국인들도 많다는 점이에요.”

“외국인들이?”

박경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경복을 돌아봤다.

“아유, 생각보다 더 잘되고 있었네. 어머나, 이거 갈비찜으로 부족한 거 아닌가 몰라.”

“에이, 아니에요.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경복이 웃으며 손을 내젓자 그녀가 안도했다. 손님들이 만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솔직한 말로, 주호가 회사 관두고 큐튜브 매니저 하겠다는 소리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박주호가 그 말에 움찔했다.

“같이 일한다는 사람이 경복이, 너라니까 뭐라 안 한 거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떻게든 말렸을 거야.”

“아하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우리 아들이 경복이랑 어울리면서 잘 되면 잘 됐지,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잖니. 진짜 이번에도 잘 돼서 정말 다행이다.”

박주호가 이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복이만 만나면 매번 그 얘기하시네요.”

“야, 나올 만하니까 하시는 거지.”

최병훈의 말에 박주호가 눈을 돌렸다.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부정은 안 하지. 나 스스로도 고등학생 때 돌이켜보면 너무 철이 없었으니까.”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흘렸다. 한 사람, 조대한만 빼고 그러했다.

이경복이 그걸 눈치채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얘가 고등학교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와, 진짜 장난 아니었지. 양아, 아니 삐딱선을 제대로 타서.”

“아유, 말 편하게 해. 엄마인 내가 봐도 완전 양아치였어.”

최병훈이 표현을 바꾸려하자 박경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 박주호가 이마를 짚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잖니? 진짜 그때는 어쩌나 싶었지. 그래도 경복이랑 같이 다닌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잖아.”

“예, 그랬죠.”

“아니, 뭐 저는 별로 한 거 없어요. 다 주호가 스스로 노력한 거죠.”

박주호도 인정했지만 이경복은 겸허하게 손을 내저었다.

실제로 그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너 없으면 여전히 양아치 짓 하고 다녔을 거다.”

다만 박주호에게는 그 계기가 중요했다.

* * *

식사를 마치고 박경자는 과일을 내왔다.

“아유, 식기세척기 있으니까 너무 편하네.”

설거지는 선물 받은 식기 세척기의 몫이었다. 이경복은 이에 흡족해하며 답했다.

“잘 써주시면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가볍게 입가심을 하고 난 후 박경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경복이는 앞으로 큐튜브만 하나? 아니면 TV에서도 볼 수 있는 거야?”

“TV요?”

“갑자기 무슨 TV예요?”

당사자인 이경복은 물론 박주호도 의아해했다.

“아니, 요즘 TV 보면 큐튜버들 많이 나오던데? 예능 프로그램에 한 자리씩 하드만. 경복이는 얼굴도 훤하니 화면 빨도 잘 받을 텐데.”

“아하하, 아직 얼굴을 공개할 계획은 없어서요.”

이경복은 그에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인터넷 방송만 하려고요. 아, 그렇다고 방송만 쭉 하려는 건 아니고 차근차근 굿즈 사업도 진행해보려고요.”

“굿즈? 굿즈가 뭐니?”

박경자는 생소하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임영걸 있잖아요? 콘서트에서 쓰는 응원봉 같은 걸 굿즈라고 해요.”

“아니, 얘는. 설명을 또 그렇게 하니.”

박주호의 말에 그녀는 민망해하며 웃음을 흘렸다.

“아유, 아줌마가 주책이다 주책이야.”

“어우, 아니에요. 요즘 아주머님 세대에서 임영걸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박쬬, 이 자식, 이거. 응? 너도 인마! 응?”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눈짓했다. 소위 ‘숨덕’이었으면서 어머니의 팬심을 이렇게 드러내야 되겠냐는 의미.

하지만 박주호는 이에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일어나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와.”

조대한이 턱을 크게 벌리며 탄사를 흘렸다. 모두가 앉아 있는 거실에서도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리고 그 안은.

“어씨, 뭐야? 너 집에서는 안 숨기고 있었어?”

“이건, 대단하네.”

멤버별 브로마이드 사진과 찬장에 시즌별로 정리된 응원봉, 그리고 액자에 고이 보관해둔 사인들과 머그컵부터 시작해서 수건 등 각종 굿즈들까지.

그 방은 마치 걸그룹 스위티즈의 신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어머니께 덕질의 기쁨을 알려드린 게 나다.”

박주호가 당당한 이유였다. 박경자가 이에 웃음을 흘렸다.

“아들 덕분에 우리 아줌마들이 많이 배웠지. 근데 아무리 우리 아들이라도 콘서트 티켓은 잘 못 구하더라고.”

“어머니, 그건…… 정말 힘듭니다.”

모자간의 대화에 다른 사람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덕질에 유전자라도 있는 건가.’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이 이내 대화의 주제가 다시 돌아왔다.

“굿즈가 나오면 우리 경복이가 연예인급이라는 거네? 아유, 정말 잘되고 있는 거구나.”

상황을 이해한 박경자가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아무리 친구라도 걱정되는 마음은 압니다. 그래도 주호는 물론이고 저나, 병훈이 그리고 여기 대한 씨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는 게 아니에요.”

이경복이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걱정 덜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유, 아줌마가 너무 티를 냈네. 사실 다 큰 자식이 하는 일에 간섭할 수야 없지. 경복아, 그래도 부모 마음이라는 게 이래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식이 눈에 밟히게 되어있어.”

박경자는 온화한 눈으로 이경복을 돌아봤다.

“그래도 우리 경복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사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같이 사업하다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럴 일이 전혀 없을 것 같네.”

그녀의 말에는 신뢰가 담겨 있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들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

* * *

방송을 위해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이거 하나씩 들고 가.”

박경자는 혼자 사는 모두를 위해 반찬을 챙겨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장조림이면 진짜 밥도둑이죠!”

“진짜 이거 하나만 있어도 걱정이 없잖아요.”

세 사람 모두 기뻐하며 감사를 표했다.

“다음에 또 놀러들 와.”

“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가볼게요.”

인사를 마친 네 사람은 왔을 때처럼 박주호의 차에 올랐다.

이내 가까운 거리부터 차례대로 내려주고 차량에는 박주호와 이경복만이 남았다.

“좀 갑작스러운 초대였는데 와줘서 고맙다.”

박주호가 다시금 감사했다.

“어머니가 덕분에 좀 안심하신 것 같네.”

“나는 오히려 좋았어. 아주머니께 말씀드리면서 생각이 좀 정리된 게 있거든.”

“정리?”

박주호가 의아해하자 이경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 보니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예전에 말한 것 같은데, 부모님들께 선물 드리는 거 내 만족도 있다고 했잖냐.”

“그랬지.”

“이번에 직접 얼굴까지 뵙게 되니까 더 확실해지더라.”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이렇게 좋아하셨겠구나.”

박주호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같은 걱정도 하실 수 있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오히려 너나 병훈이한테는 고맙지.”

“우리한테?”

“그래, 인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부모님 찾아뵐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되겠냐.”

이경복은 가볍게 말했지만 박주호에게는 달랐다. 이경복이 사람을 가려 사귀는 만큼, 그 관계의 넓이가 좁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박주호는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처음 너희들이 방송 같이하자고 했을 때는 말리려고 합류한 거다.”

“응?”

“그때는 어머니랑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 뭐라도 잘못된다 싶으면 어떻게든 멈추게 하려고 했지.”

이내 차량이 천천히 멈추었다.

어느새 이경복의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확신이 생겼으니까.”

주차를 마친 박주호가 이경복을 돌아봤다.

“틀린 건 나였다.”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숱한 경험을 통해 이제는 이경복을 믿고 따를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곧 알게 되시겠지.”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박주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려면 기본에 충실해야겠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부모님은 물론 누구 앞에서도 떳떳해질 수 있는 이유.

다시 방송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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