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 퍼펙트 리벤지 (1)
로열 데스퍼레이트 리벤지 5일 차.
“트하! 저 왔습니다!”
이경복이 밝게 웃으며 등장하자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형 어서 오고
-퍼보충 ON!
-일일여삼추라더니 하루가 너무 길고?
-퍼일여삼추 뭔데!
-추놈 3번 보느니 갓플 한 번 보겠다?
-아니 ㅋㅋㅋ 그 추가 아니잖슴!
-근데 맞말이쥬?
이경복은 웃으며 게임 시작에 앞서 소통시간을 가졌다.
[‘저질러버렸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세계 1위 해버렸다며!?]
간단히 잡담을 나누는 도중 후원이 들어왔다.
-아 ㅋㅋ 이거 봤음ㅋㅋ
-그냥 1위도 아니고 달인 등급에서 1위 ㅋㅋㅋㅋ
-갓플이 1위가 아니라면 누가 1위라는 것이지?
-갓플의 기록은 맨 위에 적는다, 그게 퍼펙트-상식이잖아?
-ㄹㅇㅋㅋ 했다하면 1위자너~
무엇이 세계 1위인지 표기는 안 했지만 시청자들 모두 알고 있었다.
[‘1이점점커지네’ 님이 ‘111,111’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비공식이라 너무 아쉽!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1이야!]
[‘1위상금줘야지’ 님이 ‘111,111’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회 참가 안했어? 그렇다고 상금이 없는 건 아니잖아?]
[‘1위못참아!’ 님이 ‘111,111’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에헤이! 넣어둬 넣어둬!]
물꼬가 트이자 후원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 후원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말했는데 스피드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이경복은 이에 감사를 표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근데 이게, 하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됐네요.”
그의 솔직한 감상은 시청자들은 더욱 즐겁게 했다.
-아 ㅋㅋ 오늘은 퍼기만 보급이 빠르네
-??? : 하다 보면 1위가 된다
-??? : 경쟁자? 관심 없어
-??? : 1위는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
-트수들 바로 몰아가는 거 보소 ㅋㅋㅋ
기다렸다는 듯 놀리는 채팅이 올라왔다.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해요.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제가 일부러 늦장 부리려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1위 유지한다고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부정해봐야 더 놀릴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장난스럽게 수긍했다.
-캬 ㅋㅋ 여유 미쳤고?
-??? : 더 노력하지 않아도 1등할 수 있어
-아 ㅋㅋ 현상유지하겠다니깐!
-하던 대로 하면 세계 1위를 하는 스머가 이따!?
-태생 1위 갓플 수듄 ㅋㅋㅋ
-분하지만 맞는 말이군! 하지만 분하다!
-아니 ㅋㅋ 옳다고 해주는데 왜 분하냐고
반응을 살핀 이경복은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너무 과하면 또 대회 참가자분들한테 폐가 될 수 있으니까.’
자칫 장난이 과해지면 스피드런 대회 참가자들을 비하하는 채팅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에 이경복은 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자, 슬슬 게임 시작할게요. 우리 아들 구하러 가야죠!”
-아 ㅋㅋ 무죄 딱 대!
-하이어드 건 쉑들만 잡으면 아들 찾는다 이마리야
-??? : 아 돈 노 후 유아
-??? : 아 윌 파인 유! 앤 아윌 킬 유!
-퍼암 플슨 ㅅㅂㅋㅋㅋㅋ
-퍼이큰 뭐냐고 ㅋㅋㅋㅋ
게임이 시작되자 시청자들도 바로 주의를 돌렸다.
화면이 전환되며 검은 배경 위에 문구가 나타났다.
[Chapter 5 – Revenge]
짧은 한 줄이었지만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오? 복수네요?”
-WA! 복수!
-아 ㅋㅋ 제목 스포 뭐냐구욧!
-이번 챕터 바로 사이다각 나왔쥬?
-대놓고 복수면 엔딩 가까워진 거 맞네 ㅋㅋㅋ
-무법자쉑들 개같이멸망할 예정ㅋㅋㅋ
이윽고 문구가 사라지면서 화면이 전환됐다.
“세인트 클로드 광장이네요.”
알렉스와 라이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하이어드 건을 제거한다. 그게 빌리를 구할 유일한 길이야.”
먼저 입을 연 건 알렉스였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지. 보안관들은 물론이고 탐정까지, 해롤드는 어떤 치안세력도 이 일에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아.”
“하지만 나는 다르지.”
라이트의 말에 그의 시선이 돌아갔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니까.”
“…그래, 그래서 네게 부탁하는 거다.”
알렉스가 주먹을 굳게 쥐며 고개 숙였다.
“어려운 부탁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아무리 뻔뻔하고, 염치가 없다고 해도 나는 빌리의 아버지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쓸 거야.”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말에 상황을 파악했다.
“원래는 혼자 하는 미션 같은데 저는 라이트가 동료라서 같이 가나 보네요.”
-ㅇㅇ 그런 듯?
-사실 퍼렉스면 혼자 가도 되긴 하는데
-고건 또 맞지 ㅋㅋㅋ
-그래도 우리 빛눈나도 잘 싸운다 이마리야
라이트는 알렉스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숙였던 고개가 절로 들렸다.
“알렉스, 너는 명예로운 사람이다. 고개 숙일 필요 없어.”
라이트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 역시, 명예를 지키길 원한다. 이미 너의 복수를 돕겠다고 약속했으니, 당연히 너를 도울 거야.”
“…진심으로 감사하지.”
그녀가 협조를 약속하자 알렉스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캬 ㅋㅋ 빛눈나 닉값하는 거 보소
-빛눈나 : 으리!
-아니 ㅋㅋㅋ 요약뭔데 ㅋㅋㅋ
-빛보성 ㅅㅂ 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대사 보니까 성향 따라 또 갈리나 본데?
-오 ㅋㅋ 명예 언급하는 거보면 영입했어도 성향따라 바뀔 듯?
-맞네 ㅋㅋ 프롤에서도 성향 따라 NPC반응 달라진다고 했잖슴!
-무법자들이 으디 빛을 볼려고 하냐고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그녀의 합류를 환영했다. 그러나 여전히 컷신 속 분위기는 심각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하이어드 건 갱단을 찾지? 단서가 있나?”
“빌리에게 얘기를 들었어.”
우려 섞인 라이트의 말에 알렉스가 대답했다.
“남서부, 황무지와 사막 경계에 ‘노웨어’라는 마을이 있다더군.”
“노웨어? 마을 이름치고는 좀 이상한데? 그런 곳도 있나?”
“나도 처음 듣는 곳이었지. 그래서 사무소에 있는 지도를 찾아봤지만 그런 마을은 없었어.”
알렉스의 대답에 라이트는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래서 확신했지. 노웨어라는 마을은 무법자들이 세운 곳이라는 걸.”
이어지는 설명에도 물음표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
-ㅔ?
-무법자의 마을?
-않이;;; 무법자인데 마을이 어떻게 유지가 됨?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다행히 알렉스의 설명은 끝난 게 아니었다.
“무법자의 마을이라고?”
“그래. 빌리가 그 보스란 놈과 대륙을 전전하다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라더군. 듣기로는 밀수업자와 장물아비들의 거래 장소였다는데, 무법자들이 오가면서 커졌다더군.”
“훔친 물건들을 처분하기 위한 장소라는 거네.”
“그렇지. 물론 보스가 거기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하지만 놈과 관련된 단서는 이게 유일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준비를 끝내는 대로 서두르자고.”
“그래야지. 무법자들의 마을인 만큼 제대로 된 보급은 어려울 거다.”
알렉스와 라이트가 서로 마주 고개를 끄덕이면서 컷신이 끝났다.
이경복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준비를 하라는 건, 뭔가 최종보스전에 대비하는 느낌이네요.”
-아 ㅋㅋ 최종보스 앞에서 회복하고 템세팅하는 건 국룰이지
-챕터 제목도 그렇고 엔딩각 보이네 ㅋㅋㅋ
-노웨어 가면 끝까지 가게 될 듯?
-근데 뭐 준비할 게 있나?
-준비물 : 퍼플
-갓플 등판하면 끝난다고 ㅋㅋㅋ
시청자들의 동의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일단 총포상부터 들르겠습니다.”
그는 가게를 방문해 탄약을 구비했다. 그리고 주인에게 하이눈 리피터의 개조를 부탁했다.
이내 눈앞에 나타난 총기 스펙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내비쳤다.
-와 ㅋㅋ 스펙 짱짱한 거 보소
-괜히 최고급이 아니네 ㅋㅋㅋ
-근데 이거 개조할 부분이 있음?
-따로 손 볼 부분은 없는 거 가튼디
그들의 생각대로였다.
이경복은 총기의 스펙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이 각인들 전부 지워주세요.”
“예? 각인을요?”
총포상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각인을 지우면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채팅을 쳤다.
-혀엉? 이거 맞아?!
-아니;; 각인이 있어야 연방보안관들이 알아보자너!
-하이눈 특성 지우기 무엇?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욧!
놀란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제대로 보셨네요. 그게 이유입니다.”
더욱 증식하는 물음표에 이경복은 설명을 이었다.
“무법자들 중에서 하이눈 리피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연방보안관을 죽이고 빼앗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무법자라면 일단 의심부터 할 겁니다.”
-오 ㅋㅋ 맞네
-락앤롤 AI면 킹능성 이따
-하긴 무법자 마을이면 서로서로도 못 믿을 텐데 ㅋㅋㅋ
-왠지 발각되는 루트도 있었을 듯 ㅋㅋㅋ
-아 ㅋㅋ 갓플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깐!
시청자들은 곧바로 납득했다.
그사이 개조를 마친 총포상이 하이눈 리피터를 돌려주었다.
다른 총기 정비까지 마친 후 이경복은 라이트에게 말했다.
“준비는 끝났어.”
“복수의 시간이네.”
두 사람은 말에 올랐다.
무법자의 마을, 노웨어를 향해.
* * *
미니맵에 표기된 지점이 가까워지니 컷신이 시작됐다.
조감도로 펼쳐진 화면 속에는 황량한 대지와 굴러다니는 회전초, 그리고 멀리 사막이 펼쳐졌다.
-아 ㅋㅋ 이게 우리가 아는 서부지
-다른 데는 사실 좀 너무 풍족했자너 ㅋㅋㅋ
-락앤롤이 진짜 풍경 하나는 기가막히게 만든다니깐!
-와씨 사람 죽어도 모를 곳이네
-무법자들 숨어 살기엔 딱임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감탄하는 사이 알렉스와 라이트는 협곡으로 들어섰다.
“그랜드 캐니언이 약간 이런 느낌이죠?”
이경복의 말에 긍정하는 채팅이 올라오는 도중이었다.
‘음?’
컷신 속 두 사람이 더 깊숙이 들어가자 서늘한 위협이 신경을 자극했다. 그러나 아직 컷신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윽고 총성과 함께 두 사람 앞의 흙이 튀어 올랐다.
-뭐야 ㅅㅂ?
-아씨 놀래라
-바로 총격전!?
-어디임? 저격인가?
-육성으로 소리질렀네 ㅅㅂㅋㅋㅋ
놀란 시청자들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 두 사람은 흥분한 말을 달랬다.
“처음 보는 친구들인데? 어디 소속이지!?”
이윽고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플로 무장한 무법자들이 두 사람을 겨누고 있었다.
-보초들인가?
-아니 ㅅㅂ 먼저 물어보고 쏘던가 하지
-넘모 무법자답고?
-허세 부리는 거지 ㅋㅋㅋㅋㅋ
-안되겠소! 쏩시다!
-얘 또 왔네 ㅋㅋㅋㅋ
-상하이 트 어서 오고
-네임드 되면 밴입니다^^
라이트가 불안한 눈으로 알렉스를 돌아봤다.
알렉스는 잠시 그들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법자의 규칙은 책이 아니라 총알에 쓰여 있다.”
뜬금없는 말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의아해했지만.
“아쉽네. 암호를 제대로 알고 있어.”
“그러게 말이야. 모처럼 손맛 좀 보나 했는데.”
“들어오라고!”
보초를 서던 저격수들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각자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 따로 암호를 정해뒀나 보네
-오 ㅋㅋ 어디 소속이냐고 묻는 건 훼이크?
-무법자쉑들 아주 갈통은 아니었고?
-암호는 빌리가 알려준 거네 ㅋㅋㅋ
-이런 효자뇨속
알렉스와 라이트는 그들이 사라졌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곡을 돌아 더 안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번듯한 건물들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잡아먹겠다는 눈빛이네.”
“다들 손에 피를 묻혀봤을 테니까.”
그러나 그 건물들과 달리 사람들의 기세가 매서웠다. 남녀구분 없이 두 사람을 대놓고 경계하고 있었다.
“전부 무법자겠네요.”
이경복은 콕콕 쑤시는 위협을 느끼며 말했다. 시청자들 역시 그에 동감했다.
“만약 들키면 마을 전체가 적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조심해야겠어.”
“주의하는 편이 좋겠지.”
“그럼, 어디부터 조사하지?”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두 사람의 대화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ㅔ?
-아니;;; 그냥 이렇게 던진다고?
-뭐지? 직접 탐문해보라는 건가?
-그러다가 들키면 마을 전체랑 싸우는 거?
-난이도 뭐냐고 ㅋㅋㅋㅋㅋ
-달인등급이라 왠지 무법자들 숫자도 많을 삘인데
-갓플은 오히려 좋쥬?
-5252, 살인미소 나와버린 거냐구웃!
시청자들은 황당을 금치 못했지만 이경복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시청자들의 생각과 달랐다.
‘어디든 좋긴 하겠는데.’
막막해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이경복은 신기를 통해 건물마다 느껴지는 기운을 비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어디를 가야 할지 바로 답이 나왔다.
“노웨어에도 살롱이 있네요. 일단 사람 많은 쪽부터 가보죠.”
-게임에서 정보 얻는 건 술집이 국룰이긴 해 ㅋㅋㅋ
-취한 놈들 중에 정보 푸는 놈이 있을 수도?
-아니면 술 사주면서 정보 빼는 걸수도 있음!
-와 ㅋㅋ 근데 바로 본진 가는 느낌 아님?
-나는 들킬까봐 작은 곳부터 갈 듯 ㅋㅋ
-5252, 퍼펙트-탐문은 다르다구웃!
두 사람은 말을 매어두고 살롱으로 들어섰다. 끼익거리며 문이 흔들리자 살롱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돌아왔다.
‘탐문까지 할 필요도 없겠네.’
그 경계어린 시선 사이로 확연한 적의가 느껴졌다. 그 적의를 품은 무법자는 곧바로 일어나 얼굴을 구겼다.
“이런 씨발! 보초 놈들은 제정신이야!? 더러운 인디언이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지?!”
그 한마디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직감했다.
-어? 인종차별?
-너 남부연합 추종자니?
-아 ㅋㅋ 꼭 티를 낸다니깐!
-힌트가 없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힌트를 줄 필요가 없었고?
-빛눈나가 놈들 잡을 단서였네 ㅋㅋㅋ
-원래 그림자도 빛이 있어야 나타난다 이마리야
발끈해서 나온 저 무법자가.
“단서 나왔네요.”
하이어드 건 갱단원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