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50화 (250/491)

250화 - 퍼펙트 리벤지 (5)

알렉스는 언덕 위 라이트를 발견했다. 이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결정하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음?”

“하이어드 건이 목표였다면……”

알렉스의 눈동자는 다시 롬웰에게 고정됐다.

“왜, 우리 마을을 불태웠지?”

최대한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

그의 물음에 롬웰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아,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롬웰의 찡그린 얼굴 위에 성가심이 묻어 나왔다.

-그런 일?

-사람들을 학살해놓고 표현 보소 ㅅㅂ

-즉.시.복.수

-아 ㅋㅋ 총알배송 마렵네

-총알배송(진짜임)

시청자들이 그의 태도에 어처구니없어하는 사이 롬웰이 말을 이었다.

“사실은 말이지. 원래는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뭐라고?”

“직접 말했잖아? 우리 목표는 하이어드 건이었다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거기서 정리가 끝났어야 하는데.”

롬웰은 짧게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공교롭게 시기가 안 맞았던 거지. 다들 기억나지? 그때 아지트에 몇 놈 없었잖아.”

“맞아, 얼마 없었지.”

“찌끄레기들뿐이었어.”

롬웰이 다른 패거리에게 질문을 돌리자 놈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래서 엄청 고민했다니까? 숨어 있다가 돌아오는 걸 노릴까 했는데 장소도 영 마땅치가 않았단 말이지. 아, 그건 기억하지? 안쪽에 절벽이 있어서 오히려 갇힌 신세였잖아.”

롬웰은 알렉스에게 질문을 던지며 웃음을 흘렸다.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서?

-아니 ㅅㅂ 목에 밧줄이 걸렸는데 어떻게 잊겠냐고 ㅋㅋㅋ

-롬웰쉑 차곡차곡 업보 스택 쌓는 중 ㅋㅋㅋㅋ

-혀엉! 얘는 또샷또킬 말고 좀 괴롭혀주면 안 될까!?

시청자들은 분노를 표했지만 롬웰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지. 일단 금괴를 옮겨서 이것들 숨통을 조이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말이야. 아, 맞다. 알고 싶은 게 왜 마을을 태웠냐는 거였지.”

놈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이죽였다.

“이왕 놈들 발목을 잡는 김에 확실히 하려던 것뿐이야. 완전 촌구석이긴 해도 마을 하나 정도 사라지면 탐정이나 보안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까.”

“읍! 으읍!”

그 말에 빌리가 버둥거리며 소리를 냈다. 재갈이 물려 있어 그 뜻은 알 수 없었지만 감정은 충분히 느껴졌다.

“거, 꼬맹이가 성질머리 하고는. 그마저도 계획이 틀어졌어. 왜? 너랑 네 아들내미가 살아남았거든. 덕분에 오히려 우리가 수배돼 버렸지.”

롬웰은 얼굴을 구기며 다시 총구를 빌리에게 들이댔다. 그에 알렉스는 몸을 부르르 떨자 놈은 더욱 크게 웃었다.

“장난이야, 장난. 긴장 좀 풀라고. 우리는 이미 섭섭한 거 하나도 없어. 응? 과거는 과거일 뿐이잖아? 우리와 함께하겠다면 형제로 여겨줄 테니까 잘 생각하라고.”

그 상황이 즐겁다는 듯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롬웰은 주변 반응에 더 흥이 겨운 듯 어깨를 들썩였다.

“이게 전부 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야. 우리 같은 무법자의 방식이 필요한 때가 있다니까? 그렇지 않나?”

마지막 말에 채팅이 빠르게 솟구쳤다.

-(대충 심한 욕)

-아니 ㅅㅂ 네가 할 말이 아니잖슴!

-아 ㅋㅋ 매니저님 잠깐만 필터 풀어주심 안 됨?

-확마! 호방하게 채팅 한 번 갈겨?

-씺밦샚킶 낪값뒶졊랎

-한글의 위대함 바로 나오고?

-오? 빛눈나가 신호 준다!

-복수이즈고

험악해진 채팅창의 분위기는 이내 화면에 잡힌 라이트의 모습에 달라졌다.

그녀가 시위에 화살을 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알렉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렇지! 그렇게 고개만 끄덕이면 쉽게 끝날……”

그것을 동의로 생각한 롬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꺽!”

쐑하는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다른 놈의 목을 꿰뚫었다. 시체가 옆으로 쓰러지자 새하얀 눈이 무너지며 천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뭐…?”

“씨발?”

한 박자 늦게 다른 놈들이 상황을 이해하는 사이,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알렉스가 권총을 뽑았다.

“빌리!”

그의 외침과 함께 컷신의 화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졌다. 격발과 함께 총구가 불을 뿜었고, 총알의 궤적과 함께 일그러진 롬웰의 모습이 잡혔다.

-으아! 안 돼!

-아니지? ㅅㅂ 아니지!?

-제발! 제발!

방아쇠울에 들어가 있는 롬웰의 손가락이 클로즈업됐다. 격발되면 빌리가 죽을 터였다.

그러나 알렉스의 탄환은 그보다 빠르게 놈의 손목에 박혔다.

“끄악!”

다시 돌아온 시간 속에서 롬웰은 비명과 함께 밀려났다. 빌리는 휘청거리는 롬웰을 발로 걷어차고 알렉스를 향해 달렸다.

“젠장! 숨어!”

“뒤쪽 언덕이다!”

“꼬맹이가 도망치잖아!”

라이트의 연이은 사격과 더불어 알렉스가 견제 사격을 퍼붓자 패거리들은 쉽게 머리를 내밀지 못했다.

“씨바아아아알! 전부 죽여버려어어!”

그 사이 몸을 추스른 롬웰은 노성을 터트리고는 다시 오두막으로 숨어들었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빌리!”

“아버지……!”

이경복은 재빠르게 빌리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그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구나.”

그 말에 빌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여기 있어. 놈들을 처리하고 돌아올 테니까.”

-참교육 ON!

-마참내!

-[Web발신] [P마켓] 주문하신 총알의 배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이, 총알배송은 역시 퍼팡이지 ㅋㅋㅋ

-캬 ㅋㅋ 무료배송까지 혜자다 혜자!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경복이 이 무법자들을 단죄하리라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예상치 못한 게 있었다.

“아버지, 권총을! 저도, 저도 복수하겠습니다!”

빌리도 복수를 원했다.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순간 당황했다.

-??????

-않이;;; 기껏 살려뒀는데?

-ㄴㄴㄴㄴㄴㄴㄴㄴㄴ

-기특하긴 한데! 너무 위험하자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

-무슨 결혼 허락이냐고 ㅋㅋㅋ

즉각 반대하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빌리의 사격 실력은 플레이어의 실력을 기반으로 설정됩니다.]

잠시 게임이 멈추며 나타난 메시지에 시청자 반응은 180도 뒤바뀌었다.

-아닠ㅋㅋ 이러면ㅋㅋㅋ 얘기가 다르짘ㅋㅋ

-빌리도 또샷또킬이라 이 말인가?

-부전자전 메타 무엇?

-이게 그 계승인자인가 그거냐?

-우마뾰이?

-ㄴㄷㅆ!

-내 눈에 흙을 넣었으니 해도 좋다!

-셀프로 흙 넣고 왔냐고 ㅋㅋㅋ

-아 ㅋㅋ 빌리도 복수할 기회는 줘야되자너~

메시지 하나로 충분히 안심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그럼 아들 덕 좀 보겠습니다.”

이경복은 메시지를 치우고 빌리에게 권총을 넘겼다. 그리고 그는 리피터를 잡았다.

“대신 내 뒤에 있어야 한다.”

“……네!”

빌리의 대답과 함께 두 부자가 앞으로 나섰다. 무법자들은 엄폐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을 노리고 급습했지만.

-와 ㅆㅂ 빌리 반응속도 뭔데?

-또샷또킬 부자 ㅎㄷㄷ

-머리만 빼꼼해도 바로 죽네 ㅋㅋㅋㅋㅋ

-아 ㅋㅋ 미친과학자 어딨냐고! 나도 갓플 아들 시켜달라고!

-이런 장면은 트수들은 꿈도 못 꿀 듯 ㅋㅋㅋ

-???: 아빠? 난 왜 총 못 쏴? 왜 안 맞아?

-???: 못난 아비라 미안하다아악!

이경복과 빌리의 반응속도에는 이기지 못했다. 보이는 족족 무법자들이 쓰러지니 채팅창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이내 두 사람은 롬웰이 숨어든 오두막에 도달했지만.

“역시 도망쳤네요.”

그곳에 롬웰은 없었다.

대신 열린 창에서 눈가루만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버지, 핏자국이!”

빌리는 창틀에 묻은 붉은 눈을 가리켰다. 손에 입은 부상에서 흐른 피가 분명했다.

“이 방향은 라이트가 있는 언덕 쪽이야. 서두르자.”

그 말과 함께 멀리서 창밖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ㅁㅊ 빛눈나 노리고 간 거?

-우리 눈나 못 잃어!

-혀엉! 빛눈나 구해줄 거지!? 그치?

-빛보성 절대 살려!

-으리! 우리도 으리!

-아 ㅋㅋ 갓플이면 당연히 구한다니깐!

시청자들의 재촉이 이어지기도 전에 두 사람은 핏자국을 쫓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도 적들이 숨어있네.’

확산된 신기에 무법자들의 위치가 감지됐다. 괜히 발목이 붙잡혀 있다가는 라이트가 위험해질 터였다.

‘좀 더 속도를 내볼까.’

자신의 사격실력이 반영된 빌리, 엄폐하고 있는 무법자들의 위치, 그리고 두 사람이 든 총기의 스펙까지.

그의 뇌리에 정보가 배열, 조립되었다. 이윽고 도출된 결과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빌리, 저기 바위와 나무 사이 정중앙을 향해 쏴라.”

“네?”

그의 말에 따라오던 빌리는 물론 시청자들도 물음표를 그렸다. 하지만 이내 빌리는 순순히 총구를 겨누었다.

“지금.”

이경복이 견착과 더불어 말하자 빌리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 조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경복이 지시한 대로였다.

권총이 불을 뿜는 것과 거의 동시에 리피터도 격발했다. 연이은 총성과 더불어 허공에서 불꽃이 튀더니.

“아버지?”

나무와 바위 뒤쪽에서 털썩 무법자들이 쓰러졌다.

“잘했다. 가자.”

어안이 벙벙해진 빌리의 어깨를 두드린 그는 다시 걸음을 서둘렀다.

-????

-ㅔ?

-형? 혀엉?

-아니 뭘 잘 한 건데에에에에!

-숨어있는 거 어케 알았음?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아 ㅋㅋ 딱 보면 모름? 즉사마법 쓴 거자너 ㅋㅋ

-로데리가 장르가 판타지냐곸ㅋㅋ

-또샷또킬은 즉사가 맞긴 한데 ㅋㅋㅋ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그 요청에 이경복은 간단히 응했다.

“눈이 흐트러져 있어서 숨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총알끼리 맞추면 도탄으로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반응은 간단치 않았다.

-예? 뭐끼리 맞춰요?

-날아가는 총알을 맞춰서 궤도를 바꿨다?

-와씨 ㅋㅋ 아까 허공에서 불꽃 튄 게 그거였음?

-화살패링도 놀라운데 총알패링을?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니 ㅋㅋㅋ 왜 그렇게 태연하게 말하시냐구욧!

-이건ㅋㅋㅋ 빌리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잖슴ㅋㅋ

-그 실력이 갓플 실력입니다만?

-이게 갓플이 2명 있으면 생기는 일?

-ㄴㄴ 빌리는 지시만 따른 거고 나머지 계산은 다 갓플이 한 겈ㅋㅋㅋㅋ

-미친과학자 듣고 있나?! 어서 날 꺼내줘!

-???: 아니 ㅋㅋ 넣어달라면서욬ㅋㅋ

시청자들의 감탄과 격찬이 채팅창에 도배되는 사이 이경복과 빌리는 롬웰을 찾았다.

그 주변에는 화살에 적중당한 무법자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화살이 다 떨어졌구나.’

그러나 라이트에게 남은 화살은 없었다. 이에 그녀는 엄폐한 상태로 롬웰의 총격을 버티고 있던 것이다.

언덕을 향해 총을 쏴대던 롬웰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구겼다.

“이런 병신들! 고작 저 둘을 못 잡고……!”

이경복은 달렸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리피터의 사정거리에 닿아야 놈을 처단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롬웰은 피 묻은 손을 벌벌 떨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버지! 다이너마이트예요!”

빌리가 놀라 소리를 높였다.

이에 롬웰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심지에 불을 붙였다.

“전부 다 뒤져버려!”

놈이 라이트가 있는 언덕을 향해 다이너마이트를 던졌다.

-헐!?

-저쉑 튄다!

-안되겠소! 쏩시다!

-다이너마이트 처리해야지!

-터지면 산사태 일어나는 거 아님?

-어뜨캄!?

채팅창에 양분된 의견이 올라왔다. 도망치는 롬웰을 잡을 것인가, 다이너마이트를 제거할 것인가. 이경복이 둘 중 어느 선택을 할지 모두가 집중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여러분, 등산 하실 때는 꼭 기억하세요.”

둘 다였다.

-로프?!

-엌ㅋㅋㅋㅋ

-무친 판단!

원래는 이전처럼 다이너마이트의 심지를 자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그 사선에 라이트가 있었다.

폭발을 막더라도 라이트가 부상을 당할 터였다.

‘그러면 의미가 없지.’

이에 이경복은 리피터 대신 올가미 밧줄을 잡았다. 날아간 올가미가 공중에서 회전하던 다이너마이트를 휘감았다.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야 한다는 거.”

이어 그는 크게 허리를 틀어 롬웰 쪽으로 밧줄을 던졌다. 타들어가는 심지와 더불어 뒤를 돌아보는 롬웰의 표정이 보였다.

“뭐……”

놈이 무어라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섬광과 함께 폭발이 그를 덮쳤다.

튕겨나간 그의 시체는 이내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눈사태에 쓸려 내려갔다.

-와 ㅋㅋㅋ 제대로 날아갔넼ㅋㅋ

-롬웰쉑 쓸려가는 거 보니까 내 속도 싹 가라앉아 버리고?

-인간쓰레기도 싹 처리했쥬?

-무슨 투포환 선수냐고 ㅋㅋㅋ

-ㄹㅇㅋㅋ 정확도 찢었닼ㅋㅋ

말끔하게 상황이 정리되자 시청자들은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이 가볍게 숨을 돌리는 사이 컷신으로 진입했다.

“라이트!”

“알렉스.”

언덕을 내려온 라이트가 두 사람을 보고 웃음 지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정말, 정말 고마워. 덕분에 빌리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렉스와 빌리는 그녀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라이트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렉스, 아직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야.”

“해롤드 얘기로군……”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시청자들도 새삼 상황을 직시했다.

-아 맞네!

-롬웰쉑 죽일 생각만 하다가 깜빡했네 ㅋㅋㅋ

-흑막 해롤드쉑도 참교육 해야 된다 이마리야

-사실상 모든 일의 원흉이자너

-ㄹㅇㅋㅋ 하이어드 건이랑 셰이프시프터 모두 해롤드 때문임

알렉스는 이내 빌리를 돌아봤다. 그리고 묵묵히 그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빌리. 나는, 나는 네가 무사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 말한 알렉스는 라이트를 돌아봤다.

“라이트,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하나 더 부탁하지. 빌리를 너희 부족에 숨겨줘.”

그 말에 두 사람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 저도 같이…!”

“아니, 안 된다. 빌리, 넌 아직 무죄를 받지 못했어.”

순간 반발했던 빌리는 알렉스의 말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 맞네……

-롬웰쉑 죽었으니까 사면은 나가리 됐네;;

-빌리는 바로 지명수배자 되겠네

-알렉스도 입막음하려고 ㅈㄹ할 듯?

-해롤드가 죽어야만 정리가 된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은 그 결정을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라이트도 빌리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빌리는 걱정하지 마.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혼자서는 어렵지. 그러니까 도움을 청해야겠어.”

“도움이요?”

“해롤드의 계획대로라면 연방보안청은 수사국에 흡수되고 탐정사무소는 사라지게 되겠지.”

알렉스는 안심하라는 듯 빌리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말을 맺었다.

“그러니 앨런이라면 기꺼이 협력해줄 거야.”

적의 적은 친구였다.

하물며 기존에도 좋은 관계였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 * *

라이트와 빌리가 그녀의 부족으로 떠난 사이 이경복은 세인트 클로드로 돌아왔다.

곧바로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로 향하니 화면이 전환되며 컷신으로 진입했다.

“자네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자네가 직접 하는 이야기 모두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것투성이야.”

장소는 이전에 보았던 사무소 지하실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앨런이 붉은 수건으로 손을 닦아내며 말했다.

“문제는 그중에 거짓말이 없다는 점이겠지.”

“확인은 끝나신 겁니까?”

앨런은 즉답하는 대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훅하고 연기를 내뱉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가 체포했던 놈에게 이렇게 얘기를 해봤지. 해롤드의 쿠데타가 실패했고, 하이어드 건은 모두 체포됐다. 그랬더니 놈이 아주 발작을 하더군. 그 반응은 ‘부정’이 아니라 ‘불신’이었어.”

-그 마부쉑한테 거짓 정보를 흘려서 반응을 봤다?

-오ㅋㅋ 맞네 ㅋㅋ 지금 외부 정보를 모르니까 ㅋㅋ

-생각해보니 물증이 없긴 했네 ㅋㅋㅋ

-임기응변 미쳤쥬?

-역시 설립자 짬 어디 안가고?

-마! 이게 탐정 아이가!

앨런은 얼마 태우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끄고는 알렉스에게 말했다.

“나머지 얘기는 위에서 하지.”

“그러죠.”

두 사람은 최상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앨런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알렉스, 자네가 지금 하려는 일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도 알 테고?”

“예. 그래서 도움을 청하러 온 겁니다.”

앨런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내 이마를 짚었다.

“상황이 별로 좋지는 않아. 내 그간 많은 의뢰를 받아봤지만 수사국장을 처리하는 건 상상도 못 해봤네.”

“하지만 해야 합니다.”

“알아, 그래서 더 큰 문제라는 거야. 법적으로 체포하려고 해도 증거가 없지 않나? 자네 한 사람의 증언만으로는 불가능해. 체포된 놈도 해롤드가 멀쩡한 걸 보면 협력하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임기응변? 아니, 그건 더 어렵지. 지금 해롤드, 그 작자가 어디 머무는지는 알고 있나?”

앨런은 헛웃음을 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대통령께서 머무시는 관저에 같이 있다네. 그 경호인력을 돌파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만약에라도 돌파한다고 해도, 자칫 발각되면 대통령 암살범으로 몰릴 수 있어.”

보통은 바로 납득할 만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의 방송은 그렇지 않았다.

-경호인력 뚫는 게 뭐 대수라고

-갓플이면 킹직히 들키지도 않고 잠입할 듯 ㅋㅋㅋ

-잠입은 무슨 ㅋㅋ 마음만 먹으면 몰살도 가능한뎈ㅋㅋ

-무법 성향 멈춰!

-여기 그런 방 아닙니다^^

-갓플은 준법 성향 플레이 중이라구욧!

이경복의 실력만 놓고 본다면 앨런의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준비되어 있겠죠.”

채팅을 본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단순히 막연한 예상은 아니었다.

‘도움 될 사람들인 것 같은데.’

컷신 밖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소장님!”

아니나 다를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다급히 들어왔다. 이에 알렉스와 앨런의 시선이 돌아갔다.

“사울?”

“아니, 대체 무슨 일인가?”

도착한 이는 리치힐즈에서 만났던 1급 요원, 사울이었다. 그는 알렉스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내 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긴급한 사안입니다!”

그가 무어라 막 설명하려는 찰나였다.

“앨런 소장님? 알렉스 탐정님?”

찾아온 사람은 사울만이 아니었다. 이어 등장한 사람 역시 안면이 있었다.

“허버트 보안관님?”

“이건 또 무슨……”

앨런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울이야 사무소 소속이지만 허버트는 연방보안청 소속이 아니던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오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군인가?

-그래도 이 둘은 좀 괜찮지 않았음?

-ㅇㅇ 갓플 대우 잘 해줬음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내 상황을 지켜봤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중요한 일입니다. 혹시, 따로 이야기를 좀…”

허버트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에 앨런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 두 사람 모두 믿을 수 있는 요원들이요. 그냥 얘기하든지 아니면 돌아가든지 하시오.”

“그…… 알겠습니다.”

허버트는 이내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문을 닫았다.

“리치힐즈의 갱단 습격, 거기에 사용된 개틀링 건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그 개틀링 건의 유출 경로를 파악 하는 도중에…”

마치 누가 엿듣기를 걱정하듯 허버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수사국과 연관된 증거를 파악했습니다.”

“수사국?”

“그게 무슨 소리요?!”

다른 사람들 반응에 허버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검지를 입에 올리며 말을 이었다.

“수사국장이 연관된 사안이 분명합니다. 현재 경찰국 쪽에서도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찾아온 겁니다.”

“저, 저도 수사국과 관련된 일입니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이어 사울이 입을 열자 앨런은 황당함을 숨길 수 없었다.

“여기, 알렉스 요원이 생포한 하이어드 건 갱단원이 있습니다. 빅가이, 조니 말입니다.”

“빅가이? 그놈은 분명 감옥에서 자살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랬는데……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게 이상해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타살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타살이라고?”

“용의자는 보안관이었습니다. 그를 추궁하니 자신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자백했어요. 근데 그 지시가 수사국에서 내려왔다는 겁니다.”

사울의 말에 앨런과 알렉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증거인멸인가…!”

“입막음을 당한 거로군요.”

두 사람의 반응에 이번에는 사울과 허버트가 얼굴에 물음표를 그렸다.

“수사국장이 갱단의 뒷배였다고요?”

“맙소사……”

이내 화면이 깜빡이자 사울과 허버트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

“두 사람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어. 거기까지 증명할 수는 없더라도 이 증거라면 일단 해롤드를 체포할 수 있을 걸세.”

“그 말씀은?”

“재판까지 가면 정식 수사가 시작되겠지. 그러면 여죄까지 밝혀내서 놈을 심판할 수 있을 걸세!”

앨런의 표정에 생기가 돌아왔다.

“해롤드가 경찰국에 무슨 수를 써놨을지 몰라. 그러니 대통령께 직접 보고해서 처리하는 게 좋겠어!”

그 변화에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우리형 업적이 바로 반영되어버리고?

-ㄹㅇㅋㅋ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가네

-갓플이 챕터 3에서 조니 생포 안했음 어쩔 뻔했냐고 ㅋㅋㅋ

-진짜 ㅋㅋ 개틀링 탈취 안 했으면 허버트나 사울도 죽었을 수도 있음

-이게 바로 퍼펙트-나비효과?

-정의는 사라있다 이마리야!

이경복 역시 시청자들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이렇게 되면 최종보스인 해롤드 잡고 엔딩이겠네요.”

-여윽시 우리 형이 하면 햅삐엔딩은 확정이라니깐!

-아 ㅋㅋ 퍼펙트-엔딩이라니깐!

-해롤드쉑 교수형 딱 대!

-정의구현 가즈아!

-퍼펙트 리벤지 ON!

이 이야기의 끝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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