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 퍼펙트 리벤지 (6)
알렉스와 앨런은 증거를 정리하고 사울과 허버트를 대동해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로 향했다.
-이렇게 체포하고 엔딩각?
-최종보스라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은디
-혹시 대통령 인질로 잡히는 거 아님?
-아니 ㅋㅋㅋ 그건 너무 나간 거잖슴!
-일단 그냥 잡히지는 않을 것 같긴 해
시청자들은 오히려 상황이 쉽게 풀리니 걱정을 내비쳤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네 사람은 순조롭게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었다.
“어서들 오십시오.”
그러나 그 자리에는 대통령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해롤드……!”
“왜 여기에!?”
해롤드도 대통령과 함께였다. 더욱이 그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수사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면 저도 합석하는 게 마땅한 일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대통령의 말에 굳어있던 앨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걸 봐주십시오.”
그가 대통령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이어 화면이 깜빡이자 그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죄수를 청부살인? 개틀링 건을 빼돌리다니? 해롤드 국장, 이게 대체?”
경악한 대통령이 해롤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시청자들은 이에 안도했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편 들어주나 했다 ㅋㅋㅋ
-아 ㅋㅋ 증거가 있는데 안 믿을 거냐고
-근데 이쉑 왜케 여유로움?
-연기로 국장 자리 땄나?
대통령의 물음에도 해롤드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역시 순순히 끌려가지는 않을 것 같네요.”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이 동조했다. 그 사이 해롤드는 슬쩍 알렉스를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각하, 냉정하게 생각해주십시오. 제가 우려했던 바가 바로 이런 일입니다.”
눈앞에서 고발을 당했음에도 그 목소리에는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제가 치안세력 통합을 추진한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그에 반발해 더 나은 국가가 되는 걸 막으려는, 제 잇속만 챙기려는 이런 몰상식한 인간들을 각하께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계시는 겁니다.”
“그게 무슨!”
“이런 날조된 자료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오직 국가에 헌신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모함으로 중단하기에는 이번 사안은 매우 중대합니다.”
해롤드는 발끈하는 애런을 가뿐하게 무시했다. 대통령은 이에 혼란스러운 듯 눈을 굴렸다.
“아닙니다. 각하! 이 증거는 모두 사실입니다!”
“허버트 선임보안관. 그렇다면 어째서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를 통해 고발을 한 겁니까?”
“그건……!”
“각하, 그는 보안청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만약 통합이 진행되면 그 기득권을 모두 잃게 될 사람이죠. 나머지 세 사람은 사설탐정이니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무슨!”
“우리가 밥줄 때문에 이런다는 건가!”
그 뻔뻔한 태도에 네 사람 모두 분개했다.
-와나 ㅋㅋㅋ 해롤드쉑 말 겁나 많네
-딱 봐도 정치질로 국장 자리 따냈을 듯
-ㄹㅇㅋㅋ 권모술수에 능한 거 보소
-총알, 총알배송이 필요하다
-그냥 서부식으로 처리합시다!
시청자들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앨런이 그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다시 대통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각하! 이미 증거는 확보했습니다. 즉시 재판을 열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이내 그가 입술을 달싹인 순간.
“좋습니다.”
대답은 해롤드의 입에서 나왔다.
-ㅔ?
-여기서 갑자기 드리프트를?
-뭐지? 무슨 꿍꿍이인 것이지?
-이러니까 더 불안한데 ㅎㄷㄷ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해롤드는 그런 반응이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왜들 그리 놀라십니까? 바라던 바가 아닙니까? 저 역시 그렇습니다. 재판에서 제 결백이 밝혀지겠지요.”
이내 그는 검지를 올렸다.
“단, 이곳에서 재판을 받지는 않겠습니다.”
“뭐라고?”
“각하. 보다시피 이곳, 서부인들은 서로 유착하여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이 정상적일 리가 없습니다.”
해롤드는 싱긋 웃으며 말을 맺었다.
“그러니 재판은 공정하게 동부로 돌아가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노림수를 깨달았다.
“와, 이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딱 그거네요.”
-진짜 ㅋㅋ 재판 지 마음대로 할라고 ㅋㅋㅋㅋ
-뭐야! 뭔데! 나도 알려줘!
-수사국이 법무부 산하 기관이잖슴!
-동부에서 자기 연줄 이용해먹으려는 거 ㅋㅋㅋㅋ
-법대로 처리하는 재판인데 혈연, 지연, 학연 같은 거로 빠져나가겠다는 게 말이 됨? 어……?
-ㄹㅇㅋㅋ 법대로 처리하면 같은 상황인데도 사람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지겠냐고! 응…?
-세상이 어느 때인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네?
-무슨 공식처럼 징역 3년하고 집유 5년 주는 재판부가 있겠냐고 ㅋㅋㅋ
-어허! 그마내!
-방송 터져욧!
그리 생각한 건 컷신 속 NPC도 마찬가지였다.
“각하! 말도 안 됩니다! 여기서 일어난 일을 동부에서 재판하다니요?”
“저도 동의합니다. 상황을 모르는 동부지역의 판사들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앨런과 허버트가 나서자 해롤드가 버럭 성을 냈다.
“공정하지 못하다니! 각하, 지금 발언은 미연방 법무부를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비약입니다!
“그만! 그만들 하세요!”
언성이 높아지자 대통령이 중재했다. 성을 내던 두 사람도 감히 더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었다.
순간 내려앉은 정적은 대통령의 한숨으로 지워졌다.
“해롤드 국장의 혐의와는 별개로, 그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재판은 동부에서 진행하지요.”
“각하!”
“대신! 도착 즉시 재판을 할 겁니다. 해롤드 국장, 알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대통령은 알렉스를 비롯한 네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증거가 명확하다면 법은 지켜질 겁니다.”
그 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말투였다.
-않이;;
-어쩐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더라니!
-그냥 대통령도 쏴버리죠?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
-근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문제가 있긴 할 거임
-아! 빨리 정의구현 해달라고오오!
시청자들이 불평하는 사이 장소가 바뀌었다. 알렉스를 비롯한 네 사람은 관저 앞에서 시청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각하가 결정을 내렸으니 어쩔 수 없지. 사울, 그 보안관을 증인으로 참석시켜야 하니 호송 준비부터 해두게.”
“네, 알겠습니다.”
“저도 보안청에서 따로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세 사람은 재판에 대해 준비하기로 했다. 앨런은 이내 알렉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는 남아 있는 게 좋겠네. 아쉽지만 물증 없이 정황만 얘기하는 건 오히려 재판에 불리할 수 있으니까.”
“진행상황을 보고 여죄가 발견되면 그때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허버트도 이에 동의하듯 말했다.
이내 세 사람은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알렉스는 뿌리박힌 듯 자리를 지켰다.
그는 관저를 노려보았다. 창 너머로 여유로워 보이는 해롤드의 모습이 보였다.
“어?”
이내 그 옆으로 다가온 인물.
이경복은 그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경찰국에 있는 해롤드 따까리 아님?
-아! 저 콧수염!
-오! 맞네!
시청자들도 이내 그 얼굴을 알아봤다.
-아 프롤에 저쉑도 있었지!
-롬웰쉑한테 명령했던 놈이네
-ㅇㅇ 생각해보니 롬웰이 보스가 아니잖슴?
-그럼 저 콧수염이 해롤드 오른팔인 듯?
-와나 ㅋㅋ 대놓고 관저에 머물고 있었던 거?
-경호원으로 붙어있었던 듯?
알렉스도 그를 알아봤는지 주먹을 굳게 쥐었다.
“브라이언, 교대다.”
“교대? 아직 시간 안 됐는데?”
“해롤드 국장님이 급하게 복귀하셔야 된다고 결원이 생겼어.”
“오늘?”
“저녁 기차라고 하시던데? 아마 모레까지는 2교대가 될 것 같아.”
“……미치겠군.”
이어 정문에서 들려오는 경호원들의 대화.
그와 함께 고정되어 있던 알렉스의 발이 움직였다.
* * *
어두운 저녁.
기차역에서 천천히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를 흩뿌리며 나아가기 시작하는 기차.
그리고 알렉스가 그것을 바라보는 장면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임기응변에 나설 때네요.”
이경복은 기차를 가리키는 퀘스트 포인터를 확인하며 말했다. 시청자들은 바로 동조했다.
-서부식 정의구현이 필요하다 이마리야
-이대로 돌아가면 배드엔딩일 듯 ㅋㅋㅋㅋ
-근데 혼자임? 다른 동료 없고?
-1인 기차 습격 뭐냐고 ㅋㅋㅋ
-이게 바로 달인 등급의 품격이자너 ㅋㅋㅋ
-갓플 혼자면 충분하긴 해 ㅋㅋㅋ
채팅을 읽은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고는 박차를 가했다. 빠르게 주파하는 말은 기차의 후미와 가까워졌다.
객차 바깥에는 무장한 경호원이 서 있었다. 그러나 문제될 것은 없었다.
“저격으로 처리할게요.”
이경복은 아무렇지 않게 볼트액션 라이플을 꺼냈다. 전력주파에 흔들림이 상당했지만 그의 격발에는 주저가 없었다.
탕하는 총성과 함께 경호원이 객차 바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
-아니;;; 경호원은 무슨 죄임?
-왜 죽었는데 준법 성향이 오름?
-무고한 게 아니다 이마리야 ㅋㅋ
-경호원 중에 콧수염만 한 패거리겠냐고 ㅋㅋㅋㅋ
-딱 봐도 해롤드쉑 자기 부하들 다 끌고 돌아가는 거자너
시청자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이경복은 말을 타고 기차에 접근했다. 그는 단 번에 말에서 뛰어내려 기차에 올랐다.
-진짜 균형감각 미쳤네 ㅋㅋㅋㅋ
-보통은 말 등에 엎드려서 붕쯔붕쯔하고 겨우 잡아야 거 아님?
-???: 네? 그냥 점프하면 되는데요?
-달리는 말에서 균형 잡으면서 점프하기? 갓플한테는 너무 쉽고?
-침대 회사도 울고 갈 듯 ㅋㅋ
-???: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퍼몬스 침대냐고 ㅋㅋㅋ
채팅창은 흡족해하다가 이내 경직됐다.
“꽤 많이 몰려왔네요.”
객차 안에는 총성을 듣고 몰려온 경호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신중하게 총구를 문 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와 ㅋㅋ 제리 구할 때랑은 완전히 다르네
-그래도 대통령 경호원 뽑힐 실력은 된다 이건가?
-킹직히 어중이떠중이 무법자랑 같은 급은 아니지 ㅋㅋㅋ
-이거 뚫고 갈 수 있나?
-아 ㅋㅋ 다이너마이트 ㅇㄷ?
-갓플이면 아무튼 할 수 이씀!
들어가는 순간 벌집이 될 상황이었다. 이에 이경복은 다른 길을 택했다.
“침입자 숫자는?”
“아무래도 하나인 것 같아.”
“겨우 하나라고?”
“완전히 미친놈이로군.”
“혼자서 전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대기하는 경호원들 중에서도 뒤쪽에 있던 이들이 낮게 속삭였다.
“그럴걸?”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울리지 않은 대답을 한 동료를 돌아본 경호원은 눈이 크게 뜨였다. 그들 뒤에 이경복이 권총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걸 ㅇㅈㄹ ㅋㅋㅋㅋㅋ
-아니 ㅋㅋ 몰래 접근했으면 지놈킥을 해야짘ㅋㅋㅋ
-저기서 대답을?
-퍼기만 ON!
이경복이 택한 침입 경로는 문이 아니라 창문이었다. 객차 지붕을 올라 뒤를 노린 것이었다.
그대로 해롤드를 노리러 갈 수도 있었지만.
“후환은 없애야죠.”
처치할 수 있는데 괜히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그 한마디와 함께 권총이 격발했다.
“뭣!”
“뒤다!”
“조심해!”
공격을 눈치채는 사이, 순식간에 여섯 명의 경호원들이 쓰러졌다. 분에 리볼버의 권총이 바로 동났다.
그나마 살아남은 경호원들이 총구를 돌렸지만 이경복은 그보다 더 빨랐다.
“저쪽.”
이경복은 한 손으로는 죽은 경호원의 권총을 하나 빼앗아 들고 격발, 다른 손으로는 비어있는 리볼버를 돌려 다른 경호원의 손목을 갈고리처럼 휘감았다.
한 박자 늦게 그 사실을 인지했지만 방아쇠는 당겨진 이후였다.
“아, 아니……”
경호원은 제 손으로 죽인 동료를 보며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빠르게 돌아간 리볼버 손잡이가 관자놀이를 강타하자 의식이 끊어졌다.
이경복은 기절한 놈의 머리에 확인사살까지 마치고 숨을 골랐다.
“경호원이라고 뭐, 총 2번 맞아야 죽는 건 아니네요.”
그 한 마디에 멈춰있던 채팅창이 솟구쳤다.
-와씨 ㅋㅋㅋ 진짜 그냥 입 벌리고 봤닼ㅋㅋㅋ
-액션 뭔데에에에에에!
-이게 진짜 ‘GUN법’이지 ㅋㅋㅋ
-성룡식 액션 넘모 익숙하고?
-아니 ㅋㅋ 이 형은 로데리 장르를 몇 번이나 바꾸는 거냐곸ㅋㅋㅋ
-혀엉? 트수들은 리볼버 6발 쏴도 못 죽일 수도 있어!
-???: 또샷또킬을 못 할 수가 있나?
-???: 어린 빌리도 하는 건데 못 하는 사람은 없겠지?
-야잌ㅋㅋ빌리는 킹직히 치트자너!
이경복은 빈총을 버리고 단 한 발도 쏘지 못한 경호원의 리볼버를 챙겼다.
이내 다음 객차로 들어서자 컷신이 시작됐다.
“용케 여기까지 왔군.”
콧수염의 남자가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중앙 복도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야.”
“기억하는 걸 보니 죽어야 할 이유도 알겠군.”
알렉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 결투인가?
-이러면 오히려 좋쥬?
-ㄹㅇㅋㅋ 갓플이 처리하기가 더 쉽자너
-콧수염쉑 뒤질 준비해라 ㅋㅋㅋ
콧수염 남자가 웃음을 흘렸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 그때와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 말이야.”
그는 제 가슴에 달린 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배지를 단 건 내 쪽이지. 달리 말하면 법적으로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건 나라는 말일세. 알겠나? 법을 어긴 건 바로 자네야.”
“쯧, 배지가 그렇게 좋나?”
알렉스는 혀를 찼다.
“네놈 덕분에 하나 깨달은 게 있긴 해. 절벽에서 떨어져서 알게 된 사실이 있거든.”
“사실?”
“법이나 그 알량한 배지가 목숨을 구해주지는 않아. 그날, 날 구한 건.”
알렉스는 천천히 권총에 손을 올렸다.
“한 사람의 선의였다.”
-오 ㅋㅋ 그 네이티브 말하는 거?
-말친구좌 얘기가 다시 또?
-말친구좌 ㅅㅂ ㅋㅋㅋ
-사람을 구하는 건 또 다른 사람이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법도 착하게 살아야 의미가 있다구웃!
콧수염은 그 말에 입꼬리를 비틀었다.
양쪽 모두 총을 뽑을 준비를 한 순간, 갑자기 양쪽 좌석 뒤에서 경호원이 일어섰다.
그와 더불어 울려 퍼지는 총성.
-헐?
-와씨 ㅋㅋㅋ 1:1 결투가 아니라 1:3이었다고?
-여전히 비겁해버리고?
-배지 달면 뭐하냐고 ㅅㅂ ㅋㅋㅋ
–ㄹㅇㅋㅋ 하는 짓거리가 여전히 무법자수듄ㅋㅋㅋ
-하지만 갓플의 반응속도에는 안 됐쥬?
-그것도 깔꼼하게 헤드샷 ㅋㅋㅋ
이경복은 이미 신기로 그 둘의 존재를 파악했던 바였다. 덕분에 플레이로 돌아오자마자 세 명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콧수염도 컷했으니, 남은 건 해롤드밖에 없겠네요.”
이경복은 여유롭게 시체를 넘어 객차를 통과했다. 이윽고 도착한 마지막 객차.
문을 여니 흠칫하는 해롤드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으로 여유가 없어 보이네.”
해롤드는 이경복을 바라보며 파들파들 몸을 떨고 있었다. 경직된 얼굴에는 그 유들거리던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탄산 기포 뽀골뽀골 올라오는 거 보이쥬?
-ㄹㅇㅋㅋ 보기만 해도 사이다 각이자너
-해롤드쉑 완전 겁쟁이였고?
-아 ㅋㅋ 님 쫄?
-마! 니 자신 읍나!
이경복은 채팅을 읽으며 실소를 흘렸다. 해롤드에게는 그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이겼다고 생각하나!? 아니, 아니야! 나는 틀리지 않았어! 네가 그 증거다!”
그는 얼굴을 구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1급 요원?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체계에서 벗어나니 탐정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무법자가 되는 것도 한 순간이 아닌가! 당신 같은 사람에게 치안을 맡길 수는 없어!”
“와우.”
이경복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죽어도 입만 살아 움직일 놈이네 ㅅㅂㅋㅋㅋㅋ
-ㄹㅇㅋㅋ 궤변 전문가임
-그 궤변의 변이 혹시 똥인가? -진짜 ㅋㅋ 입으로 아주 똥을 싸자너?
-저거 자기한테도 해당되는 말아니냐?
-자신과의 싸움 미쳤고 ㅋㅋㅋ
채팅을 본 이경복은 해롤드의 반응을 살펴봤다.
“그 계획 실행하려고 사람들 죽인 건 괜찮은 거고?”
“그건 필요한 희생이었어! 어차피 서부에서 사람 죽어 나가는 건 흔한 일이 아닌가!”
해롤드의 변명에 시청자들은 질색했다.
-어차피 자주 죽으니까 내가 죽여도 괜찮다?
-이건 무슨 논리야 ㅅㅂ
-락앤롤이 도그 사운드 알고리듬 잘 만들었네
-개소리 생성기냐고 ㅋㅋㅋ
-혀엉! 처리하고 끝내줘잉!
-ㄹㅇㅋㅋ 더 들으면 스트레스 생길 듯 ㅋㅋ
시청자들의 요청에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렸다. 이내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말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직접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갑자기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해롤드도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이경복은 매고 있던 라이플을 그 앞에 던졌다.
“지금은 어때? 생각이 좀 바뀌었나?”
그 물음에 해롤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놈은 이경복과 바닥에 떨어진 라이프를 번갈아 살폈다.
그리고 이내 황급히 라이플을 잡고 이경복을 조준했다.
“완전히 돌아버린 모양이군!”
그는 조소를 흘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 터지는 총성과 함께.
“우악!”
해롤드는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어안이 벙벙해진 그는 멀쩡히 서있는 이경복과 완전히 어긋난 곳에 박힌 탄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친ㅋㅋㅋㅋ개웃기네 진짴ㅋㅋ
-와앀ㅋㅋ 진짜 퍼기만은 클라스가 다르네
-코이츠www NPC마저 기만해버리는www
-마개조 라이플은 처음이지?
-아 ㅋㅋ 그거 갓플 말고는 못 쓴다구욧!
-그게 바로 퍼펙트-커스텀이니까(끄덕)
해롤드가 사용한 볼트액션 라이플은 탄속은 최대, 명중은 최하로 개조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해롤드는 넘어진 채로 황급히 방아쇠를 또 당겨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총 쏴본 적 없나보네? 볼트액션은 단발식인데.”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은 다시금 웃음이 터졌다.
볼트액션 라이플은 한 번에 한 발씩 장전을 해야 했으니 지금 해롤드가 들고 있는 건 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 이……”
“헛소리 컷.”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진 해롤드에게 이경복은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아 ㅋㅋㅋ 진짜 너무 좋고?
-그냥 사이다인줄 알았더니 강탄산이었쥬?
-진짜 방송천재임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거기서 기만각을 보냐곸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즐거워하는 사이 컷신이 시작됐다.
“나도 한 때는 법이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알렉스는 죽은 해롤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법은 사람 위에 있지 않아.”
그는 해롤드를 넘어서며 반다나로 얼굴을 가렸다. 객차 너머 검은 기관실이 보였다.
이어 화면이 줌아웃 되며 천천히 멈춰서는 기차를 보여주었다. 곧 더 올라간 카메라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비추었다.
[Chapter 5 – Revenge]
[End]
챕터 종료 문구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탄사를 뱉었다.
“아, 이렇게 마지막 복수가 끝나네요.”
-이제 남은 원수 없쟈?
-ㄹㅇㅋㅋ 다 갚아줬음
-아 ㅋㅋ 퍼펙트 리벤지 해버렸다 이마리야
-아주 조아따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새로운 문구가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Epilogue – I am not Alex.]
에필로그.
이 게임의 마지막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