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53화 (253/491)

253화 - 합격 후 면접 (1)

한국 최대 게임 웹진, 메타게이머.

여러 분야의 뉴스 중 ‘인플루언서’ 탭에 새로운 메인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즐겜으로 세계 1위]

저물어가는 석양을 배경으로 쓰여진 짧은 제목.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스트리머 ‘퍼펙트플레이’(이하 퍼플)가 락앤롤 개발사의 신작, ‘로열 데스퍼레이트 리벤지’(이하 로데리) 달인 등급을 세계 최초이자 최단 시간으로 클리어 했다.]

첫 문장으로 기사의 내용이 요약됐지만 그 문장만 보고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내용 자체만으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그 바로 아래 비교 대상의 스크린샷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기록은 각종 게임의 스피드런 대회를 주최하는 ‘Howfast.com’에서 집계 되었다.

<사진>

(출처 – Howfast.com)

위 자료는 퍼플의 클리어 당시 대회 참가자들의 기록이다.

대회 참가자 중 달인 등급의 최고 기록은 ‘17:27:43’으로 퍼플의 클리어 기록인 ‘13:17:24’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 1위 참가자가 엔딩을 본 후,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기록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이후에도 다른 플레이어가 퍼플의 기록을 갱신할 확률은 극히 적은 바, 퍼플의 기록은 명실상부 부동의 1위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였다.

하물며 이경복의 기록은 클리어 당시의 기록이고 다른 참가자들은 아직 플레이 도중이었다.

때문에 그 차이가 줄어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조사 결과 퍼플의 기록보다 더 빠른 기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절로 의문이 나오는 문장이었다. 1등인데 그보다 빠른 기록이 있다니?

기사를 본 사람들은 아래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퍼플 보다 엔딩을 먼저 본 플레이어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사진>

(출처 – Howfast.com)

‘13:14:57’, 퍼플의 기록 보다 약 2분 먼저 클리어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플레이어가 선택한 건 ‘달인 등급’이 아니라 가장 쉬운 ‘수습 등급’이라는 점이다.]

달인 등급만이 아니라 전체를 비교한 기록이었다.

달인과 수습은 극과 극이었지만 그 클리어 기록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태도다.

앞서 보여준 기록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스피드런 대회’의 참가자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순위권 다툼이었지만 퍼플은 달랐다.

퍼플은 본인 방송에서 언급했듯, ‘빠른 클리어’에 집중하지 않았다. 소위 ‘즐겜’의 자세로 게임을 시작했으나 그 기록은 누구보다 앞섰다.

여느 등급의 참가자들마저 메우지 못할 차이가 확실해진 바, 소위 어떤 ‘빡겜’을 하더라도 퍼플의 기록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는 그렇게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 한 줄이 더 첨부되어 있었다.

[별개로 퍼플과 같이 락앤롤 게임즈로부터 프로모션을 진행한 일본의 스트리머 ‘얏타맨’의 기록은 ‘74:32:11’이었다.]

마지막까지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이게 월클이지 ㅋㅋㅋㅋ]

[-이제부터 서부극의 본고장은 한국이다.]

[-아 ㅋㅋ 미국에서 서쪽으로 쭉 가면 한국 나온다고]

[-불만 있어요 American? 무료의 bullet 증정. 항상 감사하십시오 and I also 퍼플조아]

[-뭐야? 평소의 갓플이잖아?]

[-와 ㅅㅂ 격차가 이렇게 많이 난다고?]

[-아닠ㅋㅋㅋ 대회 참가자들도 진짜 천상계 플레이어들인뎈ㅋㅋ]

[-천상계니까 당연히 갓플 아래아님?]

[-ㄹㅇㅋㅋ 천상계 다스리는 게 신인데 어딜 넘봄?]

[-속보) 피터 힉스 ‘사람들이 자신의 예측을 오해해. 지금이라도 퍼플 입자라고 불러야’]

[-아 ㅋㅋ 갓플이 신이라니깐!]

[-무친ㅋㅋ 수습 등급 기록이랑 차이 무엇?]

[-와 ㅋㅋㅋ 응애 난이도로 빡세게 달려야 겨우 이기네]

[-사실상 갓플한테는 달인 등급도 응애 난이도란 얘기 아님?]

[-???: 언제 어려워지는 거지?]

[-진짜 갓플은 응애 난이도 하면 게임이 재미가 없을 듯ㅋㅋㅋ]

[-괜히 어려운 것만 찾는 게 아니자너 ㅋㅋㅋ]

[-얏타맨은 뭐 ㅋㅋㅋ]

[-사실 차이 비교하는 게 무의미한 수준이잖슴!]

[-킹직히 얏타맨이 노린 건 플탐보다는 먼저 엔딩 보는 거긴 했지 ㅋㅋㅋ]

[-진짜 잠만 자고 겜한 수준인데 ㅋㅋㅋㅋ]

[-하지만 갓플이 빨랐죠?]

[-얏타맨 지금 어디까지 클리어함?]

[-오 ㅋㅋ 아직 방송중임]

이내 댓글창에 얏타맨의 방송 링크가 달렸다. 한일전(?)의 결과가 이미 확정된 바, 사람들은 마음이 편했다.

그들은 얏타맨의 성과를 궁금해 하며 방송을 엿보러 갔다.

* * *

얏타맨은 챕터 5를 진행 중이었다. 현재 그는 설산에서 롬웰 패거리와 대치 중이었다.

“아들이여! 라이트를 구하러 가자!”

그 역시 게임에 몰입하고 있던 바, 라이트와 함께 복수하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다.

얏타맨은 빌리와 함께 나섰지만 그 결과는 이경복과 달랐다.

“빌리이이이이이!”

“으아, 무법자 너무 많잖아!”

“반드시 살려내고 말겠어!”

얏타맨의 실력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번번이 반응이 늦어 빌리가 죽었다.

시청자들은 이에 장난스럽게 그를 놀렸다.

-얏타맨, 아버지로서 실격 아니냐고www

-빌리가 불쌍해! 。゚(゚´Д`゚)゚。

-실력 계승 너무한www 얏타맨 빌리한테 도게자하게 되는www

그에 얏타맨은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모두들! 빌리는 내 아들이야! 내가 물려주고 싶은 건 실력만이 아니라 끈기라고! 나를 닮았다면 포기하지 않아!”

-아니아니, 빌리의 마음 멋대로 정하지 말라고www

-이건 빌리의 말도 들어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얏타맨과 같은 가족이 된다. 생각하니 피곤해져버렸다.

시청자들의 놀림에도 그는 재도전을 계속했다. 덕분에 그는 무법자의 위치와 등장 시기마저 외우고 오두막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내 롬웰을 뒤쫓을 차례.

“우왓?!”

하지만 핏자국을 따라가는 도중 매복한 무법자의 기습에 그는 다시금 죽음을 맞이했다.

“으아, 기습이었나! 비겁하잖아 이거!”

다행히 체크포인트가 저장되어 게임은 오두막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얏타맨은 기습에 대처하고 롬웰을 쫓을 수 있었다.

이어 다이너마이트가 던져지고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얏타맨은 이경복처럼 둘 다 해결할 재주가 없었다.

“빌리! 롬웰을 쫓아라!”

이에 그는 빌리이게 명령하고 라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라이트에몽! 나를 믿고 뛰어!”

라이트는 언덕 위에서 그를 향해 도약했다. 우레와 같은 폭발과 함께 얏타맨이 그를 받아냈다.

“크윽!”

“억!”

두 사람 모두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생존했다.

-중요한 순간에 라이트에몽이라고 부르지 말라고www

-얏타맨의 얏타가 왔다!

-미션 성공인가?

시청자들이 기뻐하기도 잠시.

단 발의 총성에 얏타맨의 시선이 돌아갔다.

“하하! 모두 파묻혀버려라!”

롬웰이 광소를 터트렸고 그 앞에는 빌리가 쓰러져 있었다. 얏타맨이 이에 놀라기도 전에 굉음이 귀를 때렸다.

“어이, 진짜냐고! 심하잖아 이거!”

언덕 위에서 쏟아진 눈사태가 그를 향해 덮쳐 들어왔다. 이어 화면이 암전되고 다시 체크포인트로 돌아왔다.

-또 죽어버렸습니다www

-이런이런, 라이트에몽 포기해야겠는데?

-얏타맨 씨! 이미 퍼플 씨와의 승부 결정됐잖아요? 일단 클리어부터 해요!

시청자들의 말에 얏타맨은 잠시 게임을 멈추고 더욱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 퍼플 씨에게 진 건 인정해! 하지만 나와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그는 주눅 든 기색 하나 없이 텐션을 끌어올렸다.

“내가 정한 조건은 바뀌지 않아. 어떻게든 반드시 퍼플 씨와 같은 엔딩을 볼 테니까!”

-얏타맨, 또 불타오른다고!

-너무 불타잖아 이거www 대화재라고www

-그게 얏타맨을 보는 이유니까!

-아아, 아무래도 10시간은 더 걸리겠네

시청자들 역시 그런 얏타맨이기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 * *

늦은 밤, 매드맨의 집.

매드맨은 작게 입을 벌린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진짜……”

이미 영상 편집은 마치고 검수를 위해 최병훈에게 전달해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봐도 질리지 않는 영상이었다.

“진짜 게말콘이 바로 나오네.”

그 영상의 내용은 바로 매복한 무법자를 대번에 처리한 도탄 플레이였다.

‘총알을 맞춘 것도 신기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것만으로도 놀랐지만 매드맨은 달랐다.

수없이 사격과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왔기에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이건 진짜 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이야 그 자리에서 방송으로 본 뒤 놀라고 말겠지만 편집하며 자세히 보니 더 놀라운 점이 많았다.

‘이게 총알끼리 부딪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매드맨은 재차 영상을 슬로우모션으로 돌려보았다. 이경복이 빌리에게 지시한 후 바로 그 탄도를 쫓아 격발했다.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엇나가면 도탄이 성립되지 않아.’

이경복의 하이눈 리피터와 빌리의 리볼버는 스펙상 차이가 컸다. 시청자는 물론 대부분의 플레이어도 그 차이를 실감하지는 못할 터였다. 격발과 함께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나.

‘이건 두 총기의 스펙차이를 계산한 게 분명해.’

그러나 이경복은 그 스펙의 차이를 정확히 계산했다. 탄속의 차이를 생각해 격발시기를 맞춘 것도 대단한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두 탄환의 충돌각까지 맞춰야 되지.’

서로 다른 총구에서 쏘아진 탄환의 교차점과 그 각도는 또 다른 핵심이었다.

어찌 총알을 맞춘다고 해도 엉뚱한 곳으로 튀어 나가버리면 그저 ‘기적 같은 해프닝’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매드맨이 해프닝이 아니라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조금만 엇나가도 완전히 틀어지는데, 그걸 맞춘 것도 모자라서 헤드샷까지 해버렸어.’

충돌과 함께 튕겨나간 두 탄환이 무법자의 머리에 박힌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 모두.

이걸 우연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미쳤다 진짜.”

매드맨은 재차 전율했다.

세상에 이렇게 총을 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처럼 사격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말 그대로 유일무이하지.’

매드맨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새삼 확신이 섰다.

‘퍼플 영상은 무조건 최우선순위야.’

앞으로 다른 누가 영상 편집을 의뢰하든 이경복보다 먼저 완성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 다짐하는 사이 모니터에 톡 하나가 올라왔다.

[>굿굿 ㅋㅋ]

[>이번 거는 아예 손 댈 부분이 없다야]

최병훈의 컨펌이었다.

매드맨은 이에 싱긋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당연한 거임!]

[>이번 샷은 진짜 생애 처음으로 보는 거라서 완전 노력했음!]

그에 더 뿌듯한 건 이 영상을 검수한 게 비단 최병훈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경복도 같이 검수한다고 했으니 그에게 직접 인정을 받은 거나 다름없지 않나.

[>아 ㅋㅋㅋ RGRG]

[>그동안 고생했어]

[>덕분에 이번 광고 영상은 전부 마무리 됐다야]

이어지는 최병훈의 톡에 매드맨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 그러네……”

너무 즐거워서 잠시 밀어두었던 현실.

그녀는 프리랜서로서 이번 편집에 끼어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언제 다시 퍼플의 영상을 편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 허탈함이 마음을 잠식하려던 순간이었다.

[>야, 매니저가 메일 하나 보냈거든?]

돌아온 최병훈의 톡에 절로 고개가 기울었다. 갑자기 웬 메일이란 말인가?

메일함을 열기도 전에 설명이 이어졌다.

[>예전부터 너랑 같이 일하면서 고심했던 건데]

[>다른 사람들이랑 협의해본 결과 정식으로 영입 제안한다]

[>첨부된 건 계약서니까 한 번 읽어봐]

그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매드맨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진짜임?!]

[>당연히 할 거임!]

퍼플의 영상을 다시, 그리고 앞으로도 작업할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결정은 끝났다.

[>아닠ㅋㅋㅋ 즉답뭔뎈ㅋㅋ]

[>계약서 읽긴 했음?]

[>야씨 ㅋㅋ 이거 진짜 진지한 거야]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해라]

[>지금은 무효고 해 뜬 뒤에 답이 진짜인 걸로 ㅋㅋㅋ]

[>그럼 굿밤!]

이어 돌아온 최병훈의 답변에 매드맨은 코를 찡그렸다.

‘아나, 이 자식은. 난 진짜 진지한데.’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매드맨은 바로 메일을 확인하고 첨부된 계약서를 열었다.

“뭐야, 이거?”

빠르게 내용을 살펴본 결과 절로 눈이 크게 뜨였다.

“완전 쩌는데?”

계약 조건이 무척이나 좋았다.

‘내 채널도 그대로 운영해도 된다고? 완전 혜자인데?’

혹시나 반대로 읽었나 싶었지만 명백히 ‘허용’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급여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눈을 사로잡았다.

“사장님과 면접은 필수……?”

계약서를 줄 정도면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데 왜 면접을 보는 걸까.

절로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마저도 잠시였다.

‘아무렴 어때.’

퍼플의 영상을 매일 다룰 수 있게 되는데 면접 보는 게 뭐가 문제가 되겠나.

‘…그래도 정장은 입어야겠지? 머리 자른 지도 좀 됐으니 다듬어야겠고.’

다시 생각해보니 사소한 문제가 떠오르긴 했지만.

“좋아쓰! 오늘은 일찍 자자!”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