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 제 3회 OTP, 퍼플 러시 (3)
한편, 어느 작은 마을.
끼익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보안관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의 찡그린 표정은 쨍쨍한 햇살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 진짜 뭐 남는 것도 없네요.”
그는 불평하며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로 돌아왔다.
“아, 오셨네.”
“현상금 50달러 아니었어요?”
남자는 그들에게 짧게 혀를 차며 지폐를 나누어주었다.
“50달러 맞긴 한데, 그 갱단 놈들 잡는 데 쓴 약값 제하면 기껏해야 5달러? 그 정도밖에 안 되지 싶어요.”
“아, 맞네.”
“빡빡하네요. 이거 퍼플 님 볼 수 있을지나 모르겠네.”
그 말에 팀을 꾸린 대회 참가자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 제보 들어왔는데, 퍼플 님이 또 무법 미션 끝냈다네요. 이번에는 죄수호송차 습격이라고.”
조용히 관망하던 한 사람이 말했다. 소위 ‘방플’을 하는 참가자였다.
그 말에 모두 허공에 손을 움직였다.
[자산가치 순위]
[1. 퍼플 – 834.8$]
[2. 메이슨 – 478.5$]
[3. 필립 – 356.1$]
[…]
여전히 자산가치 1위는 퍼플이었다.
“와, 언제 800달러가 넘으셨대?”
“800달러면 한 100만 원 넘죠?”
“진짜 이번 OTP 상금은 역대급 찍겠는데요?”
그들은 미소를 짓다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 근데 다른 상위권 분들이랑도 꽤 격차가 심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무법 성향 미션 할 걸 그랬어요.”
“그러니까요. 확실히 돈 되는 건 그쪽인데……”
순위를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초반과 달리 이제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무법 성향 미션의 수익성이 더 큰 걸 깨달은 덕분에 모두가 경쟁적으로 무법 미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도 탈락자는 좀 많아졌네요.”
“아무래도 무작위 추첨이라 실력 편차가 있으니까요.”
“곧 100명 대 깨지겠는데요?”
참가자 숫자는 착실히 줄고 있었다. 실력이 미숙한 참가자들은 초반 미션 수행 중에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밑바닥 사라지니까 저희가 슬슬 가라앉는 느낌이……”
“에이, 그래도 우리 정도면 중위권은 되죠.”
“솔직히 중위권은 좀 그렇고 중하위권 정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70위에서 80위 사이였다. 그중 현상금 사무소에 들어갔던, 가장 순위가 높은 리더격인 참가자가 말했다.
“이거 시간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대로는 가망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짜투리 미션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아요.”
“확실히 그렇긴 하죠. 퍼플 님 보기도 전에 끝날 수도 있고……”
“그래도 다른 수가 없잖아요?”
“뭔가 승부수라도 있으십니까?”
리더는 이에 턱을 매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지금 현금 전부 모으면 얼마죠?”
“어……”
“잠시만요.”
그들은 가진 현금을 꺼내 모아보았다. 그 금액을 헤아린 리더가 눈을 굴렸다.
“못해도 한 600달러는 되네요.”
“아, 이거로 한 사람에게 좋은 장비 몰아주면 어떨까요?”
“오! 저격용 라이플 사서 개조까지 하면 좀 승산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리더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퍼플 님이면 1:1은 가망성이 없죠. 아무리 권총만 쓰셔도 왠지 어떻게든 하실 것 같으니까요.”
“하긴 퍼플 님이라면 그럴 수 있죠. 그래서 팀을 꾸리기도 한 거니까.”
“그럼 다른 분들을 더 영입해야 되나?”
“그것도 좋겠네요.”
방플러가 슬쩍 동의하려는 와중 리더가 손뼉을 쳤다.
“영입! 그겁니다!”
갑자기 달라진 태도에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저희 모두가 덤벼도 퍼플 님을 잡기는 어려워요. 솔직히 저희가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팩폭을 하시네.”
“근데 뭐,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요점은 더 실력 좋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그러면 영입이 아니라 저희가 다른 팀에 흡수되는 거잖아요?”
다들 그의 말을 상위권 참가자들에게 합류하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달랐다.
“아뇨, 참가자들과 팀을 꾸리자는 게 아닙니다.”
그는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모두가 눈을 돌리자.
“이 돈으로 탐정을 고용하는 거예요!”
그곳에는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가 있었다.
“오?”
“와, 이거 묘안인데요?”
“그쵸! 사무소에 의뢰하면 퍼플 님께 현상금이 붙으니까 실질적으로 상금이 추가됩니다. 상금을 불리면서 NPC를 이용하는 거죠.”
리더는 다른 이들의 호응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모은 600달러로 고용한 탐정이랑 같이 습격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요?”
“적어도 저희만 가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높죠.”
“저는 찬성이요!”
합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이경복은 미션을 완료하고 보수를 받기 위해 갱단 캠프로 돌아왔다.
“당신 동생은 무사해.”
미션의 내용은 죄수 호송용 마차를 습격해 체포된 갱단 보스의 동생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완벽하게 미션을 끝냈다.
“그래? 그럼 내 동생은 어디 있지?”
하지만 구출 대상은 곁에 없었다. 보스의 물음에 이경복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동생이 전해달라던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느니 손 씻고 평범하게 살 거라고. 돌아갈 생각은 없으니 찾지 말라고.”
-진짜 ㅋㅋ 코 찔찔흘리면서 말하는 거
-아 ㅋㅋ 킹직히 이게 정상이지
-당하고 정신 차린 것부터 상위 1%임 ㅋㅋㅋㅋ
-아닠ㅋㅋ 상위 1%나 됨?
-센세, 정상인이면 범죄자가 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이거 맏따
이경복은 그리 말을 끝내며 동생이 건넨 반다나를 보스에게 넘겼다.
그것은 갱단의 일원이라는 상징이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배짱도 그 모양이라니. 이런 쫄보 새끼.”
보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침을 퉤 뱉고는 반다나를 받았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내 동생 놈이 찌질이인 게 그쪽 탓은 아니지.”
보스는 달러 뭉치를 건네고는 담배를 물었다.
“배짱은 물론 실력도 좋더군. 아직 소속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내 쪽에 들어오는 건 어떤가.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보스의 제안에 기분이 좋아진 건 이경복이 아니라 시청자들이었다.
-역시 능력있으면 어디서든 인정을 받아버리고?
-ㄹㅇㅋㅋ 허버트도 연방보안관 하라면서 영입했는데
-준법과 무법 어느 쪽이든 스카웃 대상이자너 ㅋㅋ
-아 ㅋㅋ 퍼펙트-무법자 보고 어케 참음?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갱단 생활도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편해서.”
-허나 거절한다!
-??? : 보스 자리를 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 : 일 좀 해줬다고 아래로 봐? 도르신?
-??? :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아 ㅋㅋ 속마음 다 들켰쥬?
-킹직히 갓플 정도면 보스 자리 내줘도 할까말까인데 ㅋ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보스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가. 뭐, 강요할 수는 없지. 대신 이 반다나는 가지고 있게.”
“반다나를?”
“내 부하놈들 안 데려가고 혼자 처리해주지 않았나. 아마 같이 갔다면 몇 놈은 죽거나 다쳤겠지. 은혜와 원한은 철저하게 갚는 게 내 방침이니.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한 번은 도와주겠네.”
-오? 보너스 보상 같은 건가?
-??? : 진짜 혼자가 편한데?
-아 ㅋㅋ 님 부하들 걸리적거린다고요 ㅋㅋㅋ
-솔플? 오히려 좋아!
-이러니까 자꾸 형이 킹부러 어려운 것만 하자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경복은 반다나를 챙기고 돌아섰다.
“무법자라고 다 의리가 없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채팅창에 그에 동조하는 말들이 올라왔다. 이경복은 미니맵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캠프에 아이콘이 추가됐네요? 아마 갱단에 들어가면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 같은데 그냥 허용이 됐나 봐요.”
-엌ㅋㅋ 한 번에 호감작 끝내버리기
-킹직히 영입 제안 왔음 끝난 거자너 ㅋㅋㅋㅋ
-무법자 생활 나쁘지 않을지도?
이경복은 그중에서 장물아비를 찾았다.
“팔고 싶은 게 있는데.”
그는 미션 수행 중 챙겨뒀던 전리품을 꺼냈다. 죄수를 호송하던 보안관들을 제압하고 빼앗은 총기들이었다.
큐다리의 퀘스트 때문에 권총만 사용해야 하니 팔기 위해 챙겨둔 것이다.
“아, 이제는 더 못 사.”
“못 산다고?”
“여유금이 다 떨어졌어. 물건들 처분하고 올 때까지 좀 기다려줘야겠는데.”
장물아비는 손을 내저었다.
돈을 무한정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매입을 거절한 것이다.
“상태도 좋은데 직접 쓰지 그래? 혹시 이 각인이 걱정되면 내가 지워줄 수도 있어.”
“개조도 할 줄 아나?”
“아, 그야 물론이지. 총을 쏠 줄 모르면 다룰 줄이라도 알아야 먹고 살지 않겠나.”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렸다. 이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할까?”
이경복의 설명을 들은 장물아비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되기야 하겠지만…… 아니, 대체 왜?”
그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장물아비 당황잼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진짜 이게 된다고?
-규칙 위반 아님?
-위반까지는 아니지 ㅋㅋㅋ
-여윽시 자유도 갓겜이다 이마리야
-방.송.천.재
-이게 퍼펙트-커스텀이지 ㅋㅋㅋ
* * *
정비를 마친 이경복은 갱단 캠프를 벗어났다. 그는 능숙히 말을 몰며 미니맵을 켰다.
“오? 미션 해금됐네요?”
자물쇠로 잠겨있던 미션이 열렸다. 이에 그는 자산가치 순위를 확인해보았다.
[1. 퍼플 – 1479.1$]
갑자기 치솟은 자산 가치에 이경복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
-뭐임? 언제 1000달러 넘김?
-고 사이에 600달러가 뛰었네?
-뭐지? 보안관들 살려둬서 현상금 더 붙은 건가?
-그거 감안해도 너무 많이 뛰었는데?
-와 ㅅㅂ 이러면 상금이 얼마임?
-거의 한 200만원 되지 않나?
-이러면 진짜 현상금 사냥꾼 붙을 때 됐다 ㅋ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놀라자 이경복은 미소 지었다.
“어찌됐든 좋네요. 어려운 미션이 열린 거잖아요?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시청자들도 웃어넘겼다.
-어려움이즈고
-어떻게든 어렵게 플레이 하려는 형 ㅋㅋㅋㅋ
-킹반인이면 ㅅㅂ 버근가 싶을 텐데 ㅋㅋㅋ
-이정도면 개발사들이 갓플 전용 난이도 만들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이경복은 박차를 가하며 재차 새로 열린 미션을 살폈다.
“이거 확실히 어려운 건긴 한가 봐요. 옆에 보이시죠? ‘갱단 모집 권장’이 붙어있네요.”
-솔플용이 아니라는 뜻?
-파티 꾸려서 해야 되는 건가?
-그러면 갓플 못하는 거 아님?
-다시 돌아가서 갱단 가입 ㄱ?
-권장이니까 필수는 아닐 듯 ㅋㅋㅋ
-ㄹㅇㅋㅋ 그러면 가입을 해야 해금되는 게 맏찌
-친없찐이라고 게임 못하면 차별 아니냐구웃!
-트수 혐오를 멈춰주세요 ㅠㅠㅠ
시청자들의 대답에 이경복도 고개를 끄덕였다.
“권장이니까 그냥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가서……”
그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다. 그의 신기가 순식간에 증폭된 위협을 감지해냈다. 더불어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저격?’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그에게 날아오는 탄환이 시야에 잡혔다.
궤적으로 보아 얕은 강가 너머 솟아오른 언덕 위에서 쏘아진 탄환이었다.
인지와 더불어 행동은 즉각이었다. 이경복이 고삐를 잡아당기자 시간 흐름이 다시 돌아왔다.
총성과 함께 바로 앞 흙이 튀어 오른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런.”
이경복은 침착했지만 그가 타고 있던 말은 아니었다. 기겁한 말이 앞다리를 들으며 몸부림쳤다.
다행히 예측하고 있던 바, 그는 낙마가 아니라 가볍게 말에서 뛰어 내려 착지했다.
-???????
-뭐야 ㅅㅂ?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어디서 쏜 거임?!
-인카운터? 강도인가?
-그 와중에 착지 예술인거 뭔데 ㅋㅋㅋㅋ
채팅창은 경악과 감탄으로 어우러졌다. 그 사이 이경복은 신속히 바위 뒤에 엄폐했다.
“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사격 솜씨가 꽤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참가자분들이 와주신 것 같네요.”
이경복의 대답과 더불어 바로 언덕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요원이다! 퍼플, 순순히 항복해라!”
탐정이라는 말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눈이 크게 뜨였다.
-탐정?
-엌ㅋㅋㅋ 설마 탐정을 고용한 거?
-옼ㅋㅋㅋ 머리 좀 썼네
-킹직히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NPC가 잘 쏘긴 할 듯
-게다가 상금도 안 나눠 먹어도 되자너 ㅋㅋㅋ
-하지만 상대는 갓플이쥬? 어차피 상금 못 받쥬?
-중생아, 헛된 꿈을 꾸었느냐
시청자들 반응에 미소 짓던 이경복은 슬쩍 언덕 위를 살폈다. 이내 다시금 그 눈동자가 커졌다.
“어? 사울이네요?”
대표로 목소리를 내는 탐정, 그는 바로 싱글 플레이에서 봤던 1급 요원 사울이었다.
-사울? 사울이여?
-사울쉑! 감히 지놈킥을 해!?
-아닠ㅋㅋㅋ 그냥 본업에 충실한건데 왜 지놈킥임ㅋㅋㅋㅋ
-아 맏따 ㅋㅋ 지금은 갓플이 무법자였지
-여기 사울은 만난 적도 없을 텐데 괜히 욕먹어버리기 ㅋㅋㅋ
그 사이 위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는 권총만 쓰니까 절대로 접근을 허용하면 안 됩니다! 멀리서 저격만 하세요!”
탐정들의 고용주로 보이는 현상금 사냥꾼, 대회 참가자들이었다.
“아, 그래서 다 저격용 라이플로 무장했구나.”
이경복은 상황을 인지하며 웃었다. 이어 그는 권총을 꺼내어 언덕 위를 조준했다.
격발과 함께 언덕 위에서 비명이 터졌다.
“끄악!”
“뭐, 뭐야!?”
“엎드려!”
놀란 탐정들이 부상자를 챙기며 몸을 숙였다. 이어 사울의 격정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권총만 쓴다면서요!?”
“아, 아니……! 자, 잠깐만!”
사냥꾼 리더는 당황한 듯 사울의 라이플을 빌렸다. 그리고 스코프로 이경복이 숨어있는 바위 쪽을 겨누었다.
‘설마 퀘스트를 포기하신 건가?’
권총으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이내 스코프로 확대된 시야에 그 비밀이 밝혀졌다.
“저게 뭐야?”
이경복의 손에 들린 것은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총기였다. 권총이긴 한데 총신이 장총처럼 길었다.
이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은 한 가지였다.
“설마…… 권총을 저렇게 개조했다고?”
그가 황망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사이였다. 스코프 속 이경복의 총구가 그를 겨누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탕하는 총성과 함께 스코프가 깨졌다. 그와 더불어 사냥꾼 리더가 풀썩 쓰러졌다.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참가자들이 그의 죽음에 당황했다. 이경복은 그 소리를 들으며 흡족했다.
그런데 그 와중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HOST> 않이;;; 이거 반칙 아니에요?!]
[HOST> 이게 어떡계 권총임!]
서버 호스트, 큐다리의 메시지였다. 그에 이경복이 바위 뒤에서 어깨를 으쓱였다.
“호스트시니까 더 잘 아시잖아요. 템 정보 보이실 텐데?”
사거리 증진을 위해 보안관의 라이플의 총신을 잘라 붙였지만 아이템 설명은 여전히 권총이었다.
-아 ㅋㅋ 한 손으로 쏘니까 권총이라니깐!
-어디까지나 개조 권총입니다만?
-HOXY 꼬우신가요?
-꼬우면 퀘스트 조건을 제대로 쓰셨어야지 ㅋㅋ
-킹직히 듀얼근 있었으면 조건 더 잘 썼음
-아니 ㅋㅋ 그쪽 동네는 완전 법정싸움 수준이잖슴!
-게임 기능 이용한 건데 뭐가 문제냐 이마리야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큐다리의 반응에 더욱 흥겨워했다.
[HOST> 와 ㅋㅋ 이런 마개조는 진짜 생각도 못했음…]
[HOST> 즈므 므느 브으느드^^]
이어지는 메시지에 웃음은 더욱 커졌다.
-정말 마니 배웁니다임? ㅋㅋㅋ
-이 악물고 웃고 있쥬? 근데 입술에서 피나쥬?
-마개조가 아니라 퍼펙트-커스텀입니다만?
-근데 진짜 갓플만 쓸 수 있는 게 개조하면서 총기 밸런스 개판남 ㅋㅋㅋㅋ
-ㄹㅇㅋㅋ 이걸로 어떻게 명중을 시키냐고
-(게말콘)(게말콘)(게말콘)
-??? : 되는데요?
-그래서 더 큐다리가 킹받아 하자넠ㅋㅋ
즐거워하는 채팅창을 보며 이경복도 미소 지었다.
“그쪽은 정리됐으니까 이쪽도 정리할게요.”
그는 사냥당하는 쪽이 아니라 사냥하는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