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 제 3회 OTP, 퍼플 러시 (4)
사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개조 권총이라고?”
의뢰인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더 이상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크읍!”
“억!”
같이 온 탐정들의 비명이 연달아 터졌다. 아래로 조준이라도 할라치면 총성과 함께 피가 튀었다.
“대체 이게 무슨……”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사무소의 명성이 중요하다지만 요원들의 목숨만큼은 아니었다.
“부상자들을 챙겨! 후퇴한다!”
“예!”
“끄으윽……!”
다행히 사망한 탐정들은 없었다. 그러나 사울은 그것을 운이 좋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자, 잠깐만요! 후퇴라뇨!”
“이대로 물러난다고요?”
다른 의뢰인들이 그를 향해 따지듯 물었다. 사울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사격 실력이 대단합니다. 일부러 탐정들의 팔만 쏴서 무력화시켰어요. 그냥 죽이는 건 더 번거롭다는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만약 요원들이 사망했다면 다른 요원들은 복수심을 불태웠을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리고 있으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승산이 없습니다.”
모두 멀쩡했을 때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어야 가능성이라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부상자를 챙기느라 동시 사격 타이밍도 놓쳤다.
“재정비해서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의뢰인 분들도 얼른 피하십시오.”
사울은 그리 말하며 물러나 부상자들을 말에 태웠다. 그들이 멀어지자 남은 사냥꾼들은 우왕좌왕했다.
“아니, 이렇게 가 버린다고?”
“저격이 되는 권총이라니 이게 무슨……”
그리 중얼거리던 사냥꾼들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 방플러 님은 알고 계신 거 아니었나?”
두 사람 외 나머지 한 사람은 이경복의 방송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격 권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그 사실을 깨닫고 돌아선 순간, 총성과 함께 한 사람이 쓰러졌다.
“뭐, 뭐……”
총을 쏜 이는 방플러였다. 그는 남은 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그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 님들 만나기 전에 이미 팀을 꾸렸거든요.”
“그럼……”
“적당히 다니다가 털어먹고 빠지려고 했는데 탐정 얘기 듣고 혹했죠.”
방플러는 눈을 굴리며 코끝을 찡그렸다.
“성공하면 님들한테 붙으려고 했는데, 역시 퍼플 님한테는 안 되네요. 나쁘게 생각지는 마세요.”
“아니, 너무 비겁……!”
“이게 서부시대 아니겠습니까?”
방플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 * *
이경복은 들려오는 총성과 더불어 신기를 통해 상황을 유추했다.
“탐정들 빠지고 내분이라도 일어났나 본데요?”
그의 말에 시청자들이 동조했다.
-아 ㅋㅋ 설마 실패할 줄 알았겠냐고 ㅋㅋㅋ
-바로 정치질 ON!
-ㄹㅇㅋㅋ 남탓하다가 총싸움난 듯?
-서부시대 정치질이면 목숨 걸어야지 ㅋㅋㅋㅋ
-아니면 배신일수도 있음 zz
-지놈킥이 나왔다?
-옼ㅋㅋ 킹능성있음. 의뢰 실패했으니 돈 돌려받을 테니까
-아 맞네 ㅋㅋ 여기서 통수치고 혼자 돌아가서 환불금 독식 ㅋㅋ
-이게 서부시대지 ㅋㅋㅋㅋㅋ
이경복은 강을 건너 언덕을 올랐다. 그곳에는 죽은 사냥꾼들의 시체와 주인 잃은 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래도 얘네들은 의리가 있네요. 제 말은 바로 도망갔는데.”
-즉시 런각 잡았쥬?
-오히려 똑똑해서 그럴 수도?
-아 ㅋㅋ 갓플 태우고 다니면 계속 이런 식이라고
-고지능캐였네 ㅋㅋㅋ
첫 저격 당시 내리자마자 이경복의 말은 바로 자리를 이탈했다. 그는 말 하나를 잡아 올라탔다.
“그럼 예정대로 해금된 미션을 다시 하러 갈 건데요.”
이경복은 말머리를 다시 왔던 길 쪽으로 돌렸다. 이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무법자인데 당하고 그냥 놔둘 수는 없죠?”
이경복은 박차를 가해 갱단 캠프로 돌아왔다. 보스가 그를 보고 환영했다.
“오, 생각이 바뀌었나?”
“아니, 도와줄 일이 생겨서 왔어.”
“음?”
이경복은 갱단의 반다나를 돌려주며 말했다.
“처리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거든.”
“누군지 몰라도 재수가 없군.”
보스가 입꼬리를 비틀자 그 옆에 목록이 나열됐다. 이경복은 봐두었던 참가자의 이름을 선택했다.
“좋아, 이 근방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해주지.”
보스의 대답에 시청자들이 흡족해 했다.
-엌ㅋㅋㅋ 갱단 고용ㅋㅋㅋㅋ
-퍼펙트 리벤지 수듄ㅋㅋ
-사냥꾼들은 탐정을 고용하는데 갓플은 갱단을 통째로 움직이넼ㅋㅋㅋ
-리버스 현상수배 미쳤고?
-블랙기업식 하청 ㅎㄷㄷ
-로데리는 온라인도 꿀잼이넼ㅋ
이경복은 정리를 마치고 다시 말에 올랐다.
“그럼 가보죠.”
* * *
해금된 미션이 있는 곳은 익숙한 장소였다.
“뭔가 되게 오랜만에 온 기분이네요.”
그곳은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항구도시, 뉴 누아르였다. 이경복은 미니맵을 따라 허름한 살롱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도시보다 더 친숙한 인물이 있었다.
“제리?”
-아닠ㅋㅋㅋ 뭐냐곸ㅋㅋㅋ
-제리쉑 왜 여깄음?
-근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다크해짐?
-5252, 흑화라도 해버린 거냐구웃!
-우리가 알던 제리가 아니긴 할 듯?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제리의 존재에 의문을 내비쳤다.
“그 표정을 보니 은행 고객이었나?”
“어, 비슷하지.”
“그럼 그건 잊어. 내가 은행원 시절이었을 적은 떠올리기도 싫으니까.”
제리의 표정에서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젠장, 다시 또 생각나버렸네. 그 엿 같은 은행 놈들, 종이 하나 없어졌다고 완전히 날 노예로 만들어? 빌어먹을 남부연합 추종자보다 더 한 놈들 같으니라고.”
“종이? 혹시 랭카스터 목장의 채무증서?”
“뭐야? 내 뒷조사라도 했나. 뭐, 그래. 내가 술 먹고 떠벌린 곳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그 빚은 평생이 걸려도 도저히 갚을 수가 없다고. 그러니 뭐 어쩌겠나? 은행 일하면서 보고 들은 걸로 자문을 좀 해주는 거지. 은행이 망해버리면 더 좋고.”
제리는 그리 말하며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정보) 무법 성향 스토리로 진행하면 랭카스터를 도와주고 제리가 빚을 뒤집어쓴다.
-엌ㅋㅋ 진짜 흑화 제리였네
-경력 살려서 은행강도 브로커하는 거네
-아 ㅋㅋ 스토리에서 알렉스 상담해줄 때부터 알아봤다
-???: 털?자
-아 ㅋㅋ 누가 복면 쓰고 은행 터는 여고생 캐릭터에 붙은 밈까지 알겠냐고!
-남궁형이시오?
-고마워요 무법웨건!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제리는 단번에 잔을 비웠다. 그는 가볍게 트름을 하더니 턱을 괸 채 물었다.
“아무튼 알고 왔으면 얘기는 빠르겠군.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관심 있나?”
“관심이야 있지.”
“좋아. 하지만 각별히 신중해야 해. 오면서 봤겠지만 뉴 누아르에는 연방보안청이 있다고. 여기서 은행을 털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제리의 말과 함께 눈앞에 3개의 슬롯이 나타났다. 각 슬롯에는 미니어처 같은 형태의 무법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4명이 은행을 습격하는 거네요. 다행히 NPC도 고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WA! 친없찐도 할 수 있는 팀 미션!
-락앤롤 : 항상 감사하십시오
-킹직히 사람들끼리만 하면 인원구하기 빡세지 ㅋㅋ
-ㄹㅇㅋㅋ 그냥 온라인 게임 레이드만 봐도 각 나옴
-??? : 패턴 모르세요?
-??? : 아 큐튜브라도 좀 보고 오지
-진짜 경력 있는 신입 구하는 곳 개많음ㅋㅋㅋ
-사실상 뉴비 배척 시스템ㅋㅋㅋ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이 떠들썩해지는 사이 제리가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도주 전문가와 폭파 전문가에 총잡이 둘이 괜찮아 보여. 그쪽은 뭐에 자신 있나?”
“어……”
이경복이 눈을 굴리자 시청자들이 웃었다.
-아 ㅋㅋ 다 자신 있는데요?
-??? : 하나만 잘 한다고?
-??? : 못 하는 걸 묻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엌ㅋㅋㅋ 잘하는 거 물으면 대답하는데 시간 다 간다고
-ㄹㅇㅋㅋ 못하는 거면 ‘없다’ 한마디면 되쥬?
-제리쉑 은행원이면서 효율성을 모르냐구웃!
이에 이경복이 실소를 흘렸다. 그가 잠시 고민한 건 그 대답에 관해서가 아니었다.
“이거 혼자서 할 수는 없나?”
“…뭐라고?”
제리는 눈이 휘둥그레져 되물었다. 그 반응은 시청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ㅔ?
-아닠ㅋㅋㅋ 은행을ㅋㅋㅋ 혼자섴ㅋㅋㅋ
-혀엉? 이거 맞아?
-이거 팀 미션이라구욧!
-킹부러! 또! 어렵게 해볼라고!
-근데 또 갓플이라면 혹시? 하는 내가 싫다 ㅋㅋㅋㅋ
-아 ㅋㅋ 퍼펙트-상식 보유자면 그럴 수 있자너
그러나 아쉽게도 제리는 평범한(?) 상식의 소유자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역시 안 되네요. 그럼 이렇게 가도록 하죠.”
이경복은 이내 3개의 슬롯을 빠르게 채웠다. 그러나 제리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주 전문가만 셋? 아니, 방금 내가 한 얘기 듣긴 한 거야?”
그는 헛숨과 함께 다시 술을 들이켰다.
“이봐, 이런 일이 처음이라 뭘 모르나 본데. 잘 생각해. 응?”
제리의 걱정 어린 표정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함께 웃었다.
-제리쉑ㅋㅋㅋ 흑화해도 천성은 착하네
-ㄹㅇㅋㅋ 그냥 수수료만 받고 빠져도 되는데
-??? : 성격은 착해
-사실상 그거 욕 아니냐?
-혀엉? 이렇게 기회 주는데 바꿔야 되는 거 아니야?
-아 ㅋㅋ 갓플도 다 계획이 있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제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잠시 후, 그는 3명의 무법자들을 데려왔다.
“뭐야?”
“이게 전부라고?”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들 역시 처음에는 제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계획을 설명해 줄 테니까 듣고 결정해.”
이경복이 설명하자 그들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된다고?
-갓플이면 됨! 아무튼 됨!
-와 ㅋㅋㅋ 성공하면 레전드
-그럼 성공이네 ㅋㅋㅋㅋ
-ㅔ?
-갓플이 레전드니까 성공인 거자너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뉴 누아르 은행.
이경복은 여유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무법자 없이 그 혼자였다.
“자, 그럼 시작해볼게요.”
그 말과 함께 양손이 움직였다. 한 손은 권총, 다른 한 손은 올가미 밧줄을 잡았다.
연이은 총성과 함께 은행경비들의 권총이 탄환에 튕겨 날아가고 하나는 밧줄에 묶여 이경복의 손으로 돌아왔다.
“가, 강도다!”
얼마 없는 손님들이 놀라 뛰쳐나갔으나 이경복은 신경 쓰지 않고 놀라 굳어버린 경비들을 겨누었다.
“안 따라가고 뭐해요?”
이경복의 물음에 경비들이 흠칫하며 뛰쳐나갔다.
[05:00:00]
그와 함께 나타난 제한시간.
하지만 이경복은 서두르지 않았다.
“은행장 님, 계십니까?”
유유히 안쪽 금고문 앞으로 가니 말끔한 중년 남자가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었다.
“지,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좋을 거요. 고, 곧 연방보안관들이 들이닥칠 테니까.”
의연하게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 또한 같이 떨렸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흘렸다.
-자기도 도망치려다가 못 친 거 같은데 ㅋㅋㅋ
-ㄹㅇㅋㅋ 은행장쉑 안에서 꿀빨다가 런각 못 잡았고?
-근데 겁나 놀라긴 했을 듯 ㅋㅋ
-아 ㅋㅋ 연방보안청이 있는데 누가 강도짓 하겠냐고 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경복은 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은행장의 떨림은 더욱 커졌다.
“금고 좀?”
“그, 그그그 그럴 수는 없소. 무슨,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그래도 프로의식은 있네요. 사실 기대도 안 했습니다.”
이경복은 장난스레 웃고는 금고문에 귀를 대었다. 이어 다이얼로 된 잠금장치에 손을 올렸다.
“대체 뭘……”
“쉿.”
이경복은 다른 손으로 권총을 겨누며 집중했다. 그와 더불어 세밀해진 감각이 잠금장치 속 미세한 소리를 잡아냈다.
이어 이경복이 몇 차례 손목을 돌리자.
“어, 어떻게……?”
찰칵하며 금고가 열렸다.
-와 ㅅㅂ 진짜 열리네
-이걸 이렇게 빨리 연다고?
-진짴ㅋㅋㅋ미쳤닼ㅋㅋㅋㅋ
-않이;;; 영화에서도 청진기 정도는 써준다구웃!
-이게 바로 퍼펙트-센스?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ㅅㅂㅋㅋㅋㅋ
경탄으로 가득한 채팅창에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그리고 빠르게 준비해둔 자루를 꺼내 지폐 뭉치를 쓸어 담았다.
“금괴는 좀 살살 다룰게요. 모양 망가지면 좀 그러니까.”
금괴까지 차곡차곡 자루 안에 쌓는 사이 누군가 은행으로 들어왔다.
“보안관들이 오고 있어! 젠장, 아무래도 포기하는…… 응?”
그는 고용한 도주 전문가였다. 다급한 어조로 말을 쏟아내던 그는 열린 금고와 이경복, 그리고 그가 꺼낸 자루를 보며 입을 벌렸다.
“아니, 벌써?”
-킹니 갓써?
-반응 너무 찰지고ㅋㅋㅋ
-얘 NPC 맞음? 참가자가 잠입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
-???: 퍼플을 아냐구요? 내가 아는 강도 중에 최고였어요
-정마담 등판 뭔데 ㅋㅋㅋㅋ
이경복은 그를 향해 턱짓했다.
“급한 거 아니었어?”
“아, 아아! 아니, 충분해! 아주 충분하지!”
남은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고작 2분 만에 금고를 열고 내용물을 쓸어 담았다. 도주 전문가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루를 짊어졌다.
두 사람은 곧장 나와 그가 준비한 마차에 자루를 실었다.
“가자고.”
“좋았어!”
하지만 마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안관들이 따라붙었다.
“저기 있다!”
“잡아!”
이경복은 그에 코를 찡그렸다.
“그 제한시간은 보안관들이 은행을 포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나 보네요.”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마차는 도시 밖이 아니라 항구 쪽으로 내달렸다.
“오, 오오! 온다!”
“이쪽! 이쪽!”
항만 노동자들 사이에서 담배를 태우던 도주 전문가들이 바로 양손을 들어 흔들었다.
“꼬리가 붙었어! 서둘러!”
“좋아, 여기서 흩어지자고!”
이경복이 준비한 2번째 도망수단은 바로 어선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2명씩 나눈 그들은 자루를 들고 어선을 출발시켰다.
“놈들이 바다로 도망간다!”
“이런 젠장, 얼른 배를 구해와!”
보안관들은 고성을 내지르며 총을 쏘았지만 이미 항구와는 거리가 멀어진 뒤였다.
-엌ㅋㅋ 헤엄쳐 오시던가욬ㅋㅋ
-괜히 총알만 낭비해버리기 ㅋㅋ
-연방보안관 수듄ㅋㅋㅋㅋ
-배없찐 OUT!
도주 전문가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해냈어! 진짜로 해내버렸다고!”
“좋은 건 알지만 운항에 신경 써.”
“아,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아주 안전하게 모셔줄 테니까 말이야.”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뻗어 가리켰다.
“해안을 쭉 따라가다 보면 강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다가 흩어지면 끝이지. 놈들은 우리가 배를 탔으니까 갈레온 섬으로 도망쳤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완전히 헛짚게 될 거라고.”
시청자들은 그 설명에 즐거이 채팅을 쳤다.
-갓플의 퍼펙트-플랜이었다 이마리야
-무친ㅋㅋ 5분 만에 은행을 털어버리네
-게다가 아무도 안 다침ㅋㅋㅋ
-찢었다 진짜 ㅋㅋㅋㅋ
-대충 손도 깔끔 짤
-혀엉! 법 지키고 살아줘서 고마워!
그에게 쏟아지는 경탄과 찬사에 이경복은 겸허히 웃었다.
“진짜 대단한 건 아닙니다. 보신 것처럼 간단해요. 귀만 기울여서 금고 열기만 하면 되는 건데요.”
-그 간단한 게 안 된다구욧!
-퍼기만 서비스 낭낭한 거 보소 ㅋㅋㅋ
-혀엉? 우리 어이까지 훔쳐갈 필요는 없잖아?
-어이 강도는 뭔데 ㅋㅋㅋㅋ
-5252! 훔쳐가는 건 트수 마음으로 충분한 거 아니였냐구웃1
이경복은 채팅에 재차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자, 그럼 이번 미션 수익을 좀 볼까요.”
도주까지 성공했으니 그가 확보한 달러와 금괴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을 터였다.
이내 정산된 자산가치는.
[1. 퍼플 – 4271.6$]
[2. 메이슨 – 653.9$]
[3. 프랭클린 – 579.2$]
[…]
무려 4천 달러를 넘어서 있었다.
-왘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 상금 500만원 넘은 거 아님?
-대박이다 진짜 ㅋㅋㅋㅋㅋ
-셀프로 상금을 추가하는 스머가 이따?!
-아니 ㅋㅋㅋ 상승률 뭐냐곸ㅋㅋ
-이게 바로 퍼플코인?
-내 주식이 이거 반만 따라갔으면 ㅠㅠㅠ
-야잌ㅋㅋ 10%만 반영되도 대박이겠닼ㅋㅋ
채팅창은 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흥겨워했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이내 굳었다.
그 변화에 시청자들이 뭔가 싶었지만 그는 설명 대신 신속히 벽에 엄폐했다.
그 직후 사방에서 총성이 터졌다.
“이걸로 이제 평생 놀고먹……!”
성공에 도취된 도주 전문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물에 떨어졌다.
-헐?
-주거써!?
-뭐임? 보안관들 벌써 쫓아옴?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 축제인가요? 장례식입니다
-아니;;; 왜 진짜 사람이 죽었어요?!
조금 전과 달리 분위기가 180도 뒤집어졌다.
“보안관은 아닙니다.”
의문으로 가득해지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개조 권총을 빼들었다.
“미션 시작할 때부터 예상은 했어요. 연방보안관들이랑 같이 저를 잡을 기회잖아요?”
그 말에 시청자들 모두 습격자의 정체를 직감했다.
“생각보다 다들 부지런하네요.”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방플러 분들 어서 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전하는 환영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