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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60화 (260/491)

260화 - 제 3회 OTP, 퍼플 러시 (5)

현상금 사냥꾼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와, 진짜 잘 쏘시네!”

“배 느려졌습니다!”

“각자 자리 지켜요!”

도주 전문가를 사살하면서 어선의 운항이 느려졌다. 그것도 강 한복판이라 헤엄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반면 자신들은 강 양쪽 언덕에서 고지를 잡고 있어 이경복을 완전히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좋습니다! 다들 아시죠?! 여기서 퍼플 님 잡으면 적어도 인당 50만 원입니다!”

리더를 맡은 사냥꾼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반대쪽 언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흥분한 기색도 역력했다.

다른 사람들도 말만 안 했다 뿐이지 감상은 비슷했다. 여기서 이경복을 처리하는 데 성공하면 얻을 상금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괜히 욕심 부리지 마세요! 자리만 지키고 작전대로만 하면 됩니다! 신뢰가 깨지면 다 나가리에요!”

리더는 다시금 당부했다.

여기서 상금에 눈이 멀어 동료를 배신하면 상황은 다시 뒤집어질 터였다.

다행히 수상쩍은 움직임은 없었다. 이에 리더가 슬쩍 머리를 내밀어 어선을 살폈다.

“어?”

시선이 마주쳤다.

절대로 눈을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번쩍임과 함께 총성이 들렸다.

“헙…!”

“숨어요!”

머리를 관통당한 리더가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사이 다른 이들은 바짝 몸을 엎드렸다.

그 한 번의 총성만으로 분위기는 일변했다.

“소리를 너무 크게 질렀어요. 퍼플 님이면 그 정도로 위치 특정이 된다니까요.”

“와씨…… 진짜 미쳤다.”

“다들 머리 내밀지 맙시다!”

“한 분 탈락하셨으니까 저희 몫이 늘어나는 거죠?”

죽은 리더를 타산지석 삼아 그들은 라이플만 밖으로 빼 방아쇠를 당겼다.

당연하게도 조준은 엉망이었다.

그 상황에 이경복은 의아해했다.

“총알 아깝게 왜들 저러시지?”

언덕에서 빗발치는 탄환은 어선에 맞긴 했지만 대부분 강물 아래로 떨어졌다.

간혹 눈 먼 탄환이 선상에 박혔지만 그마저도 이경복이 엄폐한 선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발에 바로 쫄보행ㅋㅋㅋㅋ

-아닠ㅋㅋ 이럴 거면 왜 왔냐곸ㅋ

-쪽수로나 위치로나 우위인데 숨어버리는 사냥꾼이 이따!?

-근데 이해해줘야 되는 게 몸 사릴 수밖에 없긴 하자너 ㅋㅋㅋㅋ

-ㄹㅇㅋㅋ 빼꼼하면 죽여버리는 걸 보여줬는데 어케 하냐곸ㅋ

-괜히 나대면 개죽음이쥬?

-이러면 걍 버티면 되는 거 아님?

-ㅇㅇ 총알 다 떨어지면 빤스런할 듯

시청자들은 그들의 대응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이경복도 이에 실소를 흘리다가 눈을 굴렸다.

‘아하, 이런 식으로?’

이미 신기가 수집해 온 정보로 상대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던 바였다. 그들 중 일부가 일어서더니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아무 생각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이렇게 제 발을 묶어놔야 하는 이유가 있겠죠.”

이경복은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물음표를 쳤지만.

-?

-어?

-뭐 떨어지는데?

-불꽃?

-다이너마이트다!

-헐?!

언덕 위쪽에서 다이너마이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 배랑 같이 침몰시키려고!

-사격으로 못 이기니까 ㅅㅂㅋㅋ

-물에 빠뜨리기만 해도 이득이네

-빠지면 걍 저격으로 컷?

-킹치만 어림도 없쥬?

이경복은 그보다 앞서 선실을 뛰쳐나왔다. 눈먼 총탄이 빗발치고 있었지만 그 궤적은 이미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이경복은 선상을 가로지르며 뱃머리로 달려갔다.

-캬 ㅋㅋ 불 꺼지는 속도 보소

-갓플한테는 아무 소용없다 이마리야

-이미 암살 막으면서 해본 거자너 ㅋㅋㅋ

-개수 좀 늘렸다고 못 맞출 거라 생각한 거?

-넘모 안일한 작전이고?

권총의 연이은 격발과 함께 다이너마이트의 심지가 날아갔다. 시청자들이 이에 안심한 순간이었다.

-????

-형?!

-하나! 더 있잖슴!

-아니;; 장전을 왜케 오래하냐구웃!

-한 발만 넣어서 얼른 맞추라니깐!

6발의 탄환이 모두 소진되자 이경복은 재빠르게 장전했다. 그사이 남은 하나의 다이너마이트가 거리를 좁혀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경복은 권총의 실린더를 전부 채우는 게 아닌가.

“이 다이너마이트는 터져야 되는 거라서요.”

이경복은 장전을 마치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뱃머리 쪽을 디뎠다.

그의 앞으로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간 다이너마이트가 아래로 떨어졌다.

이어 우레와 같은 폭음과 함께 물보라가 치솟으며 뱃머리를 들어올렸다.

“이제 각이 나오네요.”

이경복은 그 반동을 이용해 바로 도약했다. 높이 솟아오른 그는 허리를 틀며 양손에 권총을 들었다.

언덕 위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사냥꾼들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

“와씨!”

“미쳤……”

기겁한 그들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총구가 불을 뿜었다.

엎드려 사격을 하던 이들은 그대로 축 늘어졌고, 재차 다이너마이트를 던지려고 했던 이들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불붙은 다이너마이트가 바닥을 굴렀다.

“오케이, 컷.”

이경복의 한 마디와 함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다. 그 섬광을 뒤로 한 채 그는 차분히 권총을 배 쪽으로 던지고 강물로 다이빙했다.

-WA! 고공사격!

-다이너마이트 보자마자 다 계산한 거?

-않이;;; 누가 그런 계산을 해요!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뭐지? 영화를 찍는 거신가?

-폭발 타이밍 뭔데에에에!

-컷이 그 컷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컷이었고?

-킹직히 말해! 이거 다 연출이지!?

-감독님이시냐구욬ㅋㅋㅋㅋ

-팩트)실제로 갓플은 GGG 광고 영상 만들 때 같이 연출을 했다

-예술은 폭발이다! 예술은 폭발이다! 예술은 폭발이다!

-무친ㅋㅋㅋ 간지 터지네 진짜

채팅창이 찬사로 가득한 와중 수면 위로 올라온 이경복은 여유롭게 헤엄쳐 어선에 올랐다.

“와, 물이 아주 시원하네요.”

이경복은 습관적으로 젖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와 함께 흠뻑 젖어 몸에 착 달라붙은 옷가지는 그의 몸선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형 영화 끝내고 바로 화보 촬영하네 ㅋㅋ

-퍼간지 미쳤고?

-예술은 퍼플이다! 예술은 퍼플이다! 예술은 퍼플이다!

-나 이거 알아! 미술학원에서 뎃생할 때 봤어!

-진짜 이런 거 볼 때마다 헬스 뽐뿌 옴 ㅋㅋㅋ

-하지만 이악물고 내일부터쥬?

-ㄹㅇㅋㅋ ‘내 일’이 더 바빠서 운동 못함 ㅎㅎ

-엌ㅋㅋ 고것도 맏찌 ㅋㅋㅋ

-몸이 이정도 되니까 민머리 아저씨가 접근하지 ㅋㅋㅋ

약간 내용이 달라졌지만 감탄은 이어졌다.

* * *

한편, 상위권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처럼 순수하게 감탄할 수 없었다.

“역시나 실패했네요.”

“너무 급조한 티가 나긴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퍼플 님 상대로는 너무 안일했던 거죠.”

그들은 줄어든 참가자 숫자와 방플러의 제보로 즉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짜 저희처럼 초반부터 각 잡고 준비해도 될까 말까인데.”

“그러니까요. 지금 저희도 진짜 고민 중인데.”

“이번에 탈락하신 분들은 욕심이 앞선 거죠.”

“같은 실수만 안 하면 될 겁니다.”

그들은 서로 동의를 확인하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왔다.

“역시 퍼플님이라면 엔드 컨텐츠까지 도달하시네요.”

“예상보다 빠르긴 한데, 일단 전제가 틀린 건 아니니까요.”

“이번 뉴 누아르 은행 턴 게 컸어요. 설마 거기서 그렇게 빨리 끝내실 줄이야.”

“그래도 미리 준비를 끝내서 다행입니다.”

상위권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이경복을 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경로를 예측해서 승부처를 미리 골라두었다.

“그간 퍼플 님이 보여주신 대로 어려운 미션이 나오면 시작하시겠죠.”

“네. 사실상 퍼플 님 잡는 건 이번이 아니면 불가능입니다.”

“저희 중에 온라인 유경험자가 있으셔서 다행이네요.”

이경복이라면 끝까지 살아남아서 그들이 예상한 미션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니 그 미션에서 이경복을 잡을 준비를 갖춰두자.

팬이기에 가능한, 믿음에 근거한 불안정한 예측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 퍼플 님 이제 움직이시네요!”

한 사람의 말에 모두가 미니맵을 확인했다. 이경복의 위치를 표기한 붉은 점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동선을 보고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상대로네요.”

“저희도 출발하죠.”

그들의 예측대로 이경복이 미션을 받으러 이동하자 사냥꾼들은 마지막 수를 준비했다.

‘설마 여기서도 빠져나오시진 않겠지?’

모두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어쩐지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거까지 빠져나가면 진짜 미친 건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안함은 기대심을 내포하고 있었다.

* * *

이경복은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가 도착한 장소는 또 하나의 친숙한 곳이었다.

“여기는 뭐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네요.”

경계심 어린 시선들과 불쾌한 느낌이 가득한 무법자의 마을 노웨어였다.

-마! 눈 똑띠 안 뜨나!

-으디 현상금 5천 달러도 안 되는 것들이!

-무법자쉑들 기본이 강약약강 아님? 뭐 믿고 저렇게 노려봄?

-역시 불로 정화하는게 맏따

-또 태우는 거냐고 ㅋㅋㅋㅋ

어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경복의 현상금이 5천 달러를 돌파했다. 뉴 누아르 은행털이가 성공하면서 추가로 현상금이 붙은 게 분명했다.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채팅에 이경복은 웃음 지었다.

“아니, 일단 미션부터 봐야죠.”

현상금이 5천 달러를 넘자 해금된 미션이 이곳에 있었다. 이경복이 내려서 말을 내어두자 무법자들이 수군거렸다.

“저 남자 맞지? 뉴 누아르 은행.”

“5천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는데 어디 소속도 아니라며?”

“혼자인데 현상금이 5천 달러까지 쌓이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은행을 3분 만에 털었다는데?”

“헛소문 아냐? 연방보안청이 떡하니 있는데?”

“멍청아! 진짜니까 보안청이 열이 뻗친 거지!”

수군거린다고 해도 다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그 사이 몇몇 무법자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형씨가 퍼플이요?”

“그런데?”

“우리 보스가 얘기 좀 해보자는데 잠깐 시간 좀 내주지?”

“얘기?”

“거, 현상금도 높은 형씨가 혼자 다니면 금방 객사하지. 자세한 이야기는 가서 해봅시다.”

“아니, 생각 없어.”

말을 건 무법자들은 각자 다른 갱단 소속이었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아 ㅋㅋ 갓플 영입 못 참지!

-무법계의 셀럽 갓플

-무법 셀럽은 뭔데 ㅅㅂㅋㅋㅋㅋ

-은행 얘기하는 거 보면 제리가 소문 낸 거 아님?

-엌ㅋㅋ 킹리적 갓심 들쥬?

-능력 있으면 원래 다 태가 난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은 그 영입 요청이 자기 일인 것처럼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경복은 영입 제안보다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능력까진 아니고 그냥 온라인이라 더 쉽게 만든 거겠죠. 미션만 하면 여기까지 오는 건데요.”

-킁카킁카 오늘 퍼기만은 순도가 좋네

-아 ㅋㅋ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킹받네 ㅋㅋ

-대체 미션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냐구욧!

-근데 맞말인게 현상금 사냥꾼들 처리한 것까지 알았으면 이 정도로 안 끝남

-ㄹㅇㅋㅋ 갱단 영입이 아니라 밑으로 들어가겠다고 머리 박을 듯

-혼자서 3분 만에 은행을 털고, 현상금 사냥꾼들 열댓 명을 처리하는 보스가 이따!?

-아 ㅋㅋ 뒷돈 주고라도 가입한다

-뒷돈 ㅅㅂ 가입도 무법자식이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리 재잘대는 사이 이경복은 미션 아이콘이 있는 건물인 살롱에 도착했다.

‘사람이 얼마 없네?’

이상하게도 싱글플레이 때와 달리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신기를 통해 파악한 인원수도 극히 적었다.

이경복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으음?”

“오호.”

그와 함께 작은 탄사가 들려왔다. 텅텅 빈 살롱 안에는 손님이 두 사람뿐이었다.

-왜케 썰렁함?

-뭐임? 장사가 안 되나?

-밀수업자쉑 완전 쫄았는데?

-싱글 플레이 때는 거들먹거리드만 손님 없으니까 쭈구리됐네 ㅋㅋ

살롱 주인은 아무 말도 없이 눈치를 살폈다. 그 대상은 역시나 자리를 잡은 두 손님이었다.

“당신이 퍼플, 맞지?”

“이거 꽤 운이 좋군.”

두 무법자는 웃으며 이경복에게 아는 체를 했다.

“맞는데, 그러는 그쪽은 누구지?”

“이, 이봐……!”

이경복이 되묻자 주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치를 주었다.

“은행 강도까지 했으면서 이분들을 모른다고? 진심인가?”

“내가 알아야 하나?”

이경복의 시큰둥한 대답에 그의 얼굴이 더욱 사색이 됐다.

“정말 모르나? 현상금 3만 달러까지 걸린 ‘와일드 팩’ 갱단에 대해 못 들어 봤다고?”

이경복은 그 말에 놀라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달랐다.

-3만 달러?

-거.물.등.장.

-미션 주는 사람이 주인인 줄 알았는데 아닌갑네?

-근데 얘는 왜 지가 잘난 것도 아닌데 눈치를 보냐 ㅋㅋㅋㅋ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자너 ㅋㅋ

-아 ㅋㅋ 우리 형도 시간만 있으면 3만 달러 뚝딱인데

그 사이 두 사람이 손을 휘휘 저으며 주인을 제지했다.

“주인장, 그만하게.”

“그래그래, 소개는 직접 해야 예의 아니겠나.”

두 무법자는 여유롭게 그들 맞은편 자리 쪽을 두드렸다. 앉으라는 뜻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경복이 자리를 잡자 그들이 웃음 지었다.

“나는 번치 캐시디, 그리고 이쪽은 선데이 키드라고 하지.”

“선데이 키드?”

“본명은 아니고 별명이네. 내가 주일에는 쉬거든.”

제 딴에는 재미있는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그들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캐시디랑 키드?

-엌ㅋㅋ 이거 패러디네 ㅋㅋㅋ

-정보) 서부시대 레전드 무법자 중에는 ‘와일드 번치’라는 갱단이 있다

-진짜 거물을 모델로 한 거였고?

-고마워요! 범죄자웨건!

-아닠ㅋㅋㅋ 그렇게 말하면 트수가 범죄자같잖슴!

이어 올라온 채팅창에 이경복도 두 사람의 정체를 가늠했다. 확실히 미션을 줄 만한 인물들이었다.

“뭐, 어차피 우리야 은퇴하는 마당이니 몰라볼 수도 있지. 아니, 오히려 모른다는 게 더 좋은 걸 수도 있겠군.”

“은퇴?”

“그렇지. 자네도 알지 않나? 노웨어까지 왔다는 건 어디든 발붙이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 아니겠나.”

“그래서 우리는 멕시코로 넘어갈 생각이야. 혹시 자네도 같이 갈 생각 있나?”

선데이 키드의 말에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런 반응을 예상한 듯 번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다 같이 떠날 생각이었지만 결국 남은 건 이 녀석과 나뿐이네. 보안관들과 탐정이란 놈들이 정말 지독하게도 쫓아오더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어서야 어찌 쓰겠나? 그래서 멕시코에서 새 삶을 살 생각이야.”

“그래도 이 친구나 나만으로는 좀 불안하거든. 그러니 여기서 비슷한 처지인 친구들을 찾고 있었네. 물론 처지만이 아니라 실력도 비슷해야겠지.”

번치가 슬쩍 허리춤을 들추며 권총을 보여주었다. 그 연륜을 나타내듯 흠집이 많았지만 관리가 잘 된 리볼버였다.

“그런 면에서 자네는 꽤 괜찮은 친구인 것 같아서 말이지.”

“퍼플이라고 하면 웬만한 놈들은 다 아니까.”

두 사람의 말에 이경복은 웃었다.

“이번에는 밀입국 미션인 모양입니다. 꽤 어렵겠네요.”

-이형 벌써부터 웃는 거 보소 ㅋㅋ

-어려움 떴냐?

-하드이즈고

-???: 진짜 어려운 거 맏찌?

-스포) 갓플한테는 안 어렵다

-아 ㅋㅋ 언제 어려워지냐구욧!

-락앤롤 : 이미 핸디캡까지 있는 거 아니에요?

-???: 권총만 써도 쉽던데요?

-개발자들 보면 진짜 황당할듯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미 이경복이 미션을 수행하리란 걸 간파해냈다. 이경복은 그 예상을 따랐다.

“재미있겠네. 한 번 해보지, 뭐.”

“아주 호탕하구만.”

“출발은…”

이경복의 대답에 두 사람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뭐? 뭐야!?”

“젠장! 도망쳐!”

“이런 씨발!”

갑자기 바깥이 어수선해지는가 싶더니 벌컥 살롱의 문이 열렸다.

“보안, 보안관! 연방보안관이 왔다!”

그 외침과 함께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미션 시작하네요.”

우연일 리는 없었다.

이경복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다른 두 사람도 황급히 뒤따랐다.

“젠장, 벌써 잡힐 수는 없지!”

“마차가 있어! 이쪽이야!”

세 사람은 뒷문을 통해 나갔다. 번치가 마부석에 오르고 이경복과 선데이 키드가 뒤에 올라탔다.

“와일드 팩이다!”

“이쪽이다!”

“항복하지 않으면 사살하겠다!”

마차의 출발과 동시에 말을 탄 보안관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젠장! 퍼플, 선데이 키드! 놈들을 떨쳐내!”

“운전이나 잘 하라고!”

그에 대답하듯 마차가 거칠게 덜컹거렸다. 선데이 키드는 리피터를 다급히 빼다가 이내 멈칫했다.

“…그게 대체 뭔가?”

바로 이경복의 개조 권총 때문이었다. 선데이 키드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멍하니 그 괴상한 총을 바라보았다.

-전설의 무법자도 당황하게 만드는 권총ㅋㅋㅋㅋ

-마! 저격권총 처음 보나!?(진짜처음봄)

-코이츠www AI도 뇌정지 오게 만드는www

-킹직히 여기서 버그 안 난 게 오히려 개발력이 뛰어난 거임

-ㄹㅇㅋㅋ 다른 겜이면 바로 크러쉬 나왔다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경복은 대답 대신 달려오는 보안관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번치가 다급히 말을 몰아가는 통에 정확한 조준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맙소사.”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경복의 연사에 연방보안관들이 연달아 낙마하자 선데이 키드는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떨어뜨렸다.

그에게 이경복이 웃으며 대답했다.

“총이지 뭐겠어?”

“아니, 대체 어떻게…”

“걱정하지 마. 의외로 손에 맞거든.”

이경복의 자신 있는 대답에 선데이 키드는 눈을 껌뻑거리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청자들은 이에 더욱 즐거워했다.

-아니 ㅋㅋ 너무 트수 반응이잖슴 ㅋㅋㅋ

-자! 여기서 자기가 선데이 키드 조종 중이다, 거수!

-눈앞에서 봤는데 어떻게 안 믿냐고 ㅋㅋㅋ

-근데 우리 형 손에 안 맞는 게 있긴 함?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그게 퍼펙트-상식이잖아?

-그건 원래 상식 아님?

-ㄴㄴ 진짜 장인은 도구를 잘 ‘골라서’ 씀

-도구 안 가리는 장인은 없어요…

-하지만 갓플은 잘 하쥬?

천재는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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