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화 - 제 3회 OTP, 퍼플 러시 (6)
연방보안관의 추격을 가뿐하게 뿌리친 마차는 멀리 기차역이 보이는 수풀에서 멈추어 섰다.
“마차는 여기에 버리고 가지.”
“보안관 놈들이 또 쫓아올지 몰라. 서두르자고.”
번치가 마부석에서 내려와 말하자 선데이 키드가 맞장구쳤다. 이경복도 그들을 따라 기차역으로 향했다.
“젠장, 무사히 도망친 건 좋은데 시간이 너무 이르군.”
“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데……”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이다가 이경복을 돌아봤다.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겠어.”
“위험?”
“언제 연방보안관들이 여기까지 들이닥칠지 몰라. 내가 기관실을 찾아가 빨리 출발하도록 ‘설득’하겠네.”
번치는 이내 객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먼저 탄 승객들에게 ‘양해’를 좀 구해줬으면 좋겠어. 갑자기 기차가 출발해도 놀라지 않게 말이지.”
시청자는 그 설명에 웃음을 터트렸다.
-무법자식 임기응변 떴냐?
-아니 ㅋㅋㅋ 왜 착한 척 하냐고욬ㅋㅋㅋ
-자고로 총은 최고의 설득 수단이었다 이마리야
-설득(물리) + 양해(물리)
-무법자는 원래 물리 속성인 거 모르냐고 ㅋㅋㅋ
그 사이 번치가 기관실 쪽으로 움직였다. 이경복은 선데이 키드와 함께 조심스레 객실 쪽을 살폈다.
“다행히 얼마 없네. 쉽겠어.”
선데이 키드가 가볍게 웃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잠깐.”
“왜 그러나?”
“탐정들이야.”
“뭐?”
눈이 커진 그가 되물었다. 시청자의 표정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탐정이 있다고?
-갑자기 뭔솔?
-혀엉!?
-퍼펙트 아이 ON!
물음표가 가득한 채팅창에 이경복은 다시금 객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시계를 보거나 하품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승객이지. 하지만 중앙에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둘은 달라.”
객차 중앙에 각자 앞문과 뒷문을 지켜보는 남자들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다른 승객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 손은 아래로 내려가 있고 창이랑 문을 번갈아서 보고 있잖아? 뭔가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하려는 거야. 일반 승객이면 그럴 이유가 없지.”
-오? 진짜네?
-이왜진?
-연방보안관들이 노웨어 습격하고 탐정들이 주변에 도주로를 맡은 건가?
-합동수사였다 이말인가?
-옼ㅋㅋ 킹능성 있네 ㅋㅋㅋ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설명대로임을 확인했다.
“세상에, 관찰력이 대단하군?”
그리 감탄하던 선데이 키드는 이내 심각해졌다.
“놈들이 쫓는 건 우리가 분명해. 처리할 수밖에 없어. 기습하면 손쉽게 끝낼 수 있겠지.”
그가 제 리볼버에 손을 대려 하자 이경복이 다시 그를 막았다.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총격전을 하면 이목이 끌릴 거야. 조용히 처리하자고.”
“조용히?”
“탐정들은 내가 맡을 테니까, 다른 승객들이 놀라지 않게 맡아줘.”
“으음…… 그러지.”
선데이 키드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를 깊이 눌러쓰자 이경복은 태연하게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순간 객차 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일반 승객들은 금방 관심을 껐다.
탐정들도 눈을 돌렸지만 이내 곁눈질로 두 사람을 빠르게 훑었다.
‘눈치챘네.’
이경복은 탐정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삽시간에 표정이 굳더니 즉시 권총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만으로 이경복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끄어.”
“억.”
이경복은 한 발 앞서 권총을 뽑았다. 가벼운 손목 스냅으로 총을 역수로 쥔 그는 손잡이 부분으로 탐정의 머리를 후려쳤다.
-뚝배기!
-또샷또킬이 여기서?
-아 ㅋㅋ 이것도 헤드샷이자너
-총(둔기)
-조용히 하세욧!(깡!)
-진짜 조용해졌고?
둔탁한 소리와 짧은 신음을 마지막으로 두 탐정은 눈을 까뒤집었다.
“꺅!”
“뭐……!”
뒤늦게 놀란 승객들이 기겁했지만 이내 그들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조용히 계시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선데이 키드가 미소를 지으며 승객들에게 총구를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얼어붙은 승객들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열차가 예정보다 일찍 출발하게 됐습니다. 음, 다음 열차를 이용하시고 싶으신 분 계십니까?”
겁에 질린 승객들은 서로 눈치만을 보았다. 그사이 서서히 기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거, 우유부단하시기는. 제가 대신 결정해드릴 테니까 얼른 내리세요.”
“내, 내리겠습니다!”
“쏘지 마세요!”
선데이 키드가 총구를 휙휙 흔들자 승객들이 허둥지둥 객차에서 내렸다. 그 사이 이경복은 기절한 탐정들의 결박을 마쳤다.
“이 둘이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
문에 달리 창 너머로 뒤쪽 객차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경복과 선데이 키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문 옆에 몸을 숨겼다.
이내 다른 탐정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두 사람은 탐정들을 총으로 겨누며 제압했다.
“크악!”
“시체 치우기 번거로운데 협조 좀 하지?”
바닥에 머리를 박은 탐정들은 버둥거리다가 이내 거친 숨을 뱉으며 포기했다.
“협조해야 할 건 너희들이다. 순순히 항복하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
“오, 요즘 탐정들은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나?”
선데이 키드가 조소를 흘리며 그를 놀렸다. 하지만 탐정은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감시역일 뿐이야. 곧 본대가 도착할 테고 저항하면 죽음뿐이겠지.”
“본대라고?”
그 말과 동시에 이경복의 신기에 다수의 위협이 감지됐다. 바로 차창 밖을 내다보니 열차 꼬리칸 뒤쪽에 말을 탄 무리가 보였다.
-어? 참가자들도 섞여 있는데?
-게다가 거의 다 상위권 참가자들임 ㅋㅋㅋ
-아 ㅋㅋ 합동수사가 아니라 방플이었구연?
-아니;;; 돈을 얼마나 쏟아 부은 겨?
-와씨 ㅋㅋ 거의 30명은 될 듯
현상금 사냥꾼들과 탐정들은 빠르게 꼬리칸에 오르고 있었다. 이경복이 다시 안으로 들어오니 선데이 키드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뭔데?”
“거짓말은 아니야. 뒤쪽에서 몰려왔어.”
“젠장……!”
그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탐정에게 총을 겨누었다.
“인질로 써야 되나?”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나!?”
불쑥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에 돌아보니 그곳에 번치가 서 있었다.
“번치, 탐정들이 무더기로 몰려오고 있어.”
“무더기라고? 이런, 기껏 열차 속도를 올려뒀는데!”
번치는 이마를 짚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이라도 뛰어내려야 될지 모르겠군. 속도가 더 오르면 탈출도 힘들어질 거야.”
그의 심각한 표정과 달리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아 ㅋㅋ 3만 따리도 별 거 없네
-전설의 무법자 (쫄보)
-ㄹㅇㅋㅋ 우리 형이면 다 처리할 수 있다 이마리야
-공간 좁으면 오히려 유리하쥬?
-그냥 갓플한테 맡기고 구경이나 하시라구욧!
이경복의 실력을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상대 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전멸시키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이경복은 빠르게 설명했다.
“밀입국 미션이잖아요? 시체가 가득한 기차로 멕시코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요. 시체야 밖에 버린다고 해도 객실이 피투성이면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고것도 고렇긴 한데?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잖슴!
-아무리 갓플이라도 총도 안 쓰고 저 숫자를 제압하는 건 쵸큼;;
-그럼 중간에 뛰어내리기?
-어차피 뛰어내릴 거면 다 잡고 가는 게 이득이지 ㅋㅋㅋ
-ㄹㅇㅋㅋ 열차 버릴 거면 신경 쓸 필요가 없자너
-그럼 무적권 처리하는 게 맞지 않음?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사이에도 탐정들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이렇게 하죠.”
이경복은 정리를 마치고 고안한 방법을 설명했다. 이를 들은 번치와 선데이 키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으음, 확실히 시도해 볼만 할 것 같군.”
“어차피 실패했을 때는 뛰어내리면 될 테니까.”
잠시 갈등하던 둘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꼬리 칸에 오른 탐정들은 신속히 앞쪽으로 나아갔다. 그 선두에는 프레스턴 탐정 사무소의 설립자, 앨런이 위치해 있었다.
“정말 당신들 말대로군. 어떻게 와일드 팩의 도주 경로를 알아낸 건지 의문이지만 말이야.”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이제 독 안에 든 쥐야. 무려 현상금 3만 달러! 와일드 팩을 처리하면 우리 사무소의 위명이 하늘을 찌르겠지!”
“그러니 더 집중하셔야 됩니다.”
들뜬 앨런에게 현상금 사냥꾼이 담담히 말했다.
“번치나 선데이 키드가 문제가 아닙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건 퍼플이라는 현상범입니다.”
“알고 있네. 뉴 누아르 은행 강도 사건이 얼마나 유명한데. 그래서 이렇게 1급 요원으로 팀을 꾸린 게 아닌가?”
그 자부심을 사냥꾼들은 그저 웃어넘겼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는데요.”
“퍼플 님이라면 이 인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장소가 좁으니까요.”
“앨런 소장님, 체포보다는 사살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재차 이어지는 말에 앨런이 고개를 주억거리려던 순간.
갑자기 객차가 덜컹거리자 모두 몸이 휘청거렸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속도가 줄고 있습니다!”
탐정들의 외침과 더불어 끼이이이익하는 쇳소리가 크게 울리자 모두가 얼굴을 찌푸렸다.
“열차 브레이크를?”
“항복하려는 걸까요?”
“설마 열차에서 뛰어내릴 셈인가?!”
“이런, 더 서두르세!”
어느 쪽이든 멈출 이유는 아니었다. 탐정과 사냥꾼들은 서둘러 객차를 넘어갔다.
이윽고 열린 객차문 너머로 이경복과 선데이 키드의 모습이 보였다.
“숨…”
선두에 있던 사냥꾼 하나는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시선이 마주한 순간 이경복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엄폐해!”
“결국 피를 봐야겠다는 건가!”
탐정들도 대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바로 객차 문을 닫아 총탄을 막았다.
“어리석긴! 무의미한 저항을 하는군!”
“아니, 아닙니다.”
앨런의 말에 사냥꾼 하나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방플러로서 이경복의 방송 제보를 받고 있었다.
“지금 객차의 연결기를 분리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연결기를!?”
“뒤쪽을 아예 떨어뜨리려고 한다고?!”
이경복이 상대하는 동안 선데이 키드가 객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장치를 분리시키고 있던 것이다.
“일단 막아야……!”
“잠깐! 지금 나가면……!”
사냥꾼 하나가 나선 순간 총성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정확히 미간에 총구멍이 나 있었다.
“이런 젠장.”
“저희가 견제사격을 할 테니 가세요!”
그리 말한 사냥꾼들이 총만 내밀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악!”
“와씨……!”
총구를 내민 순간 탄환이 날아와 적중했다. 예기치 못한 충격에 권총을 놓친 사냥꾼들은 얼얼한 손을 부여잡아야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앨런이 황망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내 상황이 일변했다.
덜컹하며 다시금 객차가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객차가 분리됐어!”
“놓치지 마라!”
결국 연결기가 분리되자 탐정과 사냥꾼들은 다급히 앞 객차로 뛰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주춤 멈추어야 했다. 객차 문 너머에는 이미 이경복의 모습이 없었다.
“커브길?”
“오, 이런!”
“저, 전복한다!”
“빨리 뛰어내려!”
브레이크를 밟았다지만 아직 관성이 남아있는 상황.
객차는 탐정과 사냥꾼들의 고함과 비명으로 가득해졌다.
* * *
이경복은 탈선하며 전복하는 객차를 바라보았다.
-아 ㅋㅋ 이게 진짜 꼬리자르기지 ㅋㅋ
-객차 끊는 건 상상도 못했다 진짜 ㅋㅋㅋ
-우리 형이 알고 보면 또 씽크빅하다니깐!
-버리고 가면 되는데 총알 낭비 왜 하냐고 ㅋㅋㅋ
-그 와중에 견제사격 정확도까지 미쳤고?
-거기 앨런도 있던 것 같은데 아무고토 못했쥬? 추하게 숨어버렸쥬?
-사무소 설립자라고 목숨 2개는 아니거등요 ㅋㅋㅋ
-건 파이트로 갔으면 몸 사린다고 멕시코 도착해서도 했을 듯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 감탄을 표했다. 그리고 이 상황이 기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걸로 탐정이나 연방보안청도 못 쫓아오겠지.”
“정말 깔끔하게 처리했군!”
와일드 팩의 두 사람 모두 환호했다. 그들은 이경복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주 기발한 대처였어!”
“이런 식으로 은행도 3분 만에 털어버린 건가? 우리보다 훨씬 낫네!”
이경복은 그 칭찬에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눈가를 찌푸렸다.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의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빠르게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사냥꾼 분들이랑 앨런이 직접 왔잖아요? 직접 나설 정도면 아마 정예 요원들을 끌고 왔겠죠.”
앨런을 비롯해 위협수준으로 보아 사울과 같은 1급 요원들이 분명했다.
“같이 온 사냥꾼 분들 이름을 보니까 상위권이시긴 한데 돈을 모아도 서너 명으로는 비용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요.”
처음 탐정을 고용해 습격한 사냥꾼들과 비교해보면 계산이 쉬웠다. 1급 요원 사울을 비롯해 탐정들을 고용하는 비용만 해도 상당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다른 사냥꾼들이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 킹리적 갓심?
-2차 습격을 준비했을 수도?
-도착지에 대기타고 있는 거 아님? ㅋㅋㅋ
-캠핑은 쵸큼 역겨운디;;
-아 ㅋㅋ 어차피 캠핑도 갓플한테는 안 되자너
시청자들이 그에 반응하는 사이 이경복은 더 집중했다.
그저 단순한 추론은 아니었다.
‘뭔가 더 남아 있는 게 분명해.’
불길한 느낌이 미약하게나마 앞쪽에서 감지됐다. 이에 그는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열차의 진행 방향을 살폈다.
“흐음, 다리가 있네요.”
철로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잇는 철도다리로 이어졌다. 이경복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이거였구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위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다리 밑에 붙어있는 다이너마이트 다발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상황을 파악했다.
-헐?
-뭐임? 저거 뭐임?!
-와 ㅋㅋ 탐정들은 눈돌리기 용이었네
-어차피 갓플한테 질 줄 알고 준비했다는 거?
-맞네 ㅋㅋㅋ 안심시켜놓고 다리 무너뜨려 버리기!
-열차랑 같이 추락사 노린 거였고?
-아무리 갓플이라도 이건 못 빠져나오지 ㅎㄷㄷ
-하지만 바로 눈치채버렸쥬?
-무친 퍼펙트-눈썰미 수듄 ㄷㄷ
-근데 이제 어뜨캄? 저거 어케 막음?
채팅이 빠르게 솟구쳤다.
그 사이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민 이경복을 따라 다른 두 사람도 시선을 따라갔다.
“아니, 저건 또 뭐야!?”
“빌어먹을! 번치, 얼른 속도 줄여!”
와일드 팩 역시 다이너마이트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번치는 급히 머리를 내저었다.
“젠장! 이미 늦었어! 얼른 뛰어내려야 돼!”
“이런 속도에서 뛰어내리라고? 어디 하나는 부러질 거야!”
“부러지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일단 살아야 될 거 아닌가!”
두 사람은 서로 언성을 높였다. 이에 이경복이 손을 들어 주의를 끌었다.
“뛰어내릴 필요 없어.”
자신들과 달리 그 여유로운 태도에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이내 이경복은 웃으며 저격 권총을 들었다.
“아니, 뭘 하려는 건가?”
“퍼플?”
두 사람의 물음에 이경복은 대답 대신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짧게 호흡을 멈추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탕하는 단발의 총성이 울렸고.
“이제 됐어.”
그것으로 해결이었다.
* * *
다리 폭발을 맡은 사냥꾼 팀은 분주했다.
“기차 옵니다!”
“제 신호 기다려요!”
“알았어요!”
탐정 팀의 전복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아무리 1급 요원으로 구성했어도 애당초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의를 돌리는 데에는 성공했네요.”
“설마 그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아무리 퍼플 님이라도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죠.”
기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이에 사냥꾼들은 작전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거의 다 와갑니다.”
다리를 지나가는 순간 폭발시키면 끝이었다. 이에 모두가 숨을 죽이는 와중.
갑자기 탕하는 단발의 총성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어?”
“뭐지?”
“다들 괜찮아요?!”
순간 움찔한 사냥꾼들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이경복이 그들 중 누군가를 저격한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우, 놀래라.”
“들킨 줄.”
“제 말이요.”
서로 무사를 확인한 사냥꾼들은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주의를 돌렸다.
어느덧 기차가 다리로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이에 타이밍을 노리는 와중이었다.
“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다른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의 말이 쏟아졌다.
“지, 지금 퍼플 님이 연결선을 잘랐다는데요?”
“예?”
“그게 뭔 소리예요?”
그 사냥꾼은 방플을 통해 제보를 받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말에 그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스위치랑 다이너마이트 연결선이요!”
“아니, 설마……?”
“아까 그 한 발로?”
모두가 턱을 떨어뜨렸다.
달리는 열차에서 그 가느다란 연결선을 저격한다? 그것도 개조했다고는 해도 스코프도 안 달린 권총만으로?
“그게 말이 되……”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반응은 이내 덜컥 멈추었다. 그들 역시 퍼플 방송을 꾸준히 봐왔던 이들이 아니던가.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게 바로 퍼플의 방송이었다.
“스위치! 스위치 눌러요!”
“어? 어어?!”
번쩍 정신을 차린 그들은 폭파스위치를 내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들은 직감했다.
“아니, 진짜로?”
“찐 소름이다.”
“와씨……”
작전은 실패였다.
하지만 그들도 예상치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진짜 개 쩐……”
감탄이 채 나오기도 전에 기차에서 빛이 번쩍이며 연이은 총성이 울렸다.
그와 함께 도미노처럼 사냥꾼들이 픽픽 쓰러졌다.
[사망]
그와 함께 암전된 화면 속 붉은 두 글자가 떠올랐다.
놀란 사냥꾼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현실을 인지했다.
‘우리 위치까지 파악하고 저격을 했다고?’
그들은 곧장 이경복의 방송으로 복귀했다.
[-아니;;; 그게 보여요?]
[-와씨 ㅋㅋ 진짜 상위권 참가자들 싹 탈락해버렸네]
[-달리는 말도 아니고 열차에서 저격?]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건 진짜 킹시보기에서 프레임으로 끊어봐야 볼 수 있는 수준 아님? ]
[-눈! 저 눈!]
[-진짜 고대신급의 눈 ㅋㅋㅋ]
[-아 ㅋㅋ 퍼펙트-아이는 1프레임도 놓치지 않는다 이마리야]
[-보는 것도 신기한데 반응속도는 더 미쳤음 ㅋㅋㅋ]
채팅창은 조금 전의 활약으로 칭찬일색이었다.
<아, 근데 이번에는 진짜 좋은 시도였어요. OTP를 할수록 참가자분들도 고민하고 노력해주시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에 화면 속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앞으로 조금 더 고민해서 참가자분들 상대하는 게 어려워졌으면 좋겠네요.>
그 멘트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가득해졌다.
[-이 형 또 어려운 거 찾네 ㅋㅋㅋ]
[-게임 난이도로 못 올리니까 트수들을 키우겠다?]
[-참가자들을 성장시키는 시참이 이따!?]
[-결국 자기 재밌으려고 하는 거쥬?]
[-아 ㅋㅋ 블랙기업 사장 본성 어디 안가고?]
[-이제는 주주마저 갈아버리려는 ㅎㄷㄷ]
[-뭐예요! 나도 그스그시 시켜줘요!]
참가했던 시청자들 역시 흥겹게 채팅을 쳤다.
[-아니;; 이것까지 클리어하시는데 뭘 더 원하시냐구욧!]
[-전재산 꼬라박았는데 5초 컷ㅋㅋㅋ]
[-넘모 압도적인 거시구요?]
이경복이 이에 더 웃는 사이 갑자기 화면이 암전됐다.
<어?>
이경복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가득해지는 사이 화면에 새하얀 글자가 나타났다.
[Outlaw Ending No.1 – To Mexico]
이경복이 이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온라인도 엔딩이 있네요?>
온라인 세션에도 마지막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