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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62화 (262/491)

262화 - 제 3회 OTP, 퍼플 러시 (7)

이경복은 화면이 밝아지자 통제권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오? 엔딩은 컷신으로 진행되네요.”

-온라인에도 컷신이?

-착석!

-멕시코로 탈출 엔딩인가 ㅋㅋㅋ

-영화처럼 가는 건가?

-모레를 향해 쏴라 말하는 거?

-1960년대 서부극의 대표 영화로 손꼽히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고전 영화를 누가 안다고 ㅋㅋㅋ

-할배요 아는 척해도 됨니다

-힘내요 할배웨건!

-너가 더 나빠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부산스러운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잡목과 황무지 사이로 간간이 선인장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아래 와일드 팩의 두 사람과 퍼플이 걷고 있었다.

“아! 멕시코, 자유의 나라!”

“여기서는 우리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겠지.”

번치와 선데이 키드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퍼플을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빌어먹을 보안관이나 탐정들한테 쫓길 필요도 없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야.”

“전부 퍼플, 이 친구 덕분이지. 도움이 없었다면 멕시코가 아니라 교수대에 도착했을 테니까.”

그에 퍼플이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목에 밧줄이 안 들어와서 다행이긴 한데, 이제부터 어쩔 거지? 뭔가 계획이 있나?”

“아, 물론이지! 다 계획이 있어, 생각이 있다고.”

번치가 히죽 웃으며 퍼플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우리가 그간 모아둔 돈과 금괴를 은행에서 채권으로 바꿔뒀지.”

“아, 난 이거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나와. 은행 강도로 빼 온 돈을 다시 은행에서 바꿔주다니?”

선데이 키드가 옆에서 실실 웃음을 흘렸다. 번치도 이죽이며 제 가슴팍을 두드렸다.

“이걸 멕시코 은행에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거야. 이름도 바꾸고, 수염도 멕시칸 스타일로 바꾸고 말이야. 그리고 멕시코 농장 주인이 되는 거지.”

“농장이라고?”

“그래. 아, 물론 일은 멕시코인들에게 시킬 거야. 우리는 이제 고생은 끝이라고.”

번치의 말에 선데이 키드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는 불을 붙이기 전에 손을 흔들었다.

“물론 약간의 마찰은 있겠지. 멕시코인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언제나 실력 있는 총잡이는 필요하다고.”

“뭘 걱정하나? 우리에게는 퍼플이 있는데.”

“그건 그렇지.”

두 사람이 큭큭 거리며 웃자 퍼플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거 좋은 계획이네. 참고하지. 근데 내게 더 좋은 계획이 있어.”

“응?”

그 말에 담뱃불을 붙이려던 선데이키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어?”

-?

-헐?

-뭐임?

-쏴버렸?

컷신을 지켜보던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그 당사자인 번치도 마찬가지였다.

“뭐……!”

“말했듯이 여기서는 누가 죽어도 아무도 모르지.”

퍼플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농장 주인으로 셋은 너무 많잖아? 하나면 충분해.”

그 대사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무친ㅋㅋㅋㅋ 퍼플킥ㅋㅋㅋ

-역시 무법 성향 엔딩답고?

-세션에서 계속 무법 성향 미션만 해서 그런 듯 ㅋㅋㅋㅋ

-퍼펙트 무법자 ㅎㄷㄷ

시청자들의 웃음에 이경복도 장난스럽게 대응했다.

“혹시 지금 들어오신 분들은 오해마세요.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 다 AI가 하는 거예요.”

-플랜트위키/퍼플/논란

-???: 사실 이거보다 더 악독합니다

-블랙기업 사장은 죽이기보다는 부려먹습니다^^

-ㄹㅇㅋㅋ 일하다 죽어야지 왜 그냥 죽냐구웃!

-전설의 갱단에서 바로 노동자 행ㅋㅋㅋㅋ

-바로 몰아가버리기 ㅋㅋㅋ

채팅창과 달리 컷신 속 상황은 심각했다. 번치는 쓰러진 시체와 퍼플을 번갈아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자, 잠깐. 여긴 멕시코잖아? 응? 미국인끼리 힘을 합쳐야지?”

“내가 당신 도움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나?”

“그건……”

순간 말문이 막힌 번치가 눈을 굴리는 사이 퍼플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라고. 어쨌든 내 덕분에 전설로 남게 됐잖아?”

“너……!”

결국 설득은 어렵다고 생각한 걸까. 번치가 와락 얼굴을 구기며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퍼플의 손가락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은퇴 축하하네.”

그는 총성과 함께 쓰러진 번치의 품을 뒤져 채권증서를 챙겼다.

-블랙기업식 엔딩 ㅋㅋㅋㅋㅋ

-노후자금 꿀꺽 ㅋㅋㅋ

-77ㅓ억! 잘 먹고 갑니다!

-이걸로 끝나나?

-약간 좀 아쉬운 것인디요

이내 화면이 암전되자 시청자들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바로 배경이 전환됐다.

“오? 농장이네요.”

꽤 널찍한 농장이었다.

그 가운데 노동자들이 녹색 식물을 재배하고 있었고, 몇몇 이들은 즉석에서 잎을 말아 불을 붙였다.

-담배 농사인가?

-타바코?

-엌ㅋㅋ 이거 잎모양잌ㅋㅋㅋ

-헉

-아닠ㅋㅋ 대마초네 ㅅㅂ ㅋㅋ

-멕시코하면 마리화나가 유명하긴 하지 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내 화면에 잡힌 식물의 잎 모양으로 작물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어 카메라는 농장 중앙에 위치한 거대 저택으로 이동했다. 그 안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퍼플과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기한에 맞출 수 있겠나?”

“예, 다른 문제가 없다면 충분합니다.”

“좋아, 미국 쪽으로 좀 더 밀수 루트를 확보해봐.”

그리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사내들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끌고 들어왔다.

“보스, 배신자를 잡아왔습니다.”

“음.”

주변 사람들이 그의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겠다는 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쳤었습니다! 어, 어떻게든 갚을……”

“실망이군.”

배신자의 변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퍼플은 짧게 혀를 차며 리볼버를 쐈다.

배신자가 쓰러지자 그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다들 잊지 말게.”

카메라가 퍼플의 뒷모습을 잡았다.

총잡이들이 그 시체를 끌고 사라졌다. 붉은 핏자국이 카펫처럼 문으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도열한 부하들의 모습은 마치 왕을 위시한 가신들과 같았다.

“카르텔 드 퍼플은 하나라는 걸.”

이어지는 퍼플의 말과 함께 서서히 화면이 암전됐다.

-와씨 ㅋㅋㅋ 카르텔을 만들어버렸네

-않이;; 정착을 너무 잘 해버렸잖아욧!

-멕시코 도망자인줄 알았더니 지배를 해버렸쥬?

-마약왕 엔딩 뭐냐구웃!

-이정도면 무법자 중에 끝판왕 수준 아니냐ㅋㅋ

-아 ㅋㅋ 괜히 1번 엔딩이 아니었네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이경복도 감탄을 표했다.

“와, 이게 1번이라는 건 다른 엔딩도 있다는 거겠네요.”

멀티 엔딩, 그것을 통해 이경복은 온라인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세션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장비 맞추고 자산 모아서 엔딩을 보는 거네요. 엔딩 본 사람은 세션에서 빠지고, 새로 뉴비 유입해서 고인물도 방지하고요. 꽤 신기한 시스템입니다.”

-오 ㅋㅋ 이런 식이면 매 세션마다 부캐 키우는 느낌일 듯?

-이러면 반복플레이도 할 만하지 ㅋㅋ

-갓플 말대로 갈라파고스화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는 듯

-엔딩 따라 성향 조절해야 되니까 정석 플레이라는 게 없을 듯?

-역시 자유도에 미친 개발사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이 그의 분석에 공감하는 사이 화면은 다시 게임타이틀로 돌아왔다.

[Session Summary]

[현상금 – 10,453$]

[범죄수익 – 5,794$]

[…]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헐?

-현상금이 만 달러가 넘었다고?

-마지막 미션 성공해서 그런 듯?

-와씨 ㅋㅋ 그럼 대회 상금이 얼마가 되는 거임?

-일단 천만 원 넘었음 ㅋㅋ

-아닠ㅋㅋ 그걸 누가 모르냐고

-역대급 OTP 상금 갱신 ㅁㅊㄷㅁㅊㅇ

이전 세션 플레이의 요약본이 나오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아 ㅋㅋ 근데 상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냐고

-ㄹㅇㅋㅋ 이번에도 아무도 못 가져가쥬?

-이정도면 그림의 떡이 아니라 떡집을 차려도 될 듯

-진짜 ㅋㅋㅋ 떡이 계속 쌓이고 있잖슴!

-그래서 OTP가 ‘떡상하는’ 건가? (넝담~^^)

-트하하하하하!

-떡하하하하!

-도랐냐고 ㅋㅋㅋㅋ

-^^붙인거 개킹받네 ㅋㅋㅋ

-매니저님 쟤 밴 안 함?

상금은 역대급을 갱신했지만 그 승리자는 없었다. 3회차 OTP의 결과는 이번에도 이경복의 승리로 결정됐다.

채팅창을 본 이경복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엔딩까지 봤으니까 대회는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번 OTP도 정말 재미있었네요. 참가하신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시간도 적당한 바 그는 방송을 끝낼 준비를 했다.

“먼저 사설 서버를 제공해주신 큐다리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것도 너그럽게 무상으로 제공해주셨거든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리는 의미로 다들 박수 한 번 주시면 좋겠습니다.”

-엌ㅋㅋ 맞넼ㅋㅋㅋㅋ

-갓플이 큐다리 퀘스트 또 성공해버렸쥬?

-야잌ㅋㅋ 이걸 바로 돌리네 ㅋㅋ

-아낌없이 주는 큐다리좌 ㅠㅠㅠ

-최고다리야 고맙다!

-무친 ㅋㅋ ‘앞으로도’ㅋㅋㅋㅋ

-이쯤 되면 세금공제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아 ㅋㅋ 순수 기부였던 거냐고

시청자들의 놀림에 이경복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참가자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아, 공지해드렸던 것처럼 오늘 참가하신 시청자 127분, 그리고 큐다리 님까지 합해서 총 128분께는 매니저가 따로 설명을 드릴 겁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설명이라니?

“참가상인 굿즈 배송 때문이니까 시간을 많이 뺏지 않을 겁니다. 대신 답변이 빠를수록 더 빨리 도착하니까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 채팅창이 격동했다.

-아! 맞다! 굿즈!

-나도! 나도 줘잉!

-와씨 갓플 첫 번째 공식 구쭈!

-알고 보니 큐다리보다 불쌍한 건 우리였고?

-빨리 쇼핑몰 열라고… 나도 돈 있다고…

-왜 돈 더 안 벌어? 왜? 왜? 왜? 왜? 왜?

-혀엉! 이거 팔 거지? 여기서 끝내는 거 아니지?!

-굿즈 쇼핑몰 언제 여냐고 1번 물어 봅니다…

조금 전과 달리 부러움으로 가득한 채팅창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굿즈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라서요. 그래도 고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주고 싶지만 아직 준비가 미흡했다. 이에 그는 다시 손뼉을 쳐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 OTP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길게 끌 이유는 없었다. 이경복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럼 또 봐요, 트바!”

* * *

늦은 밤.

이경복은 방송을 마치고 가볍게 샤워를 마쳤다. 평소 루틴대로라면 단체 톡으로 팀원들의 작업 상황을 체크하고 잘 준비를 했을 터였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이경복은 시간을 확인했다. 집으로 찾아올 손님이 있었다.

잠시 후, 그 예상대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이경복은 문을 열며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왔냐, 고생했어.”

“고생이라니, 매니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손님은 바로 매니저, 박주호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와 같이 들고 온 종이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서 나온 물건은 보라색 종이였다. 그 위에는 퍼튜브의 채널 로고가 박혀 있었다.

“이게 사인지다.”

“오! 실물로 보니까 훨씬 낫네!”

이번 이벤트 참가자 선물을 위해 최병훈이 빠르게 디자인해서 만든 사인용 용지였다.

“아니, 근데 뭐 이렇게 많아? 128장만 있으면 되지 않나?”

“혹시 실수할 때 대비해서 200장으로 뽑아뒀다.”

“아, 맞네. 이렇게 많이 하는 건 또 처음이니까.”

“많다는 건 알고 있네.”

박주호가 실소를 흘렸다.

‘그냥 피규어만 보내도 될 텐데.’

팬들 입장에서는 피규어만 받아도 기뻐할 터였다. 그러나 이경복은 거기에 깜짝 선물로 사인지를 동봉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뭐가?”

“사인만 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요청 멘트까지 적을 거잖아.”

하지만 이경복은 또 한 번 생각을 바꾸었다. 사인과 더불어 당첨자가 원하는 문구를 직접 써주기로 했다. 사인만 덜렁 쓰자니 여백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는 이유였다.

이내 박주호는 스마트 링크로 몇몇 시청자들의 답장을 보여주었다.

[따로 멘트까지!? 진짜 대박이다! 형! 저는 ‘인생은 퍼자감!’으로 부탁드릴게요!]

[와 퍼플 님이 직접 써주는 거예요? ‘준석아, 다 잘 될 거야!’라고 써주세요. 힘들 때 보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ㅎㅎ]

[ㅁㅊㄷㅁㅊㅇ! 아 ㅋㅋ 뭔가 멋진 말 써달라고 하고 싶은데! 자유 요청은 안 되죠? 아씨 모르겠다 ㅋㅋ ‘잘 먹고 잘살아라!’ 이렇게 써주세요]

이경복은 그가 뽑아온 견본에 웃음을 터트렸다. 박주호도 옆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나도 덕질하는 입장이니까 아는데 팬 분들이 정말 좋아할 건 확실해. 근데 이런 팬 서비스는 아이돌도 잘 안 한다. 너도 알잖아?”

“응?”

“팬 사인회 때 기억 안 나냐? 보통은 100명이고 그것도 짧게 끝나지. 근데 넌 아이돌도 아니고 큐튜버인데 128명 선물에 사인까지 준비했으니……”

개인 큐튜버의 이벤트로는 과하다면 과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경복은 이렇게 하고 싶었다.

“야, 그래도 내 첫 공식 굿즈인데 기념은 해야지. 좀 더 노력해서 다 같이 행복하면 좋잖아.”

처음은 특별하다.

그것은 이경복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가 하고 싶다니 말릴 생각은 없어. 근데 왜 이 밤중에 하는 거야? 내일 방송 전에 해도 시간은 충분하잖아?”

박주호는 순수하게 궁금했다.

시간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방송 직후에 쉬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왜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물음에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그냥 뭐…… 내 욕심이지.”

“욕심?”

“이걸 내가 미리 해두면 피규어 완성하고 바로 배송할 수 있잖아. 그러면 더 빨리 도착할 거고.”

“레이저 각인 때문에?”

“어.”

피규어 제작과 더불어 지지대가 되는 바닥에 레이저 각인을 새길 수 있었다.

거기에도 원래는 사인만 넣으려고 했지만 멘트 추가와 더불어 계획이 바뀌었다.

이경복은 사인과 필체를 떠서 각각 별개의 레이저 각인을 새겨줄 생각이었다.

‘참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박주호는 그 대답에 속으로 감탄을 표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진짜는 이런 태도지.’

방송에 사람들이 몰려든 건 이경복의 게임 실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여든 사람을 계속 붙잡아두는 건 실력만으로는 부족했다.

‘놀라운 건 경복이가 뭔가 노리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야.’

이경복이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바라고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니었다. 그저 방송이 재미있도록, 모두가 즐겁기를 바라며 노력을 쏟았다.

‘될 놈은 되기 마련이지.’

그야말로 천성이었다.

박주호는 만약 이경복이 지금보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스트리머로서 성공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감상과 별개로 이후가 기대 되었다.

‘피규어를 받은 사람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된 팬들은 감격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감격과 더불어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은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 할 터였다.

‘이건 무조건 입소문 탄다.’

굿즈가 도착하면 분명 커뮤니티에 소식이 퍼질 터였다. 그리고 그 내용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욱 이경복의 방송을 보고 싶어 할 터였다.

‘누구나 좋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관심 받고 싶은 건 스트리머만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자신을 챙겨주는 스트리머에게 더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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