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63화 (263/491)

263화 - 남돈남산 뒤풀이 (1)

늦은 밤, 퍼펙트 플레이 큐튜브 채널.

멤버십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채널 리스트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시차 덕분인지 시청자들은 북미 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RDR은 엔딩까지 보고 끝난 게 아니었어?

-OTP? 대회? 팬 서비스인가?

-lol, 온라인 플레이네!

-퍼플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정말 이럴 때마다 한국 팬보이들이 부러워!

시청자들은 OTP가 이경복이 개최한 이벤트 대회라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다.

북미 시청자들 대다수가 데몬 머스트 크라이 방송으로 유입됐기에, 그 이전에 개최된 1회와 2회 OTP를 못 봤기 때문이었다.

-OTP는 퍼플과 시청자들 간의 승부지

-1회는 거너 그라운드, 2회는 이스케이퍼스라는 게임이었지?

-lol, 그것도 더빙해주면 좋을 텐데! 진짜 멋지거든!

-거너 그라운드에서 1:99를 상대로 승리한 건 완전 미쳤어!

다행히 소수이긴 해도 초창기부터 봐왔던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Awesome! OTP가 Over The Perfect를 의미하는 거였어!

-WTF?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퍼플 혼자 상대한다고?!

-Guys, 그건 최선의 밸런스를 위해서야. 퍼플을 이기려면 그걸로도 부족하잖아?

-실제로 이전 OTP 모두 퍼플의 승리로 끝났지

-퍼플을 이기다니 가능하긴 한 거야? 이 대회는 어떤 대회보다 어렵다고 lol!

-OMG, 이번에는 1:99를 넘어서 1:127의 대결이잖아?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들 대회가 어떻게 될지 기대심을 내비쳤다.

-RDR 스피드런 세계 1위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퍼플이 무법자 플레이를 한다고 선언했어!

-그는 이제 Real Badass가 되겠지 lol

-Nah, RDR 스토리 플레이를 보면 퍼플은 너무 성격이 순해

-완벽히 동의해! NPC라면 몰라도 그의 시청자들을 쉽게 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이내 영상이 플레이로 넘어가자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밀주업자들이 돈 좀 더 챙기려다가 역습 당했어! Lmao

-10달러에 목숨을 내놓다니, 정말 멍청하네!

-Wow, 강도들 처리가 번개처럼 빠르네!

-WTF? 살롱 주인이 배신자였다고?

-퍼펙트 탐정다운 추리였어!

-lol, 강도질이 아주 자연스러운데? 무법자 퍼플도 마음에 들어!

초반부 플레이에는 다들 큰 감흥이 없었다. 이경복이라면 으레 당연한 실력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이어지는 플레이에 따라 반응이 뒤바뀌었다.

-한국 시청자들도 똑똑한데? 사무소에서 탐정을 고용하다니!

-거너그라운드와는 상황이 좀 달라. 퍼플은 권총만 써야 하는 페널티가 있다고!

-아무리 퍼플이라도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어.

-What the…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저격 권총이라고?

최병훈은 편집본에서 의도적으로 순서를 바꾸었다. 저격 권총을 먼저 보여주고 회상씬처럼 개조 장면을 끼워 넣었다.

이에 채팅창은 웃음과 충격이 뒤섞였다.

-lol, 이거 완전 미쳤는데 XD

-넌센스야! 총신을 저렇게 길게 늘이면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진다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제대로 된 조준이 힘들어 질 수밖에 없어

-만약 총포상이 내 총을 저런 식으로 개조한다면 당장 소송을 걸 거야!

-어쩔 수 없이 개조해야 한다면 개머리판까지 부착하는 게 맞을 텐데?

-Guys,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퍼플도 다 생각이 있겠지.

실제로 총기를 다루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만큼 충격 쪽에 비중이 컸다. 하지만 이내 총격전이 시작되자 그들이 느낀 충격의 성격이 뒤바뀌었다.

-????????????????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저런 괴상한 총으로 정확하게 저격이 가능하다니?

-Damn! 이게 바로 퍼펙트 커스텀이지!

-우연이 아니야. 조준부터 격발까지 말 그대로 ‘완벽’해!

-진짜 Perfect Badass의 사격은 이런 거지 lol!

이경복이 완벽하게 현상금 사냥꾼들과 탐정을 처리하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내 생각이 틀렸어. 퍼플은 팬보이들을 상대로도 자비가 없었다고!

-참가자들도 그러는 편이 기쁠 테니까!

-Wow, 이제 알겠다. 개머리판은 처음부터 필요가 없었네!

-그뿐만이 아니야. 퍼플은 ‘Q leg’라는 시청자와 약속을 지키려고 한 거지!

-약속을 지키다니?

-개머리판까지 붙여도 RDR 시스템상 권총으로 분류될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건 ‘리볼버 카빈’이잖아? 사실상 권총으로 볼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어디까지나 ‘진짜’ 권총만 쓰기 위해서?

-Yeah, 퍼플은 진짜 남자, 진짜 Badass라고. 자기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남자 중에 남자!

이어 미션의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채팅창의 반응 또한 커졌다.

-혼자서 은행 강도를?

-3분? 3분 만에 은행이 털렸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lol, 처음부터 금고가 잠겨있지도 않은 기분이야!

-다들 왜 놀라는 거야? 스피드런 세계 1위다운 모습이잖아?

-Yup, 스피드런 대회 참가자들 중에 누구도 이렇게 빨리 은행을 털 수는 없을 거야.

-만약 퍼플이 서부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느 쪽으로든 부자가 됐겠지

-지금은 디지털 방식이라 정말 다행이야

-다들 진정해! 현실의 퍼플은 강도가 아니라고 XD

그리 흡족하게 바라보던 채팅창분위기는 2번째 현상금 사냥꾼들의 습격으로 일변했다.

-다이너마이트?!

-lol, 역시 BTX의 나라네

-비겁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옳은 판단이야

-퍼플이 하나를 놓쳤어!

-WTF?

-이거 RDR이 맞아? DMC 아니야?

-이 장면만 잘라놓으면 DMC에 RDR 스킨을 적용한 거라고 해도 믿겠어!

-CCBH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lol

이경복의 고공사격 장면에 채팅창은 경탄으로 가득해졌다.

-퍼플은 게임의 장르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이거지! 이게 퍼플의 방송을 보는 이유라고!

-완전 동의해. 다른 스트리머 방송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장면이야

-RDR 같은 게임이 특히 그렇지. 현실적인 게임일수록 전투 장면은 다들 비슷하거든

-매번 느끼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멤버십 갱신이 전혀 아깝지 않아

-더 놀라운 건 아직도 더 많은 장면들이 남아있다는 거겠지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을 이어갔다.

* * *

비슷한 시각, 일본 트위티.

실시간 트렌드에 새로운 키워드가 등재됐다.

[일본의 트렌드]

[#PurpleRush (2,215 트윗)]

[#OTP (1,782 트윗)]

멤버십 영상을 보고 감탄한 일본 가입자들이 일반 영상의 클립을 만들어 트윗으로 공유한 덕분이었다.

여러 장면들이 해시태그를 달고 퍼져갔지만, 그중에서도 남다른 키워드가 있었다.

[#イケメン_Purple(1,163 트윗)]

이케멘(イケメン), 일본에서는 미남을 뜻하는 말이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스트리머에게 붙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그러나 그 키워드가 퍼지게 된 계기인 트윗을 보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다.

[초인 스트리머 퍼플 씨의 젖은 머리가 너무 멋져서 클립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www]

해당 클립은 고공사격 직후 다이빙한 이경복이 배 위에 오른 짧은 모습이었다.

촉촉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단련된 몸 선이 옷 위로도 드러나는 그 모습이 여성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에? 에에? 이거 반칙이잖아! 퍼플 씨, 그 목소리에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면 정말 반칙이라고!wwww]

[일어나자마자 퍼플 씨의 성스러운 모습www 오늘 하루 행복해질 것 같은 예감? (웃음)]

[영문도 모르는 새 재생횟수가 이미 500번이 넘어섰습니다. 이 트윗을 떠날 수 없는wwww]

일본에는 성우 오타쿠가 많다.

이경복이 데몬 머스트 크라이 영상으로 일본에 알려진 이후, 게임은 잘 몰라도 그의 목소리에 매료된 여성 팬들이 많았다.

[저기, 저기. 이 사람 누구? 퍼플 씨라니, 유명한 사람이야?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달까, 트위티 안 하는 거야? 제발 답변 해줘!]

[OK와 Cut, 이 두 단어만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아아, 이렇게 된 이상 한국어 공부 할 수밖에 없는 걸까나?www]

[퍼플 씨와 직접 대화? 상상만 해도 행복해져버린! 하지만 한국어 너무 어렵다에요! 에에-? 내가 바보인 걸까나?]

[하아-? 잘도 저질렀겠다? 언젠가 열릴 퍼플 씨의 팬미팅을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퍼플 씨의 매력 노출해버리면 경쟁상대 초-폭발이라고?]

해당 내용이 퍼져가면서 이경복을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들은 게임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집중한 곳은 따로 있었다.

[퍼플 씨의 피규어? 굿즈? 일본에서도 살 수 있는 걸까나?]

[헤에-! 피규어 꽤 귀엽잖아? ‘게-마루콘’이라니 이름도 귀여워!]

[한국에서는 놀랄 때 게가 말이 되는 거야? 속담 같은 걸까나? 어찌됐든 귀여우니 상관없나www]

[일본어로는 카니우마콘이 되겠네www 카니우마라니, 뭔가 갑옷을 걸친 말이라는 느낌? 말발굽 이 뾰족할 거 같은 기분(웃음)]

[아-! 찾았다! ‘게-마루콘’은 퍼플 씨가 만든 이모지였습니다! 이거 라인에 출시 안 해주려나?]

[NEVER에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닐까? 오타쿠가 힘을 모으면 될 거라고www 모두 ‘#Purplemoji’를 붙여줘!]

바로 방송 후반에 나온 피규어와 굿즈 얘기였다. 몇몇 이들이 샘플 사진까지 가져온 덕분일까.

[일본의 트렌드]

[#Purplemoji (2,718 트윗)]

[#Gemalcon (1,971 트윗)]

실시간 트렌드에 새로운 키워드가 등반을 시작했다.

* * *

늦은 새벽, 지놈의 방송.

그는 2부 방송까지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보약왕엔딩’ 님이 ‘30,000’원의 영상을 후원하셨습니다.]

도중 들어온 영상 후원에 지놈은 눈이 크게 뜨였다.

“어? 이거 사장님 OTP 영상 아냐?”

마지막 다이너마이트 제거부터 엔딩까지의 영상이었다.

-캬 ㅋㅋ 다시 봐도 미쳤다 진짜 ㅋㅋㅋ

-즉시 지놈킥!

-퍼플 카르텔? 즉.시.가.입

-뭐야? 평소의 블랙기업이잖아?

시청자들 역시 대부분 퍼플의 시청자였던바 다들 아는 체를 했다.

“와, 진짜 우리 사장님은 뭐만 했다하면 정상까지 가신다니까?”

처음 본 지놈은 진심으로 감탄을 토했다.

“아니, 근데 이러면 약간 차질이 생기는데? 나 로데리 하면 무법자 루트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비교 되잖아.”

-어차피 지금도… 읍읍!

-이게 그 골목상권 침해인가 그거냐?

-혀엉? 그럼 그냥 배드엔딩 수집으로 바꾸자!

-ㄹㅇㅋㅋ 당하는 건 또 전문이자너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놀림에 지놈은 코웃음을 쳤다.

“야씨, 뭔 배드엔딩이냐. 이렇게 된 이상 조금 컨셉을 바꿔야겠다. 진짜 완전 나쁜 놈, 지놈킥 연타하는 사기꾼으로 간다.”

-?

-컨셉이 아니라 평소대로 아님?

-방장님, 컨셉의 개념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아 ㅋㅋ 이 형 방송 날먹하려고 하네

-방송에 좀 노오오오오력을 해보라구웃!

-그걸 노력함? 날먹킥!

-???: 바닥에는 더 바닥이 있다는 것을!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시청자들은 대부분 진성 팬들이었던 만큼 장난의 수위도 강했다.

지놈은 이럴 때의 대처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자 쌉소리 그만하고. 뭔 얘기하려고 했는데 후원 때문에 까먹었네.”

-이걸 후원 탓을 하네?

-늙병추 ㅠㅠㅠㅠ

-혀엉! 오메가 쓰리라도 좀 챙겨 먹어!

-호두, 호두가 좋다더라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 치매였고?

지놈은 가뿐히 채팅을 무시하며 손뼉을 쳤다.

“아, 맞다. 뒤풀이 얘기하려고 했었다.”

-오!?

-않이;; 그 중요한 걸 어떡계 까먹냐구웃!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드디어 하는 거야?!

-1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일정을 안 잡냐구웃!

-ㄹㅇㅋㅋ 1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 넘은 기분임

뒤풀이라는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어?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에이, 안 되겠네.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

-누구인가? 누가 불평을 하였어?

-금부장!

-뭐해! 얼른 ~라고할뻔 붙여!

-충성추^^7

-주주한테 갑질하는 직원이 이따!?

-근데 그건 실제로 있…

-어허!

-헉

지놈은 채팅창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얘들아, 안 그래도 카페에 계속 뒤풀이 언제하냐고 질문글이 많아서 조만간 얘기하려고 했어.”

그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내가 욕심을 좀 부리긴 했지. 그래도 퍼지데이 크루 만들고 첫 뒤풀이 아니냐? 좀 스케일도 키우고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

-이건 킹직히 인정할만해

-ㄹㅇㅋㅋ 갓플이나 이클 님이나 쩔긴 해도 경력에서 나오는 짬은 다르지

-아무튼 늙었다는 말 아님?

-???: 너 밴

-아니 그래도 뒤풀이인데 규모가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1주일 넘게 걸림?

채팅창 반응에 지놈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아, 이거 진짜 다 말하고 싶긴 한데 아직 확정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근데 진심, 생각 보다 일이 커졌어.”

-??????

-밀당아 재미없다, 가라!

-아놔 ㅋㅋ 이 형 또 이러네

-까고 보니 별거 없는 거 아님?

-무슨 질소포장이냐구웃!

시청자들의 아우성에 지놈은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진짜 크다니까? 내가 다 밝힐 수는 없고 하나만 말해줄게.”

잠시 뜸을 들이니 채팅창에 물음표가 연신 올라왔다.

“지금 협찬이 붙었어.”

-ㅔ?

-뭔솔?

-뒤풀이에 협찬이 붙는다고?

-그냥 멤버들끼리 노는 거 아님?

-와앀ㅋㅋㅋ 퍼지데이 클라스 보소 ㅋㅋㅋㅋ

-이게 바로 퍼플 코인의 효과?!

-아 ㅋㅋ 이러면 킹정이짘ㅋㅋㅋ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에 지놈은 가볍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다시 끌었다.

“자, 아까 말했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야. 당연하겠지만 나 혼자 결정할 사항도 아니라서 조만간 멤버들이랑 논의도 할 거고.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줄 테니까 좀만 더 기다리라 이말이야.”

그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5252, 믿고 있었다구웃!

-아 ㅋㅋ 시간 걸리면 당연히 이유가 있는 거지

-캬 ㅋㅋ 어딘지 몰라도 갓플코인 달달하게 탑승하겠네

-진짜 퍼지데이는 전설이다 ㅋㅋㅋㅋ

-정말 큰거 였자너 ㅋㅋㅋㅋ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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