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 남돈남산 뒤풀이 (4)
합동 방송 촬영 당일.
방송시간 전, 세영아버지의 키친 스튜디오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자, 배치 다 됐습니다. 한 번 보시겠어요?”
광고 방송인만큼 카메라 구도는 물론이고 조명 배치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를 해야 했기에 호스트인 세영아버지는 광고주인 처음제당 관계자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주방을 비롯해 식사와 토크가 진행될 방을 훑었고 세영아버지는 프로답게 이미 견본을 배치해두었다.
“저희야 음식이 맛있게만 보이면 좋으니까요.”
“색감이 좀 더 살면 좋겠는데……”
“아, 어렵지 않죠. 감독님?!”
그는 촬영감독과 함께 관계자 의견을 토대로 조율을 마쳤다. 관계자들은 카메라에 잡힌 화면을 보며 만족했다.
“이 정도가 딱 좋겠네요.”
“진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그럼 맛있게 드셔주시면 되겠네요.”
그들의 대답에 세영아버지는 웃으며 스태프와 관계자들에게 요리를 나누어주었다.
실제 촬영할 때는 같은 요리를 한 번 더 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조율을 마쳤지만 아직 쉴 시간은 없었다.
“형! 게스트 분 오셨어!”
“어우, 일찍 오셨네.”
예정보다 빠른 시각이었지만 빨리 와서 나쁠 건 없었다. 매니저의 외침에 세영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스튜디오에 마련해둔 대기실 문을 열자 첫 게스트가 보였다.
“아유, 지놈 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고생이랄 게 뭐 있나요.”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지놈이었다. 그는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제가 얘기 듣고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과감하게 얼공까지 결정을 해주셨는데, 그게 또 제 방송이라는 게 정말 감사하네요.”
“에이, 감사는 제가 해야죠. 오히려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셨으니까요.”
두 사람이 웃으며 덕담을 나누는 와중 매니저가 문을 열었다.
“형, 메이크업 아티스트분들.”
문이 열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들어오자 세영아버지가 빠르게 그들을 소개했다.
“아, 지놈 님, 처음제당에서 초청해주신 분들이에요. 처음제당 그룹이 또 엔터테인먼트로 유명한 거 아시죠? 진짜 출중한 분들만 모셔왔습니다.”
“어우, 당연히 알죠. 연예인 얼굴 보시는 분한테 메이크업 받는다 생각하니 좀 민망하네요.”
“에이, 아니에요. 일하는 거야 똑같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메이크업팀과 인사를 나눈 지놈이 메이크업 준비를 시작하자 이윽고 다른 게스트들도 하나둘씩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스컬킴입니다!”
“박잡초라고 합니다! 아부지, 팬이에요!”
“이클립스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 사람 역시 세영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대기하던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을 받았다.
“퍼플 님은 아직 안 오셨나 봐요?”
“아니, 왜 내가 떨리지?”
스컬킴과 박잡초의 말에 세영아버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경복이 도착하지 않으니 내심 불안해졌다.
그런 그에게 지놈이 웃으며 말했다.
“퍼플 님이 약속은 또 칼 같이 지킵니다. 지각 걱정은 안 하셔도 좋아요.”
“특히 시간은 철두철미하시죠. 괜히 칼방종하시는 게 아닙니다.”
이클립스도 웃으며 한 마디 거들었다.
그들의 말이 옳다는 듯 예정된 약속 시간이 되자.
“형! 퍼플 님 오셨어요!”
문밖에서 매니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에 세영아버지는 안도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심지어 메이크업 중이던 아티스트들마저 그러했다.
‘오늘 제일 중요한 손님이라던데?’
처음제당 관계자들로부터 이미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내 안으로 들어온 이경복이 사람들을 보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미 얼굴을 알고 있던 지놈과 이클립스는 예상했다는 듯 소리죽여 웃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홀린 듯 이경복의 얼굴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와.”
“미쳤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작은 경탄과 함께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아니, 퍼플 님?! 왜 잘생겼어요!?”
“이건 진짜 너무하시네. 정말 다 가지셨어!”
스컬킴과 박잡초는 따지듯 물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세영아버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반응은 약간 달랐다.
“어, 퍼플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잠깐, 실례 좀 할게요. 아씨, 이거 당황스럽네. 예상외로 인물이 너무 좋으신데.”
그는 기뻐하면서도 곤란한 얼굴로 다급히 대기실을 나섰다.
이경복은 왜 그러나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직접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니까요.”
“아니, 컨펌 다 받았는데 뭐가…”
대기실에 들어온 촬영감독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멈칫했다. 그의 시선은 이경복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세영아버지가 그 반응에 웃으며 감독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 말 맞죠?”
“와, 이거 진짜……”
감독은 이경복을 빠르게 훑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햐, 이런 피부 톤은 진짜 예상 못 했는데. 이거 보정 들어가면 안 됩니다. 색감이 강해지면 이분 피부가 좀 이상하게 나오기도 할 거고 시청자들도 뭔가 부자연스러워 할 게 분명해요.”
다행히 그는 프로였다.
해결책을 떠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분은 보정 생각해서 톤을 죽이는 쪽으로 메이크업을 해주세요.”
“네?”
“다른 분들은 지금 보니까 괜찮아. 그런데 이분은 지금도 화면을 너무 잘 받아요. 이거 보정 들어가려면 밸런스 맞춰야됩니다.”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세영아버지가 두 손을 맞잡고 양해를 구했다.
“제가 그간 많은 게스트를 초빙했는데 이런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었거든요? 화면으로 보시면 정말 괜찮게 나올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그냥 놀란 거예요. 어차피 여기만 나올 건데요.”
이경복이 제 턱을 가리키며 흔쾌히 수락하니 분위기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이내 그가 자리를 잡자 아티스트가 바로 준비를 했다.
이경복의 피부를 가까이서 살핀 그녀는 절로 감탄을 표했다.
“근데 피부 톤만이 아니라 피부 결 자체가 진짜 좋으시네요. 웬만한 여자 연예인보다 더 좋아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아니,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요. 종종 도자기 피부라고 말하잖아요? 근데 이건 그냥 도자기도 아니고 명품이에요 명품. 관리하는데 진짜 비용 많이 드시겠다.”
이경복은 그 칭찬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화장품 그렇게 비싼 거 안 써서요.”
“…화장품이요?”
아티스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한 관리는 화장품의 개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피부과 안 다니세요?”
“피부과요?”
이경복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피부과는 병원이었고, 병원은 아픈 사람이 가는 곳이었으니까.
“아니, 그럼 시술 같은 거 안 받으시고 피부가 이런……”
그 반응에 아티스트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연예인들도 몇 백에서 몇 천을 쏟아서라도 유지하려고 하는 피부인데……’
그녀는 연예인들을 많이 상대해본 바, 당연히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손을 움직이며 연신 입을 벌렸다.
“와, 진짜 축복 받으신 거예요. 너무 부럽다 정말.”
“그런가요?”
“그렇죠. 완전 유전자부터 남다르시네.”
그녀의 말에 지놈이 눈을 돌렸다.
“응? 유전자? 내 얘기한 거?”
그 반응에 이경복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이 아티스트가 정리를 마쳤다.
“이제 끝났고요. 톤 다운만 하면 될 정도로 추가로 해드릴 게 없네요.”
가장 늦게 도착해서 메이크업을 받았지만 끝나는 건 가장 먼저였다.
이경복은 이에 감사를 표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일단 세영아버지 님께 확인 받고 올게요.”
빨리 끝나 시간도 여유로웠기에 그는 대기실을 나서서 세영아버지를 찾았다.
“아! 끝나셨어요? 마침 잘 됐습니다. 안 그래도 관계자분들이랑 퍼플 님 얘기를 좀 하고 있었거든요.”
“제 얘기요?”
“네, 조금 부탁드릴 게 있어서……”
세영아버지는 이경복에게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퍼플 님 직접 보니까 약간 방송 구성을 달리 해보고 싶어서요.”
“구성이라 하시면?”
“원래 게스트 분들이 레토르트랑 밀키트 제품을 활용하기로 했었잖아요?”
“네, 그렇죠.”
“근데 이번에는 원래 컨텐츠처럼 퍼플 님이 저랑 주방에 들어가실 수 있나 해서요.”
“제가요?”
이경복이 놀라자 그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물론 요리를 하시는 건 아니에요. 그건 제가 전담할 테니, 재료 손질을 좀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세영아버지는 확신했다.
“퍼플 님이 주방에 서시는 그림, 이거 확실히 먹힐 것 같거든요.”
이 비주얼은 단독으로 잡아야 했다.
* * *
늦은 오후, 세영아버지 채널.
예고된 합방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시간 너무 안 간다 진짜
-대기인원만 5만 명 ㅁㅊㄷㅁㅊㅇ
-WA! 광고방송인데 5만 명!
-방송 전부터 바로 퍼플코인 효과 나오고?
-처음제당 담당자 : 방긋^^
-퍼지데이 오프라인 방송? 이거 못 참지!
-생방 보려고 당직 신청함ㅋㅋㅋ
-아 ㅋㅋ 빨리 좀 시작해달라구웃!
-아부지! 문 좀 열어 줘잉!
방송 전부터 대기하는 시청자만 5만 명이 넘었다. 애타는 마음에 채팅창은 아우성으로 가득해졌지만 방송은 예정된 시각에 시작됐다.
“자,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입니다.”
화면에 나타난 세영아버지가 밝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지금 실시간으로 보시는 분들이 5만 명이 넘었어요. 아니, 왜 평소에는 이렇게 안 봐주는 거야?”
세영아버지는 시청자 숫자에 놀랐지만 프로답게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의 멘트에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다들 배고프실 거예요. 아니, 지금 고프셔야 합니다. 같이 한 상하고 싶은 기분 느끼시려면 저녁 준비해서 얼른 오세요.”
-이럴 줄 알고 미리 치킨 주문해놨지!
-치킨? 당연히 처음제당 구르망이지?
-헉
-학생 눈치챙겨^^
-아 ㅋㅋ 후비고 만두랑 김치에 핵반이 기본 아님?
-처음키트로 준비안 한 트수 없제?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채팅을 치는 사이 세영아버지의 손짓에 화면이 전환됐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쪽은 게스트 주방이고, 제가 있는 곳이 호스트 주방입니다.”
방송은 2분할 화면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중간에 거울을 세운 것처럼 좌우대칭의 주방이 화면에 잡혔다.
“지금 게스트 분들도 배가 고프실 시간이거든요? 빠르게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그 말을 신호로 게스트 주방으로 스컬킴과 박잡초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스컬킴입니다.”
“박잡초입니다!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세영아버지가 그 텐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게 바로 골초(비흡연자)의 기세?
-흡연자의 성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마리야
-아닠ㅋㅋㅋ 해골 후드티ㅋㅋㅋ
-하와이안 셔츠 킹받넼ㅋㅋㅋㅋ
-자기 PR 넘모 확실하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기에, 두 사람은 자신의 닉네임에 해당하는 의상을 준비해왔다.
“퍼지데이의 바텀 라인을 담당해주신 두 분이죠? 최근 아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분 모셔볼게요.”
세영아버지의 말에 건장한 사내가 주방에 들어섰다. 앞서 두 사람과 달리 옷은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엌ㅋㅋㅋㅋ 이클립스 경ㅋㅋㅋ
-기사 투구 무엇? ㅋㅋㅋㅋㅋ
-설마 저걸 쓰고 스튜디오까지 온 거?
-참 트루 나이츠 이클립스 경 ㅠ
머리에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철 투구를 쓴 남자, 이클립스였다.
“만찬에 초대해주어 감사하오.”
그의 인사에 세영아버지는 감탄을 토했다.
“퍼지데이의 든든한 탑이시죠. 이클립스 경께서 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그는 짧게 말을 끊고 카메라 밖으로 빠졌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사이 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특별히 퍼플 님께서는 호스트 주방에서 저를 도와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단독 샷을 드리고 싶어서 잠깐 나레이션으로 진행할게요.”
-헐?
-갓플 차례라고!?
-큰 사람 왔다! 큰 사람 왔다! 큰 사람 왔다!
-5252, 드디어 와버린 거냐구웃!
-이클 님처럼 얼공 안 하시는 거 아님?
-언박싱 때처럼 3D가면 준비해왔을 수도 ㅋㅋㅋㅋ
-킹직히 3개월 차인데 얼공은 이르긴 해 ㅋㅋㅋ
-얼굴 반만 나와도 되게 큰 결정임
-괜히 외모 얘기로 갑분싸 만들지 말자
-아 ㅋㅋ 처신 잘하라고
채팅창은 기대와 걱정이 뒤섞였다. 그 반응에 세영아버지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내 카메라가 호스트 주방을 줌인 했다. 그는 대기하던 이경복에게 손짓한 뒤 목을 가다듬고 멘트를 준비했다.
“여러분 진짜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의 말과 함께 이경복이 화면에 들어섰다. 카메라가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이경복을 잡았다.
-와 ㅋㅋㅋ 진짜 몸 개 좋네
-ㅁㅊ 셔츠핏 무엇?
-뭐예요! 왜 아바타가 진짜 무보정이에요!?
-와 묶은 앞치마 때문에 광배근이 더 잘 잡히네
-아 ㅋㅋ 세상 혼자 사시냐고요!
-이게 진짜 지방 혐오 아니냐?
-그 지방이었냐고 ㅋㅋㅋㅋ
이경복은 하얀색 셔츠를 팔까지 걷어 올리고 감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에 드러난 몸선에 시청자들은 과장스럽게 채팅을 쳤다.
하지만 이내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잡는 순간.
-?
-????
-뭐임?
-와
-아니 ㅅㅂ
-찐 갓플이라고?
가면을 썼다지만 드러나는 콧날과 그 아래 훤히 보이는 입술부터 매끈한 턱선까지.
시청자들은 일부만 봐도 이경복의 외모 수준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모습에 혼란한 것도 잠시.
-야!!!!!!!!!!!!!!!!!!!!!!!!!!!!!
-왜 잘생김? 왜 잘생김? 왜 잘생김?
-와씨 ㅋㅋㅋ 하관만 봐도 ㅈㄴ잘생겼네 ㅅㅂ!
-인생 밸런스 무엇? 인생 밸런스 무엇? 인생 밸런스 무엇?
-아 ㅋㅋ 신이라고 그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냐구욧!
-못 하는 게 없는 갓플, ‘못’ 생긴 것조차 없었쥬?
-아니 ㅋㅋ 그냥 감탄밖에 안 나오네 ㅋㅋㅋ
-날 속였어! 날 속였어! 날 속였어!
채팅창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피부를 톤다운 시킨 거 알면 기절하겠네.’
세영아버지는 그런 반응을 보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신했다.
“트하!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오늘은 세영아버지 님의 일일 주방보조를 맡게 됐습니다!”
이내 이경복의 인사에 채팅창은 더욱 활기가 넘쳤다.
-주방 보조? 왜 아부지가 보조가 아닌 것이지?
-딱 봐도 쉐프 포스임 ㅋㅋㅋ
-진짜 뭘 해줘도 맛있을 비주얼 ㅋㅋㅋ
-아 ㅋㅋ 르 꼬르동 왜감? 그냥 이렇게 태어나면 되는데 ㅋㅋㅋ
-ㄹㅇㅋㅋ 생수 종류별로 한 컵씩만 내줘도 예약 풀로 참
-생수 오마카세는 뭔데 ㅅㅂㅋㅋㅋㅋ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뜻이었고?
시청자들의 격한 환대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세영아버지가 다시 주방에 들어서서 진행을 이어나갔다.
“예상대로 다들 너무 좋아해주시네요. 제가 적극 섭외한 보람이 있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 게스트를 모셔보죠!”
그 멘트와 함께 이번에는 게스트 주방이 단독으로 화면이 잡혔다. 먼저 들어왔던 다른 세 사람은 카메라 밖으로 이미 빠져 있었다.
-?
-추놈 차례 아님?
-사원인데 왜 단독샷?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 ㅋㅋ 바지사장이잖슴
-그냥 갓플 화면 유지하고 목소리만 나와도 되는 거 아님?
-아닠ㅋㅋ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ㅋㅋ
시청자들이 장난을 치는 사이 지놈이 주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헐?
-얼공이라고!?
-ㅁㅊㄷㅁㅊㅇ
-뭐예요! 왜 멀쩡하게 생겼어요!?
-당신 누구야! 우리 형 어디 갔어!?
-내가 아는 우리 형은 동네 바보 형이었는데…?
-추놈 진짜 어디까지 추락하냐? 감히 방송에 대타를 내보내?
-아니면 사실 저게 가면인건?
-쥐놈이 철면피인 거 생각하면 킹능성 있다
-뭔 인피면구냐곸ㅋㅋㅋ
이경복과는 다른 이유의 놀라움이 채팅창에 가득해졌다. 그 중간에는 지놈 팬들 특유의 놀림이 담겨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전자 레벨로 공개하는 남자, 지놈입니다! 생각보다 봐줄만 하죠?”
지놈은 되도록 밝게 인사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텐션을 올렸다.
그 인사에 채팅창 분위기는 다시금 일변했다.
-유전자 공개는 뭔뎈ㅋㅋㅋㅋㅋ
-얼공까지 하고 이 정도의 멘트를?
-아 ㅋㅋ 추놈 맞네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혀엉? 이런 얼굴로 그런 방송을 해왔던 거야?
-겉은 멀쩡한데 속은 왜 이럼?
다행히도 시청자들은 여느 때처럼 그를 놀렸다. 그 모습이 지놈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아, 게놈들 또 이러네. 내가 합방 때 늘 얘기한 거 까먹었어? 톤 앤 매너! 몰라?”
덕분에 그 역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여기서 게놈은 욕이 아닙니다! 지놈 님 시청자 애칭이에요! 어우, 시작부터 벌써 땀나네.”
세영아버지는 말과 달리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에 시청자들은 흡족했다.
-엌ㅋㅋㅋㅋ 아부지 진땀
-퍼플코인 타기가 쉽지 않다 그쵸?
-벌써부터 파란만장해버리기 ㅋㅋㅋ
-5252, 퍼지데이! 광고마저 ‘숙청’해버리는 거냐구웃!
-과연 이 방송은 ‘대박’ 조짐인가, 대박 ‘조짐’이 될 것인가
-대회 뒤풀이는 확실하네 ㅋㅋㅋ
-ㄹㅇㅋㅋ 뒤풀이는 환장하는 게 국룰이자너 ㅋㅋㅋ
시작부터 심심치 않은 방송인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