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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67화 (267/491)

267화 - 남돈남산 뒤풀이 (5)

게스트 소개를 마치고 세영아버지는 바로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본격적인 토크는 식사와 함께 하고, 이제 요리를 시작할 건데요. 게스트 주방은 제가 달리 해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는 웃으며 미리 준비해둔 제품을 카메라 비췄다.

“제품 보시면 포장에 설명이 붙어있거든요? 이거 그냥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훌륭한 요리가 나옵니다. 그러니 제발! 처음제당의 훌륭한 연구원분들, 석박사님들의 노고를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진짜 요리 못하는 사람들은 레시피 개무시함ㅋㅋㅋ

-ㄹㅇㅋㅋ 꼭 지 맘대로 뭔가 대체해놓고 제품 탓함

-???: 국간장을 넣으라고? 진간장도 되겠지 뭐

-그나마 밀키트는 불 조절 실패하면 이해는 되자너 ㅋㅋㅋ

-레토르트 제품 망치면 진심 능지 이슈임ㅋㅋㅋ

그의 말에 시청자들은 공감하는 채팅을 쏟아냈다. 그 사이 게스트 주방에 있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와, 뭐야? 스테이크도 밀키트로 나오네요?”

“스테이크? 너 자신 있어?”

“본인은 감바스에 도전해보겠소.”

그 가운데 지놈이 슬쩍 레토르트 제품을 잡고 스컬킴과 박잡초에게 말했다.

“제일 어려운 튀김은 제가 맡죠. 인턴인 두 분이 국물 있는 거 하나 해주시면 좋겠는데.”

-바로 블랙기업 본성 나와버리기ㅋㅋㅋㅋ

-어렵기는 ㅋㅋㅋ 에어프라이어 돌리는 거잖슴!

-안 그래도 편한 것뿐인데 거기서도 편한 걸 찾네

-내가 아는 그 추놈이 맞습니다!

-뭐야? 평소의 추놈이잖아?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세영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지놈 님이 뭘 모르시네. 국물이 더 쉬워요! 그거 다 냅다 때려 박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가 웃으며 말하자 지놈이 짐짓 헛기침을 했다.

“크흠! 하지만 요리 하나는 제가 또 맡아야겠죠?, 그러니 국물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생색 ON!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아 ㅋㅋ 그냥 에어프라이어나 돌리시라구욧

-묵직하게 준비하는 이클 님이 옆에 있으니까 더 비교되네 ㅋㅋ

-골초조합 가면으로도 숨길 수 없는 경멸의 눈빛ㅋㅋㅋ

-개웃기네 진짜 ㅋㅋㅋ

세영아버지는 올라오는 채팅을 확인하고 웃음 지었다. 게스트 주방은 시끌벅적하니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자, 퍼플 님. 일단 대파를 먼저 손질해주셔야 하는데, 혹시 칼질은 좀 해보셨습니까?”

그의 말에 시청자들도 주의를 돌렸다.

-5252, 유일검에게 칼질을 묻다니?

-그 칼질이었냐곸ㅋㅋㅋㅋ

-도마째로 썰어버릴 일 있냐구웃!

-근데 이미 포스는 30년 외길 쉐프 아니냐

-30년 ㅁㅊㅋㅋㅋ

-갓플 태어나기 전부터 칼질했던 거?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경복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집에서는 요리를 잘 안 해서요.”

“아, 그래요?”

“평소에는 식단 관리 때문에 사먹는 게 대부분입니다. 닭가슴살이나 쉐이크 같은 거요.”

그러나 핑계만 댈 생각은 없었다. 이경복은 이내 살짝 옆으로 물러서며 말을 이었다.

“한 번 시범을 보여주시면 배워보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왠지 퍼플 님이시면 금방 배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세영아버지는 당황하지 않았다. 애당초 주방 보조를 부탁하면서 미리 파악해둔 사항이었다. 질문을 한 건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할 건 제 시그니처 메뉴, 황금볶음밥입니다. 파기름을 먼저 내야 되니까 이렇게 쫑쫑 썰어주시면 충분합니다.”

그는 능숙하게 대파 끝부분을 가볍게 다듬고 대파를 썰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네, 그럼 다 되면 말씀해주시고요. 저는 먼저 계란을 풀어두겠습니다.”

세영아버지는 바로 도마를 넘기고 계란을 꺼냈다. 하지만 이내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려야 했다.

“응?”

연달아 들리는 도마소리가 그의 귀를 사로잡았다. 놀라서 송출화면을 보니 빠른 속도로 대파가 해체(?) 되는 게 보였다.

-???

-아니ㅋㅋㅋ 속도 뭔뎈ㅋㅋㅋ

-처음이라며! 처음이라며! 처음이라며! 처음이라며!

-무슨 분쇄기임?

-그 와중에 간격 개 정확함ㅋㅋㅋ

-처음에 다회차 플레이를 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 ㅋㅋ 퍼펙트 상식 챙기시라구욧!

-오프라인 방송에서도 적용되는 거였고?

시청자들 역시 대경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준비를 마치고 썰어둔 대파를 담았다.

“이 정도면 될까요?”

“와, 너무 좋죠! 아주 좋습니다! 거기 옆에 처음제당 식용유도 같이 주시겠어요?”

이경복은 순순히 그의 지시를 따랐다. 그런데 세영아버지가 오히려 그의 옆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제 쪽으로 안 돌아보셔도 됩니다. 제가 가져갈 거예요. 이거 퍼플 님이 들고 계신 거! 이 장면이 화면에 잡히는 게 중요해요!”

-캬 ㅋㅋ 아부지 숙제하는 솜씨 보소

-같은 제품이지만 누가 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갓플이 드니까 왜 고급스러워 보임?

-아아, 그것이 바로 ‘퍼펙트-프리미엄’이니까

-이래서 광고 모델이 중요한 거지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노골적인 모습에 오히려 즐거워했다.

“다음에는 뭘 준비할까요?”

“아, 계란에 미리 간을 해둘 거라서요. 오늘은 치킨스톡으로……”

“처음제당 저나트륨 치킨스톡 이거죠? 나트륨은 뺐는데 고기 맛은 진하다니까 맛있겠네요.”

이경복도 이에 눈치껏 멘트를 챙기며 제품을 카메라에 잘 보이도록 비추었다.

그 행동에 세영아버지가 진심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아, 좋습니다! 이런 센스 아주 좋아요! 포인트 잘 짚어주시네. 역시 보조도 퍼펙트하시네요!”

-아 ㅋㅋ 치킨스톡은 저나트륨이지!

-다음부터 치킨스톡은 무조건 저걸로 한다 이마리야

-갓플이 선택한 치킨스톡? 이거 못 참거등요 ㅋㅋㅋ

-처음제당 : 방긋방긋^^

-5252, 숙제 천재냐구웃!

-노골적이니까 더 웃기네 ㅋㅋㅋ

채팅창에도 미소가 넘쳤다.

* * *

요리가 완성되고 화면은 테이블 쪽으로 전환됐다. 길게 늘어진 상 위에 준비된 음식이 화면에 비춰졌다.

-와씨 ㅋㅋㅋ 이게 진수성찬이지

-아부지 플레이팅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이마리야

-진짜 ㅋㅋ 음식도 음식인데 접시도 이뻐야 됨

-와 ㅋㅋ 같은 탕수육 돌렸는데 내 건 웬 반죽덩어리로 보이냐 ㅋㅋ

-저녁 먹었는데 또 배고파지네 ㅋㅋㅋㅋ

-그건 그냥 님이 됒…

-님 맞을래요?

-햄휴먼 펀치!

시청자들이 그에 감탄하는 사이 멤버들이 각기 자리를 잡았다. 다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얼굴 공개를 거부한 이클립스는 구석자리에 앉아 화면에는 팔만 나왔다.

“자,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하죠.”

“자리 마련해주신 처음제당 관계자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세영아버지의 말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감사를 표했다.

“좋습니다. 많이 시장하실 텐데 일단 식사부터 하고 토크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햐, 맛있겠다.”

“감사히 먹겠소.”

제각기 수저를 들고 원하는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세영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자, 그렇다고 저희가 먹기만 할 수가 없죠. 맛 평가 한 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본적인 광고 의무는 지켜야 하는 바, 멤버들 모두 수긍했다.

“아니, 근데 이게 광고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맛있습니다.”

“이건 사운드도 같이 들어야 돼요. 바삭함이 살아있다니까요?”

“본인이 만든 감바스라는 게 믿기지 않소.”

“와, 이거 신메뉴인데 진짜 잘 나왔네.”

“사실 처음제당 제품이 맛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 않나요?”

그들의 평가에 채팅창도 바로 반응했다.

-킹직히 후비고면 월클이지 ㅋㅋ

-괜히 잘 팔리는 게 아니다 이마리야

-관계자님들! 할인이나 좀 많이 해주세욧!

-다 떠나서 핵반은 이길 사람 없음 ㅋㅋㅋㅋ

대부분이 동감하는 와중 멤버들은 세영아버지의 요리도 맛보았다.

“와, 진짜 맛있다.”

“밥알이 완전 살아있는데요?”

“음, 카나페가 아주 훌륭하오.”

“아니, 신기하네? 식감이 완전 똑같은데요?”

황금볶음밥과 더불어 전채 요리로 준비한 카나페였다. 세영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 식감! 아주 좋은 포인트입니다. 이걸 또 알아주시네. 근데 이건 저보다는 퍼플 님 공이 큽니다.”

“제가요?”

이경복이 눈을 껌뻑이자 그는 더욱 크게 웃었다.

“아니, 직접 하시고 모르시면 어떡해요. 이게 원래 초보들이 재료를 손질하면 재료가 아주 제멋대로 거든요? 그래서 먹어보면 식감이 아주 중구난방이 됩니다. 그런데 퍼플 님 손질은 무슨 기계가 하는 줄 알았어요.”

세영아버지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볶음밥 속 대파를 잡아서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보이시죠? 이거 완전 복붙이야, 복붙. 웬만큼 칼질이 손에 익어야 가능한데, 퍼플 님은 그걸 그냥 해버리셨어.”

-아니;;; 왜 진짜로 고인물 플레이에요?

-역시 유일검 클라스 ㅎㄷㄷ

-아 ㅋㅋ 식칼도 검이라니깐!

-식칼? 앞으로는 식검이라 부르도록!

-요리까지 퍼펙트 해버렸다 이마리야

-5252, 다음은 퍼펙트-쉐프인 거냐구웃!

-속보) 램든 고지, ‘퍼플 만나고 바른말 고운말 홍보 대사 결심’

-아 ㅋㅋ 갓플 만나고 욕을 못하게 된 거냐고

-뭔 미친 소리야 ㅅㅂㅋㅋㅋ

시청자들은 제 일처럼 그 평가에 기뻐했다. 이경복은 이에 겸손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다 세영아버지 님 지시가 좋아서 그런 거죠. 입력이 잘 돼야 출력도 잘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의 대답에 다른 멤버들도 웃으며 감탄했다.

“크으, 멘트가 역시! 제가 많이 배웁니다!”

“이쯤 되면 트최입 자리도 자발적으로 내놔야 하는 게 아닌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어허, 거 괜한 얘기를!”

지놈이 과장스럽게 발끈하자 웃음이 터졌다. 그리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이어졌다.

맛 평가도 마치고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질 시점이 되자.

“자, 허기도 좀 가셨으니 본격적으로 토크를 좀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그전에 혹시 화장실 가셔야 할 분 있으신가요?”

“아, 저 바로 갔다 오겠습니다.”

“아니, 급하실 거 없습니다. 여기서 한 10분 정도? 프리하게 휴식하겠습니다.”

세영아버지는 능숙하게 편집점을 잡았다. 멤버들은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고 이내 후식이 다시 테이블 위를 장식했다.

“좋습니다. 오늘은 광고 방송이기도 하지만 퍼지데이 뒤풀이기도 하거든요? 미친스머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가 부드럽게 주제를 꺼내며 멤버들을 돌아봤다.

“사실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남달랐단 말이에요? 저는 진짜 대단하다고 느낀 게, 퍼지데이 오디션입니다. 아니, 팀원을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이거 혹시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달리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 물음에 멤버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모였다.

“제가 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경복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와, 역시 방송만 생각하시네요. 기획력이 대단합니다.”

-바보! 방송만 생각하는 바보!

-진짜 오디션부터 꿀잼이었음 ㅋㅋㅋ

-전설의 시작 ㅎㄷㄷ

-아 ㅋㅋ 누가 대회 멤버를 오디션으로 뽑냐구웃!

-그런데 실상 경쟁률 개치열했쥬?

틈틈이 채팅창을 확인하던 세영아버지는 바로 포인트를 잡아냈다.

“그때 오디션 지원자가 엄청 많았죠. 저도 일정만 없었으면 지원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광탈이었을 겁니다.”

이내 그는 스컬킴과 박잡초 쪽으로 눈을 돌렸다.

“최종 오디션 우승자는 스컬킴 님과 박잡초, 소위 골초 조합인 두 분이셨는데 어떠셨었나요?”

그 질문에 먼저 스컬킴이 답했다.

“당시에도 짧게 소감을 밝혔는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마냥 기쁜 게 아니라 완전히 터닝포인트라고 느꼈거든요.”

“아, 저도 이거 되게 공감하는 게. 그 오디션 이전과 이후로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박잡초가 동의하듯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찾아주시는 분들도 엄청 많아지고, 구독자도 쭉쭉 상승하고 덕분에 수입도 좀 넉넉해졌거든요. 그래서 방송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 선순환이 되더라고요.”

“정말 저는 방송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도 항상 감사할 생각입니다. 진짜로요.”

두 사람의 진심어린 말에 시청자들도 뿌듯해했다. 세영아버지도 미소를 지으며 눈을 돌렸다.

“터닝포인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진짜 격변한 분은 또 따로 있거든요. 저는 이클립스 님이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미스틱 리그 쭉 즐기고 계신다고.”

주의는 이클립스 쪽으로 돌아갔다. 화면에 노출 되는 건 팔 뿐이었지만 그는 활발한 몸짓과 함께 답했다.

“확실히 그렇소. 퍼플 경 덕분에 세상은 넓고 탐험할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근본은 잊지 않고 있소.”

“근본이라 하시면?”

“기사도, 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 기사의 의무가 아니겠소이까. 미스틱 리그의 전장에도 불의가 만연하더구려.”

그 대답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클 님은 또 하필이면 탑 포지션이라 ㅋㅋㅋ

-탑신병자들 정의구현은 필수자너 ㅋㅋㅋ

-진짜 미스틱 악귀들은 기사도로 다스려야 함ㅋㅋㅋ

-근본은 킹정이지 ㅋㅋㅋ

세영아버지도 공감하듯 웃다가 재차 시선을 돌렸다.

“아, 근본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사실 퍼지데이는 처음부터 크루로 시작한 게 아니었죠? 퍼플 님이랑 지놈이 합방하시면서 지은 이름이잖아요.”

“아, 그랬죠. 처음에는 거그 합방하면서 컨셉 잡다가 떠올린 겁니다.”

시선을 받은 지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지놈 님은 방송 경력이 꽤 상당하신데도 크루를 결성한 적이 없었거든요. 이거 아마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크루를 결성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지놈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사실, 오늘 얼굴을 공개한 것도 그와 관계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 대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크루 결성과 얼굴이 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지놈은 밝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그 표정과는 상반됐다.

“사실 제가 학창시절이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관리를 해서 괜찮지만 그때는 체격도 왜소하고 소심해서 거의 샌드백 신세였거든요.”

이미 다른 멤버들은 얼핏 들었던 이야기였다.

“뭐, 학폭위원회도 많이 열렸고 덕분에 전학도 자주 갔습니다. 그래서 친구라고 할 사람도 없었어요. 같은 상황이 반복됐거든요. 나름 가깝게 지내던 애들도 바로 모른 척 외면하고 그런 일을 겪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놈은 코끝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인간관계라는 게 다 이런 거구나.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아……”

그의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에 지놈이 빠르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것도 다 옛날 얘기고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놈은 이경복과 이클립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 계기가 퍼지데이였죠. 같이 어울리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 이 사람들도 변하지 않겠구나.”

-킹직히 스머들 중에 앞뒤 다른 사람도 많긴 하지 ㅋㅋㅋ

-갓플이랑 이클 님은 한결같긴 해

-두 사람 다 진국이자너ㅋㅋㅋ

-방송 외적으로도 퍼펙트하다 이마리야

시청자들도 그에 공감하듯 채팅을 쏟아냈다. 지놈은 그에 더욱 자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돌이켜 보면 얼굴 공개를 꺼린 게 트라우마 같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트라우마요?”

“바뀌기 전, 학창시절의 제 모습을 알게 되면 저를 보는 게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 거죠. 그런데 지금은 관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니까 공개해도 별 상관없다고 느껴집니다.”

그의 솔직한 감상에 다들 작게 탄사를 흘렸다. 이에 지놈은 멋쩍은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제 얼굴이 잘나서 시샘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ㅔ?

-추놈 ON!

-아 ㅋㅋ 감동 파괴 뭐냐구웃!

-갓플을 옆에 두고 그런 말이 나옴?

-뭐지? 시력을 상실한 것인가?

그의 너스레에 시청자들이 평소대로 몰아가자 지놈이 코웃음을 쳤다.

“야, 이제 내 얼굴에 불만 있으면 너희들도 팬카페에 인증하고 욕해라? 알았냐?”

“아니, 왜 시청자들이랑 싸우려고 하시는 거예요!”

세영아버지가 웃음을 흘리며 중재했다. 그 상황에 다들 웃으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아, 맞다. 이거 하나만 더 얘기할게요.”

이내 깜빡했다는 듯 지놈이 말을 덧붙였다.

“혹시 지금부터 나랑 친했다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거르세요. 말했지만 저 친구 없습니다.”

-아 ㅋㅋ 이건 킹정이지

-ㄹㅇㅋㅋ 꼭 얼공하면 학교 같이 다녔다는 놈들 나옴

-어떻게든 유명세 이용해먹으려고 아주 ㅋㅋㅋ

-빨대 원천차단 미쳤고?

-역시 형이 방송 짬은 된다니깐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말에 적극 공감을 표했다. 그들 역시 비슷한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세영아버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을 돌렸다.

“자, 좋습니다. 사실 얼공하면 또 퍼플 님께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가면으로 가려도 느껴지는 아우라라는 게 있단 말이죠.”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아무튼 이게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지만 퍼플님도 공개를 안 하시려는 이유를 말씀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세영아버지는 카메라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방송 끝나고,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근거 없는 소문이 또 퍼질 수가 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밝혀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요.”

이경복은 그 요청에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방송 사전에 토크 시간에 던질 질문은 미리 들어둔 터였다.

‘녀석들 예상대로네.’

박주호와 최병훈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을 예상했다. 이번 합방을 결정하면서 두 친구 모두 이경복의 외모에 관심이 쏠릴 걸 직감했던 터였다.

‘준비 해두길 잘했어.’

이에 이경복은 미리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충분했다.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그는 준비해둔 답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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