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73화 (273/491)

273화 - 청정수 한 방울 (1)

이경복은 그 자리에서 게임 플랫폼인 ‘Stream’에서 메탈 펀치를 구입했다.

게임 시작과 더불어 이경복은 튜토리얼에 진입했다.

[캐릭터를 선택하십시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나타난 목록에 이경복은 탄사를 흘렸다.

“와, 캐릭터가 꽤 많네요?”

격자로 구분된 캐릭터 선택창은 가로로 10칸, 세로로 5칸으로 구성돼 총합 50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제가 메탈 펀치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학교 다닐 때 오락실에서 종종 놀았거든요. 그때는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경복이 과거를 떠올리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아닠ㅋㅋ 언젯적 얘기냐구욧!

-와 ㅋㅋ 오락실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

-지금은 아케이드라고 부르지 ㅋㅋㅋ

-근데 전부 AR로 바뀌어서 그 때랑은 완전 다름

-혀엉! 오락실 시절 메탈 펀치 생각하면 절대 안 됨!

-메탈 펀치 오리지널 캐릭터 말고 다른 격겜 콜라보 캐도 많이 추가됐자너 ㅋㅋㅋㅋ

하지만 그중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격겜판이 그만큼 좁아졌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보통 같은 장르면 경쟁하느라 바쁜데

-격겜판은 상부상조해야 먹고 살쥬?

격투게임 유저, 소위 ‘격겜러’들의 자조적인 한탄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비중이 적어 다른 채팅에 금방 묻혀버렸다.

“일단 튜토는 익숙한 캐릭터로 할게요.”

그 사이 이경복은 캐릭터 선택을 마쳤다. 그가 선택한 캐릭터에 시청자들도 바로 납득했다.

-오 ㅋㅋ 세브루스 좋지 ㅋㅋㅋ

-갓플은 복싱해봤으니 금방 적응할 듯

-세브루스가 또 초보들이 하기 좋음

-ㄹㅇㅋㅋ 대부분 손기술이라 난이도 적당하자너

복서, 세브루스는 전형적인 금발 미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선택을 마치자 즉시 주변 배경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와…”

어느새 배경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목재로 만들어진 도장으로 바뀌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사락거리는 풀 소리 덕분에 격투보다는 명상이 더 어울릴 법한 곳이었다.

[커맨드 사용법을 숙지하세요.]

[메탈 펀치는 ‘신경신호’로 커맨드를 입력합니다.]

[신호 패턴 분석 중…]

이어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주의가 돌아갔다. 짧게 메시지 창이 깜빡거리더니 곧 결과가 나왔다.

[‘퍼펙트플레이’ 님은 ‘오른손잡이’, ‘오른발잡이’로 분석됩니다. 맞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건 왜 물어본단 말인가?

-킁카킁카! 늅늅의 야한 냄새!

-격겜러들 보면 환장하겠네 ㅋㅋ

-혀엉! 그냥 편하게 대답하면 돼!

-약손이랑 강손, 약발이랑 강발 구분하려는 거임!

시청자들이 웃으며 채팅을 쳤다. 이경복이 멋쩍게 웃고는 확인을 눌렀다.

[‘신경신호’가 등록되었습니다.]

[커맨드를 입력해 보십시오]

[↓→RP]

연습 상대인지 나무로 된 인간, 목인이 형성됐다. 눈앞에 나타난 기호를 보며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음, 아래로 숙였다가 전진하면서 오른손이겠네요.”

그가 지시를 따르자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스킬이 발동됐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터지며 포탄 같은 스트레이트 펀치가 뻗어졌다.

적중당한 목인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오?”

이경복은 놀라며 일어난 목인에게 그냥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려보았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일반적인 스트레이트였다.

반면 시청자들은 다른 이유로 놀랐다.

-??????

-이걸 한 번에 성공한다고?

-엌ㅋㅋㅋ 진입장벽 바로 점프 뛰어버리고?

-적응속도 뭔데에에에에!

-끊어치기를 원트로 ㅅㅂ ㅋㅋㅋ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어리둥절했다. 그냥 튜토리얼을 했을 뿐인데 왜 놀란단 말인가.

“지시만 따르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 ㅋㅋ 고건 맏찌

-천재는 이래서 안 된다니깐!

-ㄹㅇㅋㅋ 실패를 해봐야 어려운 걸 알지

-혀엉! 커맨드 입력이 원활한 것부터가 격겜러의 재능이라구웃!

-킹반인들은 ↓→이랑 ↘을 구분 못함 ㅋㅋㅋㅋ

-ㅇㅇ 원래 끊어서 입력하는 법부터 익혀야 됨

격투 게임에 적용되는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커맨드 입력으로 혼잡한 전투 도중에도 정확히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는 차분함은 필수였다.

[축하드립니다.]

[캐릭터의 스킬은 각기 3가지 피해로 판정됩니다.]

[1. 상단 – 상단 가드(O) + 하단 회피(O)]

[2. 중단 – 상단 가드(O) + 하단 가드(X)]

[3. 하단 – 상단 가드(X) + 하단 가드(O)]

[적합한 판정의 스킬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튜토리얼은 이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시청자들은 그 메시지에 바로 탄식을 토했다.

-와 이거 진짜 어렵던데

-심리전 개빡셈 ㅋㅋㅋㅋ

-킹직히 이게 격겜의 알파이자 오메가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피지컬도 중요한데 뇌지컬이 더 중요함

-눈치싸움이 더 치열하긴 해ㅋㅋㅋ

-갓플은 걱정이 없겠고?

-퍼펙트 아이 ON!

상대의 가드를 뚫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리를 읽고 허를 찔러야 했다.

-근데 눈치가 빨라도 몸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음 ㅋㅋ

-ㄹㅇㅋㅋ 반응 느리면 바로 기회 날아가고 역풍맞지

-커맨드 잘못 입력하면 또 엉뚱한 기술 나오고 ㅋㅋㅋ

-격겜이 괜히 어려운 게 아니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이 채팅을 쏟아내는 사이 이경복은 가드 자세를 취하는 목인을 바라보았다.

“아, 대충 알겠네요.”

그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목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목인은 당연하게도 펀치를 막아내려 가드를 올렸지만.

“이렇게 허를 찌르거나.”

이경복은 주먹을 회수하며 하단 커맨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캐릭터가 목인의 발을 짓밟으며 어퍼컷을 날렸다.

하단 판정이었기에 가드가 풀리자 이경복은 열린 머리 쪽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목인은 재차 가드를 올렸지만.

“가드하기 전에 치면 되는 거네요.”

나무로 된 양팔 사이로 주먹이 들어가는 게 더 빨랐다.

-반응속도 보소 ㅎㄷㄷ

-캬 ㅋㅋㅋ 역시 퍼지컬이다 이마리야

-와 ㅋㅋ 센스 진짜 미쳤네

-메탈 펀치 튜토를 한 번에 클리어 ㅅㅂ ㅋㅋㅋ

-첫트를 완벽히 끝낸다, 이게 퍼펙트 상식이잖아?

시청자들이 경탄하자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커맨드 입력 안 하고 치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데미지가 좀 짜잘하네요.”

커맨드 입력 없이 자의적인 공격도 가능했다. 그러나 목인의 체력바는 아주 조금밖에 줄지 않았다. 스킬로 사용한 스트레이트 펀치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했다.

“커맨드 활용과 피해 판정, 이 두 가지만 잘하면 되겠네요.”

게임에 대한 이해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 * *

튜토리얼을 끝낸 이경복은 곧바로 랭크전을 눌렀다.

-혀엉? AI 상대 안 해?

-아니 ㅋㅋ 왜 당연하게 랭크전 누르냐곸ㅋㅋㅋㅋ

-커맨드 파악 ㅇㄷ?

-아 ㅋㅋ 그런 거 필요 없으시다구욧

이경복은 놀란 시청자들에게 여유롭게 웃음지어 보였다.

“보니까 상중하 판정만 잘 알면 되고 커맨드도 그 판정을 따라가더라고요. 그리고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실전만큼 좋은 연습이 또 없죠.”

그 말에 채팅창은 ‘역시나’하는 반응이었다.

-퍼자감 바로 나와버리고?

-??? : 인생은 실전이다

-??? : 랭크전 상대는 내 연습상대일 뿐

-??? : 이제 그만, 대충 알았다 메탈 펀치의 레벨.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무친 ㅋㅋ 바로 돌려버리기 ㅋㅋㅋ

-킹부러! 또 어렵게 하려고!

그를 놀리던 시청자들은 이내 다른 우려사항을 깨달았다.

-근데 지금 매칭이 잡히나?

-ㄹㅇㅋㅋ 메탈 펀치 뉴비 씨가 말랐는데 ㅋㅋㅋㅋ

-그래도 격차 3단계까지는 잡히잖슴?

-초단은 멸종이고 3단도 희귀종인데?

-막상 매칭 안 잡혀서 아케이드 모드 가야 되는 거 아님? ㅋㅋㅋ

-그래도 오늘 방송 보고 메탈 펀치 진입한 사람들 좀 있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튜토에서 시달리고 있을 듯 ㅋㅋㅋㅋ

안 그래도 유저 풀이 적다 보니 이경복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게임이 확정된 뒤 부랴부랴 게임을 산 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경복만큼 빨리 튜토를 끝내지는 못했을 터였다.

“음… 그래도 막 바로 사신 시청자분이랑 붙는 건 또 예의가 아니죠. 제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요?”

이경복은 기다릴 생각도, 굳이 그런 이들과 대결할 생각도 없었다. 이에 그는 다른 방안을 찾았다.

“매칭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가볼게요.”

그는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여 서버를 ‘한국’에서 ‘아시아’로 확장시켰다.

다행히 매칭이 금방 잡혔다.

“아, 일본 분이시네.”

아이디 옆에 국기로 해당 계정의 국적이 표기가 됐다. 메탈 펀치는 일본이 개발한 게임인 만큼 유저 숫자는 한국보다 일본 쪽이 많았다.

-아시아로 잡으면 거의 일본이 잡히긴 하지 ㅋㅋㅋ

-그나마 본토는 뉴비가 좀 있구먼

-근데 3단 잡힌 거 보면 일본도 뉴비가 별로 없긴 한가봄 ㅋㅋㅋ

-그래도 한일전은 못참지!

-킹직히 갓플 복싱 실력이면 커맨드 없이도 이길 듯 ㅋㅋㅋ

매칭이 성사되자 시청자들이 흥겹게 기대를 표했다. 그 채팅을 보며 이경복은 손을 움직여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형?

-잘못 누름?

-아니;;; 세브루스는 거기랑 완전 반대편인디요?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직 캐릭터 선택 시간이 남아있던 바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원래 게임이라는 게, 자기가 해보지 못한 걸 경험하니까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선택한 캐릭터는 세브루스가 아니었다.

“복싱은 제가 꽤 오래하기도 해서 충분히 즐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손이 아니라 발기술을 잘 쓰는 쪽으로 해볼까 해요.”

손 기술 위주의 복싱과는 대척점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발 기술이 많은 무술.

그가 선택한 건 태권도를 사용하는 ‘강너울’이라는 캐릭터였다.

그 설명에 채팅창은 우려와 기대로 나누어졌다.

-이러면 진짜 맨땅에 헤딩 아님?

-상대가 뉴비긴 해도 3단이면 쌩초보는 아닌데 ㄷㄷ

-혀엉? 커맨드도 모르는데 그냥 한다고? 이거 맞아?

-아 ㅋㅋ 갓플이면 되자너

-순수 퍼지컬로 압도 쌉가능이지

-오히려 뉴비일 때 이것저것 해보는 게 좋다 이마리야

그리 채팅창이 떠들썩해진 사이 상대도 캐릭터 결정을 마쳤다.

“오, 필립 파이어버드네요? 오락실 때 진짜 자주 봤는데.”

-한방캐를 골라버리네 ㅋㅋㅋ

-마! 니 붕권 좀 치나!

-여기서 뉴비절단기를?

-딱봐도 갓플이 초단인 거 보고 픽한거네 ㅋㅋㅋㅋ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도 오락실의 기억을 반추했다.

“아, 그거 저도 오락실에서 당해본 기억이 있어요. ‘오아!’ 소리 진짜 듣기 싫었는데. 한 방 맞으면 체력이 거의 절반은 깎이잖아요.”

그가 필립 파이어버드 특유의 기합소리까지 흉내를 내자 채팅창에 ‘ㅇㅈ’과 ‘ㅋㅋㅋ’가 번지기 시작했다.

-진짜 겁나 두들겨 패도 오아 한 방에 똑같아짐 ㅋㅋㅋ

-그때 진심 현타오자너 ㅋㅋㅋ

-붕권 맞고 뒤로 구르면 절대 안 됨 ㅋㅋㅋ

-ㄹㅇㅋㅋ 추가타 맞고 바로 KO됨ㅋㅋㅋ

-그러다가 현실에서 붕권 맞고 그랬지 ㅋㅋㅋ

-현실 붕권 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추억을 꺼내는 사이 선택시간이 끝났다. 그와 함께 뒤바뀐 장소는 튜토리얼 때와 마찬가지인 도장이었다.

굵직한 시스템 음성이 귀를 때렸다.

“데뷔전 잘 치러보겠습니다.”

이경복의 여유로운 멘트에 채팅창에 응원이 가득해졌다.

시작 선언과 함께 캐릭터의 통제권이 돌아왔다. 상대는 그 즉시 앞으로 튀어나왔다.

“오아!”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내지른 정권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붕권은 다 좋은데 너무 직선적이란 말이지.’

따로 신기를 발현할 필요도 없었다. 이경복은 가뿐하게 옆으로 몸을 틀며 ‘횡이동’을 시전했다.

그와 더불어 빈틈을 노리기 위해 하단 커맨드를 입력했다.

“오?”

강너울은 즉시 왼발을 축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회전과 함께 아래 정강이를 치고 즉각 몸통을 차올렸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필립 파이어버드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좋은데?’

이경복은 본능적으로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즉시 떠오른 상대를 향해 콤보를 이어나갔다.

-WA! 바로 공콤!

-뭐임? 강너울 처음 아님?

-아 ㅋㅋㅋ 퍼펙트 상식 바로 적용해버리기

시청자들은 그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놀라는 이들이 있었다.

-상단이랑 중단 커맨드 배합 무엇?

-진짜 커맨드 하나도 모르는 거 맞음?

-와씨 ㅋㅋㅋ 타이밍 찢었닼ㅋㅋ

-체류시간 늘리려고 짠손 섞는 뉴비가 이따!?

-청정수라며! 청정수라며! 청정수라며!

-라벨만 청정수고 안에는 썩은물인디요 ㅋㅋㅋㅋ

격겜러들은 이경복의 플레이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한 번 공중에 뜬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내려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한으로 이어지는 콤보는 없었다.

“크헉!”

연이은 타격에 벽까지 밀린 필립 파이어버드는 고통 어린 신음과 함께 떨어졌다.

이제는 반격의 때인가 싶었지만.

“아직입니다.”

이경복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쓰러지려는 필립 파이어버드를 향해 강너울이 몸을 낮추었다. 하단 판정 스킬로 쓰러지려는 상대를 일으켜 벽으로 밀어붙였다.

콰직하는 둔탁한 소음이 연달아 터지며 벽치기 콤보가 이어졌다.

-벽치기 타이밍을 잡았어?

-와낰ㅋㅋㅋ 이거 진짜 미쳤닼ㅋㅋㅋ

-환불사유: 퍼플

-킹직히 이정도면 PTSD 걸림ㅋㅋㅋ

-격겜이 아니라 샌드백 시뮬레이터였고?

-한일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폭 투하였쥬?

-공중 콤보랑 벽치기 두 방 맞은 거 보니까 원폭이 맏따

-미쳤냐고 ㅋㅋㅋㅋ

쭉쭉 줄어드는 체력바에 시청자들은 놀라면서도 즐거움을 표했다.

거의 눈금만큼 남은 체력, 그러나 벽치기 콤보 역시 무한은 아니었기에 필립 파이어버드는 바닥에 쓰러졌다.

-아모른직다!

-필립이라서 또 모름;;

-하단기치고 붕권 들어가면 역전도 가능!

-혀엉! 긴장 늦추지 마!

격겜러들의 경고와 동시에 필립 파이어버드의 반격이 이어졌다. 기상과 동시에 들어오는 하단 공격.

그러나 이미 예측하고 있던 바, 이경복은 가볍게 도약해 공격을 회피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어 그는 밝게 목소리를 높이며 발꿈치로 상대의 이마를 찍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은 체력이 모두 소진되자.

[PERFECT!]

황금색 이펙트와 함께 눈앞에 커다란 문구가 나타났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뷔전에서 바로 닉값해버리기 ㅋㅋㅋㅋ

-퍼플이 퍼펙트를 달성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처음 하는 캐릭으로 첫 랭크전에서 퍼펙트 달성 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청정수가 아니라 산성용액 아니냐고 ㅋㅋㅋㅋ

-퍼며드는 속도 보면 그것도 맞지 ㅋㅋㅋ

단 한 번의 타격도 허용하지 않고 풀 체력으로 승리한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가볍게 말했다.

“아직 랭크가 낮아서 그런지 어렵지가 않네요. 빠르게 올라가보겠습니다.”

그 선언에 채팅창은 다시금 들끓었다.

-아 ㅋㅋ 랭크 수직 등반 가즈아!

-격겜러들 뭐하냐구! 얼른 대기하라구웃!

-갓플께서 어려움을 준비하랍신다!

-아 ㅋㅋㅋ 격겜러쉑들 뚝배기 딱 대!

-진짜 격겜 판에 강너울을 일으켜버리네 ㅋㅋㅋㅋ

이경복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