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74화 (274/491)

274화 - 청정수 한 방울 (2)

개인방송 플랫폼, 세렝게티 TV.

그곳은 메탈 펀치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정점인 유저, ‘어깨’가 방송을 하는 플랫폼이기도 했다.

“상단인 줄 알았는데 중단이죠?”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메탈 펀치의 랭크전을 즐기고 있었다.

“하단, 하단, 하단. 그런데 여기서 중단 끊기.”

여유로운 그의 말투와 함께 상대의 체력바가 빠르게 빠졌다. 이어 승부가 결정됐다.

[K.O.]

어깨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멘트를 쳤다.

“아, 너무 재밌었고요. 그래도 오메가 오시려면 더 연습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ㅋㅋㅋㅋ 개악질ㅋㅋㅋㅋ

-개고생해서 올라왔는데 1라도 안 내주네 ㅋㅋㅋ

-ㄹㅇㅋㅋ 양심상 1라는 져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오메가 수문장 수듄ㅋㅋㅋㅋ

-제발 문 좀 열어달라고요 ㅠㅠ

이번 상대는 메탈 펀치 랭크의 최고등급인 ‘오메가’로 승급할 수 있는 승강전이었다. 그러나 승급의 문턱을 넘기에는 그 문지기가 너무 강했다.

“에헤이, 그 노력을 아는데 이걸 어떻게 봐줍니까?”

어깨는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비난에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다들 아시면서 또 이런다. 격겜판은 실력이 전부잖아요. 빈틈이 보이는 걸 못 본 척해요? 아니, 나도 이러고 싶지가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이내 그는 장난과 진심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 그리고 나도 좀 즐겨야지. 이렇게 매칭 잡히는 게 어디 흔합니까? 기회 있을 때 나도 좀 놀아봐야 될 거 아냐.”

-고것도 맞긴 해 ㅋㅋㅋ

-형이랑 붙을 격겜러가 많지는 않지 ㅋㅋㅋ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몇 안 되지 않나 ㅋㅋㅋ

-어깨형은 진짜 월클이라 시차 때문에 게임을 못함 ㅋㅋㅋ

-킹직히 오히려 자기 이겨줄 사람 기다리고 있을 듯

-ㄹㅇㅋㅋ 그러면 같이 게임할 수 있을 테니까

어깨는 수월히 매칭이 잡히기에는 너무 높은 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일부러 패배를 거듭해 랭크를 낮추는, 소위 ‘패작’이라는 행위라도 하지 않으면 매칭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물론 그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생각도 없었고, 메탈 펀치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기에 그런 어뷰징 행위는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 오늘은 뭐 다른 스머님들 이벤트 안 하시나? 대담님이나 엄마퀸님 방송 중이신가?”

-또또 타스 이벤트 날름 먹으려고!

-아 ㅋㅋ 공짜 경품은 못 참지!

-저번에 대담님 빡종 시켜놓고 또 찾는다고?

-정말 지독하다 지독해 ㅋㅋㅋㅋ

격투 게임 판이 워낙 좁은 만큼 스트리머들 사이가 돈독했다. 이에 어깨는 종종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에 난입해 컨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그가 다른 메탈 펀치 스트리머 상황을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대형뉴비등장’님이 별방울 ‘100’개 선물!]

[혀엉! 지금 메탈 펀치에 진짜 개쩌는 분 들어오셨어!]

개당 100원에 해당하는 별방울이 100개, 1만 원의 후원과 함께 전해진 메시지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인!? 누구? 어떤 분이셔!? 이름 빨리! 너, 낚시면 바로 밴인 거 알지?”

그는 진심으로 들뜬 목소리로 반응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스트리머 언급을 자제하는 게 규칙이지만 메탈 펀치와 관련된 스트리머는 예외였다.

어깨는 게임의 승패만큼은 강경파였지만 격투게임 판에 대한 일에는 온건파였다.

-아 ㅋㅋ 그분?

-그 만렙뉴비 님 얘기하는 거?ㅋㅋㅋ

-근데 진짜 잘하긴 함ㅋㅋㅋ

-킹직히 뉴비라고 부르기 힘들긴 해

이내 올라오는 채팅창 반응에 어깨는 이 후원이 거짓이 아님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누구신데? 왜 이름을 얘길 안 해줘? 혹시 도방으로 문제 될까 봐? 아니, 내가 뉴비분들 구경 한두 번해? 화면에 안 띄우고 나만 보잖아.”

그가 더욱 답답해하자 채팅창에 웃음이 퍼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일부러 안 알려주는 건 아니었다.

-근데 그 분 세렝게티에서 방송 안 하심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않나?

-ㄹㅇㅋㅋ 플랫폼만 언급 안하면 되지 뭐

-퍼플 님이 메탈 펀치 시작함

-ㅅㅂ 바로 박아버리네 ㅋㅋㅋㅋ

이어지는 채팅에 어깨도 상황을 파악했다.

“퍼플 님? 지금 핫한 그 퍼플 님이 메탈 펀치를 하신다고?!”

메탈 펀치에만 매진해온 어깨였지만 그 역시 퍼플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와, 진짜 잘하실 것 같은데…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네.”

어깨는 세렝게티 TV 파트너 스트리머였다. 이에 다른 방송 플랫폼,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경쟁 플랫폼인 트라이를 언급할 수는 없었다.

“퍼플 님도 거기 파트너시잖아? 하…”

반대로 퍼플 역시 트라이 파트너 스트리머인 바, 세렝게티 TV 쪽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에 어깨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어느 정도 하신 거야? 재미 좀 붙이셨어?”

플랫폼은 달라도 격투게임 판에 그 정도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가 왔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그가 호기심을 보이자 시청자들이 바로 화답했다.

-지금 1시간 정도 됐나?

-ㅇㅇ 그랬을 걸

-근데 플레이는 1시간급이 아님ㅋㅋㅋㅋ

“아, 아직 1시간밖에 안 되셨구나.”

어깨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그는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퍼플의 진행상황을 유추해 보았다.

“튜토 끝내고, 미리 주캐 결정하고 시작하셨어도 연습은 좀 필요하시겠네. 바로 랭크전 갔으면 지금 한 5단? 그 정도?”

이내 그는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니지. 퍼플 님 정도 피지컬이면 그보다 더 빠르겠다. 지금 한 10단, 10단은 가셨겠네. 맞지?”

그의 물음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와 ㅋㅋㅋ 아무리 어깨라도 퍼플 실력은 예측불가인 듯

-그래도 얼추 비슷한 게 소름ㅋㅋㅋ

-퍼플님 튜토 원트로 끝냄ㅋㅋㅋ

-주캐도 없고 그냥 첨하는 캐릭터로 바로 랭전 박았자너 ㅋㅋㅋ

시청자들의 제보에 어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습도 안 하고 바로? 아니, 분위기 보니까 그런데도 10단 이상인 것 같은데… 설마 1시간에 뉴비촌 벗어났다고?”

-ㅇㅇ 녹단 뚫고 노랑단 진입함

-어깨조차 믿지 못한 결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왜진?

-아 ㅋㅋ 만렙뉴비는 처음이지?

-진짜 말도 안 되는 속도자너 ㅋㅋ

시청자들은 이에 그 소식을 전달해주었다.

랭크가 오르면 계정 앞에 ‘단증’이 붙는데 메탈 펀치 유저들은 녹색단인 11단까지를 뉴비라고 지칭했다.

“아니, 그게 가능한가?”

다른 누구보다 한국 메탈 펀치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어깨였다. 그로서는 이 비정상적인 속도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퍼플의 실력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매칭이 그렇게 빨리 잡힌다고?”

-ㄴㄴ 초장부터 그냥 아시아 섭으로 매칭 잡음

-지금 일본 뉴비들 양학하면서 로켓상승 중이자너 ㅋㅋㅋ

-개쩌는게 1라당 30초도 안 걸림 ㅋㅋㅋ

-연승포인트 넘모 달달한 거시고요?

어깨는 채팅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1라당 30초? 야씨, 그럼 전부 퍼펙트로 이겼다는 소린데? 내 말 맞아?”

형식은 질문이었지만 그 역시 직감했다. 시청자들이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시청자들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감탄을 터트렸다.

“와… 진짜 퍼지컬 퍼지컬 말만 들었는데 대단하시구나. 유명하신 이유가 있네.”

그 놀라움은 이내 호승심으로 바뀌었다. 그가 격겜러로서 자리를 잡은 건 실력도 있지만 언제나 강자와의 대결을 갈망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제발! 퍼플 님이 메탈 펀치에 재미 붙였으면 좋겠다. 그 정도 실력이면 오메가까지 금방 오실 것 같은데…!”

그가 양손을 맞잡으며 기도하듯 말하자 시청자들이 더욱 큰 웃음을 터트렸다.

-아 ㅋㅋ 그러지 말고 직접 가시라구요 ㅋㅋㅋ

-ㄹㅇㅋㅋ VIP회원권 사서 부캐 파자!

-퍼플과의 한 판 승부에 1천만 원? 오히려 저렴할지도?

어뷰징 행위 없이 하위 등급과 대결할 수 있는 방법은 추가 계정을 만들 수 있는 ‘VIP’회원권뿐이었다.

어깨는 이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아니, 뭔 VIP야. 님들, 저 메탈 펀치 대회도 세렝게티 도움으로 겨우 겨우 여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 돈 있으면 상금으로 걸어야지.”

격투 게임 판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전설적인 유저임에도 벌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메탈 펀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바, 그는 세렝게티 TV와 협력해 자비로 대회를 열곤 했다.

-대회 열고 상금은 형이 회수 하잖슴!

-어깨 배 메탈 펀치 대회, 우승자 어깨!

-주최와 해설, 그리고 선수까지 뛰는 우리 형 ㅋㅋㅋㅋㅋ

-그래도 2등 상금은 줘야 되니까 부담은 맞따 ㅋ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어깨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자자, 아무튼 됐고! 그나저나 노랑단 가셨으면 슬슬 본격적인 게임 하시겠네.”

그는 눈을 굴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노랑단 실력도 실력이긴 한데, 좀 다른 의미로 힘든 구간이지.”

사람들이 격투 게임에 흥미를 느끼다가도 포기하는 이유.

그것은 비단 게임 실력의 격차만이 아니었다.

“제발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어깨는 진심으로 퍼플을 응원했다.

* * *

이경복은 상대가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온 타이밍에 맞추어 커맨드를 입력했다.

쿵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발을 디딘 강너울은 소용돌이처럼 뒤돌려차기를 시전했다.

-캬 ㅋㅋㅋ 정확하게 들어가버렸고?

-타격감 진짜 미쳤다 진짜 ㅋㅋㅋ

-마! 이게 K-마샬 아츠다!

상대 몸통이 발자국 형태로 음푹 파임과 동시에 다시 벽에 추돌, 체력바가 전부 소진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 했지만.

[연결 오류]

[상대 재접속을 기다립니다.]

이내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

이경복의 탄식과 더불어 채팅창이 폭발했다.

-야!!!!!!!!!!!!!!!!!!!!!!!!

-아잇 C8!

-아 진짜 ㅅㅂ

-3연속 랜뽑은 선 넘네 진짜

-노랑단 수질 완전 더럽네 ㅋㅋㅋㅋ

-오줌물인 듯?

-아 ㅋㅋ 갓플 실력에 지려서 그런 거였네 ㅋㅋㅋ

-이게 게임이냐!

승패가 결정되기 전에 일부러 인터넷 접속을 끊는, 소위 ‘랜뽑’이라 부르는 행위였다.

연결이 끊기면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걸 악용한 어뷰징의 하나였다.

당연하게도 상대는 재접속하지 않았고 이경복은 다시 로비로 돌아와야 했다.

-어쩐지 연승 기록 있을 때부터 좀 불안하다 했다

-ㄹㅇㅋㅋ 연승기록치고 개허접인 거부터 이상하다 싶었음

-아니 ㅅㅂ 랜뽑으로 연승 유지하면 좋나?

-어차피 그딴 식으로 승단해도 바로 강등될 텐데 왜 저러는 거

-진짜 사고방식 노이해 ㅋㅋㅋㅋ

-그나마 갓플이라서 게임당 시간이 얼마 안 걸려서 다행임 ㅋㅋㅋ

-ㄹㅇㅋㅋ 다른 스머였으면 진짜 볼맛 안 났을 듯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지자 시청자들은 격분을 토했다. 이경복도 이에 씁쓸해했다.

“격겜러 분들이 승부욕 강한 거야 예상은 했는데, 이런 분들이 비중이 상당하네요.”

-진짜 ㅋㅋㅋ 뉴비들이 격겜판 떠나는 게 다 이유가 있음

-기껏 개고생해서 이겼는데 랜뽑? 이거 할 맛 안 나지 ㅋㅋㅋ

-그나마 한국 유저였으면 계정 박제라도 하는데 ㅅㅂ

-아니, 그냥 체력 소진되면 연결 유무 상관없이 기록하면 되는데 이걸 패치를 안 하네

평소라면 이경복도 시청자들을 자제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서도 짜증이 날만한 상황이었다.

“그냥 좀 아쉽습니다. 솔직히 이러면 실력이 안 늘어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도망칠 구석을 남겨두는 거잖아요? 안일하게 플레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푸념에 의외로 시청자들은 분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팅창에는 웃음이 번져갔다.

-맞말인데 그걸 형이 하는 건 쵸큼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패배를 해보셨어야 아는 거 아니냐구요

-???: 패배는 인정해야 실력이 는다 (0패인 사람이 한 말)

-아 ㅋㅋ 실력이 더 이상 늘 필요가 없으니까 패배를 안 하는 거지

-엌ㅋㅋㅋ 서순 문제였네 ㅋㅋㅋ

-퍼펙트 상식이 늘었다!

-여윽시 퍼기만을 복용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이 실소를 흘렸다.

‘다들 귀엽다니까. 덕분에 기분이 좀 괜찮아지네.’

분위기는 다시 부드러워졌지만 아직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사실 거르려면 거를 수 있기는 한데…’

랜뽑을 하는 유저, ‘랜뽑러’를 구분하는 건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상대만 해도 캐릭터 선택 때부터 불쾌한 기운이 솔솔 풍겨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피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단 말이지.’

아무 이유 없이 매칭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마치 상대가 무서워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그리 고민하는 와중 다시 매칭이 성사됐다.

‘4연속이네.’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번 상대 역시 불쾌감이 전해져왔다.

-아, 제발 이번 판은 깔끔하게 가자!

-킹직히 이번에도 랜뽑이면 빡종 ㅇㅈ

-님 도르신? 퍼손실 책임 감당 가능?

-아 ㅋㅋ 방종이 아니라 다른 게임 해주겠지

-???: 네, 재밌었구요

-메탈 펀치 1시간 컷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웃고는 있었지만 스트레스가 꽤 쌓여있었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끝낼 수는 없지.’

이경복은 줄어드는 선택 시간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재차 강너울을 선택한 그는 결단을 내렸다.

-?

-형?

-뭐임? 갑자기 뭐임?

-퍼펙트 페이크인 거신가!?

-갑분필립 무엇?

선택 시간이 끝나기 직전 그는 캐릭터를 바꾸었다.

“랜뽑 대비를 해볼까 해서요.”

그 캐릭터는 바로 한방캐로 알려진 필립 파이어버드였다.

이경복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랜뽑 대처와 필립 파이어버드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노랑단인데 첨하는 캐는 좀 위험하지 않나?

-갑자기 또 맨땅에 헤딩을?

-하지만 그게 퍼펙트-헤딩이라면?

-아 ㅋㅋ 갓플이 다 알아서 한다니깐!

-뭔가, 뭔가 해낼 거임! 아무튼 해냄!

채팅창이 밀려드는 사이 파이트 선언이 울려 퍼졌다.

‘기본은 다르지 않아.’

처음 다루는 캐릭터였지만 이경복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는 상대의 공세를 피하고 즉각 커맨드를 입력했다.

마치 망치를 내려치듯 주먹으로 상대를 후려치자 몸이 아래로 꺾였다. 이윽고 다리를 걸어 넘기자 상대의 몸이 공중에서 넘어졌다.

-바로 콤보라고!?

-ㅁㅊㄷㅁㅊㅇ

-철산고 타이밍 지렸다 ㅋㅋㅋ

-응~ 아직이야~ 못 내려가~

-짠손! 짠손!

-상대 개빡돌겠넼ㅋㅋㅋㅋ

이경복이 공중 콤보로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역시 처음 하는 캐릭터라서일까.

-아, 반피밖에 못 깎았네

-그래도 기선 제압은 확실했다 이마리야 ㅋㅋㅋ

-ㄹㅇㅋㅋ 이미 상대 멘탈 나가리 됐을 듯

-그래도 반피면 아모른직다임!

-오히려 이 악물고 덤빌지도 ㅋㅋㅋ

이전의 플레이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과를 거두며 콤보가 끊어졌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노림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지금이야.’

집중과 더불어 발현된 신기가 상대 캐릭터의 세밀한 근육 활동마저 전달해왔다.

바닥을 지지하며 일어나는 팔과 앞으로 쏠리는 무게 중심, 그리고 둥그렇게 말려드는 근육들.

수집된 정보는 바로 결과를 산출했다.

슬쩍 물러나는 듯했던 이경복은 바로 커맨드를 입력했다.

“오아!”

앞으로 구르며 일어나려던 상대는 허리조차 피지 못했다. 필립 파이어버드의 기합소리와 함께 내지른 정권이 그를 적중시켰다.

쾅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절반이나 남았던 체력이 단번에 소실됐다.

[PERFECT!]

이어 황금색 문구가 터져 나오고, 한 박자 늦게 다른 메시지가 이어졌다.

[연결 오류]

[상대 재접속을 기다립니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이경복의 대처법을 이해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랜뽑러쉑ㅋㅋㅋ 늦어버렸쥬?

-응 안돼~ 이미 퍼펙트 떴어~^^

-가드 타이밍은 물론이고 랜뽑 타이밍도 빼앗아 버리기 ㅋㅋㅋ

-아닠ㅋㅋ반피 남았는데 랜뽑할 생각이 들겠냐고 ㅋㅋㅋ

랜뽑러들은 패배를 피하려는 것이지 승리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었다.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 역시 쉽사리 게임을 떠나지 않을 터였다.

이경복은 이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단번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캐릭터인 필립 파이어버드를 선택한 것이었다.

“지금부터는 강너울이랑 필립 파이어버드로 승단 이어가겠습니다.”

로비로 돌아온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은 더욱 크게 웃었다.

-아 ㅋㅋ 랜뽑 하실 수 있으면 하시라고요 ㅋㅋㅋㅋ

-격겜 심리전이 맞긴 한데 전혀 못 보던 심리전이고?

-???: 지금 뽑아야 되나? 킹능성 있나?

-랜뽑러 심리전 ㅅㅂㅋㅋㅋㅋ

-여윽시 갓플 방송이다 이말이야

-짜릿해! 늘 새로워! 갓플이 최고야!

이경복의 방송이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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