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80화 (280/491)

280화 - 스텝 바이 스텝 (3)

이클립스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역시나…!’

그는 다시금 자신의 선택에 확신했다. 이경복과의 일합마다 그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중검과는 확실히 달라.’

비록 손에 들고 있는 건 홀로그램을 씌운 모형 검이었지만, 이경복의 검격에서 느껴지는 그 기세는 진검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순수한 재능으로 벼려진, 그렇기에 더욱 자유로운 쾌검.’

중검은 그 이름 그대로 무게와 힘에 치중해 매 일격으로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경복이 보여주는 쾌검은 달랐다.

‘필요한 만큼의 절제, 그로써 펼쳐지는 다채로운 검로.’

상대를 압도하려는 기세가 아니다. 적절한 힘 조절로 자신의 검로를 봉쇄하고 허를 찔러 들어온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그로 인해 새로운 검로가 펼쳐지니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놓치지 말자.’

이클립스가 각오를 다지는 반면 이경복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클립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엘든 소울에서 내가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처음 이클리스와 검을 맞댔을 때는 이경복이 그의 경험을 보고 습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

‘이게 경험의 차이인가.’

인상적인 건 이클립스에게는 이경복의 신기와 같은 능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 그는 순수하게 지난 세월 동안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역시 검술의 달인이시라니까.’

이는 마치 집을 세우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이 재료부터 모으려면 한 세월이 걸릴 터였다. 그러나 ‘중검’이라는 집을 해체해 재료로 삼고, ‘쾌검’이라는 새로운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하니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대련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어느새 주변에 구경꾼들이 가득 모였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따로 초청한 분들이신가?

“개쩐다 진짜.”

단순히 검만 맞부딪치는 게 아니라 검격을 나눌 때마다 홀로그램 이펙트가 터지니 이목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 홀린 듯 구경하는 사람들 중 몇몇 이들은 그 모습을 혼자서 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Stellagram Live!]

사진 위주의 SNS인 스텔라그램의 라이브 기능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영상을 송출했다.

-갑자기 라이브 뭐냐 ㅋㅋ

-오락실 감?

-저거 리얼 메탈 펀치임?

친구들의 채팅에 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야, 이거 완전 미쳤어. 진짜 츠지모토인 줄.”

-진짜 츠지모토 ㅇㅈㄹ ㅋㅋㅋㅋ

-야씨 ㅋㅋ 현실을 살아 제발!

-지는 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심 개 잘하는데?

-내가 아는 리얼 메탈 펀치가 아닌데?

-와 ㅋㅋ 이거 뭐냐 ㅋㅋㅋㅋ

오락실을 찾을 만큼 어느 정도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인 바, 그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거기 로데오 거리임?

-아 ㅋㅋ 직관 마렵네

-ㅅㅂ 수업쨀까?

-저 사람들 대체 정체가 뭐임?

-저렇게 잘 하는 사람이 흔치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들은 게임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혹시 이클립스 님?

-아니 설마 ㅋㅋㅋㅋㅋㅋ

-이클립스님이 리얼 메탈 펀치를 왜 함?

-근데 체격은 좀 비슷한 거 같긴 하고

-ㄹㅇㅋㅋ 이클님 정도 덩치가 흔치 않긴 해.

“아니, 뭔. 이클 님이면 검술로 질 리가 있냐?”

게임 방송도 즐겨보던 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클 님 이길 사람이면?

-설마사카!

-저 두 사람이 이클 님이랑 갓플 님이라고?

-야! 나 지금 바로 간다!

-나도 수업 짼다!

-야야야! 진짜면 사인, 사인 좀 받아줘!

친구들의 채팅에도 라이브를 켠 당사자는 무어라 말을 하지 못했다.

‘진심? 진짜로?’

만약 친구들의 말이 진짜라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두 눈 부릅뜨고 홀로그램 안 속 얼굴을 살펴보려 했다.

‘아씨, 아예 안 보이네.’

번쩍이는 이펙트와 홀로그램은 물론이고 슈츠의 헬멧 고글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얼굴을 본다고 해도 알지 못할 터였다.

애당초 두 사람의 얼굴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두 사람의 대련이 끝났다. 결과는 이경복의 승리였다.

“햐, 역시 못 당하겠네요.”

“후아,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이경복과 이클립스 모두 숨을 고르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와…!”

“진짜 미쳤다.”

“우리도 해볼까?”

“아니, 미쳤냐고!”

주변에서 터져 나온 박수소리와 말들에 두 사람은 눈을 돌렸다.

“아니…”

“웬 사람들이 이렇게?”

그제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걸 깨달은 둘은 놀라 눈을 껌뻑였다.

그사이 한 남자가 빠르게 스테이지 쪽으로 다가왔다.

“저, 저기! 저기요!”

“네?”

“호, 혹시… 이, 이클립스…”

자신이 없어서인지 더듬더듬 작은 목소리로 나온 물음이었다. 하지만 이경복과 이클립스는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아, 아뇨! 그런 사람 아닙니다.”

이클립스가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즉시 나온 부정에 남자가 흠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기울였다.

“사람이라고 안 했는데…”

“어, 무슨 말씀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경복은 난처해하는 이클립스와 다가온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다행히 해코지할 사람은 아닌가보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리 불쾌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진짜 팬이라서 이클립스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클 님은 얼굴 공개를 꺼리시니까.’

이경복은 잽싸게 호출 버튼을 눌렀다. 삑하는 기계음과 함께 안쪽에서 중년 남성이 달려왔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호출에 불려나온 남자, 오락실 주인은 멀뚱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모여 있지?’

안 그래도 애물단지처럼 여겨지던 리얼 메탈 펀치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스테이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아, 죄송한데요. 부탁 하나 드릴 게 있어서요.”

“부탁이요?”

그런 주인에게 이경복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이 헬멧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주인은 그리 되물으며 반사적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취객은 아닌데?’

차라리 술에 취했으면 이해라도 할 만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멀쩡한 정신으로 왜 남의 오락실 물건을 빌려달란 말인가?

그때 이클립스가 다가왔다.

‘겨, 경찰이라도 불러야 되나?’

한 덩치 하는 이클립스가 다가오니 주인은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이클립스가 넙죽 허리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사정이 있습니다. 헬멧은 꼭 돌려 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지. 보증금을 제가 드리죠.”

이클립스는 재빠르게 오락실 벽면에 붙은 계좌를 보며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던 주인은 이내 도착한 알림에 잇몸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거면 새 슈츠 서너벌은 사겠는데?’

판단을 마친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유, 빌려드려야죠! 오히려 안 돌려주셨으면…”

주인은 이내 뒷말을 삼키며 자발적으로 몰려든 손님에게 몸을 돌렸다.

“자자, 게임할 거 아니면 좀 비켜주세요! 길 막고 계시면 안 됩니다!”

그가 사람들을 물리는 사이 이경복과 이클립스는 슈츠를 벗었다.

“아, 저기!”

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재빠르게 오락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헬멧은 쓴 상태였기에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퍼플 님, 택시 타시죠. 이쪽으로!”

이클립스는 몸소 도로까지 나와 택시를 잡았다. 헬멧을 쓴 두 장정이 뒷좌석에 타자 택시 기사의 동공이 흔들렸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바로 헬멧을 벗었기에 오해(?)는 없었다.

이클립스는 행선지를 밝힌 뒤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게 됐네요.”

이내 밀려오는 자책감에 이클립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경복은 이에 웃음을 흘렸다.

“아뇨,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뭔가 큐튜버다운 경험이라고 해야 되나? 이런 거 많이 하지 않나요?”

위로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경복은 일련의 상황이 즐겁기만 했다.

“아, 그나저나 좀 급하게 나와서 대련이 끝나버렸네요. 도움이 됐나 모르겠습니다.”

“아뇨, 진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경복이 화제를 바꾸자 이클립스가 바로 손을 내저었다.

“AI상대로 연습 몇 시간 한 것보다 이번 대련 한 번으로 깨달은 게 더 많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이경복은 이내 눈을 굴리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메탈 펀치 방송으로 하실 거죠?”

“네? 아, 그래야죠.”

“그럼 같이하시죠.”

“합방 말입니까? 하지만 전 이제 시작하는 건데요?”

“괜찮아요.”

그 대답에 이클립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혼자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겁니다.”

* * *

늦은 오후, 세렝게티 TV 본사

어깨는 약간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문이 열리며 마른 인상의 남자가 들어섰다.

“아이고, 회의가 조금 길어졌네. 많이 기다렸나?”

“아유, 아닙니다. 방 대표님.”

어깨는 그에게 고개 숙이며 웃음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바로 세렝게티 TV의 대표이사, 방한울이었다.

“자주 보니까 좋구만. 아니, 근데 갑자기 어쩐 일이야? 메탈 펀치 대회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방한울이 자리를 잡으며 묻자 어깨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저번 메탈 펀치 대회는 방 대표님이 힘 좀 써주신 덕분에 아주 호황이었죠. 매번 세렝게티 후원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띄워주는 걸 보니까 뭐 또 부탁할 게 있구만?”

방한울이 다 안다는 눈빛으로 말하자 어깨가 머쓱한 표정으로 뒷목을 쓸어내렸다.

“에이, 다 저만 좋자고 하는 일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아, 그야 알지. 그런데 대회를 또 열기에는 텀이 좀 짧지 않나?”

“엄밀히 말하면 대회는 아닙니다. 다른 기획이에요.”

“다른 기획?”

방한울의 눈썹이 들렸다.

“설마 메탈 펀치 말고 다른 게임하려는 건 아니지? 혹시라도 그러지 말아. 한국에서는 어깨가 곧 메탈 펀치이고, 메탈 펀치가 곧 어깨 아닌가. 응? 메탈 펀치에서는 말 그대로 어깨가 무거운 법이야.”

자신의 농담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웃음을 흘렸다. 어깨도 이에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한국 메탈 펀치에서 세렝게티가 또 빠지면 섭섭하죠. 물론 메탈 펀치 얘기입니다.”

그러나 어깨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번 기획은 더 공을 들여야 했다.

“대표님, 혹시 퍼플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퍼플? 에헤이, 이 사람 이거. 당연히 알지! 요즘 이쪽 업계에서 퍼플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 아시는군요.”

“햐, 그 친구 아주 물건이데? 진짜 이야기 들을 때마다 너무 아쉬워. 왜 하필이면 트라이에서 방송을 시작해가지고… 내가 진짜 퍼플이 세렝게티에서 방송 시작했다면 정말 극빈 대접해줬을 거야.”

방한울은 아쉽다는 듯 입말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트라이에 정착해버렸는데. 지금 우리 쪽 입장에서는 적대국 전술핵이나 다름없지.”

“네, 그만큼 파급력이 있죠. 그런데 요즘 그 퍼플이 메탈 펀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판을 좀 깔아볼까 해서요.”

“판? 퍼플이랑?”

방한울은 어깨를 슬쩍 훑어보고는 실소를 흘렸다.

“아니, 천하의 어깨도 퍼플을 견제하려는 거야? 에이, 그래도 합방은 좀 곤란하지.”

그는 짧게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 오해하지 마? 내가 우리 어깨를 못 믿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세렝게티에 퍼플을 노출시키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거든.”

그 말에도 어깨는 담담했다. 이전에 친한 동생인 채널과 얘기했던 대로 예상한 반응이었다.

“합방이 아니라 더 큰 판입니다.”

“더 큰?”

“네. 이벤트를 하나 열까 하는데 세렝게티 쪽 도움이 꼭 필요해서요.”

그 말에 방한울의 표정이 일변했다.

“합방도 좀 어렵다고 했는데 더 큰 카드가 있다라. 이거는 안 들어볼 수가 없네.”

어깨는 마른 침을 삼켰다.

서로 지낸 세월 덕분에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플랫폼과 방송인의 관계였다.

방한울은 대표에 오른 만큼 공과 사의 구분은 철저했다.

“세렝게티와 트라이, 플랫폼 대전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플랫폼 대전?”

방한울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소파를 가볍게 두드리며 눈을 굴렸다.

정적 속에 공기가 무거워졌다.

“흠, 어떤 그림 그리는지 대충 윤곽이 잡히긴 해. 일단 트라이에서 승낙할지는 나중 문제고.”

그는 어깨의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이거 판 벌어지면 멈출 수 없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메탈 펀치와 어깨, 그리고 거기에 퍼플까지. 이 키워드 붙으면 파괴력이 장난이 아닐 거야. 그래도 해보겠다?”

“제가 원하는 것도 그겁니다.”

어깨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표님 말씀대로입니다. 퍼플은 지금 전술핵이에요. 그 핵을 터트려야 합니다.”

그 스스로가 자신이 없다면 누구도 설득되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는 건 세렝게티가 될 겁니다.”

“…확실히 이길 자신 있고?”

방한울의 물음에 어깨는 미소 지었다. 그것은 설득을 위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었다.

“답은 아까 말씀해주셨잖아요?”

“아, 그렇지. 맞아. 메탈 펀치가 어깨고 어깨가 메탈 펀치이지. 이건 내 실언이었네.”

방한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손뼉까지 쳤다. 하지만 이내 웃음기를 지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한 번 해봐. 하지만 우리가 트라이에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잖아? 자리 정도는 마련해줄 테니까 직접 그림 완성해줘.”

“예, 감사합니다!”

“그래, 나중에 확정되면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방한울의 말에 어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그는 밖으로 나서려다가 돌아섰다.

“대표님.”

“왜?”

“트라이랑 자리, 최대한 빨리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방한울이 그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어깨가 이유를 밝혔다.

“퍼플, 그 친구 성장 속도가 상상이상이거든요. 제가 질 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메탈 펀치 판을 생각하는 온건파는 물론 승부에 엄격한 강경파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질 건 확실합니다.”

어깨는 두 가지 시선으로 이경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늦은 저녁, 메탈 펀치 2일 차 방송.

이경복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루 만에 고인 청정수 어서오고

-이게 고인물이야 청정수야?

-숙성속도 무냐구웃!

-아 ㅋㅋ 오늘은 보라단 가는 거 맏찌?

-ㄹㅇㅋㅋ 갓플은 언제나 닉값을 했다 이마리야

-격겜러들 갓플이랑 한 번 붙어보려고 랭크 돌리고 있을 듯 ㅋㅋ

-셀프 뚝배기 각이쥬?

그들은 이경복이 전날과 같이 엄청난 승단 속도를 보여주리라 의심치 않았다.

“자, 오늘은!”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메탈 펀치의 메뉴를 선택했다. 그의 행동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

-혀엉? 랭크매치 눌러야지!

-갑자기 아케이드는 왜?

-갓플이 미스를?

-감나빗!

이경복은 랭크매치가 아니라 아케이드를 선택했다.

물론 실수가 아니었다.

그는 나아가 아케이드의 하위 메뉴를 다시 한 번 선택했다.

[태그 매치]

그 선택에 채팅창이 격동했다.

-어? 어어!?

-갑자기 태그를?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혹시 시참이야? 그런 거야!?

-5252, 오늘은 퍼펙트 버스 운행이었냐구웃!

-HOXY 몰래 온 손님?

이경복은 그 반응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깜짝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이분도 메탈 펀치를 처음 하는 청정수시거든요? 지금 바로 초대해볼게요!”

그가 초대장을 보내자 곧 손님이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퍼플 경의 초청에 감사드리오!”

이클립스의 즐거운 목소리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흥겨워했다.

-WA! 기사도!

-이클님이 메탈 펀치를?

-메탈 펀치에 기사 캐릭터 있었음?

-아 ㅋㅋ 이거 츠지모토 플레이각이다

-의적이라 컨셉도 딱 맞아버리고?

-퍼지데이 피지컬 투탑의 태그전? 이건 못 참짘ㅋㅋㅋㅋ

-야잌ㅋㅋ 이게 무슨 청정수야!

-속보) 미국 FDA ‘퍼지데이 청정수, 라벨과 내용물 달라 수입금지 조치’

-진짜 ㅋㅋ 청정수가 아니라 독극물 아니냐 ㅋㅋㅋ

-마시면 숙청당해버리자너 ㅋㅋ

-태그가 알고 보니 택갈이를 말하는 거였고?

-아닠ㅋㅋ미쳤냐고 ㅋㅋㅋㅋ

청정수의 수질 등급(?)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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