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화 - 팝니다. 상품. 팬에게 완벽한 (2)
MD, 상품 기획을 뜻하는 말.
어느 기업에나 중요하지만 ‘#팬덤’의 MD는 의미가 달랐다.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인 굿즈의 특성 때문이었다.
“굿즈의 구매자, 저희 고객이 되실 분들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MD팀장은 이전보다 더욱 자신 있게 말했다.
“고객님들이 굿즈를 구매하는 요인은 소위, ‘그뭔십’이 중요합니다.”
“…네?”
그가 발음에 특별히 주의하며 말했지만 이경복의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이에 팀장은 빠르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 나쁜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니까 고객님들, 팬분들끼리는 알아볼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고객님들이 ‘소속감’을 느끼시거든요.”
“그건 확실합니다.”
이경복은 눈을 돌리자 박주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굿즈를 사는 입장에서는 타당한 말이다. 나도 굿즈를 많이 사니까 알지.”
“아, 하긴.”
이경복은 박주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봤던 친구의 방을 떠올렸다.
“단순히 스위티즈 멤버들 사진이나 싸인이 있는 공식 굿즈도 사지만, 더 구매욕이 생기는 건 비공식 굿즈다.”
“비공식? 굿즈는 다 공식 아니야?”
“모르는 소리. 멤버별로 팬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캐릭터화된 비공굿즈가 얼마나 많은데. 물론 그것도 제 잇속 챙기는 장사꾼들 것 말고 판매 목적이 조공용 모금인 경우에만 사야 된다.”
“아… 그래.”
술술 쏟아내는 말에 이경복은 물론 팀장도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화제를 돌렸다.
“아주 좋은 말씀이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리머인 퍼플 님께는 ‘밈’이 빼놓을 수 없는 소재거든요.”
다시 주의가 자신에게 돌아오자 팀장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햐, 제가 이번에 조사하면서 새삼 퍼플 님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깨달았습니다. 물론 3개월 차 스트리머가 굿즈를 파는 일이 흔치 않긴 한데, 그 짧은 기간에 생긴 밈이 상당하시더라고요.”
그와 함께 새로운 프레젠테이션이 투사됐다. 눈앞에 나열된 밈 목록에 이경복과 박주호가 짧게 탄사를 흘렸다.
“오?”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그 반응에 팀장은 뿌듯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 분 반응을 보니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네요. 저희 MD팀에서 미팅 일정 잡히자마자 바로 선별해뒀습니다.”
“아니, 입점을 확정한 게 아닌데요?”
“만약 계약을 안 하셨어도 이 자료는 전달 드리려고 했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이걸 보시고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고요. 물론 지금은 계약이 성사됐으니 상관이 없지만요.”
이경복은 그에 다시 감탄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곳이 아닌가.
‘아마 경복이라서 그런 거겠지.’
반면 박주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모든 스트리머에게 이런 준비를 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 사이 팀장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다시 설명으로 돌아오자면, 굿즈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상품입니다.”
“그렇죠.”
“네, 굿즈도 엄연히 비즈니스의 영역. 수익성을 생각하면 여기 있는 밈을 전부 채택할 수는 없습니다. 이 중에서도 사업성이 있는 걸 선별해야 하거든요.”
그 설명에 박주호가 안경을 고쳐 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과연. 순서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MD팀에선 상업성에 따라 우선순위로 정리를 해두신 거였군요?”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진짜?”
그 말에 팀장은 물론 이경복도 놀랐다. 박주호는 그에 목록 최하단을 가리켰다.
“바크로 나온 밈인 ‘바통령’은 시기로 따지면 상단에 위치해야 하죠. 퍼플에게도 나름 큰 의미가 있는 밈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굿즈화 하기에는 부적합한 밈이기도 합니다.”
“어? 그래?”
“기본적으로 타겟층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이건 바크 팬들만 좋아하는 밈이다. 수요가 많지 않아.”
박주호의 대답에 팀장은 절로 손뼉을 쳤다
“아주 정확하십니다! 이야, 이렇게 저희 의도를 파악해주시다니. 이거 생각보다 논의가 빨리 끝날 수도 있겠네요.”
이경복은 그에 납득하면서도 바로 의아함을 내비쳤다.
“그런 논리면 ‘유일검’은 왜 위쪽에 있지? 이것도 엘든소울에서 나온 밈이잖아?”
“물론 시작은 그렇지. 하지만 활용도가 다르다. 검을 쓰는 게임이 비단 엘든소울만 있는 게 아니니까. 실제로 데머크랑 미스틱에서도 썼고, 심지어 퍼지데이 뒤풀이 방송에서 칼질 할 때도 언급이 됐지.”
“아, 맞네. 그러면 타겟층이 넓어지겠구나.”
박주호의 설명에 이경복도 그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이내 그는 최상단에 있는 밈을 보며 웃었다.
“그래서 게말콘이 가장 위쪽에 있는 거다. 이건 어느 경우에도 쓸 수 있으니까.”
“정확하십니다. 그 아래 ‘블랙기업’도 꽤 좋은 밈이죠.”
“블랙기업이요?”
“그렇습니다. 이게 또 고객님의 구매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블랙기업 밈은 직장인 타겟으로 잘 먹힐 겁니다. 가령 머그잔이나 텀블러, 혹은 포스트잇 같은 문구용품 굿즈로 활용할 수 있죠.”
그 설명에 이경복이 눈을 굴렸다. 아무리 그래도 블랙기업 자체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지 않나.
“혹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블랙기업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리가요. 블랙기업 밈은 실제로 그렇지 않기에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밈을 조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조합이라면?”
“마침 또 퍼플 님 밈 중에 결합하기 좋은 밈이 있죠.”
팀장은 손을 움직여 목록 중 하나에 형광색 하이라이트 표시를 했다.
“바로 이 ‘퍼펙트 상식’ 밈입니다. 컨셉은 블랙기업인데 내용은 화이트 기업으로 적용하면서 이걸 붙이면 포인트가 살아나겠죠.”
“아, 맞네. 이것도 활용도가 좋구나.”
이경복이 그에 웃음을 흘렸다. 팀장은 그 반응에 더욱 자신 있게 새로운 이미지를 투사했다.
“정말 좋은 게 이 밈은 단독으로 써도 괜찮다는 겁니다. 저희 팀 디자이너가 이거 보자마자 의류 쪽에 적용을 해봤거든요?”
티셔츠와 후드티에 유려한 필체로 ‘Keep Calm and Get Perfect Common sense’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문구 위에는 퍼튜브의 채널 로고가 박혀 있었다.
“어? 이거 어디서 본 디자인인데?”
“아, 알아보시네요. Keep Calm 시리즈가 또 다양하거든요? 이게 잘 먹히는 디자인입니다.”
“이거는 일반인들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좋은 문구라고 생각할 테니까.”
박주호의 첨언에 팀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아, 그것도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남들은 모르는데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느낌! 이게 중요한 거거든요! 너무 과하게 드러내면 팬들로서도 부담을 느끼게 되니까요.”
“아… 그렇죠.”
이경복은 굿즈로 무장한 채 응원봉을 휘두르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가 정말 좋은 게 퍼플 님 밈은 과한 게 적어요. 그 외에도 퍼플님의 월간 이벤트인 OTP, Over The Perfect도 괜찮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건 좋은 의미거든요? 진짜 퍼플 님은 네이밍부터 센스가 너무 좋아서 고르는 게 일입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이경복은 감사하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제 덕이라기보다는 좋은 친구들이랑 팬들 덕분이죠.”
알게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그가 받은 도움을 되새긴 덕분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방송 플랫폼 ‘트라이’의 본사.
그곳에서 어깨는 트라이 마케팅 팀과 이벤트 기획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방송 송출은 양쪽 플랫폼 모두 공식 채널로. 네, 마지막까지 확인 끝났습니다.”
세부사항 검토까지 끝나고 회의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제가 기획을 시작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어깨는 웃으며 겸허히 대답했다. 그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정말 하니까 되네요. 세렝게티와 트라이의 플랫폼 대전이라니.”
“그러니까요. 저도 어깨 님과 대면해서 기획을 한다는 게 뭔가 현실감이 없네요.”
“그렇죠. 원래는 제가 여기 사옥에 발끝하나 들이면 안 되니까요.”
어깨의 장난스러운 말에 직원이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어깨 님 정도면 세렝게티를 떠받드는 기둥 중 하나 아니십니까? 발 정도야 들이실 수 있죠.”
“아유, 저희 방 대표님 직접 보시면 그런 말씀 못 하십니다. 공과 사를 아주 대쪽같이 구분하시거든요.”
“아, 저도 알음알음 듣기는 했습니다. 세렝게티 쪽은 파트너 관리가 엄청 엄격하다고요. 저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어깨 님이 저희 쪽으로 이전하시면 이런 수고는 안 들이셔도 될 텐데요.”
직원의 농담 반 진심 반 섞인 말에 어깨는 짙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그래도 그건 안 될 말이죠. 세렝게티에서 지금까지 제가 도움 받은 게 얼만데요. 그리고 시청자분들도 계시고.”
단호한 그 대답에 직원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유, 물론입니다. 원래 성공하는 스트리머 공통점이 시청자분들을 우선시하는 거죠. 역시 어깨 님이 성공하시는 이유가 느껴지네요.”
“뭐, 그래도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긴 하죠.”
“네?”
어깨는 조금 전 직원처럼 장난과 진담을 섞어 대답했다.
“혹시 또 압니까? 트라이 쪽에서 지금까지 세렝게티가 해준 것 이상으로 지원을 약속해주시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죠.”
“아하하…”
그 말에 직원은 그저 웃음을 흘리다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만큼 이번 기획이 통과된 게 신기하긴 하네요.”
“그러니까요. 보통 기업 후원이라도 들어오지 않는 이상 플랫폼 대전은 안 했었죠?”
“네, 아무래도 중간에 조율해주는 뭔가가 있어야 협상이 됐었죠.”
두 플랫폼의 스트리머가 대전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모두 플랫폼이 주최하기보다는 스폰서 주최에 이름만 올리는 방식이었다.
이에 세렝게티와 트라이라는 이름은 참가하는 스트리머의 출신을 밝히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했다.
“저희 쪽이나 세렝게티 쪽이나 대표님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몰라도 큰 결심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어깨가 기획했다지만 주최 측은 명백히 양쪽 플랫폼이었고, 참가하는 스트리머 역시 ‘플랫폼 대표’라고 명확히 표기가 되었다.
여지없이 ‘플랫폼’간의 대결임을 명시한 이벤트 대전이었다.
“역시 메탈 펀치의 전설인 어깨 님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뭐,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또 제 덕이 100%라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죠.”
어깨는 실소를 흘리며 기획서 조항을 가리켰다.
“정작 퍼플 님이 참가를 안 하시면 백지화 될 기획이니까요.”
두 플랫폼 모두 공통적으로 제시한 진행 조건이 바로 ‘스트리머 퍼플의 이벤트 참가’ 항목이었다.
그 대답에 직원은 민망한 웃음을 보이자 어깨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저 역시 퍼플 님이 참가 안 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메탈 펀치 판이 뒤집힌 것도 그분 덕분인데요.”
“흠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퍼플을 설득하는 것도 기획자인 어깨의 몫이었다. 여러 대회를 진행해본 바 그는 그 내막을 이해하고 있었다.
‘트라이 쪽도 마찬가지네. 괜히 문제될 소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겠지.’
플랫폼에서 직접 특정 스트리머를 섭외하면 특혜라는 둥 잡음이 끼기 마련이었다.
이에 어깨가 전면에 나서서 참가할 스트리머들을 섭외하고 플랫폼은 그것을 ‘인정’해주는 모습이 되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도 이번에 대표로 뽑는 건 플랫폼 입장에서도 과감한 결정이긴 해.’
그리 신중한 플랫폼이 ‘대표’로 공인한다는 건 나름의 리스크를 짊어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퍼플 님을 반드시 설득해야지.’
이번에 엎어지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터였다. 어깨는 재차 의욕을 불태웠다.
* * *
늦은 오후.
장장 4시간에 걸친 굿즈 회의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후아, 고생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정중하게 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유,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두 분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신 덕분에 아이디어가 아주 넘쳐납니다!”
팀장은 더 극진하게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도 중간 중간 말씀 드린 것처럼 오늘 나온 아이디어로 전부 굿즈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언뜻 앞서 말한 바와 상반된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 의미를 오해하지 않았다.
“품목별 판매량이 높아야 수익이 커진다. 이 말씀이라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 나온 아이디어들은 몇 차례로 나눠서 판매하는 게 좋겠어. 상품이 너무 많으면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라는 점을 잊지 않은 덕분이었다.
오히려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들 모두 좋았기에 제한을 걸 필요가 있었다.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굿즈 기획을 오래 해왔지만 이 정도로 즐겁게 한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팀장의 말에 두 사람 모두 웃음 지었다.
“이제 남은 건 1차로 판매할 굿즈만 선별하는 일이군요.”
“으음… 저, 팀장님.”
이경복의 부름에 팀장은 바로 눈을 돌렸다.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 혹시 괜찮으시면 간단하게나마 제품 시안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시청자들께 보여드리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팀장은 반색했다.
“아! 물론입니다. 시제품도 아니고 시안 정도면 금방 만들죠. 실수요자 의견을 반영하면 더 선택이 쉬워지실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네, 시안은 완성되는 대로 비즈니스 메일로 전달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끝마치고 두 사람은 배웅까지 받으며 다시 차에 올랐다.
이경복은 좌석에 앉자마자 깊이 숨을 뱉었다.
“와, 이게 방송보다 더 힘들다야.”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좀 뿌듯하긴 하네.”
약간 지치긴 했지만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시청자분들이 좋아할 거 생각하니까.”
의외로 추상적인 상상은 아니었다. 이미 조대한과 매드맨이 보여준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주호가 그에 웃으며 차를 출발시키려는 찰나였다.
“야.”
“왜?”
“피곤하겠지만 이건 바로 확인하는 게 좋겠는데.”
이경복이 그에 의아해하는 사이 박주호가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메일 하나가 이경복 앞에 투사되었다.
“이거?”
그는 빠르게 메일의 내용을 훑으며 놀라움을 표했다.
“사칭 아니고 진짜야?”
“메일 주소 보면 진짜 어깨 님이 맞아.”
그 메일은 어깨가 직접 보낸 플랫폼 대전 초청장이었다. 이벤트 대전 구성과 더불어 언제든 괜찮으니 편한 경로로 연락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리플 님 말이 진짜였네…”
“그만큼 어깨 님을 잘 아신다는 거겠지. 아무튼 어떻게 할 거야? 플랫폼 대전이면 꽤 큰 판인데.”
박주호가 운전하며 묻자 이경복은 눈을 굴렸다. 이내 차창에 비친 그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큰 판이면 더 재미있겠지?”
“그럴 줄 알았다.”
“이 자식, 너무 즉답인데? 나 한다고는 안 했다?”
“그럼?”
“큰 판일수록 신중하게 결정해야지.”
박주호가 묻자 이경복은 더욱 짙은 미소를 그렸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