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 너만 오면 고 (1)
국내 최대 게임 웹진, 메타게이머 본사.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터라 어두운 사무실로 누군가 들어섰다.
“어우, 배불러.”
그녀는 바로 기자, 신혜림.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복귀한 참이었다. 이내 그녀는 바로 컴퓨터를 켰다.
‘아, 진짜 너무 좋다.’
다른 동료들은 모두 퇴근하고 혼자 사무실에 남았지만 박탈감 같은 건 없었다. 퍼플의 전담 기자가 되면서 실시간 방송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근무시간이 조정됐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신혜림은 오후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을 하게 됐다.
‘이게 진짜 월급 루팡이지.’
근무시간 조정 전에도 그녀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체 개인방송을 보는 걸 좋아했기에 퇴근 후에도 방송을 봐왔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는 취미 생활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월급까지 받지 않나?
“워라밸 떡상 미쳤쥬?”
사무실에 혼자 있으니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간식으로 산 과자와 음료를 책상 위에 세팅했다.
‘전부 다 퍼플 코인 덕분이지. 퍼멘, 퍼렐루야!’
퍼플을 취재하지 않았다면, 그와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새삼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퍼플에게 감사를 표했다.
‘합방은 아닌 것 같고. 오늘은 랭크전 하시려나?’
이내 찾아온 방송시간.
여유롭게 의자에 몸을 파묻고 과자를 우물거리던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 어!? 어깨!?”
조금 전까지 굿즈 출시 소식에 계좌잔고를 확인하던 그녀도 기자였다.
세렝게티의 어깨가 트라이 방송에 나왔다는 건 범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팀장님, 빨리. 빨리 좀…!”
신혜림은 즉시 상사인 팀장에게 연락했다. 그리 연결음이 이어지는 사이 더 큰 소식이 터졌다.
“플랫폼 대전?!”
<어, 신 기자.>
그녀가 경악함과 동시에 통화가 연결됐다. 신혜림은 인사할 겨를 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팀장님! 특종, 특종이요!”
<뭐!? IVO 가이드 뜬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그녀는 바로 방송에서 밝혀진 사실을 전달했다. 이를 듣고 있던 팀장 역시 상황을 파악했다.
<와씨, 또 대박이네!>
“그쵸!? 일단 이거 기사 작성 중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아, 그리고 신 기자 이거 업로드 할 준비까지 같이 해놔.>
“네? 업로드요?”
신혜림은 어리둥절했다.
신속 보도가 생명인 업계인 만큼 기사를 미리 작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업로드라니?
아무리 사내에서 인정받고 있는 와중이라도 그녀는 물론 팀장에게도 그럴 권리는 없었다.
<지금 메타게이머에서 신 기자보다 퍼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나? 적어도 퍼플에 관해서는 신 기자가 커리어 탑이야. 이제 하나하나 검수 받을 단계 지났잖아.>
“아, 그, 감사합니다.”
<지금 통화 끊으면 바로 부장님께 연락 드려서 컨펌 받을 거야. 그만큼 내가 신 기자 믿는 거다? 확실하게 해, 알지?>
“아유! 걱정하지 마세요!”
인정받았다.
그 사실 만으로 그녀의 마음속에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그래도 기사 작성까지는 시간 좀 더 거릴 겁니다.”
<응?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뇨.”
신혜림은 자신 있게 말했다.
퍼플 전문 기자라는 역할에 맞게 알 수 있었다.
“퍼플 님이 고작 이벤트 공개만으로 끝낼 리가 없으니까요.”
* * *
이경복과 어깨는 같이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이벤트 대전에 대해 소개했다.
“보다시피 총 상금이 3천만 원! 국내 대회에서는 최대 규모죠? 역시 양대 플랫폼이 후원해주니까 스케일이 다릅니다!”
어깨의 말에 이경복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경기는 남성부와 여성부, 각각 3:3으로 진행됩니다. 총 12명이 참가하는데, 각 플랫폼의 대표가 선발권을 갖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트라이 대표 자리를, 그리고 여기 어깨님이 세렝게티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런 분도 계실 거예요. 퍼플 님께서 사실 메탈 펀치 경력이 짧지 않습니까? 게임을 일주일도 안 했는데 어떻게 대표가 되느냐?”
이경복을 대표로 선정하면서 고민했던 문제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플랫폼’ 대표라면 그 위상이 남다르지 않나.
비록 많지는 않지만 기존에 메탈 펀치를 하는 스트리머들이 있으니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당신은 격겜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깨는 확고한 태도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격겜 판에서는 오로지 실력, 실력만이 전부입니다! 제가 시디크 애쉬 만나러 파키스탄까지 간 거 전부 아시죠?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세요. 시디크가 파키스탄의 국가대표라고 생각하신 분 계십니까? 그리고 지금은 또 어떻죠?”
다행히 격투게임 판에는 이경복을 대표로 내세울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오히려 시디크 때보다 퍼플 님은 더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계십니다. IVO 재팬 챔피언인 트리플을 꺾었죠? 그런데 거기서 멈췄나요? 아니죠. 무려 IVO 공식 가이드 메뉴, 미믹크리까지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본인 역시 그 대표 자격에 어울리는 실력과 업적까지 이루어냈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어깨에게 호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실력이야 말로 격겜의 본질이라 이마리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깨가 하는 말이니까 너무 신빙성있쥬?
-진짜 ㅋㅋㅋ 무슨 격겜판이 공무원사회냐고
-ㄹㅇㅋㅋ 격겜 호봉 인정해줌?
-오히려 오래 했는데 등급 낮으면 허접 취급이나 받지 ㅋㅋㅋ
-아 ㅋㅋ 오래 한 걸로 대표시켜주면 콘솔판 1편부터 한 내가 대표 아니냐고요 ㅋㅋㅋ
-할배요;;;
-갑자기 분위기 탑골공원 ㄷㄷ
-HOXY 꼬우신가요?
-그러면 갓플이랑 10선 붙어서 이기든가ㅋㅋㅋ
이경복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가볍게 손뼉을 쳐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래도 제가 아직 경력이 짧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깨 님에게 도움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말씀드렸듯, 제가 팀을 선발해야 하는데 메탈 펀치 쪽 인맥이 전무하거든요.”
-아 ㅋㅋ 그러네?
-그 와중에 ‘것도’ 사실ㅋㅋㅋ
-격겜뉴비(IVO 가이드 등재)
-고인물들은 갓플 다 알 텐데 정작 갓플은 그 사람들 모름 ㅋㅋ
-격겜은 원래 고인물들끼리 노는 판인데?
-격겜판은 뉴비가 주도한다. 그게 퍼펙트-상식이잖아?
-다른 장르는 그냥 상식인데 넘모 웃픈거시고요?
어깨도 그에 다시 주제로 돌아왔다.
“그렇죠! 제가 또 메탈 펀치 쪽 인맥은 플랫폼 구분 없이 꽉 잡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퍼플님과 함께할 합방 컨텐츠는 바로 ‘너만 오면 고!’ 이벤트 라인업 선발 입니다!”
-오? 즉석 섭외하는 거?
-리얼로 하는 거임?
-이것도 꿀잼이겠넼ㅋㅋㅋㅋ
-혀엉! 그래도 퍼지데이 먼저 섭외해야지!
-ㄹㅇㅋㅋ 이클 님도 대표 자격은 충분함
-마! 우리가 남이가!
-블랙기업식 지연 채용 가즈아!
시청자들 채팅에 이경복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물론 친분이 있는 분들이랑 같이 하는 게 재미있겠죠. 일단 제가 먼저 섭외를 하고 더 할 사람이 없을 때 어깨 님 추천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바로 게임 플랫폼 ‘Stream’의 메시지 기능으로 이클립스에게 연락했다.
이클립스가 게임 중이었으니 천천히 답변을 받을 생각이었다.
-아 ㅋㅋ 이클님은 당연 1순위 섭외지
-이미 태그 매치 한 번 했다 이마리야
-퍼클 조합은 바로 가야지 ㅋㅋ
-옼ㅋㅋ 지금 이클 님 메시지 보고 완전 빡겜 모드
-무친ㅋㅋㅋㅋ 진짜네 ㅋㅋㅋ
그러나 이클립스에게는 오히려 독촉장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몇몇 시청자들이 이클립스의 방송을 확인하고 상황을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퍼플 경! 답장이 조금 늦었소이다!>
이클립스의 보이스 챗이 돌아왔다. 이경복과 어깨는 물론 시청자들도 웃음을 흘렸다.
“아, 이클립스 님 안녕하세요! 어깨라고 합니다. 지금 대화 괜찮으세요? 방금 전까지 대결 중이셨었는데.”
<어깨 공, 반갑소! 그대의 무용담은 자주 들었소이다.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었으니 걱정할 것 없소!>
“아, 저는 공인가요? 뭔가 더 대접받는 느낌이 있네요. 호칭에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어깨 공께서는 본인보다 연로하신지라 더욱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아… 나이 때문이었구나.”
어깨가 장난스럽게 침울해하자 채팅창도 웃음이 터졌다. 이경복도 이에 실소를 흘리며 이클립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강자와의 결투는 거절할 이유가 없소! 본인에게 기회가 돌아왔음에 감사드리외다! 대결의 날까지 부단히 수련하리다!>
“네, 감사합니다!”
“참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그렇게 늙은 사람 아니에요!”
이클립스의 흔쾌한 수락에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이경복은 바로 다음 대상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직 방송시간은 아니니까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신호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어, 퍼프로! 식사는 잡솼어?>
“네, 지놈 님. 지금 방송 중인데요.”
모두가 예상했던 인물이기에 놀라움은 없었다.
<아이고, 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놈은 방송 중이라는 걸 알자마자 바로 장난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아 ㅋㅋㅋ 이형 리페어맨 봤네
-감상회 한 번 할 거라더니 정주행했나보넼ㅋㅋㅋ
-방송이라고 하자마자 바로 사장님 ㅅㅂㅋㅋㅋㅋ
-사장한테 반말하는 사원이 이따!?
-완전 폐급이쥬?
-컨셉 바로 돌아오는 거 보소 ㅋㅋㅋ
-트최입수듄ㅋㅋ
이에 어깨도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지놈 님 안녕하세요! 세렝게티에서 방송하는 어깨입니다!”
<아아, 네! 안녕하세요! 이야, 이거 우리 사장님이 걸출한 거래처를 뚫으셨네.>
“그렇죠, 그렇죠. 이번에 아주 좋은 사업 하나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어깨도 프로게이머이자 방송인이었다. 이에 어설프게나마 지놈과 컨셉을 맞추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지놈은.
<햐… 이거 진짜 좋은 기회라서 웬만하면 하겠는데. 제가 정말 격겜에는 소질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거절의 뜻을 밝혔다.
<플랫폼 대표인데 그래도 실력 좋은 분들이 나와야죠. 이거는 저한테 기회가 먼저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넘겨 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아, 그러시다면 더 강권은 못 드리겠네요. 정말 아쉽습니다. 지놈 님이랑 같이 방송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그러니까요. 저도 정말 아쉽습니다. 혹시 장인해부학이라고 아십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꼭 모시고 싶네요. 이거 정말 좋은 컨텐츠거든요. 지튜브에서 한 번 보시고 생각 좀 해주세요.>
-?
-거기서 갑자기 자기 컨텐츠 홍보를?
-지하다 추놈아!
-어깨 님도 방송 중이지 않음?
-플랫폼 너머로 전파되는 그의 추함;;;
-공감성 수치 ON!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지놈을 놀렸다.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네, 그럼 아쉽지만 다음에 또 연락을 드릴게요.”
<아니, 잠깐 잠깐! 아직 끝이 아닙니다. 대신 추천, 추천 한 명하겠습니다.>
“오? 추천이요?”
<네네, 사장님. 저희 인턴인 스컬킴이 또 메탈 펀치 좀 치거든요? 아마 어깨 님도 잘 아실 겁니다.>
그 말에 이경복이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스컬킴 님이요?”
“아, 모르셨어요? 저는 당연히 지놈 님 다음으로 연락하실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깨는 그리 말하며 눈을 굴렸다.
“스컬킴 님이 제 대회에 자주 출전해주시거든요. 근데 가장 최근 대회는 불참하셨습니다. 그때가 미친스머프 대회 연습하신다고 한창 바쁘셨을 때였거든요.”
-스컬킴이 미친스머프 확 뜨기 전에는 격겜도 자주 했음
-트라이에서도 소소하게 대회까지 열었자너 ㅋㅋㅋ
-근데 너무 소소했다 이마리야 ㅋㅋㅋ
-하지만 지금은 미친스머프로 왕귀메타 해버리고?
-그때는 진짜 미친스머프에 올인 하는 게 맞지 ㅋㅋㅋ
-동시에 두 대회 참가할 상황이 아니었음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그 정도 동체시력이면 격겜도 잘하시겠네.’
피지컬 자체도 나쁘지 않고 상대 동선을 예측해 적중시킬 정도로 심리전도 할 줄 안다.
스컬킴이 보여준 활약을 되짚어보니 추천할 만한 인물이긴 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바로 스컬킴 님께 연락드려야겠네요.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할게요!”
<사장님.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해도 됩니까?>
“네?”
또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걸까. 모두가 집중한 와중 지놈이 말했다.
<혹시 여장하면 여성부 참가 가능…>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경복은 통화를 끊었다. 당황한 게 아니라 방송각을 살리려는 지놈의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정확히 적중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맨ㅋㅋㅋㅋㅋㅋ
-5252, 어디까지 추해질 셈이냐구웃!
-???: 바닥에는 그 바닥이 있다는 것을!
-쇼츠각 떴냐?!
-이 형은 얼공하더니 더 미쳐가네 ㅋㅋㅋㅋㅋ
-이게 진짜 프로 팡머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분량 욕심 보소 ㅋㅋ
-이건 갓플이 추놈 살린 거다 ㅋㅋㅋ
즐거워하는 채팅창을 보며 순간 당황했던 어깨도 대강 상황을 눈치챘다.
이경복도 안심하라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에는 스컬킴 님께 연락해보겠습니다.”
통화는 의외로 금방 연결됐다.
<오! 사장님! 안녕하세요!>
“스컬킴 님 오랜만이에요! 지금 방송 중인데요.”
“스컬킴 님, 저 어깨에요!”
-아닠ㅋㅋㅋ 스컬킴은 왜 바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ㅋㅋㅋ
-컨셉이 아니라 진짜 사장님인거냐곸ㅋㅋㅋ
-어디 폐급이랑 넘모 다른 거시고요?
-이게 진짜 인턴의 마음가짐 아니냐?
이경복은 바로 상황을 설명했다. 스컬킴의 반응은 즉각 돌아왔다.
<와! 그럼 당연히 해야죠! 아니, 하게 해주세요!>
“이야, 스컬킴 님은 고민을 아예 안 하시네.”
“스컬킴 님, 근데 혼자 오시면 박잡초 님이 섭섭하지 않겠어요?”
이경복의 물음에 스컬킴은 웃음을 흘렸다.
<아니, 걔는 어차피 격겜을 못해서 상관없어요. 못하면 빠지는 게 맞죠.>
-엌ㅋㅋㅋ 격겜러 본성 나와버리깈ㅋㅋㅋ
-5252, 골초조합은 잊어버린 거냐구웃!
-아 ㅋㅋ 골초도 비즈니스다 이마리야
-각자도생? 이것이 블랙기업 인턴의 삶?
-이거도 블랙기업으로 연결이 되냐곸ㅋㅋㅋ
이경복은 흔쾌히 수락한 스컬킴에게 감사를 표했다.
“네, 좋습니다. 이걸로 남성부는 저희 퍼지데이 팀이 재결합하는 걸로 결정이 됐네요. 통화 감사드립니다 스컬킴 님!”
“스컬킴 님, 이벤트 때 또 봅시다!”
<네네!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각골난망! 분골쇄신!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리 통화를 마친 이경복은 어깨를 돌아봤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어깨님 도움을 받을 차례가 됐네요.”
“제가 또 딱 준비를 해왔죠.”
이제 여성부 참가자를 결정할 때였다. 그러나 이경복은 격투 게임을 잘하는 여성 스트리머는 물론이고 일반 여성 스트리머와도 연이 없었다.
때문에 여성부 라인업 결정에 어깨의 인맥이 필요했다.
-새삼 갓플이 3개월차인게 느껴져버리고?
-이런 거 보면 청정수가 맞긴 한데 ㅋㅋㅋㅋ
-인지부조화 무엇?
시청자들이 새삼 이경복의 경력을 되새기는 사이 어깨가 손뼉을 쳐 주의를 끌었다.
“자, 제가 먼저 소개해 드릴 분은 엄밀히 말하면 스트리머가 본업은 아니십니다.”
“아, 겸업으로 하시는 건가요?”
“그럼 셈이죠. 그런데 메탈 펀치에서는 유명하시고, 일단 이벤트 생기면 연락부터 달라는 분이 계세요. 그럼 바로 연락해볼게요.”
이경복은 누군가 싶었지만 채팅창은 달랐다.
-어?
-HOXY?
-어깨 형이 그렇게 말할 사람이 흔치 않은데 ㅋㅋㅋ
-그분은 트라이보다는 큐튜브랑 스텔라그램에서 라이브를 더 잘하지 않나 ㅋㅋㅋ
-설마 섭외가 된다고?
몇몇 시청자들은 예상이 간다는 투로 채팅을 쳤다. 그 중에는 격겜러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도 있었다.
“어… 역시 좀 바쁘신가?”
그 사이 신호음이 길어지자 어깨가 슬쩍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내 바로 신호음이 멎었다.
<어깨 님! 오랜만이에요!>
-오!
-리얼임?
-무친ㅋㅋㅋㅋ 진짜 연결이 됐네 ㅋㅋㅋㅋㅋ
-눈나! 사랑해요!
-어깨 인맥 보소 ㅋㅋㅋㅋㅋㅋ
이어 들려온 밝은 음성에 시청자들은 물론 어깨도 얼굴을 폈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 방송 중인데 통화 괜찮으세요?”
<아, 네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메탈 펀치 홍보 모델, 옥승연입니다!>
이내 그녀가 익숙한 듯 자기소개를 했다. 그에 이경복이 눈을 껌뻑거리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쌩뉴비 느낌 뭔데 ㅋㅋㅋ
-혀엉! 옥승연씨 모르냐구웃!
-이분 프로 모델 아니심?
-ㅇㅇ 근데 메탈펀치 매니아라서 홍보 모델까지 함
-실력도 좋아서 어깨님이랑 이벤트 매치도 했자너 ㅋㅋㅋㅋ
-지상파도 자주 나오시지 않음?
시청자들 채팅을 살핀 이경복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초면이기도 하고 개인방송인이 아닌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안녕하세요, 옥승연 님. 트라이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 퍼플이라고 합니다.”
잘 모르리라 생각하고 한 인사였지만.
<퍼플 님? 와! 진짜요!? 합방 중이에요!? 대박이다!>
이내 돌아온 반응에 이경복은 다시금 놀랐다.
<진짜 얘기 많이 들었어요! 퍼튜브 잘 보고 있고요!>
그녀도 그의 시청자 중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