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 너만 오면 고 (2)
옥승연은 모델 활동뿐만 아니라 종종 지상파 예능에도 출현하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경복을 알고 있었다고 하니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옥눈나가 우리와 같은 트수였다 이말인가?
-그냥 립서비스 아님?ㅋㅋㅋ
-인사치레라고 하기엔 너무 찐텐인거시고요?
-근데 방송 볼 시간이 있나?
-아니 ㅋㅋ 눈나가 팬이라는데 왜 의심을 함 ㅋㅋㅋ
이에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하자 어깨가 빠르게 나섰다.
“아니, 승연 씨. 퍼플 님 방송 라이브로 챙겨 봐요? 제 방송은 큐튜브로도 안 보는 것 같던데?”
<아, 라이브는 바빠서 못 보지만 퍼튜브는 시간 날 때마다 챙겨보고 있어요. 한국인이면 당연한 건데? 어깨 님은 안 보세요?>
-엌ㅋㅋㅋㅋ 한국인 드립ㅋㅋㅋ
-아 ㅋㅋ 퍼청자 맞으시네
-어깨 바로 카운터 맞았쥬?
-옥누나가 좀 친다 이마리야 ㅋㅋㅋ
돌아온 장난스러운 대답에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과 어깨도 웃음을 흘렸다.
“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는 제가 해야죠. 제가 퍼펙트 미믹크리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안 그래도 어깨 님이 너무 잘해서 약 올랐는데 돌파구가 생긴 것 같아서요.>
“에이, 승연 씨는 지금 미믹크리 연습하다고 될 게 아니에요.”
<아, 진짜! 이거 봐요, 퍼플 님. 정말 얄밉게 말한다니까요?>
그녀의 서슴없는 태도에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졌다. 어깨가 이에 슬며시 대회에 대해 설명했다.
<아, 이거 진짜 대박이다. 정말 정말 하고 싶은데…>
옥승연은 이내 진심어린 아쉬움을 표했다.
<제가 또 촬영 들어가는 게 있어서 당분간은 스케줄이 안 비거든요.>
“아하…”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옥누니뮤ㅠㅠㅠ
-근데 옥누나 한창 잘 되는 때긴 해서 킹쩔수 없긴 해
-방송에서 뵙겠읍니다ㅠㅠ
모두의 아쉬움 속에 어깨가 대표로 감사를 전했다.
“네, 알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통화 감사드리고요. 나중에 또 기회 생기면 연락드릴게요!”
<네네, ‘세트로 붙자’ 대박 나길 바랍니다! 많이 시청해주세요!>
그녀의 응원과 함께 통화가 종료됐다.
-와, 근데 옥누나도 갓플을 아네
-ㄹㅇㅋㅋ 연예계 쪽에도 한국인
많은 듯
-아닠ㅋㅋㅋ 당연히 많짘ㅋㅋㅋ
-아 ㅋㅋ 괜히 갓플이 대표겠냐고
-엔터 쪽 지인한테 들었는데 갓플 의외로 아는 사람 많음ㅋㅋ
-뇌피셜 밴 좀
-진짠데 ㅅㅂ 지인이 메컵 아티스트임
어깨는 헛기침으로 주의를 돌렸다.
“자,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제 인맥이 그렇게 얕지가 않아요!”
첫 시도가 실패했지만 아직 후보는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분은 트라이에서 여성 격겜러하면 바로 떠오르는 분입니다. 시청자들은 아마 아실걸요?”
“어? 저만 모르는 분인가요?”
이경복의 물음에 시청자들 주의가 돌아갔다.
-트라이 여성 격겜러? HOXY?
-아 ㅋㅋㅋ 결혼을 등진 자?
-징어! 징어! 징어여자!
-아니 ㅋㅋㅋ 벌써부터 목소리 들리는 것 같냐 ㅋㅋㅋㅋ
-트라이 대표가 맞긴 하지 ㅋㅋㅋ
-갓플은 모를 만해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녀의 별명을 채팅창에 채웠다. 개중에는 오징어 다리 이모티콘도 많았다.
이경복은 여전히 의아해하는 와중 통화가 연결됐다.
<어머, 어깨 님! 웬일이셔!>
느긋한 말투로 돌아온 대답에 어깨가 반갑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 막타순이 님! 지금 방송 중이거든요? 통화 괜찮으십니까?”
<아니, 뭐야 뭐야. 방송에 날 출현시키려면 먼저 네고부터 했어야지.>
그녀의 장난기 어린 대답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흥겨워졌다.
-네고는 뭔뎈ㅋㅋㅋ
-아 ㅋㅋㅋ 역시 막누다 이마리야
-막누 정도면 대표 격겜러 킹정이지
-ㄹㅇㅋㅋ 메탈 펀치 말고도 킹오파에 스파까지 하는데
-하지만 첫인상부터 어긋나버리고?
-막타눈나! 갓플이 듣고 있다구웃!
-곧 부끄러워할 스트리머입니다.
막타순이.
시청자들은 ‘막타누나’, 혹은 ‘막누’라고 줄여 부르는 그녀는 흔치 않은 격투 게임 전문 스트리머였다. 다양한 격투 게임을 섭렵한 만큼 그 실력도 출중했다.
“안녕하세요, 막타순이 님! 스트리머 퍼플입니다.”
이경복은 이내 옅은 미소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이내 잠시 통화 너머로 헛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안녕하시와요. 소녀는 막타순이라고 해요.>
이내 확연히 달라진 말투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막누 님. 저랑 대화할 때랑 너무 다르잖아요.”
<어깨 님 낄끼빠빠 모르세요? 지금 퍼플 님이랑 아이스 브레이킹 중이잖아요!>
“아까 처음부터 인사할 때부터 다 듣고 계셨는데.”
<그래요? 에이, 망했네 망했어.>
-빠른 포기 ㅋㅋㅋㅋㅋ
-여윽시 각을 잘 본다 이마리야
-막누는 진짜 대놓고 뻔뻔해서 웃김 ㅋㅋㅋ
즐거운 분위기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약간 지놈 형 같은 타입이신가 보네.’
직접 만난 건 아니기에 신기로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막타순이도 지놈처럼 자신을 낮추어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번에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이에 이경복은 마음 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어머, 총 상금이 3천만 원이나 돼요?!>
이내 내용을 들은 막타순이는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이게 또 내가 딱 필요할 때 이런 일이 들어오네. 이거 혼수에 보태면 되겠다.>
“혼수요?”
“아, 막타순이 님이 지금 결혼 준비 중이시거든요.”
“정말요? 와, 축하드립니다!”
이경복이 놀라 손뼉을 치자 채팅창에 ‘ㅋㅋㅋ’가 번졌다.
-WA! 혼수선물!
-결혼을 등진 자였지만 실제로는 결혼 준비 중이고?
-결국 할 사람은 하게 되어 있다 이마리야
-누가 데려가냐 누가 데려가냐 하다가 누가 데려가버리기 ㅋㅋ
-막누는 1등 신붓감이지! (올리시고 지우신 뒤 인증해주세요)
-댓글 알바냐곸ㅋㅋㅋㅋㅋ
막타순이는 그 축하에 흡족한 웃음소리와 함께 답했다.
<아유, 내가 퍼플 님한테 축하도 다 받아보네. 아무튼 이거 여성부 자리랑 상금은 제 거입니다. 다들 아시겠죠?>
“아, 좋습니다! 막타순이 님 참전!”
그녀의 결정에 어깨가 박수를 쳤다. 이경복도 함께 환영했다.
‘괜찮은 분인 것 같아.’
그녀의 합류에 대해 신기를 가늠해보니 불길한 느낌이 없었다.
“막타순이 님의 합류를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 통화를 마무리하고 어깨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앞으로 2명이네요. 흐름이 아주 순탄하네요! 그럼 바로 다음 후보를…”
“아, 어깨 님. 잠시만요.”
이경복이 불쑥 손을 들자 어깨가 눈을 껌뻑였다. 이내 그가 손을 들자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후원이 들어왔다.
[‘스컬킴’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장님! 여성부 멤버로 ‘하소연’을 추천드립니다! 강추예요!]
후원자는 스컬킴이었다.
원래 방송 중에는 후원을 막아뒀지만 박주호가 후원 신청 목록을 보고 이경복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스컬킴 님이 지금 하소연 님을 추천해주셨네요. 혹시 아십니까?”
“아, 하소연 님. 메탈펀치에서 이분을 또 빼먹을 수가 없죠. 진짜 재능 있는 분이십니다!”
그의 물음에 어깨는 말 그대로 박장대소했다.
-엌ㅋㅋㅋ 하소연은 킹정이짘ㅋㅋㅋ
-하여자 스텝 만든 분 아님?
-엌ㅋㅋ 그거 개 웃겼는뎈ㅋㅋㅋ
-메탈 펀치 대표가 맞긴햌ㅋㅋㅋ
-하여자 스텝도 해외로 수출되지 않았음?
-진짜 충격적이었짘ㅋㅋㅋ
시청자들 중 격겜러들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이경복은 그 키워드를 보고 물었다.
“지금 채팅창에 하여자 스텝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네요. 이게 뭐죠?”
“아, 이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빨라요.”
어깨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손을 움직였다. 이내 열린 어깨의 큐튜브 채널에서 쇼츠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조회수가 800만이 넘었네요?”
“아, 진짜 완전 핫 했어요. 이게 저저번 대회였나 그럴 겁니다. 하소연 님이 버스트 상태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었거든요?”
어깨의 설명대로 하소연의 체력은 간당간당했다. 짠손 몇 대로도 패배가 결정될 상황이었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영상 속 하소연이 다급히 소리 지르며 좌우로 횡이동을 시전했다. 가드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이니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스텝이 뜬 거죠!”
그리 몸부림 친 보람이 있었다. 하소연은 상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어!? 왜 이래!? 왜 이래에에!>
그런데 문제는 ‘선입력’이었다.
그대로 반격을 노려야 할 타이밍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횡이동이 시전 된 것이다.
그 결과 하소연과 상대의 몸이 충돌했다. 그와 함께 양쪽 모두 경직이 생겼다.
<어!? 움직이는데!?>
그런데 여기서 놀랍게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횡이동 충돌 시 부딪친 쪽이 먼저 경직이 풀린다는 점이었다.
“아마 이런 충돌도 피해는 없지만 ‘타격’으로 시스템이 처리를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충돌은 자의적인 공격과는 또 종류가 달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자가 ‘우선권’을 얻는 시스템이었기에 하소연은 한 템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와! 와아아아아아아아!>
하소연은 그 짧은 틈이자 역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버스트 무브를 발동해 마지막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진짜 이거 실시간으로 보는데 개쩔었음ㅋㅋㅋㅋㅋ
-메탈 펀치 레전드 중 하나ㅋㅋㅋㅋ
-심지어 해외에도 수출됐음ㅋㅋㅋ
-킹직히 하여자 스텝은 운빨인데 버스트 각 본 건 실력임ㅋㅋㅋ
-ㄹㅇㅋㅋ 판단력 쌉고수임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도 탄사를 흘렸다.
“확실히 되게 무서워하시다가도 기회를 잡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그렇죠. 그리고 본인도 이거 나중에 보고 부끄럽다면서 연습을 되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어깨의 웃음기 섞인 설명에 이경복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연락 한 번 드려봐야겠네요. 연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소연 님 번호가…”
어깨가 하소연에게 통화를 건지 5초나 지났을까. 그녀는 바로 연락을 받았다.
<와아! 안녕하세요! 퍼플 님!>
“네? 아, 안녕하세요.”
어깨가 전화를 걸었는데 왜 자신에게 인사가 돌아온단 말인가. 이경복은 바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방송 보고 계시나보네요?”
<네네! 스컬킴한테 연락 와서 보고 있어요!>
“아, 그럼…”
<무조건 하죠! 아, 근데 진짜 저 이제 하여자 아니에요. 제가 이번에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그녀가 말을 쏟아내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아, 네네. 좋습니다. 의욕은 확실히 느껴지네요.”
<막누 님도 같은 팀이라면서요? 솔직히 저랑 막누 님이랑 같이 팀 먹으면 쉽게 안 집니다.>
“아니, 소연 님. 저랑도 좀 얘기를…”
<어깨 님, 저 지금 퍼플 님이랑 얘기 중이잖아요.>
매몰차게 느껴지는 그녀의 대답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채팅창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엌ㅋㅋㅋㅋ 아직도 날서있네
-어깨 때문에 하여자 프레임 잡혔잖슴ㅋㅋㅋㅋ
-진짜 어깨가 해설에서 딱 짚어줘 가지곸ㅋㅋㅋ
-근데 너무 찰떡인거시고요?
-어깨의 죄는 해설을 잘한 죄다 이마리야
하여자 스텝이라는 이름을 어깨가 지어줬기 때문이었다.
‘지놈 형의 추놈 밈 같은 쪽으로 활용하는 건가.’
스컬킴과 어깨가 보증할 실력에 방송 센스도 있었다. 그녀의 합류 역시 걸리는 게 없었다.
“네, 좋습니다. 하소연 님 많은 활약 부탁드릴게요.”
<네!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아, 네네 물론이죠.”
<야! 세렝게티! 트라이의 매운 맛을 보여주마! 랑랑 달인 하소연이 간다!>
-여기서 콩이 나온다고?!
-뭐지? 2등을 암시하는 것인가?
-???: 야! 2등도 잘 한 거야!
-진리 콩 까네~ 진리 콩 까네~
-여성부 경기는 하여자만 패하고 2승을 거둔다는 것인가?
-셀프 플래그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과 더불어 모두가 웃으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자, 이렇게 벌써 2명! 앞으로 한 분만 더 모시면 트라이 대표 라인업이 완성되네요!”
이경복의 말에 어깨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러면 섭외는 금방 마무리 되겠는데요?”
* * *
어깨는 짧게 탄식했다.
“아,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한 번의 시도가 끝났다.
하소연에 이어 연락한 스트리머들은 앞선 경우와 달리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그러니까요. 다들 너무 부담스러워 하시네.”
-그냥 눈 딱 감고 나오지…
-근데 이벤트 규모가 커져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긴 함
-플랫폼 대표 타이틀이 무겁기는 해 ㅋㅋㅋ
-게다가 막누랑 하소연이랑 같은 팀이라 웬만한 실력으로는 안 됨
-ㄹㅇㅋㅋ 좀만 허접해도 백퍼 비교 당함
-이거 이러다가 한명 못 채우는 거 아님?
-안 그래도 격겜러는 적은데 여성 격겜러는 더 적자너
시청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거절 이유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정작 이경복은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내로 결정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막타순이와 하소연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통화가 연결될 때부터 결과를 직감한 덕분이었다.
개중에는 불길한 사람도 있었는데 오히려 거절해줘서 다행이기도 했다.
“이거 참, 딱 한 분만 더 모시면 되는데 어렵네요. 그렇다고 저희 BJ를 트라이 대표로 내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깨는 약간 초조했다.
자칫 한 사람이 부족해서 판이 엎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깨 님 노력이야 저는 물론이고 시청자 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경복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 나머지 한 분은 제 쪽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이제 세렝게티 대표분들 섭외로 넘어가죠.”
어깨는 그 말에 정신을 차렸다.
‘이런, 섭외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어. 방송도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연이은 섭외 실패로 방송 텐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그조차 침울해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이경복이 그 악순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작 본인도 걱정일 텐데.’
팀이 결정되지 않아 가장 문제 될 사람은 이경복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방송을 조율하고 있지 않나.
어깨는 이에 반성하며 다시금 텐션을 올렸다.
“좋습니다! 저희 세렝게티의 막강 라인업! 지금 바로 확인해보시죠!”
그는 생각해둔 후보들에게 순차적으로 연락을 돌렸다. 이미 친분이 있던 이들이었고 메탈 펀치를 주로 하는 사람들인 만큼 다들 주저 없이 합류했다.
그렇게 세렝게티 팀의 선발이 끝나고.
“자, 이렇게 즉석 섭외가 끝났습니다!”
“저희 트라이 여성부 멤버 한 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요. 확정이 되는 대로 바로 공지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벤트 상세 일정은 결정이 되는 대로 알려드릴 예정이니까요. 계속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두 사람의 당부에 시청자들은 수긍하면서도 이내 불안해했다.
-설마 이제 방종은 아니겠지?
-아 ㅋㅋ 설마 그러겠냐고
-어깨랑 갓플이 만났는데 요것만 하고 빠진다? 이거 배신이야 배신!
-그런데 둘이 대결할 일은 없지 않나?
-ㄹㅇㅋㅋ 그게 이벤트 메인인데 벌써 공개하겠냐고
-가지 말고 월드컵! 월드컵이라도 해!
-메탈 펀치 캐릭터 월드컵 ㄱㄱ
이벤트 안내가 끝났으니 두 사람이 떠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저도 어깨 님과 빨리 대결을 해보고 싶지만 더 참아주시고요. 대신 오늘은 다른 컨텐츠를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아직 방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들썩이던 채팅창이 안도했다.
-아 ㅋㅋ 역시 우리형이야!
-킹직히 오늘 방송 끝내기에는 아직 시간 마니 남아따 이마리야
-하마터면 퍼손실 날 뻔 ㅋㅋㅋ
-근데 따로 뭐 할 게 있나?
-뭐라도 재미있겠지 갓플인데 ㅋㅋㅋ
시청자들이 컨텐츠를 궁금해 하자 어깨가 바로 말을 받았다.
“저희가 이렇게 합방을 하고 있지만 사실 서로 오늘 처음 만난 사이거든요? 그래서 좀 친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거든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건 바로 코옵 컨텐츠입니다!”
이경복의 말과 동시에 배경이 메탈 펀치의 로비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어깨 스튜디오 스킨이 아니라 진짜 게임이었다.
-코옵?
-오? 어깨랑 갓플이랑 태그매치?
-아니;;; 그러면 누가 상대해요!
-ㄹㅇㅋㅋ 보자마자 런각일 듯
-???: 샌드백 찾습니다!
-근데 어깨랑 갓플이면 처맞더라도 해보고 싶지 않나?
시청자들은 그에 태그 매치를 떠올렸다. 하지만 격겜러들은 달랐다.
-무친ㅋㅋㅋ 코옵을 한다고?
-메탈 펀치에서 코옵은 태그가 아님ㅋㅋㅋㅋ
-콘솔판부터 나온 싱글용 컨텐츠가 있다 이마리야
-WA! 메탈 펀치 브롤!
-이거 친구랑 하면 재미있긴 한데 ㅋㅋㅋ
그 채팅대로 이경복은 아케이드 모드에서 싱글 플레이, 그리고 ‘메탈 펀치 브롤’이라는 메뉴를 선택했다.
“어깨 님, 간단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예전에 아케이드 말고 오락실 다녔던 분들에게는 친숙한 방식인데요. 횡스크롤 게임이라고, 스테이지 나아가면서 적들 처치하고 회복 아이템도 먹고 보스까지 상대하는 그런 장르가 있었어요.”
“그쵸, 저도 기억납니다. 막 쓰레기통 부수면 치킨 나오고 그러잖아요.”
두 사람의 설명에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덤벼들었다.
-오락실 ㅋㅋㅋㅋㅋ
-아 ㅋㅋ 요즘 애들이 횡스크롤을 알겠냐고 ㅋㅋ
-아니 ㅋㅋ 갓플은 왜 잘 아냐고
-대화만 들으면 넘모 아재인거시고요?
-근데 가끔 모바일 버전으로 하면 재밌긴 해
-ㄹㅇㅋㅋ 시간 잘 감
-5252, 다들 아재감성이었던 거냐구웃!
일반 시청자들은 그저 웃어넘겼지만 격겜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아니 근데 브롤 이거 좀 엿 같은 게 ㅅㅂ 난이도가 너무 어려움
-ㄹㅇㅋㅋ 둘 중 하나만 죽어도 진행불가 개빡침
-엌ㅋㅋㅋ 그렇다고 혼자 하면 AI가 빡대갈이라 더 빡침ㅋㅋㅋ
-킹직히 브롤 할 시간에 랭크전 돌리는 게 더 낫긴 해 ㅋㅋㅋ
메탈 펀치 브롤이 싱글 컨텐츠인데 ‘코옵’모드라고 불리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난이도는 물론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2인 생존 조건 때문에 대다수의 격겜러들은 해당 컨텐츠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들도 이번 컨텐츠는 환영했다.
-그래도 갓플과 어깨가 팀이라면?
-아 ㅋㅋ 이건 무적권 엔딩 간다
-엔딩은 영상으로밖에 안 봤는데 ㅅㅂㅋㅋㅋ
-전설과 신의 조합? 이거 완전 신화 아니냐?
-꿀잼은 확정이지 ㅋㅋㅋㅋ
팀을 이룬 두 사람이 너무나 막강한 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