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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92화 (292/491)

292화 - 잘 하면 재미있다, 너도 그렇다. (1)

이경복이 게임을 실행한 후 어깨를 초대하자 잠시 후, 1P와 2P로 나눈 칸에 두 사람의 아이디가 등록됐다.

“어? 선택 불가 캐릭터가 있네요?”

그와 함께 넘어간 캐릭터 선택 창에서 이경복은 의문을 내비쳤다. 일부 캐릭터의 초상화가 회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거 시나리오 상 선택할 수 없는 캐릭터들입니다. 브롤 모드는 메탈 펀치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시나리오 모드이기도 하거든요.>

보이스 챗으로 어깨의 설명이 돌아왔다. 그 말에 격겜러 시청자들도 동조했다.

-근데 이런 거 보면 개발사도 스토리 중요시 안 하는 게 보임

-ㄹㅇㅋㅋ 선택 창부터 스포일러임

-킹직히 격겜러 중에 스토리 보고 하는 사람 몇이나 되겠냐고 ㅋㅋㅋ

-그래도 좀 등한시 하는 거 괘씸하긴 함 ㅅㅂ 차라리 선택 가능한 캐릭터 몇 명만 뽑아주던가

이경복은 불만스러운 분위기에 빠르게 넘어가기로 했다. 이벤트를 앞두고 게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좋을 게 없었다.

“저는 일단 하던 대로 강너울로 가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그럼 저는 발기술은 퍼플 님께 맡기고, 세브루스로 가겠습니다!>

어깨도 선택을 마쳤는지 1P와 2P에 각각 강너울과 세브루스의 초상화가 떠올랐다.

<퍼플 님이 또 복싱에 대해 잘 아신다고 들었거든요? 혹시라도 제 폼이 좀 안 좋다 싶으면 훈수 부탁드릴게요!>

“제가 뭐 전문 복서도 아닌데요. 오히려 어깨 님 세브루스 보고 고쳐야 될지도 모릅니다.”

어깨의 장난스러운 너스레에 이경복도 가볍게 답했다. 그에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오? 컷신도 있네요?”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기대하지 않았던 컷신이었다.

복잡한 기계 장치가 가득한 시설, 그 중앙에 위치한 캡슐에는 푸른 액체가 가득해 있었다.

“무슨 실험실? 그런 느낌이네요.”

그 액체 안에 강너울이 눈을 감은 채 부유하고 있었다. 이윽고 요란한 경보와 함께 캡슐이 열렸다.

-뭐임? 갑자기 뭐임?

-바로 사건 돌입 넘모 좋고?

-역시 격겜답게 바로 쌈박질 가는 것인가 ㅋㅋㅋ

-무브 무브!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캡슐에서 앞으로 쓰러진 강너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뭐야, 이거…”

거친 기침과 함께 정신을 차린 그는 황망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그 시선을 따라 돌아간 화면에는 앞서 열린 캡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헐?

-뭐지? 죽은 거?

-아니;;; 설명이 왜 하나도 없음?

-모르면 맞아야지식 스토리텔링 ㅎㄷㄷ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강너울이 몸을 일으켰다.

“젠장, 대체 뭐가…”

그는 비틀거리며 벽을 더듬었다. 이내 몸에 힘이 돌아왔는지 걸음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어.”

미간을 찌푸린 강너울이 출구를 발견하고 복도로 나온 순간이었다.

“당신들…”

전투복을 입은 검은 무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내 화면에는 그들이 들고 있는 권총과 기관단총을 클로즈업 했다.

“목표 발견!”

“제압해!”

그들은 소리를 높이며 방아쇠를 당겼다. 강너울이 다급하게 엄폐하자 통제권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적이네요.”

이경복이 가볍게 몸을 풀며 말했다.

-다짜고짜 총질 무엇?

-???: 안 되겠소 쏩시다!

-아 ㅋㅋ 대화는 필요 없다 이마리야

-넘모 정당방위인 거시고?

시청자들 채팅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다가 눈을 돌렸다.

“어, 근데 어깨 님은 어디 계시죠? 제가 뭔가 설정을 잘 못 했나요?”

중요한 게스트인 어깨가 보이질 않았다. 더욱이 이경복은 신기를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바, 그 범위 내에도 어깨는 느껴지지 않았다.

-또또 이렇게 뉴비 냄새를!

-이거 19금 걸고 방송해야 되는 거 아니냐?

-처음은 튜토 개념이라 각자 진행하는 거임 ㅋㅋㅋ

-ㅇㅇ 나중에 합류하는 방식

-AI랑 하면 여기서부터 빡침ㅋㅋ

-진짜 ㅋㅋ 느긋하게 할 거 아니면 AI 기다리다가 성질버리자너

이에 유경험자인 격겜러들이 채팅으로 답을 주었다. 이경복은 이에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럼 빨리 가야겠네요. 어깨 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그냥 나간다고?

-5252, 상대는 총을 들고 있다구웃!

-뭐 방패 삼을 거라도 챙겨야 되는 거 아님?

-쓰러진 사람 방패로 쓰는 건 어떰?

-???: 너 사탄 들렸어?

-아 ㅋㅋ 프렌드 쉴드는 킹정이지

-갓플은 거그에서 에너미 쉴드도 쓴다 이마리야 ㅋㅋㅋ

시청자들의 우려에 이경복은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의 확답에 물음표가 올라오자 그는 바닥에 떨어진 탄환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아까 제압하라고 한 거 들으셨죠? 이거 실탄이 아니라 고무탄이에요. 부딪치는 소리가 다르더라고요.”

-?

-ㅔ?

-그걸 구분하셨다고요?

-아니 ㅋㅋㅋ 누가 이걸 구분햌ㅋㅋ

-5252, 갓플한테는 퍼펙트 아이만 있는 게 아니라구웃?

시청자들은 그에 놀라면서도 이내 안심했다. 이경복은 그 반응을 확인하고 기습적으로 복도로 뛰쳐나갔다.

“여기다!”

“발사!”

복도에서 경계하던 적들은 달려오는 이경복을 향해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컷신 속 강너울과 이경복은 달랐다.

엄폐는커녕 이경복은 그들을 향해 내달리며 벽을 박찼다. 한 박자 늦은 조준에 탄환은 단 하나도 이경복에게 닿지 않았다.

“조심… 꺽!”

순식간에 접근한 그는 곧바로 날아차기를 시전했다. 가장 앞에 있던 상대는 목이 돌아가며 옆으로 쓰러졌다.

“때려야 체력이 보이네요.”

타격과 동시에 상대의 머리 위에 가느다란 체력 바가 나타났다.

“맨 다운! 맨 다운!”

“사격 중지! 아군이 맞는다!”

“포위해!”

그들은 아군 사격을 경계하며 격투 태세에 돌입했다. 순식간에 포위를 당했지만 이경복은 여유로웠다.

“튜토라더니 쉽네요.”

나머지 셋이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원체 체력이 적었던 바, 스킬은 물론이고 짠손 콤보에도 금방 쓰러졌다.

-와씨 ㅋㅋㅋ 정리속도 무엇?

-벽타기 예술이네 진짜 ㅋㅋㅋ

-아니;; 아무리 고무탄이라고 해도 안 무섭나 ㅎㄷㄷ

-5252, 그는 퍼펙트-담의 소유자라구웃!

-퍼펙트 담은 또 뭐야 ㅅㅂ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사이 이경복은 떨어진 총을 잡았다.

횡스크롤 게임에서는 무기 아이템도 제공해주니 혹시나 해서였다.

“아, 역시 못 쓰네요.”

이상하게도 방아쇠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총기를 훑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이오 인증이 없으면 잠기는 구조인가 봅니다. 여기 지문 인식 센서가 있네요.”

-아 ㅋㅋ 이게 안 되네

-킹직히 격겜에서 총 쓰는 건 에바긴 해

-게다가 갓플이 총 들면 게임 끝 아니냐고 ㅋㅋㅋ

-야! GUN법도 웨스턴 무술이야!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이경복은 다른 것도 발견했다.

[Katsu Industry]

[Katsu Security]

총기에 적힌 기업 이름과 쓰러진 적들의 전투복에 박혀 있는 로고였다.

“카츠? 아, 어쩐지 선택불가 캐릭터인 이유가 있었네요.”

아무래도 적들은 이 시설의 보안요원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카츠가 분명했다.

-시작부터 보스가 누군지 나와 버리고?

-사실상 스포도 아님ㅋㅋㅋㅋ

-ㄹㅇㅋㅋ 빌런인 티 팍팍 내긴 했어 ㅋㅋㅋ

-카츠쉑 딱 대!

“좋습니다. 어깨 님이 기다릴지 모르니 빨리 가볼게요.”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털며 복도를 뛰었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잠깐, 어느덧 복도의 끝이 보였다.

“뭔 일이 나긴 했네요. 어깨 님이 먼저 오신 건가?”

널찍한 로비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쓰러진 보안요원들은 물론이고 각종 집기들이 박살이 나 있었다.

“오! 퍼플 님!”

그리 둘러보기를 잠깐, 맞은편 복도에서 세브루스의 모습을 한 어깨가 뛰어왔다.

-헐?

-어깨랑 거의 동시에 도착?

-이게 어떻게 뉴비?

-와 ㅋㅋㅋ 진짜 진행 속도 개빠르네

-천상계 둘 모이니까 시원시원하다 이마리야 ㅋㅋㅋ

어깨도 시청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되게 빨리 오셨네요? 보통 브롤 컨텐츠 하면 제가 기다리는 편인데 역시 다르십니다.”

“아, 다른 분들은 더 관찰을 오래 하시나 보네요.”

“…관찰이요?”

어깨는 어리둥절했지만 시청자들은 그 뜻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퍼기만 ON!

-아닠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클리어하고 나오는데도 시간 걸린다구욧

-ㄹㅇㅋㅋ 갓플처럼 무기 살피거나 로고 확인하거나 그럴 겨를이 없음

-팩트)그래도 갓플이 더 빠르다

-갓플은 진짜 이해 못하는 게 킬포 ㅋㅋㅋㅋㅋ

그리 시청자들이 웃는 사이, 두 사람이 모이자 바로 상황이 변했다.

<경고! 경고! 보안등급 격상!>

<전 요원은 현 시간부로 실탄으로 교체한다!>

<모든 목표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

<반복한다! 모든 목표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

재차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방송이 나왔다.

-바로 실탄이라고?

-아니;;; 너무 빠르잖슴!

-보안책임자 판단 보소 ㅋㅋㅋ

-ㄹㅇㅋㅋ 어깨랑 갓플 상대인데 실탄 안 쓰면 어쩌쉴?

시청자들은 그 내용에 놀랐지만 이경복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 이제야 튜토 끝나고 본게임인 모양이네요.”

* * *

어깨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햐, 진짜 대단하시긴 하네.’

그는 이경복과 함께 복도를 내달리며 조우하는 보안요원들을 상대해나갔다.

어깨는 복서인 세브루스의 스킬인 스텝을 밟으며 적들을 처리해나갔다. 그리고 스킬 동작 도중 생긴 짬을 이용해 이경복을 관찰했다.

‘설정상 실탄 맞아도 죽지는 않긴 하는데.’

어깨는 다른 요원의 총격에 가드를 올렸다. 실탄에 피격 당했지만 가드 데미지만 조금 쌓일 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처음 하는 분들은 이걸 어려워한단 말이지.’

브롤 모드도 메탈 펀치의 시스템을 따르는 바, 보안요원의 총격 역시 상중하 판정이 있었다.

이에 일반적인 결투만 즐겼던 사람들은 총구의 방향을 보고 판정을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퍼플 님은 아예 다르시네.’

하지만 이경복에게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그것은 가드를 쉽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떻게 저걸 다 피하시지?’

그는 애초에 가드를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이경복은 총구를 마주한 순간 곧바로 몸을 틀어 피하며 요원들에게 접근했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긴 한데…’

그 동작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깨는 브롤 모드도 여러 번 통달한바 웬만한 시스템은 다 꿰고 있었다.

‘진짜 반사신경이 엄청나지 않으면 힘들지.’

보안요원들의 총은 바이오 인증 때문에 사격 사이마다 일정한 지연이 발생한다. 그 짧은 틈을 노리면 어깨 역시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어깨가 감탄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시야가 정말 넓어.’

이경복은 단순히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주변의 널브러진 장애물들과 집기들까지 이용해 상대에 대응하고 있었다.

상대할 적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모두 다 파악을 마쳤다는 뜻이었다.

‘스테이지 기믹 활용하는 것부터 알아보긴 했는데 이 정도 일 줄이야.’

어깨는 훅과 어퍼 콤보를 시전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이경복을 관찰하면서도 눈앞의 상대를 잊지 않았다.

‘전문 격겜러가 아니시니까 오히려 이런 면에서 더 유리하신 거지.’

그와 함께 새삼 이경복의 장점을 분석했다.

보통 격겜러들은 1:1의 특성상 상대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의가 분산되면 그만큼 대응이 느려지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정말 신선한 분이라니까.’

영상으로만 봤을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실력이었다.

어깨는 차오르는 호승심을 억누르며 그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를 키워나갔다.

“첫 스테이지라 역시 어렵지 않네요.”

그 사이 정리를 마친 이경복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 * *

그리 몇 번의 전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장소에 도착했다.

“크악!”

비명과 함께 보안요원이 문과 함께 쓰러지며 드러난 장소.

“화물창고 같네요. 어? 승강기네? 저걸로 탈출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넓은 창고에는 커다란 화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인지 트럭 하나는 들어갈 크기의 승강기도 있었다.

-오 ㅋㅋㅋ 벌써 1스테이지 끝인 거?

-이게 바로 천상계의 공략 속도?

-천상계 (3일차)

-아니 ㅋㅋㅋ 브롤 모드 왜 이렇게 꿀잼임?

-내가 했던 브롤은 대체?

-이제 보니까 문제가 있는 건 펀붕이들이었쥬?

-ㄹㅇㅋㅋ 브롤이 잘 만든 모드였네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와중, 우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승강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 저 아무것도 안 눌렀는데? 어깨 님 승강기 호출 버튼이 그쪽에 있나요?”

“아하하, 아뇨. 여기 없습니다.”

어깨는 그 물음에 실소를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스토리가 있는 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그는 진행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 사이 승강기가 둔중한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슉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승강기 입구가 좌우로 열렸다.

“오…”

이경복은 작게 탄사를 흘렸다.

열린 문 사이로 쿵쿵거리는 무거운 걸음과 함께 나타난 건.

-WA! 외골격 슈트!

-얘가 첫판 보스임? 왜케 세보임?

-아닠ㅋㅋㅋ 양팔에 개틀링건은 에바지!

-이거 격겜 아니었음?

-갑분 SF 장르변경 무엇?

-나 이거 매트리스 2에서 본 것 같은데?

-히로카츠야! 이게 게임이냐!

-슈트야 재미없다! 가라!

-정작 난이도 상승하니까 갓플 방긋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개틀링 건을 양쪽 팔에 장착한 커다란 외골격 슈트였다.

‘이게 코옵이 필요한 이유지.’

어깨는 이에 자신이 나설 차례임을 직감했다. 저 외골격 슈트는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한 쪽이 주의를 끌고 다른 사람이 약점을 노려야 해.’

AI와 함께하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였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포기를 하는 구간이 바로 여기였다.

“퍼플 니…”

어깨가 이에 공략법을 설명하려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 입이 닫히기도 전에 이경복이 움직였다.

“…임?”

어깨는 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즉각적인 반응에 놀랐기도 했지만.

-???????

-혀엉!? 같이 가야지?!

-아니;;; 그 와중에 총은 왜 챙김?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어차피 총 못 쓰지 않음?

이경복이 달려가며 쓰러진 요원의 기관단총을 챙겼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개틀링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깨가 이에 정신차리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엄폐! 일단 엄폐하세요!”

어쩌면 이경복은 그 공략법을 얘기하기 전에 눈치챈 걸지도 몰랐다. 게스트를 배려해주는 성격인 만큼 그 자신이 미끼가 되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어깨의 예상은 다시금 어긋났다.

“저걸 피해?”

이경복은 엄폐가 아니라 쌓여있는 화물을 딛고 도약하면서 총격을 회피했다.

-ㅁㅊㄷㅁㅊㅇ

-와씨 ㅋㅋ 개 아슬아슬하게 피하네

-혀엉! 이거 데머크 아니야!

-아 ㅋㅋ 이 형 또 이러네!

-장르변경은 갓플이 먼저 했구연?

-어깨 : 야! 이거 격겜이야 격겜!

-어깨 킹리둥절 보소 ㅋㅋㅋㅋ

그리 외골격 슈트와 이경복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어깨는 걱정이 앞섰다.

슈트의 약점을 노리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닌가.

“와!”

하지만 어깨는 이내 다시금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경복이 갑자기 총을 챙긴 이유가 드러난 덕이었다.

“저게 맞았다고?!”

이경복은 화물에서 뛰어내리며 총을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간 총은 정확히 슈트의 머리 부분에 부착된 카메라를 강타했다.

충돌과 동시에 카메라가 돌아가자 개틀링 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

-쟤 갑자기 왜 저럼?

-와 ㅋㅋㅋ 조준하는 카메라를 맞춘 거?

-관찰력 무엇?

-어깨 님도 놀란 거 보니까 몰랐는듯?

-ㅅㅂ 누가 저기 달린 카메라를 신경 쓰냐구욬ㅋㅋㅋ

그러나 이경복의 공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틀링 건이 돌아가며 견제가 없어진 틈을 타 그는 바로 슈트를 향해 내달렸다.

카메라가 다시 돌아오기 전 이경복은 아슬아슬하게 슬라이딩으로 슈트의 아래를 통과해 뒤를 잡았다.

“와! 진짜 이건 대박이다.”

어깨는 어느새 가이드마저 잊고 시청자가 된 것처럼 빠져들었다. 외골격 스튜의 뒤쪽에는 동력부가 달려 있었는데 그게 플레이어가 노려야 할 약점이었다.

그리고 외골격 슈트 위에 나타난 체력바는 그가 정확히 약점을 타격했음을 의미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이게 솔플이 된다고?

-브롤이 ‘싱글’ 컨텐츠인 이유가 바로 증명 되어버리고?

-코옵 왜함? 코옵 왜함? 코옵 왜함?

-어깨 바로 구경꾼행ㅋㅋㅋㅋ

-손에 팝콘이랑 3D안경 주면 딱일듯ㅋㅋㅋㅋ

-???: 와작와작! 개꿀잼!

결국 체력바가 모두 소진되자 외골격 슈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경복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슈트를 넘어 어깨 쪽으로 다가갔다.

“와, 진짜 제가 메탈 펀치 오래 했지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어깨가 다가와 그에게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이경복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그리 기뻐하지는 않았다.

“칭찬 감사합니다. 일단 보스부터 처리하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왔다. 외골격슈트가 쓰러졌는데 보스라니?

그러나 어깨는 놀라지 않았다.

“어? 알고 계셨군요?”

“합방용 컨텐츠니까 기본적인 건 알아봤죠.”

이경복은 그리 답하며 돌아섰다.

마치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외골격슈트의 동력부가 열리며 연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브롤의 보스는 전부 메탈펀치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네, 아마 퍼플 님이 상대하시는 건 처음일 겁니다.”

이어 사뿐하게 착지한 건 은빛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이었다.

-로봣????

-갓파고의 습격인 거냐구웃!

-HOXY 어나힐레이터니?

-아니 ㅋㅋㅋ 거그가 왜 나오는데 ㅋㅋㅋㅋ

일반 시청자들은 그 정체를 몰랐다. 어깨 역시 그를 예상하고 짤막하게 소개를 덧붙였다.

“전술 작전용 보안 안드로이드인 T.O.S.A, 토사라는 캐릭터죠.”

“카츠 인더스트리에서 만든 거겠네요.”

이경복의 추론에 어깨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토사의 머리 위에 체력바가 나타났다.

“아, 보스는 바로 표기해주네요.”

이경복은 그에 태연하게 말했지만 시청자들은 달랐다.

-체력바 옆에 x5는 뭐임?

-설마 저 체력바 5배라는 거?

-체력 뻥튀기 뭔데에에!

-아닠ㅋㅋ 2:1이면 3배 정도로 합의 봐야 되는 거 아니냐

-무슨 엘든소울이냐고 ㅋㅋㅋㅋ

그 차이에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불평을 호소했다. 이경복은 그에 가볍게 손을 풀며 물었다.

“체력 5배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 않나요? 5분 안에 끝날 텐데.”

어깨가 잠시 눈을 껌뻑이다가 이에 대소를 터트렸다.

“아, 그렇죠! 원래 한 게임에 제한시간이 2분이니까요.”

시청자들도 이내 따라 웃었다.

-듣고 보니 그러네?

-아차차! 플레이어가 갓플이랑 어깨지!

-아 ㅋㅋ 두 사람 다 트리플도 2분을 못 채웠다 이마리야

-킹직히 두 사람이 협공하면 5분도 안 걸릴 듯 ㅋㅋㅋㅋ

-이게 그 러다이트 운동인가 그거냐?

-제발 기계 혐오를 멈춰주세요 ㅠㅠ

도저히 질 수가 없는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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