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 잘 하면 재미있다, 너도 그렇다. (6)
화면이 전환되며 승강기 내부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체는 강화됐는데 정신은 멀쩡하다니, 둘 다 운이 좋았군.”
츠지모토가 강너울과 세브루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상황 설명을 했나 보네요.”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츠지모토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만큼 카츠의 연구가 진척됐다는 뜻이겠지.”
츠지모토의 목소리는 심각했다.
“연구라니?”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겠지. 여긴 카츠 그룹이 소유한 무인도 중 하나다. 실상은 보다시피 비밀 실험실이지만.”
“섬이라고?”
그의 설명에 두 사람이 눈을 부릅떴다.
-섬이면 시설 탈출한다고 끝이 아닌 거 아님?
-둘만 나왔으면 못 돌아갈 뻔 ㅋㅋ
-그래도 카츠 그룹쉑들이 쓰는 교통수단이 있지 않겠음?
-아마 배 같은 거 빼앗아서 탈출했을 듯 ㅋㅋ
시청자들은 그들이 놀란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냈다. 그 사이 츠지모토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을 테니까 이런 외딴 섬에서 쥐새끼처럼 뭉쳐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이유로…”
세브루스가 슬쩍 눈치를 봤다. 츠지모토의 목소리에서 짙은 분노가 배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놈은 완전히 힘에 미쳤다.”
“힘?”
“그래, 카츠는 각지의 무술인들을 납치해 개조 실험을 하고 있지.”
“그럼 그 사람들은…”
강너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내 1스테이지의 컷신이 흑백 삽화처럼 번쩍이며 지나갔다.
-캡슐에 갇혀 있던 게 다 납치된 사람들이었던 거?
-아마 2스테이지 수인들도 개조당한 거일 듯?
-유전자 융합 뭐 그런 건가?
-오 ㅋㅋ 주인공들만 유일한 성공 샘플이었고?
시청자들은 그 대화만으로 전체적인 얼개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처리한 닥터 에이스는 그 과정을 인류의 진화라고 찬양하는 미치광이였지. 하지만 직접 봤다시피 그건 진화 따위가 아니다.”
츠지모토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실험실은 이곳만이 아니다. 나는 그곳에서 ‘실패작’들을 봐왔지. 대부분은 사망했고, 살아남아도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 카츠는 그런 이들을 세뇌해 카츠 시큐리티 요원으로 써먹었어.”
-헐? 요원들도 무술인이었음?
-블랙기업식 인재 활용이 여기서 또?
-아니 ㅋㅋ 여긴 찐 블랙기업이잖슴!
-어쩐지 갓플이랑 어깨 보고도 도망을 안치더라니 ㅋㅋㅋ
-진짜 정신에 문제가 있었고?
-ㄹㅇㅋㅋ 멀쩡하면 보자마자 런각 잡지
시청자들과 달리 강너울과 세브루스는 절로 입이 벌어졌다.
“세뇌까지 한다고?”
“어우, 하마터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거잖아?”
두 사람이 질색하는 모습을 보며 츠지모토는 눈을 굴렸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중요한 거? 그게 뭔데?”
“아니, 죽거나 노예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두 사람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에 채팅창에 물음표를 쳤다. 이에 츠지모토가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그건, 잠깐…”
순간 츠지모토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경복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역시 탈출까지 좀 더 남았네.’
감지 범위 내에 위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번엔 또 뭐야!?”
“뭔가 떨림이 커지는데?”
컷신에서는 그것이 진동으로 표현됐다. 승강기가 올라갈수록 흔들림은 강해졌다.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이제 탈출하는 거 아니었음?
-5252, 또 뭐가 있는 거냐구웃!
-마지막 스테이지인건가?
시청자들이 상황을 추론하는 사이 승강기가 멈추었다. 띵하는 울림과 함께 양옆으로 문이 열렸다.
화면이 전환되며 바깥에서 승강기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바뀌었다. 열린 틈 사이로 츠지모토의 커진 눈동자가 보였다.
“피해!”
“우앗!”
“뭐야?!”
그는 두 사람을 양옆으로 밀치며 순식간에 일본도를 뽑았다.
“사격 개시!”
이윽고 들려오는 고함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츠지모토는 특유의 기믹인 츠지모토 블록 자세를 취하며 총탄을 막아냈다.
-헐?
-와씨;;; 뭐임?
-전쟁났네 ㅅㅂㅋㅋㅋ
-갑자기 스케일 확장 뭔데에에!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건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의적들이 보안요원들과 토사와 맞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토사가 이제 잡몹으로 나오는 거?
-아 ㅋㅋ 스테이지1 보스가 막판에 잡몹으로 나오는 건 국룰이긴 해
-횡스크롤 게임 클리셰쥬?
-그나마 외골격 슈트는 없네 ㅅㅂㅋㅋㅋ
총탄을 막아낸 츠지모토는 문 뒤로 엄폐하며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들 괜찮나?”
“말했잖아. 우리 몸은 이제 실탄에 맞아도 안 죽는다고.”
“아니, 아프기는 하다니까?”
두 사람의 대답에 츠지모토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심각했다.
“카츠의 지원 병력이다. 아무래도 습격이 발각된 모양이야. 규모로 보니 상황 파악을 위한 선발대 같군.”
“선발대? 그럼 후발대도 있다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그 전에 내보내 줄 테니.”
츠지모토는 그리 말하며 복면을 고쳐 썼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있지. 시설을 나가면 언덕 위에 헬리포트가 있다. 내가 저놈들을 유인할 테니 먼저 탈출해.”
“뭐? 아니, 잠깐…!”
“츠지모토!”
츠지모토는 두 사람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적들은 그를 뒤쫓고 일부만이 승강기 앞을 지켰다. 이윽고 츠지모토가 달려간 방향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길이 막혔다.
-여기서 희생 메타가?
-츠지모토니뮤ㅠㅠㅠ
-의적답게 의협심 미쳤고?
-아아, 그는 좋은 의적이었읍니다ㅠㅠ
-아무래도 마지막 스테이지인 듯
컷신은 거기서 끝이었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엔딩 직전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마지막 스테이지답게 다른 점이 있었다.
[10:00:00]
시야에 자리 잡은 타이머.
“이번에는 탈출이라 시간제한이 있나 보네요.”
그 의도는 명백했다.
10분 안에 츠지모토가 알려준 헬리포트에 도달하는 게 목표일 터였다.
-10분 만에 빠져나가라는 거?
-아니 ㅋㅋ 보안요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토사도 있는데?
-마지막까지 너무 독해버리고?
-킹치만 갓플과 어깨 조합이면 5분 컷일 듯 ㅋㅋㅋㅋ
-탈출만 하면 그냥 전력질주로 달리면 안 됨?
-되겠냐? 싶었는데 이 둘이라면 될 것 같다 ㅋㅋㅋ
-???: 머뭇거릴 틈이 없다!
시청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경복과 어깨라면 10분도 여유로울 터였다.
“그럼 가볼까요.”
“그러시죠.”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듯 두 사람은 곧바로 승강기를 뛰쳐나왔다. 대기하던 보안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정리를 마친 두 사람은 바로 길을 따라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퍼플 님?”
이경복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주변을 둘러보는 게 아닌가. 어깨는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솟구쳤다.
-왜 멈춤?
-츠지모토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구웃!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거시지?
-HOXY 또 큰 거 오나?
-화장실 이슈?
-아니 ㅋㅋㅋ 그것도 큰 거이긴 한데 ㅅㅂㅋㅋㅋ
-그거면 게임을 멈췄겠지 ㅋㅋ
제한 시간은 착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경복은 이내 어깨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여기서 싸우는 게 저희들만이 아니잖아요?”
“아, 그렇죠?”
출구까지 가는 길에서 싸우는 건 비단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의적들이 길목을 막고 적의 유입을 막아내고 있었다.
‘원래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적이 늘어나는 시스템이지.’
몇 번이고 플레이를 해봤기에 어깨는 그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의 돌파속도가 느리면 의적이 당하고 새로운 적이 등장하는 레벨 디자인이었다.
‘혹시 그걸 알아차리고 공략을 늦추려는 건가?’
이경복은 어려운 걸 좋아하기로 소문난 스트리머가 아닌가. 어깨가 그리 의도를 추측하는 와중 그가 다시 말했다.
“그냥 두고 가기 좀 찜찜해서요. 다 잡고 가는 건 어떨까요?”
“네?”
“구할 수 있는데 안 구할 이유도 없잖아요?”
이경복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다 잡아도 시간은 많이 남을 것 같고.”
어깨는 잠시 멀뚱히 그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ㅋㅋ 이게 퍼자감이지!
-애초에 늦는다는 개념이 없쥬?
-이 형이 시간은 또 칼 같이 지키긴 해 ㅋㅋㅋ
-그 와중에 의적들 챙기는 거 무엇?
-우리 형이 또 받은 건 확실히 돌려준다 이마리야
-츠지모토가 희생했는데 애들 버려?
-퍼자감과 퍼몰입의 조합인거신디요?
어깨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아,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뉴비시니까 뭐든 경험하는 게 최우선이죠.”
실력이 아니라 순수한 면에서 이경복은 충분히 뉴비다웠다.
* * *
이경복과 어깨는 의적들을 도와 전투에 가세했다. 팽팽했던 전투는 두 사람의 개입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토사쉑 너프 먹으니까 뭐 없네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잡몹인데 체력 5배로 나오지는 않지 ㅋㅋㅋ
-ㄹㅇㅋㅋ 그냥 튼튼한 깡통이자넠ㅋㅋ
-히로카츠 : 기본 슈퍼아머면 겁나 센 거라는www 에?! 이 두 사람 규격 외잖아 이거!
-본인 등판이냐고 ㅋㅋㅋㅋㅋ
토사의 체력은 마지막 스테이지답게 높긴 했지만 보스로 나올 때와는 달랐다. 더욱이 의적들도 합세했기에 처리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크윽… 감사합니다…”
“부디 무사히 빠져나가시길.”
목숨을 부지한 의적들은 힘겹게 감사를 표하곤 서로를 부축해 해안가 쪽으로 움직였다.
“전투 중 부상을 당했다는 설정인 것 같네요.”
“그럴 겁니다. 저희가 구한 의적들이 합류까지 하게 되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니까요.”
이경복의 말에 어깨가 가볍게 동의했다.
그렇게 전투와 구출을 반복한 끝에 어느덧 남은 시간은 2분 남짓이 됐다.
-혀엉? 이제는 가야 됨!
-이제 구할 사람은 다 구한 듯?
-와 ㅋㅋㅋ 거의 스무 명 넘게 구하지 않았나?
-ㄹㅇㅋㅋ 근데 아직도 2분 남음
-원래 구하면서 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트수가 하면 붕쯔붕쯔하다가 의적들 다 죽는다 이마리야
-이제 헬리포트로 뛰기만 하면 된다구웃!
시청자들의 재촉에 이경복도 수긍했다. 신기로 가늠해 본 바 구할 수 있는 이들은 전부 구했다.
“네, 슬슬 가시죠.”
“좋습니다.”
앞서가는 이경복을 바라보며 어깨는 속으로 웃었다.
‘시청자들도 뉴비라 반응이 재미있네.’
실제로는 의적들을 도와주면서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은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할 때는 마주치는 적들만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그렇기에 정석 공략은 그 적들마저 전부 처리하는 게 아니라 길을 뚫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굳이 밝힐 이유는 없다. 이경복이나 시청자들이나 그만큼 몰입하고 있지 않나.
“이제 보입니다.”
시설 외곽 쪽 언덕을 올라가니 츠지모토의 말대로 헬리포트가 보였다. 남은 시간은 1분 정도였으니 충분히 여유로웠다.
“응?”
그런데 언덕에 다 오르기도 전에 통제권이 사라졌다.
“아, 컷신이네요. 여기까지만 도착해도 성공으로 인정되나 봐요.”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와중 화면이 전환되자 주의가 돌아갔다.
언덕 위, 헬기 앞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쪽이다!”
목소리를 높인 그의 정체를 확인한 강너울과 세브루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츠지모토!”
“아니, 우리보다 빨리 도착했잖아?”
-도모! 츠지모토 데스!
-아 ㅋㅋ 이거지!
-희생해서 죽는 거는 넘모 올드한 거시고요?
-5252, 츠지모토 상! 믿고 있었다구웃!
-딱 봐도 햅삐 엔딩이쥬?
-히로카츠쉑 욕먹고 정신 차린거였냐고 ㅋㅋ
클로즈업 된 화면에 츠지모토의 모습이 잡히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그러나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보스가 안 나왔어.’
츠지모토의 생환에 다들 간과한 사실이었다. 탈출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스테이지가 아닌가.
그것도 마지막 스테이지가 분명했다.
‘온다.’
이내 느껴지는 위협에 이경복은 확신했다. 증폭하는 위협이 다가오는 방향은 위쪽이었다.
이윽고 컷신 속 상황도 일변했다.
“후아, 드디어 여길 빠져나가겠네.”
“맥주, 나가자마자 바로 맥주부터 마셔야겠어!”
강너울과 세브루스는 달려가며 웃다가 이내 눈을 찌푸렸다.
“저게… 뭐지?”
“사람?”
하늘에서 뭔가 검은 점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빠르게 낙하하는 그것은 곧바로 헬리포트로 향하고 있었다.
“츠지모토!”
“피해!”
이내 다급한 표정으로 두 사람이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를 높였다. 츠지모토가 그에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헬기가 우그러지며 폭발했다. 그리고 츠지모토는 폭발에 휩쓸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두 사람은 물론 채팅창도 얼어붙었다.
-뭐야? 뭔데?
-츠지모토가 죽었어?
-아니 ㅅㅂ 이건 개에바지!
-살려놓고 또 죽인다고?
-히로카츠야! 이게 스토리냐!
-아니 ㅅㅂ 이게 추가 스토리면 오리지널 스토리는 얼마나 쓰레기였던 거임?
시청자들의 황당함은 이내 폭연 속에서 나온 인물을 보고 격분으로 뒤바뀌었다.
-ㅅㅂ 어쩐지 왜 안 나오나 했다
-1스테이지부터 스포일러이긴 했는데 ㅋㅋㅋㅋ
-아니 ㅅㅂ 등장을 꼭 이렇게 해야 됨?
-카츠쉑 히로카츠 오너캐임?
-진짜 개 밉상이네 ㅋㅋㅋㅋㅋ
그는 바로 최종보스, 카츠였다.
“역시 버러지들답군.”
카츠는 타오르는 불길을 등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우매한 놈들, 맡긴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것들.”
목소리와 표정에서 경멸이 묻어 나왔다. 그 대상은 비단 츠지모토와 의적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자연의 섭리라고?”
“미친놈이라더니 상상 이상이네.”
강너울과 세브루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에 카츠는 코웃음을 쳤다.
“너희들이 성공한 샘플인가. 그렇다면 내 친히 가르침을 주지.”
카츠는 둘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세상은 승리자의 것이다. 승자가 패자 위에 군림하는 게 자연의 섭리지. 그러니 증명해 보아라.”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 너희들은 여기서 죽는다.”
-버스트 대사가 여기서 나온 거였네
-흔하디흔한 개똥철학이쥬?
-카츠 이름 자체부터 미친놈이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누가 자기 이름을 ‘이긴다’라고 지음
-카츠가 일본어로 이긴다는 뜻이었음? ㅋㅋ
-메탈 펀치 안 해도 디렉터 욕하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ㅋㅋㅋ
-너어는 딱 걸렸다 ㅋㅋㅋ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며 컷신이 끝났다. 불타는 헬리포트를 무대로 카츠와 두 사람이 대치했다.
“최종보스답게 체력이 상당하네요.”
카츠의 체력바 옆에는 ‘x12’가 표기되어 있었다. 거기에 덧붙여 보스답게 전용 기믹도 있을 게 분명했다.
‘나름 재미있겠네.’
그 위협수준을 가늠한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아 ㅋㅋㅋ 우리형 또 어렵다고 좋아하는 거 보소
-어려움 전문 스머가 또?
-코이츠www 오히려 좋아가 패시브인www
-근데 카츠쉑 진짜 어렵긴 해;;
-히로카츠쉑 일부러 플탐 늘리려고 한 건지 개 딴딴하게 만들었음
-이미 체력 12배인 것부터 좀 에바잖슴 ㅋㅋㅋㅋ
일반 시청자들과 격겜러들이 그에 빠르게 채팅을 쳤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경복이 말했다.
“최종보스인데 너무 쉽게 쓰러져도 문제죠.”
이어 그가 덧붙인 한 마디에 채팅창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야 오래 혼쭐을 내주지 않겠습니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츠지모토의 복수를 갚아주겠다 이마리야 ㅋㅋㅋ
-갓플이 퍼펙트 리벤지는 또 잘 하거든요?
-이 시대의 참교육자 갓플 센세 ㅠ
-카츠쉑 지가 좋아하는 자연의 섭리 제대로 맛 볼 듯ㅋㅋㅋ
-아 ㅋㅋ 최종보스면 어쩌쉴?
시청자들이 그리 흡족한 이유는 하나였다.
-어차피 갓플한테는 다 같은 샌드백이다 이마리야
이경복을 상대로 오래 버틴다는 건 그만큼 오래 얻어맞는 걸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