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99화 (299/491)

299화 - 잘 하면 재미있다, 너도 그렇다. (8)

메탈 펀치의 브롤 모드는 ‘협력’을 전제로 스테이지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깨는 지금만큼은 그 전제를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음, 여러분. 이번에는 제가 끼어들지 않는 게 더 낫겠습니다.”

이경복과 카츠의 접전을 지켜보던 그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솟구치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지금 퍼플 님이 패턴을 수집 중이시거든요? 격겜러들은 특히 잘 아실 텐데, 이게 되게 중요한 과정이에요. 다만 퍼플 님은 그 과정을 진짜 극도로 압축해서 진행하는 거고.”

카츠가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의 스킬을 이경복이 습득하는 와중이었다. 어깨는 이경복의 반응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보이시죠? 봐봐요! 퍼플 님이 카츠 스킬 나오기도 전에 가드 자세를 취하잖아. 햐, 이거 정말 미쳤다 미쳤어.”

-혀엉? 우리 눈은 완전 까막눈이라구웃!

-아 ㅋㅋ 그러네(안보임)

-조금 전이랑 뭐가 다르다는 거냐고 ㅋㅋㅋㅋ

-역시 프레임 단위로 반응하는 눈이쥬?

-퍼펙트 아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프레임 아이도 없네 ㅠㅠ

-하여간 천상계 사람들이란!

아쉽게도 시청자들은 그 변화를 구별할 만한 안목이 없었다. 어깨는 그 반응에 헛기침을 하며 다시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게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런 겁니다. 캐릭터가 쓰는 스킬 동작은 시스템이 정해둔 행동이잖아요? 우리가 커맨드를 넣으면 그게 그대로 구현되는 거란 말이야. 근데 이게 달리 말하면 그 준비 동작이 모두 일정하다는 뜻입니다.”

어깨는 그리 말하며 가볍게 스트레이트 펀치를 두어 번 시연했다.

“자, 지금 세브루스가 치기 전에 팔 뒤로 빼면서 허리 트는 거 봤죠? 이런 게 익숙해지면 팔이랑 허리가 움직이기만 해도 ‘아, 스트레이트’구나 딱 입력이 된단 말이야. 그러면 바로 상단 가드! 이렇게 대처가 되는 거거든.”

대부분의 캐릭터는 스킬 시전에 앞서 준비동작이 필요했다. 일부 캐릭터는 그사이가 급격히 짧아 ‘즉발기’로 통용되는 스킬도 있지만 어깨는 그마저도 읽어낼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퍼플 님 봐요. 처음 본 스킬은 딱 피지컬로 막아내고, 똑같은 스킬이 나오면 그 전에 가드가 올라간단 말이야. 이게 한 번 보고 패턴 파악이 끝났다는 뜻이거든요.”

-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아니 ㅋㅋㅋ 갓플은 다 막아내고 피해버리잖슴

-이거 구별할 정도면 킹직히 트수하겠냐고 ㅋㅋㅋ

-ㄹㅇㅋㅋ 어깨 형이 말하는 거니까 그런갑다 하는 거지 ㅋㅋㅋㅋ

-경험을 해봐야 공감이 된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반응에 어깨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 하긴 이 정도 되려면 오메가 등급까지는 와야 되긴 합니다. 아무튼 ‘모르면 맞아야지’라는 말은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알면 안 맞지’거든요. 그래서 등급이 높아질수록 피지컬보다는 심리전이 더 중요합니다.”

스킬의 동작이 모두 동일하다는 건 속도와 위력까지 일정하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등급이 높아질수록 ‘실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피지컬보다 심리전이 더 커졌다.

“그런데 AI는 플레이어 상대로 심리전 같은 걸 안 걸어요. 그냥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대처하는 거지.”

하지만 지금 이경복과 상대하는 카츠는 사람이 아니라 AI였다. 아무리 고난이도로 설정이 되어있다고 해도 진짜 심리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다들 예상하겠지만 이미 승부는 퍼플 님이 이긴 거나 다름없거든. 그래서 제가 개입을 안 하는 겁니다. 지금 나서봐야 퍼플 님 학습을 방해하는 것밖에 더 되겠냐고.”

여기서 어깨가 개입하게 되면 카츠는 1:1이 아니라 2:1을 상대하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대처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이경복이 볼 수 있는 스킬의 패턴 가짓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오 ㅋㅋㅋㅋ 통찰력 보소

-메탈펀치 리빙레전드 수듄ㅋㅋ

-아니 ㅋㅋ 그러면 더 말려야 되는 거 아님?

-ㄹㅇㅋㅋ 갓플을 여기서 더 키우겠다고?

-경쟁 상대를 키우는 스트리머가 이따!?

시청자들은 그 설명에 탄사를 흘리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었다. 지금은 협력하는 컨텐츠이긴 하지만 결국 플랫폼 대전에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닌가.

견제를 해야 할 마당에 성장을 돕는다니?

“제가 이번에 같이 합방하면서 퍼플 님이 진짜 천재라는 걸 여러 번 느꼈거든요? 와, 근데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느껴진 적이 없어요.”

어깨는 그에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더 욕심이 나. 미완성의 천재보다는 완성된 천재랑 붙어보고 싶거든. 아니, 생각해보세요. 이거 너무 재미있지 않겠어요?”

-아 ㅋㅋ 이게 어깨지!

-승부욕 미쳤고?

-아아, 이것이 ‘패왕’이라는 것이다

-실력이 받쳐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위엄 찢었다

-이게 그 키잡인가 그거냐?

-ㅔ

-고인물 입장에서 이건 못 참지ㅋㅋㅋ

상대가 강할수록 승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격투게임의 거장답게 어깨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 소통이 이어지는 와중 이경복은 착실하게 카츠의 체력을 소진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 볼 건 다 봤네요.”

이경복은 소위 ‘이단 옆차기’라 부르는 날아 차기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이펙트가 터지며 카츠의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77ㅓ억!

-와 씨 ㅋㅋㅋㅋ 어떻게 한 번을 안 맞냐

-카츠쉑 ㅋㅋㅋ 나대더니 한 번도 못 맞췄쥬?

-클린히트 0회 무엇?

-카츠쉑 붕쯔붕쯔 잘 하네 ㅋㅋㅋ

-최종보스가 바로 트수 되어버리기 ㅋㅋㅋ

승부가 결정되자 시청자들은 기쁨을 표했다. 그 중 격겜러들은 더욱 커다란 탄사를 토했다.

-갓플과 어깨 시너지는 진짜 전설이다…

-둘 다 어떻게 한 번을 안 맞냐 ㅅㅂㅋㅋㅋ

-이게 되네?

-전 스테이지 클린 히트 없는 거 실화?

-대충 어그거실화 짤

-펀하하하하하

-아 ㅋㅋ 분위기 깨지 말라구욧!

두 사람 모두 가드 데미지 외에는 피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웃고는 이내 어깨를 돌아봤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집중하다 보니 어깨 님 몫까지 다 빼앗은 것 같네요.”

“네? 어우, 전혀 아닙니다. 문제 될 거 하나 없죠. 오히려 옆에서 직관하니까 더 재미있던데요.”

이경복이 멋쩍게 사과하자 어깨가 빠르게 손사래를 쳤다. 그리 모두가 즐거운 와중 화면이 전환됐다.

“아, 엔딩인가 봅니다.”

-마참내!

-카츠쉑 최후 얼른 보여줘잉!

-아니 ㅋㅋ 근데 이거 엔딩은 어떻게 나오려나

-보통 차기작 떡밥 남기면서 끝나지 않나?

컷신 시작에 모두의 주의가 돌아갔다. 이내 화면 속에 카츠의 모습이 보였다.

“크어억…!”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나뒹구는 그의 모습에 채팅창에 ‘ㅋㅋㅋ’가 가득해졌다.

이어 강너울과 세브루스가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그를 향해 달려들 때였다.

“총수님!”

불현듯 들려온 외침에 이어 갑자기 총격이 쏟아졌다. 놀란 두 사람이 다급히 피하며 엄폐한 후 고개를 들었다.

“젠장, 지원군인가!?”

“빌어먹을! 거의 다 끝났는데…!”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헬기와 엘리트 요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컷신 속 카츠는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헬기에서 내려온 사다리를 붙잡았다.

“연구 성과가 놀랍군.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이 몸이시다.”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어처구니 없어했다.

-???

-설마 이걸 놓친다고?

-아 ㅋㅋ 그건 진짜 억까임

-ㅅㅂ 카츠쉑 등장 씬이랑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넘모 추한 거시고요?

-으윽! 이딴 게 엔딩? 너무 역겨운거신디요?

-진짜 ㅋㅋ 차라리 멋있게 퇴장이라도 시키든가 ㅅㅂㅋㅋㅋ

-카츠 네 이놈! 히로카츠 몸 속에서 나가!

-어서 히로를 돌려줘!

시청자들의 아우성에도 이경복은 담담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덕이었다.

‘이 느낌은…’

화면 밖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헬기가 다시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쐑하는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카츠의 몸에 박혔다.

“커헉…!”

왈칵 피를 토한 카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복부를 관통한 건 그의 피를 머금은 일본도였다.

이내 그가 추락하자 강너울과 세브루스가 일본도가 날아온 방향을 돌아봤다.

“츠지모토!”

“살아 있었던 건가!”

두 사람의 밝아진 표정과 함께 화면이 돌아갔다. 헬기 폭발에 휘말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츠지모토가 다른 의적의 부축을 받고 서있었다.

하지만 그리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얼굴의 절반은 응급처치를 했는지 붕대로 가려져 있었다.

-갓지모토 센세!

-5252, 믿고 있었다구웃!

-아 ㅋㅋ 이게 올바른 엔딩이지

-이런 뻔한 클리셰, 오히려 좋을지도?

-카츠쉑 나락 이지선다하다 자기가 나락 가버렸쥬?

-카츠가 죽고 히로가 돌아왔다!

-기본만 해도 된다 이마리야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생환에 기쁨을 누렸다. 이내 세 사람이 추락한 카츠의 주변을 포위했다.

“너희들이, 이겼다고 생각하나…?”

아직 숨이 붙어있는 카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지 마라. 승리는 나, 카츠의 것이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던 카츠의 동공이 이내 풀렸다. 시청자들은 그 마지막에 조소를 흘렸다.

-3류 빌런 대사 수듄ㅋㅋㅋ

-뒤졌는데 어케 하쉴? ㅋㅋㅋ

-아 ㅋㅋ 이거 저승 매칭 잡으려는 듯

-저승 매칭은 뭔데 ㅋㅋㅋㅋㅋ

-지옥에서 찐막 기다리는 거냐고 ㅋㅋㅋ

-닥터 에이스랑 매칭이나 하시라고요 ㅋㅋㅋ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츠지모토의 말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번에는 이겼지만, 놈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강너울과 세브루스처럼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올라왔다. 츠지모토는 심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신들에게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 기억하나?”

“그거야 물론이지.”

“승강기에서 말하다가 말았잖아?”

-어? 맞네?

-떡밥이었던 거?

-아니 ㅋㅋ 대놓고 떡밥 같긴 했는데

-여기서 뭐 더 나올 게 있다고?

-아니;;; 카츠쉑 잡았는데 불안하게 왜 이럼

시청자들도 이내 컷신을 떠올렸다.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르겠지.”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두 사람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잡힌 인물에 채팅창에도 물음표와 느낌표가 버무려졌다.

“츠지모토…?”

“뭐, 뭐야 이거!?”

그곳에는 츠지모토가 한 명 더 있었다. 두 사람은 부상을 당한 츠지모토와 새로 나타난 츠지모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카츠는 이미 납치한 무술인들의 분석을 모두 끝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대해본 너희들이 잘 알겠지.”

이어지는 츠지모토의 말에 몇몇 시청자들이 상황을 눈치챘다.

-ㅁㅊ 카츠 기믹이 스토리랑 연결된 거였음?

-오? 최종보스라서 그냥 넣어준 기믹이 아닌 거?

-왘ㅋㅋㅋ 이미 무술 스타일 다 분석해서 전부 쓴 거 였네

그 사이 츠지모토가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지. 그건, 이제 두 사람이 기억하는 세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뭐?”

“그게 무슨 뜻이야?”

“당신들은 납치된 게 아니야.”

부상당한 츠지모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깐, 설마…”

이내 컷신에 다시금 회상처럼 1스테이지의 캡슐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이어 2명의 츠지모토가 분할된 화면에 클로즈업 됐다.

“두 사람 모두 납치된 당사자가 아니라, 오리지널을 복제해 강화시킨 클론이다.”

츠지모토는 두 사람의 의혹을 사실이라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우리, 의적단 역시 카츠 그룹에 맞서기 위해 클론 기술을 이용하고 있지.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 충격 받은 듯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ㅁㅊ 마지막에 통수를 넣어버리네

-츠지모토가 둘인 이유가 있었네

-실험실 여러 개라는 것도 떡밥이었고?

츠지모토는 그런 두 사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혼란스러울 거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하겠지. 여기 있는 카츠도 오리지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츠가 죽어도 클론기술로 부활하는 거지. 카츠 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해.”

두 츠지모토의 말에 강너울과 세브루스는 심각해졌다.

“놈들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또 다른 내가 더 늘어나겠지.”

“그 자식들은 세뇌까지 한다며? 이미 이용당하고 있는 ‘나’도 있다는 거잖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면 어쨌든 카츠 그룹을 박살내는 수밖에 없어.”

강너울과 세브루스는 그리 결론을 내리고 각자 츠지모토와 손을 잡았다.

그와 함께 컷신이 암전되며 메탈펀치의 로고가 떠올랐다.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엔딩 ㅋㅋㅋ

-엌ㅋㅋㅋ 넘모 격겜스러운 거시고요?

-스토리를 먼저 짰다기 보다는 장르에 맞춘 스토리긴 하네 ㅋㅋ

-ㄹㅇㅋㅋ 이런 설정이면 미러전도 위화감 없지

-나 빼고 다 나쁜 클론들이라 이마리야

-근데 이게 스킵 루트 엔딩이면 원래 엔딩은 뭐임?

-오? 맞네? 원래 루트 엔딩은 따로 있을 덧?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격겜러들이 바로 채팅을 쳤다.

-이게 그나마 고친 엔딩임ㅋㅋㅋ

-ㄹㅇㅋㅋ 기존 루트에서는 츠지모토가 죽어서 안 나옴

-카츠쉑 살아서 바로 빤스런ㅋㅋ

-나중에 클론 츠지모토가 와서 상황 설명해주긴 하지 ㅋㅋ

-그다음에 복수 다짐 엔딩 ㅋㅋ

-진짜 개 답답함 ㅅㅂ ㅋㅋㅋ

-아 이건 진짜 모르고 한 번 당해봐야 되는 것인디요 ㅋㅋㅋ

자기만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듯 성토하는 투였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단평했다.

“듣고 보니 스킵 루트가 훨씬 좋네요.”

“아유, 그렇죠. 뭐, 괴로워하는 퍼플 님 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한데 귀신같이 피하셨네요.”

-스킵 엔딩이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이말이야ㅋㅋ

-고인물특) 뉴비가 괴로워하는 거 보고 좋아함

-하지만 갓플은 바로 피해버렸쥬?

-퍼펙트 상식으로 해결 ㅋㅋㅋ

-첫트로 정복 끝나버리기 ㅋㅋㅋ

웃고 떠드는 사이 화면은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이경복은 힐끗 시간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오늘 어깨 님과 함께 첫 번째 합방을 진행해봤는데요. 정말 처음이라 믿기지 않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저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가올 플랫폼 대전, ‘세트로 붙자’는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 너무 기대가 되네요!”

어깨는 이경복의 멘트를 바로 받으며 마무리 준비를 했다.

-으아니! 벌써 간다 이마린가!

-조금만 더 해줘잉!

-월드컵 한 번만 하고 가!

-그립읍니다ㅠㅠㅠ

-이걸 여기서 끊는다고?

-시간쉑 눈치 없게 왜 빨리 감?

-이게 다 히로카츠 때문이다!

-ㄹㅇㅋㅋ 카츠쉑 체력 30배 정도는 했어야지

-히로카츠 킷사마아아아아아!

시청자들의 아우성에 어깨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 이거 시청자들 반응도 제 방송이랑 너무 다르네. 아니, 저는 방송 끝내려고 하니까 왜 이렇게 늦게 가냐고 뭐라 그러던데?”

-아니 ㅋㅋ 형은 일찍 좀 끝내야지

-형이 방송 안해야 오메가 승급 가능한 거 모름?

-문지기 없을 때 들어간다 이마리야

-근데 또 곧바로 매칭 잡아서 떨군다는 게 함정 ㅋㅋㅋ

-격겜러 혐오를 멈춰주세요ㅠㅠ

시청자들도 그에 장난스럽게 답했다. 이경복은 어깨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편하게 방종 못 할까 봐 배려까지 해주시네.’

시청자들의 아쉬움 섞인 반응은 매 방송마다 있었던 터라 익숙했지만 어깨에게는 아닐 터였다.

이경복은 웃음 짓고는 이내 손을 흔들었다.

“좋습니다, 오늘 방송 시청해주셔서 감사했고요. 다음 방송에서 다시 뵐게요!”

“세트로 붙자!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어깨도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자 화면이 꺼졌다.

-와 ㅋㅋㅋ 어깨랑 합방인데 칼 같이 끊어버리네

-역시 유일검의 솜씨였다 이마리야

-그 검이냐고 ㅋㅋㅋ

-아 ㅋㅋ 플랫폼 대전 빨리 했으면 좋겠다

-오늘 보니까 진짜 둘이 붙으면 대박일 듯 ㅋㅋㅋㅋ

여운에 잠긴 시청자들은 두런두런 채팅을 치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주의는 하나의 채팅으로 돌아갔다.

-방송 끝나고 뭐 해야 되지 않았나?

그 한 문장의 물음은 모든 이들의 머리를 번뜩이게 만들었다.

-아!

-굿즈 투표!

-지금 열렸나?!

-오 떴다!

-아 ㅋㅋ 당장 간다

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직접 한 부탁이었다. 간단한 참여만으로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구쭈 내놔!

-게말콘 피규어는 무적권 1순위임!

-퍼펙트 굿즈는 못 참지 ㅋㅋㅋ

그들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