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 다 잘 되자고 하는 일 (1)
이른 새벽.
지놈은 캡슐에 들어가 방송을 준비했다.
‘오늘은 난민이 좀 많겠는데?’
그는 방송 시간대를 이경복의 방송이 끝난 이후로 맞춰두었다. 이렇게 배치를 해두면 이경복의 방송이 끝나고 갈 곳을 잃은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시작하자 시청자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새벽반 어서 오고.”
그의 인사에 채팅창은 웃음과 함께 ‘지하’, ‘추하’가 가득해졌다.
지놈은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소통시간을 마련해두었다. 예전에는 근황이나 팬카페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최근은 달랐다.
-오늘도 갓플 방송 레전드였음 ㅋㅋㅋ
-진짜 ㅋㅋ 개꿀잼이었자너
-어떡계 매일 재밌을 수가 있는 거냐구웃!
이경복과의 합방을 시작하고 퍼지데이 크루가 결성된 이후, 그리고 지놈이 방송 시간대를 뒤로 미룬 이후부터 소통의 첫 주제는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경복의 방송 감상. 방송 준비 때문에 라이브 방송을 못 보는 지놈을 시청자들이 놀리며 서로 방송 텐션을 맞추는 과정이기도 했다.
지놈도 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이경복의 방송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지.’
그런데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이경복의 연락으로 전화상으로나마 그가 방송에 나왔다.
지놈은 스트리머로서 프로였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방송에 관련이 된 이상 전후 맥락 정도는 파악해야 했다.
‘브롤 모드 플레이는 못 봤지만 섭외는 다 봤거든.’
시작부터 섭외 끝까지 상황을 확인한 바 지놈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야, 너희들 다 퍼튜브에 투표는 하고 온 거?”
그가 선택한 소통 주제는 바로 이경복의 굿즈 투표였다.
이경복은 크루의 일원이자 친한 동생인 바, 지놈 역시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안 한 사람 있으면 지금 같이하자. 나도 방송 준비한다고 못 했어.”
그는 자연스럽게 퍼튜브 커뮤니티를 띄우며 참여를 유도했다.
-여기 굿즈 투표 안 한 사람이 있다고?
-깨어있는 한국인이면 이미 투표 다 했지 ㅋㅋㅋ
-우리가 형처럼 폐급인 줄 아냐구웃!
-솔직히 말해! 킹부러 안 했지!
-아 ㅋㅋ 소통 컨텐츠 날로 먹으려고 기다렸네
-오늘도 시작부터 추해버리기 ㅋㅋㅋ
시청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를 놀렸다. 이에 지놈은 오히려 당당하게 턱을 치켜 올렸다.
“얘들이 뭘 모르네. 이게 날먹 컨텐츠로 보여? 아니, 생각을 해봐라. 내가 누구야? 스트리머 중에서는 사장님의 1호 팬이다 이 말이야. 다른 사람은 안 해도 나는 방송으로 투표를 하는 게 맞지!”
-고건 맞긴 해 ㅋㅋㅋ
-우리 형이 1호긴 하지 ㅋㅋㅋ
-마! 우리가 남이가!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지놈은 투표 목록을 찾았다. 이내 그는 투표 항목, 굿즈를 훑어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 다양한 종류도 놀랍지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었다.
[5.4만 명 투표]
그것은 바로 투표자 숫자였다.
“아니, 벌써 5만 명이 넘었다고? 이거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놀라움도 잠시 그의 입가에는 진심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야, 이거 화력 진짜 장난 아니네. 이 정도 추세라면 10만은 금방 넘겠는데? 햐, 이거 안 봐도 대박 났다 진짜.”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다는 듯 해버리기 ㅋㅋㅋㅋ
-근데 화력이 센 건 맞긴 하짘ㅋㅋㅋ
-진짜 ㅋㅋ 내가 투표했을 때에는 1만 명 정도였는데
-아 ㅋㅋ 갓플이 대박 안 나면 누가 나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지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굴렸다.
“이게 투표를 했다고 해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게 또 아니거든. 근데 지금 보면 10만은 무조건 넘을 거란 말이지? 거기서 10%만 구매해도 얼마냐, 1만이야, 1만!”
지놈은 옛 기억을 뒤적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가 괜히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또 나름 굿즈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쉽지가 않아. 나랑 좀 오래본 애들은 알 거야. 그때 산다고 해놓고 안 산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재고 처리하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엌ㅋㅋㅋ 기억난다 ㅋㅋㅋ
-억울함 그라데이션 뭔데 ㅋㅋㅋ
-눈물의 90% 할인 ㅋㅋㅋㅋㅋㅋ
-???: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원래 개수 제한 있었는데 중간에 없어진 거 개웃겼는뎈ㅋㅋ
-혀엉! 그래도 나는 2개 사줬어!
오래된 시청자들이 그에 동감하며 놀리자 지놈은 과장스럽게 헛웃음을 흘렸다.
“자자, 아무튼 투표부터 해야지. 어디 보자… 오?”
다시 투표를 하려던 그는 이내 눈을 번뜩였다.
“이야, 이거 진짜 제대로다! 투표 결과를 못 보게 막아뒀어! 이거는 진짜 필수거든!”
그의 감탄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올라왔다. 투표 결과를 못 보게 하는 일이 뭐가 대수라고 저렇게 좋아한단 말인가.
“이게 경우가 좀 다르긴 한데, 나 굿즈 낼 때는 수요량 파악하려고 투표를 했었거든? 근데 그때는 내가 처음이라 뭣도 모르고 투표 결과가 다 보이도록 설정을 했었단 말이야.”
지놈은 재차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게 초반에는 별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이게 투표가 쌓일수록 결과가 편중해버리더라고.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거야. 밴드웨건 효과, 군중심리! 내가 그걸 실감했다니까? 막상 사지도 않을 건데 투표해서 재고가 쌓인 거 아니냐.”
-아 ㅋㅋ 기억난다
-ㄹㅇㅋㅋ 이형 재고 확인하고 이렇게 투덜거렸는데
-투덜이 리마스터 뭔뎈ㅋㅋㅋ
-근데 이건 킹쩔수 없긴 해 ㅋㅋ
-남들이 좋아하는 게 더 좋아보이잖슴ㅋㅋㅋ
시청자들 반응에 지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물론 인정은 하지. 나만 해도 그러니까. 근데 그때 내가 깨달은 게 있어요.”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그는 검지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돈 낼 때는 가성비를 따진다는 거. 대신 그 가성비의 허들이 킹반인 보다는 낮을 뿐이거든. 돈 낼 때는 이성이 돌아올 수밖에 없어.”
그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눈을 돌렸다.
“잠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데,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 사장님은 그럴 일이 없다는 거지. 아니, 이게 오히려 더 좋아.”
한풀이나 하자고 퍼튜브를 띄운 게 아니었다. 그는 다시금 방송의 텐션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투표가 되게 스마트한 게 뭔지 알아? 이렇게 되면 오히려 팬들끼리 서로 영업을 해야 되거든. 왜냐? 어떻게 될지 결과를 모르잖아. 자칫하면 자기가 투표한 굿즈 출시가 미뤄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 이 말이야. 햐, 이게 진짜 처음 굿즈 내는 사람 맞아?”
-오? 듣고 보니 그러네?
-5252, 주주마저 일을 하게 셈이냐구웃!
-블랙기업식 주주활용ㅋㅋㅋㅋ
-첫트에 또 다회차 플레이를 했다 이 말인가?
-아니 ㅋㅋ 굿즈 판매도 다회차 숙련도냐곸ㅋㅋ
-아직도 퍼펙트 상식 탑재 안한 사람 없제?
시청자들에 그에 놀라자 지놈은 항목을 선택하며 첨언했다.
“아마 이 투표 자체는 아마 매니저님이나 편집자님이 맡았을걸? 이게 사장님이 뛰어나기도 한데 그 주변에 훌륭한 분들도 많다는 의미거든.”
-그건 맞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퍼튜브 편집자님이랑 매니저님 능력은 킹정이지
-원래 능력자 곁에 유능한 사람이 많이 모이긴 함 ㅋㅋㅋ
-아 ㅋㅋ 끼리끼리 모르냐고요
-근데 이 형은 왜 옆에 껴있음?
-폐급이라 낄끼빠빠 못해서 그런 듯?
-오히려 추해서 남은 거냐곸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장난스럽게 역정을 내고 투표 항목을 확대했다.
“어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 아직 투표 결정 못 한 사람들 있지? 형이 딱 정해줄 테니까 이거 그대로 따라해.”
-게말콘 피규어는 무적권이지 ㅋㅋㅋ
-퍼펙트 상식 후드티도 탐나긴 해
-OTP 텀블러? 이건 별로 안 끌리던데
-이형 바로 영업하는 거 보소
-???: 하라는 대로 하기 시러!
-아 ㅋㅋ 절대 안 해줄 거지롱
지놈은 채팅을 읽으며 혀를 찼다.
“쯔쯔, 얘들이 뭘 모르네. 내 얘기 들으면 진짜 생각 달라진다. 자, 생각해봐,”
그는 이내 자신 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후드 디자인 잘 빠진 거? 딱 보면 누구나 다 알아. 이게 집에서든 밖에서든 입어도 괜찮아요. 게다가 오버핏이라 어떤 체형에도 어울린단 말이지.”
그는 마치 연극을 하듯 일어서서 움직였다.
“뭐, 유니폼이나 정장 입어야 되는 사람은 논외로 치고. 딱 이거 입고 자기 일해. 공부든 업무든 하다가 되게 지칠 때 있지? 그때 딱 게말콘 피규어 보고 힘 얻는 거야.”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피규어를 보면 좋기야 하지만 무슨 힘이 난단 말인가.
“솔직히 다들 알 거야. 일하다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경우 생기잖아? 그런데 어쩔 도리가 없어요. 어떻게든 해내야 되는 거잖아. 그때 게말콘 피규어 딱 보면서 사장님 떠올려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 다 해내시잖냐! 이게 말이 되냐? 말이 되거든.”
지놈은 이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등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일 끝내고 집에 왔지? 1순위가 뭐다? 휴식이야 휴식. 뭐,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런데 너희들 남는 시간에 운동이니 외국어 공부니 하겠다고 뭐 잔뜩 사놨지? 내가 다 알아요. 근데 도무지 의지가 안 생겨! 아, 내일부터 해야지. 그러고 그냥 뻗는단 말이야.”
-소돋똑 ㅅㅂㅋㅋㅋㅋ
-난가?
-ㄴㄱ?
-너두? 와! 나두!
-혀엉? 개인사찰은 범죄야!
-???: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공감에 지놈은 웃으며 텀블러를 가리켰다.
“그때, 이 OTP 텀블러가 딱 눈에 들어오는 거지. 여기 적힌 문구가 뭐냐? OVER THE PEREFECT, 완벽을 넘어서. 크으, 이거 보면 퍼펙트한 사장님 떠오른다 그지? 아, 그러면 동기부여 빡 되는 거야. 왜? 나도 그렇게 되고 싶거든. 이렇게 루틴 돌리잖아? 매일 매일이 달라지면서 진짜 퍼청자가 된다 이 말이야.”
-아닠ㅋㅋㅋ 스토리텔링 뭔뎈ㅋㅋ
-의외로 솔깃한 거시고요?
-퍼지데이 영업사원 수듄ㅋㅋㅋ
-하여간 트최입이라니깐!
-근데 이 형은 진짜 바뀌기까지 했어서 ㅋㅋㅋㅋ
-이번 한 번만 속아드리는 겁니다?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자 지놈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이렇게 투표를 하면 되겠고. 댓글이나 좀 볼까?”
지놈은 투표 게시글에 달린 댓글 한 번 열어보았다. 역시나 그 예상대로 투표를 요청하는 영업 댓글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It’s Awesome! Where can I buy these goods?]
[-Are you selling it now?]
[-I've never wanted to be a Korean like now! XD]
[-ええ?! どこで買えますか?]
[-すごくかわいい! ぜひ欲しい!]
“의외로 외국인 댓글이 많네?”
댓글 란에 한국인만이 아니라 외국 계정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ㅇㅇ 생각보다 많았음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 개많음ㅋㅋㅋㅋ
-ㄹㅇㅋㅋ 지금 파는 줄 아는 듯
-월클 수듄 바로 나와버리고?
-첫 굿즈 판매에 해외배송 각ㅋㅋㅋㅋㅋ
-굿즈는 글로벌로 출시한다, 이게 퍼펙트 상식이잖아?
-아 ㅋㅋ 게말콘 마렵네 진짜
-안 그래도 수량 한정일 텐데 경쟁 개빡셀 듯 ㅋㅋㅋㅋ
시청자들 말에 지놈은 코웃음을 쳤다.
“야야, 걱정하지 마. 샵팬덤은 국내배송만 지원하거든.”
그 한 마디에 채팅창 분위기는 더욱 흥겨워졌다.
-엌ㅋㅋㅋㅋ 너님들 탈락!
-아 ㅋㅋ 재외동포는 못 산다곸ㅋㅋㅋ
-이게 바로 퍼플보유국의 위엄?
-HOXY 꼬우신가요?
-굿즈가 갖고 싶었으면 한국에서 태어났어야지 ㅋㅋㅋ
새삼 자신의 거주지가 자랑스러워지는 시청자들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신혜림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회사를 이렇게 사치스럽게 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네.’
이 또한 근무시간 변경과 함께 주어진 특혜였다. 야간 교통비 지원 덕분에 그녀는 러시아워에 시달릴 필요가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움직였다. 이내 답답한 듯 제 얼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도 했다.
이윽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터치를 마쳤다.
‘피규어랑 후드, 그리고 텀블러가 최선이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굿즈 투표를 마쳤다. 그럼에도 다시 미련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굿즈를 가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퍼펙트 센스 후드를 입고 게말콘 피규어가 놓인 책상에서 OTP 텀블러에 담긴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방송을 모니터링 한다.
대체 어느 회사에서 이런 업무 환경을 꾸릴 수 있겠나.
“으흐흫.”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택시기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거렸지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지금쯤이면 댓글이 좀 달렸으려나.’
그녀는 메타게이머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아쉽게도 이번 기사는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격투 게임의 새로운 퍼러다임!]
이미 메탈펀치 관련 기사가 메인 페이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또 특종을 낼 줄 누가 알았겠어.’
아무리 그래도 메탈 펀치 기사를 연속으로 메인 자리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기존 기사에 통합하자니 유입이 적을 터였다.
이에 편집부는 그녀의 기사를 인플루언서 카테고리와 메탈펀치 메타의 메인 기사로 등재하기로 했다.
‘하, 그래도 너무 아깝네. 이건 진짜 메인으로 부족한 게 아닌데.’
신혜림은 그리 코끝을 찡그리다가 이내 눈을 껌뻑였다.
‘아니, 지금 내가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완전 배가 불렀네?’
3개월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전체 메인은커녕 인플루언서 카테고리에서도 노출이 될까 말까 걱정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전체 메인 기사가 동시에 안 올라간다고 불평하다니?
‘혜림아, 정신 차리자. 이렇게 자뻑하다가 훅 간 사람들 많이 봤으면서!’
유난히 반짝 뜨는 사람이 많은 게 개인방송 업계가 아닌가.
그녀는 사라지거나 몰락한 인플루언서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사를 눌러 댓글 란을 살폈다.
[-기사 업로드 속도 무엇?]
[-캬 ㅋㅋ 메타게이머가 1위인 이유가 있네]
[-갓플 관련 뉴스는 완전 실시간 수준인 듯 ㅋㅋㅋ]
[-기자님은 이 시간까지 일하시는 건가 ㅎㄷㄷ]
[-딱 보니까 한국인이신 듯?]
다행히 댓글은 호평일색이었다. 그녀는 안도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브롤 모드 노 클린히트 클리어?]
[-아 ㅋㅋ 이게 말이 되냐구욧!]
[-아니;; 이거 우정파괴 구간 있지 않나?]
[-ㄹㅇㅋㅋ 찍먹한 사람들 다 욕하는 구간인데]
[-이게 되네 ㅋㅋㅋㅋㅋ]
방송 내용에 대해 놀라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일부는 메탈 펀치 내 어깨의 명성은 유명한 바, 그의 덕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깨가 가이드를 잘 해준 거 아님?]
[ㄴ엌ㅋㅋ 어깨가 잘 하긴 했는데 ㅋㅋㅋ]
[ㄴ가이드는 거의 안 하고 즐기시다 가심ㅋㅋㅋ]
[ㄴ이 분은 한국인이 아니시고?]
[ㄴㄹㅇㅋㅋ 방송 보면 갓플이 다 셀프로 공략법 찾아냄]
[ㄴ오히려 어깨가 새로운 공략법 보고 훈수 받은 느낌이잖슴ㅋㅋㅋ]
방송을 본 사람들의 대댓글로 진실은 금방 밝혀졌다. 그 아래로는 가장 핵심인 플랫폼 대전에 대한 댓글이 이어졌다.
[-?????????]
[-어깨랑 갓플이 붙는다고?]
[-아닠ㅋㅋㅋ 이걸 가장 먼저 알려주셨어야짘ㅋㅋㅋ]
[-킹부러! 끝까지 읽게 할라고!]
[-와 ㅋㅋ 기자님 머리 좋으시네]
[-ㄹㅇㅋㅋ 댓글보고 다시 읽게 만듦]
신혜림은 의도적으로 해당 소식을 마지막에 배치해뒀다. 그녀는 의도대로의 반응이 나오자 웃음을 흘렸다.
[-와 근데 라인업 미쳤는데?]
[-퍼지데이 조합이면 믿을만하짘ㅋㅋㅋ]
[-막누는 무적권 모셔가야지 ㅋㅋ]
[-하여자는 과연 상여자가 될 수 있을 거신가…]
[-아니 ㅋㅋ 어깨형 인맥 다 모았네]
[-이거 트라이 여성부 공석은 어캄?]
[-어깨랑 같이 섭외했는데 안 채워졌으면 후보가 없는 거 아닌가?]
플랫폼 대전 라인업에 감탄하던 사람들은 마지막 빈자리에 관심을 모았다.
[-아 ㅋㅋ 이거 뉴눈나 끼면 딱 아님?]
[-옼ㅋㅋ 뉴눈나 피지컬이면 메탈 펀치도 잘 할 듯]
[-그러고 보니까 요즘 뉴턴좌가 안 보이네?]
[-퍼지데이 합방 기회가 없었잖슴 ㅋㅋㅋ]
[-뉴퍼지데이 다시 가나욬ㅋㅋㅋ]
몇몇 이들은 뉴턴좌의 등장을 기대했다. 거너 그라운드 이벤트 대전에서도 힘을 모았던 바 이번에도 활약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뉴눈나 나오기 좀 힘들지 않나?]
[-ㄹㅇㅋㅋ 거그는 인플루언서니까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플랫폼 대전이라 쵸큼;;;]
[-킹직히 뉴눈나가 스트리머는 아니잖슴 ㅋㅋㅋ]
[-참가하려면 트라이에서 방송을 해야 되는데?]
[-방송할 생각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러면 이번에는 못 보겠네]
[-그럼 누가 나오지?]
[-와 ㅋㅋ 이건 진짜 예측이 안 되네]
방송을 하지 않는데 플랫폼을 대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재차 호기심을 키웠다.
그러나 걱정은 없었다.
[-누구든 갓플이 고른 거니까 괜찮을 듯 ㅋㅋㅋㅋ]
[-트라이에는 퍼펙트 아이가 있다구웃!]
그 선발권을 지닌 이경복을 믿기 때문이었다.
* * *
다음날, 이른 오전.
이경복은 평소 루틴대로 아침 식사 전 운동에 나섰다.
‘이것도 익숙해지네.’
그는 후드에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집에서 운동할 때는 상관없지만 지금처럼 간단히 조깅을 할 때에는 얼굴을 가려달라는 친구들의 당부 때문이었다.
‘햇빛도 잘 막아주고.’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지금은 실용성도 있다는 걸 알고 적응했다.
‘어차피 아침에 운동까지 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큰 관심이 없는데.’
그리 여유롭게 조깅을 하는 와중이었다. 적당히 워밍업이 되어갈 즈음 우웅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어, 여보세요?”
이경복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톡 보낼까 하다가 운동 중일 것 같아서 전화했다.>
상대는 박주호였다.
“알면서 전화한 거면 중요한 일 같은데? 무슨 문제 생겼어?”
<아직 문제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모른다고?”
이경복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트라이에서 죄송하다며 급하게 미팅을 요청했어.>
“미팅? 갑자기?”
이내 그는 완전히 멈추어 섰다. 듣자하니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 덕분일까, 이경복은 바로 미팅 주제를 짐작해낼 수 있었다.
“아, 이거 여성부 참가자 때문이네.”
플랫폼 이름이 걸린 일이니만큼 트라이 쪽에서도 신경을 쓰는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