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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03화 (303/491)

303화 – 다 잘 되자고 하는 일 (4)

지놈의 짧은 소개가 끝나자 데시벨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세상을 시끄럽게!’ 스트리머 데시벨입니다!”

이경복은 그 활발한 인사에 웃음 지었다.

“방송도 아닌데 평소 텐션이 대단하시네요.”

“내가 봤는데 진짜 그런 게, 데시벨 님은 온오프랑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하더라고.”

지놈이 옆에서 거들었다. 데시벨은 그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송은 편하게 해야죠! 그래야 시청자분들도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고, 저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리겜은 긴장하면 더 안 풀리기도 하고요.”

이경복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느낌이 좋은 이유가 있었네.’

데시벨은 등장했을 때부터 신기가 긍정적인 기운을 감지해냈다. 이경복은 그 이유 중 하나가 그녀의 솔직한 모습 덕분이라 판단했다.

“자자, 그럼 일단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하죠.”

지놈의 주도에 세 사람은 자리를 잡았다.

“일단 먼저 연락 주신 거 정말 정말 놀랐고 감사했어요.”

데시벨은 가볍게 손을 모으고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퍼플님이랑 아주 관련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네?”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데시벨과는 초면인데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아니, 퍼플 님이랑 직접적인 건 아니고요. 리겜에서 100% 올 콤보로 끝내는 걸 ‘퍼펙트 플레이’라고 하거든요?”

“아, 장인해부학 영상에서 시연하신 거 봤습니다.”

게임마다 다르긴 하지만 리듬 게임은 대부분 노트 처리 성공 횟수와 타이밍에 따른 정확도를 표기한다.

모든 노트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건 리듬 게임 유저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오, 보셨구나! 그래서 제 큐튜브 영상 제목에 진짜 많이 썼었거든요. 그런데 퍼플 님 방송 시작하시고 나서 약간 낙수효과? 그런 느낌으로 전체적으로 조회수가 늘어나서 덕을 좀 봤었죠.”

“아, 맞네. 같이 검색이 되겠네. 이거 그럼 저보다 먼저 퍼플 코인 타신 거 아니에요?”

“오? 따지고 보면 그런 걸지도?”

지놈이 너스레를 떨자 데시벨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연락 왔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게다가 그 내용이 트라이 대표로 나와 달라니? 보자마자 ‘아, 이건 일단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싶었죠.”

“다행히 부정적이시지는 않으셨네요.”

“네, 그런데… 이게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그녀는 언제 웃었냐는 듯 금방 시무룩해졌다.

“저는 리겜만 파와서 다른 장르는 잘 못 하거든요. 물론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격겜은 아예 시도해 볼 생각도 못한 장르였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한 우물만 파서 장인이 되신 거잖아요.”

지놈이 슬쩍 끼어들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어디까지나 이 자리는 그녀를 섭외하기 위함이었다.

“근데 이제 정점 찍으셨으면 다른 장르 파보시는 것도 나쁘지가 않아요. 이클립스 님 아시죠? 이게 아주 좋은 예시거든요.”

“아, 그쵸그쵸. 그래서 저도 약간 이클 님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면도 있거든요.”

그의 개입이 주효했는지 데시벨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클 님도 새로 도전하시면서 좀 더 밝아진 느낌이 들긴 하거든요. 아, 그런데 저는 이클 님처럼 막 싸우거나 이런 걸 잘 못해서…”

그녀가 다시 침울해지려하자 지놈은 다시 눈을 굴렸다. 하지만 이경복은 여유로웠다.

“지금 못하더라도 여기 와주셨다는 건 ‘잘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헙, 어떻게 아셨어요? 독심술이라도 하시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팔짱을 꼈다.

“사실 욕심은 있어요. 지금도 시청자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시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방송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그거야 물론 이해하죠. 저희 전부 다 스트리머인데.”

지놈의 맞장구에 그녀는 한층 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아, 근데 이게 문제가 리겜이 많이 비주류라는 점이거든요. 아까 지놈 님이 말해주신 수상 경력들, 이건 저 나름대로도 자부심이 있단 말이죠? 리겜에서는 내가 정점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정작 큐튜브 구독자는 10만 대고, 라이브 시청자도 평균 1천 대에 많아야 2천 명 겨우 넘거든요.”

데시벨은 그리 푸념하듯 말하다가 이내 지놈을 돌아봤다.

“아, 물론 이거도 지놈 님이랑 장인해부학을 한 덕분입니다. 정말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음, 하긴 그때도 비슷하게 조언을 좀 해드렸었네. 틈틈이 다른 장르 찍먹 해보시라고.”

“네… 근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녀의 설명에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재미를 못 붙이셔서 그래요.”

“네?”

“제가 장인해부학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게 데시벨 님은 자기 실수를 용납 못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경복은 단순히 시간이나 때우자고 장인해부학 영상을 본 게 아니었다. 그는 데시벨을 섭외해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러려면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코칭 방향을 미리 준비를 해둬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아, 그건 그래요. 리겜에서는 사실 올 콤보 아니면 의미가 없어서…”

“네. 그렇다고 실패에 쉽게 좌절하시지도 않고요. 만약 그랬다면 장인이 되실 수도, 그 많은 수상 경력도 없었겠죠. 끈기는 물론이고 스트레스 내성도 좋다고 봅니다.”

이경복의 칭찬에 그녀의 입가가 실룩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완벽’으로 유명한 사람이지 않나.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칭찬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은 아니거든요.”

“네?”

“시청자 분들은 저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원하는 것도 다르고요. 그래서 원래 기대하던, 데시벨 님 같은 경우에는 리겜이 아닌 다른 컨텐츠를 하면 까다로워집니다.”

“맞아요… 그래서 다른 컨텐츠 하면 평소보다 시청자 숫자가 빠지더라고요.”

“그게 시청자 분들이 떠나는 원인이라고 봅니다.”

“다른 컨텐츠를 하는 게요?”

“아뇨, 데시벨 님이요.”

그 말에 데시벨은 물론 지놈도 눈이 크게 뜨였다.

‘아니, 좋은 말을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이경복은 두 사람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까 이클립스 님을 예시로 들었죠? 이클립스와 데시벨 님은 다른 컨텐츠에 도전하시는데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 그게 뭔가요?”

“중심입니다.”

이경복은 그리 말하며 손바닥을 위로 보이며 데시벨을 가리켰다.

“데시벨 님은 다른 컨텐츠를 하실 때 목적이 컨텐츠 자체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방송의 확장이 주 목적이죠. 하지만 이클립스 님은 다릅니다. 그분은 그 ‘컨텐츠’를 하고 싶어서 하시거든요.”

“아…!”

데시벨이 작게 탄사를 흘렸다.

“목적과 달리 시청자가 빠지니 당연히 의욕이 나시지 않았겠죠. 차라리 하던 대로 리겜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와, 진짜 귀신 같으시다.”

그녀의 반응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클립스 님은 자신이 중심인데 데시벨 님은 시청자 반응이 중심이라서 생긴 차이라고 봐요. 결국에는 본인이 즐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으… 할 말이 없네요.”

데시벨이 주눅 들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제가 데시벨 님께 제안을 드린 건 메탈 펀치를 즐기실 잠재력이 있으니까 한 거고요.”

“제가요…?”

“피지컬로나 멘탈로나 적합하죠. 배우면 잘하실 겁니다. 원하시면 격겜만이 아니라 종겜스 전향까지 가능하실 거예요.”

“종겜까지요?!”

데시벨은 그에 대번에 목소리 톤이 올라갔지만 이내 눈치를 살폈다.

“그, 그래도 대회까지 나갈 정도가 될까요? 만약 실수라도 하면, 저는 물론이고 저를 영입하신 퍼플 님께도 폐가 될지도 모르는데…”

“음, 제가 방송 중 시청자 분들에게 설명이 필요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직접 보여주면 다들 믿으시더라고요.”

* * *

이른 저녁, 퍼지데이 팬카페.

퇴근 시간대가 가까워지면서 카페는 더욱 활발해졌다. 일은 끝났는데 퇴근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은 직장인들이 유입된 덕이었다.

[굿즈 예비비로 50만 원 정도면 충분?]

[굿즈 살 수 있는지가 먼저 아니냐?]

[아니 경쟁자 넘모 많잖슴 ㅋㅋㅋ]

[투표자 숫자 20만 돌파 뭔데에에!]

[이 정도면 그냥 상시판매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그 중 퍼플의 게시판에선 굿즈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내가 봐왔던 방송 중에 이렇게 굿즈 흥한 건 처음 봄 ㅋㅋㅋ]

[경쟁률 진짜 개 빡셀 것 같다…]

[킹직히 투표 결과는 상관없긴 할 듯 ㅋㅋㅋ]

[투표 안 한 굿즈라도 일단 나오면 다 산다 이마리야 ㅋㅋㅋ]

[다른 스머들은 수요량 예측인데 갓플은 순서 정하기였고?]

굿즈 투표와 더불어 시안이 공개된 마당이니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갔다.

그 와중 새로이 올라온 공지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송공지) 데시벨 님과 함께 세상을 시끄럽게!]

스트리머 데시벨과 합방을 하게 됐다는 내용에 댓글이 빠르게 달렸다.

[-데시벨 님이 누구? (진짜모름)]

[-갓플이랑 합방할 정도면 하꼬는 아닐 것 같은데?]

[-플랜트 위키 ON!]

[-오 ㅋㅋㅋ 리겜 장인이신 듯?]

[-아니;; 경력 개 화려한데?]

퍼플의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들은 바로 데시벨의 정보를 찾아왔다. 덕분에 게시판 주제는 새로운 게스트에게 쏠렸다.

[데시벨 님 장인 해부학도 나오셨음]

이내 누군가 직접 그녀가 나온 장인해부학 영상을 올렸다.

[-와 ㅁㅊㄷㅁㅊㅇ]

[-무친 ㅋㅋㅋ 저게 보임?]

[-오 ㅋㅋ 이거 세트로 붙자 섭외각이네]

[-이정도 피지컬이면 격겜도 잘 하실 것 같긴 해]

[-비트 스워드 해본 사람은 개빡센 거 안다 ㅋㅋㅋ]

[-일단 박자감에서 커맨드 입력은 기본으로 씹어먹을 듯 ㅋㅋ]

[-퍼펙트 안목 어디 안 가버리고?]

사람들은 그리 영상을 보며 댓글을 달다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아닠ㅋㅋ 이거 지놈이 직접 올린 거였넼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이왜진?]

[-셀프 광고 뭔뎈ㅋㅋㅋㅋㅋ]

[-킹부러! 조회수 올릴라고!]

[-평소의 추놈입니다만?]

[-진짜 코인각 보는 솜씨는 천상계다 이마리야]

바로 영상 게시자가 지놈이었다.

그에 한차례 장난스러운 놀림이 이어진 후 게시판은 다시금 활기에 찼다.

[이거 합방이라는 건 갓플이 코칭 해주는 거 아니냐?]

[퍼펙트-코칭 방송? 이건 못 참짘ㅋㅋㅋ]

[오늘도 제대로 꿀잼각이 서버렸쥬?]

[IVO 가이드 등재 스트리머의 코칭, 이건 정말 귀하네요]

오늘도 팬카페에는 방송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 * *

방송시간 전, 이경복의 스튜디오.

-방장! 문 열어! 지금 줄 꽉 찼어!

-갓플의 칼 같은 시간 약속, 가끔은 어겨도 좋을지도?

-???: 갓플과 데시벨 당장 나와라!

-???: 이지 두 코칭~ 이지 두 코칭~

-뻥튀기 팔아요~ 옥수수도 있습니다~

-무슨 정체구간이냐고 ㅋㅋㅋㅋ

먼저 와서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데시벨은 채팅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긴장하신 건가?’

현재 대기 인원만 1만 명이 가뿐하게 넘었다. 이경복에게는 이제 익숙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는 아닐 터였다.

그녀가 살짝 떠는 걸 보며 말을 걸었다.

“걱정 마시고 평소 방송 하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네? 걱정이요?”

자신을 향해 돌아본 그녀의 눈빛에 이경복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엄청 좋아하시는 거였네.’

행복한 사람은 겉으로도 태가 난다. 데시벨의 눈은 놀이터에 온 아이처럼, 그것도 동네 놀이터가 아니라 대규모 키즈 카페에 온 아이처럼 빛이 났다.

“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방송하시다니 진짜 좋으시겠어요. 게다가 이게 하루가 아니라 매일이라니? 정말 너무 부러워요!”

“감사할 따름이죠.”

이경복은 안심하며 대답했다.

이내 정해진 방송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능숙하게 앞으로 나오며 손을 흔들었다.

“트하! 오늘도 반갑습니다!”

그 한마디 인사와 함께 채팅창에 이모티콘과 인사가 쏟아졌다. 그는 밝게 웃으며 멘트를 이어갔다.

“자, 공지 보고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를 초청했습니다. 직접 자기소개를 하고 싶으시다니, 바로 모셔볼게요!”

그가 박수를 치자 데시벨이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특유의 픽셀 선글라스를 쓴 채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트하! 세상을 시끄럽게! 트라이에서 리듬 게임을 방송하는 데시벨입니다!”

-시작부터 하이톤 보소 ㅋㅋ

-이 눈나도 닉값 잘 하네

-ㄹㅇㅋㅋ 데시벨 높음ㅋㅋㅋㅋ

-선글라스 뭔뎈ㅋㅋㅋㅋ

-아바타가 Young한데? 완전 MZ인데요?

-MZ가 메탈펀치 잘함 맞죠?

-아니 ㅋㅋ 리겜 스머시잖슴!

-왜 벌써 격겜러 취급이냐곸ㅋㅋ

그녀의 밝은 인사에 시청자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와, 제가 퍼플 님 방송에 나오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초청해주셔서 진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흔쾌히 나와주셔서 제가 더 고맙죠.”

“넵! 흔치 않은 기회니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경복은 그리 웃다가 이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채팅을 읽으시는 건가?’

매 순간 순식간에 솟구치는 채팅이 수백에서 천 단위였다. 보통 사람은 보기도 힘들지만 리듬 게임에 단련된 그녀라면 가능했다.

‘약간 방향이 다른데…?’

하지만 이경복은 더 나아가 그녀의 동공 움직임이 가로가 아니라 세로라는 걸 포착했다.

“데시벨 님,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그의 물음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시청자들로서는 뜬금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게 제 시청자 분들도 오셨나 한 번 훑어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데시벨이 대답하니 채팅창은 다른 의미의 물음표가 떠올랐다.

-ㅔ?

-아이디가 구별이 된다고?

-아닠ㅋㅋ 막상 채팅 치는 나도 못 보는 걸 ㅋㅋㅋㅋ

-ㄹㅇㅋㅋ 치는 순간 모니터 밖으로 사라지는데

-갓플 정도는 되어야 읽어준다 이마리야-

-근데 리겜러 장인이면 볼 수 있긴 할 듯 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와주셨을 겁니다. 따로 애칭 같은 게 있지 않으신가요?”

“아, 있어요!”

데시벨은 그에 반색하며 다시 카메라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시벨롬’들! 오늘 많은 응원 부탁할게!”

이경복은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의 감각이 틀린 적이 있던가.

그의 얼굴을 살핀 데시벨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빠르게 말을 붙였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시벨롬은 프랑스어로 꽃미남이라는 뜻이에요!”

-아닠ㅋㅋㅋ 그거 내수용 별명이라니깤ㅋㅋㅋㅋ

-갓플 순간 킹리둥절ㅋㅋㅋㅋ

-갑자기 수치심 느껴지는 거 무엇?

-시벨롬이 부끄러워!? 부끄러워…

-???: 애는 착해…

이어 소수기는 하지만 ‘시벨롬’들이 친 채팅에 이경복은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이미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으니까요.”

-낯선 그녀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나버리고?

-ㄹㅇㅋㅋ 게놈에 이미 단련됐다 이마리야

-킹직히 시벨롬 정도면 귀엽지 ㅋㅋㅋㅋ

-확실히 각인은 잘 되네 ㅋㅋㅋ

시청자들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이경복은 이에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아마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 데시벨 님을 모시게 된 이유가 있죠?”

“네, 감사하게도 퍼플 님께서 이번 플랫폼 대전에 저를 마지막 참가자로 섭외를 해주셨어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데시벨 님은 메탈 펀치를 해보신 적이 없어서 오늘 합방을 준비했거든요?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채팅창은 역시나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그 채팅은 다시금 물음표가 번졌다.

-???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메탈 펀치 하는 거 아님?

-5252, 또 뭘 준비한 거냐구웃!

이경복이 실행한 게임은 메탈펀치가 아니었다. 그는 배경에 떠오르고 있는 네온 사인을 슬쩍 돌아보고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데시벨 님을 설득하면서, 리겜을 잘하시면 격겜도 잘하실 수 있을 거라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그러면 제가 그걸 증명해야 되거든요.”

“리겜을 잘하면 격겜을 잘한다, 그렇다면 격겜을 잘하면 리겜도 잘하지 않겠어요? 퍼플 님께서 제게 용기를 주시기 위해 도전해주시기로 했습니다아!”

데시벨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리듬 게임 스트리머로서 자신의 장르에 관심도가 높아지면 나쁠 게 없었다.

더욱이 이경복이 손 대서 흥하지 않은 게임이 없지 않나.

[BEAT SWORD]

그 사이 네온 사인이 빛을 발하며 게임의 로고로 완성되었다.

“그래서 오늘 1부는 리듬 게임! 비트 스워드 체험입니다!”

이경복의 선언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이거는 이미 끝났지 ㅋㅋㅋ

-유일검이 비트를 탄다 이마린가?

-아 ㅋㅋ 유일검이면 음소거 해도 잘 할 듯

-아닠ㅋㅋ 그러면 리겜이 아니잖슴ㅋㅋㅋㅋ

-???: 오우! 제대로 썰어보자!

-퍼시우냐고 ㅋㅋㅋㅋ

어떤 검이든 상관없었다.

검을 든 이경복은 언제나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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