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 음악회를 열다 (2)
데시벨이 다시 채널을 열기 전에 이경복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 배려해주신 거구나.’
틈틈이 채팅창을 훑어보니 어떤 사정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에 그는 여유롭게 노트를 처리하면서 말했다.
“데시벨 님, 말하시는 거 방해 안 되니까 채널 여셔도 됩니다.”
그의 말에 데시벨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여유가 보이니 결정은 금방이었다.
“와, 진짜 퍼플 님 장난 아니시다.”
그녀는 채널을 열자마자 감탄을 표했다.
“아니, 저도 말하면서 플레이는 가능하긴 하거든요? 실제로 장인해부학 보시면 지놈 님이랑 얘기하면서 했고요.”
자신도 할 수 있는 걸 보며 놀란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근데 그건 제가 그 곡을 수없이 플레이 하면서 익숙해져서 되는 거였거든요? 아니, 근데 퍼플 님은 오늘 첫트잖아요! 여러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장인이라 자부하는 그녀라고 해도 처음 플레이 하는 곡을 이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게말콘을 입에 담아버리기 ㅋㅋ
-킹직히 리겜도 반복플레이 엄청하는 장르인데 ㅋㅋㅋ
-ㄹㅇㅋㅋ 노트 나오는 위치도 외워서 올콤 도전하는 거잖슴!
-???: 하지만 형은 첫트잖아…
-동엽신이 보인다 보여!
-퍼종국이냐고 ㅋㅋㅋㅋ
이어지는 시청자의 공감에 이경복은 웃으며 날아드는 벽을 피했다.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막귀라서 음악에 조예가 있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꽤 격한 움직임이었지만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그에 모두가 집중하는 사이 이경복이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반복되는 리듬이 있잖아요? 그리고 노트도 무작위로 나오는 게 아니라 곡의 박자랑 소리에 맞춰서 나오고요.”
그는 직접 들어보라는 듯 잠시 입을 다물어 오디오를 비웠다. 노트를 베어낼 때마다 들리는 효과음만으로도 리듬이 완성됐다.
“이게 복잡해 보여도 패턴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처음 보는 패턴만 주의하면서 익혀두면 같은 구간 나왔을 때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여유도 있죠.”
“아니, 맞말이시긴 한데요.”
데시벨은 그에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처음 하시는 분 입에서 나오는 게 문제잖아요… 애당초 보통은 그 ‘패턴’찾는 것부터 어려워한단 말이에요!”
마치 억울해하는 듯한 그녀의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경복도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그래서 데시벨 님이 메탈 펀치에서도 보통이 아니신 겁니다.”
“네?”
“메탈 펀치도 리겜이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캐릭터마다 효율적인 콤보는 정해져 있거든요. 그게 패턴으로 고착화 됩니다.”
메탈 펀치는 캐릭터 마다 스킬의 가짓수가 정해져 있다. 여러 조합이 가능하지만 ‘최적’의 콤보는 정해져 있었다.
“쉽게 말하면 캐릭터가 곡이고 콤보가 노트 패턴이라고 보시면 되죠.”
-오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잘 되네
-격겜러와 리겜러의 평행이론?!
-그럼 어깨도 리겜 잘한다는 뜻?
-근데 갓플처럼 한 번에는 못할 것 같음 ㅋㅋㅋㅋ
-어깨가 그랬자너 ㅋㅋㅋ 갓플은 형상 기억 능력이 미쳤다고
-리겜 패턴을 미믹크리 해버렸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소드를 지휘봉처럼 움직였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격겜이랑 비슷해요. 여기 노트 위치 보세요. 상중하,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누어진 거 보이세요? 노트를 콤보라 생각하고 가드한다는 느낌으로 플레이 하면 쉽습니다. 제가 괜히 데시벨 님 섭외한 게 아니라니까요.”
“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데시벨이 그에 눈을 빛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입 꼬리를 올리며 다시 시청자에게만 채널을 열었다.
“그래도 퍼플 님께 완전히 동의는 못하는 게, 리듬 게임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거든요? 패턴만으로 공략 가능하면 당연히 질릴 수밖에 없죠. 훌륭한 곡에는 변주가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사이 곡은 클라이막스에 돌입했다.
“이 곡 제목이 왜 ‘팬텀’인지 이제 아시게 될 거예요!”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음악도 이전과 비슷한 리듬이었고 나오는 노트 역시 그에 맞추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 사이에 노이즈 같은 불협화음이 낀 순간.
-엇?
-방금 뭐임?!
-헐 ㅋㅋㅋ
-함정이다!
-함정 카드 발동!
보랏빛 궤적과 함께 사라지던 노트 사이로 불쑥 쇳덩이가 끼어들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노트인 함정이었다.
‘이건 처음이라면 당할 수밖에 없지.’
곡 제목인 ‘Phantom’과 같이 유령처럼 튀어나온 변주. 데시벨은 자신의 첫 플레이를 떠올리며 이경복 역시 같은 경험을 할 거라 믿었다.
실제로 이전의 패턴대로 이경복의 라이트 소드는 함정 위로 떨어졌다.
지켜보던 모두가 콤보가 끊어질 거라 예상했다.
“와!”
-????????
-피했음?
-아니;;; 컨트롤 무엇?
-이것이 유일검의 검로?
-함정: !감나빗
함정은 터지지 않았다.
이경복은 바로 손목을 틀어 함정의 테두리를 훑듯이 돌려 통과시켰다. 그 결과 마치 함정이 보라색 링을 통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게 유일검이지 ㅋㅋㅋㅋㅋ
-아 ㅋㅋ 이런 함정에 당하겠냐고
-진짜 갓플이 반응속도 지리긴 해 ㅋㅋㅋ
-함정쉑 ㅋㅋ 좋다 말았쥬?
-함정이랑 밀당하는 남자 ㄷㄷ
-함정밀당남은 또 뭔데 ㅋㅋㅋ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검술 실력 덕분이라 판단했다.
“아니,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여러분 못 보셨어요!?”
그러나 데시벨의 눈은 그들과 달랐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자 그녀는 채널을 열어 직접 이경복에게 물었다.
“퍼플 님! 아까 함정 처리하신 거 퍼포먼스 하신 거죠?!”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질문.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이경복은 눈웃음을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 태도만으로도 데시벨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와, 진짜 대단하시네. 아니, 여러분 제가 튜토할 때 말씀 드렸죠? 판정할 때는 소드를 휘두르는 속도도 중요하다고. 그런데 아까 퍼플 님이 함정 처리할 때는 속도가 달랐다니까요?!”
-ㅔ?
-아니;;; 그 차이가 느껴진다고요?
-리겜 장인 동체시력 수듄ㅋㅋㅋ
-이 눈나도 킹반인 기준 못 잡네 ㅋㅋㅋㅋ
-히히! 트수 아무것도 못 봤다!
-갑자기 바보 되어버리기 ㅋㅋㅋ
데시벨은 그 반응에 흠칫했지만 이내 다시금 이경복의 조언을 떠올렸다.
중심은 그녀 자신이어야 했다.
“제 생각에 지금 퍼플 님은 함정을 ‘보고’ 판단한 게 아니에요. 불협화음 다들 들으셨죠? 퍼플 님, 그걸 ‘듣고’ 함정이 나올 거라 예상해서 퍼포먼스 하신 거죠!?”
그녀의 추론에 채팅창이 다시금 들썩였다.
-아니;;; 그 짧은 틈에 반응을 한다고?
-ㄹㅇㅋㅋ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음?
-갓플 반응속도면 가능하긴 해
-근데 퍼포먼스 준비하는 건 순전히 방송센스 아니냐?
-갓플은 방송만 생각하는 바보니까 가능하긴 해
-아니 ㅋㅋ 다 가능하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이 그 추론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는 사이 곡은 클라이막스를 넘어 마무리 부분으로 넘어갔다.
이경복은 X자로 소드를 교차하며 마지막 노트를 끝내고 답했다.
“역시 장인이시네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는 인정과 더불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새삼 데시벨 님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작은 차이를 보고 의도를 파악하실 관찰력이면, 격겜 심리전도 잘 하실 겁니다.”
-오 ㅋㅋㅋ 그것도 맞네
-ㄹㅇㅋㅋ 이정도 눈썰미면 상중하 준비동작 구분도 쌉가능일 듯
-평행이론의 증거가 계속 나와 버리고?
-갓플의 칭찬 넘모 부러운 거시고요?
-나도! 나도 칭찬해줘!
-???: 능력도 없는 우리는 무슨 칭찬을 들을 수 있죠?
-???: 드립이나 잘 쳐라 트수!
시청자들의 반응에 데시벨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오? 진짜 그런가?’
이경복의 조언에 따라 중심을 자신으로 잡으려 노력 중이지만 본래 시청자 반응을 살피던 그녀였다. 채팅창 분위기가 긍정적이니 그녀도 자신감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ALL PERFECT COMBO!]
[Perfect Play!]
그 사이 결과창이 나타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완벽한 플레이였다.
“와, 이걸 진짜 올 콤을 또 해버리시네.”
데시벨은 새삼 감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튜토리얼 때와 달리 단순히 실력에 대한 감상은 아니었다.
“제가 지금 리겜러로서 정말 퍼플 님을 고평가 하는 게, 원래 리겜 입문하시는 분들이 잠깐 해보고 게임 접는 이유가 있거든요?”
“입문자 분들이요?”
“네네, 대개 초보 분들은 게임 시작하면 노트 처리에만 집중하시거든요. 눈앞에 다가오는 노트 써는 데 집중해서 음악을 즐기지를 못하세요.”
그녀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초보 분들이 어디 올 콤보 내기가 쉽나요? 그래도 몇 번 재도전하다가 순간 현타가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니, 이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이런 식으로요.”
-난가?
-뜨끔한 사람 손 ㅎㅎ
-근데 리겜이 격겜 보다 더 그런 면이 있긴 해
-ㄹㅇㅋㅋ 격겜은 상대 욕이라도 하는데 이건 순 내 잘못이라
-아 ㅋㅋ 남탓하게 해달라고
시청자들의 공감에 데시벨은 웃다가 이경복을 돌아봤다.
“그런데 퍼플 님은 확실히 다르시네. 사실 리겜에서 제일 좋아해야 하는 건 노트 처리가 아니라 ‘음악’이거든요. 게임을 진짜 즐기시는 게 느껴져요!”
음악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함정에 당했을 터였다. 이경복에게는 그뿐만이 아니라 신기를 통한 감지도 있었지만 그녀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갓플이 또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고 있자너 ㅋㅋ
-킹직히 잘하는 것도 좋은데 즐기는 게 더 좋음ㅋㅋㅋ
-ㄹㅇㅋㅋ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버리기
-퍼돌핀 어케 끊냐고 ㅋㅋㅋ
-아주 그냥 보약이야 보약!
시청자들이 그에 동감하자 이경복은 약간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들 즐거우시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그리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Modifier’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경복은 앞에 나타난 알림 창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모디피에르? 이게 뭐죠?”
“아, 그건…!”
데시벨이 순간 당황해 채팅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모디피에르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 ㅋㅋㅋ
-아 ㅋㅋ 한국 신이라 영어 잘 모른다고
-갓플의 약점… 외국어… 메모…
-위키 사관이니?
시청자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장난스럽게 이경복을 놀렸다.
‘아, 미리 말씀을 드릴걸…’
민망할 만한 일이 아닌가.
데시벨은 그에 후회하며 이경복의 눈치를 살폈다.
“아, 모디피에르가 아니에요?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요.”
그런데 이경복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섰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죠. 알려고 안 하는 게 죄지.”
-고건 또 맞말이구연?
-ㄹㅇㅋㅋ 모르면 배우면 됨
-난 형이 영어 몰라서 실수하는 것도 조아!
-애당초 이거는 퍼펙트 한글화를 하지 않은 개발사 잘못이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반응에 그는 웃으며 데시벨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데시벨 님, 이건 어떻게 읽나요?”
“네? 아, 그… 모디파이어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아, 모디파이어구나.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다. 이건 무슨 기능인가요?”
데시벨은 이경복의 눈을 보며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당황해서, 혹은 민망해서 움츠러들었을 지도 몰랐다.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조차 좋아해주겠지만 그녀 스스로 느끼는 바는 달랐다.
언제고 갑자기 떠올라 이불을 걷어찰 일 중 하나가 될 터였다.
‘진짜구나.’
그러나 이경복은 달랐다.
그저 민망한 상황을 넘기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거였다.
‘아마 시청자들이 뭐라고 했어도 아무렇지 않아했겠지.’
이경복의 중심은 그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한 말대로, 자신이 세운 기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배우고 싶어.’
그녀는 가장 쉬운 것부터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이경복이 방송에서 가장 많이 보여주는, 웃는 얼굴이었다.
“아! 모디파이어는 리겜러에게 필수 기능이나 다름없어요. 특히 어려운 곡 연습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죠.”
데시벨은 해맑게 웃으며 설명했다.
“일단 해금하시려면 어떤 곡이든 최고난이도로 클리어하시면 되는데, 보통 튜토리얼 곡인 소드맨으로 하시거든요? 그런데 퍼플 님은 팬텀으로 끝을 내신 거죠.”
-끝판왕부터 처리하는 리겜러가 이따!?
-첫트에 최고난이도로 클리어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보통과 다르다, 그게 천재니까 (끄덕)
데시벨은 채팅창의 주제가 바로 넘어간 걸 보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모디파이어로 각종 혜택이나 제약을 추가하면 스코어 배율이 변해요. 연습하시는 분들은 보통 무적 옵션을 추가해서 곡에 익숙해지죠. 그리고 이제 점수 욕심이 있으신 분들은 제약을 추가해서 하이스코어를 노리고요.”
“아, 그러면 이제부터가 오히려 본론이네요?”
“네, 그런 셈이죠!”
“음, 팬텀을 또 재탕하기는 그러니까 2번째로 어려운 곡에 모디파이어를 적용해보죠.”
이경복의 제안에 데시벨은 이전과 달리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수를 하실까 의심스럽지만, 실수해도 괜찮으실 거야.’
제약을 추가하는 쪽으로 모디파이어를 적용하면 그에 따라 또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데시벨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수를 하더라도 이경복에게서는 배울 점이 있을 게 분명했다.
[Legendary One]
[BPM – 208]
[NOTE – 2096]
이내 그녀가 선택한 곡 정보에 채팅창이 관심을 보였다.
-레전더리 원? 갓플을 뜻하는 거신가?
-아니 ㅋㅋ 이것도 노트 개수가 미쳤네
-팬텀이랑 비빌만 하긴 하네 ㅋㅋㅋㅋ
-모디파이어 적용하면 팬텀보다 더 어려운 거 아님?
-그거보다 어려워질 수가 있다고?
이어 데시벨은 모디파이어 목록을 열자 모두의 주의가 돌아갔다. 이경복은 각 항목을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종류가 꽤 있네요? 이거 전부 다 해보신 거예요?”
“그럼요! 저는 다 해봤죠!”
데시벨이 픽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V를 보였다.
이경복은 그에 흡족한 표정을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걸 보니까 더 확신이 굳어지네요. 격겜 적응, 금방 하실 겁니다.”
“네?”
그녀는 물론 채팅창도 의아함으로 가득해졌다. 리듬 게임을 어렵게 하는 것과 격투 게임에 적응하는 일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1 life’ - Miss 판정 시 종료됩니다]
[‘Mirror’ - 노트 출현 위치가 좌우 반전 됩니다]
[‘Knife’ - 라이트 소드의 길이가 줄어듭니다.]
이에 이경복은 항목을 체크하고 그녀를 돌아봤다.
“한 번 틀리면 탈락. 격겜에서도 마찬가지죠? 판정 잘못 읽고 공중에 한 번 뜨면 끝장이거든요.”
“아, 맞아요! 본 것 같아요!”
“좌우반전도 중요해요. 메탈 펀치에서도 주로 쓰는 손이랑 발을 구분하잖아요? 같은 캐릭터라도 스킬 방향이 다를 수가 있거든요.”
“오오, 그렇구나.”
“그리고 나이프는 좋은 게 근접 타격 연습으로 딱 입니다. 이제 보니 사실상 지금까지 데시벨 님이 격겜 연습을 하신 거나 다름이 없거든요?”
“오!? 퍼플 님 말씀 들으니까 자신감이 솟는 것 같아요! 저 진짜 잘 할 수 있겠네요!”
그녀는 홀린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채팅창도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듣고 보니 그르네?
-설득력이… 있어!
-아니;;; 왜 진짜 평행이론이에요!?
-이 형은ㅋㅋㅋ 게임 장르를 바꾸더니 이제는 게이머 장르를 바꿔버리네
-ㄹㅇㅋㅋ 데눈나 이제 격겜러 행
-이게 바로 퍼펙트 코칭의 효과? 내가 봐왔던 코칭은 대체?
-일단 멘탈은 딴딴해진 게 느껴진다 ㅋㅋ
시청자들 역시 이경복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 의견의 내용도 타당했지만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알기도 하쥬?
-ㄹㅇㅋㅋ 퍼펙트 아이의 소유자인 갓플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아만보 원리에 의하면 갓플 말이 무적권 맞다 이마리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많다.
-이제 보니 장인을 알아봐서 장오장이었고?
진짜 천재는 다른 사람의 재능도 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