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06화 (306/491)

306화 – 음악회를 열다 (3)

이경복은 설명한 모디파이어 제약 외에 다른 것들도 추가했다.

[180 Degree – 노트 출현 범위가 전방으로 확장됩니다.]

[Hidden Trap – 일반 노트로 위장한 함정 노트가 출현합니다.

(일정 거리 이상 근접하면 위장이 사라집니다)]

[Blink – 모든 노트가 일정 주기로 점멸합니다]

그의 선택에 데시벨과 시청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건 또 왜 추가하세요!? 이것도 메탈 펀치랑 관련이 있나요?”

-스코어 배율 500% 달성!

-노트 하나만 처리해도 5개 처리한 효과!

-하지만 넘모 어려운 거시고요?

-세상에 공짜 점수는 없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답했다.

“격겜이랑 연관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모디파이어를 추가한단 말인가?

“제가 오늘 이렇게 데시벨 님을 모시긴 했지만 아직 이벤트 대전에 참가하시겠다고 확답을 주신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제가 성의를 보여야죠.”

“성의요?”

“네. 데시벨 님이 합류해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코칭을 해드릴 거예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 사람 입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거든요.”

이경복은 그리 대답하며 모디파이어를 가리켰다.

“데시벨 님이 전부 해보셨다니까, 저도 이걸 다 해봐야죠.”

그 대답에 데시벨은 절로 입이 벌어졌다.

“와… 진짜 뭐 하나도 대충 안 하시네요.”

-이게 진짜 퍼펙트 코칭이지 ㅋㅋㅋ

-이런 기회 놓치기 힘든 거신디요?

-캬 ㅋㅋ 엘리펀트가 다 고마워한 이유가 있다 이마리야

-ㄹㅇㅋㅋ 프로게이머가 칭찬할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니냐고

-찐막 슬럼프 극복한 게 이해가 되네 ㅋㅋㅋ

다들 감탄하다가 데시벨이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잠깐. 근데요, 저는 한 번에 전부 다 같이 한 게 아닌데요? 아무리 저라도 배율 300%까지밖에 안 해봤거든요.”

이내 그녀는 장난스럽게 이경복을 곁눈질하며 물었다.

“혹시… 그냥 어렵게 해보고 싶으셨던 건?”

“뭐, 이왕 해보는 거 최대한 어렵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죠.”

-엌ㅋㅋㅋ 딱 걸려버리고?

-내 이랄 줄 알았다!

-어떻게든! 어렵게 할라고!

-블랙기업특) 거래처 챙겨주면서 자기 이득 더 챙김

-블랙기업식 재미 추구 ㅎㄷㄷ

-난이도 상승범 현장 검거

-아니 범죄였냐고 ㅋㅋㅋㅋㅋ

이경복도 장난스럽게 받아치자 시청자들도 즐거워했다. 데시벨은 그에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가 손을 움직였다.

[‘Duet’ 모드로 진행하시겠습니까?]

그와 함께 떠오른 알림에 이경복이 눈을 돌렸다.

“듀엣?”

“로컬 멀티플레이 모드예요. 노트 개수가 2배가 되고 같이 처리하는 거죠. 저도 같이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아, 멀티플레이도 있어요?”

“물론 있죠! 근데 일반 멀티 플레이는 클리어 한 곡이랑 DLC로 구매한 곡만 할 수 있어서요.”

이경복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미소 지었다.

“그럼 같이하시죠. 그게 더 재미있겠네요.”

-와 ㅋㅋ 노트 2배면 4천개가 넘는 거 아님?

-오? 리겜 코옵 ㅋㅋㅋㅋ

-장인 조합은 못 참지 ㅋㅋㅋ

-둘이 소드 휘두르면 겁나 화려할 듯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환영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경복이 듀엣을 원한 건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데눈나 찐 실력 보여주나요!

과거 영상 속 그녀가 아니라 지금의 그녀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었다.

* * *

한편, 어깨의 스튜디오.

어깨는 친한 동생인 채널과 함께 이경복의 방송을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아니, 같이 방송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야, 내가 기획자인데 이걸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채널의 장난스러운 핀잔에 어깨는 장난과 진심을 섞인 대답을 돌려주었다.

“트라이 팀 마지막 참가자가 확정이 돼야 안심이 되지. 그런데 퍼플 님이 알아서 하신다니까 내가 나서서 뭘 하는 것도 실례잖아.”

“퍼플 님도 자신 있으시니까 그런 말씀 하신 거겠지. 뭐, 그래도 걱정되긴 하겠네.”

채널도 그에 수긍하며 방송을 보았다. 이내 두 사람은 작게 탄사를 흘렸다.

“야, 이거 의외네. 리겜 장인이 나올 줄은 예상도 못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분인데… 이거 섭외가 되려나?”

채널이 의아해하자 어깨가 잠시 눈을 굴렸다.

“피지컬 측면에서 보면 나쁘지 않긴 해. 그래도 격겜이랑 리겜은 장르 차이가 있는데… 일단 퍼플 님이 무슨 생각인지는 곧 알려주시겠지.”

이경복이 단순히 신체적 능력만 보고 선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더욱 방송에 집중했다.

이내 돌아온 그의 설명에 두 사람은 다시금 감탄했다.

“야, 이거 색다른 관점이네. 난 리겜이 격겜이랑 연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내 말이! 격겜 전문이 아니시니까 이렇게도 보시는구나. 그런데 듣고 보니까 확실히 적용이 되긴 할 것 같다야.”

어깨는 이경복의 견해에 흥미를 느낀 듯 입꼬리를 올렸다.

“너도 알다시피 오메가 등급 이상 온 사람은 웬만한 콤보는 다 알잖아.”

“그렇지. 모르면 못 올라오니까.”

“근데 지금 데시벨 님 말한 거 들었지? 훌륭한 곡에는 변주가 있다. 이거 듣자마자 딱 생각이 나더라고. 우리도 콤보 넣다가 막히면 일부러 끊잖냐.”

아무리 최적화된 콤보라도 상대가 알고 있다면 먹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콤보를 중단해 심리전 영역으로 유도하는 플레이가 잦았다.

“이게 리겜으로 보면 함정을 섞는 거거든.”

“아니, 진짜 의외로 데시벨 님 들어오시면 복병이 되시겠는데? 피지컬도 나쁘지 않지, 뉴비니까 머리도 말랑말랑하게 유연하시잖아. 거기다가 퍼플 님이 코칭까지 해주시면?”

“와, 이거 진짜 다크호스다. 이러면 여성부 결과는 정말 몰라.”

어깨는 바로 반색했다.

“데시벨 님 합류해서 진짜 잘해주시면 좋겠다.”

“확실히 대회 흥하는 데 일조하시겠네.”

“야, 그뿐만이 아니지.”

잘 되면 이벤트 대전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지금 데시벨 님이 리겜러 대표 격이신 거잖아? 그런데 데시벨 님이 이번에 활약하시면? 리겜러 분들 중에도 메탈 펀치에 관심 가지실 분들이 생길 거 아니냐.”

“아, 지금 뉴비 유입까지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대회를 왜 여는데? 다 격겜판 살리려고 그러는 건데.”

“형도 참 대단하긴 해.”

채널의 말에 어깨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단하지. 이번에는 솔직히 나 스스로도 인정받을 정도라 생각한다.”

그것은 자만이 아니었다.

“역시 퍼플 님을 섭외하는 게 옳았어. 이대로만 가면 격겜판도 퍼플 코인 탑승 한다.”

“아, 그건 진짜 그런 게. 오늘 보니까 브롤 모드 방송 하는 사람들 좀 있더라고?”

“크으! 그래, 인마! 바로 눈에 보인다니까? 이제 여기에 ‘세트로 붙자’만 제대로 딱 터지면!”

“청정수 가득한 댐이 열리려나?”

그리 웃던 두 사람은 이내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이경복과 데시벨의 듀엣이 결정된 덕이었다.

“오, 데시벨 님 피지컬 나오겠네.”

“솔직히 장인해부학 때 보여준 정도만 유지하고 계셔도 괜찮을 것 같아.”

기대와 함께 집중한 화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와, 뭐야?”

“미쳤는데?”

데시벨의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데시벨 님 쇼맨십이 상당하시네.”

“리겜러는 이게 평균인가?”

방송 면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 * *

곡이 시작되기 전.

데시벨과 이경복은 거울처럼 등을 맞대고 있었다.

‘어쩌지? 질러버려?’

조금 있으면 플레이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퍼플 님이 중심을 잡으라고 하셨잖아.’

지놈의 스튜디오에서 이경복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그에게는 방송이 편한 게 최고라고 했었다. 실제로 그녀는 편하게 방송을 하는 편이지만 완전히 그런 건 아니다.

‘혹시나 다들 싫어하면 어쩌지…’

그녀는 시청자들 반응을 살피면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스스로 제약을 뒀던 것들이 있다.

억눌렀던 걱정이 다시 부상했지만.

‘아니,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방송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다시금 마음을 바로잡았다. 이경복과 같이 방송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덕분이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보여주는 일부터 시작하는 거야.’

자신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그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만 보여주려 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걸 시청자들이 좋아하게 만들어야 했다.

“퍼플 님,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결심 끝에 그녀가 작게 운을 뗐다. 시청자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경복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제가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플레이에 방해가 될지 몰라요. 그래서 시청자 채널만 열어두겠습니다.”

“하고 싶으신 거요?”

이경복은 그에 의아해했다.

그녀는 방해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그의 신기에는 어떤 부정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로부터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은 조금씩 강화되고 있었다.

이에 이경복은 웃으며 답했다.

“채널 안 닫으셔도 됩니다.”

“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아, 혹시 리겜을 더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면 알아 두고 싶네요.”

데시벨은 그 대답에 눈을 껌뻑였다. 혹시 자신이 뭘 하려는지 눈치챈 것일까?

“어, 그래도 혹시 좀 그렇다 싶으면 매니저 님이 채널 조정하실 수 있으니까요.”

“음, 괜찮을 것 같은데. 일단 알겠습니다.”

이경복의 대답과 더불어 곡이 시작됐다. 인트로는 워밍업인 듯 무난한 템포가 이어졌다.

-오 ㅋㅋ 나온다

-처음부터 빡세지는 않은 듯?

-아니 ㅋㅋ 근데 라이트 소드가 진짜 단검으로 변해버렸네

-그나마 갓플은 첨하는 곡이라 좌우반전은 괜찮겠네

-갓플은 그냥 괜찮은 거 아니냐?

-엌ㅋㅋㅋ 고것도 맞말이구연?

채팅창 분위기는 이내 노트가 나오자 일변했다.

-????

-뭐임? 왜 노트 색이 섞여서 나옴?

-버그인 거신가?

-형광색 노트는 데눈나 꺼 아님?

-어? 데눈나 쪽도 보라색 노트 나오는디?

양쪽 모두 나타내는 노트의 색이 뒤섞여 있었다. 이경복은 그에 바로 플레이 방식을 눈치 챘다.

“아, 이거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처리를 하는 거네요.”

“역시! 척하면 척이시네요.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아야 되죠.”

데시벨의 말에 시청자들은 대경했다.

-아니;;; 그럼 너무 어려워지는 거 아님?

-1 life 모드도 켜놔서 둘 중 하나만 실수해도 끝임 ㅋㅋㅋ

-지금 나이프라서 자리 교체 시간도 촉박하다구웃!

-어질어질하다 그쟈?

-게다가 둘 다 호흡 처음 맞추는 거신디요?

채팅창에 올라오는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리 바꾸는 건 별로 어렵지는 않네요.”

“벽 피하는 거랑 비슷하죠.”

이경복과 데시벨은 처음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에 채팅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데눈나야 그렇다 쳐도 갓플은 왜 자연스러운데에에!

-아 ㅋㅋ 첫트지만 고인물 플레이라고요 ㅋㅋ

-다들 뇌내 모디파이어에 퍼펙트 상식 체크 안 함?

-한국인이면 이미 했쥬?

-국적 압류 당하기 전에 얼른 적용하라 이마리야

-뇌에 모디파이어가 왜 달려있는데 ㅅㅂㅋㅋㅋ

그러나 정작 데시벨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이내 자리를 잡으며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가 진짜예요!”

그와 함께 음악이 뚝 끊겼다. 그리고 이어 곡의 분위기가 인트로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빠르게 이어지는 기타 리프에 맞추어 노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어 데시벨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레전더리 원은 헤비메탈이거든요.”

-인트로가 훼이꾸였다 이마린가!?

-그걸 몰랐음? 비트킥!

-노트가 무슨 물소 떼마냥 달려오네 ㅅㅂㅋㅋㅋㅋ

-저 사이에 함정도 숨어있을 수 있다 이마리야

-맞네 ㅁㅊ 히든 트랩도 있잖슴!

시청자들은 그에 놀랐지만 이내 다른 의미로 또 놀랐다.

데시벨이 라이트 소드를 마치 드럼 스틱처럼 교차해 두드리며 숨을 힘껏 들이쉬더니.

“가즈아아아아!”

힘껏 소리를 내지르는 게 아닌가. 이경복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상황을 파악한다.

‘하고 싶으시다는 게 노래였구나.’

‘Phantom’과 달리 ‘Legendary One’은 가사가 있는 곡이었다.

데시벨은 헤비메탈 곡답게 목청껏 노래 부르며 노트를 처리했다.

‘…영어라서 뜻은 모르겠지만.’

곡의 내용은 몰라도 그녀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건 전해졌다. 듣자하니 한두 번 불러본 솜씨가 아니었다.

시청자들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WA! 중금속!

-아니 ㅋㅋ 왜케 잘함?

-목청 시원시원한 거 보소 ㅋㅋ

-소드 이펙트 박자 맞춰 터지는거 지리네 ㅋㅋㅋ

-5252, 무슨 콘서트냐구웃!

-???: 음학회를 열다

-와씨 ㅋㅋㅋ 이 재밌는 걸 시벨롬들만 보고 있었네

-헉

-꽃미남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데시벨의 팬들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아니;;; 우리도 처음 보는 거신디요?

-이렇게 노래를 잘 했다고?

-뭐예요! 왜 이제까지 안 했어요?!

-최초공개 무엇?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연신 올라왔다. 그들 역시 데시벨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데시벨은 방송에서 노래를 한 적이 없었다.

‘괜한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데시벨은 그동안 이런 자신의 모습을 숨겨왔다. 노트만 완벽히 처리해도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지 않았나.

그녀는 언제나 방송이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 때 혼자서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방송에서 부르기는 무서웠다.

‘박제가 될까 걱정했으니까.’

방송이 아니라면 실수는 희석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

그녀가 지운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장면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데시벨은 그래서 자신이 잘하는 것만, 남들이 원한다고 확인 된 것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런 모습도 내 일부니까!’

헤비메탈을 노래하고 힙합 곡을 플레이 할 때는 랩까지 했다. 단순히 노트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그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게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방송의 중심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제 그 선택의 결과를 확인할 때였다.

데시벨은 간주 부분에 노트를 베어내며 힐끗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다들 좋아해 주고 있어!’

채팅창은 번쩍이는 로봇 이모티콘과 응원봉을 흔드는 이모티콘으로 가득했다.

이경복도 자리를 바꾸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녀의 노래가 방해가 되지 않는 듯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이제 클라이막스예요!”

마음속 질척거리던 걱정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해방감과 즐거움이 자리 잡았다.

그녀는 한결 가벼워진 스텝과 함께 라이트 소드를 휘두르며 노래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완주를 마친 순간.

“찢었다아아아아아!”

그녀는 환호성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선글라스를 집어 던지며 마무리 퍼포먼스까지 했다.

색안경을 벗으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진짜 찢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앵콜! 앵콜! 앵콜! 앵콜! 앵콜!

-데시벨 펀치! 데시벨 펀치! 데시벨 펀치!

-메탈 계의 신성인가 했더니 헤비메탈이었고?

-그 메탈이었냐고 ㅋㅋㅋㅋ

-아 ㅋㅋ 오랜만에 메탈리칸 마렵넼ㅋㅋ

무수한 찬사와 앵콜 요청에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하길 잘했어.’

이경복의 말 대로였다.

해보기 전까지는 무서웠지만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내가 중심이 되고 사람들이 기뻐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스트리머 데시벨!”

그녀는 이에 손을 들며 재차 목소리를 냈다.

“이번 이벤트 대전! ‘세트로 붙자’도 시끄럽게 만들겠습니다!”

이경복을 믿고 따라보자.

그녀의 선언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 잘 생각하셨어요.”

돌아보니 이경복이 웃고 있었다.

언제 잡았는지 그녀가 던진 픽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아니 ㅋㅋ 왜 어울리는데ㅋㅋㅋ

-완전 개구쟁이 아니냐구웃!

-커엽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Thug Life가 아니라 퍼펙트 라이프였고?

-아 ㅋㅋ 썸넬각 바로 나와버렸쥬?

시청자들의 웃음에 이경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데시벨 님의 트라이 팀 합류를 환영합니다! 이걸로 라인업이 확정됐네요.”

“제대로 날려 보겠슴다앗!”

데시벨은 들뜬 목소리로 의욕을 내세웠다. 시청자들도 그에 기대를 내비쳤다.

-변.수.출.현

-세렝게티 딱 대!

-아 ㅋㅋ 메탈 펀치보다는 헤비메탈 펀치가 더 세다고

-헤비메탈 고수 ㅎㄷㄷ

-여성부 라인업 텐션 미쳤네 진짜 ㅋㅋㅋ

-막누에 하여자에 데시벨 ㅋㅋㅋ

-일단 텐션은 먹고 들어간닼ㅋㅋㅋ

여성부 라인업은 적어도 재미는 보장될 조합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