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09화 (309/491)

309화 –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3)

스컬킴은 미친스머프 대회를 통해 채널이 성장한 이후 메탈 펀치 방송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 중 격투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이제 좀 감이 돌아오네.”

그는 또 한 번의 승리를 거두며 가볍게 멘트를 쳤다. 이벤트 대전 참가자로 섭외된 이후 오랜만에 메탈 펀치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합법적(?)으로 격투 게임을 할 이유가 생긴 덕이었다.

-이 형 의외로 잘 하네?

-원래 보라단이었음 ㅋㅋㅋㅋ

-ㄹㅇㅋㅋ 이제 제자리 찾은 거

-역시 몸이 기억하고 있었쥬?

-소룡이 아니라 본드래곤이라 이마리야 ㅋㅋ

기존 시청자들은 그의 승급에 같이 기뻐하며 만족했다. 스컬킴은 채팅창을 살피며 미소 지었다.

“몸풀기는 이 정도로 끝내고 진짜 대회 연습 해야죠.”

그는 로비로 돌아와 웹페이지를 열었다. 이내 화면에 나타난 곳은 메탈 펀치 메타였다.

“10선 방 있으면 들어가 볼… 응?”

커뮤니티에 올라온 10선 구인글을 찾아 격겜러들을 직접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커뮤니티 분위기가 약간 달랐다.

[데시벨 님 왜케 잘함?]

[갓플이 포인트 진짜 잘 집어주네 ㅋㅋ]

[1일차 리겜러 보다 못하면 개추 ㅋㅋㅋㅋ]

[리겜과 격겜 평행이론 참트루임?]

[나도 리겜하면 잘 할 수 있냐?]

[상대 패는 맛에 쩔어있는 놈들이 리겜 가면 잘도 하겠다 ㅋㅋㅋ]

생소한 데시벨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녀가 리겜러 출신에 오늘 시작했다는 정보까지.

“뭐야? 이거 무슨 떡밥이야?”

스컬킴이 그에 의아해하는 와중 게시판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시참 떴다!]

[아 ㅁㅊ 못들어감]

[갓플플님 한 판 해요!]

[지금 들간 격겜러 누구임?]

[데규어 잡는 것부터 빡센디?]

시참과 퍼플이라는 키워드에 스컬킴이 눈을 번쩍 떴다.

“어? 지금 사장님 시참 중이에요?”

그 물음에 한 시청자가 영상후원으로 상황을 보여주었다. 이경복의 즉석 시참 설명에 대한 내용이었다.

“와씨, 사장님이랑 한 판? 이건 나도 못 참지!”

그는 곧바로 코드 입력창을 띄워놓고 한 켠에 작게 이경복의 방송을 띄웠다.

“여러분, 저도 시청자고 격겜러 맞죠? 무한 트라이 갑니다!”

* * *

우여곡절 끝에 접속에 성공한 스컬킴은 환호했다.

“우앗! 드디어 뚫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컬킴은 바로 두 사람에게 먼저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데시벨 님, 처음 뵙겠습니다! 스트리머 스컬킴입니다!”

“반가워요! 스컬킴 님!”

“아, 어서 오세요.”

그의 호칭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며 스컬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니, 근데 우리 스 인턴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여러분, 이거 진짜 얘기 없이 오신 거예요.”

“아! 정말 연출 아닙니다. 다시보기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저 진짜 경쟁 뚫느라 ‘골’치 아팠다니까요?”

-5252, 골절 시작한 거냐구웃!

-골하하하하!

-근데 진짜 이건 주작일 수가 없음 ㅋㅋ

-코드 뚫는 걸 어떻게 주작하냐고 ㅋㅋㅋㅋ

-블랙기업특) 휴일에도 사장 나오면 직원들 출근함

-이것도 블랙기업이냐고 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에 웃음 짓더니 이내 데시벨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이쪽은 이번 사업에 새로 합류해주신 데시벨 대리님이십니다.”

“아, 저 대리인가요!? 감사함다!”

“아니, 저보다 직급이 높으시다고요?”

이경복의 장난스러운 말에 데시벨과 스컬킴은 바로 장단을 맞추었다.

스컬킴이 장난스럽게 억울하다는 듯 묻자 이경복이 짐짓 표정을 관리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이죠. 데시벨 님은 공채로 지원해주신 게 아니라 경력직으로 모셔 온 거니까요.”

-엌ㅋㅋㅋㅋ 그러넼ㅋㅋㅋㅋ

-막내 탈출 개같이 멸망 ㅋㅋㅋ

-경력직은 킹정이지 ㅋㅋㅋ

-데눈나는 진짜 수상경력이 있는 게 함정 ㅋㅋㅋ

-아 ㅋㅋ 그래서 이클님처럼 대리 단 거네 ㅋㅋㅋㅋ

-뭐예요? 블랙기업인데 왜 공정해요!?

스컬킴은 그에 과장스럽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시청자에게 속삭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여기 진짜 블랙기업이라니까요? 사장님 인성이랑 실력에 복지만 안 좋았어도 이런 회사 바로 때려치웠습니다.”

-?

-이게 뒷담화야 자랑질이얔ㅋㅋ

-블랙기업을 못 떠나는 이유는 혜택 때문이다, 그게 퍼펙트 상식이잖아?

-대출이… 아니야?

-현실 도입 멈춰!

이경복은 이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스컬킴의 방문이 반갑기는 했지만 마냥 이야기만 나눌 수는 없었다.

“우리 스 인턴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지금 뒤에 저희 주주님들이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공정하게 기회를 줘야 하니 바로 진행해보겠습니다.”

앞선 다른 도전자들보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불만이 나올 수도 있었다.

-주주한테 일 시키는 회사가 이따!?

-블랙기업에서는 주주도 일을 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자사주 매입한 직원들도 주주긴 하지 ㅋㅋㅋ

-엌ㅋㅋㅋ ‘그’ 기업 ㅋㅋㅋ

-근데 ‘그’라고 쓰기에는 해당하는 곳이 너무 많음

-아니;; 이건 왜 또 퍼펙트 상식이 아니에요!?

스컬킴은 채팅창을 힐끗 훔쳐보고 바로 자세를 잡았다.

“아, 넵!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간단하게 랭크 소개랑 각오 한 마디만 듣고 가도록 하죠.”

스컬킴은 데시벨을 바라보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밝혔다.

“랭크는 보라단! 대리 님께는 죄송하지만 이겨서 사장님과 승진 협상 한 번 하겠습니다! 제 ‘본’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각오에 채팅창에 ‘ㅋㅋㅋ’가 번지기 시작했다.

-BONE 실력 ㅎㄷㄷ

-골절 끼워 팔기 그마내!

-아닠ㅋ 1:1로 붙는 게 협상이냐고 ㅋㅋㅋ

-블랙기업답게 협상을 우격다짐으로 해버리고?

-스컬킴 보라단임? 꽤 잘하네?

-아 ㅋㅋ 갓플 쫓아다니니까 보라단이 맞긴 해

-그 보라였냐고 ㅋㅋㅋ

이어 데시벨 역시 잔뜩 기합을 넣었다.

“스컬킴 님께 인수인계 확실히 받도록 하겠슴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시작에 앞서 이경복은 장난기를 거두고 코칭을 시작했다.

“보라단은 오늘 상대한 분들 중 제일 높은 등급입니다. 판단할 시간이 더 짧아질 테니 주의하세요.”

-킹직히 첫 날에 보라단이랑 붙는 게 말이 되냐고 ㅋㅋㅋ

-스컬킴 정도면 연습 난이도 떡상임

-이번에는 방송 연장각?

-아 ㅋㅋ 근데 무패기록 넘모 아까운 거신디요

-난 그냥 데눈나 응원할 거임!

시청자들 중 몇몇은 데시벨의 지지파로 돌아섰다. 그녀는 그 사실에 기뻐했지만 이경복은 냉정했다.

“재규어와 소룡의 상성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소룡의 기믹은 ‘흘리기’라 양쪽 모두 수동적인 양상이 될 거고 반격기 찬스도 많지 않을 거예요.”

그 사이 파이트 선언이 울렸다.

이경복의 말대로 양측 모두 쉽게 접근하지 않았다.

“문제는 소룡의 지근거리 타격기들은 준비동작이 거의 없는 ‘즉발기’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데시벨은 이경복의 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주의하며 스컬킴을 경계했다.

“양쪽 모두 수동적이지만 타격전에서는 소룡이 우위. 그렇기에 먼저 움직이는 건 스컬킴 님 쪽일 겁니다.”

그 예상대로 스컬킴이 다가왔다. 그는 데시벨의 실력을 탐색해보겠다는 듯 짠손으로 가볍게 타격을 시작했다.

-스 인턴 음성인식 명령 받음?

-ㄹㅇㅋㅋ 갓플 말 듣고 하는 건 줄

-짠손만 쓰는 거 보니 반격기 경계 확실하고?

-그래도 데눈나 잘 막네 ㅋㅋ

데시벨은 차분하게 가드를 하며 반격기 사용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얄궂게도 스컬킴은 자잘한 공격만을 이어나갔다.

‘피해 자체는 크지 않지만 속도가 빨라.’

데시벨은 눈살을 찌푸렸다.

가드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횟수가 누적되면서 가드 데미지도 조금씩 영역을 확장시켜나갔다.

‘이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야 된다는 거겠지.’

이경복은 이 상황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지시를 내리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계속 수동적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데시벨은 틈을 노려 횡 이동을 시전했다.

‘지금이다!’

그녀는 곧바로 가벼운 원투 펀치로 측면을 노렸다. 스컬킴이 곧바로 돌아서서 가드를 올렸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던 바였다.

데시벨은 곧장 타격 잡기를 시전했다. 그대로 스컬킴의 양팔을 붙들며 잡기에 성공했다.

-오!

-걸렸다!

-바로 10단 가나요!

시청자들이 그에 환호하기를 잠깐, 스컬킴은 곧바로 손을 뿌리치며 잡기에서 벗어났다.

-오 ㅋㅋ 바로 풀어버리기

-스컬킴 짬 어디 안 갔네 ㅋㅋ

-이 정도는 킹직히 보라단 평균이지

-스컬킴도 눈썰미가 좋긴 해

-추가 근무 가즈아!

그 양상에 시청자들은 탄사를 내뱉었다.

“흠, 이거 아무래도 지겠는데요.”

상황을 살피던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대결에 영향이 없도록 시청자 채널만 열어둔 상태였다.

-갓플 공인 땅땅!

-데눈나도 1일차에 이정도 하면 진짜 잘한 거임 ㅋㅋ

-ㄹㅇㅋㅋ 연습 더하면 충분히 대표할 만 하지

-졌잘싸 각 나왔고?

곧바로 올라오는 채팅에 이경복은 눈을 껌뻑이다가 아차 싶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지금 스컬킴 님 보면서 한 말입니다. 데시벨 님이 진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이경복이 여유롭게 설명했다.

“스컬킴 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정도면 데시벨 님이 쉽게 적응하실 것 같습니다.”

그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오해한 이유를 밝혔다.

“그게, 제가 소룡 플레이를 본 게 트리플 님밖에 없어서요. 코칭 할 때 소룡의 기준을 그쪽으로 잡았거든요.”

-ㅔ?

-아닠ㅋ 기준이 왜 일본 챔피언이냐구욬ㅋㅋ

-천상계 수듄 뭔데에에에에!

-아무리 스컬킴이라고 해도 챔피언 수준이 아니긴 한데 ㅋㅋㅋ

-교수님, 이거 새내기 수업이라면서요 ㅠㅠ

-알고 보니 대학원 새내기였고?

-어서 돔황챠!

이경복에게는 코칭의 기준도 남달랐다.

* * *

데시벨은 온 신경을 스컬킴 상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채팅창을 읽을 틈이 없었다.

‘시선, 어깨, 허리.’

초반 탐색전이 끝나자 스컬킴은 제 실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타격을 파악하면서도 이경복의 피드백을 곱씹었다.

‘슬슬 알겠어.’

그 피드백은 효과적이었고, 무수한 노트를 봐왔던 데시벨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녀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만으로 스킬을 구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페이크.’

날아오던 주먹이 멈추더니 하단에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미리 읽어낸 데시벨이 가드에 성공하자 스컬킴이 탄성을 뱉었다.

“와, 진짜 1일 차 아니신 것 같은데.”

데시벨은 대답 대신 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단을 노린 발차기가 나아갔지만.

‘이런! 흘리기네!’

스컬킴이 바로 흘리기 동작을 준비하자 다급히 자세를 고쳤다. 덕분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더욱 초조해졌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상황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초반 탐색과 짠손을 이용한 타격전뿐이었다. 양쪽 모두 큰 피해는 없었지만 누적된 가드 데미지는 충분히 차이가 났다.

타격계인 LD에 비해 재규어는 연타가 부족한 탓이었다.

‘이대로는 타임오버로 진다.’

승부수가 필요했다.

그것도 어중간한 승부수로는 역전이 어려웠다.

‘콤보가 끊기면 버스트를 쓰시겠지.’

데시벨은 스컬킴의 행동 패턴을 익혔지만 LD의 ‘버스트 무브’는 아직이었다.

아무리 눈이 좋은 그녀라고 해도 처음 보는 쌍절곤 가불기에 대처할 자신은 없었다.

‘10연속 잡기 성공밖에 답이 없어.’

어차피 이대로라면 패배였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으며 결정을 내렸다.

“엇.”

스컬킴이 움찔했다.

이전과 달리 데시벨이 먼저 다가오지 않나. 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압박을 못 이기셨네.’

근접전이라면 유리한 건 스컬킴 쪽이었다. 그로서는 오히려 그녀의 접근이 달가울 따름이었다.

곧바로 데시벨이 잡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뻔히 보이는 수였기에 그는 바로 숙여 회피했다.

‘제대로 걸렸…’

반격을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이에 그는 즉발기 커맨드를 입력하고 눈을 부릅떴다.

“뭣…!?”

어느새 데시벨이 반격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어떻게!?’

이어지는 반격기에 몸이 덜컥거렸다. 당장은 이어질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이유는 나중이었다.

‘미믹크리였구나!’

그녀가 보여준 건 커맨드로 시전한 잡기가 아니었다. 재규어의 잡기 동작은 무척 단순해 따라 하기가 쉬웠다.

‘아직 끝난 게 아니지!’

잡기에 걸렸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잡기가 끝나자마자 양쪽 모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상중하, 어디지!?’

잡기 도중 커맨드 입력은 일종의 눈치싸움이었다. 3가지 판정으로 이어지는 파생 잡기 중 하나를 맞추어야 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1.5초가량, 데시벨은 섣불리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고 이경복의 피드백을 다시금 되새겼다.

‘중단!’

그런 그녀의 눈에 스컬킴이 허리를 빼는 게 포착됐다. 그 즉시 그녀는 바로 커맨드를 입력했다.

-오?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아모른직다!

-시간이 없다구웃!

-카운트 떴다!

-허리업! 허리업!

-아니 ㅋㅋㅋ 진짜 허리가 들리잖슴 ㅋㅋㅋ

-와씨 이거 이기나?

이어지는 잡기 공방에 시청자들이 덩달아 긴장했다. 타임오버가 다가오는 상황, 이 공방의 결과에 승패가 결정될 터였다.

솟구치는 채팅과 달리 이경복은 담담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풀렸네요.”

5번째 콤보를 이어갈 즈음 스컬킴이 풀기에 성공했다. 손을 뿌리치며 빠져나옴과 동시에 서로의 거리가 벌어졌다.

스컬킴은 그 즉시 달려들며 즉발기를 시전하려 했지만.

[Time Over!]

남은 시간이 0에 도달하며 승부가 끝났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양측의 체력바로 향했다.

-뭐임? 누구임?

-거의 비슷한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된다 (진짜임)

-왜 끝까지 아모른직다냐구웃!

언뜻 보기에는 동일하게 보일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직접 재볼 필요는 없었다.

[‘Decibel’ Win!]

시스템이 판정한 승리자의 이름 덕분이었다.

“이겼어요? 나 이겼어?! 와아아아아아악!”

“와, 진짜 티끌만 한 차인데…”

잔뜩 긴장했던 두 사람은 결과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데시벨은 말 그대로 방방 뛰어다녔고 스컬킴은 허탈함에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 이겼다고!?

-1일차에 보라단을 꺾었어?

-와 ㅋㅋㅋ 한 대만 더 때렸어도 갈리는 건데

-진짜 막타로 가드 뎀 한 번만 더 줬어도ㅋㅋㅋ

-한 템포만 더 빠르게 풀었어도 이겼음 ㅋㅋㅋ

그 아슬아슬한 승부에 시청자들도 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경복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와 함께 박수를 쳤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여러 의미로 놀랐던 사람들이 주의를 모았다. 이경복은 먼저 스컬킴에게 말했다.

“스 인턴은 정말 아깝게 됐습니다. 하지만 격겜러다운 승부였지 않나 싶네요.”

격겜러 다운 승부는 또 뭘까. 시청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스컬킴은 그 의미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네, 맞습니다. 설마 1일 차에 미믹크리를 쓰실 줄은 몰랐습니다.”

데시벨에게 속지만 않았다면 승리는 그의 것이었다.

데시벨은 의도치 않았지만 잡기 공방은 타격전보다 시간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 한 번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모르면 맞는 게 격겜 룰이죠. 그 가능성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격겜 좀 놨다고 제가 깜빡했나 봅니다.”

-맞말추 ㅋㅋㅋㅋ

-갓플 코칭일 때부터 미믹크리는 예상하는 게 맞긴 해

-아니 ㅋㅋ 킹직히 트수 중에 아무도 예상 못했을 듯

-1일차에 미믹크리 활용? 이걸 어케 맞추냐고 ㅋㅋㅋㅋ

-진짜 잡기 미믹크리는 생각도 못 했다 ㅋㅋㅋ

스컬킴의 승복에 시청자들도 수긍했다. 이내 그는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역시 직급이 높으신 데는 이유가 있네요. 사장님이 제대로 영입하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여성부 시합은 진짜 재미있겠어요!”

“흠흠, 전부 다 퍼펙트 코칭 덕분이죠! 그래도 정말 대결 내내 아찔했어요! 격겜은 이런 맛이구나, 싶더라니까요.”

“하하, 사장님 코칭도 좋지만 잘 배우는 것도 능력입니다. 오늘 처음이신데 이 정도면 진짜 얼마나 성장하실지 상상이 안 가네요. 격겜러로서 ‘본’받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웃었다.

-진짜 골절 포기를 안 하네 ㅋㅋ

-근데 데눈나 진짜 잘 배우긴 해 ㅋㅋㅋㅋ

-원래 경력직이 더 빨리 배우자너 ㅋㅋㅋ

-그저 든든하다! 데규어!

즐거워하는 시청자들은 그녀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안심했다.

-이런 성장 속도면 무적권 킹정이지

-ㄹㅇㅋㅋ 넘모 강해지는 거시고요?

-변수가 될 거라 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고?

변수는 정해지지 않은 결과, 가변성을 내포한 단어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갓플이 무조건 고수로 만들어 줄 거임 ㅋㅋㅋ

-???: 이대로만 갑시다!

그녀는 이경복의 코칭으로 고수의 반열에 오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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