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10화 (310/491)

310화 - 굿즈 출시, 마지막 점검 (1)

어느덧 늦은 밤.

이경복은 시간을 확인하고 슬슬 마무리 준비를 했다.

‘오늘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어.’

즉석 시청자 참여 이벤트의 결과는 데시벨의 전승이었다. 첫날인 만큼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좋은 결과였다.

데시벨이 한차례 또 승리를 거두자 그는 가볍게 손뼉을 쳐 주의를 끌었다.

“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어? 뭐야?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가요!?”

데시벨도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집중과 더불어 승리에 몰두한 덕분에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데눈나는 왜 놀라는데 ㅋㅋㅋ

-그만큼 즐기셨다는 거지 ㅋㅋㅋ

-눈나! 형 좀 붙들어봐!

-조금만, 조금만 더 하자구웃!

-결국 방송 연장은 없던 일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으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여느 때처럼 아랑곳하지 않았다.

“많은 격겜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데시벨 님이 좋은 경험을 쌓은 것 같습니다. 진짜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의 멘트에 데시벨은 밝게 웃었다. 그녀 역시 시청자들과 심정은 비슷했지만 이경복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퍼플 님 코칭과 더불어 도전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죠. 이 감각 잊지 않도록 저는 따로 또 랭크전에 도전해보겠슴닷!”

이에 그녀는 혼자서라도 방송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재미가 붙기도 했고, 대회 참가를 결정한 이상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이 눈나 맛들렸네 ㅋㅋㅋ

-10단 콤보 걸리기만 하면 순삭인데 재미가 없겠냐고 ㅋㅋㅋ

-그야말로 리듬의 사린마!

-으아니! 왜 진짜 죽여요?!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아 ㅋㅋ 내 시간 훔쳤으니까 도둑이 맏따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그 열의에 흡족해했다.

“좋습니다. 데시벨 님의 활약을 더 보시고 싶은 분들은 계속 응원 부탁드리고요. 저는 그럼 다음 방송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는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 * *

이른 새벽, 조대한의 집.

그는 여느 때와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확실히 양이 상당하네.’

건조해진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며 그는 가볍게 숨을 돌렸다.

다른 방송과 달리 누군가를 가르치는 만큼 이경복이 말을 많이 했다. 달리 말하면 조대한이 번역해야 하는 스크립트의 양이 불어났다는 의미였다.

‘해놓고 나니 뿌듯하네.’

늘어난 업무량에 조대한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모처럼 일한 기분이 들어.’

번역이라는 업무 특성상 그가 방송에 기여하는 비중은 매번 달라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업무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편집자인 최병훈과 매드맨은 말할 것도 없고, 매니저인 박주호가 처리하는 일감만 해도 상당했다.

‘내 스스로 눈치가 보인단 말이지……’

팀 퍼펙트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이 자신이라는 건 자타공인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걸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조대한의 마음속에는 부채감이 쌓여 있었다.

‘적어도 내일은 마음이 편하겠어.’

몸이 힘든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웃으며 작성한 스크립트를 최병훈에게 전송하고 검수를 기다렸다.

“그럼 슬슬…”

아무리 그렇게 즐거운 마음을 먹어도 쌓인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조대한은 이에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취미활동’을 즐기기로 했다.

‘어디를 먼저 볼까나.’

북미 쪽 커뮤니티인 리딧과 일본 트위티를 동시에 연 그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이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뭐야, 이거?”

바로 일본 트위티의 실시간 트렌드였다.

[일본의 트렌드]

[#Decibel (1,538 트윗)]

[#Perfect Concert (1,471 트윗)]

새로이 올라온 키워드에 조대한은 직감했다.

‘오늘 방송 때문인가?’

저 키워드가 소리 크기의 단위를 뜻하는 건 분명 아닐 터였다. 분명 오늘 같이 방송한 스트리머, 데시벨이리라.

하지만 그렇기에 조대한은 더욱 의아해했다.

‘멤버십 영상은 아직인데?’

방금 스크립트를 넘겼으니 따로 퍼튜브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영상이 올라가기도 전인데 트위티에서 화제가 되다니?

조대한은 곧바로 해당 키워드를 클릭했다.

“아하……”

공유 정도인 ‘리트윗’ 횟수와 ‘마음에 들어요’ 횟수를 합산한 순으로 보여주는 ‘인기’ 트윗들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이어이, 데시벨 쨩과 함께하는 이 남자 도대체 누구야!? 아무리 봐도 리얼계잖아 이거!]

[‘색이 비슷한 라이트 소드라니? 이거이거, 입문자의 패기랄까요.’ 라고 생각했던 저, 너무 잘해서 뿜었다wwww]

[헤에-! 이 사람, 엘든 소울의 그 사람이지? 완벽의 기사잖아! 그치?! 이번에는 비트의 기사냐고www]

[데시벨 쨩도 놀라버렸다! 픽셀 선글라스 벗는 거 너무 귀엽잖아! 이건 절대 반칙이라고!]

트윗에 링크된 건 모두 퍼플의 비트 스워드 체험에서 나온 클립 영상들이었다.

조대한은 트윗을 읽어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리겜은 일본 쪽에서는 꽤 인기가 있으니까 관심을 모은 건가.’

리듬 게임 장르 자체는 비주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비주류 사이에서도 순위는 있기 마련이었고, 일본에서는 리듬게임의 순위가 한국에서만큼 낮지 않았다.

애당초 리듬 게임이 옛 오락실, 일본의 아케이드 장르에서 유행했고 그 본고장이 일본이기 때문이었다.

‘데시벨 님은 일본 쪽에서 더 인지도가 높았구나.’

데시벨은 여러 리듬게임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대회를 관심 있게 보는 건 같은 리겜러들이었다.

그 숫자로 따지면 한국 리겜러 보다 일본 리겜러가 더 많았다.

‘그런데 우리 사장님도 일본 쪽에서 뜨고 있으니까, 시너지가 발생한 거지.’

안 그래도 최근 메탈 펀치 디렉터인 하마다 히로카츠의 트윗, 그리고 IVO 가이드 등재라는 소식이 트위티에 퍼졌다.

이경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 데시벨과 같이 방송을 하며 일본 리겜러들의 눈길까지 사로잡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리겜 장르는 코칭이랑 달리 멘트도 많이 필요 없고.’

음악은 만국 공용어라는 말처럼, 일본 리겜러들이 방송을 이해하는 데 더빙이나 자막은 필요 없었다.

언어의 장벽이 없으니 방송이 끝나자 클립 영상이 공유된 것이 분명했다.

“일본 리겜러들한테는 콘서트처럼 보였나 보네.”

조대한은 다음으로 ‘퍼펙트 콘서트’ 키워드가 들어간 트윗을 살폈다.

해당 트윗은 이경복과 데시벨의 듀엣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에-? 에엣-! 데시벨 쨩! 노래 엄청나잖아! 왜 지금까지 노래하지 않은 거야?! 오리콘 차트 정복감이잖아 이거wwww]

[데시벨의 노래 초-하이 텐션!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다가 엄마에게 얻어맞아버렸다www]

[데시벨 쨩, 의외! 헤비메탈 취향이었던 걸까나? 그 와일드함에서 오는 갭! 모에모에! (≧Д≦)]

[보라색 검 든 사람, 누구? 데시벨 쨩이 섭외한 안무가 같은 사람? 예술적인 검무 솜씨에 놀라버린www]

[에또, 퍼플 씨 대체 못하는 게 뭐 일까요? 비트 스워드가 콘서트장이 되어버렸잖아? 왜 티켓 팔지 않아?]

[우앗? 퍼플 씨, 이게 3번째 곡 플레이였다!? 그런 바보 같은! 카니우마콘 유행의 이유, 다시 깨달아버렸다!]

데시벨이 처음 공개한 노래실력과 3일 차도 아니고 3곡 만에 드러난 이경복의 실력에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

조대한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아, 이 방송 라이브로 봤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퍼플 씨의 방송, 나도 들어가게 해줘!]

[채팅창 이모티콘만 봐도 분위기가 느껴진달까요? 한국인들은 ‘흥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즐거움의 민족이라는 뜻이죠. 나도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아아, 이거 어쩔 수 없구만. 백색의 금서를 다시 개방하는 수밖에 없나. 어이, 이 트윗을 보는 너희들, 얼른 메이비존에서 주문하라고!]

[여기서 한국어 교재 광고하지 마wwww 그보다 백색이라니 사놓고 쓰지도 않은 거냐www]

그가 특히 좋아하는 ‘한국’에 관련된 내용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라? 근데 퍼플 씨, 갑자기 데시벨 쨩과 리듬 게임을 하는 이유가 뭘까? 최근 방송 리듬 게임 공략인 거야?]

[리듬 게임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퍼플 씨, 이 트윗을 본다면 ‘DJ PRO’와 ‘큰북의 울림’도 해봐! 누군가 이거 전해주지 않겠어!?]

[너희들 바보냐? 퍼플 씨는 스토리가 있는 걸 좋아한다고! 그러니 ‘아이돌 라이브’ 하자구! 퍼펙트-프로듀서가 되어줘!]

혹시 이경복이 리듬 게임 방송을 시작한 건 아닐까. 일본 리겜러들은 적극 추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래 기존에 방송을 봐왔던 이들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데시벨 쨩, 이번에 퍼플 씨와 함께 메탈 펀치 대회에 나간다고www]

[충격! 의외인 건 노래 실력이 아니라 메탈 펀치 실력이었다! 데시벨 쨩, 엄청났다니까!]

[퍼펙트-코칭의 효과랄까요. 퍼플 씨의 설명, 길어서 전부 알아듣지 못했지만 전후가 너무 달라져버린wwww]

그와 함께 첨부된 건 격겜러와 데시벨의 대결 클립 영상이었다.

[우와…! 데시벨 쨩, 이거 위험한 느낌이 물씬! 노래 실력보다 엄청난 갭! 모에모에! (◕Д◕)!!]

[이게 처음 하는 거라고? 무슨 마법인 거야? 데시벨 쨩, 초-피지컬 게이머잖아 이거www]

[아니아니, 이거 너무 바뀌어서 뿜어버렸다wwww 퍼플 씨, 대체 무슨 말을 해준 거야? 자막 없어서 전혀 모르겠어!]

[이렇게까지 준비할 대회면 엄청난 거 아니야? 퍼플 씨와 데시벨 쨩,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www]

[에엣-? IVO에는 아무런 공지도 없잖아? 한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조대한은 그에 잠시 고민했다.

간략하게나마 일본 사람들에게도 대회에 대해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양쪽 모두 플랫폼에서 자체 송출한다니까 일본 쪽 시청자가 와도 무방할 것 같은데.’

이경복의 방송이라면 한국어 제한이 있지만 플랫폼 공식 채널은 상관없을 터였다.

이에 조대한이 트윗을 작성하려는 순간이었다.

[현재 한국 챔피언 ‘어깨’와 ‘퍼플’씨의 플랫폼 매치가 계획 중입니다. 저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이 기대하는 건 어떨까요(웃음)]

새로이 부상한 트윗에 일본인들은 물론 조대한도 눈이 크게 뜨였다.

[트리플 씨www 얏타맨과 함께한 방송 잘 봤다는www]

[일본 챔피언도 기대하고 있다니? 한국의 로컬 대회치고 수준이 대단하잖아 이거?!]

[정말이냐? 퍼플과 어깨만이 아니라 이클립스 님도 참가한다는데!?]

[아니아니, 이거는 그냥 로컬 대회가 아니잖아www 한국 괴물들 올스타전이라고 이거 wwww]

속속 도착하는 정보에 사람들은 점점 더 대회에 관심을 모았다. 조대한은 점점 상승하는 트렌드 순위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내 알림음과 함께 모니터 한 켠에 톡이 올라왔다.

[>오케이, 검수완료!]

[>길이도 적당하네 ㅋㅋㅋ]

[>갈수록 실력이 좋아지는 것 같음]

최병훈의 확인 톡이었다.

“예쓰!”

그 내용에 조대한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은 꿀잠 자겠다.’

어느 때보다 뿌듯한 하루였다.

* * *

다음날, 이른 오후.

이경복은 팀 퍼펙트 회의를 시작했다.

“굿즈 투표 중간 결산 보고다.”

박주호가 주요 안건을 꺼내며 홀로그램을 투사했다. 퍼튜브 커뮤니티에 올라온 투표의 결과창이 나타났다.

“와… 30만 명이네.”

“원래는 3일간 투표를 받기로 했는데, 추이를 보니까 상위권은 큰 변동이 없을 것 같다.”

“아? 그래?”

이경복의 물음에 최병훈이 손을 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 투표 참여 비중이 구독자의 10% 내외거든? 그런데 지금 15%를 넘었으니까 더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야.”

“대부분 첫날에 투표를 끝냈을 테니까요.”

“고민한다고 해도 이틀 이상 걸릴 일은 아니기도 하고, 결과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조대한과 매드맨 역시 그에 동조했다.

“그리고 이제 보여줄 건데 상위권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 같다.”

“그 정도야? 그렇게 취향이 몰렸나? 나는 다 좋아 보이던데?”

이경복의 말에 박주호는 미소와 함께 투표 결과를 보여주었다.

“1위는 게말콘 피규어, 무려 투표 비중이 73.7%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건 피규어였다. 이경복이 그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병훈이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아니, 근데 이게 보니까 첫날에 투표를 좀 급하게 했나 봐. 원래 1인당 3개까지 투표 가능한데, 유독 게말콘 피규어만 찍고 끝낸 분들이 많더라고.”

“그만큼 피규어에 꽂혔다는 뜻이기도 하지. 2위는 퍼펙트 상식 후드티, 그리고 3위랑 4위는 각각 OTP 텀블러랑 머그컵인데 보다시피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박주호가 마저 설명을 이어가고 상위권을 차지한 굿즈만 따로 뽑아둔 페이지로 넘어갔다.

“첫 굿즈는 이렇게 4개로 시작될 것 같다. 추이를 봐서 품목을 추가하면 되겠지.”

“그래, 일단 처음이니까 차근차근해 봐야지.”

이경복이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장님 인기면 품목 추가는 일도 아니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마 판매 시작하면 샵팬덤 쪽에서 먼저 품목 늘리자고 할걸요?”

조대한과 매드맨이 기대를 내비쳤다. 아니, 그것은 확신에 더 가까웠다.

“그거는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별개로 댓글로 굿즈 신청도 있었다.”

“굿즈 신청?”

“항목에 없는 걸 만들어달라는 거지. 그래도 아주 생소한 건 아니다.”

박주호는 그리 말하며 홀로그램을 한 장 더 넘겼다.

“아, 이거?”

이경복은 이내 나타난 사진에 실소를 흘렸다. 그것은 리얼리티에서 제공해준 전용 캡슐과 언박싱 영상에서 쓴 가면이었다.

“아, 이거 브스타 때 아바타로 진짜 많이 쓰셨지.”

이경복은 그에 V-STAR 행사 때 채널에 모인 팬들을 떠올렸다. 대부분이 이 가면을 아바타로 써서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 않았나.

이미 수요는 증명된 거나 다름없었다.

“아니, 근데 가면이야 그렇다 쳐도 캡슐은 좀 무리 아닌가?”

“인마, 캡슐이 아니라 이 데코 스티커를 만들어 달라는 거야.”

최병훈이 그에 웃으며 답하자 조대한과 매드맨도 적극 동의했다.

“아, 이건 저도 갖고 싶긴 해요.”

“저도요! 이게, 솔직히 굿즈가 아니라 그냥 팔아도 나쁜 퀄리티가 아니거든요?”

“근데 이건 좀 어려운 게, 리얼리티 쪽과도 협의를 봐야 되는 거라…”

최병훈이 아쉬운 듯 입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이 굿즈까지 출시하려고 하면 계약이 더 복잡해진다. 만약 팔겠다면 샵팬덤이 아니라 따로 리얼리티랑 하는 게 더 낫겠지.”

“아니, 뭐 당장은 급한 게 아니니까.”

이경복이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을 진정시켰다.

“지금은 샵팬덤 쪽이랑 관계를 쌓는 시점이잖아. 여기저기 판매 루트 확보해두면 좀 그렇지. 리얼리티랑은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이야기하는 걸로 하자.”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네.”

“일단 우리 쪽에서 감당 가능한 범위를 파악할 필요도 있지.”

두 친구의 대답과 더불어 조대한과 매드맨도 수긍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리가 되자 박주호는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생각보다 굿즈 수요량이 많은 상황이야. 샵팬덤 쪽이야 생산은 문제없지만 게말콘 피규어는 다르다.”

“지금 우리가 가계약해둔 게 4주에 1만 개였지? 그럼 1주에 2500개잖아?”

“그렇지. 그때 사장님 대답에 따르면 그것도 무리해서 맞춘 발주량이다. 아마 이 이상 늘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병훈이 그에 살짝 코를 찡그리며 팔짱을 꼈다.

“그럼 대충 하루에 400개 내외로 생산이 된다는 건데…”

“넉넉히 1일 판매량은 350개 정도가 될까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하자가 있으면 교환해줄 스페어도 남겨둬야 하니까.”

이경복은 눈을 굴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선호 순위를 보면 하루에 350개 판매도 부족하지 않겠나.

“으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다른 공장을 또 수배하자니 공장마다 퀄리티 차이가 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일단 발주를 당장 오늘부터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면 조금 더 빨리 생산을 해야 재고를 쌓아둘 수 있었다.

이경복은 흔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야지. 그렇다고 공장에 생산 설비를 확충해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

이경복은 농담 삼아 한 말이었지만 박주호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그게 지금 걱정하는 문제다.”

“응?”

“다른 굿즈에 비해 게말콘 피규어는 ‘한정판’의 느낌이 강해. 분명 리셀러가 꼬일 거다.”

피규어가 샵팬덤에서 제공하지 않는 품목이라는 건 팬들도 다 알 터였다.

구하기 힘든 물건일수록 그에 이득을 취하려는 리셀러가 관심을 갖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리셀러가 구입하는 만큼 실제 구매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저도 그럴 것 같아요. 모델건 쪽에도 많거든요.”

“리셀러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긴 하죠.”

“하아, 이 되팔렘들은 진짜 양심이 없다니까.”

다들 그에 공감하듯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짧은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게 특별한 대비책이 없거든요.”

“아, 맞아요. 구매개수 제한이 그나마 최선인데, 여러 아이디로 매크로를 돌려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형식상 개인 간 중고거래라서 뭐 따로 막을 방법도 없지. 게다가 그 자식들은 세금도 안 내! 프리랜서였던 나도 냈는데!”

분통을 터트리는 최병훈에게 고개를 내젓던 박주호가 첨언했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지. 샵팬덤에서도 일단 구매 개수는 제한해두는 걸 추천했다. 1인당 1개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던데.”

“음…”

이경복은 침음과 함께 고민했다.

이내 눈을 굴리던 그가 손을 들었다.

“2개로 하자.”

손가락을 펼친 그는 이경복을 돌아보며 웃었다.

“네가 그랬잖아. 하나는 실사용, 다른 하나는 소장용이라고.”

그리 선택한 이유는 일전의 경험 덕분이었다. 박주호가 스위티즈 굿즈를 나누어주며 했던 설명이었다.

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이경복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리셀러 방지책으로 하나 떠오른 게 있는데.”

“방지책?”

“막을 방법이 있다고?”

그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리셀러를 막을 방법이 있다면 이미 시행되고 있지 않겠나.

“음, 우리처럼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거긴 한데. 일단 리셀러들 목적이 그거잖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거.”

그것은 리셀링 시장의 기본이었다.

다만 리셀러가 욕을 먹는 건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추가해 이윤을 챙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비싸게 사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

이경복의 말에 다들 눈을 깜빡였다.

“예?”

“…엉?”

“비싸게요?”

“으음… 리셀러들이 그럴 이유가 있나?”

리셀러가 바보가 아닌 이상 비싸게 물건을 살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냉정을 되찾은 박주호가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냥은 그렇게 안 사지.”

이경복은 이에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지.”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모두의 표정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문투성이였던 얼굴은 점차 밝아졌고 입까지 벌어졌다.

“와…! 이거는 되겠는데요?”

“아니, 진짜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세요?”

“야씨, 이거 되면 진짜 대박이겠다! 되팔렘들 참교육 제대로 가겠네!”

“이 방법을 쓰려면 샵팬덤 쪽 협조가 필수로군. 이건 내가 정리해서 전달해볼게.”

모두의 대답에 이경복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팬들을 위한 건데 마가 끼면 안 되지.”

손 놓고 당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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