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 선착순? 팬착순! (1)
늦은 오후, 퍼지데이 팬카페.
스트리머 3명의 팬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니만큼 평소에도 접속자 숫자가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유독 접속자 숫자가 높았다.
[접속 멤버 – 10,458 명]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카페에 상주하고 있었다.
[아! 퇴근 왜 안 시켜주냐!]
[카페 사람 개많네 진짜 ㅋㅋ]
[ㄹㅇㅋㅋ 머기업 방송 인원숫자 아님?]
[본인이 월급 루팡 중이면 개추 ㅋㅋㅋ]
[뭔 도둑 소굴이냐고 ㅋㅋㅋㅋㅋ]
[5252 괴도라고 해주지 않겠나?]
사람들은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심심풀이로 이곳을 찾은 건 아니었다.
[오 ㅋㅋ 이제 10분 남았다]
[1차 굿즈는 과여어어어어언?!]
[제발 블랙기업 포스트잇…!]
[난 유일검 그립톡 ㅋㅋㅋ]
[아니;; 너무 마이너한 거신디요]
바로 이경복의 굿즈 투표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투표가 마감되면 결과가 공개되고 1차로 출시될 굿즈를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마침내 투표가 마감된 순간, 투표 공지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증식하기 시작했다.
[-게말콘 피규어 비율 무엇?]
[-아 ㅋㅋ 이건 무적권이지!]
[-후드티도 예상했음 ㅋㅋㅋ]
[-않이;;; 게말콘 볼캡 투표율 왜 이럼?]
[-OTP 텀블러랑 머그컵까지네 ㅋㅋㅋ]
[-지놈 적중률 무엇?]
[-다들 트최입에 놀아나 버린 거냐구웃!]
[-근데 상관없긴 함 ㅋㅋㅋ]
[-ㄹㅇㅋㅋ 어차피 다 살거라고]
자신이 투표한 굿즈가 1차 출시 목록에 없어도 상관없었다. 팬들은 아쉬움보다는 드디어 확정됐다는 사실에 후련해했다.
[-그래서 언제 파냐고요 ㅋㅋㅋ]
[-머뭇거릴 틈이 없다!]
[-그래도 다음 주면 주문 받지 않을까?]
[-현기증 난단 말이에욧!]
남은 건 이제 개점 일정이었다. 다들 그 시기를 추론하는 와중이었다.
[<굿즈> 퍼펙트 굿즈의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온 공지에 일순간 카페가 소강상태가 됐다.
제목을 보자마자 다들 샵팬덤에 접속한 덕이었다.
다시 게시글이 올라온 건 잠시 후였다.
[아니;;; 게말콘 피규어 가격 무엇?]
[혀엉!? 20만 원은 너무 한 거 아니야?!]
[와 ㅋㅋㅋ 오픈런하려다가 바로 돌아옴 ㅋㅋㅋㅋ]
[진짜 ㅋㅋ 순식간에 매진될 줄 알고 카드 등록까지 다 해놨는데]
[일단 후드티랑 텀블러만 장바구니에 넣어놨다…]
카페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이경복에 대한 애정이 크긴 했지만, 20만 원은 쉽게 낼 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한 게시글로 일변했다.
[구매인증) 오!? 내가 일빠임?]
한 팬의 피규어 구매 성공 인증글 게시글이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빠르게 댓글이 달렸다.
[-와 ㅋㅋ 이걸 바로 사네]
[-역시 나만 빼고 다 퍼청자라니깐!]
[-실례가 안 된다면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십쇼]
[-이래서 돈을 잘 벌어야 되는 구나ㅠㅠ]
부러움과 자조적인 댓글들.
글쓴이는 그 댓글에 단 한 줄만을 남겼다.
[-용기 있는 자가 굿즈를 얻는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사지 못한 팬들을 놀리려는 의도일까?
그에 몇몇 사람들이 빈정이 상하려는 순간이었다.
[구매인증) 와 ㅋㅋ 진짜 갓플은 천재다]
[구매인증) 이걸로 찐팬 인증 가능?]
[구매인증) 합격점 턱걸이!]
뒤이어 올라오는 인증 글에 다른 팬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게시글을 확인한 팬들은 모든 전말을 알게 되었다.
[-90% 할인!? 그럼 2만원이네?]
[-아닠ㅋㅋㅋ 두노퍼 뭔데에에에!]
[-아씨 ㅋㅋㅋㅋ 그냥 지를걸!]
게말콘 피규어의 경우 구매를 결정하면 할인에 관해 안내해주는 팝업이 떴다.
이경복과 관련된 퀴즈를 풀고, 그 점수가 85점 이상이면 90% 할인 코드가 주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어쩐지 리셀러들이 노릴 텐데 매진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했다 ㅋㅋㅋㅋ]
[-1일차는 진짜 찐팬들한테 먼저 기회가 돌아간 거네 ㅋㅋㅋ]
[-누구인가? 누가 갓플을 의심하였는가?]
[-???: 자고로 신앙이란…!]
[-???: 이대로만 갑시다!]
[-아 ㅋㅋㅋ 리셀러쉑들 개같이 멸망]
침체된 카페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상했다.
모든 굿즈가 팬들의 손에 돌아갈 것을 확신한 덕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어느 오피스텔.
갖가지 유명 브랜드 신발 상자와 패스트푸드 점에서 콜라보이벤트로 제공한 사은품 피규어, 그리고 물량이 부족하기로 소문난 블록 완구 등등.
통일성 없이 쌓여 있는 상자들 옆,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오케이… 매크로는 다 됐고…”
그는 히죽이며 인터넷 창을 살폈다. 무려 50개나 되는 인터넷 창은 모두 샵팬덤에 접속해 있었다.
‘이제 올라오기만 하면 끝이네.’
그는 ‘양심업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리셀러였다.
매크로 설정에 따라 샵팬덤에 퍼플의 물품이 등록되는 순간 자동으로 구매가 진행될 터였다.
[>방장님 세팅 끝나셨나요?]
[>저는 이번에 가볍게 20개만 노려 볼랍니다]
[>이거 돈이 되려나?]
모니터 한 켠에 톡 알림이 떴다. 양심업자는 바로 채팅방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님들, 저 못 믿어요?]
[>저 진짜 신뢰로 먹고 삽니다]
[>이번 거 진짜 대박 터진다니까요?]
그는 물건을 되파는 건 물론이고 정보제공료라는 명목으로 다른 리셀러들에게 돈을 받아 회원제 단톡방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아니, 방장님 당연히 믿죠.]
[>진짜 ㅋㅋ 저희가 그간 덕 본게 얼만데]
[>저는 방장님 믿고 계정 30개 빌렸습니다 ㅎㅎ]
[>퍼플? 저는 처음 듣는데 진짜 돈이 되나 싶어서요;;]
리셀러들은 바이럴 마케팅 전문 회사가 보유한 명의와 계정을 돈을 주고 대여했다.
그렇게 확보한 계정으로 각종 쇼핑몰에 올라온 한정판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사재기하는 방식이었다.
‘양심업자’는 마케팅 업자와 리셀러를 연결해주는 브로커를 겸임했다.
[>(사진)]
[>이렇게 또 인증을 해야 믿으시나]
[>저는 이번에 계정 50개 돌립니다 ㅋㅋㅋㅋ]
[>퍼플 코인이라고 모르세요?]
[>요즘 인방 보는 인간들이 환장한다니까요 ㅋㅋㅋㅋ]
[>이거 올리기만 하면 무조건 팔립니다ㅋㅋㅋ]
그는 대여한 계정과 함께 준비 중인 화면을 캡처해 단톡방에 올렸다. 자신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면 회원들의 신뢰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었다.
[>와 ㅋㅋ 역시 배포가 남다르시네]
[>아… 계정 더 대여해야 되나]
[>투자하는 만큼 버는 거죠 ㅋㅋㅋ]
[>근데 너무 많이 사면 욕먹는 거 아니에요?]
양심업자는 톡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어유, 이 쫄보 새끼들.”
그는 가볍게 전자담배에서 빨아들인 연기를 내뱉고 다시 키보드를 쳤다.
[>저희 욕 하는 놈들이 이상한 거죠]
[>되팔이니 뭐니 하는데 이게 다 자본주의 순리거든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돈이 있어도 한정판 못 구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잖아요?]
[>이게 대가를 더 많이 지불하는 사람한테 혜택이 돌아가는게 맞거든요.]
[>저희가 이렇게 노력하는 덕분에 시장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겁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약간의 수수료만 챙기는 거죠]
단순히 되파는 일 말고도 회원제 단톡방은 그의 주 수입원이었다. 돈을 계속 받으려면 그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주어야 했다.
[>아 ㅋㅋ 역시 방장님이셔]
[>이렇게 시장경제에 빠삭하셔서 돈을 잘 버시는 구나 ㅋㅋㅋ]
[>방장님 말 믿고 30개 더 대여했습니다!]
양심업자는 그들의 답변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아, 커미션 달달하네.”
대여하는 계정이 많을수록 브로커로서 받는 수수료도 늘어난다. 그가 흥에 취해 다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때였다.
삑하는 경고음이 연달아 울리더니 오류 메시지가 모니터를 뒤덮었다.
“쿨럭, 뭐야 이거?”
그는 기침과 함께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이내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두 유 노우 퍼플?>]
[퍼플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퀴즈의 정답을 맞히고 90% 할인 찬스를 놓치지 마세요!]
기존 쇼핑몰과 달리 웬 팝업 메시지가 떴다.
“아니, 90%라고?”
그냥 무시하고 살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학창시절에나 봤을 시험지가 이어졌다.
[1. 현재 퍼플은 방송 몇 개월 차일까요?]
[2. 퍼플이 가장 먼저 플레이한 게임은?]
[3. 퍼플이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일까요?]
[4. 퍼플과 가장 먼저 인터뷰한 매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5. 퍼플이 현재 소속된 크루의 이름이자 최초의 게임 합방 제목은 무엇일까요?]
…
줄줄이 이어지는 문항에 양심업자는 이를 악다물었다.
“씨발, 이게 뭔 개짓거리야?!”
당장 매크로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대처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이 단톡방 알림이 떴다.
[>ㅅㅂ 뭐야 이거?]
[>님들도 할인 팝업 떠요?]
[>방장님? 이거 어떡해요!?]
[>답 어디서 구해요????]
[>아니 ㅅㅂ 이걸 푸는 사람이 있다고?]
[>미친! 지금 재고 줄잖아요!]
다른 리셀러들이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제품을 확보할 수 없었다.
‘침착하자. 나중에 답 족보라도 구해서 매크로를 수정하면…’
오늘만 날이 아니었다.
회원들의 불만이 있기야 하겠지만 하루 정도는 미루어도 되지 않겠나.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본 퀴즈는 매일 갱신됩니다.]
[*본 퀴즈의 항목은 무작위로 제시됩니다.]
[*할인코드의 유효기간은 1일입니다.]
최하단에 나온 안내문에 양심업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씨이발… 이런, 이런 걸 누가…”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그 사이에도 단톡방에는 알림이 쌓여갔다.
[>방장님? 방장님!?]
[>이거 퍼플에 대해 모르면 아예 못 사는 건데?]
[>아 ㅁㅊ 계정 대여비 다 냈는데]
[>방장님? 이거 환불되죠?]
[>왜 답이 없냐 ㅅㅂ]
[>먹튀한 거 아니지?]
그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자 단톡방 분위기는 급속도로 흉흉해졌다.
[>먹튀할 생각하지 마라]
[>에이, 먹튀는 좀 너무 갔다.]
[>너희들은 다 아가리해]
[>너한테 입금한 계좌 다 남아있거든?]
[>너 집 주소 따는 거 일도 아니야]
[>좋은 말 할 때 책임 져라]
[>아니;; 왜 그래요 무섭게]
[>방장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양심업자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 입술을 꽉 깨문 탓에 쇠 맛이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미친, 이 새끼들 환불하면 커미션 다 토해야 되는데.’
외통수.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이내 그는 결심했다.
[>여러분, 이 단톡방 목적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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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이에요. 정보 제공]
[>투자는 원래 개인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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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은 이상 단톡방 유지는 불가능했다. 그는 지금까지 써온 가면을 벗었다.
[>방장님?]
[>개인의 선택?]
[>여러분, 이 단톡방 목적이 뭡니까?]
[>정보 제공이에요. 정보 제공]
[>투자는 원래 개인의 선택입니다]
신뢰를 잃은 이상 단톡방 유지는 불가능했다. 그는 지금까지 써온 가면을 벗었다.
[>넌 뒤졌다]
[>아니 시발 양심 팔아서 양심업자임?]
당연하게도 돌아온 대답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양심업자는 이미 주사위를 던졌다.
[>저희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건승하십쇼]
그는 단톡방을 나가고 바로 모든 수신을 차단했다.
하지만 오히려 불안함은 커져갔다.
‘뻥카겠지? 그냥 씨발, 떠본 걸 거야.’
의연한 척 하려 했지만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었다.
만약 정말로 자신을 추적해 찾아온다면? 이번 사재기를 위해 투자한 금액 회수는 어떻게 되나? 무조건 성공할 줄 알고 장기 대여로 했는데?
머릿속은 온갖 걱정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나 귀결되는 사실은 오직 하나였다.
“망했네…”
괜히 건드렸다가 이득은커녕 완전히 손해만 보게 되었다.
* * *
이른 저녁, 메타게이머 사옥.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는 시간이었지만 신혜림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상사인 팀장은 마지막에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다가 신혜림을 힐끗 보았다.
‘괜찮나 모르겠네.’
본인은 괜찮다지만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는 상황이 아닌가. 사우 간 교류가 적어지면 혹시라도 소외감을 느낄지 몰랐다.
격려의 한마디라도 해줄까 다가간 팀장은 이내 눈을 껌뻑였다.
‘얘가 왜 이래?’
신혜림이 모니터를 보면서 혼자 웃고 있는 게 아닌가. 팀장은 그에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크흠, 뭐 좋은 일 있나 봐?”
“어? 팀장님? 퇴근 안 하셨어요?”
“지금 가려고 했지. 근데 뭘 보고 그렇게 웃어?”
“아, 별 건 아니고요.”
신혜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슬쩍 의자를 뒤로 물렸다.
“퍼플 님 소식 파악하려고 커뮤를 둘러보고 있었거든요. 한 번 보시겠어요?”
팀장은 슬쩍 그녀가 보고 있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무슨 굿즈를 이렇게 팔아요?]
제목부터 날이 서 있는 글이었다.
[진짜 이해가 안 가서 씁니다.
굿즈 하나 사는데 무슨 퀴즈를 이렇게 많이 풀어야 돼요?
이게 팬을 대하는 태도입니까?
그리고 20만 원이 누구집 개 이름이에요?
퀄리티에 맞게 가격을 산정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파는 사람도 그렇고 플랫폼도 그렇고 장사가 무슨 장난이에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그렇지 이렇게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빠른 조치 부탁드립니다.]
샵팬덤에 입점한 퍼플의 문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었다.
누군가 그 게시글을 캡처해 커뮤니티에 뿌리고 있었다.
“댓글이 진짜 웃겨요.”
신혜림이 웃은 건 그 게시글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팬 사라고 만든 굿즈니까 팬 인증하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한국인이면 불만 없는데 ㅋㅋㅋ]
[-누가 봐도 되팔렘이쥬?]
[-응~ 장난 아니야~ 이미 매진 됐어~]
[-아 ㅋㅋ 꼬우면 20만원 내시던가]
[-20만원 내면 되팔이라도 찐팬이지 ㅋㅋㅋㅋ]
[-킹직히 되팔렘이라도 퀴즈 다 풀고 사면 인정해줌 ㅋㅋㅋ]
[-선착순이 아니라 팬착순이라 이마리야 ㅋㅋㅋ]
공감 하나 없이 조롱만이 달린 댓글들이었다. 팀장도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실소를 흘렸다.
“진짜 퍼플 님은 뭘 해도 이슈거리를 만들어주시네.”
“진짜요. 아니, 어떻게 이런 방식을 생각하셨지? 퍼플 님 진짜 천재 아니에요?”
팀장은 감탄하는 신혜림을 보며 걱정을 떨쳐냈다.
“신 기자도 굿즈 샀어?”
“아, 사긴 샀죠.”
“뭔가 애매한 대답인데?”
“그게… 하나는 못 샀거든요.”
신혜림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팀장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수고하라며 인사를 남기고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롯이 혼자가 되자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그때 눈 딱 감고 지르는 건데.”
그녀는 개점과 함께 오픈 런에 가담했던 팬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녀 역시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에 20만 원이라는 가격에 압도당해버렸다.
‘팬이라 자처한 내가 부끄럽다 진짜.’
20만 원의 가치를 다른 굿즈들의 가격과 비교해본 그녀는 피규어 하나 보다 후드티를 색상별로 사고 텀블러와 머그컵까지 전부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주문을 마친 후 업무를 보고 다시 팬카페를 살피다 진상을 알게 되었다.
‘에이씨, 나도 구매 인증하고 싶었는데.’
뒤늦게 도전했지만 이미 피규어는 1일 판매량이 소진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 사고 만다.’
밤 12시가 넘어가는 순간, 1일 판매량이 갱신된다.
그때 다시 열리는 자격시험, 팬들은 ‘퍼펙트 모의고사’라 부르는 시험에 합격하면 될 터였다.
‘내가 아니면 누가 통과해?’
퍼플 전문 기자로서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녀는 각오를 다졌다.
‘내가 아니면 누가 통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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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전문 기자로서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녀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