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14화 (314/491)

314화 – 선착순? 팬착순! (2)

신혜림의 턱은 서서히 벌어졌다.

“와…”

간식으로 사둔 감자칩으로 향하던 손도 멈춘 채 그녀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모니터 안에서는 재규어 마스크를 쓴 레슬러, 스트리머 데시벨의 플레이가 연신 이어졌다.

[K.O!]

이펙트가 화려하게 터지며 황금색 문구가 모니터를 채웠다.

데시벨이 또 한 번의 10선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아니, 진짜 엄청 빨리 배우시네.’

결과가 나온 뒤에야 그녀는 멈추었던 동작을 이어나갔다. 손에 들린 감자칩은 입으로 들어갔고 턱은 짭짤한 스낵을 분쇄했다.

<후아, 수고하셨슴다!>

데시벨이 밝은 목소리로 상대에게 인사를 건네고 로비로 돌아왔다.

<확실히 10선 승부만 한 연습법이 없네요. 패턴이 쏙쏙 들어와요!>

그녀가 기뻐하자 이경복이 미소를 지었다.

<제 코칭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주셨네요. 데시벨 님이 또 습득 속도가 빠르셔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10선이 리겜도 비슷해서 더 적응이 쉬운 것 같아요. 진짜 저도 한 곡 완전히 마스터하려고 얼마나 여러 번 플레이를 했던지…>

그녀가 고개를 내젓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리겜이나 격겜이나 깨져봐야 안다 이마리야 ㅋㅋㅋ]

[-ㄹㅇㅋㅋ 둘다 필요한 자질이 비슷하고?]

[-5252, 또행이론이냐구웃!]

[-데눈나가 잘하는 이유가 있었쥬?]

신혜림도 따라 웃다가 이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리겜러랑 격겜러 평행이론, 이거 나중에 특집 기사 소재로 킵해 둬야겠다.’

실제로 두 장르의 유사성을 정리해서 기사를 써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이슈가 됐을 때 쓰면 조회 수는 보장될 터였다.

‘갓플 님 방송이 내 뮤즈라니까.’

영감의 원천에 감사하는 와중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 소리만 들어도 신혜림은 상황을 짐작했다.

<자, 좋습니다. 데시벨 님도 10선 승부를 하면서 여러 캐릭터에 익숙해지셨네요. 슬슬 지금부터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의 차례로 넘어갈 때인 것 같습니다.>

<엇? 벌써요?>

<네, 이제 파랑단 상대로는 무난하게 이기시니까요. 내일부터는 보라단 이상의 격겜러 분들을 찾아보죠.>

이경복이 방송을 마무리하려 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녀는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넵! 알겠슴다! 안 그래도 저번에 스컬킴 님이랑 대결할 때 아슬아슬하게 이겨서 오히려 아쉬웠거든요? 이번엔 제대로 실력을 가다듬어 볼게요!>

데시벨의 의욕 가득한 목소리에 그녀는 다시 방송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닠ㅋㅋㅋ 3일차에 파랑단 정복이 왜 양적성장인데]

[-양적 성장에는 질적 성장이 포함된다, 그게 상식이잖아?]

[-퍼펙트 코칭은 Only가 아니라 With입니다만?]

[-이것이 퍼펙트 코칭? 내가 봐왔던 코칭은 대체?]

[-???: 이게 아직 코칭이 덜 됐네?]

[-???: 아, 아입니다! 갓플 이름을 부르는 자는! 실력을 얻으리로다!]

[-도랐냐고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경복은 그에 웃다가 이내 재차 손뼉을 쳤다.

<아, 깜빡할 뻔했네요. 주최 측에서 이벤트 일정을 조만간 발표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참가자 분들과 일정 조율이 마무리 중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시청자들의 호응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좋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고요, 저희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방송을 더 보고 싶으신 분은 제 채널로! 시청해주셔서 감사해요!>

두 사람의 인사와 함께 꺼진 화면.

[-흑흑… 재밌었다 오늘 방송은]

[-시간 딱 맞네ㅋㅋㅋㅋ]

[-데눈나 방송은 좀 있다가 들어가야지]

[-5252, 다들 같은 걸 노리고 있는 거냐구웃!]

[-다 여기 남아주세요. 저 혼자 나가고 싶습니다]

여느 때처럼 남은 시청자들은 여운을 즐겼지만, 이전과 달리 그 시간은 매우 짧았다.

신혜림 역시 그런 시청자 중 하나였다.

“하… 이번에는 무조건 주문한다.”

12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퇴근을 준비하겠지만 그녀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로그인은 됐고, UTCk 동기화도 해놨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UTCk’ 프로그램은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왠지 수강신청 할 때 생각나네.’

여러 서버와 연동되는 시간이기에 지금과 같은 한정판 굿즈 쟁탈전, 콘서트 티켓팅, 그리고 대표적으로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때 자주 사용되곤 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냐.’

그녀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내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신혜림은 시선을 돌렸다.

다른 팬들에게는 없을 그녀만의 데이터, 스트리머 퍼플의 프로필을 정리해둔 파일이 옆에 올라와 있었다.

‘카운트다운!’

초단위로 갱신되는 시계가 12시 정각을 가리킨 순간, 그녀는 번개처럼 마우스를 클릭했다.

“아!”

이내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구매버튼을 누르며 넘어간 화면이 새하얗게 변해 멈춰버렸다.

“아! 제발, 제발!”

피규어를 노리는 팬들은 그녀 외에도 많았다. 급속도로 몰린 트래픽 때문에 생긴 서버 지연이 분명했다.

“아, 에바. 진짜 이거 억까야.”

손 쓸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하게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쉽사리 새로고침을 할 수도 없었다. 자칫하면 오히려 접속 순위가 밀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샵팬덤 측도 굿즈 장사를 오래 해왔던 바, 이런 상황에는 대비가 되어있었다.

[<두유 노우 퍼플?>]

이내 정상화된 화면과 더불어 팝업이 튀어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그녀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퀴즈를 뛰었다.

[1. 퍼플의 시청자 참여 이벤트 ‘OTP’는 무엇의 준말일까요?]

[2. 퍼플의 풀영상 채널 이름은 무엇일까요?]

[3. 퍼플이 지금까지 방송에서 한 게임의 종류는 몇 개일까요?]

[4. 퍼플은 캡슐 시스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게임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전 공지된 안내문대로 새로이 갱신된 문제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신혜림은 막힘없이 문제를 풀어갔다.

‘이건…?’

하지만 도중에는 변별력을 위한 것인지 꽤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14. 거너그라운드 이벤트 모드 ‘타임워페어’의 보스 캐릭터는 퍼플의 데이터를 몇% 활용했을까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나 싶은 문제였다. 물론 그 가짓수가 한두 개에 그치기에 풀지 못해도 통과 기준은 충분했다.

‘60%, 메이킹 필름에서 봤지.’

그러나 신혜림은 바로 답을 떠올렸다. 이내 나머지 문제를 모두 풀고 제출을 누르니.

[당신의 점수는…]

[‘100’점입니다! (게말콘)]

[축하드립니다! 할인 쿠폰이 등록되었습니다!]

이모티콘이 포함된 결과창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인증은 못 참지!’

팬카페에서는 이미 인증글로 화제가 된 사실, 100점을 달성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결과창이었다.

할인쿠폰은 계정마다 발급되기에 퀴즈에 재도전할 필요가 없지만, 이 결과창을 얻으려고 재시도하는 팬들도 많았다.

신혜림은 스크린샷을 캡쳐하고 바로 피규어 주문을 마쳤다.

“후아! 됐다, 해냈다아아앗!”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었기에 그녀는 안심하고 기쁨을 만끽했다.

*       *       *

비슷한 시각, 이클립스의 방송.

메탈 펀치 방송을 시작하기 전의 소통시간이었다.

소통은 방송의 텐션을 올리기 위한 워밍업의 역할을 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는 무릎을 꿇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퍼플 경을 뵐 면목이 없구려.”

그 한 마디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올렸다.

-?????

-이클 경! 무슨 일이오!?

-혹시 이번 대전에 불참하는 건?!

-헉!

시청자들의 걱정에 이클립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니오. 퍼플 경과 약조한 바이자, 강자와의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버리겠소?”

그의 부정에 시청자들은 일단 안심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일까?

“가신들은 다들 잘 알 것이오. 본인이 누누이 퍼플 경을 존경해왔다고 밝힌 사실을 말이외다.”

이내 이클립스가 사정을 설명했다.

“헌데, 이번 퍼플 경의 우상 구매 자격시험에서 탈락하고 말았소. 정작 퍼플 경에게 대해 모르는 바가 많다는 것, 그럼에도 존경했다 주장한 사실이 실로 부끄러울 따름이오.”

그제야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엌ㅋㅋㅋ우상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맞는 말이긴 한뎈ㅋㅋㅋ

-이클 경께서 피규어 구매를 못 했다 이마린가?

-다들 이클 경께서 침울해 하는 모습이 안 보이시옷?!

-피규어 못 사서 시무룩한 거 너무 커엽잖슴ㅋㅋㅋㅋ

-아 ㅋㅋ 이 맛에 이클 경 방송 본다 이마리야

이클립스는 이내 카메라를 응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반성하고자 수련에 앞서 가신들의 도움을 구하고자 하오. 기출 문제를 보며 같이 궁리를 부탁드리외다.”

-집단지성 ON!

-무슨 과거 시험 보는 거냐고 ㅋㅋㅋ

-상심마시오! 이클 경은 천생 무과라 문과 시험에 약할 수밖에 없소이다!

-문신들 어셈블!

-타투이스트이신가요?

-아니 ㅋㅋ그 문신이 아니잖슴!

시청자들은 즐겁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몇몇 시청자들이 의문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클 경은 퍼플 경과 같은 기사단이 아니오?

-ㄹㅇㅋㅋ 그냥 따로 구하면 되는 거 아님?

-갓플이 미리 안 챙겨 준거?

같은 크루 소속인데 왜 그런 고생을 한단 말인가?

보통은 떠오를 의문이었지만.

“그 무슨 망발이오!”

이클립스의 방송은 보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침통했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그에게서 엄중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한 특혜를 논하는 건 퍼플 경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이오. 시험이 주어졌으니 공명정대하게 자격을 취득해야 하거늘!”

-꾸짖을 갈!

-기사도를 모르는 자! 이클 경의 가신이 될 수 없다!

-간자다! 간자가 나타났다!

-얼른 부검하시오!

-작두를 대령하라!

시청자들도 그에 장난스럽게 몰아갔다. 이에 지목당한 사람들은 장단을 맞춰 자기변호를 시작했다.

-소인배가 대인배의 뜻을 몰라봤습니다!

-부디, 부디 추방만은!

-5분 유배, 달게 받겠나이다!

이클립스는 그에 짐짓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무릇 기사는 언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오. 공부가 바쁘니 이번에는 넘어가겠소이다.”

다시금 흥겨워진 분위기 속에서 이클립스는 오답노트(?) 작성을 시작했다.

*       *       *

한편, 지놈의 방송.

이클립스와 달리 지놈은 시작부터 스크린샷 하나를 띄우고 시작했다.

“피없찐들 어서 오고.”

그것은 바로 게말콘 피규어 구매 성공 인증샷이었다.

-시작부터 킹받기 무엇?

-아닠ㅋㅋㅋ 비틱질 바로 들어가냐고 ㅋㅋㅋㅋ

-혹시 그냥 20만원 때려 박은 거 아님?

-ㄹㅇㅋㅋ 돈찍누 아니냐고

-추놈이 또 추놈 해버렸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은 바로 장난스럽게 트집을 잡았다. 그에 지놈은 오히려 여유롭게 턱을 추켜세웠다.

“짜식들, 내 이랄 줄 알았다. 내가 너희들이 그렇게 나올 줄 알고!”

그가 손을 움직이자 스크린샷 하나가 또 추가됐다. 이모티콘이 포함된 100점짜리 결과창이었다.

-이거 주작이네! 아무튼 주작임!

-무친ㅋㅋㅋ 그걸 전부 맞춤?

-진짜 어려운 문제 하나씩 껴있던데 ㅅㅂㅋㅋㅋㅋ

-아 ㅋㅋ 합성이네(잘 모름)

-킹직히 말해! 대리 쓴 거지!? 그치!?

시청자들이 더 약 올라 하자 지놈은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야, 이거 보면 진짜 한류가 흥한다 싶다. 안 그러냐?”

뜬금없이 튀어나온 한류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자 지놈이 이죽였다.

“게말콘 피규어 없으면 한국인 아니잖아? 아니, 이거 없으면 요즘에 입국도 못 한다는데? 그런데 한국어 쓰는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네?”

-아옼ㅋㅋㅋㅋㅋ빌드업ㅋㅋㅋㅋ

-트최입 수듄ㅋㅋㅋㅋ

-저 표정 진짜 딱밤마렵네 ㅋㅋㅋㅋ

-피규어가 국적심사용이었냐고 ㅋㅋㅋㅋ

-게말콘 피규어는 국제 여권으로 쓰인다, 그게 상식이잖아?

-앗! 게말콘 피규어, 여권 발급보다 싸다!

-시작부터 텐션 돌겠네 진짜 ㅋㅋㅋㅋㅋ

지놈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샷을 치웠다.

방송 텐션을 올리기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해줬으니 본론에 들어갈 때였다.

“자자, 오늘은 내가 또 전해줄 소식이 있어요. 어제 내가 편파해설가로 뽑혔다는 거 얘기했지?”

그가 화제를 전환하자 시청자들도 관심을 표했다.

“그때 내가 또 한 말 있는데 기억하지? 이번 ‘세트로 붙자’는 연고전 같은 컨셉으로 진행한다는 거?”

-혀엉? 고연전이라구웃!

-고련대특) 가나다순이라고 우김

-어감은 연고전이 더 착 붙지 않냐?

-연상대특) 발음 편하다고 우김

-게놈들이 그걸 어찌 아시오?

-5252, 다들 명문대생이었던 거냐구!

-이게 게놈 평균? 그럼 나는 대체?

-한 얘기 또 한다? 소통 날먹각을 보는 거신가?

-어이 지씨! 요즘 편한가봐?

산만해지는 채팅창에 지놈은 손뼉을 쳐 중심을 잡았다.

“자자, 집중! 재탕이 아니라 당연히 새소식이지! 그것도 아주 빅뉴스다 이 말이야.”

그는 자신 있는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너희들 종합격투기 대회 알지? 딱 링 준비해놓고 주변에 관객들 쫙 깔려 있잖냐. 그런데 이번 메탈 펀치가 뭐냐? 이것도 격투기 아니냐.”

지놈은 실제 격투기 대회 사진을 예시로 보여주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도 이번 대회가 그냥 대회냐? 아니지, 트라이와 세렝게티! 양대 플랫폼이 주최하는 데 딸랑 게임 화면만 보낸다? 아, 이거 클라스가 안 맞지.”

-??????

-플랫폼 클라스를 언급했다?

-지씨! 뒷감당 가능한 거야?!

-???: 생각하고 말했나요?

-5252, 대체 뭘 준비한 거냐구웃!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고조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지놈은 가볍게 탄사를 흘렸다.

“햐, 너네 진짜 이런 대회 어디서 못 본다. 이번 이벤트 대회 시청은 그냥 화면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가상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직관도 가능하다 이 말이야.”

가상 스튜디오.

참가자만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캡슐로 접속해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에 채팅창은 당연하게도.

-빅 띵 이즈 커밍! 빅 띵 이즈 커밍!

-이게 바로 갓플과 어깨의 조합 시너지!?

-대회의 격은 참가자를 따른다, 그게 상식이잖아?

-엄마 미안해! 하루만 더 놀게요! 엄마 미안해! 하루만 더 놀게요!

-스케일 뭐냐고! 스케일 뭐냐고! 스케일 뭐냐고!

-속보) 경찰청 긴급 공지, ‘자녀 실종신고 잦아 확인 당부, 다들 캡슐 속에 들어가 있어.’

-ㄹㅇㅋㅋ 방에 있는데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봄

흥분과 기대로 폭발했다.

그러나 지놈이 준비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자, 그런데 생각해봐. 그러면 대회 스튜디오에는 트수들은 물론이고 세렝게티 쪽 시청자들도 올 거란 말이지?”

그는 그리 말하며 재차 손을 움직였다. 아바타의 상의가 보라색 후드티로 교체됐다.

그리고 그 후드티는 다들 친숙한 종류였다.

“퍼펙트 상식 후드 산 사람은 이미 알 거야. 이거 사면 아바타 코드도 같이 주거든? 근데 내가 아까 뭐랬어? 연고전이라고 했지? 연고전 하면 떠오르는 거 뭐야? 두 대학교 대표 컬러 아니냐!”

그에 시청자들도 지놈이 말하는 바를 눈치챘다.

-무친ㅋㅋ 나 찐 소름 돋음

-와씨 이거 대박이다 진짜

-그러네 ㅋㅋㅋ 트수들 아바타도 다 보이는 거잖슴

가상 스튜디오에 접속하면 개개인의 아바타가 드러나게 된다.

지놈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 트라이 로고 색깔이 뭐야? 바로 이 보라색 아니냐. 트라이 대표들이 뛰는데 우리라고 가만있을 거야? 응? 야씨, 우리 전부 깔맞춤 해서 딱 퍼펙트하게 보라색으로 채워버리면? 이야, 이거 기세는 그냥 우리가 먹고 들어가는 거거든.”

-와 ㅅㅂ 상상만 해도 개꿀잼

-아 ㅋㅋ 검정색만 샀는데 바로 보라색 사러 간다

-한국인 중에 퍼펙트 후드티 안 산 사람 없제?

-연고전 왜감? 그 시간에 갓플 응원전 하러 가지 ㅋㅋㅋ

-명문대는 못 가도 내가 퍼청자라 이마리야!

-이거는 무적권 맞춰서 가야지 ㅋㅋㅋㅋㅋ

아직 대회는 일정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놈의 말에 채팅창은 흥분과 열기로 가득해졌다.

“얘들아, 그날은 세렝게티에게는 숙청의 날인 퍼지데이가 되겠지만.”

그 분위기에 지놈도 덩달아 흥겨워하며 말했다.

“우리가 트라이 팀, 보라색이 가득한 ‘퍼플데이’로 만들어버리자고.”

다들 한 마음, 한뜻으로.

응원석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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