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20화 (320/491)

320화 – P-5 (1)

짧은 휴식을 끝내고 정소윤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자, 오늘 방송의 핵심! 대진표 결정만이 남았는데요. 그전에 대회 룰을 먼저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과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남성부와 여성부 모두 룰은 동일합니다. 각 팀의 선수들이 3:3 승부를 펼치며, 대장전의 규칙을 따르는데요. 될까 님, 메탈펀치 대회를 잘 모르는 분들이 있으실 수 있어서요. 이 대장전이라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후 대진표 추첨으로 결정되는 순서대로 각 선수들은 ‘선봉’, ‘중견’, ‘대장’이 되는데요. 매 대결은 3판 2선승제로 이어집니다.”

될까의 설명에 맞추어 화면에 순서별로 슬롯이 나타났다.

“그렇습니다. 지금 화면에 표시된 걸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고요. 그런데 대결이 끝난다고 끝이 아니죠?”

“맞습니다. 패자는 그대로 탈락이지만 승자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음 순서를 상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선봉 간의 대결이 끝나면 승리한 선봉은 상대 중견과 대결을 이어가는 거죠.”

예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듯 선봉의 슬롯 하나가 닫히고 그 아래 중견 슬롯과 이어졌다.

“이론적으로는 선봉 혼자서 상대 팀 셋을 모두 상대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보다 대결마다 누적되는 심적 피로가 상당하거든요.”

“하지만 또 모릅니다. 동기부여가 되면 또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놈이 가볍게 끼어들자 정소윤이 눈을 돌렸다. 즉흥적인 애드립이 아니라 예정된 소개 순서였다.

“아, 지놈 님. 동기부여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녀가 부드럽게 화제를 전환하자 지놈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았다.

“이보다 더 확실한 동기가 있을까요? 바로 대회 상금입니다!”

이윽고 화면 아래로 지폐가 쌓이기 시작했다.

“무려 총 상금 3천만 원! 여성부와 남성부 우승 팀에게는 각기 1천만 원의 상금이 지급되는데요. 중요한 건 바로 이 상금의 분배방식입니다!”

“상금을 나누는 방식이 또 따로 있군요!”

“그렇죠! 격투 게임의 섭리는 냉혹합니다! 패자는 말이 없다? 아니죠! 돈도 없어요! 위너 테이크 올! 오로지 승자만이 모든 걸 누릴 수 있습니다!”

지놈은 텐션을 끌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승자 팀이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각 선수들은 승리에 기여한 정도, ‘라운드’ 승리 횟수에 따라 상금을 나누어 받게 됩니다!”

“아, 그렇습니다! 만약 승리 팀의 선수라고 해도 1라운드도 따내지 못한다? 그러면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한 거거든요! 최소, 적어도 1라운드는 이겨야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그 분배방식을 받아들였다.

-킹직히 0승이면 돈 못 받는 게 맞지 ㅋㅋㅋㅋ

-진짜 ㅋㅋ 1라도 못 따면 오히려 팀에 방해가 된 거 아님?

-아 ㅋㅋ 동기부여 제대로쥬?

-격겜에서는 승자독식이 법이다 이마리야

-오히려 같은 팀이 지는 걸 바랄 수도?

-엌ㅋㅋ 자신있음 그럴 듯 ㅋㅋ

-같은 팀끼리도 경쟁이냐곸ㅋㅋ

될까는 솟구치는 채팅창을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 지금 팀 내에서도 선수끼리 패배를 바란다는 채팅도 있는데요. 내심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팀의 승리가 최우선입니다! 혼자 두 라운드 이겼다고 해도 팀이 져버리면 전부 물거품이거든요!”

“에이, 여러분 아무리 그래도 이거 팀 경기입니다! 자, 그런데 듣다 보면 뭔가 이상하죠? 총상금이 3천만 원인데 1 더하기 1은 2거든요? 남은 1천만 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지놈은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여성부와 남성부에 걸린 상금을 제하면 남은 금액이 있었다.

“이 금액은 바로 이번 대회의 MVP를 위한 상금입니다! 그러면 누가 MVP인가? 바로 여러분, 시청자들의 선택으로 결정이 됩니다!”

“네, 맞습니다. 감히 예상하건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거란 말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경기를 선보인 분을 또 가려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소윤의 말과 함께 쌓인 돈다발 위에 빛이 번쩍이며 트로피가 나타났다.

“그렇죠! 여성부와 남성부 한 명씩 MVP로 선출, 각각 5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되는데요. 특별히 이 MVP는 패배한 팀이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소위 ‘졌잘싸’, 졌지만 잘 싸운 선수에게도 기회가 있어요!”

“그렇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상금은 어깨 선수가 특별히 사비로 내는 항목이거든요? 이 MVP 상금 때문에 팀의 패색이 짙더라도 선수들은 마지막 저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라도 어느 한 쪽 팀이 이길 가망성이 없다고 해도 MVP 상금을 노려볼 수 있었다.

될까의 설명에 시청자들이 탄사를 흘렸다.

-헐? 어깨가 사비로 낸 것도 있음?

-플랫폼 후원이 전부가 아니야?

-이게 바로 격겜계의 가장이다 이마리야

-격겜판 흥행만 생각하는 갓버지ㅠㅠㅠ

-역시 대회 기획 짬이 있다니깐!

-진짜 ㅋㅋ 이러면 끝까지 동기부여 제대로 되지 ㅋㅋㅋ

채팅창이 감동을 표하는 이모티콘으로 가득해지는 사이, 정소윤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좋습니다. 지금 양 팀 참가자들 모두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대진표 추첨과 함께 실시간으로 양 팀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이번 방송의 소소한 재미거든요?”

“그렇죠! 물론 전략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오디오는 들리지 않습니다만, 표정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또 있거든요?”

“또한 각 팀이 의견 정리를 마치고 팀의 대표인 어깨 님과 퍼플 님의 코멘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놈과 될까의 호응에 정소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바로 대진표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       *       *

퉁퉁하는 소리와 함께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조명 빛으로 드러난 넓은 관중석과 중앙에 위치한 경기장이 화면에 잡혔다. 규모가 상당한 스타디움이었다.

정소윤과 해설진은 자리를 잡고 다시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세렝게티와 트라이, 트라이와 세렝게티! 양대 방송 플랫폼이 준비한 특별 스타디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 직접 보니까 규모가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이야, 이거 현장감이 화면으로 잘 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세 사람이 두리번거리자 카메라가 360도로 회전해 스타디움 내부를 비춰주었다.

-와씨;;; 진짜 제대로 준비했네

-찢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예요! 나도 접속하게 해줘요!

-역시 머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마리야

-이건 무적권 가야짘ㅋㅋㅋㅋ

-응원전 꿀잼각 미쳤고?

채팅창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예상보다 큰 규모와 시설에 절로 흥이 돋았다.

그 때 천장에서 둔중한 울림과 함께 역피라미드 형태의 전광판이 내려왔다.

“자, 스타디움은 당일 직접 와서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본격적으로 추첨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정소윤의 진행과 함께 전광판에 여성부 참가자들이 나타났다. 이윽고 화면이 분할되며 해설진과 대진표, 그리고 양 팀의 대기실이 비춰졌다.

“추첨은 여성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 처음은 이름 그대로 ‘선봉’의 역할을 맡을 선수인데요. 될까 님, 선봉 역할에는 특징이 또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선봉은 최전선에 서는 만큼 팀원들의 사기를 책임지는 자리거든요? 만약 여기서 패배를 하면 뒤에 남은 팀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는 자리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많은 상금을 차지할 수 있잖아요? 선봉으로 올킬하면 1천만 원 그냥 꿀꺽하는 겁니다!”

될까의 진중한 설명과 지놈의 가벼운 말투가 이어지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5252, 돈 생각만 하냐구웃!

-그게 바로 추놈입니다만?

-즉.시.속.물

-자기가 참가 안한다고 막 던지는 거 보소 ㅋㅋㅋㅋ

-아 ㅋㅋ 고걸 몰라서 올킬을 못할 뻔!

이윽고 선봉 슬롯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자, 추첨 시작됐습니다! 전적으로 시스템이 무작위로 선출하는 방식이에요! 누가 결정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정소윤이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 그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슬롯에 고정됐다.

“누구인가요!? 누가 나오나요?!”

“슬롯 속도 줄어듭니다!”

“양 팀 선봉으으으으으은!”

이내 슬롯이 멈추었다.

[선봉 - <규라니> VS <막타순이>]

큐튜브 로고와 함께 아래에 적힌 선봉 매치업. 이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탄사가 터졌다.

“아! 세렝게티 팀은 규라니 선수! 트라이 팀은 막타순이 선수가 나왔어요!”

“이야, 이거는…”

“막타순이 님이 선봉이라…”

될까와 지놈이 말끝을 흐리며 눈을 굴렸다. 정소윤이 빠르게 둘을 도와주었다.

“자, 아직 다른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좋다 나쁘다 말할 상황은 아니거든요? 해설자 분들의 자세한 코멘트는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네, 근데 한 마디 드리자면 막타순이 님은 개인적으로 기뻐하실 것 같아요.”

지놈은 짧게나마 멘트를 던졌다.

“제가 말씀드렸듯 가장 상금을 많이 확보할 자리거든요! 막타순이 님이 섭외 방송에서 혼수자금을 노리신다고 하셨거든요? 적어도 동기부여만큼은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엌ㅋㅋㅋㅋ 그건 맞긴해 ㅋㅋㅋ

-아닠ㅋㅋ 근데로 진짜 좋아하시는듯ㅋㅋㅋ

-트라이 대기실에서 막누는 일단 웃고 있음ㅋㅋㅋ

-이왜진?

-혼수장만 기회 낭낭하자너 ㅋㅋ

그에 대기실 화면을 본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해설진 역시 가볍게 웃고는 정소윤이 다시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다음은 중견 추첨인데요. 이번에는 지놈 님 설명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르면 중간만 가라’, 이게 정말 인류의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꿀팁이거든요? 중견 자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아, 인류의 오랜 경험까지 나오나요?”

“물론이죠! 이것도 일종의 빅 데이터 아니겠습니까.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순서만 보면 중간 자리가 부담이 제일 적거든요.”

정소윤이 실소를 흘렸지만 지놈은 태연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선봉이 이기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더라도 상대 선봉은 지쳐있거든요? 결국 중견은 지친 상대라 싸우니까 부담이 적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어려워져도 뒤를 보니까, ‘어? 내가 끝이 아니네?’ 마지막에 받쳐주는 대장이 또 있잖아요!”

“아, 마지막까지 팀의 승패를 책임지는 자리도 아니니까 또 부담이 적다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으로 안일해질 수 있는 자리기도 합니다.”

될까가 슬쩍 첨언했다.

“선수분들 전부 뛰어나시지만 비교적 실력이 좀 밀리시는, 하지만 의욕이나 멘탈이 좋은 분들이 차지하면 좋을 자리죠.”

“그렇죠. 회사로 따지면 신입이나 막내가 들어가면 딱입니다.”

해설진의 평가에 시청자들은 바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오? 딱 데눈나 포지션 아님?

-맞넼ㅋㅋㅋㅋ 데규어가 중견 들어가면 좋을덧

-근데 그럼 하여자가 대장인데?

-원래 베스트는 막누가 대장이고 하여자가 선봉임

-이미 베스트는 물건너 갔다 이마리야

-지금은 데눈나가 중견 가는 게 최선이지 ㅋㅋㅋ

그 사이 다시금 슬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소윤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주의를 돌렸다.

“자! 다시 슬롯 돌아갑니다! 이번에 중견 자리가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대장 자리도 정해지거든요?!”

“그렇죠!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멈춥니다! 멈춰요! 중견에 서는 건 바로오오오오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남은 슬롯이 모두 결정됐다.

[중견 – <두런두런> VS <하소연>]

모두의 눈이 크게 뜨였다.

“중견! 두런두런과 하소연 선수입니다!? 아니, 이렇게 되면 대장 자리가?”

정소윤이 진심으로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마지막 슬롯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장 - <엄마퀸> VS <데시벨>]

중견 결정과 함께 예정된 결과였지만 충격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아, 이 매치업은 정말…”

중립적이어야 할 정소윤도 쉽게 운을 떼지 못했다. 이에 될까가 먼저 나섰다.

“트라이로서는 좀 당혹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저희 엄마퀸 님은 오메가를 노리는 황금단이시거든요? 데시벨 님께는 많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 네네. 지금 실제로 트라이 팀 대기실이 좀 바빠진 것 같습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정소윤의 말에 트라이 팀 대기실 화면이 확대됐다. 이경복이 팀원들에게 무어라 설명하고 있었고 다른 세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아 이건 진짜 운이 너무 없었다

-걸려도 하필이면 엄마퀸이 대장에 걸리네

-아놔 ㅋㅋㅋ 우리 형 강운 왜 적용 안 되냐고!

-패치 적용 안됐는데 백섭하죠?

-백섭 ㅅㅂ ㅋㅋㅋㅋ

-킹직히 갓플이 직접 뽑았으면 달랐을 듯 ㅋㅋㅋㅋ

-데눈나 부담 미치겠다 ㅎㄷㄷ

-그래도 멘탈이 좋긴 해서 모름

채팅창이 혼란스러워졌다.

지놈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모았다.

“지금 다들 잊고 계신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네?”

“대진표가 나빠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저희 트라이 팀에는 세렝게티 팀에는 없는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맞습니다! 찬스 카드가 있었죠!”

공개된 대진표에 놀라 미처 간과했던 변수, 찬스카드의 존재.

지놈의 말에 정소윤이 손뼉을 쳤다.

“여기서 퍼플 님이 어떻게 찬스 카드를 쓰느냐에 따라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러려고 찬스 카드를 준비한 거거든요?”

-아 ㅋㅋ 우리는 찬스카드가 2개나 있다구웃!

-???: 세렝게티 느그 집에는 이런 카드 없지?

-비틱질의 원조 점순좌 ㅋㅋㅋㅋ

-???: 얘! 봄 찬스가 맛있단다!

-봄 찬스는 또 뭔데 ㅅㅂㅋㅋㅋ

침체되던 분위기는 다시금 반전됐다. 정소윤은 속으로 안도했다. 어느 한쪽이 너무 기울어지면 본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자, 그럼 이렇게 여성부 대진표가 결정이 됐는데요. 양 팀 해설 분들께 전반적인 코멘트를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될까 님부터 하실까요?”

“아, 네. 저희로서는 최고의 대진표라고 할 정도로 잘 나왔네요. 일단 엄마퀸 님이 대장이 되신 덕분에 다른 선수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다.”

될까는 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설명했다. 지놈은 그에 반격을 감행했다.

“버팀목도 한계 하중이 있는 법입니다. 과연 저희 팀의 압박을 버티실지는 의문이네요.”

“아, 지놈 님. 자신만만하시네요?”

“물론입니다. 일단 조금 전 말씀드렸듯 찬스 카드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막타순이 님이 선봉이시거든요? 초장부터 딱! ‘징어징어, 징어여자!’ 이렇게 압박해주시면 다른 선수들도 우세를 점 할 수 있거든요!”

지놈의 잔망스러운 흉내에 채팅창에 웃음이 터졌다. 정소윤도 입을 가리고 웃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아, 역시나 편파해설답게 양 쪽 해설 모두 의견이 팽팽합니다. 그러면 이제 당사자! 팀을 이끄는 대표분들의 입장은 어떨지, 한 번 코멘트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더불어 먼저 세렝게티 팀 대기실 화면이 확대됐다. 어깨가 가볍게 마이크를 쥐고 툭툭 쳤다.

“아아, 들리시나요?”

“네, 어깨 님! 잘 들립니다!”

전략 노출 방지를 위해 대기실 전체 오디오는 차단해뒀기에 목소리는 마이크로만 전해졌다.

확인을 마친 어깨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사실 찬스카드 쟁탈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잖아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 그래도 정말 명승부였죠.”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행운 보존 법칙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못 썼던 운이 이번에 돌아온 게 아닌가 싶네요. 저희 팀원들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아, 될까 님과 비슷한 견해였습니다. 세렝게티에게는 최선의 순서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네요.”

정소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형 싱글벙글 보소 ㅋㅋㅋ

-행운의 여신이 밸런스 맞춰버렸고?

-그래도 아무튼 트라이가 이김!

-아 ㅋㅋ 갓플이 다 해줄 거라고

-ㄹㅇㅋㅋ 퍼펙트-찬스 써줄 거라니깐!

시청자들은 이경복에게 기대를 걸었다. 정소윤도 채팅 반응을 보며 바로 진행을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그럼 상대하는 입장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퍼플 님께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트라이 팀 대기실의 화면이 확대됐다. 이경복이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그 표정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자, 지금 어깨 님은 이번 대진표에 매우 만족해하셨는데요. 트라이 팀은 어떠실까요?”

정소윤의 질문에 이경복은 입을 열다가 잠시 눈을 굴렸다.

“음, 하나 대답하기 전에 확인할 게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 찬스카드 사용처는 지금 밝히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죠?”

돌아온 질문에 정소윤은 물론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네? 아, 네네. 맞습니다.”

찬스 카드의 사용처를 미리 밝혀버리면 전략이 노출되기도 하고, 본 대회의 기대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이경복이 모를 리는 없을 터였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다.

“그럼 찬스 카드를 안 쓰겠다고 밝히는 건 괜찮습니까?”

“안 쓰는 걸요?”

첫 질문은 이 질문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들 그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아, 네네. 그건 괜찮습니다만…”

정소윤은 주최측의 확인을 받은 뒤 바로 답했다. 이경복이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 다행이네요. 이번 대진표를 보고 저희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 그렇죠. 꽤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네. 다행히 선수분들 전부 합의를 해주셔서요.”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선언했다.

“이번 여성부 경기에는 ‘밴픽’카드는 사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 한 마디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예상외의 발언에 잠시 상황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었다.

그리고 반응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

-혀엉?

-밴픽카드를 안 쓴다고?

-아니;;; 가장 써야 되는 타이밍 아님?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해설진 역시 당황스러웠다.

“아, 엄청 놀라운 발언이 나왔습니다!”

“밴픽 카드를 여기서 아끼신다?”

“아니, 카드를 안 쓰신다고요!?”

심지어 편파 해설인 지놈마저 경악할 정도였다.

-아 ㅋㅋㅋ 이거 블러핑이네

-아니;; 여기서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ㄹㅇㅋㅋ 추놈이면 모를까

-지놈이면 하는 거냐곸ㅋㅋㅋ

-킹부러! 어렵게 할라고!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ㅠㅠㅠ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웠지만 그 중에도 이경복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전략 관련된 거라 얘기를 못 하는 걸 수도?

-HOXY 퍼자감이 발동해버린 거신가?

-퍼자감이면 킹능성 있다 ㅋㅋㅋ

-ㄹㅇㅋㅋ 퍼자감이면 뭔가 근거가 있을 거라 이마리야

-팀원들한테 합의 봤다는 건  일단 이해시켰다는 거 아님?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데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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