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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23화 (323/491)

323화 – 나도, 나도 볼 거야! (2)

이른 새벽, 메탈펀치 일본 챔피언 트리플의 방송.

“아아, 트라이 재팬에서 송출해주면 진짜 좋을 텐데.”

그는 시청자들과 함께 한국에서 개최할 ‘세트로 붙자’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트리플 씨! 트위티에서 봤는데 일본 플레이어들이 같이 문의 했다며!

-어이어이, 이번에 나선 건 트위티 뿐만이 아니라고?

-TWO.CH에서도 같이 메일을 보낸www

-아아, 바로 옆 나라인데 허용해주지 않을까나?

그의 주 시청자들 또한 격겜러인 바 깊은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었다.

“뭐어, 나는 트라이 재팬이 아니더라도 볼 수 있지만 말이지.”

트리플은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를 부렸다.

“방송에서 몇 번 이야기했지만 말이지. 한국어, 배워두는 편이 좋다니까? 메탈 펀치 플레이어라면 필수라고.”

-트리플 씨, 또 한국어를 권유하는www

-아아, 어깨 님이 메탈 펀치의 패권을 쥐고 있는 이상 한국어는 격투게임의 공용어랄까?

-젠장! 큐튜브는 일본어 자막이 달려서 괜찮았다고! 그보다 한국 어 너무 어렵잖아 이거!

-일본에서 만든 게임을 보기 위해 한국어가 필요한 상황이라니 이게 바로 ‘아이러니’랄까요(웃음)

시청자들은 그에 동조하며 웃음을 흘렸다.

“아, 그리고 내가 또 준비한 게 있지.”

트리플은 깜빡했다는 듯 손을 움직였다. 이내 그의 상의 아바타가 뒤바뀌었다.

-에? 에엣-!? 트리플 씨!?

-어이어이, 진짜냐고! 트라이 응원 복이잖아 이거?

-어라? 트리플 씨, 한국에 갔었던가? 일본에서는 구매제한이었을 텐데?

-설마? 퍼플 씨에게 받았다든가?

채팅창 가득해지는 물음표에 트리플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아니, 퍼플 씨와는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고.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산 것 뿐이야. 진짜 옷은 친구 집에 있고 아바타 코드만 전달 받았지. 실제 후드티는 나중에 한국에 놀러 가서 받기로 했어.”

-아, 그런가. 그런 방법이 있었나.

-한국 친구라니www 이미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www

-어이어이, 일본인 친구 사귀는 것도 어렵다고! 리얼계만 살 수 있는 거냐!

-헤에, 직접 보니까 디자인 꽤 좋잖아? 뭔가 스트릿 패션이라는 느낌?

-굿즈가 아니라 일반 후드티라 생각해도 돈이 아깝지 않은www

-에또, 이거 혹시 한국 관광하면 살 수 있는 거야? 오프라인 판매는 하지 않는 걸까나?

시청자들이 그 후드티를 보며 부러워하는 와중이었다.

[‘TripleSaiko’님이 ‘¥5,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기저기, 트리플 씨! 이번 대회 누가 이길 거라 생각해?]

시청자 후원에 트리플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나와 버렸다! 예상했지만 진짜로 나와 버렸어!”

그는 리액션을 선보이고 잠시 눈을 굴렸다.

“에또…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 참가자 분들 있잖아? 나는 아무도 모르거든. 남성 참가자들 중에 몇몇 분은 본 적이 있긴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아니라서 말하기가 힘들지.”

어깨와 친분을 쌓으면서 남성부 참가자들과는 몇 번 얼굴을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얼굴만 본 터라 선뜻 실력을 이야기하기는 힘든 관계였다.

“하지만 그래도 어깨 님과 퍼플 님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느낌 정도? 이야기할 수 있다랄까.”

-오오! 그게 우리가 바라던 거라고 트리플 씨!

-우리도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www 어깨와 퍼플 씨만 알고 있는www

-아아, 트위티나 TWO.CH에서는 자칭 전문가들이 날뛴단 말이지. 그 보다는 직접 상대해본 트리플 씨 말이 더 믿을 수 있다고!

-이거이거, 트리플 씨의 날카로운 평가 기대해 봐도 좋을지도?

시청자들이 기대를 내비치자 트리플은 일단 그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그래도 하나 고려해줘야 할 게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모두 패배했단 말이지? 뭐어, 나중에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해보겠지만 말이야. 당장은 패배자니까 내가 그들보다는 부족한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오히려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트리플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었고, 그 두 사람에게 폐가되지 않도록 전제를 붙였다.

시청자들이 동의하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또, 먼저 이야기 할 건 아무래도 경험이랄까? 나는 어깨 씨와 대회에서 여러 번 상대를 해봤지만 퍼플 씨와는 단 한 번밖에 싸우지 않았단 말이지.”

일본 챔피언으로서 세계 대회에서 어깨와 승부한 경험은 충분했다. 그러나 이경복과는 얏타맨과 함께 한 합방에서 붙어본 경험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에 이 평가는 무척이나 부정확해. 그럼에도 내가 가진 데이터는 그뿐이라, 그걸로 판단하면…”

트리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검지를 올렸다.

“으음, 역시나 어깨 님이 우세하달까.”

-엣? 하지만 퍼플 씨는 미믹크리 메이커잖아!?

-어이어이, 트리플 씨. 퍼펙트 미믹크리는 완전히 새로운 전술이라고? 트리플 씨도 완전히 당했잖아?

-이자식들www 트리플 씨의 이야기 완전 듣지 않아www

-그만큼 퍼플 씨가 보여준 미믹크리, 메테오 급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시청자들은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경복이 선보인 ‘미믹크리’는 일본 격겜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퍼플 씨의 미믹크리는 대단했어! 그거야 직접 당한 내가 제일 잘 알지. 아직까지 대응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트리플은 그런 반응을 예상한 듯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말이지? 어깨 씨는 뭐랄까, 종이 다르달까? 다들 알잖아. 메탈펀치 역사상 수없이 많은 콤보와 패턴이 등장했다가 퇴장했었다고.”

미믹크리처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지만 메탈펀치의 판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어깨 씨는 매번!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모든 콤보와 패턴의 파훼법을 찾아냈어. 미믹크리 역시 그렇게 되지 않겠어?”

트리플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순한 추측은 아니었다.

“모두, 시기를 한 번 생각해봐. 어깨 씨가 퍼플 씨를 섭외한 건 미믹크리가 공개된 이후잖아? 그런데 어깨 씨는 말이지 정말 ‘괴물’이거든. 절대로 지고 못 사는 괴물. 어깨 씨가 아무런 대책 없이 퍼플 씨를 끌어들였겠어?”

-어깨 씨, 무섭지! 정말 무서워!

-IVO 결승전 때마다 보여주는 그 집념, 아무리 봐도 ‘초인’의 레벨이라고!

-아아, 메탈 펀치 그 자체랄까? 패왕은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겠지.

-카츠www 어깨와 비교하면 승부욕 허접인www

-어이어이, 카츠와 어깨 씨를 비교하다니! 카츠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이거!

시청자들은 그에 동감했다.

대회 때마다 보여준 어깨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럴 만했다.

“그 외에도 말이지. 보통 플레이어 실력 차이 때문에 캐릭터 상성은 신경 안 쓰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달라. 어깨 씨나 퍼플 씨 어떤 잠재력을 끌어내 보일지 모른다고.”

트리플은 그에 첨언했다.

캐릭터 상성은 격겜러 사이에서 그리 중요시 여겨지는 요인은 아니었다.

“퍼플 씨가 주로 사용하는 ‘강너울’, 그리고 방송에서 보여준 ‘카츠’나 ‘세브루스’ 같은 캐릭터로는 어깨 씨 상대로 상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달까.”

하지만 그 저력의 끝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승부에서는 이마저도 고려할 요소였다.

-아아, 힘들지. 정말 힘들어.

-어깨 씨의 ‘레이지’는 진짜 인간의 레벨이 아니라고!

-하, 레이지만이 아니지. 어깨 씨는 메탈 펀치의 모든 캐릭터를 마스터했다고? 레이지는 그 중 가장 날카로운 ‘일각’이랄까.

-어이어이! 어깨 씨, 대체 무슨 삶을 사는 거야! 현실을 잊어버린 거냐고!

-현실? 아아, 대결에서 진 패배자들이 떨어진 ‘나락’ 말인가.

-이자식들www 이미 현실을 잊어버린www

어깨는 여러 캐릭터를 능숙히 활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주 캐릭터인 ‘레이지’는 세계대회에서 언제나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퍼플 씨가 완전히 불리한 게임은 아니야. 퍼플 씨의 천재성은 예측이 안 되거든.”

트리플은 이내 웃으며 평을 마무리했다.

“그러니까 이번 대회가 더 재미있는 거야. 승부를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그는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맞잡았다.

“아아, 앞으로 5일인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는 확신했다.

이번 이벤트는 분명.

“이건 전 세계 메탈펀치 플레이어들의 축제가 될 거야.”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격겜러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될 터였다.

*       *       *

다음날, 늦은 점심시간.

이경복은 고급 호텔의 일식 레스토랑에 있었다.

‘거의 도착했으려나?’

널찍한 룸에 홀로 앉은 그는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약속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톡을 보면 금방 올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며 그가 기다린 손님이 들어왔다.

“어? 뭐야? 어쩐 일로 일찍 왔어!?”

이경복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지놈이었다.

“호스트는 원래 약속 시간보다 먼저 와있어야지.”

“아, 그것도 그렇긴 하네.”

지놈은 그에 웃으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룸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야, 아니 근데 여기 어떻게 예약했어? 검색해보니까 인기가 엄청나서 예약이 거의 한두 달 밀려있다던데?”

“아, 예약은 3일 전에 잡아뒀어. 그때 형한테 연락했잖아.”

이경복이 그를 초청한 건 3일 전, 샵팬덤 대표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였다.

“형 덕분에 후드티 지금도 완전 잘 팔린다더라.”

지놈의 방송 덕을 봤으니 그에 보답하고자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크흠, 뭐 내가 힘 좀 쓰긴 했지. 아니, 근데 보니까 트리플 님도 샀더라?”

“트리플 님이?”

“어어, 커뮤에 짤이 또 돌아다니더라고. 친구 통해서 대리 구매하셨다던데? 캬, 너도 진짜 월클이다 월클이야.”

지놈은 너털웃음을 흘리고는 재차 룸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근데 호텔 쪽에서 너 알아보기라도 한 거야?”

“응?”

“보통 룸은 단체 손님을 위한 곳이잖냐. 우리 둘뿐인데 예약을 해줘?”

“아하하, 글쎄. 내가 또 직접 예약한 건 아니거든.”

이곳을 예약한 건 이경복이 아니라 양규리였다. 지놈을 대접하고자 레스토랑 추천을 받으려고 연락을 했는데, 양규리가 직접 예약까지 다 도맡아했다.

심지어 비용까지 내주려고 했지만 그건 이경복이 적극 만류했다.

“아, 그럼 혹시 그 저번에 이클 님이랑 뉴턴좌랑 갔던 프라이빗 레스토랑처럼…?”

“어, 뭐 그런 거지.”

“햐, 진짜 너랑 알고 나서 신기한 경험 많이 한다야.”

이경복은 그에 웃다가 막 떠올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말 나와서 말인데. 이클 님도 초대했거든? 근데 안 오신다네.”

“어? 왜?”

“초대해서 정말 감사한데 연습에 더 매진하겠다고.”

이경복은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뒷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팀에 폐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네.”

“폐? 아…”

지놈은 그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거 미친스머프 마지막 시합 때문에 그런 거잖아. 그때도 자기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러시더니.”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했던 결과인데 말이지.”

“그치. 그리고 솔직히 이클 님만 부족했나? 너 빼고 다 부족했었지. 참… 이클 님은 진짜 성격이 너무 올곧으시다니까.”

그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또 아니라서. 그것도 이클 님이 직접 내려놓아야 할 짐이지. 이번 대회에서 잘하시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

“그래그래, 괜히 우리가 뭐라 하면 더 복잡해져. 편하게 하시도록 냅두는 게 최고다.”

지놈은 그리 말하고는 이내 화제를 바꾸었다.

“야, 그런데 내가 일식 먹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좀 과하지 않냐?”

“과하다니?”

“아니, 찾아보니까 런치 코스도 30만 원이 넘드만? 나는 그냥 회나 스시 정도로 간단히 먹는 줄 알았지.”

이경복은 그에 웃음을 흘렸다.

30만 원이 큰돈이긴 했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단순히 그의 수입이 억 단위를 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형 덕분에 이득 본 게 얼마인데 아무거나 사줄 수는 없잖아.”

씀씀이가 커진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경복에게 돈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형 얼공도 했는데 사람 많은 번화가로 갈 수도 없고. 이런 프라이빗한 장소가 있는 데 고르다 보니까 여기로 한 거야.”

“그래? 에이, 그래! 이미 계산까지 했는데!”

“아니, 예약금만 냈는데? 좀 부담스러우면 더치페이 고?”

“어?”

예상치 못한 말에 지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경복이 웃음을 흘렸다.

“아, 당연히 장난이지. 이미 계산 다 해놨음.”

“아나, 이 자식이 이거!”

시작부터 흥겨운 자리였다.

*       *       *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가 나왔다.

“와, 난 진짜 일식 자주 먹었는데 퀄리티가 완전 다르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것도 있고.”

“아, 나도. 이소베야끼라는 음식이 있는지도 몰랐네. 같이 들어간 전복이 진짜 꿀맛이더라.”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식사에 웃었다.

“햐, 덕분에 진짜 잘 먹었다.”

“나도 뭐 이런 자리 핑계로 한 번 맛보는 거지. 사실 먹는 법 몰라서 형 보고 따라한 것도 있어.”

지놈은 그에 웃고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이내 화제를 바꾸었다.

“야, 근데 밴픽카드 진짜 안 쓴다고? 그럼 데시벨 님 코칭은 어떻게 하게?”

지놈은 추첨 방송에서는 그 내막을 몰랐지만 이번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됐다.

“연습 방송하면 세렝게티 쪽에서 얼추 눈치를 챌 텐데?”

이경복의 선언이 블러핑인지 진짜인지 헷갈려야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연습 방송에서 주 캐릭터 대비 연습만 하게 되면 가닥이 잡힐 터였다.

“그렇지. 근데 데시벨 님 방송 유입 생각하면 아예 안 할 수는 없어.”

데시벨의 목표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리듬 게임 전문에서 벗어나 방송을 확장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방송 시간을 조금 줄이려고.”

“방송을 일찍 끝낸다?”

“어, 그러면 따로 연습한다고 생각하겠지. 방송에서 보여준 건 블러핑이고 진짜 대비는 안 보여준다고.”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 방송 끄고 연습도 할 거야. 방송과 똑같이 주캐 대비겠지만.”

“으흠, 어쨌든 세렝게티 쪽에서는 헷갈리긴 하겠네.”

지놈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침 엄마퀸 님 주캐가 세브루스니까 네가 가르치기도 편하겠고.”

“그렇지.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아.”

“아니, 그런데 그럼 네 연습은 언제하게? 설마 대비를 아예 안 하지는 않을 거 아냐.”

데시벨 코칭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정작 이경복의 경기 준비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지놈의 우려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히 해야지. 내가 합방 때 느꼈는데 어깨 님은 진짜 좀 달라.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피지컬이 뛰어난 것 같거든.”

“이클 님보다 더?”

“…어.”

이경복의 동의에 지놈은 의외로 놀라지 않았다.

“그거야 그렇지. 검술이랑 격투는 분야가 좀 다르긴 해도, 대회 경력만 봐도 어깨 님이 압도적이거든.”

지놈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엘든 시리즈는 능력치가 있어서 보정도 받지만 메탈 펀치는 아니잖냐. 진짜 날것의 피지컬 싸움이거든. 어깨 님이 더 단련이 될 수밖에 없지.”

“그렇지. 그래서 내 연습은 방송 전에 짬짬이 하려고.”

이경복의 대답에 지놈은 눈을 깜빡였다.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짬짬이? 그럼 안 할 때도 있다는 거?”

“어, 뭐… 회의가 좀 길어지면 생략할 수도 있지.”

돌아온 이경복의 대답에 지놈의 턱이 떨어졌다.

“아니, 야! 그 정도로 되겠어!? 지금 캐릭터 상성도 안 좋다고 평이 자자한데?!”

“상성이 안 좋다고?”

“그래, 내가 해설한다고 아주 빡세게 공부를… 아니, 지금 내가 문제가 아니라 인마!”

편파해설이라지만 그 내용이 부실하면 문제가 될 터였다. 이에 지놈도 대회를 준비하며 메탈펀치 공부를 하는 와중이었다.

“어깨 님 주캐가 레이지 아닌가?”

“그렇지! 킥복싱 사용하는 캐릭터, 어깨 님을 패왕으로 만들어준 1등 공신!”

“아, 맞네. 그래서 강너울은 안 할 거야. 다른 캐릭터 정해둔 게 있어.”

“다른 캐릭터?”

지놈은 그 대답에 안도하며 되물었다.

“아, 혹시 카츠? 그나마 평이 좋던데.”

“카츠는 아니지.”

이경복은 실소를 흐리며 손을 내저었다.

어깨와의 승부를 준비하며 캐릭터를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신기가 도움을 주었다.

이경복의 기원에 따라 긍정적인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었다.

‘그 이유까지 설명하긴 힘들지.’

이경복은 이에 간단히 답했다.

“한 번도 안 해본 캐릭터야.”

“뭐라고?”

지놈은 재차 경악했다.

“아니, 5일 동안 데시벨 님 코칭까지 하면서 아예 생소한 캐릭터를 어깨 님이랑 맞설 정도로 마스터하겠다고?”

그는 이경복이 한 말을 되짚어보다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거… 말이 안 되는 거 보니까 되겠는데?”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경복은 그에 웃음을 흘리며 되묻자 지놈이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안 될 게 뭔가.

“네가 매번 그랬으니까 그러지.”

이경복은 늘 그런 일을 해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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