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27화 (327/491)

327화 - 배운 대로만 (2)

정소윤과 해설진은 감탄을 표했다.

“KO! 막타순이 선수가 2번째 라운드도 승리했습니다!”

여성부 1경기는 막타순이의 2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야, 역시 우리 막누다! 이게 징어여자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지놈은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 막타순이 선수 컨디션이 최고조예요! 역시나 트라이 여성 격겜러하면 떠오르는 분 답습니다!”

“아… 규라니 선수 분투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너무 아까웠어요!”

될까는 그 옆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1경기를 평했다.

상반된 해설에 정소윤은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로 했다.

“자, 두 해설 모두 다른 의견이신데요. 다음은 선봉인 막타순이 선수와 중견인 두런두런 선수의 대결이거든요? 과연 이 기세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1경기는 완전히 막타순이 선수의 흐름이었거든요? 그것도 졸졸졸 흐르는 게 아니라 완전 메인스트림이에요! 이거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글쎄요. 트라이 팀의 연승은 힘들 겁니다. 1경기에서도 꽤 아슬아슬한 모습이 있었어요. 그만큼 심적 피로가 누적됐을 겁니다. 아무리 물 들어와도 노 젓는 사람이 지치면 끝이죠!”

지놈과 될까는 팽팽하게 설전을 펼쳤다. 그에 정소윤은 웃으며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자 과연 어느 분의 의견이 옳았을지! 그 결과는 잠시 후, 휴식시간이 끝나고 제2경기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       *       *

제2경기 종료 후, 트라이 팀 대기실.

빛무리와 함께 막타순이가 돌아왔다. 다른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니! 축하해요!”

“와, 진짜 엄청 잘하더라! 오늘 완전 미쳤는데?!”

밝은 표정과 건넨 축하.

두런두런과의 승부에서도 막타순이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렇게 되면 3:1이에요, 3:1!”

“언니, 진짜 작정하고 왔네. 이러다가 정말 상금 혼자 다 타가는 거 아냐?”

데시벨은 그저 해맑았고 친분이 두터운 하소연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놀렸다.

이에 막타순이도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얘들아, 이게 다 사랑의 힘이라는 거야.”

“아, 진짜! 또 염장지르네.”

“그래도 내가 이번에 올킬하면 결혼식 때 두 사람 축의금은 안 받는 걸로 할게.”

그녀의 너스레에 다들 웃음을 흘렸다. 이경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킬까지는 좀 힘드시겠지만…’

그러나 그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2경기 도중 막타순이는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경기는 소위 ‘3꽉’, 3라운드 전부 진행됐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신 거니까.’

그녀는 제 몫을 해냈다.

이경복은 굳이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퍼플 님도 안 주셔도 돼요.”

“네?”

“아니, 퍼플 님이 포인트 짚어준 게 진짜 귀신처럼 잘 맞지 뭐야? 1경기도 그렇고 2경기 때도 척척 들어맞더라고. 의외로 카포에라가 점프에 취약하더라니까.”

2경기 상대, 두런두런의 캐릭터는 에드워드였다. 막타순이는 이경복의 조언을 따라 상황을 우세하게 이끌었다.

“에이, 그래도 막누 님이 대단하신 거죠. 타이밍 잡고 판단하는 건 전부 막누 님의 능력이시니까요. 제가 따로 말 안 했어도 다른 해결책을 찾으셨을 겁니다.”

이경복이 겸손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더욱 활짝 웃었다.

“아, 정말 우리 퍼플 님 말 너무 예쁘게 하신다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엄마퀸 님 상대로도 뭔가 팁 좀 주실 수 있어요?”

“음, 그건요…”

이경복이 잠시 뜸을 들이자 다들 주목했다.

“팀을 위해서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네요.”

이내 그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지금부터는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       *

제3경기, 막타순이와 엄마퀸의 경기는 의외로 빨리 끝났다.

“아, 트라이 팀의 파죽지세가 여기서 막히게 되네요! 엄마퀸 님이 2라운드 KO로 승리를 가져갑니다!”

막타순이는 1라운드도 이기지 못하고 패배했다. 지놈이 그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 이게 정말 아깝습니다. 오늘 막누 님 기량이 정말 제대로 올라왔거든요? 하지만 역시 2연속 경기로 쌓인 피로가 발목을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냥 처져 있을 지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여전히 저희 트라이 팀이 우세합니다! 막누 님이 혼자 2인분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엄마퀸 님은 3인분을 해야 할 처지거든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3인분이라고 하셨는데 어린이 메뉴, 주니어 메뉴도 1인분이라고 하면 1인분이거든요?”

될까가 바로 맞서서 치고 들어왔다.

“사실상 트라이 팀의 중심은 막타순이 님이셨어요. 그런데 이제 중심이 와해가 됐습니다. 이러면 밸런스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어요! 엄마퀸 님이라면 남은 2인분? 충분히 소화하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해설에 채팅창도 웅성거렸다.

-추놈 비유에 될까가 오염되어버렷!

-ㄹㅇㅋㅋ 무슨 푸드파이터냐고

-근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킹받네 ㅋㅋㅋㅋ

-아 이거 엄마퀸이 좀 빡세긴 하다

-하여자가 연습 많이 하긴 했는데 될랑가 모르겠네

-막누가 1라 따냈으면 모르겠는데 ㅠ

-진짜 엄마퀸 지금 완전 풀컨임

고개를 주억거리던 정소윤은 다시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지금 4경기 준비 끝났거든요? 이번에도 이기시면 5경기 전부 치르게 됩니다! 과연 엄마퀸 님이 역전 드라마, 올킬을 성공하실 것인가! 직접 확인할 시간이 됐습니다.”

해설을 하는 와중 휴식시간이 종료됐다. 전광판은 캐릭터 선택창으로 넘어갔다.

“자, 이번에도 과연 퍼플 님이 찬스 카드를 안 쓰실지!”

이어 양쪽의 캐릭터가 확정되자 해설진이 짧은 탄사를 뱉었다.

“아, 이번에도 안 써요. 퍼플 님이 강단이 있으십니다!”

“사실 쓴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말 안 쓰실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다시 또 주 캐릭터 승부! 엄마퀸 님의 세브루스와 하소연 님의 랑랑이 붙게 됩니다!”

두 선수가 무대에 오르고 파이트 선언이 울렸다.

이어 펼쳐진 양상에 해설진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 엄마퀸 선수, 이전 경기 때보다 움직임이 더 빨라진 것 같습니다!? 사이사이에 클린치까지 능수능란해요!”

엄마퀸은 복싱 특유의 빠른 연타로 하소연을 압박했다. 도중 상대의 가드 타이밍을 어그러뜨리기 위해 클린치로 템포를 끊었다.

“아, 너무 좋습니다! 엄마퀸 님이 마지막 순서라서 대기 시간이 길었거든요? 3경기는 일종의 워밍업, 이제 제 실력을 발휘하시는 겁니다!”

될까가 그에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자 옆에서 지놈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거 곤란합니다. 잘못하면 논란이 될 방식이에요!”

“네? 논란이라니요?”

“복싱이 어떤 스포츠입니까? 정당하게 타격을 주고받으며 겨루는 스포츠거든요!? 이렇게 클린치를 많이 하면 복싱계의 명예가 떨어집니다! 범 세브루스 주캐릭터 협회에서 항의 메일 날아올 수도 있어요!”

그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범 세브루스 주캐협회는 또 어디야 ㅅㅂㅋㅋㅋ

-저세상 해설ㅋㅋㅋㅋㅋ

-심놈 추술 ON!

-야앀ㅋㅋ 아무리 우리 해설이라도 트집 잡는 게 너무 하찮잖슴!

-해설이 아니라 취객인가요?

-이번 대회는 다 좋은데 트라이 팀 해설이 없다는 게 아쉽네

-즉시 기록말소냐고 ㅋㅋㅋㅋ

-???: 우리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시청자들이 그를 외면(?)하는 와중이었다. 해설진이 눈을 크게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나왔습니다! 나와 버렸어요!”

“하소연 선수, 특유의 스텝! 하여자 스텝을 시전합니다!”

무대 위 랑랑이 빠른 속도로 좌우 횡이동을 선보였다.

“아, 이거 정말 하소연 선수가 쓰기 싫어했던 걸로 아는데요!? 분명 하여자 오명을 벗겠다고 하셨거든요!?”

“이건 아주 고귀한 결단이에요! 지금 자기 이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팀의 승리를 위해 오체투지 하는 겁니다!”

“아, 이 스텝으로 반격을 노리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엄마퀸 선수, 움직이지 않습니다?”

엄마퀸은 하소연을 주시하다가 물러났다. 될까가 그에 탄사를 표했다.

“이거 아주 좋은 판단이에요! 지금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체력은 엄마퀸 쪽이 우세하거든요?”

“아, 그렇죠!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타임오버로 승리입니다! 지금 아쉬운 건 하소연 선수에요!”

그 모습에 지놈이 과장스럽게 역정을 냈다.

“아니, 이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스포츠맨십은 어디 갔나요!?  세계 8천만 세브루스 플레이어들의 성화가 무섭지도 않나요!? 지금 저 물러나는 스텝, 저거야말로 하여자 스텝 아닙니까아아앗!”

-아닠ㅋㅋ 너무 막 갖다 붙이잖슴!

-캐릭터 하나에 8천만이 즐길 정도면 얼마나 갓겜인거냐곸ㅋㅋㅋㅋ

-평행세계 포함 맞지? 그치?

-WA! 멀티버스!

시청자들은 다시금 웃었지만 정작 무대 상황은 좋지 않았다.

결국 먼저 다가간 쪽은 하소연이었다. 어차피 기다려 봐야 결과는 패배뿐이었다.

“하소연 선수의 비익장! 들어가나요!?”

“피했어요! 위빙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이어지는 카운터 어퍼어어어! 떴습니다아아아!”

“이런 의미로 상여자가 되면 안되는데요오오오오!”

지놈이 애처롭게 소리 질렀지만.

-야잌ㅋㅋ 위로 떠서 상여자냐고 ㅋㅋㅋㅋ

-???: 아무튼 위에 있죠?

-엄마퀸이 진짜 잘하긴 하네;;

-이게 준 오메가의 실력? 그 이상은 대체?

-오메가의 벽! 너무 높다아아앗!

상황은 명백해보였다.

*       *       *

트라이 팀 대기실.

하소연이 침울한 표정으로 복귀했다.

“아, 진짜… 진짜 너무 아깝다아아악!”

그녀는 억울한 듯 소리를 높였다. 기다렸던 막타순이가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아이고, 고생했어. 2라운드는 진짜 아까웠다니까.”

“네, 정말요. 그래도 충분히 작전대로 해주셨습니다.”

이경복도 그 옆에 다가가 그녀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 하… 스텝은 정말 하기 싫으셨을 텐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릴게요. 덕분에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었습니다.”

이경복은 하소연도 엄마퀸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다. 이에 최대한 엄마퀸의 체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하소연에게 시간 끌기를 부탁했다.

“어차피 그거 안 쓴다고 시청자들이 달라지지도 않을 텐데요. 뭐, 그래도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하소연은 이내 털어버리듯 말하고는 슬쩍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근데 데시벨 님 괜찮으신 거예요? 저 나갈 때에는 그래도 응원해주셨는데 지금…”

그녀의 말에 다들 눈이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데시벨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벽에 기대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이거 진짜야? 나한테 전부 달려있다고?’

하소연이 지기 전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나설 기회도 없이 끝나지 않을까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게 다가왔다.

‘내가 지면 전부 끝이야…?’

그녀의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 다가온 현실은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중압감이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스타디움 관중만 10만 명이다.

그중에 트라이 팬들이 절반이라고 해도 5만 명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터였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지게 되면?

그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실망이 그녀에게 쏟아질 터였다.

‘내가 어쩌자고 대표를 맡았지?’

어리석었다. 생각이 짧았다.

분위기에 취한 걸지도 모른다.

연습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좀 좋아해줬다고 자만해버렸다.

‘내 주제에 무슨 종겜스를 하겠다고…!’

자신은 이런 장소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냥 잘하는 것만 할 것을,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리고 그 화는 자신만이 아니라 같이 노력해준 이경복과 팀원들에게도 미칠 게 분명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점점 새하얗게 변했다.

“데시벨 님?”

“힉!”

그 시야 가운데 막타순이가 불쑥 들어왔다. 데시벨이 샛소리를 내며 움찔했다.

“언니이…”

이내 그녀는 당장에라도 울 것처럼, 아니 이미 울고 있는 것처럼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떡해요. 저 못 할 것 같아요. 언니 혼수 어떡해요오…”

그녀의 말에 막타순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가 이내 웃었다.

그리고는 데시벨의 양볼을 비비며 웃었다.

“아니, 데시벨 님! 어쩜 이렇게 귀엽지?”

“네에…?”

“아이고, 순해도 너무 순하네. 그 혼수 그거 다 방송용 멘트에요. 방송용!”

그녀의 대답에 데시벨은 물기어린 눈을 깜빡였다.

“혼수야 이미 준비 다 끝냈지. 재밌으라고 한 말이에요. 아니, 근데 내가 그렇게 나쁜 여자로 보이나? 막 데시벨 님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그럴 이미지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데시벨 님, 걱정 마세요. 저는 꼴사납게 하여자 스텝까지 밟았는데 졌잖아요? 욕먹어도 제가 다 먹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소연도 옆에서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러나 그 태도와 별개로 달래주려는 의도가 느껴졌기에 데시벨은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함은 남아 있었다.

“퍼플 님, 저기, 그냥 밴픽 카드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많이 긴장하셨으니까 심호흡 먼저 해보세요.”

“아, 네.”

조곤조곤한 이경복의 목소리에 데시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지시를 따랐다.

“천천히 코칭을 되짚어보세요. 지금까지 세브루스 대비를 착실히 해왔잖아요?”

“네.”

필름이 되감기듯 같이 진행했던 코칭 방송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여기서 밴픽 카드를 쓰는 건 오히려 그 모든 노력을 허사로 돌리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죄송해요. 너무, 너무 무서워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도와드린 거고요. 그러니까 계속 코칭을 되새겨 보세요.”

이경복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마치 스며들 듯 데시벨의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었다.

“겁먹을 필요 없어요. 다시 떠올려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이경복은 확신했다.

그가 했던 모든 코칭은.

“저는 데시벨 님께 지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거든요.”

오직 승리를 위해서였다.

*       *       *

정소윤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주의를 끌었다.

“자, 이제 대망의 여성부 마지막 경기만이 남았습니다! 트라이 팀 요청으로 이전보다 약간 휴식 시간이 길어졌는데요. 이제 준비가 끝났다고 하네요!”

마지막 5경기가 준비됐다. 캐릭터 선택이 끝나자 두 선수가 무대에 올랐다.

“데규어 믿는다아아아악”

“10단 콤보를 보여줘어어어어!”

“데눈나 힘내요오오오오!”

함성과 응원의 목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데시벨은 깊이 호흡하며 맞은 편에 있는 엄마퀸을 바라봤다.

‘배운 대로만 하자. 배운 대로만.’

그녀는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깊이 가라앉은 눈은 엄마퀸의 캐릭터, 세브루스를 훑고 지나갔다.

‘시선, 어깨, 허리.’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되짚으며 그녀는 그간의 경험을 일깨웠다.

‘잽, 스트레이트, 어퍼, 블로, 위빙, 더킹…’

무수히 상대했던 세브루스의 스킬들과 그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들.

리듬 게임에서 채보를 외우듯 그녀는 그 세세한 동작들을 되새겼다. 그리 감각이 상대에게 집중되니 변화가 일어났다.

“데… 파이…”

“가즈…”

관중들의 함성과 목소리가 먹먹해지며 사라졌다. 시야가 구멍을 보듯 좁아지며 그 중심에 세브루스만이 놓였다.

그 와중에 선명한 건 오로지 시스템 음성이었다. 그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와 함께 익숙한 감각이 살아났다.

‘리듬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마치 ‘비트스워드’의 스테이지처럼 그녀의 인지 공간은 상대와 자신과의 직선 공간으로 압축됐다.

이윽고 파이트 선언이 울려 퍼지며.

데시벨의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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