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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28화 (328/491)

328화 - 배운 대로만 (3)

대회 전, 이경복은 데시벨과 코칭 방송을 끝내고 따로 특훈을 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그녀가 상대해야 할 캐릭터, 세브루스에 대한 대비만은 아니었다.

“퍼플 님, 여기는…?”

이경복은 메탈 펀치가 아니라 스튜디오로 그녀를 초대했다. 데시벨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가 웃으며 답했다.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데시벨 님께 꼭 필요한 훈련이 있습니다. 그건 메탈 펀치에서는 할 수가 없거든요.”

“꼭 필요한 훈련이요?”

“네, 바로 여기.”

이경복은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멘탈 단련이죠.”

“어…”

데시벨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런 그녀에게 이경복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데시벨 님은 주변 신경을 많이 쓰시잖아요?”

“아, 그렇죠…”

“물론 저번에 제가 말씀드리고 리겜 합방 이후에는 많이 나아지셨긴 했어요. 그런데 대회는 또 경우가 다르거든요.”

비트 스워드 합방 이후로 그녀는 변화했다. 그러나 보통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었고 단기간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대회는 스타디움에서 진행됩니다. 그러니까 이전 방송과 달리 데시벨 님은 직접 시청자분들의 시선을 느끼고 목소리를 듣게 되죠.”

데시벨은 확실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방송 방식을 기반으로 했다.

“데시벨 님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그 변화가 유지될 가능성은 적었다. 데시벨 역시 그 사실에 동감했다.

“어, 그… 상상조차 되지가 않네요. 많이 문제가 될까요?”

“괜찮습니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코칭이니까요.”

불안해하는 그녀를 향해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제가 데시벨 님을 선택한 건, 그럴 만한 자격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이어 그가 조작을 마치자 스튜디오의 배경이 뒤바뀌었다.

“여긴?”

데시벨이 재차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험상궂은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파이트 클럽 테마에요. 아, AI 더미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지놈과 식사자리에서 데시벨의 코칭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지놈이 소개해준 스튜디오 테마 중 하나였다.

“실제 스타디움에서는 이렇게 바로 옆에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환경에 노출되는 게 적응하시기 좋을 겁니다.”

“어, 음, 확실히 시선에는 익숙해지겠어요.”

더미라고는 해도 생긴 건 실제 사람과 똑같았다. 데시벨은 자신을 노려보는 더미들의 눈을 피하며 이경복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게 기본이고 베스트는 따로 있습니다.”

“베스트요? 어떤…?”

“아예 관중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집중하는 거죠.”

이경복은 가볍게 엄지를 올려 자신을 가리켰다.

“온 신경을 상대방한테만 쓰는 겁니다. 리겜 하셨으니까 아시죠? 리겜도 진짜 어려운 곡 하실 때에는 배경에 신경 쓸 틈이 없다던데.”

“아, 그렇죠. 처음 할 때는 노트 쫓기에도 바쁘니까요.”

“바로 이해해주시니 다행이네요. 그런 면에서 데시벨 님이 마지막에 상대할 선수.”

이경복은 복싱 자세를 취했다.

메탈 펀치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코칭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

“엄마퀸 님이 그런 곡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의 코칭에는 스킬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었다.

*       *       *

여성부 마지막 경기.

“올킬을 노리는 세렝게티의 대장 엄마퀸 님! 그리고 예측불허의 다크호스, 트라이의 대장 데시벨 님이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양 팀의 승패가 걸린 만큼 정소윤과 해설진은 이전보다 더욱 텐션을 끌어올렸다.

“경력으로만 따지면 엄마퀸 님이 더욱 우세해 보이는데요. 게다가 찬스 카드 또한 사용되지 않았거든요? 될까 님, 경기 양상 어떻게 보십니까!?”

그녀의 물음은 먼저 될까에게 돌아갔다.

“저는 퍼플 님 판단이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아, 어떤 면에서 의외인가요?”

“밴픽 카드를 안 쓰겠다, 그 자체가 블러핑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발언은 다른 찬스 카드, ‘풀 버스트’ 카드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아! 밴픽 카드가 오히려 미끼였다?”

“그렇죠. 추첨 방송 때 말씀을 드렸는데, 양쪽 다 버스트 상태면 ‘슈퍼아머’상태가 되거든요? 이 경직 무시가 재규어 같은 잡기 전문 캐릭터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에요!”

“오? 그러네요? 때려도 잡아버리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풀 버스트 카드도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의외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퍼플 님도 분명 그걸 아실 텐데요.”

그 설명에 채팅창도 웅성거렸다.

-듣고 보니 맞말인 거시고요?

-하지만 안 썼죠?

-진짜 갓플이 그걸 모를 리가 없을텐디;;;

-뭐지? 무엇을 노리는 거시지?

-페이크에 페이크였던 거임!

될까는 그에 잠시 숨을 고르고 해설을 이어갔다.

“아무튼 순수 실력 승부로 가게 되는데, 제가 편파 해설이라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캐릭터 상성이 안 좋아요.”

“아, 많이 안 좋나요?”

“세브루스는 복서거든요? 특유의 풋스텝이 빠른데 위빙과 더킹으로 별도 회피 동작까지 있습니다. 이게 정말 잡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리고 타격계 캐릭터 중에서도 연타까지 빨라서 가드하느라 템포 잡기가 힘들거든요.”

“아하… 그럼 지놈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지막 경기니 쟁쟁한 분위기를 끌어나가야 했다. 쏟아지는 혹평에 정소윤은 빠르게 질문을 돌렸다.

“될까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네?”

정소윤이 눈을 부릅떴다. 지놈까지 어려움을 인정해버리면 곤란하지 않나.

“바로 될까 님이 해설하신 부분을 모두 퍼플 님이 알고 있다는 점 말이죠! 그런데도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대로 데시벨 님을 실력 승부에 내세웠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온 거죠!”

“답이요? 어떤 답이죠!?”

“필요 없는 건 쓰지 않는다! 불필요한 낭비는 없다! 그게 퍼펙트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내 지놈이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자 정소윤은 안도했다.

“그간의 코칭으로 단련된 데시벨 님의 실력!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 상식! 퍼펙트 상식을 갖추세요!”

지놈이 재차 등을 보이며 후드티의 문구를 카메라에 잡았다. 그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해설이야 PPL이야 ㅋㅋㅋ

-하지만 맞말이쥬?

-상남자특) 실력으로 승부함

-아니 ㅋㅋㅋ 실제로 싸우는 건 데눈나잖슴ㅋㅋ

-상인간특) 실력으로 승부함

-데눈나나 갓플이나 다 상이 붙는 거냐고 ㅋㅋㅋ

-그 상이 혹시 우승상 아님?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이트 선언이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 경기 시작 됐습니다!”

“양쪽 모두 바로 가네요!”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어 두 사람의 격돌과 더불어 모두가 탄사를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카운터 히트? 다시 또 카운터! 카운터가 연속으로 나옵니다?!”

“계속 카운터 판정이 뜹니다?! 이건,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어리둥절해하는 두 사람과 달리 지놈은 자기도 모르게 손뼉까지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와! 와!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대처법입니다! 퍼플 님 코칭이 분명해요!”

“코칭이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소윤의 물음에 그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카운터 히트! 이 격투 게임이라는 게 턴제 싸움이 아니거든요? 양쪽이 공격과 가드를 번갈아 하는 게 아니에요! 서로 공격이 충돌할 때가 있는데 이때 시스템 판정이 우열을 가립니다!”

“아, 그렇죠! 지금처럼 주먹과 주먹이 부딪칠 수가 있죠!”

“맞습니다! 스킬이랑 평타가 충돌하면 당연히 스킬이 우선 판정을 얻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동일한, 평타와 평타가 부딪치면 양 쪽 다 피해를 받고 경직이 생깁니다!”

이내 될까도 커다래진 눈으로 첨언했다.

“이런, 이런 대처법을 준비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네요! 정말 놀랍습니다! 지금 카운터 히트로 생긴 경직 때문에 엄마퀸 선수가 콤보를 이어가질 못해요!”

“아, 그러네요! 원투펀치에서 원밖에 안 나오고 있어요! 엄마퀸 선수! 연타를 이어가질 못합니다!”

그리 설명하던 정소윤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런데 그러면 지금 데시벨 선수가 엄마퀸 선수 공격에 맞추어 카운터를 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이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데시벨 님이라면 가능한 겁니다. 리겜 장인 출신이시거든요? 반응속도가 엄청납니다! 지금 데시벨 님께는 저 펀치가 날아오는 노트로 보이는 셈이죠!”

그 설명에 시청자도 격양됐다.

-아니;;; 노트 처리보다 더 빡센 거 아님?

-ㄹㅇㅋㅋ 눈앞에 노트가 나타나는 건데 ㅋㅋㅋ

-???: 그게 보여요?

-와 이거 그래서 풀 버스트 카드 안 쓴 거네

-옼ㅋㅋ맞네 이런 대처법이면 슈퍼아머가 되면 안 되지

-어쩐지 방송을 일찍 끄더라니!

-이런 특훈을 준비했던 거냐구웃!

하지만 이것만으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근데 이런다고 이기는 건 아니지 않나?

-ㅇㅇ 카운터라 지금 양쪽 다 피해 들감

-콤보 끊는 건 좋긴 한데;;

-???: 근데 이제 뭐함?

상황은 어느 한쪽이 우세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놈은 의기양양하게 설명했다.

“아니, 여러분 뭘 보고 있는 겁니까?! 지금 득 보는 건 데시벨 선수예요!”

“아? 데시벨 선수가 우세하다는 건가요!? 체력은 비등한데요!?”

“체력만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하지만 지금 엄마퀸 선수 특유의 템포 잡기가 막혔거든요!? 평타로 못 잡으니 스킬로 돌파해야 되는데, 이러면 또 재규어의 반격기가 있습니다!”

엄마퀸은 판정우위로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하지만 자칫 반격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오히려 역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강손과 강발이 묶인 거예요! 사실상 스킬을 절반밖에 못 쓰거든요? 그 마저도 타이밍이 안 나와요!”

“하,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원래 세브루스는 연타로 상대 가드를 유도하고 압박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상대가 반격해오면 위빙과 더킹으로 템포 뺏고 역카운터로 다시 템포를 잡고요.”

상황을 주시하던 될까도 마지못한 투로 동의했다.

“그런데 지금은 위빙이나 더킹도 쓸 타이밍이 안 나옵니다. 데시벨 선수가 먼저 공격하는 게 아니거든요?”

“아, 그렇군요! 지금 경기 양상이 전혀 예상 밖으로 진행됩니다. 당연히 엄마퀸 선수가 우세라 생각했지만 허를 찔렀어요! 아니, 누가 재규어와 세브루스 대결에서 난타전이 펼쳐질 줄 알았나요?!”

정소윤이 두 해설의 말을 정리해 목소리를 높였다.

예측을 뒤엎고 모두가 집중하는 상황.

“두 선수 모두 대장다운 실력을 선보입니다!”

진행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기였다.

*       *       *

엄마퀸은 아득 이를 물었다.

‘1라는 완전히 말려버렸어.’

1라운드의 승리는 데시벨에게 돌아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응에 무리하게 스킬을 사용하다가 당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는 달라.’

생소한 패턴에 당하는 건 격겜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패턴 역시 적응되기 마련이고, 고수는 그 필요시간이 짧았다.

‘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는다.’

엄마퀸은 대처법을 강구했다.

평타 중간에 페이크를 섞거나 클린치로 변경해 템포를 되찾을 셈이었다.

2라운드의 시작 선언.

그녀는 호흡을 고르며 데시벨에게 달려들었다.

‘카운터 원툴로는 못 이기지!’

엄마퀸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잽으로 시야를 가리며 바디 블로를 노렸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간과한 점이 있었다.

“엇…!”

재차 느껴지는 경직.

‘더 빨라?’

상대의 패턴에 적응하는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1라운드보다 데시벨의 반응속도가 더 빨라졌다.

게다가 그녀는 페이크를 구별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부 다 받아친다고!?’

페이크 공격을 회수하면 데시벨도 회수했다. 그사이 틈을 노린 일격은 그대로 카운터에 막혔다.

엄마퀸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거울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대체 뭔…!’

믿기 힘든 반응속도와 집중력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클린치는 시도할 엄두도 못 냈다.

결국 양상은 1라운드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아니, 아직 승부수가 남아있어.’

그러나 양상은 비슷하더라도 멘탈은 달랐다. 1라운드의 경험 덕분에 엄마퀸은 침착했다.

난타전에 양쪽 체력은 같이 줄어들고 있었다.

‘버스트 무브로 끝을 낸다…!’

그녀는 경직 때마다 체력바를 확인하며 버스트 발동의 때를 노렸다.

슈퍼아머와 더불어 세브루스의 버스트 무브인 ‘뎀프시롤’을 쓰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재규어의 버스트 무브보다 내가 더 빨라!’

재규어는 잡기 전문 캐릭터 답게 버스트 무브, ‘자이언트 스윙’ 역시 잡기 기술이었다.

이윽고 기다림의 때가 왔다.

‘마지막 카운터 히트!’

그녀는 주먹을 내지르며 곧장 커맨드 입력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일격은 허공을 갈랐다.

그와 더불어 엄마퀸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들켰어?’

데시벨도 예상을 한 게 분명했다. 그간의 경험이 그녀의 실수를 일깨웠다.

‘거리 감각이…!’

2라운드 내내 카운터 히트가 지속됐다. 평범한 대결이었다면 그녀의 주먹은 상대의 몸에 닿았겠지만 이번에는 데시벨이 ‘뻗은’ 주먹과 맞닿았다.

그만큼 양 캐릭터의 거리는 팔 하나만큼 더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데시벨이 뻗은 건 주먹이 아니었다.

‘설마 이것까지 코칭을?’

재규어의 발이 지척에 다다랐다. 팔과 다리의 리치 차이를 이용한 기습이었다.

둔탁한 충격과 함께 엄마퀸은 경직을 느꼈다.

‘아직, 아직이야!’

그녀는 마지막 반격을 노렸다. 버스트 상태에 돌입하기만 하면 됐다. 슈퍼아머로 버티고 뎀프시롤로 끝을 내면 된다.

그러나 데시벨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양손 해머링이 그녀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아.”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바운스 시스템에 따라 반동으로 떠올랐다.

그 상황에 결과를 직감했다.

“해머링 적중! 엄마퀸 선수! 떠버립니다아아아아!”

“이러면 이겼죠!? 아무고토 못하죠!? 데시벨 선수 막타 들어갑니다아아앗!”

정소윤이 놀라 소리치고 지놈은 한껏 기쁨을 표출했다. 그는 데시벨의 다음 수를 짐작해냈다.

“공중 잡기! 들어갔어요오오오오오오!”

일반 잡기는 풀기 커맨드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공중에서 잡히는 경우에는 달랐다.

타격기 중에도 가불기가 있듯, 잡기 중에도 가불기가 존재했다.

떠오른 세브루스의 양 다리가 재규어의 어깨 위에 올라왔다. 레슬링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은 모두가 아는 기술이었다.

“나옵니다! 툼스톤 파일 드라이버어어어어어!”

지놈의 구령에 맞추듯 데시벨은 그대로 엄마퀸을 바닥에 수직으로 꽂았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K.O.]

화면 가득한 황금빛과 함께 떠오른 문구.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규어! 데규어! 데규어! 데규어!”

“이겼다! 이겼다아아아악!”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데시벨 선수우우우! 엄마퀸 선수의 묘비를 세웠어요오오오오!”

“KO! 2라운드도 데시벨 선수가 승리합니다! 이렇게 되면 여성부의 승리는 바로오오오오!”

지놈과 정소윤이 목청이 떨어져라 소리를 높였다.

퉁퉁퉁하는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각 경기의 결과가 표기됐다.

[트라이 WIN!]

이윽고 나타난 최종 결과.

말 그대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환호성.

그 안에서 데시벨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

정작 당사자는 한 박자 늦게 상황을 인지했다. 온 신경을 엄마퀸 상대에 쏟고 있던 터라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귀가 먹먹했다.

관중들이 무어라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눈에 들어왔다.

즐거움과 미소, 그리고 기쁨.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전달됐다.

“양대 플랫폼의 승부! 여성부 경기는 트라이! 트라이 팀이 우승했습니다! 비장의 다크호스, 데시벨 님이 해냈어요오오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실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그냥 해도 이기는데 찬스 카드를 왜 쓰냐고요오오오오!”

정소윤과 지놈의 목소리는 명확히 전달됐다. 관중들과 달리 오디오가 별도로 전달된 덕분이었다.

그제야 데시벨도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양손을 들어보였다.

“세상을! 시끄럽게!”

데시벨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를 외쳤다. 비로소 그녀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경복의 말처럼.

“데시벨이었습니다아아아아아!”

나는 이 자리에 올라설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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