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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29화 (329/491)

329화 - 배운 대로만 (4)

양대 플랫폼 대전, ‘세트로 붙자’의 1부 여성부 경기가 무사히 마무리 됐다.

정소윤은 한결 안도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시작부터 정말 치열했던 승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승부 끝에 승리를 쟁취한, 우승팀 여러분의 이야기! 안 들어볼 수가 없죠! 트라이 팀 선수들을 모셔보겠습니다!”

그녀의 말과 함께 트라이 팀의 세 선수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

“트라이 대표 스트리머! 막타순이 님, 하소연 님 그리고 데시벨 님이십니다! 차례대로 우승 소감 간단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소윤의 말과 함께 막타순이의 손에 마이크가 쥐어졌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여보야! 보고 있지!? 아유, 지금 사고 싶은 거 다 장바구니에 넣어놔! 내가 바로 결제해버릴 테니까! 오늘은 내가 카드카드 카드여자야!”

그녀의 말에 스타디움에 웃음이 터졌다.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염장질을?

-하지만 행복하다면 OK입니다!

-카드여자는 대체 뭔뎈ㅋㅋㅋㅋ

-???: 님들 연애하지 마세요. 체질이란 게 바뀝니다!

-막누가 진짜 사랑꾼이라니깐!

막타순이의 너스레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아, 좋습니다. 다음! 하소연 님 소감 부탁드릴게요!”

정소윤의 말에 막타순이가 하소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녀는 앞서 막타순이와 달리 짧게 한숨부터 내뱉었다.

“아, 저는 정말 이번 대회 너무 아쉽습니다. 진짜 제가 연습 많이 했는데, 결국 하여자 스텝만 또 기억에 남겠네요.”

하소연은 짐짓 코를 찡그리더니 이내 툭 던지듯 말을 이었다.

“그만큼 저 진짜 팀의 승리를 위해 다 바친 거거든요!? 그러니까 하여자 말고 중여자까지는 인정해주세요!”

그녀의 요청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언제나 그렇듯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중여자는 또 뭔뎈ㅋㅋㅋ

-비구니 말하는 거 아님?

-5252, 불교에 귀의해버리는 거냐구웃!

-코이츠www 현타 끝에 진짜 해탈해버린www

-별명을 바꿨음? 보살킥!

-즉시 도로아미타불 해버리기 ㅋㅋㅋㅋ

-놀림에는 그 누구보다 진심인 트수들 ㅋㅋㅋ

-마구니도 보고 절레절레할듯ㅋㅋ

하소연은 몇몇 채팅을 읽고는 이마를 짚었다.

“하이고,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내 그녀는 정소윤이 말하기도 전에 데시벨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자, 팀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자 누구도 예상 못한 실력을 선보인 데시벨 님입니다!”

정소윤의 말에 데시벨은 쑥스럽게 웃더니 이내 목을 가다듬었다.

앞서 두 사람이 소감을 말하는 동안 그녀도 어떤 말을 할까 고심했다. 하지만 마이크를 쥐니 답은 의외로 금방 나왔다.

“사실, 경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정말 무서웠어요.”

솔직하게 느낀 바를 말하자.

“하지만 여기 팀원 분들의 격려 덕분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순히 격려만 해준 것도 아니에요. 앞에서 엄마퀸 님을 지치게 만들어준 덕분에 제게 기회가 돌아온 게 분명하니까요.”

무대에 선 건 상대와 자신뿐이었지만 그녀의 뒤를 받쳐준 사람들이 있었다.

“저를 끝까지 믿어준 팀원들과 시청자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고 이런 기회를 얻게 된 시작점.

“저를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때까지 단련시켜주고 조언해주신 퍼플 님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이경복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역시 그 전략들 모두가 퍼플 님께서 한 코칭이었나요?”

정소윤이 그녀의 말에 관심을 표했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린 건 데시벨만이 아니었다.

정소윤은 눈치껏 자신의 마이크를 돌렸다.

“아유, 다들 모르셨구나. 이번 여성부 경기에서 우리 퍼플 님 입김이 안 닿은 데가 없거든요?”

“진짜요. 저도 퍼플 님 말 아니었으면 하여자 스텝 안 꺼냈을 걸요?”

막타순이와 하소연의 말에 데시벨이 웃으며 말을 맺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코칭대로 따르니까 게임이 잘 풀리더라고요.”

세 사람의 답변에 정소윤이 탄사를 흘렸다.

“이야, 역시 훌륭한 코칭과 뛰어난 선수의 조합은 어느 분야에나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트라이 팀의 승리를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리며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소감을 마무리 짓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다시 터져 나왔다. 이내 데시벨이 미소 지으며 다른 두 사람을 와락 끌어안았다.  막타순이와 하소연은 순간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만 그들도 곧 웃으며 데시벨을 포옹해주었다.

-아 ㅋㅋ 훈훈하다 훈훈해!

-그래도 5꽉 승부가 재밌긴 해

-ㄹㅇㅋㅋ 마지막까지 넘모 쫄깃하잖슴

-아 진짜 이거는 직관으로 봐야 되는디…

-1부 직관한 사람들은 이제 좀 양보햇!

-아니 ㅋㅋ 누가 나오겠냐고ㅋㅋㅋ

-어퍼대전 직관? 이건 더 못 참지 ㅋㅋㅋ

박수와 환호가 잠시 잦아들기를 기다린 정소윤은 다시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이렇게 양대 플랫폼 대전! ‘세트로 붙자’의 1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희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 2부! 남성부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

휴식 시간, 북미 공식 채널.

시청자들은 1부 경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OMG, 데시벨이라는 선수 정말 엄청 났어!

-Yeah! 이게 진짜 ‘미러전’이라고 부르는 거지!

-카운터 히트의 새로운 활용법이야!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한 걸까?

-완전히 동의해. 실천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그 전략의 발상부터 놀랍잖아 lol

-Well, 지금까지 카운터 히트는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실수였네!

-Guys, 내 생각에는 이게 바로 ‘Perfect-Common Sense’의 하나 같아

북미 격겜러들에게는 경기 양상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런 방안을 떠올린 것부터 충격이었다.

애당초 ‘카운터 히트’는 그들에게 일종의 페널티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Damn! 퍼플은 진짜 미친 것 같아. 어떻게 잘 가르치기까지 하는 거야?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네! 세상에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잘 가르치는 사람은 드물지!

-놀랍게도 이번이 벌써 2번째야!

-2번째라니? 또 다른 메탈펀치 제자가 있는 거야?

-Nah, 아마도 저 채팅이 말하는 건 엘리펀트일 거야.

-Right! 티어원의 엘리펀트! 그도 퍼플의 코칭을 받았다고 밝혔었지!

-Yup! MCK 마지막 소감에서 분명히 말했지! 그는 이미 증명하고 있었네! XD

솟구치는 채팅에 북미 격겜러들은 새삼 부러움을 표했다.

-내 생각에 한국은 일종의 ‘Sanctuary’같아.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어깨와 퍼플이 한 국가에서 태어났겠어?

-lol, 게임의 성지라는 거야? 게임의 신이 있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WTF? 게임의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는 바로 한국인이라고! 우리 눈앞에 있잖아!

-lmao, 괜히 한국에서 퍼플을 ‘godple’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고!

-미국은 사람도 많고 땅도 넓은데 왜 게임의 신은 없는 거야? ‘God bless America’라면서!

그리 활기차게 떠들던 채팅창 분위기는 이내 달라졌다.

-Holy shit… 벌써 출근 시간이 다가왔네

-WTF? 난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

-No! God No! 이제야 메인 경기잖아?! 어깨와 퍼플의 경기를 봐야 되는데!

-lol, 나는 아직 여유 있네! 너희들이 있는 주보다 시차가 적거든!

-FXXK, 왜 한국은 대회를 새벽에 하는 거야?

-잠깐, 진심이야? 시차가 뭔지 모르는 건 아니지?

미국과 한국의 시차 때문이었다. 주마다 시차는 다르지만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2부는 큐튜브로 보는 수밖에

-빌어먹을, 이건 라이브로 봐야 후회하지 않을 텐데!

-Hey, 오늘 경기는 공식채널에 올라오는 거 맞아?

-Maybe? 아, 그런데 북미 계정은 중계만 하니까 한국 큐튜브 채널에 올라오겠는데?

일이 있는 시청자들은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선택지는 큐튜브 뿐이었다.

그에 기존 이경복의 팬들은 의아함을 내비쳤다.

-왜 한국 트라이 채널로 본다는 거야? 거긴 편집을 거의 안 하지 않아?

-Agreed. 공식 채널은 너무 밋밋해. 그냥 녹화 영상이 올라올 걸?

-어차피 늦게 본다면 퍼튜브에서 편집본을 보는 게 낫지 않아?

-Excellent! 퍼튜브의 영상은 연출이 정말 대단하다고!

그들이 퇴근해서 영상을 찾아 볼 때가 되면 이미 퍼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That’s the point. 어차피 퍼플의 큐튜브도 구독하려고 했는데 잘 됐네!

-그런데 퍼튜브에서 자막도 지원해 주나?

-그 이상이지! 멤버십에 가입하면 더빙까지 해주는데?

-Hmm, 난 더빙까진 필요 없어. 자막도 상관없지. 플레이만 봐도 충분해.

-HAHA,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lol, 그 말대로야. 멤버십은 충분히 가치가 있거든!

그 의견에 다른 시청자들도 동조했다.

*       *       *

휴식 시간이 끝났다.

정소윤과 해설진의 인사와 함께 2부의 막이 올랐다.

“자, 다시 돌아왔습니다! 1부 여성부 경기에서 예상외의 격전이 펼쳐졌는데요. 저희는 물론이고 관중 분들과 시청자 모두 만족할 만한 명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로 그렇죠! 제가 쉬는 동안 또 커뮤니티를 싹 둘러보지 않았습니까? 국내뿐만 아니라 리딧이랑 트위티에도 난리가 아닙니다! 벌써 클립 영상이 쫙 퍼졌어요!”

지놈이 맞장구를 치자 될까도 거들었다.

“저도 좀 놀란 게 지금 시청자 수만 봐도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 대회 인지도가 IVO 세계 대회 급으로 올라왔어요. 규모만 따져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현재 스타디움에 와주신 관중 분들만 해도 10만 명이거든요? 거기에 해외 중계채널 포함 방송으로 시청하는 분들이 무려 7만! 약 7만 명에 달합니다!”

“이야! 이거, 합이 17만이면! 사실상 세계 격겜러들은 전부 이 방송을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이게 진짜 월클이죠!”

해설진의 말에 시청자들도 감탄을 표했다.

-지구인이라면 제발 세트로붙자 봅시다!

-이게 바로 어퍼 조합의 힘?

-월클 시너지 미쳤쥬?

-ㄹㅇㅋㅋ 양 플랫폼 월클이 나와버리는데 어떻게 참냐고

-갓플이 나오면 다 역대급 갱신해버린다 이마리야

-진짜 ㅋㅋ 미친스머프도 그랬잖슴ㅋㅋㅋ

그리 텐션을 올린 정소윤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자, 17만 명의 1초는 곧 17만 초나 되거든요? 이대로 더 지체하면 시간 손실이 엄청납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죠! 바로 2부, 남성부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에 그녀가 진행을 이어나갔다.

“이제 남성부 첫 경기! 양측 선봉으로 대담 님과 스컬킴 님이 나왔습니다. 오메가와 전 시즌 황금단의 대결이에요!”

화면이 전환되며 캐릭터 선택창이 나타났다.

“1부에서는 퍼플 님이 찬스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셨거든요? 달리 말하면 이번 2부에서 찬스 카드 2개 전부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찬스 카드를 사용할지 궁금하네요!”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달리 찬스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아, 아직은 이른 것일까요? 이렇게 되면 양쪽 모두 주 캐릭터, 랑랑과 LD를 선택했습니다.”

지놈이 그에 마이크를 잡았다.

“저도 퍼플 님 판단에 동의하는 게, 두 선수 모두 메탈 펀치 경력이 부족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밴픽으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크지 않거든요? 풀 버스트도 실력 차가 크다고 보긴 힘들어서 애매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아, 그러면 이클립스 님 경기 때 사용할 가능성이 높겠군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경력이 부족한 이클립스 선수의 보조를 위해 사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될까도 동의하자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2부 첫 경기는 순수 실력대 실력의 승부가 되겠네요! 양 팀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경기, 2부 개막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녀의 선언과 함께 관중석에서 환호가 울려 퍼졌다.

*       *       *

트라이 팀 대기실.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으시오.”

이경복과 이클립스의 응원을 받으며 스컬킴이 빛무리로 사라졌다.

‘밴픽은 역시 이클립스 님 경기에 써야겠지.’

이경복은 무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중견 상대, 김김김을 견제하면 이클립스는 무난히 승리를 거둘 터였다.

하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뭔가 좀 미묘한데…’

그가 소지한 찬스 카드에게서는 분명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정도가 상자에서 뽑았을 때에 비하면 미약해졌다.

‘대담 님이나 어깨 님 주캐를 견제하는 데 쓰다고 해도…’

다른 선택지인 대담이나 어깨에게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큰 변화는 없었다.

‘나쁜 건 아닌데 좀 찝찝하네.’

그대로 써도 되겠지만 왠지 최선의 결정은 아닌 느낌이었다. 이런 경우는 생소한 터라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유를 고심했다.

“저, 퍼플 님?”

도중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눈을 돌렸다. 이클립스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네. 무슨 일이세요?”

이경복이 되물었지만 이클립스는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혹시, 밴픽 카드는 제 경기 때 쓰실 겁니까?”

“네. 그러려고 했는데…”

이경복은 말끝을 흐렸다.

이클립스가 그걸 원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안 쓰시길 바라시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는 이내 결단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팀에 폐가 되지 않겠다, 그 각오는 진심입니다. 그러니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퍼플 님 판단을 믿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복면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그럼에도 상대와는 정정당당하게, 주 캐릭터로 실력을 겨루고 싶습니다. 그러니 재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밴픽 카드를 써야만 제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경복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기야, 이클 님은 원래 이런 분이시지.’

이클립스에게 기사도는 단순히 방송을 위한 컨셉이 아니다.

검술을 수련한지 장장 12년이 아닌가. 설령 시작은 컨셉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이기는 것만 생각해서 간과했어.’

이클립스는 유리한 조건만을 좇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역경을 찾아다녔다.

그 어려움에 직면하고 부단히 수련한 끝에 극복하여 성취를 느꼈다. 이클립스가 즐겨왔던 엘든 시리즈가 그러한 게임이었다.

“원하신다면 쓰지 않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이클립스의 뜻을 존중했다.

‘이게 이클 님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니까.’

방송은 즐거워야 한다.

팀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의 원칙은 그보다 우선했다. 그리고 비단 원칙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클 님이시라면 충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아뇨.”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에 이클립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결과가 어찌됐든 실망은 하지 않을 겁니다.”

묘하게도 찬스 카드를 쓰지 않기로 결정하니, 카드의 긍정적인 기운이 원래대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알겠네.’

이경복은 그 변화에 깨달았다.

‘이건 내가 써야 되는 거였어.’

찬스 카드는 팀원들이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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