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31화 (331/491)

331화 – 풀 메탈 펀치 (2)

정소윤은 감탄을 참지 못했다.

“아, 2라운드까지 말끔하게 KO에요!”

이클립스가 2라운드 연속 KO로 완승을 거둔 덕이었다.

“지놈 해설 말대로 기적이 실현됐습니다! 데시벨 선수에 이어 트라이 팀의 다크호스가 다시 활약을 펼칩니다!”

“어찌 보면 이건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지놈은 흥에 겨워 마이크를 잡았다.

“예견이요?!”

“그렇죠! 게임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거든요!? 지금 방송 보시는 시청자분들은 물론 관중석에 계신 분들 모두 게이머시니까 잘 아실 겁니다!”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 그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원래 스킬 레벨이라는 게 높을수록 필요 경험치가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새로운 스킬 트리, 서브 스킬 트리를 타면 그 성장속도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아, 그렇죠. 근데 이게 메탈 펀치랑 관계가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런 것인가? 습득하는 경험치 양이 고레벨 기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클립스 선수도 마찬가집니다! 메인 스킬 트리는 검술이시고, 츠지모토의 검투술은 서브 스킬 트리인 셈이죠!”

그의 설명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아닠ㅋㅋ RPG냐고욬ㅋㅋㅋ

-트수 맞춤 해설 뭐냐고 ㅋㅋㅋ

-근데 선출이 다른 분야 운동 잘하는 거 보면 맞말이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몸도 움직여 본 사람이 잘 움직인다 이마리야

-그래서 트수들이 게임을 못…

-???: 아 게임 개빡세게 만들었네 (쿰척쿰척)

-학생^^ 키보드에서 손 치워^^

정소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내 상황을 정리했다.

“자, 그렇습니다. 그만큼 이클립스 선수의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었거든요!? 이 정도 경기력이면 다음 3경기, 중견끼리의 승부도 방심할 수가 없겠습니다!”

“하아, 그렇습니다. 여기서 밴픽카드까지 나오면 정말 어려워지거든요? 지금 세렝게티 팀에서도 확실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될까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동의했다. 지놈은 그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첨언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맞죠. 하지만 그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경기 간 휴식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거든요?”

“흠흠, 그렇습니다. 이제 잠시 휴식을 갖고 다가올 3경기! 김김김 선수와 이클립스 선수의 대결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소윤은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중재하며 멘트를 마무리 지었다.

* * *

세렝게티 팀 대기실.

패배한 대담은 푹푹 한숨을 내쉬며 복귀했다.

“아니, 스컬킴 님이랑 승부하는데 너무 힘 뺀 거 아냐?”

김김김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서로 친한 사이기에 따로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었다.

“야, 솔직히 내가 1라는 약간 방심한 게 있긴 하거든? 근데 2라는 진짜 빡겜 한 거야.”

“오? 그래?”

“아니, 진짜 실력이 좋으시던데? 왼손으로 검을 그렇게 잘 쓰는 사람은 또 처음 봤네.”

대담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이클립스 님이 괜히 엘든 시리즈에서 유명한 게 아니지.”

둘을 지켜보던 어깨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다가 세계대회 우승자 출신이시잖아. 분야가 좀 다르긴 해도 월드 클래스 피지컬인 건 맞지.”

“으음… 하긴, 그렇긴 하겠네.”

김김김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동의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오히려 대비한 보람이 있네.”

“대비라니?”

“밴픽 대비. 혹시나 해서 연습기간 동안 부캐만 연습했지.”

“부캐? 엑셀이 아니라?”

대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김김은 그에 어깨를 으쓱였다.

“퍼플 님이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거든. 여성부에서 안 쓰면 남성부 경기에서 쓸 거 아니냐. 그리고 밴픽 카드 쓴다면 이클립스 님일 것 같았고. 그래서 이클립스 님만 대비하기로 했지.”

“이클립스 님만? 퍼플 님은?”

어깨가 되묻자 그가 멋쩍게 웃었다.

“아니, 대결이야 하고 싶지. 그런데 내가 퍼플 님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거든? 솔직히 트리플 님도 못 이겨봤는데 그게 되겠냐고.”

애당초 김김김의 목표는 하나였다.

“쪽팔리지 않게 1인분만 제대로 하려고.”

“하긴, 나도 체면치레는 했지.”

대담도 그에 동의하다가 웃음 지었다.

“어? 그러면 사실상 밴픽 카드는 그냥 낭비되는 거네?”

“그렇지. 이제야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게 실감이 좀 되냐?”

두 사람이 웃음을 흘리자 어깨도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휴식시간이 끝나고 캐릭터 선택 시간이 다가오자.

“…뭐야?”

“밴픽 카드 안 쓴다고?”

그들의 미소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의문만이 차올랐다.

“어, 일단… 그래도 카이저로 간다. 어차피 츠지모토 상대로는 그게 더 나으니까.”

캐릭터 상성까지 고려한 부캐였기에 그는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이내 그가 빛무리와 함께 무대로 소환되었다. 대담은 헛숨을 들이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또 의외네. 이렇게 되면 밴픽 카드 사용처는 확정이지? 안 쓰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깨는 담담히 수긍했다.

“주캐로 못 붙는 건 좀 아쉽지만, 전략적으로 보면 나쁜 판단은 아니긴 하네.”

“뭐, 솔직히 네가 하는 레이지는 많이 심하긴 해.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레이지는 밴이 낫다야.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면 뉴비들이 또 달아날 거 아니냐.”

“에이, 퍼플 님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지.”

어깨는 그에 손을 내젓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밴픽을 당해도 상관없어.”

주 캐릭터인 레이지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캐릭터로 승부하면 되지.”

그가 잘하는 캐릭터는 차고 넘쳤다.

* * *

정소윤은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아, 여기서도 밴픽이 안 나오면 결국 어깨 선수에게 쓰게 되는 거겠죠? 아마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네,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신 것 같아요. 이게 팀의 승리를 위한 최선책이거든요. 이클립스 선수가 지금 선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깨 선수에게 이기기는 힘듭니다.”

될까도 동의하며 그 의도를 유추했다.

“어깨 선수가 못하는 캐릭터가 없긴 한데, 주 캐릭터인 레이지는 진짜 차원이 달라요. 사실 여기서 밴픽으로 이클립스 선수의 승세를 이어 나가도 어깨 선수의 레이지 상대로는 체력 빼기도 어렵지 않나 판단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 팀의 해설이었지만 시청자들도 그에 공감했다.

-될까가 그래도 흐름을 잘 보네

-킹직히 이클 경이 여기서 져도 갓플은 김김김 쉽게 이길 듯

-ㄹㅇㅋㅋ 밴픽카드로 차라리 레이지 견제하는 게 더 메리트가 크지

-이전 경기에서 이클 경이 상상 이상으로 선전한 덕도 있다고 봄

-진짜 ㅋㅋㅋ 보기 전까지는 밴픽 왜 안 쓰나 했는데 쓸 필요가 없었고?

그리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아… 뭔가 좀 이상한데요?”

“네? 어떤 점이 이상하신가요?”

지놈은 턱을 매만지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제가 아는 퍼플 선수라면 이런 선택을 안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이면 다 아는 사실이 있거든요?”

“한국인이요?”

“네! 퍼플 선수가 또 어려움 전문 스트리머 아닙니까? 일부러라도 어렵게 하려고 안달난 선수인데 여기서 레이지를 회피한다? 이상할 수밖에 없죠!”

그 말에 정소윤과 될까가 눈을 껌뻑이는 사이였다.

준비 선언에 그녀는 번쩍 고개를 돌렸다.

“자, 당장은 이번 경기에 집중을 해야겠습니다!”

이경복의 선택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두 선수의 승부였다.

“김김김 선수의 카이저, 그리고 이클립스 선수의 츠지모토! 어느 쪽이 우세하시다고 보시나요!?”

“아, 김김김 선수가 지금 부 캐릭터로 카이저를 골랐거든요? 이 캐릭터는 스타일이 ‘발리투도’, 무규칙 종합격투기입니다. 이게 캐릭터 상성까지 고려한 거거든요!”

될까가 빠르게 말을 쏟아내는 사이 파이트 선언이 울렸다.

김김김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며 허리를 숙였다.

“아! 바로 이겁니다! 카이저의 특기인 ‘태클’이거든요?! 이게 돌진 잡기 판정인데 돌진 중에는 슈퍼아머가 적용됩니다!”

“슈퍼아머요!? 그럼 경직이 없다는 거네요!?”

“그렇죠! 특히 가불기인 츠지모토의 검격 대처로 좋습니다. 잡히면 마운트 상태가 돼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

열정적으로 해설하던 될까는 말끝을 흐렸다. 이클립스가 태클을 보더니 빠르게 횡이동으로 회피했다.

“아, 좋습니다! 이클립스 선수 가뿐하게 대처했어요! 메리트가 있으면 디메리트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카이저의 태클은 어디까지나 직선으로만 가죠! 이런 단순한 공격에 당할 이클립스 선수가 아니거든요오!”

지놈이 바로 말을 받으며 소리를 높였다. 될까가 그를 돌아보며 질세라 말을 이어갔다.

“첫 태클은 어디까지나 접근이 목적입니다! 카이저 태클은 기습적으로 나가는 게 주효하거든요? 이제부터 그 진가를 보게 되실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될까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와, 이클립스 선수! 전 경기랑은 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거리 유지하면서 검격으로 견제만 하고 있어요! 조각가처럼 김김김 선수의 체력을 갉아먹습니다!”

츠지모토의 검격은 그 데미지가 아주 미세했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양 캐릭터의 리치 차이를 이용해 견제를 이어나가며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아니, 이렇게 짜잘한 공격만 하다니요? 이건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치사하다니요? 상대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이클립스 선수 지금 아주 잘하고 있거든요!”

될까의 말을 지놈이 즉각 받아쳤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될까가 눈을 빛냈다.

“아니, 이건 지놈 님 의견을 존중해서 한 말이었는데요? 1부에서 엄마퀸 선수의 세브루스를 보며 스포츠맨십을 언급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채팅창이 출렁거렸다.

-WA! 흑화 될까!

-???: 추놈!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될로쉬 ㅎㄷㄷ

-???: 겉바속촉님이 네 친구냐!?

-아이고 젊은 청년이 어쩌다 ㅠ

-추적추 뭔데 ㅋㅋㅋㅋㅋㅋ

-될까는(은) ‘가불기’를(을) 시전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자승자박의 상황.

의외로 지놈은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랬죠. 맞습니다. 그건 진짜 스포츠맨십이 필요했죠.”

“맞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어허, 말을 끝까지 들어주셔야죠.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릅니다.”

“아, 뭐가 다른 거죠?!”

정소윤의 물음에 지놈은 코웃음을 쳤다.

“제가 말씀드린 건 어디까지나 세브루스, ‘복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까 될까 님이 설명해주셨죠? 카이저는 바로 발리투도, ‘무규칙’ 종합격투가 아닙니까! 스포츠맨십이 필요가 없죠!”

“아니, 그건…!”

될까는 반박하려 했지만 이내 입을 어물거렸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무친ㅋㅋㅋ 여기서 반격기가 나와버리넼ㅋㅋㅋ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ㄷㄷ

-이렇게 나오니까 될까가 흑화를 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ㄹㅇㅋㅋ 얄미운 게 또 틀린 말이 아님ㅋㅋㅋㅋ

-아 ㅋㅋ 파훼법 모르면 맞아야지

-이게 바로 격겜식 해설이다 이마리야 ㅋㅋㅋㅋ

* * *

정소윤은 연신 탄사를 뱉었다.

“이야, 이클립스 선수! 대담 선수와 경기와 또 다르게 경기를 완전히 주도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거든요?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에요!”

이클립스가 견제용으로 휘두른 검격은 그야말로 눈금 수준의 피해를 주었다.

“아, 그렇죠! 아무리 가랑비라도 젖은 옷이 마르지는 않거든요!? 이게 찝찝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보세요! 이클립스 선수는 편안한데 김김김 선수 지금 쫓기는 표정이잖아요! 왜냐? 제한시간이 계속 줄거든요!”

하지만 그런 작은 데미지도 쌓여가니 압박이 심했다. 라운드 제한 시간은 그 피해량과 상관없이 착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솔직히 이게 큰 피해는 아닙니다. 김김김 선수가 짠손 한 방이면, 그 가드데미지 만으로도 검격 5번은 만회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사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거든요!”

“하아, 그렇습니다. 김김김 선수 조금 더 침착해야 해요! 체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어요!”

쫓기는 상태에 놓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역전의 기회가 널려 있으니 시도가 더 잦아졌다.

문제는 이클립스가 그 시도를 모두 무위로 돌린다는 점이었다.

“아! 이클립스 선수! 여기서 다시 또 귀신같이 츠지모토 블로오오오옥!

츠지모토의 기믹, 소위 ‘츠블’은 가드와는 달랐다. 칼날로 막아내는 기술이기에 가드 데미지가 누적되지 않았다.

덕분에 김김김은 이득을 취하기는커녕 경직으로 인한 반격 기회를 넘겨준 셈이었다.

“아, 이거 어렵습니다! 너무 어려워요! 차라리 주캐인 엑셀을 들고 왔으면 이렇게 말리지는 않았을 텐데요! 너무 아쉽습니다!”

될까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김김의 실력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김김김 선수, 이클립스 선수가 이렇게까지 능숙한 운영을 선보일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정소윤이 그를 위로하듯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클립스 선수! 바로 경직 끝나기 전에 콤보! 아, 너무 좋아요! 스킬 사이에 검격이 아주 절묘해요!”

검투 스킬과 이어지는 검격에 김김김의 가드는 맥없이 뚫렸다. 그에 결국 김김김이 가드가 아닌 뒤로 물러나며 회피를 택한 순간이었다.

“이클립스 선수! 굴렀어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구르는 이클립스의 모습에 지놈이 쾌재를 질렀다.

“아, 차륜진가아아아악!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아아앗!”

대담에게도 사용했던 츠지모토의 공중 콤보의 시작 스킬이었다.

“그렇죠! 이게 진짜 가불기죠! 안 피하면 칼 맞고, 피하면 발에 차이는 겁니다아아아앗!”

공중에 떠오른 김김김을 보며 그가 소리를 높였다. 될까는 탁 소리가 나게 이마를 짚으며 답했다.

“가불기 아닙니다! 이거 뚫을 수 있었거든요! 스킬로 카운터 히트가 나왔어야 하는데! 김김김 선수, 너무 심리적으로 내몰렸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되면 공중 콤보 바로 들어갑니다! 이거 체력이 못 버틸 것 같은데요!”

정소윤이 줄어드는 체력바를 바라보며 멘트를 이어갔다.

“김김김 선수, 어렵습니다! 이클립스 선수 콤보가 너무 능숙해요! 아무래도 이번에도 이변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아, KO! KO에요오오오오오!”

결국 마지막 콤보와 함께 황금색 이펙트가 터졌다.

[K.O.]

결과가 확정되자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 선수들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이번에도 2연승! 트라이 팀의 다크호스가 다시 한 번 해냈습니다! 지놈 해설의 말대로 ‘기적’의 이클립스 선수예요오오오!”

관중석에서도 동시에 환호성이 터졌다.

“이클 경 최고다아아아악!”

“이라클! 이라클! 이라클!”

그 함성에 이끌리듯 채팅창도 빠르게 솟구쳤다.

-ㅇㄹㅋ! ㅇㄹㅋ! ㅇㄹㅋ!

-미라클의 기사 이클립스 경!

-와 ㅅㅂ 진짜 개잘핵ㅋㅋㅋㅋ

-이거는 멘탈 싸움에서 이미 이겼다 이마리야 ㅋㅋㅋㅋ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린다, 그게 기사도잖아?

-이게 바로 퍼펙트 기사도?

-참트루나이츠 이클립스좌 ㅠㅠ

이클립스의 일관된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내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기까지 잠시 기다렸던 정소윤이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이렇게 트라이 팀이 승리를 가져가게 되네요. 그럼 다음으로 이클립스 선수와 어깨 선수의 경기가 이어…”

하지만 그 진행은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 무슨 일이죠?”

“아, 잠시만요. 지금 이클립스 선수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 남아있던 이클립스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에 관중석이 웅성거렸다.

대체 무슨 일일까?

“말씀 중에 죄송하오. 그러나 전해야 할 말이 있소이다.”

이클립스는 진행이 멈추자 입을 열었다.

“먼저 대담 경, 김김김 경과 겨룰 수 있어 영광이었소. 훌륭한 솜씨였고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소이다.”

그는 먼저 앞서 상대한 사람들은 칭찬하고는 이내 납검했다.

“허나 본인의 결투는 여기까지요.”

“예? 이클립스 님, 그게 무슨 뜻이시죠?”

정소윤이 놀라 그를 물었지만 이클립스는 단호했다.

“말 그대로요. 본인은 어깨 공과의 승부에서 기권하겠소이다.”

“기권이요!?”

“아니…”

“어, 이게 무슨 일이죠!?”

그의 말에 해설진은 물론 스타디움 전체가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예정된 퍼포먼스 같은 건 아니었다. 다들 어리둥절해하는 와중 지놈이 가장 먼저 눈을 번뜩였다.

“아! 역시!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의 말에 정소윤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지놈 님? 뭔가 아시나요!?”

“물론이죠!”

그는 자신 있게 답하며 이클립스를 바라봤다.

“우리 이클립스 선수의 근본은 다들 아실 겁니다! 바로 기사도! 기사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시거든요? 이번 경기에서 밴픽 카드를 쓰지 않은 건, 이클립스 선수의 요청이었던 거죠! 순수하게 실력을 겨루어보고 싶었던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도 통용됐다.

“그리고 지금, 이클립스 선수 역시 퍼플 선수를 위해 기권을 한 겁니다. 두 사람의 승부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으려고요! 무려 패왕과 천재의 대결이 아닙니까!?”

지놈은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게 없음에도 두 사람의 생각을 유추해냈다.

“그냥 메탈 펀치가 아니라 풀 메탈 펀치로 붙어보자는 거죠!”

전력승부.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은 대결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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