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 풀 메탈 펀치 (3)
1경기, 스컬킴이 승부에 나선 도중 트라이 팀 대기실.
“원하신다면 쓰지 않겠습니다.”
이경복은 이클립스에게 밴픽 카드를 쓰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로 인해 카드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통해 사용처를 직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혼자 확정지을 수는 없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견이었다. 이클립스의 감사에 이경복은 답했다.
“그리고 이건 스컬킴 님도 동의하셔야 되는 사안입니다. 상금이 걸린 대회니까 스컬킴 님을 빼놓고 마음대로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경복은 그 선택이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스컬킴은 그 사실을 몰랐다. 멋대로 결정을 내려버리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아, 물론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욕심이니까요. 다른 분들이 피해를 받는 건 원치 않습니다.”
이클립스는 바로 수긍했다.
그리고 이어 스컬킴이 패배한 뒤 대기실에 복귀했다.
“밴픽 카드는 어깨 님한테 쓸 거예요.”
“어깨 님이요?”
“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경복은 이클립스의 요청에 대해 설명했다. 스컬킴은 그에 잠시 고민했지만 곧 흔쾌히 수락했다.
“아,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퍼플 님 결정을 따르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이클립스는 감사와 함께 승리를 다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믿지만… 만약에라도 저희 팀이 패배한다면 제가 사비로 상금을 보전해드리겠습니다.”
거기서 나아가 이클립스는 제 결정에 책임을 지리라 선언했다. 그 말에 이경복과 스컬킴은 동시에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네네! 그럼요! 진짜 괜찮습니다!”
스컬킴은 이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 저는 사실 상금은 생각도 않고 있거든요.”
“상금을 말입니까?”
“아니, 왜요?”
이번에는 다른 두 사람이 의아해했다.
“처음 퍼플 님한테서 연락 받았을 때부터 이미 큰 보상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 시선에 스컬킴은 멋쩍게 웃었다.
“지금 스타디움에 모이신 분들만 해도 10만 명 아닙니까? 그리고 해설 들어보니까 시청자들까지 합하면 17만 명이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그렇게 많은 분들을 모을 수 있는 스트리머는 아니잖아요.”
그는 미친스머프 대회 이전까지 주목 받은 적이 없기에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대회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보상입니다. 그에 비하면 돈 몇백만 원은 우스운 수준이잖아요? 여기 돈 내고서라도 나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 텐데.”
스컬킴에게는 이 자리에서 두 사람과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상금은 오히려 부차적인 보상에 불과했다.
“그것도 옳은 말씀이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두 사람의 감사에 스컬킴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뭐, 진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퍼플 님도 질 생각 없으시잖아요?”
그 물음에 이경복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 * *
“…하여, 스컬킴 경과 퍼플 경께서도 본인의 뜻을 존중해주셨소이다.”
이클립스는 그렇게 설명을 마쳤다. 덕분에 정소윤과 해설진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매우 놀라운 결정이었는데 트라이 팀 내부에선 사전협의가 끝났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저희가 가타부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규칙 중에 기권 금지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습니다. 이 또한 퍼자감의 발로가 아닌가 싶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관중 분들과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아!’가 나올 상황이거든요!”
정소윤의 정리에 지놈이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이건 참가한 선수 분들 전부 인정할 만한 사실입니다. 어떤 경기보다 이 양 팀 대장의 승부, 어퍼대전이 가장 기대가 되지 않습니까?! 어느 한 쪽이 불리하게 시작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요!”
“네, 저도 동의하는 게, 오프닝 때 두 선수가 티저를 또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이게 아주 엄청났거든요! 그게 양 선수 모두 풀 컨디션으로 보여준 기량이었단 말이죠? 지금 저희가 기대하는 것도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될까도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채팅창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풀컨매치는 못 참지 ㅋㅋㅋ
-킹직히 티저에서 보여준 만큼은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
-ㄹㅇㅋㅋ 그 정도 아니면 허위광고로 신고할 거임!
-신고가 되겠냐고 ㅋㅋㅋㅋ
-진지 빨고 이런 역대급 이벤트가 또 언제 열리겠음? 할 때 빡세게 해야지
-진짜 ㅋㅋ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자너 ㅋㅋ
-방송만 생각하는 갓플이 또…!
정소윤은 신속히 반응을 살피고는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좋습니다. 이렇게 이클립스 선수가 기권을 결정함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최종 승부가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이클립스의 기권 선언으로 떨어졌던 텐션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10만 관중이 기다리는 그 대망의 경기! 어퍼대전이 말 그대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감히 말하는데, 이 승부는 눈 깜빡이는 시간도 아까울 게 분명하거든요?!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를 대비해 시청자 분들은 확실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물론이죠! 어퍼대전을 라이브로 못 본다? 이건 대대손손 후회할 일입니다! 자녀분들이 나중에 진짜 이렇게 묻는다니까요?”
“아니, 흐흣. 여기서 자녀분들이 나오나요?”
지놈의 멘트에 정소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흘리다가 되물었다. 그럼에도 지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 그럼요! ‘엄마랑 아빠는 왜 어퍼대전 라이브로 안 봤어? 우리는 한국인 아니야?’ 이러면 정말 난감하거든요! 자자! 얼른 화장실 가서 다 비우고 몸 상태 정갈하게 갖추고 오세요!”
-아닠ㅋㅋ 진짜 미쳤냐곸ㅋㅋ
-정캐는 그래도 돌려말하는데 추놈은 노빠꾸네 ㅋㅋㅋㅋ
-이제는 애들 국적이 달라지냐곸ㅋㅋㅋㅋ
-트수한테 애가 있어…? 결혼을 한다고…?
-어허! 그마내!
-퍼청자면 가능하긴 해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내용 자체는 인정했다.
-어퍼대전은 무적권 라이브로 봐야지 ㅋㅋㅋ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으셈 ㅋㅋ
-망부석 ON!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면 절대로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라.
* * *
휴식시간 후, 최종 승부의 때가 도래했다.
이경복과 어깨가 무대에 올랐다.
“어깨! 어깨!”
“퍼플! 퍼플! 퍼플! 퍼플!”
두 사람의 등장만으로 스타디움이 환호성과 두 사람의 이름으로 가득해졌다.
다만 양 플랫폼 관중 비중에 따라 퍼플의 이름이 더 크게 울렸다.
“아! 들리십니까!? 정말 엄청난 열기입니다! 이 두 선수의 투 샷을 보기 위해서 10만 명의 관중 분들이 찾아와주셨거든요!”
정소윤이 탄성과 함께 진행을 시작했다.
“게다가 현장 관중분들만이 아닙니다! 현재 관중분들 포함, 전 세계 시청자 숫자까지 10만 돌파! 총합 20만 명! 2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휴식시간 동안 최종전의 시작소식이 전달됐다. 덕분에 시청자 숫자는 더욱 불어났다.
“이게 꼭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결승만 보시는 분들!”
“아, 있죠있죠!”
“딱 클라이막스만 알짜배기로 즐기려는 분들이거든요!? 하지만 이분들 진짜 후회하실 겁니다! 대회 보신 분들은 이미 다 알아요! 앞서 경기도 전부 진짜 명승부였거든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중과 시청자 분들, 여러분이야말로 승리자에요!”
지놈의 말에 관중석에서 연신 환호성이 터졌다.
-하여간 트최입 수듄ㅋㅋㅋㅋ
-추놈이 진짜 세치 혀는 타고났다 이마리야 ㅋㅋㅋ
-세렝게티 관중들도 좋아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추이츠www 트라이가 아니라 방송계 전체를 노려버리는www
-추이츠는 또 뭔데 ㅅㅂㅋㅋㅋ
-5252, 트최입에서 이제 방최입으로 가버리는 거냐구웃!
채팅창도 그에 흡족해했다.
될까도 옆에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20만 명, 정말 놀라운 숫자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40만 개의 눈이 방송을 주시하고 있거든요? 더 진행이 늦어지면 저희가 그 40만의 눈총을 맞게 됩니다!”
“아, 그렇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가 없네요! 양대 플랫폼 대전! ‘세트로 붙자’의 마지막을 장식할 역대급 경기! 그 첫걸음부터 떼어보도록 하겠습니다아아아!”
정소윤의 멘트와 함께 전광판이 변화했다. 50개의 캐릭터 선택창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 캐릭터! 바로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직…! 아아! 지금 말씀 드린 순간! 퍼플 선수가 찬스 카드를 꺼냅니다!?”
이경복이 카드를 꺼내자 전광판 위에 밴픽 카드의 설명이 나타났다.
그에 스타디움이 웅성거렸다.
정소윤이 그 의문을 대표하듯 마이크를 잡았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클립스 선수 말로는 퍼플 선수가 실력 승부를 하려 한다 했었는데요?”
“아… 이거 아무리 그래도 어깨 선수의 레이지는 부담스럽다. 그런 의미일까요?”
될까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껏 기대를 높여놨는데 이런 결정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어? 지금 밴 당한 캐릭터가!?”
“어어!? 이건 무슨 의미죠!?”
이경복은 모두를 실망시킬 생각이 없었다.
“콜라보 캐릭터, 아오키가 금지 됐습니다!?”
“확실히 콜라보 캐릭터가 기존 캐릭터에 비하면 성능이 준수하긴 하거든요?! 그런데 좀 많이 의외입니다!?”
아오키는 다른 격투 게임, ‘스피릿 파이터’에 등장하는 캐릭터였다. 기존 메탈 펀치 캐릭터와 다르게 장풍을 쏘는 등, 다른 캐릭터들과는 동떨어진 기믹을 가졌다.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는 와중 지놈이 슬쩍 권유했다.
“이거는 직접 퍼플 님께 직접 이유를 한 번 들어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 좋은 의견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거든요? 퍼플 선수! 괜찮으시면 혹시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소윤이 던진 물음에 스타디움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이경복의 대답을 명확히 듣기 위해서였다.
“어깨 님이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이경복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바로 메탈 펀치 오리지널 캐릭터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이죠. 그게 이 게임을 즐겨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간단치 않았다.
“아! 이거는, 이거는 또 예상 밖의 이유네요!”
“와! 지금 저 진짜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다들 마찬가지신 거 같아요! 지금 관중분들 탄사가 동시에 터졌거든요!? 이건 어디까지나 ‘메탈펀치’ 대회다! 콜라보가 낄 자리가 아니다! 이런 뜻이거든요!”
편파 해설이어야 할 될까 마저 진심으로 흥분해 말을 쏟아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뉴비입니까? 저희 게임을 이 정도로 리스펙트하는 뉴비가 대체 어디에 있냐 이거에요! 정말, 정말 이건 메탈 펀치 플레이어로서 감격스러워요!”
그 모습에 지놈도 덩달아 즐거워했다.
“아, 그렇습니다! 지금 어깨 선수도 박수를 치고, 세렝게티 관중들도 다 같이 주먹을 불끈 쥡니다! 퍼플 선수가 진짜 진국이에요! 이게 퍼펙트 뉴비거든요! 아! 퍼사장 님! 리스펙트!”
-진짜 듣자마자 바로 전율ㅋㅋㅋ
-이게 왜 뉴비? 이게 왜 뉴비? 이게 왜 뉴비?
-갓플이 겜잘스긴 한데 겜즐스기도 하지 ㅋㅋㅋ
-ㄹㅇㅋㅋ 겜 진짜 제대로 즐겨버리잖슴 ㅋㅋㅋ
-추생충 뭐냐고 ㅋㅋㅋㅋ
-격겜러 성불각 떴냐?
-먼저 올라간드앗!
-뭔솔? 신이 여기 있는데 어딜 감?
-아 ㅋㅋ 여기가 격겜 천국이라구요
정소윤은 한껏 오른 텐션에 흡족해하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좋습니다. 이렇게 밴픽 카드 사용도 끝마쳤네요! 어깨 선수, 그에 응답하듯 레이지를 선택합니다!”
“아, 나왔어요! 나와버렸습니다! 패왕 레이지예요! 진심에는 진심으로 받아주겠다! 이런 뜻이죠!”
“그에 맞서는 퍼플 선수의 픽은 과여어어어어언!?”
순간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전광판을 향했다. 이경복의 캐릭터 슬롯에 채워진 얼굴은 바로.
“이자나미? 이자나미예요!?”
“아, 여기서 이자나미가?”
“퍼플 선수, 이자나미를 플레이 한 적이 있었나요!?”
일본 무녀 복장 차림의 ‘이자나미’라는 캐릭터였다. 무녀라는 이름답게 여성 캐릭터기도 했다.
의외의 선택에 정소윤은 빠르게 해설진을 돌아봤다.
“이건 해설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될까 님, 이자나미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게임 지식은 지놈 보다는 될까가 더 많았다. 그녀의 물음에 될까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아, 이자나미가 나쁜 캐릭터는 아닙니다. 유술을 사용하는 캐릭터인데, 이 유술이라는 게 유도나 주짓수, 그리고 합기도의 원류거든요? 실제로 이자나미를 주캐로 사용하는 프로게이머도 있습니다.”
“아아, 맞습니다. 저도 기억이 나네요. ‘부산’님이 또 이자나미를 주캐로 플레이하시죠. 그런데… 어깨 선수를 이기시지는 못했지 않았나요?”
그에 대답한 건 될까가 아니라 지놈이었다.
“아, 그래도 기존의 이자나미와 퍼플 선수의 이자나미를 동일 선상에 놓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 나온 이자나미는 퍼펙트 이자나미거든요? 퍼플 선수의 미믹크리가 또 있습니다!”
“아, 그러네요! 가장 중요한 미믹크리를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의외의 선택이었거든요? 과연 어깨 선수가 미믹크리 파훼법을 준비했을지가 관건이 되겠네요!”
정소윤의 정리에 웅성거리던 관중들도 한마음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이렇게 캐릭터 선택이 끝났습니다. 이제 모든 경기 준비가 완료됐거든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최종전! 어퍼대전의 막을 올리겠습니다!”
* * *
이경복은 차분히 어깨와 마주했다.
이어 울려 퍼진 파이트 선언에도 두 사람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1라운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양쪽 선수 신중해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깨 선수는 퍼플 선수의 이자나미가 생소하거든요? 반면 퍼플 선수는 실제로 마주한 어깨 선수의 레이지가 어느 정도일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정소윤과 해설진의 목소리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경복은 미소를 머금고 어깨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곧장 행동을 개시했다.
“아! 퍼플 선수가 먼저 갑니다!”
“그렇죠! 굳이 비교하면 퍼플 선수 쪽이 여유롭거든요!?”
“맞습니다! 미믹크리로 이지선다를 걸 수도 있고, 방송으로나마 어깨 선수 스타일을 봤으니까요!”
격돌의 순간.
이경복의 손날치기에 어깨가 가드를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스킬을 가장한 평타, 미믹크리였다.
중단으로 날아든 공격은 궤적을 바꾸어 하단으로 향했다.
‘빠르시네.’
하지만 어깨는 가드 위치를 바로 변경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드 성공과 동시에 무릎이 그 앞으로 날아들었다.
눈 뜨고 당할 이경복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니킥을 가드해내며 뒤로 밀려났다.
“아? 아! 지금 막았어요!?”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입니다. 속도가 대단해요!”
“퍼플 선수, 미믹크리 아니었나요!? 어깨 선수 우연히 막은 건지 반응속도로 막아낸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니면 미믹크리 구별법을 발견한 걸지도 모릅니다!”
해설진은 경기를 따라가기 위해 연신 목을 혹사시켜야 했다.
“아! 공방 이어집니다! 물꼬가 트였어요!”
“물꼬 수준이 아니라 댐이 터졌어요! 이거 너무, 너무 빠릅니다! 저희 해설이 따라잡을 틈이 없네요!”
“아니, 지금 어깨 선수가 전부 가드에 성공하고 있어요!? 진짜 미믹크리 정복한 건가요?!”
정소윤의 물음에 해설진은 곧 확신했다.
“이거, 이거 아무래도 구별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무리 반응속도가 좋아도 이렇게 완벽한 가드는 사전에 구별해야 가능하거든요!”
“문제는 저희가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겁니다! 이건 해설을 해드릴 수가 없어요!”
-퍼펙트 미믹크리가 구분이 된다고?
-아니;;; 아무리 봐도 스킬인데
-그냥 미믹크리만 써도 헷갈리는데 저렇게 치고 박는데 구별이 됨?
-어깨 클라스 진짜 미쳤네 ㅋㅋ
-그 와중에 패왕 레이지 다 쳐내는 갓플 클라스는 또 뭔데에에!
-와 진짜 둘 다 개잘하네 ㅅㅂㅋㅋㅋ
채팅창도 놀라움으로 가득한 사이였다. 어깨가 이경복을 붙잡아 내던졌지만, 바로 잡기 풀기에 성공한 그는 가뿐하게 자세를 회복했다.
잠깐의 틈이 생기자 이경복이 가볍게 팔을 흔들어 풀며 웃었다.
“이야, 역시 어깨 님이시네요. 미믹크리를 이렇게 구별하실 줄이야.”
그로서는 대결이 재밌어서 한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달랐다.
“아! 지금 퍼플 선수가 인정했어요!”
“어깨 선수, 진짜로 미믹크리를 구별했네요! 아니,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역시 패왕의 자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깨 선수가 제대로 준비를 해왔어요!”
그 완벽한 흉내를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말이 이경복에게서 나왔다는 건.
-?????
-그걸 왜 형이 알고 있어?
-아니;; 님은 어떻게 아시는데욧!
-당하는 사람이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 ㅋㅋ 내가 고걸 몰랐네
-얼른 퍼펙트 상식 탑재하라구!
이경복 역시 어깨가 준비한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