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화 – 풀 메탈 펀치 (4)
이경복이 처음 보여준 미믹크리는 모든 격겜러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IVO에서도 가이드를 신설할 정도로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런 미믹크리를 파훼할 방법이 벌써 나왔다니? 보통은 허풍이나 사기라고 치부할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미믹크리를 선보인 본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퍼플 선수! 어깨 선수가 미믹크리를 구별했다고 확신했어요!?”
“대체 무슨 방법이죠? 너무 궁금한데 지금 알아낼 방도가 없어요! 속된 말이지만 정말 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시합에 집중해야 합니다. 놓치면 해설 따라잡기가 더 힘들어요!”
정소윤과 해설진은 목소리를 높였다. 머릿속은 그 방법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지만 경기 도중이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줄어들던 제한시간이 갑자기 멈추었다.
-???????
-헐?
-뭐임?!
-설마 서버 이슈?
-하필 지금 터진다고?!
-아니;;; 서버 지연 막으려고 대기열 만들었잖슴!
-춘잣!
-얘! 내수용 드립을 막 쓰면 안된단다!
시청자들은 당황했다.
대회 오프닝 때부터 말하지 않았나. 격투게임 특성상 서버 지연은 큰 문제였다.
그러나 다행히 서버는 멀쩡했다. 시간이 멈춘 건 다른 이유였다.
“아, 지금? 어깨 선수로부터 포즈 요청이 들어왔어요!?”
포즈(Pause).
플레이 도중 일시정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대회에서 종종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 됐다.
시간을 멈춘 건 어깨였다.
“어깨 선수에게 이유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어깨 선수, 무슨 일이시죠!?”
“지금 퍼플 선수가 한 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다행히 어깨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저 개인적으로도 진짜 알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방송을 위해서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역시 이경복의 말에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비밀을 밝히고 넘어가는 편이 대회를 위해서도 좋았다.
“지금 해설진 분들도 난항을 겪고 계시잖아요? 퍼플 님만 괜찮으면 설명을 듣고 경기를 재개하고 싶네요.”
-난 또 무슨 일 생긴 줄ㅋㅋㅋ
-아 ㅋㅋ 궁금한 건 또 못 참지!
-킹직히 알고 보는 거랑 모르고 보는 건 완전 다르지 ㅋㅋㅋ
-그럼 어깨는 관중들이랑 시청자 위해 포즈 기회 써먹은 거?
-역시 격겜의 갓버지 ㅠㅠ
-갓플도 방송바보지만 어깨는 격겜바보라구웃!
시청자들은 그의 결정에 환호했다. 정소윤과 해설진은 슬쩍 이경복의 눈치를 살폈다.
“네, 어깨 선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퍼플 선수…? 괜찮으실까요?”
“아, 물론이죠.”
이경복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는 슬쩍 시간을 확인하고는 웃었다.
“뭐, 이제 한 15초밖에 안 지났는데요. 이 정도면 경기에 지장 갈 수준도 아니고, 어깨 님이나 저나 워밍업 정도니까요.”
-ㅔ?
-아닠ㅋㅋㅋ 우리 눈에는 전력 승부였다구욧!
-지금까지 보여준 그게 다 워밍업이라고?
-무슨 활화산이신가 ㄷㄷ
-워밍업(닿으면 죽음)
-광역 기만숨결 미쳤고?
-5252, 20만 명이 지금 퍼기만에 중독됐다고!
시청자들은 그의 결정에 기뻐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제가 보기에 어깨 님이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이경복은 그 반응에 실소를 흘리고는 설명했다. 이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펙트 차이입니다.”
간결한 설명인 만큼 이해하는 사람은 적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사이 해설진은 비명을 질렀다.
“아! 이펙트!”
“맞네! 그거네요!”
정소윤은 그에 화들짝 놀랐지만 프로답게 평정을 되찾았다.
“아, 지금 두 분은 뭔가 깨달으신 것 같습니다? 설명 부탁드릴게요!”
“메탈펀치는 스킬과 평타의 타격시 터지는 이펙트가 다릅니다! 당연하게도 스킬 이펙트가 더 크고 화려해요!”
“그렇죠! 이 이펙트를 살펴보면 미믹크리라도 구별이 됩니다! 왜냐? 미믹크리는 사람을 속이는 거지 시스템을 속이는 게 아니니까요!”
될까와 지놈은 속 시원하게 웃다가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뚝 웃음을 그쳤다.
“아니, 잠깐만요. 근데 이건…”
“이펙트는 일단 맞아야 알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먼저 알 수 있죠?”
이어지는 의문이 모두를 덮쳤다.
다행히 그 답은 금방 나왔다.
“와, 퍼플 님이 정확히 보셨네요.”
이번에는 당사자인 어깨였다. 그는 탄사와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이 타격 이펙트는 판정 전에 먼저 짧게 나타나거든요? 그다음 판정이 확정되면 이펙트가 확산됩니다. 이 프레임이 진짜 짧아서 캐치하는 데 꽤 노력했어요.”
어깨의 인정에 순간 정적이 찾았다. 하지만 이내 정소윤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자, 그럼 VAR 판독으로 보면 더 이해가 쉽겠네요! 한번 돌려보겠습니다!”
그녀의 제안에 주최측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전광판에 녹화된 1라운드, 15초의 영상이 떠올랐다.
“아, 그러면 아까 어깨 님한테 잡히기 전에 공격한 걸로 보세요. 그거 미믹크리였거든요?”
이경복이 시점까지 짚어주자 전광판 속 화면이 빠르게 움직였다.
“자, 여기서 퍼플 선수가 공격했죠!?”
“그렇습니다. 이렇게 손바닥으로 올려치면서… 오! 오오! 나왔어요! 진짜 나왔어!”
지놈은 기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심으로 놀라 반말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멈춘 화면 속 이경복의 손바닥 위에 작은 이펙트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와! 지금 이게 타격 직전이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펙트가 먼저 나왔습니다!”
될까도 뒤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디움은 경탄과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이왜진? 이왜진? 이왜진?
-당연히 어깨가 거짓말 할 이유가 없긴 한데 ㅅㅂㅋㅋㅋㅋ
-어질어질하다 그죠?
-왘ㅋㅋㅋ이걸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
-어깨 혀엉?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정소윤이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아, 지금! 주최측에서 제보가 왔습니다! 트라이 일본 중계 채널을 통해 디렉터, 히로카츠 씨가 직접 확인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예?”
“하마다 히로카츠요?!”
그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듯 전광판에는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다.
메탈펀치의 디렉터, 하마다 히로카츠의 계정으로 온 메시지였다.
원문인 만큼 일본어로 되어있었기에 정소윤이 번역본을 읽어주었다.
“타격 후 이펙트가 터지면 플레이어의 시야를 가리는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3프레임 앞서서 이펙트가 본래의 10% 크기 수준으로 발생, 그 이후 공격이 성공하면 본래 크기로 확장되고 사라지는 메커니즘이라는 내용입니다!”
-아닠ㅋㅋ 디렉터 등판 뭔데에에에!
-와 ㅋㅋㅋ 카츠쉑도 방송 보고 있던 거?
-근데 디렉터면 더 못 참긴 하지 ㅋㅋㅋㅋ
-자기가 만든 게임 대회를 20만명이 본다? 이거 참으면 사람 아님ㅋㅋㅋ
-이정도면 사실상 세계대회 그 이상 아니냐고 ㅋㅋㅋㅋ
-디렉터 공식 인증 미쳤곸ㅋㅋㅋ
-와씨 그럼 어깨는 진짜 프레임 아이 소유자였네?
-ㄹㅇㅋㅋ 프레임 단위로 반응한 거잖슴ㅋㅋㅋ
-격겜에서 천상계란 대체?
채팅창이 감탄과 흥분으로 가득해졌다. 지놈이 그에 멘트를 끼워 넣었다.
“아, 진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게 아니에요! 어깨 선수야 연습하셨다고 밝히셨으니 그렇다 치고! 대체 퍼플 선수는 이걸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
그가 남은 의문에 주의를 집중시켰다. 쏟아지는 시선에 이경복은 담담히 대답했다.
“아, 제가 이미 방송에서 몇 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상대 수를 파악하려고 신경 쓰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시선확인은 필수라서요.”
그는 어깨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믹크리에 반응하실 때 눈 움직임이 미묘하게 다르시더라고요. 제가 흉내를 틀린 건 아니니까 남은 건 이펙트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 대답에 당사자인 어깨를 포함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갓플은 이미 다 알려줬었네 ㅋㅋㅋㅋ
-듣고 보니 오픈북 테스트였고?
-퍼교수가 또!?
-프레임 아이 잡아내는 퍼펙트 아이 ㅎㄷㄷ
-눈! 저 눈!
-아! 너무 무섭다!
-그 와중에 흉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퍼자감 ㅅㅂㅋㅋㅋㅋ
-사실을 말하니까 자신감이 넘친다 이마리야 ㅋㅋㅋ
쏟아지는 채팅에 정소윤은 정신을 차렸다.
“아, 네.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궁금증이 해결됐는데요! 다만 지금 나온 해결책은 아무래도 남들은 도저히 못 따라할 해결책이거든요!?”
“아, 그렇죠. 프레임 단위 해설은 불가능하거든요? 해설도 여전히 난항이 이어질 거라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래 메탈 펀치 대회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깨 선수가 해설로 나서는 건, 본인을 해설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요! 한 사람이 더 추가 됐습니다!”
될까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퍼플 선수와 어깨 선수 둘이에요! 두 분의 대결은 두 분만 정확히 해설이 가능합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지금처럼 떠오르는 때가 없네요!”
정소윤이 그에 웃으며 답했다.
“자, 그럼에도 저희는 맞춤 해설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궁금증이 해결 됐으니, 정지했던 시합을 재개해보죠!”
* * *
다시 시작된 대결은 치열한 접전으로 이어졌다.
1라운드 중반이 넘어갈 무렵.
정소윤과 해설진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기 양상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제한시간 절반을 넘어갑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양쪽 모두 클린 히트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죠!?”
따로 템포를 고를 시간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재개 시점부터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스킬은 물론 평타 하나도 적중하지 않았다.
“아, 지금 늦게 들어오신 분들은 오해하지 마세요! 체력바가 이 정도로 줄어든 건 순전히 가드 데미지 때문입니다!”
“그렇죠! 공방속도가 기존 경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빨라요! 누적 속도가 정말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체력바는 거의 절반 넘게 소진됐다.
두 사람 모두 공격과 방어에 망설임이 없었다. 같은 난타전이라도 다른 경기와 비교하면 배속을 높인 것 같았다.
“어깨 선수! 다시 도발!”
“시그니쳐 무브 리트라이예요!”
“도발니킥 이번에는 성공인가요?!”
어깨가 재차 돌파를 시도했다. 레이지의 기믹인 ‘도발’을 이용하는, 어깨하면 떠오르는 동작인 ‘도발니킥’이었다.
특이하게도 레이지의 도발은 상대 가드를 무력화시키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퍼플 선수! 무릎을 휘감았습니다!”
“아! 역시나 또 막아내네요!”
“다시 봐도 정말 기가 막힌 받아넘기기예요!”
그는 유술을 사용하는 이자나미의 기믹 ‘받아넘기기’로 대응했다.
양손으로 어깨의 다리를 붙잡아 원을 그리듯 돌리니 그 몸이 풍차처럼 돌아갔다.
이 ‘받아넘기기’는 반격기의 한 종류지만 그 판정이 잡기로 구분되었다.
그렇기에 가드가 불가능하지만.
“아! 역시나 또 풀어버립니다!”
“바로 풀기 커맨드 입력 성공!”
“양측 모두 단 한 순간도 물러나지 않아요!”
잡기인 만큼 커맨드만 정확히 입력하면 피해가 없었다.
자세를 회복한 어깨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재차 반격을 이어나갔다. 이경복도 그가 당하지 않을 거라 직감하고 바로 가드에 성공했다.
“양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이거 말고는 진짜 할 말이 없네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편파 해설이라지만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예요! 사실 관중 분들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네요!”
“안 됩니다! 해설을 포기하시면 안 돼요! 버티셔야 됩니다!”
될까가 자조적으로 말하자 정소윤이 그에 격려하듯 답했다.
-아닠ㅋㅋ 해설 개웃기네 진짴ㅋㅋㅋ
-싸우는 건 갓플이랑 어깨인데 왜 해설이 데미지를 입냐곸ㅋㅋㅋ
-근데 쫌 현타 오긴 할 듯?
-킹직히 이건 IVO 해설위원이 와도 못함ㅋㅋㅋ
-ㄹㅇㅋㅋ 그 사람들도 처음 보는 경기일 듯 ㅋㅋㅋ
-진짜 어깨가 이렇게까지 빡겜하는 거 처음 봄
이경복과 어깨 모두 한 수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가드 데미지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아! 이제 곧 터닝포인트가 옵니다! 20%에 가까워지고 있거든요!?”
“그렇죠! 곧 버스트 발동 조건이 충족됩니다!”
“이거는 안 할 이유가 없거든요!?”
먼저 체력바가 붉어진 건 어깨 쪽이었다.
“애송이, 그대로 부숴주마.”
버스트 발동과 더불어 어깨의 캐릭터, 레이지가 제 목을 엄지로 그으며 대사를 뱉었다.
그와 함께 잿빛 오라가 몸을 휘감았다.
“이 또한 신의 뜻입니다.”
이경복 역시 곧장 버스트 커맨드를 입력했다. 무녀, 이자나미가 정갈하게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대사를 말했다.
이어 진한 보랏빛 오라가 그 위로 피어올랐다.
“아! 동시에 버스트 발동됩니다! 이렇게 되면 버스트 무브로 승부가 날까요!?”
정소윤의 말에 해설진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버스트 무브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거든요!? 성공하면 확실히 승리지만 그 과정에서 컨트롤을 잃어버려요!”
“맞습니다! 이게 보통 경기면 쓰는 게 맞는데, 두 사람은 달라요! 지금도 서로의 수를 훤히 꿰뚫고 있지 않습니까!? 버스트 무브를 쓰면 오히려 수가 읽혀서 질 수 있어요! 버프만 챙기는 게 최선입니다!”
정소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다시 난타전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군요! 지금 양쪽 모두 슈퍼아머 상태! 경직이 없어요! 공방이 더욱 빨라집니다!”
“이펙트와 오라를 보세요! 이거는 이미 게임을 넘어섰어요! 예술의 경지입니다!”
“아, 될까 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마샬 아츠가 왜 아츠겠어요?! 이렇게 유려한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미! 아름다울 미를 느껴보시라고요!”
-추놈ㅋㅋㅋ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곸ㅋㅋㅋ
-???: 리사 쑤! 아름다울 미!
-해설이 어려우니까 갑자기 큐레이터로 전직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입 털었죠?
-근데 존멋이긴 해 ㅋㅋㅋㅋ
그 와중에도 가드 데미지는 쌓여갔다. 마치 경주하듯 줄어드는 체력은 이내 종막에 다다랐다.
“아, 집중하세요! 이제 곧입니다!”
“무슨 로딩인 줄 알았어요! 이거 끝까지 가면 1라운드가 끝나요!”
“1라운드의 승자는 과여어어어어어어언!?”
정소윤이 목소리를 높이다가 숨을 들이켰다.
쾅하는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이펙트가 터졌다. 잿빛과 보랏빛 오라가 뒤엉켜 있었기에 누구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약속이라도 한 듯 스타디움의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황금색 이펙트가 터지며 결과가 나왔다.
[Double K.O.]
인식과 동시에 스타디움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졌다.
“아! 아아아! 카운터 히트였습니다아아아아앗!”
“이게, 이게 말이 됩니까!? 더블 케이오라니요오오오오!”
“와, 이거는! 이거는 정말! 격겜의 신이 계신 겁니까!? 이렇게 되면 양쪽 모두 1라운드를 가져가거든요!?”
정소윤과 해설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죠! 양쪽 모두 1라운드를 따냈어요! 다시 말해 승패가 갈리는 건 바로 2라운드입니다!”
“이게 어느 한쪽이 이겼으면 멘탈에도 타격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러면 그대로 평행선이에요! 이대로 최종 라운드로 가는 겁니다!”
“맞습니다! 3판 2선이 아니라 2판 2선이에요! 진짜 이번 대회는 역대급입니다!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그들은 진심으로 놀라 손까지 덜덜 떨며 멘트를 이어나갔다.
-ㅁㅊㄷㅁㅊㅇ
-이거는 진짜 라이브로 봐야 된다ㅋㅋㅋㅋㅋㅋㅋ
-와낰ㅋㅋㅋ 찐으로 심장이 뛴다
-심장이 안 뛰면 죽는데요?
-아 ㅋㅋ 우리 좀비 기죽이지 마세욧!
-아 진짜 이거 직관했어야 되는데 ㅅㅂ
-진심 스타디움 간 사람들 개부럽다ㅠㅠㅠㅠ
-인생 승리 별거 있냐? 어퍼대전 직관이 인생 승리지 ㅋㅋㅋㅋ
채팅창 역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 흥분이 진정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어?! 어어어어어어어?!”
“퍼, 퍼플 선수! 지금 카드, 카드를 들었어요!”
“아니! 이제 남은 카드는 하나뿐이거든요!?”
무대 위 이경복의 손에 들린 찬란한 황금 빛 카드.
그와 함께 전광판에서 화면이 뒤바뀌었다.
[Full Burst!]
풀 버스트.
양 선수 모두 버스트 상태 돌입으로 시작하는 찬스 카드였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으며 빛으로 사라지는 카드를 바라봤다.
‘왜 밴픽이랑 같은 기운인가 했더니.’
카드 선택 때 두 카드에서 동일한 기운이 느껴졌던 이유.
‘이 승부에 같이 써야 되기 때문이었던 거지.’
이경복은 이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풀 버스트가 적용됩니다! 이제 2라운드는 양 선수 모두 슈퍼아머 상태로 대결을 펼치게 됐어요!”
“와! 제가 카드 설명 드릴 때 말씀을 드렸거든요!? 이렇게 되면 시스템을 넘어 선수의 순수 기량 승부에 더 가까워집니다! 마지막 라운드 상황이 지놈 님 말대로네요!”
“아!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지놈은 자신 있게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후회 없이 붙어 보자! 풀 메탈 펀치!”
그 외침에 트라이와 세렝게티 구분 없이 모든 관중이 소리를 높였다.
“풀 메탈 펀치! 풀 메탈 펀치!”
“풀 메탈 펀치! 풀 메탈 펀치!”
메탈 펀치의 정점은 누구인가.
그 결과를 확인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