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36화 (336/491)

336화 – 풀 메탈 펀치 (7)

MVP, ‘Most Valuable Player’라는 뜻대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뜻했다.

그러나 그 ‘가치’라는 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달랐다. 때문에 현장 관중들을 비롯해 시청자들 모두 동일한 사람을 떠올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정된 채팅창을 떠나 메탈 펀치의 중심 커뮤니티, 메탈 펀치 메타로 모여들었다.

[MVP 내가 딱 정해준다 ㅋㅋ]

[여성부는 누가 봐도 데시벨 아님?]

[아닠ㅋㅋ 막누 뽑아야지 뭔솔?]

[뭐임? 여성부 MVP가 갈린다고?]

제각기 다른 의견을 표하지만 그중에서도 주류는 있기 마련이었다. 여성부 MVP 후보는 크게 두 사람으로 압축됐다.

막타순이와 데시벨.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근거를 표했다.

[킹직히 막누가 초반에 2연승 안했으면 나가리아님?]

[ㄹㅇㅋㅋ 막누가 엄마퀸만 남겨서 이긴 게 팩트지]

[데시벨 님도 잘하긴 했는데 막누 역할이 진짜 중요했음]

막타순이 지지파는 그녀가 승리의 초석을 다졌음을 앞세웠다. 그러나 데시벨 지지파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아닠ㅋㅋ 같은 대회 본 거 맞음?]

[막판에서 지면 끝인데 뭔 초석이옄ㅋㅋㅋㅋ]

[갓직히 원래 격겜러인 막누랑 뉴비인 데시벨이 들인 노력이 비교가 되나?]

[진심 ㅋㅋ 데눈나가 빡세게 하면 더 빡세게 했지]

데시벨 지지파는 그녀가 들인 노력과 마지막 승부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아나 ㅋㅋ 메알못들 보소ㅋㅋ 팀전이 뭔지 모름?]

[킹직히 데시벨 님은 세브루스만 연습했잖슴!]

[막누가 2연승 안했으면 엄마퀸 상대하기 전에 질 수도 있었다 이마리야]

[고것은 너무 맞말인거시고요?]

그에 소수파도 설득되며 양측의 논리는 더욱 강하게 맞부딪쳤다.

[아니 ㅅㅂ 막누 잘한 거 킹정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ㅋㅋㅋ]

[막누가 1승만 했어도 충분함 ㅋㅋㅋ]

[진짜 하여자 무시하지 마라 ㅋㅋ]

[하여자가 엄마퀸 상대해서 광탈한 것처럼 보이는데 두런두런은 충분히 이김]

[ㄹㅇㅋㅋ 엄마퀸은 데시벨만 꺾을 수 있었잖슴]

양측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었다. 이에 결론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았다.

[아 ㅅㅂ 커뮤 보니까 더 고민되네]

[그냥 각자 소신껏 투표하면 되지 뭘ㅋㅋㅋㅋ]

[ㄹㅇㅋㅋ 자기가 생각하는 MVP한테 투표하면 되는 거임]

의외로 남성부라고 여성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더 의견이 갈렸다.

[않이;;; 무적권 갓플 아님?]

[남성부에서 갓플 말고 다른 사람을 뽑을 수가 있나?

[아닠ㅋ 이클 님도 받을 만 하지 ㅋㅋㅋ]

[기적의 기사도 자격이 된다 이마리야]

주류 의견은 당연하다는 듯 이경복을 손꼽았다. 하지만 이클립스 지지파도 적지 않았다.

[이클 님도 뉴비인데 2연승 호로록했잖슴!]

[진짜 기대보다 엄청 잘하긴 하셨음ㅋㅋㅋ]

[정정당당하게 승부한다고 갓플 설득한 거 존멋아니냐 ㅋㅋ]

[게다가 어깨랑 승부도 깔끔하게 양보함]

[ㄹㅇㅋㅋ 이클 경이 양보 안했으면 마지막 경기가 그렇게 쩔진 않았을 듯]

남성부에서 보여준 이클립스의 공로가 상당했다. 대다수 역시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근데 이클 님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득 많이 봤음]

[이번 상금 배분 방식 때문에 갓플 보다 이클 님이 더 많이 받자넠ㅋㅋㅋ]

[킹직히 질적인 측면으로 따지면 마지막 경기가 압도적이잖슴!]

[이클님이 못한 게 아니라 갓플이 덜 받는 상황이라 MVP 줘야 됨]

대회 방침상 마지막 1승을 거둔 이경복보다 앞서 2승을 거둔 이클립스에게 상금이 더 많이 돌아갔다. 그러니 명경기를 펼쳐준 이경복에게 MVP 수상으로 상금을 더 주는 게 옳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 논리는 또 다른 후보를 급부상 시켰다.

[아니 ㅅㅂ 그렇게 따지면 어깨도 줄 만하지]

[ㄹㅇㅋㅋ 그냥 경기력으로 따져도 꿀리지 않는데]

[지금 상황 보면 어깨는 오히려 마이너스임;;]

[ㅇㅇ MVP 상금도 어깨가 낸 거잖슴!]

[애당초 이번 대회 어깨가 기획하고 추진 한 건데 손해까지 보는 건 좀…]

[와 그러네? 진짜 졌잘싸는 어깨였고?]

[격겜판만 생각하는 갓버지ㅠㅠ]

대회는 역대급으로 흥행했지만 정작 그 대회를 기획한 어깨에게 돌아오는 건 없었다.

애초에 MVP 상금도 어깨가 사비로 낸 것이니 수상을 한다 해도 마이너스 상황이었다.

[보다보니까 남성부가 더 고르기 빡세네;;]

[여기 10선만 찾던 커뮤 맞음?]

[유입이 되긴 했네 진짜 ㅋㅋㅋㅋ]

[와 ㅅㅂ 이거 누가 MVP 될지 진짜 모르겠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의견은 통합되지 않았다. 결국 직접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누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 *

휴식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시상식이 진행됐다.

정소윤과 해설진은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햐, 제가 또 쉬는 시간에 커뮤를 싹 훑어봤거든요? 정말 놀랐습니다.”

“아, 무슨 이야기가 있었나요?”

지놈이 먼저 운을 띄우자 정소윤이 되물었다.

“지금 MVP 투표가 철저하게 비밀 투표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또 궁금한 걸 못 참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커뮤를 봐도 명확한 후보가 없더라고요!”

“아, 정말 그렇습니다. 이게 진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게, 시청자 분들도 격겜러 자질이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될까가 말을 받자 정소윤이 웃음을 흘렸다.

“네, 그렇죠! 실제로 MVP 발표는 시상이 끝난 후! 가장 마지막에 발표가 됩니다! 그러니 끝까지 대회 시청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킹부러! 어떻게든 끝까지 보게 할라고!

-아 ㅋㅋ 이게 진짜 격겜 방송이지

-MVP 아모른직다! (진짜모름)

-빨리 현기증줘요! 알려날 것 같단 말이에요!

-현기증을 왜 받을라고 해 ㅅㅂ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웃으며 기대를 높였다. 정소윤은 채팅창 반응에 만족해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자, 그럼 먼저 여성부 우승팀 시상을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멘트와 함께 무대 위로 카메라가 돌아왔다. 빛 무리와 함께 트라이 여성부 선수 셋이 나타났다.

“여성부 우승 팀! 트라이의 막타순이, 하소연, 데시벨 선수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을 부탁드립니다!”

관중석의 환호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퍼졌다.

이어 역피라미드 형태의 전광판이 열리며 그 안에서 황금색 트로피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승하신 세 분께는 여성부 상금! 1천만 원이 승리하신 라운드에 따라 배분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깜짝 놀랄 혜택이 또 있는데요!”

정소윤의 말에 채팅창은 물론 선수들도 어리둥절했다. 상금 말고 또 다른 혜택이라니?

그에 지놈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첨언했다.

“지금 무대에 오르신 선수들이 그냥 선수인가요? 아니죠! 바로 플랫폼 ‘대표’ 선수 아닙니까!?”

“그렇죠! 그냥 말만 대표라고 하면 끝이냐? 그게 아니거든요! 바로 이 세 선수에게는 앞으로 계정 앞에 ‘대표’ 인증 마크가 붙게 됩니다!”

정소윤의 설명에 세 사람 모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 이 ‘인증’ 혜택은 진짜로 몰래 플랫폼 측에서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WA! 인증!

-아닠ㅋㅋ 진짜 몰랐나보넼ㅋㅋ

-인정협회가 또 이런 거에 민감하자너 ㅋㅋㅋ

-공식 인증은 또 못 참지 ㅋㅋㅋ

-이러면 다음에 또 플랫폼 대전한다는 거 아님?

-옼ㅋㅋㅋ 맞네 ㅋㅋ 인증 마크 1회용으로 쓰긴 아깝지!

-2회차 플랫폼 대전이 있다 이마린가?

-킹직히 이렇게 흥했는데 한 번하고 말긴 아깝자너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플랫폼 쪽에서 공식 마크를 한 번 쓰려고 만들지는 않았을 터였다.

다시 말해 종목은 달라져도 플랫폼 대전이 더 개최될 가능성이 있었다.

“자! 트로피 전부 내려왔어요! 얼른 잡아주세요!”

그 사이 트로피가 선수들 앞으로 내려왔다. 인증 마크에 놀랐던 세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막내 격인 데시벨이 눈치껏 옆으로 빠지려 했지만.

“데시벨 님 어디 가요?”

“아유, 데시벨 님이 센터에 서야지.”

“네? 제가요?”

다른 두 사람이 그녀를 붙들고 중앙에 세웠다. 데시벨은 그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그들의 표정을 보고 마주 미소 지었다.

“다 같이 잡아요!”

이내 세 사람은 같이 트로피를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관중석에서 함성과 박수소리가 재차 터져 나왔다.

“아! 너무 보기 좋아요! 바로 포토타임 들어갑니다!”

정소윤이 흡족해하며 멘트를 쳤다. 드론 카메라가 세 사람 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렸다.

“돌아가면서! 돌아가면서!”

“아씨! 나 눈 감은 것 같은데?!”

“아유, 소연아! 이렇게 나처럼 눈을 부릅떠야지!”

데시벨의 재촉에 다른 두 사람도 중앙에 서서 번갈아 트로피를 잡았다.

시끌벅적한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 좋습니다. 여성부 선수들은 잠시 물러나 주시고요. 다음으로 남성부 시상을 시작하겠습니다!”

트로피를 든 세 사람이 물러나자 그 자리에 남성부 선수들이 나타났다.

“우승 혜택은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합니다! 이 세 분에게도 트라이 플랫폼을 대표하는 인증 마크가 부착됩니다!”

이미 앞서 이야기를 한 덕분에 세 사람은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 기쁨의 미소와 함께 내려오는 트로피를 바라보았다.

-아 ㅋㅋ 트라이 대표 넘모 든든한 거시고요?

-진짜 갓플이 트라이에서 방송 시작해서 다행이다 ㅠㅠㅠ

-킹직히 갓플이 세렝게티에서 시작했으면 플랫폼 옮겼을 듯 ㅋㅋㅋ

-ㄴㄷ? ㅇㄴㄷ!

-퍼손실 절대 못 참지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계정 앞에 붙은 마크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 사이 스컬킴과 이클립스는 한 마음처럼 이경복의 양옆에 섰다. 이경복이 그에 눈을 크게 뜨며 의아해했지만 두 사람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 ㅋㅋㅋ 역시 위계질서 명확하쥬?

-사장이 행사에서 센터에 선다, 그게 상식이잖아?

-5252, 눈치가 있다면 사이드로 나가라구웃!

-블랙기업에서 살아남는 법… 메모…

-아니 ㅋㅋ 오히려 지금은 사장 말 안 듣는 거 아니냐?

-사장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게 직원의 상식이잖아?

-아니 ㅅㅂ 그게 무슨 회사야 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장난스럽게 놀리자 지놈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아, 이거 스컬킴 님 자리에 원래 제가 들어갔어야 되는 건데. 어허, 이거 인턴이 원래 사진에 나오게 되어있나?”

-그새를 또 못 참고 심술을?!

-아닠ㅋㅋ 사원주제에 왜케 나대시냐고욬ㅋㅋㅋ

-꼰대 컨셉 진짜 ㅋㅋㅋㅋㅋ

-추놈이 아니라 꼰놈이냐고 ㅋㅋ

-꼰놈(진짜 꼬임)

-혀엉? 이거 중계방송 중인 거알지?

-설마 이것도 통역되나ㅋㅋㅋㅋ

-5252, 글로벌 추놈이 되어버리는 거냐구웃!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아가는 사이 트로피가 도착했다. 이경복이 높이 트로피를 들자 이전보다 더 큰 함성이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퍼지데이 최고다아아아아!”

“갓플! 갓플! 갓플!”

이에 스컬킴과 이클립스는 눈빛을 나누더니 이경복을 가마 태우듯 양쪽에서 높이 들어올렸다.

“아! 이게 바로 블랙기업식 시상인가요!? 다른 두 선수가 자발적으로 퍼플 선수를 들었습니다!”

정소윤도 분위기를 읽으며 멘트를 던졌다. 이경복은 그에 놀랐지만 이내 더욱 높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전광판에 그 모습이 비춰졌다. 이경복의 환한 미소가 모두의 눈에 아로새겨졌다.

“아, 너무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승팀 단체 샷으로 포토타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이어지는 정소윤의 말에 트라이 팀 전원이 나란히 섰다.

프레임 속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 * *

사진 촬영이 끝나고 고대하던 MVP 선정의 차례가 되었다.

“자, 저희가 또 그냥 MVP 선정을 할 수는 없죠?”

“아, 물론이죠! 명색이 플랫폼 대전인데 그냥 ‘MVP는 누구입니다!’ 이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메탈 펀치 대회답게! 또 주최측에서 특별하게 준비해주셨다고 합니다!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죠!”

정소윤과 해설진의 멘트가 끝나자 전광판이 쿠구궁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관중들이 놀라 웅성거리는 사이 역피라미드 형태였던 전광판이 펼쳐지며 커다란 정육면체 형태로 확장됐다.

이어 그 화면에는 여성부 참가자 6인의 모습과 붉은 체력바가 나타났다.

“아, 나왔습니다! 지금 선수들의 체력창이 아주 적어요! 평타 한 방에 쓰러질 위기입니다!”

“그럴 수는 없죠! 여러분의 투표가 선수들을 살립니다! 이 게이지는 바로 체력이 아니라 투표율이라는 사실!”

“네, 맞습니다! 지금 중앙에 100이라고 표기된 건 제한 시간이 아라 바로 미개표율입니다!”

“그렇죠! 그럼 바로 결과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정소윤의 말과 함께 체력게이지에 변화가 일어났다.

-아닠ㅋㅋ 연출 뭔뎈ㅋㅋㅋㅋ

-투표율 이펙트 저거 콤보 이펙트 아녀?

-격겜 컨셉 넘모 확실한 거시고요?

-득표율이 적은 사람부터 KO되는 건가 ㅋㅋㅋ

-플랫폼이 대표로 나오니까 좀 다르긴 하네 ㅋㅋㅋㅋ

해설진이 텐션을 올리니 시청자들도 바로 반응했다.

“아! 지금 세렝게티 선수들 모두 탈락했어요! 이렇게 되면 MVP는 트라이 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지금 상승 속도 보면 하소연 선수가 뒤처지고 있어요!”

“아! 미개표율이 절반도 안 남았어요! 하소연 선수,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거든요!?”

세렝게티 선수들에 이어 하소연의 체력도 회색으로 변하며 동결됐다.

남은 건 두 사람, 막타순이와 데시벨뿐이었다.

“자! 과연 여성부의 MVP는 누가 될 것인가!”

“양쪽 모두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아직 누가 될지 몰라요!”

“남은 미개표율 19%에요! 아주 치열합니다!”

-아니;;;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이렇게 까지 치열하다고!?

-데눈나 가즈아!

-아 ㅋㅋㅋ 막누가 받을 만 하다니깐!

이윽고 종반부, 미개표율이 7%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변화가 일어났다.

“어!? 어어! 막타순이 선수 느려집니다! 데시벨 선수가 조금 더 앞서나가고 있었는데요!?”

“데시벨 선수에게 탄력이 붙습니다! 마지막에 역전인가요오오오!”

“아! 데시벨! 데시벨 선수에요! 데시벨 선수가 50.3%로 MVP로 선정됩니다아아아!”

정소윤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이 뒤바뀌었다. 이어 퉁하는 소리와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데시벨을 향해 쏟아졌다.

-와 ㅋㅋㅋ 데눈나가 받았네

-킹직히 받을만 했지 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이랑 합방하면서 진짜 노력했는데

-분명 방송 끝나고도 따로 또 연습했음 ㅋㅋㅋ

-카운터히트 친 거 보면 백프롬돠!

클로즈업 된 화면 속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어버린 데시벨의 얼굴이 잡혔다.

“데시벨 님! 축하해요!”

“아유, 거봐! 내가 될 거라고 했잖아!”

“와, 축하드립니다!”

“감축드리오!”

“제가 다 기쁘네요.”

이윽고 주변에 있던 다른 선수들의 축하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진짜? 내가 MVP까지 선정됐다고?’

순간 울컥한 마음에 목이 메었지만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있었다.

“현장 관중분들과 시청자분들의 선택! 여성부 MVP는 바로 데시벨 선수입니다! MVP 소감은 마지막에 같이 들어보기로 할 거고요! 바로 다음! 남성부 MVP를 확인해보도록 하죠!”

화면은 이내 남성부 선수들로 넘어갔다. 시청자들의 주의도 곧바로 전광판 쪽으로 돌아갔다.

-아 이건 진짜 어렵다

-갓플, 어깨, 이라클의 삼파전ㄷㄷ

-후보가 넘모 쟁쟁한 거시고요?

-갓직히 한국인이면 갓플 뽑았지 ㅋㅋㅋ

-킹직히 격겜러면 어깨 뽑았지 ㅋㅋㅋ

-한국인으로서의 나인가 격겜러로서의 나인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 심지어 어안이 벙벙해졌던 데시벨도 전광판에 주의를 돌렸다.

이윽고 미개표율이 줄어들며 개표가 시작됐다.

“아이고! 스컬킴 선수가 가장 먼저 탈락해버리네요!”

“아니, 지놈 해설님. 너무 즐거운 톤이신데요?”

“제가요? 에이 설마요! 오해십니다?!”

첫 탈락자는 스컬킴이었다. 지놈이 기다렸다는 듯 멘트를 치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아니 ㅋㅋㅋ 인턴한테 질투하지 말라고 좀!

-혀엉? 이럴 거면 그냥 대회 나오지 그랬어?

-아 ㅋㅋ 나가면 그냥 발린다고 ㅋㅋㅋ

-대신 편파해설은 이겼쥬?

-스컬킴도 이번 대회에서 활약은 입담 부분 아니냐?

-ㄹㅇㅋㅋ 스컬킴은 명장면이 아니라 골절드립만 생각남ㅋㅋㅋ

다음으로 세렝게티의 대담과 김김김도 연달아 탈락했다.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남은 세 사람의 3파전으로 이어졌다.

“아! 이클립스 선수! 다른 둘에 비해 좀 힘에 부칩니다!”

“역시 수상은 좀 힘들어 보여요. 마지막 경기가 너무 압도적이긴 했거든요!?”

“그렇죠! 휴식시간 동안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는데 마지막 경기는 거의 그대로 따온 수준이었을 걸요?”

될까의 말에 모두가 긍정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따로 편집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좋을 대결이기도 했다.

“아! 결국 이클립스 선수 11.2%의 득표율과 함께 탈락합니다!”

“솔직히 이 정도 득표율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다른 세 선수는 1%도 못 받았어요!”

“MVP 선정에서까지 1:1의 승부! 과연 두 선수 중 누가 MVP가 될 것인지!”

미개표율이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양쪽의 득표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솟구쳤다.

“아! 이제 남은 개표율이 5%로 진입합니다!”

“이거 너무 치열한데요!? 그만큼 대회를 보신 분들도 갈등이 컸다는 증거입니다!”

“그래도 결국 승부는 갈리게 됩니다! 원래 초고수들 대결은 한 끗 차이거든요!”

지놈의 말처럼 결과는 마지막에서야 나왔다.

“와! 2%, 2% 차이로 앞섰습니다아아아앗!”

“햐, 이거 MVP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끝이 납니다! 손에 땀이 다 날 정도예요!”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었어요!”

남성부 MVP.

그 주인공은 바로.

“퍼플 선수가 45.9%로 MVP로 선정됩니다아아아아아!”

정소윤의 외침과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이경복을 향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긴 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WA! MVP!

-와씨 ㅋㅋ 마지막까지 개쫄렸네

-으이그! 내 이랄 줄 알았다! (진땀을 닦아내며)

-당연히 갓플이 받아야제 ㅋㅋㅋ

-킹직히 어깨도 받을만 한데 어깨도 갓플 없었으면 대회 추진 안했음

-ㄹㅇㅋㅋ 플랫폼 콜라보는 갓플 덕이자너 ㅋㅋ

-MVP의 P는 Purple이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 ㅋㅋ Most Valuable Purple은 킹정이지 ㅋㅋㅋ

-갓플이 가장 가치 있긴 하지 ㅋㅋㅋ

그 행동에 채팅창은 순식간에 치솟았고.

“갓플! 갓플! 갓플!”

“찢었다아아아아아!”

현장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번에는 정소윤이 말할 필요도 없이 볼륨이 조절됐다.

“자, 이렇게 여성부와 남성부 모두! MVP까지 트라이 팀 선수로 선정이 됐습니다! 정말 트라이 쪽에서는 기념일로 정해도 좋지 않나 싶을 정도예요.”

“그럼요! 그게 바로 퍼플 데이거든요!?”

지놈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정소윤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좋습니다. 그럼 MVP 소감을 또 들어봐야겠죠!? 두 분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정소윤이 바로 무대 위로 이동했다. 데시벨과 이경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눈치껏 뒤로 물러났다.

“자, 먼저 데시벨 선수! 여성부 MVP로 선정되셨는데요. 간단히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네.”

데시벨은 긴장에 메마른 입술을 훑다가 슬쩍 옆에 있는 이경복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와 함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눈이 마주치자 이경복이 살짝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렵게 얻은 기회야. 놓치지 말자…!’

이경복의 도움 덕이 컸다.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데시벨은 마음이 안정됐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대회 참가하기까지 정말 걱정도 많이 하고 불안했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담담히 말하려 노력하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특히나 옆에서 직접 저를 지도해주시고 가르쳐주신 퍼플 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시선을 돌려 관중석을 직시했다.

“이 대회를 통해 용기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으로!”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힘껏 소리를 높였다.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보겠습니다아아아!”

그녀의 외침에 메아리처럼 관중석에서 함성이 돌아왔다.

“아, 좋습니다! 데시벨 님께서 또 리듬 게임 장인으로 유명하시지만 이번에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신 거거든요? 확실히 리듬게임만 하시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능이십니다!”

-이정도로 단기간에 실력 상승한 거 보면 답 나오지 ㅋㅋㅋ

-ㄹㅇㅋㅋ 리듬게임은 그냥 데눈나가 잘하는 것 중에 하나라 이마리야

-킹직히 갓플이 코칭 개 쩔게 해주긴 했는데 기본 실력 없음 못 따라감 ㅋㅋㅋ

-그게 바로 퍼펙트 시너지다 이마리야

채팅창도 그에 호응하듯 칭찬으로 가득해졌다.

“말씀해주신 대로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만나 뵙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남성부 MVP! 퍼플 님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정소윤이 소감을 정리하고 차례를 돌렸다. 이경복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마이크를 잡았다.

“네, 사실 소감이라 말씀 드릴 게 많지는 않습니다. 우승 인터뷰 때 할 말은 다 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는 가볍게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훑었다.

“그러니 제가 여기서 드릴 것은 감사뿐입니다.”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물론 세렝게티 관중들까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 대회를 만들어준, 그리고 이 대회에 참가해준,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회를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그 담백한 소감에 박수가 돌아왔다. 시청자들도 박수 이모티콘과 함께 채팅을 쏟아냈다.

-이 여유가 바로 패왕의 위엄이다 이마리야

-이런 기회가 많아져야? 대회 싹슬이를 암시하는 거신가?

-???: 대회를 열어야 내가 상금을 먹지!

-???: 순순히 상금을 바친다면 유혈사태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 상금을 줬는데 왜 유혈사태가 있어요!?

-아 ㅋㅋ 이미 어깨가 해왔던 일이쥬?

-바로 패왕 업적 이어버리기 ㅋㅋㅋ

정소윤은 그에 웃으며 소감을 정리했다.

“아, 담백하고 진솔한 소감이 아니었나 싶네요. 두 분 모두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이내 그녀는 다시 진행자 자리로 돌아왔다.

“자, 이렇게 이번 플랫폼 대전, ‘세트로 붙자’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 됐네요.”

“그렇습니다! 너무 아쉽네요!”

“벌써 끝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해설진이 아쉬움을 표하자 정소윤은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퍼플 님 말씀처럼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저희는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세 사람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스타디움이 재차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화면이 암전되며 방송이 종료됐다.

-끝이라고? 말도 안 돼!

-???: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이냐!

-와 개꿀잼이었다 진짜 ㅋㅋㅋ

-킹직히 이정도면 플랫폼 대전 연례행사로 지정해야 되는 거 아님?

-연례는 너무 짧소! 분기로 합시다!

-플랫폼 느그들 인마! 어!? 하면 잘 하면서! 어!?

검은 화면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숫자는 쉬이 줄지 않았다. 그들은 아쉬움과 여운에 잠겨 채팅을 쏟아냈다.

-아 ㅋㅋ 안되겠다 킹시보기 정주행 다시 간다!

-편집본은 트라이 공식에 올라옴?

-아마 그럴 듯?

-트라이 관계자님? 하이라이트 먼저 얼른 올려줘잉!

도중 채팅방에 제보가 도착했다.

-헐 ㅋㅋㅋ 퍼튜브에 영상 떴다!

-????

-벌써?

-엥? 공식도 아직 안 올라왔는데?

-끝나자마자 올라왔다고?

채팅창에 물음표가 뒤덮였다. 공식채널 보다 어떻게 더 빨리 영상이 올라온단 말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제보로 그 의문이 풀렸다.

-ㅁㅊ 진짜네?

-헐 ㅋㅋㅋ 직캠이넼ㅋㅋㅋ

-직캠이라고!?

그 영상이 바로 직캠 형식이라는 소식이었다.

-와씨 ㅋㅋㅋ 이걸 직캠으로 뜰 생각을 하네

-천재, 그는 퍼튜브 편집자인가?!

-직캠은 또 못 참지!

-와씨 ㅋㅋ 응원하는 거 어떤 느낌인지 보고 싶었는데

-다들 여기 있어주세요. 저 혼자 보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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