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340화 (340/491)

340화 – 바다가 나를 부른다 (2)

이른 오후, 팀 퍼펙트 회의.

임시 휴방일에 이은 정기 휴방일이었지만 모두가 모여 있었다.

“톡방에서 얘기한 대로, 메탈 펀치는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음 컨텐츠를 구상해보죠.”

다른 사람들 모두 메탈 펀치를 더 하는 것보다는 다른 게임을 플레이 하는 데 동의했다.

무엇보다도 이경복이 더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게 주효했다.

“원래는 다시 추천게시판을 정리해보려 했는데, 어제 이례적인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그걸 먼저 보고 진행하도록 하죠.”

박주호가 말을 받으며 홀로그램으로 메일함을 띄웠다.

“일본 게임사인 로그 게임즈에서 직접 온 광고 제안입니다. 내용 검수는 이미 대한 씨랑 같이 끝냈고요.”

“넵! 원문과 번역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메일에는 일어 원문과 번역된 국문이 같이 표기되어 있었다. 박주호는 혹시라도 오역이 없는지 조대한에게 확인을 맡겼다.

“이례적이라고 한 건 단순한 게임 광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NEVER 재팬의 자회사라서 그런지 이모티콘 출시 제안도 같이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메일 내용을 눈으로 읽어가는 동안 그가 간략히 요약을 덧붙였다.

이경복은 그에 옛 기억을 되짚었다.

“아, 이거 저번에 왔던 제안 아닌가? 이모티콘 작가님 답변이 없어서 미뤄둔 거잖아? 결정하셨나?”

“아, 그때는 작가 님이 쉽게 결정을 못 내리셨었다. 이건…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빠르겠군.”

박주호는 그리 설명하려다가 손을 움직여 메일 하나를 더 띄웠다. 이모티콘을 그려준 작가와 주고 받은 메일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메일 주신 내용 확인했습니다.

설마 제가 그린 이모티콘이 판매까지 제안받을 정도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팬심으로 그렸던 이모티콘이 정식 이모티콘으로 채택됐을 때만 해도 믿기지가 않았는데…

하지만 기쁨이 큰 만큼 걱정이 앞섭니다. 저번 이모티콘 계약 때도 밝혔지만, 저는 전문 작가가 아니라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거라서요.

퍼청자 분들에게 선보이는 건 나름 자신 있지만, 로그라인 스티커로 판매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 같아요.

혹시라도 제 부족한 그림 실력 때문에 퍼플 님께 폐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죄송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시청자들에게는 마음 편히 보여줄 수 있지만 이모티콘 출시는 결이 달랐다.

“하긴 로그라인 스티커는 돈을 주고 사는 거니까.”

최병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트라이에서 쓰는 이모티콘은 구독과 더불어 주어지는 ‘혜택’이지만 메신저 이모티콘은 직접 사용자가 구매하는 ‘상품’이었다.

그만큼 퀄리티에 더 신경을 써야 했고, 자칫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이모티콘 작가가 아니라 이경복의 이미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작가님 스스로 자신이 없다고 하시니 재촉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급한 사안도 아니어서 충분히 생각해보시라고 답변만 드렸지.”

박주호는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어제 다시 답변을 주셨다.”

그가 가볍게 스크롤을 움직이자 가장 최근에 받은 메일이 보였다.

[아직 기회가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먼저 퍼플 님의 대회 우승과 MVP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어깨 님과 퍼플 님의 마지막 승부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직관 기회를 얻어서 눈앞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기억을 지우고 다시 직관하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경기였습니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네요;;

아무튼, 제가 그 경기를 보고 많은 걸 느꼈거든요.

두 분은 이 승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을까? 내가 어깨 님이나 퍼플 님처럼 모든 걸 쏟아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랬던 적이 없었어요. 저는 언제나 적당하고 무난한 길만 택해왔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 버스트, 모든 걸 터트리는 그 마지막 경기에 비하면 저번에 주신 제안은 오히려 쉬운 편이 아닐까.

그래서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만약 아직 제안이 유효하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퍼플 님께 폐가 되지 않도록 그림은 리마스터를 할 거고, 로그라인 측에서 만족할 때까지 수정할 겁니다.

언제든 편히 연락주세요!]

그 메일 내용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두 사람이었다.

“햐, 이건 진짜 공감되네요. 진심 울림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직관한 사람들은 다 느꼈을 거예요. 막 온몸이 막 떨리면서 뭔가 속에서 들끓는 게…!”

스타디움에서 직접 관람을 한 매드맨과 조대한이었다. 두 사람의 공감에 박주호가 웃으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이렇게 마음을 돌리셨는데 때마침 추가 제안이 들어온 거지.”

그에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아니, 뭐 그냥 대회 재미있게 한 건데 정말 좋게 봐주시네…”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자 대회에 나선 건 아니었다. 이경복은 민망함을 지우듯 화제를 전환했다.

“크흠, 그런데 왜 일본에서 직접 제안이 온 거야? NEVER는 한국에 본사가 있잖아?”

“그건 개발사랑 유통사가 달라서 그래.”

최병훈이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로그 게임즈는 개발사고 NEVER 재팬이 유통을 맡은 거지. 한국 NEVER는 한국 유저들 상대로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고.”

“그렇지. 한국 NEVER는 번역 같은 로컬라이징을 담당하는 거다.”

박주호가 동조하자 이경복도 상황을 이해했다.

“음, 다 좋긴 한데, 이모티콘 출시 때문에 게임을 하긴 좀 그렇잖아? 일단 게임이 재밌어야 되는데…”

그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슬쩍 팀원들을 돌아봤다.

“에이지 오브 오션스라는 게임, 나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 이거 시청자들이 알 만한 게임이야?”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시리즈 자체는 콘솔 시장 때부터 시작됐거든요.”

그에 답한 건 조대한이었다.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한국에도 팬층이 두텁습니다. 해양을 무대로 하는 게임 중에는 아주 독보적인 위치예요!”

“그 정도예요?”

“네. 그런데… 가상현실 시대가 오면서 그 기세가 약간 꺾였죠.”

“어? 왜요? 아, 메탈 펀치처럼 가상현실로 하면 난이도가 어려워졌나?”

콘솔 때 인기 있던 게임이 가상현실로 만들어지면 평가가 뒤바뀌는 건 흔한 일이었다.

메탈 펀치 역시 그러한 사례였다.

“아, 나도 기억난다. 이거 출시 초 때는 나름 주목받았었어. 웬만한 스트리머들은 다 찍먹 해 봤을 정도로.”

최병훈이 눈을 굴리다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난이도 문제는 아니야. 평가도 괜찮았고 팬들도 되게 좋아했었지. 초반에는 그랬는데…”

“뭐 다른 문제가 있었나?”

“가상현실로 바꾸면서 개발사가 놓친 게 있었거든. 핵심인 항해가 너무 지루했어.”

그는 당시를 회고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콘솔 때는 그냥 키마로 조작하면 알아서 갔단 말이지? 근데 가상현실에서는 진짜 배 위에 있는 거잖냐. 그런데 배 위에서 마땅히 할 게 없던 거지.”

“네, 그게 문제였어요. 풍향에 따라 키 바꾸는 거나 낚시도 한 두 번은 재미있는데 계속하게 되면 물리니까요.”

배를 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걸 몇 시간째 처음처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도 조사해봤다. 이후에 업데이트로 항해 시간을 대폭 줄이긴 했는데 한계가 있었지. 게임 자체를 뜯어고치려면 서비스를 중지해야 될 판이었으니까.”

로그 게임즈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게임의 틀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게 크로스 플랫폼 지원이다.”

“아, 맞아.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캡슐 게임을 모바일로 할 수가 있나? 거그 쇼다운처럼 따로 만든 것도 아니잖아?”

그에 해답을 제시한 건 조용히 있던 매드맨이었다.

“그거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고 있었거든요? 이걸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녀는 홀로그램 영상을 중앙에 띄웠다. 마치 미니어쳐 같은 선박과 지형들이 보였다.

“보시면 터치로 항로를 설정하니까 소요시간이 나오죠? 그 외에도 해상전이나 무역 같은 것도 다 터치만으로 진행할 수 있게 간소화됐어요.”

“물론 캡슐 플레이와 모바일 플레이는 차이가 있다. 소요시간이 나오는 건 모바일 버전은 항해 속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거든. 전투 역시 컨트롤을 하는 게 아니라 확률로 이루어지고.”

박주호가 설명을 덧붙이자 이경복은 게임의 방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캡슐은 코어 유저고 모바일은 캐주얼 유저 대상인 거네.”

“그렇죠. 모바일로 플레이 하면 일하는 중에도 틈틈이 명령만 내려두면 되니까요.”

효율성과 편의성의 차이였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차별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이구나. 그러면 괜찮겠네.”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지. 야, 그리고 이모티콘 출시 메리트도 꽤 중요해.”

최병훈의 말에 모두가 주의를 돌렸다.

“사실 이모티콘 시장은 입점부터 허들이 높기도 한데 홍보하는 게 완전 헬이거든. 다들 이모티콘 쓰니까 알 거야.”

그는 그리 말하며 이모티콘 스토어를 열어 보였다.

“보이냐? 판매 중인 이모티콘 개수가 천 단위가 가볍게 넘어요. 애당초 출시를 해도 이게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거든.”

비단 로그라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모티콘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이모티콘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게 어려운데, 이번 제안은 꽤 좋은 기회인 거거든.”

“음, 맞는 말이다. 광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기간제 이모티콘이 지급 될 테니까.”

박주호의 동조에 최병훈은 더욱 자신 있게 말했다.

“그렇지! 바로 그거거든! 이게 신규 출시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완전 좋은 기회란 말이야.”

“그것도 그렇지만 또 좋은 점이 있다. 이모티콘도 일종의 팬덤이 있거든. 이모티콘에도 시리즈가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맞아맞아! 이것도 좋지. 반응 좋으면 이번에 판매하는 게 끝이 아니라 다음 시리즈를 또 낼 수가 있어요. 첫 단추만 잘 꿰면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니까?”

두 사람의 말에 조대한도 눈을 크게 뜨며 끼어들었다.

“사장님 인지도면 충분합니다! 거기에 이게 또 일본 쪽에서 뜨면 굿즈도 나올 수 있어요. 굿즈 시장은 또 일본이 꽤 크거든요!”

“아, 그러네요. 시장이 활성화된 만큼 퀄리티도 비교적 보장될 거고. 오히려 역수입해서 국내 팬들한테 유통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가끔 필요한 파츠는 해외직구까지 하거든요.”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이경복은 그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다들 이번 제안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네요.”

결정권자는 결국 그 자신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느낌이 좋네요.”

불길한 느낌은 없었다.

이경복은 박주호를 돌아봤다.

“미팅 일정 잡아줘. 세부적인 건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알았다.”

박주호는 명쾌하게 답하고는 눈을 돌렸다.

“대한 씨, 준비해주세요.”

일본 개발사와의 직계약인 만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나설 때였다.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조대한은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 * *

늦은 오후.

이경복과 박주호, 그리고 조대한은 온라인 미팅에 참석했다.

비즈니스를 위한 가상 스튜디오에 접속하니 상대 쪽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 역시 3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통역을 맡은 NEVER의…”

“로그 게임즈의 마케팅 팀장…”

“NEVER 재팬 로그라인 팀의…”

개발사와 유통사, 그리고 한국 본사에서 각기 파견 나온 담당자들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자리를 잡자 상대 쪽에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먼저 빠른 회신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렇게 빨리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게임사에서도 많은 제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저희 미팅을 먼저 잡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통역의 말에 조대한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 오역이 있다면 그가 나설 예정이었다.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아닙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제안이니까요. 이번 미팅이 좋게 마무리 지어 졌으면 좋겠네요.”

“이이에, 소레와…”

그의 말을 상대 쪽에서 통역하려 하자 이경복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저희 이야기는 저희 쪽 담당자가 통역하겠습니다.”

그에 조대한이 짧게 목을 가다듬고 내용을 전달했다. 이에 상대 쪽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이야, 일본어 실력이 매우 훌륭하시네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당연히 영어가 나올 줄 알고 긴장해버렸네요. 일본에서 태어나셨다고 해도 믿길 정도로 깔끔하시네요.”

돌아온 칭찬에 조대한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기분이 좋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니만큼 감정을 절제해야 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이경복이었다.

“오히려 안심입니다. 이렇게 되면 퍼플 님께서 언어 차이로 오해할 일은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저희를 선택하신 것에 후회는 없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감을 내비치며 제안서를 불러왔다. 제안서는 2장, 각기 국문과 일문으로 되어 있었다.

박주호는 국문 제안서를, 조대한은 일문으로 된 제안서를 훑었다.

“저희가 드릴 대금은 500만 엔과 프로모션 용으로 활용될 이모티콘의 판매전환 및 프로모션 보장입니다.”

광고 대금은 500만 엔, 한화로 약 5천만 원 상당이었다. 부족한 금액은 아니었다.

“광고 종료 후에 발생할 이모티콘 수익도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광고 진행 중에 불편함이 없도록 광고용 계정도 지급할 예정입니다. 각종 자원도 풍족하고 가챠도 쉽게 하실 수 있죠. 편하게 게임만 즐겨주시면 됩니다.”

담당자들은 자신 있게 조건을 어필했다. 이 정도면 누구라도 흔쾌히 수락할 조건이 아닌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흠…”

이경복의 얼굴은 별로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담당자들은 그에 한 마음처럼 서로를 돌아봤다.

뭔가 문제 될 게 있었던가?

“내용 확인 끝났다.”

“저도요. 설명한 그대로입니다.”

그사이 제안서 검토를 마친 두 사람이 대답했다. 이경복은 이내 조대한에게 말했다.

“제가 하는 말 그대로 통역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조대한에게 한 말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애당초 조대한이 이경복의 말을 왜곡할 리 없었다.

‘똑똑히 들으라는 얘기지.’

박주호는 이경복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말을 상대 쪽 통역이 전달하니 담당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게 보였다.

“편의를 봐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런데 에이지 오브 오션스, 여러분의 게임이 내세우는 재미가 그런 종류인가요? 가챠나 자원이 풍족해야 즐길 수 있나요?”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담당자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니, 게임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런 자리도 아니거니와 제게는 그럴 자격도 없죠. 순수하게 게임에 대해 알기 위해서 묻는 겁니다.”

이경복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요즘 모바일 게임 중에 가챠가 없는 게임은 없잖아요? 좋은 걸 뽑았을 때 느끼는 기쁨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그 말에 담당자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말이 끝난 건 아니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방송의 ‘재미’를 중요시 생각합니다. 그런데 뽑기, ‘가챠’가 재미의 핵심이라면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과금하는 사람만 재미를 누리는 게임은… 저와 맞지 않거든요.”

그에 담당자들이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입니다! 가챠는 어디까지나 편의요소지 필수가 아닙니다. 가챠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이경복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하나 협의를 보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협의요?”

“어떤…?”

담당자들이 의아해하자 이경복은 제안서에 기재된 ‘광고용 계정 제공’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쓰지 않겠습니다.”

“에?”

“에에에?”

담당자들은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일본 특유의 의문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과금 없이 그대로, 무과금 플레이로 진행해보고 싶네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 담당자들은 턱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진짜다…!’

‘컨셉 같은 게 아니야!’

누구나 바랄 특혜를 대번에 거절했다.

시청자들이 이경복을 ‘어려움 전문 스트리머’라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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