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화 – 바다가 나를 부른다 (3)
무과금 플레이 선언.
담당자들은 이경복의 제안에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난처해했다.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지?’
‘곤란하네…’
물론 담당자들이 이경복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무과금 플레이로도 ‘에이지 오브 오션스’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답답한 구간이 문제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무과금으로 플레이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 설계상 플레이어들이 답답함을 느끼도록 의도된 구간이 있었다.
물론 그 과금 유도도 과하지 않다. 필요한 금액은 고작해야 몇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그 과금 경험 자체란 말이지.’
그 시점에서 불편함을 참고 노력으로 극복하는 무과금 유저와 돈을 써서 편하게 해결하는 과금 유저로 분리 된다.
과금 경험으로 심리적 저항이 낮춰진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 과금 프로모션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물론 담당자로서는 이경복에게 그 사정을 설명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광고인데…’
그냥 일반 플레이어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스트리머였다. 그의 방송에는 족히 만 단위가 넘는 시청자들이 온다.
그들에게 게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 도중 답답한 상황이 나오면 곤란했다.
그럼에도 그 제안을 바로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퍼플 님이면 또 다를 수도?’
이 역시 이경복이기에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답답한 구간 정도는 가뿐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몰랐다.
그리 고민이 길어지는 사이 이경복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요구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에?”
“제안을 받아주신다면 계약 조건을 좀 수정하고 싶어서요. 먼저 계약 기간을 시간이 아니라 컨텐츠를 기준으로 잡고자 합니다.”
담당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조대한의 통역을 듣고도 한국 NEVER 담당자를 돌아봤다. 그가 이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입까지 크게 벌어졌다.
“혹시… 괜찮다면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제게는 광고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했듯, 방송의 재미가 우선입니다. 광고 시간이 끝났다고 마무리를 지으면 시청자 분들도 결국엔 광고일 뿐이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담당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탄사를 흘렸다. 이내 그들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그, 컨텐츠라면 어떤…?”
돌아온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박주호가 홀로그램을 띄웠다. 상대 쪽에서 준비한 양식과 비슷한 제안서였다.
담당자들은 그제야 이경복 쪽에서 이 제안을 미리 준비해왔음을 눈치챘다.
“에이지 오브 오션스는 원래 캡슐용 게임으로 개발된 만큼 스토리 라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엔딩을 보는 시점까지로 정하면 어떨까요?”
크로스플랫폼 지원은 출시 이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전에는 완성된 스토리 라인이 있었고, 모바일 지원까지 결정을 마친 이후에는 라이브 업데이트로 스토리를 보강하고 있었다.
담당자들은 그가 말하는 엔딩이 콘솔판을 기준으로 했다는 걸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이러면 오히려 더 광고기간이 늘어난다!’
엔딩까지 걸리는 플레이 타임에 대한 통계가 있었다. 그 시간은 자신들이 제안한 기간보다 월등히 길었다.
광고주 입장에서야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담당자들은 현실을 인지했다.
‘잠깐, 퍼플 님이라면 그보다 더 빨리 클리어 하실 수도…?’
통계는 어디까지나 일반 플레이어 기준이었다. 이경복의 지난 업적을 떠올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통계를 믿고 클리어타임을 예상하는 게 어리석은 일이었다.
‘하지만 틀린 말씀은 아니야. 결국 컨텐츠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광고는 노출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물도 중요한 법이었다. 담당자의 고민은 더 길어지지 않았다.
“확실히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시청자들이 퍼플 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느껴졌습니다. 듣고 보니 그게 더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무과금이 곧 뽑기 없는 플레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죠. 퍼플 님께서는 또 운이 좋기로 유명하신 분이 아니십니까.”
“생각보다 잘 풀리는 경우가 있죠.”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무료 재화만으로 원활한 플레이를 선보여주신다면 광고 효과도 더 좋을 것 같고요.”
광고용 계정으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무과금 혹은 소과금으로 게임을 즐긴다.
이경복의 제안은 그보다 더 많은 플레이어 층을 타겟으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이었다.
“원래는 저희가 했어야 할 일인데,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주셨다는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담당자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이경복도 따라 겸손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저 방송이 재미있으면 하는 바람이니까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가 검지를 올리자 담당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먼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여기서 또 뭐가 더 있단 말인가?
이경복은 이내 슬쩍 박주호를 돌아보며 웃었다.
“이건 제안을 받아들이셨을 경우에 이야기였는데요. 이번 광고에 저뿐만 아니라 제 매니저, 이 친구도 출연을 시키고 싶습니다.”
“여기, 매니저 님을요?”
담당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경복이 그에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게임이라는 게 원래 같이하면 더 재미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무역이 꽤 중요한 게임으로 알고 있는데… 손익계산 같은 부분은 이 친구에게 맡기려고요.”
이경복은 스스로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라 자부했다. 그러나 숫자와 계산은 재미보다는 피로의 영역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자신보다 박주호가 더 나았다.
“그래서 채팅창 관리를 대신 부탁드리고 싶은데, 아마도 이건 두 분보다는 이쪽 NEVER 한국 담당자 분께서 답을 주셔야 할 부분 같습니다.”
“아, 그건…”
한국 담당자는 갑자기 질문이 돌아오자 당황했다. 통역만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계약 내용 변경을 결정이라니?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다.
“필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탁입니다. 급한 건은 아니니 이 자리에서 확답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박주호의 말에 그는 눈을 굴렸다. 이내 일본 담당자들의 표정을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잠시 괜찮을까요? 통역 분이 퍼플 님께도 계시니 확인을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아아, 그게 좋겠네요.”
담당자들의 즉답에 그가 자리를 잠시 비웠다.
‘이게 진짜 되나…?’
같이 플레이하자는 아이디어는 게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경복이 흥미 위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 담당자는 금방 돌아왔다. 그 밝은 표정만 봐도 어떤 대답인지 알 수 있었다.
“진행해도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야, 이거 다행입니다. 저는 듣자마자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렇습니다. 두 분께서는 서로 실제 친구인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친구와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이미지가 잡히면 또 좋지 않겠습니까.”
일본 담당자들은 유쾌하게 너털웃음을 흘렸다. 박주호도 그에 실소를 흘렸다.
‘이게 진짜 되네?’
결정이 내려진 이상 박주호는 더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광고 준비를 위한 사항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자, 그럼 계약서를 수정해보죠.”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모았다. 이에 양측의 수정과 확인이 끝나고 나서 계약이 체결됐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드릴 말씀입니다.”
미팅이 끝날 시점.
양쪽 모두 만면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다음날, 늦은 오후.
퍼지데이 팬카페는 시끌벅적했다. ‘세트로 붙자’ 이후로 회원 수가 늘어난 덕이기도 했지만.
[퍼손실 2일차… 나는… 죽어가고 있다…]
[2연속 휴방! 너무 잔인하다아앗!]
[제네바는 대체 뭘 하는 거야!]
[아 ㅋㅋ 갓플 휴방 제한 명령 왜 안하냐고]
[갓플님 늦네에… 이러다 저 다시보기 24시간 해버려요?]
[퍼단증상 너무 빡센 거시고요?]
[히히… 퍼튜브 본다… 히히…]
[오늘은 오는 거지? 그치!?]
이틀 연속 방송을 쉬면서 팬들이 아우성을 쳤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제목으로 드립을 치고 싶은 이들도 상당했기에 퍼플 게시판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서로 다들 상황을 이해했다.
[퍼청자라고 드립 욕심은 아주 ㅋㅋㅋㅋ]
[근데 이전보다 퍼손실 센 거 맞긴 해 ㅋㅋ]
[어퍼대전 이후인데 킹쩌라구요!]
[갓플이랑 어깨랑 너무 쩔어서 더 심함 ㅋㅋㅋ]
[진짜 ㅋㅋ 양쪽 다 존멋이라 후유증 2배임 ㅋㅋㅋ]
마지막 방송이 너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거기에 직캠까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애타게 이경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았다. 팬들은 이에 ‘상상’의 단계로 진입했다.
[오늘 갓플 컨텐츠 뭐일 거 같음?]
[메탈 펀치 또 하나?]
[아니 ㅋㅋ 최종보스 어깨를 클리어했는데 하겠냐고]
[ㄹㅇㅋㅋ 이제 다른 겜 할 듯]
[룰렛 한 번 더 돌릴 지도?]
[그럼 이번에는 엘븐 스크롤 가겠다 ㅋㅋㅋ]
[만해의 갓플이라 오히려 확률 적은 쪽에 걸림 ㅋㅋ]
게시판의 화제는 방송의 컨텐츠 추측으로 바뀌었다.
[갓플 대회 준비 빡세게 했는데 힐링 겜 하면 좋을 듯]
[빡세게 한 건 데눈나 아니냐 ㅋㅋㅋ]
[ㄴㄴ 가르치는 게 원래 더 빡셈]
[ㄹㅇㅋㅋ 데시벨 정도면 초 우등생이라 그나마 낫지]
[힐링이면 짐승의 숲 각인가?]
[몸 많이 썼으니까 전략 겜이 좋을지도?]
그렇게 각자 추측을 가장한 자신들이 보고 싶은 컨텐츠를 올리는 와중이었다.
[<방송일정> 바다가 나를 부른다!]
애타게 기다렸던 방송 공지가 올라왔다. 그러자 순식간에 게시판이 소강상태가 되면서 공지 글의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엌ㅋㅋ 광고넼ㅋㅋㅋㅋ]
[-오? 에이지 오브 오션이면 NEVER가 광고 준거?]
[-찐머기업 ㅎㄷㄷ]
[-ㄴㄴ 이거는 일본이 본사라 일본에서 광고 준 걸 거임]
[-역시 월클 갓플 ㅎㄷㄷ]
[-왜 같은 말을 두 번 씀?]
광고 방송이었지만 불쾌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댓글 반응은 훈훈했다.
[-오 ㅋㅋ 배타고 노는 거면 오히려 좋지]
[-바다 보믄서 멍 때리는 게 또 힐링되잖슴!]
[-돈을 받으면서 힐링하는 스머가 이따!?]
[-사실 돈 받는 게 힐링 아니냐 ㅋㅋㅋ]
[-어? 뭐야? 갓플 이모티콘 나옴!?]
[-아닠ㅋㅋ 이게 메인이네!]
중간에 소개된 이모티콘 출시 예정 소식에 댓글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 왜! 코코아톡은 안내주냐고!]
[-NEVER 자회사인데 내주겠냐고 ㅋㅋㅋㅋㅋ]
[-일본에서는 로그라인 많이 쓰니까 대박날 듯?]
[-한국 로그라인도 출시하긴 하네]
[-아 ㅋㅋ 일단 무적권 받아둔다]
한국 팬들로서는 기쁘기도 하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내 공지 마지막에 다다르자 댓글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P.S 이번 광고에는 매니저도 함께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당근)]
매니저의 동반 출연 소식이 추신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아닠ㅋㅋ매니저님ㅋㅋㅋㅋㅋ]
[-마지막 깨알 당근 ㅋㅋㅋ 센스 미쳤곸ㅋㅋ]
[-아 ㅋㅋ 이게 블랙기업이짘ㅋㅋㅋㅋ]
[-5252, 진짜 직원을 갈아 쓰기로한 거냐구웃!]
[-매니저님 갓플 찐친 아님?]
[-맞음ㅋㅋㅋ 개꿀잼일듯ㅋㅋㅋ]
[-찐친이랑 배타고 놀기? 이걸 어케 참음?]
[-낚시해서 선상회 호로록하고 소주 한 잔? 아 침 고인다 ㅅㅂ]
[-뭔 소주여 ㅋㅋㅋ 럼주 모르냐곸ㅋㅋ]
[-야씨! 이거는 미각 사용할 만하다 ㅋㅋㅋ]
[-아놔 ㅋㅋ 나는 이번 달 미각 제한 다 썼는데]
[-여기가 팬카페야 낚시카페야 ㅅㅂ ㅋㅋㅋ]
팬들은 한 마음처럼 즐거워하며 새삼 떠올렸다.
이경복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
[-이러니까 퍼손실도 참지!]
[-ㄹㅇㅋㅋ 갓플은 실망을 안 시킨다니깐!]
[-그래서 퍼단증상이 생기는 겁니다만?]
그가 기다린 만큼 재미있는 방송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 * *
그날 저녁, 방송시간.
“트하! 오랜만입니다!”
이경복의 인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그의 등장과 더불어 채팅이 솟구쳤고 후원이 밀려들었다.
[‘어퍼컷천재갓플’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회 승리한 갓플한테 10만원 줘야지]
[‘트수상금’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직히 갓플이 받을 상금이 적었으면 개추! ㅇㄷㄴㅂㅌ]
[‘언제주나했지’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퍼대전은 상금 가중치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었냐고 ㅋㅋㅋ]
[‘Agent Q’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비하인드 직캠 영상 진짜 멋있었습니다]
고액의 후원이 연달아 밀려왔다. 이경복은 놀랐지만 시청자들은 바로 납득했다.
-큰손 총출동 ㅎㄷㄷ
-큐다리 어서 오고 ㅋㅋㅋㅋ
-큐다리가 퀘스트를 안 걸어...?
-어깨 이긴 거면 웬만한 퀘스트 보다 빡센 거 아니냐고 ㅋㅋㅋ
-ㄹㅇㅋㅋ 킹직히 갓플 상금이 적은 건 말이 안 됨ㅋㅋㅋ
-어떻게 어퍼대전 2라운드가 다른 2라운드랑 같냐고 ㅋㅋㅋ
-ㅅㅂ 나도 후원하고픈데 굿즈 사느라 돈 다 씀
-직관한 퍼청자들은 양심적으로 0하나 더 붙어서 후원해라!
-???: 이런 건 돈 주고 봐야 돼!
-어디까지 내다본 것입니까 추놈좌…
-그때는 지놈이었음 ㅋㅋㅋㅋ
이경복은 넙죽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 상금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 정말 응원해주신 거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덕분에 평소보다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새삼 팬들로부터 느껴지던 압도적인 기운을 되새겼다. 그 행복감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에 또 플랫폼 대전이 열리면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더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다.
이경복의 진심 어린 말에 시청자들도 흡족해했다.
-갓직히 플랫폼도 지능 이슈 없으면 더 크게 열겠지 ㅋㅋㅋ
-ㄹㅇㅋㅋ 이번에 이렇게 흥했는데 어쩌쉴?
-다음에는 50만 명 가즈아아아아아!
-절.대.직.관.해
-혀엉! 형 없으면 안 가는 거 알지!?
-갓플이 메인인데 없으면 뭔 재미로 가겠냐고 ㅋㅋㅋ
물론 그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후원창을 늘렸다.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공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은 광고 방송이라 빨리 확인할게요!”
-?????
-10개나 띄운다고?
-옥타코어에서 진화한 거신가?
-데카코어 ㅎㄷㄷ
-???: 스게! 데카이!
-아니 ㅋㅋ 일본어 아니라곸ㅋㅋ
-작을 거야… 작아야만 해…
-뭐가 작아 ㅅㅂㅋㅋㅋㅋ
이경복은 후원 메시지를 모두 확인하고 본격적인 방송을 진행했다.
“자, 아마 공지를 보셨어도 오늘 어떤 컨텐츠인지는 자세히 모르실 겁니다. 오늘은요…”
이경복은 광고 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채팅창은 그에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무과금 진행? 찐으로?
-또! 킹부러! 어렵게 할라고!
-어려움 전문 스머 수듄ㅋㅋㅋㅋ
-필요 없는 건 사지 않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블랙기업식 비용절감 ㅎㄷㄷ
-아 ㅋㅋ 그래서 매니저 님 데려온 거네
-무과금(직원갈기)
-매니저 님이 갑자기 왜 나옴?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놀림에 이경복도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 공지를 못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번 광고 방송은 저희 매니저가 함께합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미 튜토리얼을 끝내고 대기 중이에요.”
박주호까지 오프닝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이경복과 합류시기를 맞추기 위해 이미 게임에 접속해 있었다.
-오? 그렇다면?
-핫하! 이제 채팅창은 우리가 접수한다!
-갓파고 돌리는 거 아님?
-???: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이히히! 오줌 발싸!
-미쳤냐고 ㅋㅋㅋㅋㅋ
매니저가 부재중이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채팅을 썼다. 하지만 이경복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채팅창 관리는 NEVER에서 직접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라고 할 뻔~^^
-채팅 접수 문의는 NEVER에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닠ㅋㅋㅋ 그 접수였냐고 ㅋㅋ
-채팅 사전 접수 제도 뭔데ㅋㅋ
-이집 분위기 파악 잘하네ㅋㅋㅋ
-저는 ‘이히히 오줌발싸’로 7행시 해보겠습니다
-이!
-이: 이히히! 오줌 발싸!
-야씨 ㅋㅋ 이거 돌갱이네 ㅋㅋ
-넌 그냥 싸라 ㅋㅋㅋ
이경복도 채팅창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좋습니다. 그 친구 또 너무 기다리게 하면 삐지거든요? 슬슬 게임을 시작해볼게요.”
-퍼피셜) 매니저, 삐돌이다.
-매니저님은 소인배… 메모…
-잘 생각해! 매니저님이 이거 기록 확인해서 정지 때린다?
-네가 더 나빠 ㅋㅋㅋㅋ
-채금 먹는 건 내일의 나다!
-저는 아무것도 치지 않았습니다! 충성충성^^7
시청자들이 박주호를 놀리는 사이 화면이 전환됐다.
“아, 오프닝이네요.”
어둑한 방에 기름 램프 하나를 든 남자가 들어왔다. 불빛이 미약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경복은 이내 그 인물과 자신이 동기화되는 걸 느꼈다.
“편지가 있네요?”
책상 위에 놓인 편지 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동기화가 됐다지만 통제권은 없었다.
주인공은 봉투 옆에 램프를 내려놓고 편지칼로 봉투를 열었다.
“오? 뭐지?”
봉투에 손을 집어넣은 순간 화면이 3분할이 되었다.
이윽고 각각의 화면에는 서로 다른 인장이 붙은 편지지가 비춰졌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해골과 닻, 그리고 저울이었다.
[해적] [해군] [무역상]
그 아래 떠오른 문구에 이경복은 상황을 파악했다.
“아, 시작부터 정하고 가는 거였구나.”
광고 진행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는 알았지만 구체적인 건 알아두지 않았다. 그편이 더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ㅇㅇ 맞음요
-이거는 무적권 해적 가야지 ㅋㅋㅋ
-ㄹㅇㅋㅋ 갓피스 본 사람이면 해적 못 참지
-???: 갓플은 해적왕이 될 사나이다아아아아!
-근데 갓피스 때문에 해적 진짜 개많음 ㅋㅋ
-이거는 무역상 해서 블랙기업 가야지 ㅋㅋㅋ
-블랙상단 괜찮네 ㅋㅋㅋㅋㅋㅋ
-자본주의 파동은 킹정이지 ㅋㅋㅋ
-해군은 별로임?
-해적이 너무 많아서 완전 비주류임 ㅋㅋㅋ
플레이어는 시작 시 3가지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제가 듣기로 여기서 선택한다고 완전 고정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원이 좀 들긴 하지만 소속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경복은 광고를 위해 전달 받았던 정보를 되새겼다.
-ㅇㅇ 맞음 한 5천 원 정도만 쓰면 됨
-근데 갓플은 무과금이잖슴?
-그러니까 더 신중해야지!
-아니 ㅋㅋ 이거는 당연히 해적 가야지
-5252, 세상은 돈이 지배한다구웃!
-그 돈을 뺐는 게 해적입니다만?
-아니 ㅋㅋ 그래도 안전 루트가 있다곸ㅋㅋㅋ
-겜 안한 애들 많긴 하네 ㅋㅋㅋ
그럼에도 무과금 플레이를 선언한 이상 아무거나 고를 수는 없었다. 이경복은 차분히 채팅창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해적이 지금 더 많아요? 해군 소속 플레이어가 제일 적고요? 그래서 여기 해군은 선택지에 뭐가 더 붙어있구나.”
3개의 선택지 중 유독 해군 화면에만 ‘+’가 붙은 자원 아이콘이 있었다.
“초반에 지원해줘서 인구 밸런스를 맞추는 거네요. 이거는 꽤 좋은 방식이네요.”
세력 간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운영정책이었다.
-ㅇㅇ 너무 비율 안 맞으면 생성불가 뜸
-근데 저거 추가 자원이 넘 짜다 이마리야
-바닷물 주는 거임?
-아니 ㅋㅋㅋ 그래도 현으로 3천 원 정도는 된다고
-3천원 더 받고 해군하느니 그냥 해적하고 말지 ㅋㅋㅋ
-지원이 부족해서 군입대 꺼려… 어?
-어허! 그마내!
이경복은 채팅이 이어지는 사이 해군을 선택했다. 그의 결정에 물음표가 솟구쳤다.
“저는 무과금이니까 최대한 챙길 거 챙겨야죠.”
그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방송에 앞서 이경복이 운영 팀으로부터 ‘부탁’받은 것이기도 했다.
‘진짜 날 따라오려나?’
방송 중이든 방송이 끝난 뒤에든 이경복을 따라 세력을 선택하는 신규 유저가 있을 터였다.
그들이 특정 세력에 집중된다면 세력 균형이 또 흔들리게 된다. 이에 따라 운영 팀에서는 괜찮으면 ‘비주류’인 해군 선택을 부탁했다.
물론 강압적인 건 아니었기에 이경복의 현장 판단이 중요했다.
‘그래도 뭐, 별 차이는 없었으니까.’
3개의 소속 중 특별히 강한 기운을 발하는 곳은 없었다. 시청자들 말대로 변경이 가능하고 컨텐츠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여윽시 블랙기업 사장답고?
-블랙기업특) 당장 이득 되는 건 다 챙김
-비주류라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고른 거 아님?
-고것은 킹리적 갓심이고요?
-형 하고 싶은 거 다해!
-갓플만의 항해를 해!
시청자들은 그의 선택에 가타부타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경복 정도면 소속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 사이 오프닝 컷신이 진행됐다. 봉투에서 꺼낸 편지가 불빛에 드러났다.
[해군사관학교 입학통지서]
그 제목에 채팅창에서 웃음이 터졌다.
-2번 입대를 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이게 그 악몽의 전산오류인가 그거냐?
-뭐예요? 저 예비군이란 말이에요!
-설마 찐으로 입대부터 시작하는 거?
-그러면 진즉에 망했지 ㅋㅋㅋ
그리 장난스럽게 채팅을 치는 사이 컷신이 전환됐다. 몇몇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아… 그래도 해군은 너무 힙스터 픽인디요…
-카드 쟁탈전 때 해적의상 잘 어울렸는데 넘모 아쉽고요?
-무역상이랑 해적 아니면 초반 스타트 빡시긴 할 건데;;
-이거 광고 제대로 될랑가?
하지만 이내 화면이 밝아지며 그러한 채팅은 사라졌다.
사관학교 기숙사일까?
작은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거울 앞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해적과 무역상을 선택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뭐임? 대체 뭐임?!
-와 모델 핏 미쳤네 ㅅㅂ
-무친? 저게 해군 제복임?
-개간지난다 ㅎㄷㄷ
-옷걸이빨 미쳤쥬?
-내가 입은 옷은 저게 아닌데?
-아닠ㅋㅋ 해군은 잘못이 없었넼ㅋㅋㅋㅋ
-ㄹㅇㅋㅋ 트수쉑들 몸뚱이가 문제였고?
-내건 빅사이즈인데 갓플은 슬림핏이었고?
새하얀 옷감에 금색 실을 수놓은 해군 제복을 입은 이경복.
이윽고 그가 반듯하게 모자를 눌러쓰자 옷차림이 완성됐다.
-이게 바로 퍼펙트 마린? 내가 알던 해군은 대체?
그 모습만으로 해군 선택은 가치가 있었다.